촤아악!진목은 또 뺨을 날렸지만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아 씩씩거렸다.“힘을 보태? 이렇게 대놓고 들어오면 염구준이 눈치를 챌 거란 말이야. 게다가 여기 설비도 없는데 부품을 가져와서 어디에 쓰란 말이지?”아랫사람들이 멋대로 나서면 정말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골치가 아팠다.지금이 일손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라면 진작에 구영준을 처리했을 것이다.“잘못했습니다. 진목 형님. 제발 용서해 주세요.”구영준은 재빨리 무릎을 꿇고 앉아 싹싹 빌었다.“휴.”진목이 심호흡을 하면서 이 일로 인해 어떤 위험이 닥칠지 생각했다.“형님. 저희 거처를 옮길까요?”부하가 떠보듯이 물었다.“아니야. 부품을 전부 내리고 당장 꺼져.”진목은 화가 가시지 않았다.안전을 위해 이곳을 당장 뜨고 싶었지만 용하에 이 기지밖에 남지 않았다.다른 곳을 찾으려면 또 사방을 떠돌아다녀야 했다.“네. 바로 안배하겠습니다.”구영준은 코피를 닦으며 일어나더니 하역을 지휘하러 갔다.어려운 일을 해내서 잘 보이려고 했는데 되레 욕을 한 바가지 먹으니 너무나 억울했다.“젠장. 염구준이 그렇게 대단한 놈이야? 어디 한 번 나와 보라고 해.”바로 그때, 한 상자가 갑자기 열렸다.펑!부품을 실은 상자가 폭발하면서 강철 부스러기가 사방으로 튕겼다.이어서 염구준이 번쩍 뛰어나와 목표물을 찾고 있었다.“염구준이다!”“진목 형님을 데리고 당장 피해!”갑자기 나타난 강적 앞에서 다들 우두머리를 보호하려고 서둘렀다.이것은 지극이 정상적인 반응이었다.“찾았다.”염구준은 트럭에서 내려 부하들의 보호를 받으며 도망치는 진목에게 돌진했다.그 와중에 방해하는 사람들은 전부 쓸어버렸다.정영팀이 전멸하니 누구도 그의 앞길을 막지 못했다.탁!순식간에 염구준은 강력한 기운으로 모두를 제압하고 단번에 진목의 목을 졸랐다.만약 부하들이 목숨을 걸고 보호하지 않았다면 이 인간이 진목인 줄도 몰랐을 것이다.부하들은 진목을 살리려다 오히려 위험에 빠트린 꼴이 되었다.“드디어 만났네.”염구
염구준은 답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확인하려고 떠보았을 뿐인데 진짜 효과가 있었다.“교활해.”진목은 세 글자만 말하고 고개를 돌려 대화를 거부했다.이렇게 된 이상 염구준은 아무도 물어볼 수 없었다.그는 어쩔 수 없이 손에 힘을 주어 진목의 목을 꽉 조였다.용하에 잠복해 온갖 악행을 저지른 악당들 여기서 참살하고 싶었다.“죽여라!”그때 부하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며 염구준에게 달려들었다.그들은 살기 위해서라도 목숨을 걸고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그리 바란다면 내가 보내줄게. 다시는 용하에서 말썽을 피우지 마.”염구준은 엄숙하게 말하며 몸을 번쩍 들어 그들과 맞섰다.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놈들을 순식간에 처리해 버렸다.용하에 잠복한 청목 조직은 그나마 실력이 있었다.염구준은 놈들을 처리한 후, 주변을 돌아다니며 청목 조직에 관한 단서를 찾았다.그때 창고에 있던 개조 로봇들이 움직이더니 눈을 번쩍 떴다.전력이 케이블을 따라 그들의 몸으로 흘러갔다.전기에너지는 환경 친화적이라 염구준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는 아직도 자료를 둔 방에서 뒤적였지만 전부 관련이 없는 디자인 설계도만 있었다.“아주 꽁꽁 숨겨 놨네.”염구준은 포기하고 방에서 나왔다.넓은 공터에 도착했을 때 개조 로봇이 떼를 지어 파란색 눈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목표 염구준 고정. 발사!”기계 소리가 동시에 울리더니 우르르 달려 염구준에게 돌진했다.이제 보니 조직의 상사인 진목이 죽기 직전에 인해 전술로 마지막 명령을 내려서 그를 제거하려는 것 같았다.팅팅! 쾅쾅!앞에서 개조 로봇들이 금속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몰려오고 뒤에서 일부분은 점프하며 위에서 공격했다.염구준은 그 자리에 서서 몸을 보호하는 기운으로 자신을 보호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개조 로봇에 묻혀버렸다.“물러가라!”염구준이 큰소리로 외치자 날카로운 기운이 사방에서 덤벼드는 개조 로봇을 전부 날려버렸다.하나씩 부수다가 자칫하면 체력을 소모할 수 있으니 한곳에 유인해서 처리한 것이
다 해결했다는 말에 그녀는 잠이 확 깨서 벌떡 일어섰다.“네. 바로 갈게요.”이젠 송씨 그룹 공장이 공격을 받지 않는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다.공장을 지키느라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참살당하는 장면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염구준은 전화를 끊고 산꼭대기로 올라가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을 쳐다봤다.“정말 아름답구나.”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서, 이렇게 평안한 시간은 정말 오랜만이었다.염구준은 사건을 해결해서 마음이 홀가분했지만 멀리 있는 누구는 머리가 아팠다.완벽한 설비를 갖추고 기계 부품이 가득한 실험실 내에서 한 사람은 조수도 없이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그 사람은 부품을 손에 들고 중얼거렸다.“내 걸작이 곧 완성되고 있어. 그때면 용하와 송씨 가문을 철저히 멸망해버릴 거다.”송씨 가문과 원한이 있는 기계 천재이자 송씨 가문에 복수하려는 사람, 바로 청목 전주였다.“존주님, 큰일 났습니다.”그때 무전기에서 다급한 부하의 소리가 들렸다.청목은 깜짝 놀라 손이 떨리는 바람에 한참 제작하고 있던 고밀도 부품이 망가졌다.“중요한 일이 아니면 개조 로봇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해.”청목의 싸늘한 말투에 등골이 오싹했다.전에도 중요한 일이 아니면 방해하지 말라고 분부했었다.하지만 부하는 벌벌 떨면서도 계속 말했다.“진목이 죽었습니다. 저희 지금 용하 기지에 있는데 여기 모두 전멸했습니다.”쿵!그 말에 청목은 손에 힘이 빠져 부품을 떨어트렸다.한참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수년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기지인데 단번에 전멸될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청목은 납득되지 않아 일말의 희망이라고 품고 부하에게 물었다.“소식은 확실한 거냐?”“확실합니다. 임시 CCTV에 다 찍혔습니다. 지금 바로 보내드릴게요.”부하가 보고했다.그러자 실험실의 홀로그램 투영이 켜지며 염구준이 몰살하는 장면이 나왔다.청목은 순식간에 혈압이 올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안 돼. 내 진목, 내 기지. 내 개조 군대들이 전부 사라졌어!”“저
“송씨 가문에서 100년에 한번 볼까 말까 하는 기계 천재인데 머리가 녹슬 리가 있겠습니까. 난 옥패를 원해요. 하지만 거짓말은 아니에요.”음모가 들통나자 그는 통쾌하게 털어놓았다.청목이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결정을 내렸다.“난 과학에 종사하는 사람이라 옥패는 쓸모가 없다. 만약 손에 넣는다면 너한테 넘길게. 하지만 그동안 염구준을 제거하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이 조건은 손해 보는 것 같지만 옥패를 챙기기 위해 잠시 협조할 뿐이었다.‘늙은 여우 따로 없네.’흑풍은 속으로 욕했다.청목이 힘든 육체적인 일을 그에게 맡겼지만 그래도 허락했다.“좋습니다. 약속하셨어요.”“지금 해야 할 일이 생겼어.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 줄게.”청목은 바로 지시를 내렸다.아무리 생산팀의 기계라도 이렇게 부려먹지 않을 것이다.흑풍은 왠지 속임수에 당한 것 같았지만 본인이 약속한 일이니 불평하지 않았다.청목은 지시를 내린 후 다시 고개를 숙이고 연구에 몰두했다.일이 발생한 이상 고민해도 소용없었다.최대한 빨리 걸작을 만들어 허무맹랑한 천인 경지 고수를 제거하고 싶었다.실험실이 다시 조용해졌다.밖에 나온 흑풍은 하얀 눈에 뒤덮인 세상을 바라봤다.드넓은 공터에 개조 로봇들이 정렬하게 서 있는 걸 보고 자신감이 되살아났다.“한 팀은 나를 따라와.”한편 강철 도시.송청연은 직원들을 데리고 밤새 부품과 바닥에 흩어진 부품들을 전부 수거했다.염구준의 힘이 너무 강력해 철이 부스러기가 되었지만 다시 녹이면 충분히 부품을 만들 수 있었다.이것들은 전부 돈이나 다름없었다.모든 물건을 화물차에 실은 후 염구준은 시내로 향했다.끼익!시내로 들어가려고 할 때 화물차가 갑자기 멈추더니 무전기에서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아가씨. 누가 길을 막고 있습니다. 구씨 그룹 같아요.”“내가 가서 볼게요.”염구준은 바로 차에서 뛰어내렸다.구씨 그룹에서 연달아 두 대표가 죽었는데 어떤 놈이 간이 부어서 또 시비를 거는지 궁금했다.그가 앞으로 다가갔을 때
“구준 씨한테 구씨 그룹을 선물하고 싶어서 인수한 거예요.”송청연은 귀여운 보조개를 보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네? 송씨 가문에서 약속한 사례금은 충분히 받았는데요.”염구준은 명분이 없는 돈은 받지 않으니 완곡하게 거절했다.나중에 그 약점으로 또 도와달라고 하면 귀찮아질 것이 뻔했다.“방금 기지에서 주은 부품들이 값이 꽤 나가거든요. 반띵했다고 쳐요.”하지만 송청연도 준 물건은 도로 받지 않았다.“근데 난 경영도 하지 않고 손씨 그룹의 산업도 이쪽이 아니에요.”염구준은 계속 거절할 이유를 찾았다.“괜찮아요. 제가 구씨 그룹을 손씨 그룹 산하에 배치하고 직접 관리할게요. 구준 씨는 편하게 놀면서 돈만 받으면 돼요.”말투를 보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알았어요. 하지만 인수 비용은 내가 내고 매년 수익 20%씩 관리비로 드릴게요. 흥정은 안 됩니다.”일방적으로 이런 조건을 제기하다니 요즘 세상에 정말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좋아요.”그녀는 염구준이 이렇게 나올 줄 몰라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화물차를 타고 송씨 가문의 공장에 도착했다.그런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할 일이 생겨버렸다.“구준 씨, 할아버지가 찾으세요.”송청연이 휴대폰을 들고 다가오며 말했다.그녀의 할아버지가 지금 송씨 가문의 가주였다.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않아 차세대 가주는 송청연 세대로 넘어가게 되었다.염구준이 전화를 받고 서슴없이 말했다.“용하에 있는 청목 기지는 전부 제거했습니다. 이제는 누구도 부품을 빼앗으러 오지 않을 테니까 우리 거래도 여기서 끝났습니다.”늙은이가 손녀를 내세워 그를 유혹하려고 한 것만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송 가주는 언짢은 말투를 듣고 빙그레 웃었다.“하하하, 이번 일은 정말 고마웠어요. 이틀 뒤에 내 칠순 잔치인데 염 선생을 초대해서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칠순 잔치?’하지만 친한 사이도 아니라서 염구준은 거절하려고 했다.“축하드립니다. 하지만 칠순 잔치는…”휴대폰 너머로 심상치
송씨 가주의 생신은 가장 성대한 연회라 송씨 가문의 자손들뿐만 아니라 강철 도시에서 알아주는 거물들도 자리에 참석했다.강철 도시에서 송씨 가문의 10대 차량이 출발하기 시작했다.송청연은 자발적으로 염구준과 한 차에 올라탔다.가는 도중에 백미러로 계속 염구준을 쳐다봤다.“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세요?”염구준이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네?”송청연은 순간 훔쳐본 것이 들킨 줄 알고 깜짝 놀랐다.“할아버지는 자상한 사람이에요. 가족을 위해서 모든 것을 기꺼이 바치셨어요.”할아버지에 대한 높은 평가를 듣고 염구준은 고개를 저었다.“가문을 위해 온갖 수단을 마다하지 않은 거겠죠?”상대방의 말을 한마디로 간파했다.“그럴 리가요.”송청연은 반박했지만 이유를 찾지 못하자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어찌됐든 할아버지는 한 번도 그녀를 해치지 않았다.염구준과 맺어주려고 한 것도 그녀의 앞날을 위해서였다.‘뒷좌석에 앉은 남자는 무술이 정말 강해.’염구준은 더는 말하지 않고 눈을 감고 안정을 취했다.송 가주가 속심수에 능숙하지만 그에게 계속 아부하는 것을 보아 당분간 해치지 않을 것 같았다.차는 계속 달렸다.며칠 동안 밤을 새웠더니 스르르 눈이 감겼다.반천인 경지에 도달한 고수라도 육체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이니 여러 차례의 대결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진짜 잘생겼어.’송청연은 백미러로 넋 놓고 자는 모습을 쳐다보았다.몇 시간 뒤, 차가 멈추자 염구준이 깜짝 놀란 듯 눈을 번쩍 떴다.가는 길에 토끼잠을 잔 것이다.“도착했어요?”염구준이 물었다.차창밖에 건물이 없는 것을 보니 아직 도착한 것 같지 않았다.전방에 가로 폭이 50미터는 되는 강이 보였다.“강을 건너면 곧 도착해요. 그 다음은 차로 움직일 수 없어서 걸어서 가야 해요.”송청연은 왠지 안색이 좋지 않았다.차가 멈추자 하나둘씩 차에서 내렸다.강변 임시 주차장에 송씨 가문의 각종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탁탁!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다들 시선을 돌렸다.누가 물속에 있
아랫사람들의 기싸움에 윗사람들은 참견하지 않았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송청연과 함께 온 가족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들 모두 경영에 몰두했지 무술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진짜 싸운다면 꼼짝 못하고 당할 게 뻔했다.“좋은 말 할 때 얌전히 있어. 아니면 심한 꼴 당할 거야.”그때 염구준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렸다.눈앞에서 싸움이 벌어졌는데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당한다고? 내가 누구한테?”송대용의 부하가 갑자기 그를 습격했다.탁!하지만 염구준이 가볍게 손을 들어 상대방의 머리를 잡아버렸다.이 정도 실력으로 맞서다니 정말 수준 미달이었다.“뭐야? 감히 송씨 가문의 영역에서 행패 부려? 죽고 싶어?”송대용이 바로 가문을 내세우며 으름장을 놓았다.다른 사람들에게 송씨 가문은 엄청 강력한 집안이지만 염구준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어디 한번 해 봐.”그는 한쪽 입꼬리를 슬쩍 올리면서 부하의 멱살을 잡아 강으로 던졌다.물결이 세차게 흐르며 덮치자 부하는 살려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그러다 한참을 파닥거리더니 겨우 쇠사슬을 잡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너 이 자식…”송대용은 부하가 굴욕을 당하자 염구준에게 삿대질을 했다.하지만 너무 화가 나서 말을 버벅거리고 말았다.염구준이 갑자기 다가가 송대용의 손가락을 잡고 힘을 주었다.“나한테 삿대질하는 거 못 참아.”“아아아악! 알았어. 그만해.”정말 아팠는지 송대용이 식은 땀을 뚝뚝 흘렸다.말이 안 통하면 바로 주먹질이라니 어디서 굴러온 놈인지 알 수 없었다.“방금 기세가 하늘을 찌를 것 같아서 얼마나 대단한 놈인 줄 알았는데 너도 아픈 걸 아는구나.”염구준은 대놓고 조소를 날렸다.송 가주도 깍듯하게 대하는데 후배가 뭐라고 꽥꽥거리는지 어이가 없었다.송대용은 너무 아픈 나머지 명문가 후손들이 자주 써먹는 수법을 사용했다.“여긴 송씨 저택이야. 나한테 무력을 쓰는 건 가문에 대한 불경이야. 빨리 놓지 못해?”“그래? 너 같은 것도 송씨 가문을 대표하냐? 그럼
명령이 떨어지자 부하들은 와이어를 들고 염구준을 체포하려 들었다.송씨 가주의 저택에서 소란을 피우는 자로 바로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셋째 삼촌, 그만하세요. 이분은 제가 모셔온 손님이예요.”그때 송청연이 나서서 말렸다.“송씨 가문에서 소란을 피우면 아무리 대단…”쿵!대장의 말이 끝나기 전에 공격했던 부하들이 전부 그의 주변에 날아왔다.염구준이 주먹 하나로 모두를 쳐낸 것이다.어마어마한 실력에 다들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몇 번이나 눈을 비비고 확인했다.그런데 아무리 눈을 비벼도 명백한 사실이었다.“너 강해. 하지만 여긴 송씨 가문의 구역이야!”대장은 말을 마치고 전신 영역을 펼쳐 공격 자세를 취했다.상대방이 누구든 자신의 위신을 세워야 했다.“근데 넌 너무 약하지.”염구준은 송대용을 옆으로 던져버리고 정면으로 두 주먹을 날렸다.한 주먹으로 영역을 부수고 다른 주먹으로 상대방을 무찔렀다.대장의 몸에 주먹이 닿자마자 또 재빨리 두 주먹을 날렸다.주변 사람들은 공격 자세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경호대장이 갑자기 강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었다.송청연이 어떤 괴물을 데리고 왔는지 단번에 전신 경지에 이른 고수를 쓰러트렸다.이렇게 공포스러운 힘이 세상에 존재한다니 너무나 불가사의했다.“또 누가 있어?”염구준은 주변을 둘러보며 당당하게 말했다.하지만 다들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봐 시선을 피하며 뒤로 물러섰다.현장은 조용해지고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이때다 싶어 송청연이 나서서 상황을 수습했다.“우리 먼저 강을 건너요. 할아버지가 우리를 기다리고 계세요.”그 말에 염구준이 기운을 거두고 물러나자 다들 안심했다.“얼른 가야지.”“맞아요. 우리 먼저 강을 건너요.”이어서 무술을 연마한 사람들은 쇠사슬로 건너고 무술을 못하는 사람들은 배를 향해 걸어갔다.겁쟁이 별명을 달더라도 어쩔 수 없이 강을 건너야 했다.펑!염구준이 갑자기 오른손에 검기를 펼치더니 쇠사슬을 끊어버렸다.“다들 배에 타세요.”결국은
“맞아!”“얼마 전에 용필 오빠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었잖아?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오빠를 간호해 준 간호사 윤나 씨랑 정이 들어서 지금 결혼 얘기까지 오간 상태야.”“그런데 문제는 저 오백하라는 사람이 해외에서 돌아온 후 중학교 동창회에서 윤나 씨를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려서 미친 듯이 쫓아다니고 있다는 거야.”손가을은 상황의 전말을 설명했다. 친척의 일이기도 해서 그녀는 유독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그럼 형님과 윤나 씨의 사이는 어떤데?”염구준은 듣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남녀 간의 감정은 억지로 이어질 수 없는 법이었다. 만약 하윤나가 과거의 인연에 흔들려 마음이 변했다면, 그건 그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아주 좋아. 근데 문제는 오백하가 윤나 씨 부모님께 돈을 줘서 두 분이 둘의 관계를 반대하고 있어.”손가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수작을 부렸네.’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말했다.“시간 나면 형님과 얘기 좀 해봐야겠어.”용필은 그의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 해준 사람이라 그도 이번엔 상대방을 도와줄 생각이었다. 오백하가 돈을 얼마를 줬대도 상관 없었다. 돈은 어차피 그가 더 많을 테니까 말이다.그 후, 가족들은 맛있는 식사를 마친 뒤 아쿠아리움에 들렀고, 저녁에는 어린이 영화를 관람하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한편, 손태석과 진숙영이 여행을 떠난 탓에 집안은 조금 썰렁했다.‘역시 사람이 많아야 시끌벅적하구나.’다음 날, 염구준은 딸을 학교에 데려다 준 뒤 손씨 그룹 본사로 향했다.건물 입구에서 경비복을 입은 채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용필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전투 인형으로 만들어졌다가 염구준에게 구출된 이후로, 그가 이렇게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남자는 쉽게 울지 않는 법이었다. 진짜로 슬플 때는 빼고 말이다.용필이 뇌 손상을 입긴 했지만 단지 정상인보다 지력이 낮을 뿐이지, 바보는 아니었다. “왜 그래요? 돈이라도 잃어버렸어요?”염구준은 농담하며 말을 걸었다.“왔어?”
“아이를 상대로 사기라도 치는 거야? 아님, 이런 최상급 진주를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거야?”“전 40억을 제시하겠습니다.”이때, 또 다른 중년 여성이 다가와 염구준 가족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본래는 남의 식사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진주의 유혹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나선 거였다.염희주는 진주를 다시 상자에 넣고 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생각했지만 다 세지 못했다. “우와, 그럼 맛있는 걸 많이 살 수 있겠네요!”그녀는 말하며 염구준을 바라보면서 허락을 구했다.사실, 원칙적으로는 그녀에게 준 선물이니 그녀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었다.이에 염구준은 웃으면서 말했다.“이 진주는 황지영이 너한테 선물로 준 거야. 팔지, 안 팔지는 네 결정에 달렸어.”“지영 언니...”염희주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다가 진주를 품에 안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팔래요.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안 팔 거예요.”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걸, 특히 우정과 같은 소중한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음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두 명의 보석 업계 거물은 크게 아쉬워 했지만 어쩔 수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어떻게든 수를 써볼 수 있었겠지만, 이 가족만큼은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두 분, 이제 돌아가주시죠.”염구준이 공손하게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가 경솔했네요.”두 사람은 염구준이 지금 자신들이 떠났으면 하는 걸 알아차리고는, 손을 모아 인사한 뒤 자리를 떠났다.아무리 진주가 탐나더라도 손씨 그룹을 적으로 돌리는 건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었다.방금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레스토랑 안의 손님들은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40억에도 안 판다고? 정말 돈이 필요 없는 집안인가 봐.”“염구준은 딸에게 정말 잘해주네. 저렇게 큰 스케일의 선물도 주다니.”“나도 저렇게 아름다운 진주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그러나 염구준 가족은 주변 사람들의 말에 개의치 않고 그들만의 대화를 나눴다.“그럼 결국
식사가 어느 정도 끝나자, 염구준은 아내를 바라보며 웃으면서 물었다.“가을아, 아까 말한 그 깜짝 선물, 이제 보여줄 때가 된 것 같은데?”“헤헤.”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조개를 드러내며 오른손을 천천히 들었다. 우웅.한순간에 그녀의 손바닥이 떨리더니,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화진 종사가 된 것이다.이정도 경지로는 강호에서 고수라고 하기엔 부족했지만, 자기 방어용으로는 충분했다.염구준은 그녀가 종사경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알았다.“종사경에 오른 것을 축하해!”그는 와인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아까 들어오는 순간부터 이미 알아챘지?”손가을은 와인잔을 들며 남편에게 서프라이즈를 주지 못 한 것 같아 약간 아쉬워했다.“기운을 드러내지 않았으면 나도 몰랐을 거야. 어머니의 호신 옥팔찌가 네 기운을 완벽히 감춰줬으니까.”염구준은 솔직하게 답했다.한편, 염희주는 엄마, 아빠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여전히 음식을 먹는 데 열중했다.어른들의 일에 함부로 참견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고있어서였다. “구준 씨도 줄 선물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손가을은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있지!”그는 웃으면서 비밀 은장갑 한 쌍을 꺼내 아내에게 건넸다.“응?”전에 남편에게 받은 선물은 많았지만, 장갑은 처음이었다.그녀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장갑을 착용했다.그리고 장갑을 끼자마자,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염구준을 바라보며 믿기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였다.장갑을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안 찬 것처럼 손끝의 감각이 생생하게 남아있기 때문이었다.“마음에 들어?”염구준은 아내의 반응을 보고 다정하게 물었다.“응, 진짜 마음에 들어. 이건 병기지?”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기뻐하며 물었다.“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리고 보검도 하나 준비했는데, 이런 공공장소에서는 꺼내기 좀 그래서 이따가 줄게.”염구준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이었다.“구준 씨, 항상 날 신경 써줘서 고마워.”그
청해시에 들어서자마자 염구준은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마치 집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이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는데, 손가을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구준 씨, 청해시에 도착했어?”사실 염구준도 막 상륙하자마자 집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하려던 참이었다.“방금 시내에 들어왔어. 조금만 더 가면 집에 도착할 것 같아.”염구준은 미소를 띠며 답했다.“체리 뮤직 레스토랑으로 와. 구준 씨한테 줄 깜짝 선물이 있어.”손가을은 담백한 목소리로 신비롭게 말했다. “좋네, 나도 줄 선물이 있었는데.”염구준은 흔쾌히 동의했다.아내가 준비한 깜짝 선물이라니, 무엇일지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는 무척 기대했다.왜, 여자의 마음은 알 수 없다고 하지 않나?체리 뮤직 레스토랑은 고급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우아한 분위기로, 조용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염구준은 차를 도로변에 주차한 후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섰다.“손님, 저희 레스토랑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입구에 있던 직원이 공손하게 말했다.“예약했어요. 제 아내가 안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직원의 태도가 좋았기에 염구준은 좋게 얘기했다. 직원이 예약 정보를 확인하려는 찰나, 레스토랑의 매니저가 서둘러 달려 나와 허리를 숙이며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염 선생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사장님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염구준 부부는 청해시에서도 알아주는 거물들이었기에, 레스토랑 측에서는 평소보다 더욱 극진하게 모셨다.“이렇게까지 정중하게 대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냥 밥 먹으러 온 거니까요.”염구준은 손을 흔들며 안으로 들어갔다.레스토랑 안에서는 잔잔하고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안에 있는 손님들은 대부분 정장을 갖춰 입어 특히 우아해 보였다.그에 비해 캐주얼한 옷차림의 염구준은 이곳에 맞지 않아 보였다. 청해시에 도착하자마자 집에 들르지도 못하고 온 거라 옷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캐주얼한 옷차림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등에는
“하, 원래는 모두가 함께 돌파하길 기다리려 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더 숨길 필요 없겠네.”우웅. 청룡이 몸을 떨자 기운이 폭발적으로 솟구치며 기파가 주위로 전파되었다. 그 역시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사실은 몇 달 전부터 이미 돌파할 수 있었지만, 다른 이들에게 충격을 줄까 봐 지금껏 경지를 억눌러왔던 것이었다. 청룡의 이 숨겨진 실력은 보통 사람이라면 전혀 알아채지 못할 터였으나, 염구준은 알고있었다.“괴물들이네, 정말.”붉은 장미는 이 장면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사대 전존의 자리는 실력뿐만 아니라 천부적인 재능 또한 극도로 까다롭게 요구했다.“못 살겠다. 다들... 도대체 뭔데 이렇게 쉽게 돌파 해?”주작은 이 광경에 큰 충격을 받았다. 청룡이 돌파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바로 돌파했으니까 말이다.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이로써 사대 전존 중 두 명이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했으니, 전신전의 전력은 또 한 단계 상승한 셈이었다.“돌아가면 무공 수련에 집중해. 너희 둘도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염구준은 남은 두 사람을 격려했다.사실 이 모든 것은 옥패 덕분이었다. 옥패에 담긴 무공을 본 후로, 다들 무공이 급격히 향상된 것이었으니까 말이다.뿌우우!염구준이 자리를 떠나려던 찰나, 멀리서 기적 소리가 울리더니 곧 한 함대가 공해에서 다가왔다.국기를 보니 그건 동양에서 온 함대였다.“주상, 저들을 제거할까요?”청룡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용하 해역에 발을 들이기만 하면 봐주지 말고 쏴버려.”염구준은 원래부터 동양인들에게 전혀 호감이 없었기에 지금 제 앞에 나타난 그들을 보며 인내심이 바닥날 수밖에 없었다. 과거, 국주가 전쟁이 확대될까 봐 걱정이 되어 동양과의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았어도 염구준은 이미 동양을 정벌했을 것이다.“우리는 동양 호위 함대다. 그대들은 즉시 분쟁 해역에서 떠나라!”이때, 동양 함대가 무전을 통해 외쳤다.‘분쟁 해역?’“청룡, 기다릴 필요 없어. 공격해.”이
“삼촌, 들어가봐도 될까요?”이때, 황지영이 문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응, 들어와.”염구준은 막 치료를 마친 뒤 대답했다.황지영은 방으로 들어오며 물기 어린 눈망울로 염구준을 바라보면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어떻게 말을 꺼낼지 몰라서였다.염구준은 그녀의 속내를 짐작하며 입을 열었다.“내가 삼선도를 어떻게 처리할 건지 궁금해서 그래?”“네.”황지영은 병아리가 모이를 쪼는 듯이 고개를 부지런히 끄덕였다. 나이는 어리지만, 이제 그녀는 삼선도의 유일한 도주로서 많은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처지였다.“주범은 이미 죽었으니, 이쯤에서 끝내도록 할게.”“하지만 또 무슨 사고가 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해. 알겠지?”염구준은 어린 친척을 대하듯한 온화한 태도로 웃으면서 말했다. 이 지역이 특수한 것도 있거니와 여기 사람들 모두 그들만의 생활방식이 있기 때문에 그는 많이 간섭하고 싶지 않았다.“네! 다른 분들의 도움하에 삼선도를 엄마가 있을 때처럼 모두 화목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황지영은 염구준의 대답을 듣고난 후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황지열과 같은 야심가들이 사라졌으니 이제 삼선도는 좋게 될 일만 남았을 거라고 그녀는 굳게 믿었다.“힘내. 네가 잘 해낼 거라 믿어.”상대방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격려해주었다.“감사해요! 그런데 나중에 청해시로 찾아가도 될까요?”이 말을 하는 황지영의 눈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말을 알아들었을 때부터, 황지웅을 따라다니며 고생한 그녀에게 염희주는 유일한 친구였고, 염구준의 가족은 그녀에게 따뜻한 가정을 느끼게 해준 사람들이었다.“물론이지. 언제든지 와도 돼.”이렇게 얌전한 아이를 거절할 이유는 없었기에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이 진주는 희주한테 주는 거예요.”황지영은 갓난아기의 주먹만큼 큰 분홍색 진주를 꺼내 보여주었는데, 딱 봐도 그 가치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는 걸 알 수 있었다.진주를 건네준 후 황지영은 방에서 나갔다.다음 날
이 긴장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 모두 드디어 움직임을 보였다.거의 동시에 힘을 다 모은 그들은 저마다의 필살기를 쓰기 시작했다.“구자검법, 검일참공!”“곤원일기지!”두 사람의 엄청난 에너지가 서로를 향해 충돌하며 땅 위의 볼록 튀어나온 돌덩이들을 전부 가루로 만들어버렸다.한쪽은 불꽃을 두른 거대한 검이고, 다른 한쪽은 물기운이 맴도는 커다란 손가락이었는데, 이 두개 모두 그들의 최후의 필살기였다.쾅!순식간에 두 기술이 격돌하며 수증기가 하늘로 치솟았다.염구준은 강력한 압박 속에서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자신이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무궁무진한 불의 힘을 조종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말이다.‘천인경!’이 기운은 천인경의 경지에 다다른 자만이 낼 수 있었다.“말도 안 돼!”황지열은 두 눈을 부릅뜨고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외쳤다.쾅!염구준은 이 기묘한 느낌에 도취된 채로 검을 앞으로 밀어내 황지열의 곤원일기지를 부수고 상대방을 터뜨렸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방금 느꼈던 천인경의 상태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염구준은 천인경의 경지에 머물기 위해 느낌을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그 힘은 너무나도 신비로워서 단순히 의지만으로 붙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어딘가 보이지 않는 힘이 그를 천인경에 머물지 못하게 억누르는 것만 같았다.결국, 그의 경지는 다시 반보천인으로 돌아갔다.“젠장!”천인경에 겨우 발을 디뎠다가 다시 내려오게 된 염구준은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자신이 스스로 천인경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 믿었고, 그 직감이 맞다는 것도 증명했지만, 항상 도달했다가 다시 원래의 경지로 떨어져 너무 답답했었다.“내가 검의를 완성시키거나 스스로 검법의 두 번째, 세 번째 기술을 창조해 내도 천인경에 도달할 수 없을까?”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치 대화를 나누는 듯 큰 소리로 외쳤다. 천인경에 도달하려면 여덟개의 옥패를 모으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도 험난하고 운
손바닥 모양의 공격은 염구준이 날린 검기를 모조리 부수고 그를 공격했다. 쾅!황지열이 날린 공격이 코앞까지 다다르자, 염구준은 검을 가로로 휘둘러 부숴버렸고, 손바닥 모양의 공격은 이내 물방울로 흩어져 사방으로 튀며 그의 시선을 조금 가렸다.‘기운이 강해졌어.’황지열이 강력한 기술을 준비하고 있음을 감지한 염구준은 검의를 발동해 수많은 검기로 몸 주위를 둘러쌌다.양측 모두 전력을 다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휙.이때, 황지열이 완전히 흩어지지 않은 물방울을 그대로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날렸는데, 손바닥의 빗방울은 예리한 칼날처럼 응집되어 있었다.황지열에게 있어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씨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물은 정해진 모양이 없어 자유자재로 새로운 만들 수 있으니까 말이다.하지만 이미 이를 예상하고 있었던 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단단히 쥔 채, 아래에서 위로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엄청난 기운이 담긴 검은 차가운 빛을 내뿜으며 평소보다 더욱 예리했다.쾅!검과 손이 맞부딪히며 둘은 팽팽하게 대치했다.뿜어져나온 기류에 주위의 빗물은 안개처럼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비밀 은장갑인가?’염구준은 황지열이 맨손으로 자신의 공격을 받아낸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그가 끼고 있는 비밀 은장갑 덕분에 받아낸 것임을 알아챘다.‘고급 병기인가 보군.’“말도 안 돼! 네가 내 공격을 막아낼 리가 없는데!”황지열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방금 전 공격은 그가 진심으로 했던 것으로, 전에 했던 맛보기 공격과는 아예 차원이 달랐다.“말도 안 되는 건 없어. 네 힘은 외부 도구에 의존한 것일 뿐이지 진정한 실력이 아니니까.”염구준은 차분히 말하며, 구자검에 담긴 검의를 더욱 강하게 발휘했다.우웅!검의가 더 많이 나오자 검기는 급격히 강해졌고, 황지열을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 그는 이번에 자신이 우세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염구준은 우연히 얻은 검의가 구자검 안에서 어느정도 있은 후 전보다 더 강해졌음을 느꼈
염구준이 나오면 싸움을 피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비록 위천인경의 경지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를 만만하게 볼 수는 없었다.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기절해 있던 백호 등 일행은 눈을 뜨기 시작했다. 몸은 움직일 수 없었지만 입은 움직일 수 있었기에 그들은 욕을 하기 시작했다. “황지열, 이 개자식아! 죽이려면 죽여 봐!”“퉤! 죽어서도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 기억해!”염구준이 죽었다는 황지열의 거짓말에 그들은 이미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후!”이때, 기운을 다 회복한 황지열도 깊은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의 몸은 이미 최상의 상태로 회복된 상태였다.황지열은 산 정상에 깜빡이고 있는 빛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하하, 못 나오는 건가?”강력한 적 하나가 사라졌다는 건 그에게 있어서 희소식이었다. ‘정말로 사라지면 더 좋지.’이내 그는 시선을 주변으로 돌렸다. 이제 남은 이들을 정리할 시간이었다.“내가 직접 우리 도주님을 배웅해 드릴까?”황지열은 황지영을 보면서 비열하게 웃었다.삼선도를 다시 장악하려면 황지영을 없애서 권위를 내세워야 했다.“황지열, 이번에 삼선도를 떠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테니 지영이만은 살려주는 게 어때?”한쪽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던 황지웅이 간곡하게 말했다.비록 그도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하긴 했으나, 전의 고문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뒤 아직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안 돼. 그렇게 포기 못하겠으면 같이 죽든가.”말을 하는 황지열의 눈빛은 매우 흉악하게 빛났다.죽이겠다는 생각이 한 번 든 이상, 멈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어디서 이렇게 강한 기운이?’그러나 이때,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그는 뒤를 돌아 빛 나고 있는 곳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나오려는 건가?’슉.그가 이렇게 생각할 때쯤, 염구준이 빛속에서 나왔다. 이미 기운을 완전히 회복한 염구준은 현재 다시 최상의 상태로 돌아온 상태였다.“아슬아슬하게 맞춰 왔네.”빛은 몇 번 더 깜빡이다가 사라졌고, 이는 통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