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허술한 곳에 처박혀서 아무런 장비도 없이 뭘 한단 말이야?”“맞아. 현재 개조 로봇이 몇 대 있긴 하지만 생산하지 않으면 점점 줄어들 거야.”어떤 사람은 불만을 토로하고 어떤 사람은 이미 기진맥진하여 풀이 죽어 있었다.청목 존주의 개조 로봇 대군을 만들려는 계획은 자연스럽게 물거품이 되었다.“그때 강철 도시를 습격해서 부품을 빼앗으려고 할 때 너희들 다 찬성했잖아.”가운데 앉은 진목이 말했다.그 말에 다들 입을 닫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본인이 결정했으니 결과가 어떻든 모두 본인이 감당해야 했다.“진목 형님, 지금 어떻게 하면 돼?”한 사람이 먼저 질문했다.엉망진창, 난제 앞에서 다들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싶었다.“다시 새로운 기지를 만들자.”진목이 대답했다.부하들은 어처구니가 없어 서로 눈치만 살폈다.그들의 기지가 예전의 규모로 발전하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고 수많은 피와 땀을 흘렸다.게다가 지금 용하국이 눈치챈 마당에 몇몇 핵심 인력에 의거하여 같은 규모의 기지를 완성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했다.진목은 그들의 속내를 알고 자신 있게 말했다.“용하에 있는 우리 기지도 다 처음부터 하나씩 만든 거잖아. 우리만 마음을 합치면 또 10년이 걸리더라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어.”귀가 번쩍 뜨이는 말에 다들 자신감이 되살아났다.하지만 현실은 잔혹했다.원재료와 장비가 없는 것이 큰 문제였다.“진목 형, 난 항상 형의 말을 따랐어. 근데 우리 뭘로 다시 시작할 거야?”부하 한 명이 따지고 물었다.그 말에 진목은 희미한 미소를 띄며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구씨 그룹과 진작에 친분을 맺었지. 강철 도시는 우리가 재기하는 기초가 될 거야. 내가 이미 구영준한테 명령을 내려서 3일 혹은 5일 간격으로 강철 공급을 중단하라고 일렀어. 그러면 공장들이 버티지 못하고 하나씩 철수하겠지. 그때 우리가 망한 공장으로 들어가면 돼. 지금은 얌전히 잠복해 있어.”“대박.”“역시 형님이야.”짝짝짝!다들 희망을 되찾
촤아악!진목은 또 뺨을 날렸지만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아 씩씩거렸다.“힘을 보태? 이렇게 대놓고 들어오면 염구준이 눈치를 챌 거란 말이야. 게다가 여기 설비도 없는데 부품을 가져와서 어디에 쓰란 말이지?”아랫사람들이 멋대로 나서면 정말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골치가 아팠다.지금이 일손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라면 진작에 구영준을 처리했을 것이다.“잘못했습니다. 진목 형님. 제발 용서해 주세요.”구영준은 재빨리 무릎을 꿇고 앉아 싹싹 빌었다.“휴.”진목이 심호흡을 하면서 이 일로 인해 어떤 위험이 닥칠지 생각했다.“형님. 저희 거처를 옮길까요?”부하가 떠보듯이 물었다.“아니야. 부품을 전부 내리고 당장 꺼져.”진목은 화가 가시지 않았다.안전을 위해 이곳을 당장 뜨고 싶었지만 용하에 이 기지밖에 남지 않았다.다른 곳을 찾으려면 또 사방을 떠돌아다녀야 했다.“네. 바로 안배하겠습니다.”구영준은 코피를 닦으며 일어나더니 하역을 지휘하러 갔다.어려운 일을 해내서 잘 보이려고 했는데 되레 욕을 한 바가지 먹으니 너무나 억울했다.“젠장. 염구준이 그렇게 대단한 놈이야? 어디 한 번 나와 보라고 해.”바로 그때, 한 상자가 갑자기 열렸다.펑!부품을 실은 상자가 폭발하면서 강철 부스러기가 사방으로 튕겼다.이어서 염구준이 번쩍 뛰어나와 목표물을 찾고 있었다.“염구준이다!”“진목 형님을 데리고 당장 피해!”갑자기 나타난 강적 앞에서 다들 우두머리를 보호하려고 서둘렀다.이것은 지극이 정상적인 반응이었다.“찾았다.”염구준은 트럭에서 내려 부하들의 보호를 받으며 도망치는 진목에게 돌진했다.그 와중에 방해하는 사람들은 전부 쓸어버렸다.정영팀이 전멸하니 누구도 그의 앞길을 막지 못했다.탁!순식간에 염구준은 강력한 기운으로 모두를 제압하고 단번에 진목의 목을 졸랐다.만약 부하들이 목숨을 걸고 보호하지 않았다면 이 인간이 진목인 줄도 몰랐을 것이다.부하들은 진목을 살리려다 오히려 위험에 빠트린 꼴이 되었다.“드디어 만났네.”염구
염구준은 답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확인하려고 떠보았을 뿐인데 진짜 효과가 있었다.“교활해.”진목은 세 글자만 말하고 고개를 돌려 대화를 거부했다.이렇게 된 이상 염구준은 아무도 물어볼 수 없었다.그는 어쩔 수 없이 손에 힘을 주어 진목의 목을 꽉 조였다.용하에 잠복해 온갖 악행을 저지른 악당들 여기서 참살하고 싶었다.“죽여라!”그때 부하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며 염구준에게 달려들었다.그들은 살기 위해서라도 목숨을 걸고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그리 바란다면 내가 보내줄게. 다시는 용하에서 말썽을 피우지 마.”염구준은 엄숙하게 말하며 몸을 번쩍 들어 그들과 맞섰다.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놈들을 순식간에 처리해 버렸다.용하에 잠복한 청목 조직은 그나마 실력이 있었다.염구준은 놈들을 처리한 후, 주변을 돌아다니며 청목 조직에 관한 단서를 찾았다.그때 창고에 있던 개조 로봇들이 움직이더니 눈을 번쩍 떴다.전력이 케이블을 따라 그들의 몸으로 흘러갔다.전기에너지는 환경 친화적이라 염구준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는 아직도 자료를 둔 방에서 뒤적였지만 전부 관련이 없는 디자인 설계도만 있었다.“아주 꽁꽁 숨겨 놨네.”염구준은 포기하고 방에서 나왔다.넓은 공터에 도착했을 때 개조 로봇이 떼를 지어 파란색 눈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목표 염구준 고정. 발사!”기계 소리가 동시에 울리더니 우르르 달려 염구준에게 돌진했다.이제 보니 조직의 상사인 진목이 죽기 직전에 인해 전술로 마지막 명령을 내려서 그를 제거하려는 것 같았다.팅팅! 쾅쾅!앞에서 개조 로봇들이 금속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몰려오고 뒤에서 일부분은 점프하며 위에서 공격했다.염구준은 그 자리에 서서 몸을 보호하는 기운으로 자신을 보호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개조 로봇에 묻혀버렸다.“물러가라!”염구준이 큰소리로 외치자 날카로운 기운이 사방에서 덤벼드는 개조 로봇을 전부 날려버렸다.하나씩 부수다가 자칫하면 체력을 소모할 수 있으니 한곳에 유인해서 처리한 것이
다 해결했다는 말에 그녀는 잠이 확 깨서 벌떡 일어섰다.“네. 바로 갈게요.”이젠 송씨 그룹 공장이 공격을 받지 않는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다.공장을 지키느라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참살당하는 장면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염구준은 전화를 끊고 산꼭대기로 올라가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을 쳐다봤다.“정말 아름답구나.”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서, 이렇게 평안한 시간은 정말 오랜만이었다.염구준은 사건을 해결해서 마음이 홀가분했지만 멀리 있는 누구는 머리가 아팠다.완벽한 설비를 갖추고 기계 부품이 가득한 실험실 내에서 한 사람은 조수도 없이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그 사람은 부품을 손에 들고 중얼거렸다.“내 걸작이 곧 완성되고 있어. 그때면 용하와 송씨 가문을 철저히 멸망해버릴 거다.”송씨 가문과 원한이 있는 기계 천재이자 송씨 가문에 복수하려는 사람, 바로 청목 전주였다.“존주님, 큰일 났습니다.”그때 무전기에서 다급한 부하의 소리가 들렸다.청목은 깜짝 놀라 손이 떨리는 바람에 한참 제작하고 있던 고밀도 부품이 망가졌다.“중요한 일이 아니면 개조 로봇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해.”청목의 싸늘한 말투에 등골이 오싹했다.전에도 중요한 일이 아니면 방해하지 말라고 분부했었다.하지만 부하는 벌벌 떨면서도 계속 말했다.“진목이 죽었습니다. 저희 지금 용하 기지에 있는데 여기 모두 전멸했습니다.”쿵!그 말에 청목은 손에 힘이 빠져 부품을 떨어트렸다.한참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수년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기지인데 단번에 전멸될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청목은 납득되지 않아 일말의 희망이라고 품고 부하에게 물었다.“소식은 확실한 거냐?”“확실합니다. 임시 CCTV에 다 찍혔습니다. 지금 바로 보내드릴게요.”부하가 보고했다.그러자 실험실의 홀로그램 투영이 켜지며 염구준이 몰살하는 장면이 나왔다.청목은 순식간에 혈압이 올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안 돼. 내 진목, 내 기지. 내 개조 군대들이 전부 사라졌어!”“저
“송씨 가문에서 100년에 한번 볼까 말까 하는 기계 천재인데 머리가 녹슬 리가 있겠습니까. 난 옥패를 원해요. 하지만 거짓말은 아니에요.”음모가 들통나자 그는 통쾌하게 털어놓았다.청목이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결정을 내렸다.“난 과학에 종사하는 사람이라 옥패는 쓸모가 없다. 만약 손에 넣는다면 너한테 넘길게. 하지만 그동안 염구준을 제거하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이 조건은 손해 보는 것 같지만 옥패를 챙기기 위해 잠시 협조할 뿐이었다.‘늙은 여우 따로 없네.’흑풍은 속으로 욕했다.청목이 힘든 육체적인 일을 그에게 맡겼지만 그래도 허락했다.“좋습니다. 약속하셨어요.”“지금 해야 할 일이 생겼어.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 줄게.”청목은 바로 지시를 내렸다.아무리 생산팀의 기계라도 이렇게 부려먹지 않을 것이다.흑풍은 왠지 속임수에 당한 것 같았지만 본인이 약속한 일이니 불평하지 않았다.청목은 지시를 내린 후 다시 고개를 숙이고 연구에 몰두했다.일이 발생한 이상 고민해도 소용없었다.최대한 빨리 걸작을 만들어 허무맹랑한 천인 경지 고수를 제거하고 싶었다.실험실이 다시 조용해졌다.밖에 나온 흑풍은 하얀 눈에 뒤덮인 세상을 바라봤다.드넓은 공터에 개조 로봇들이 정렬하게 서 있는 걸 보고 자신감이 되살아났다.“한 팀은 나를 따라와.”한편 강철 도시.송청연은 직원들을 데리고 밤새 부품과 바닥에 흩어진 부품들을 전부 수거했다.염구준의 힘이 너무 강력해 철이 부스러기가 되었지만 다시 녹이면 충분히 부품을 만들 수 있었다.이것들은 전부 돈이나 다름없었다.모든 물건을 화물차에 실은 후 염구준은 시내로 향했다.끼익!시내로 들어가려고 할 때 화물차가 갑자기 멈추더니 무전기에서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아가씨. 누가 길을 막고 있습니다. 구씨 그룹 같아요.”“내가 가서 볼게요.”염구준은 바로 차에서 뛰어내렸다.구씨 그룹에서 연달아 두 대표가 죽었는데 어떤 놈이 간이 부어서 또 시비를 거는지 궁금했다.그가 앞으로 다가갔을 때
“구준 씨한테 구씨 그룹을 선물하고 싶어서 인수한 거예요.”송청연은 귀여운 보조개를 보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네? 송씨 가문에서 약속한 사례금은 충분히 받았는데요.”염구준은 명분이 없는 돈은 받지 않으니 완곡하게 거절했다.나중에 그 약점으로 또 도와달라고 하면 귀찮아질 것이 뻔했다.“방금 기지에서 주은 부품들이 값이 꽤 나가거든요. 반띵했다고 쳐요.”하지만 송청연도 준 물건은 도로 받지 않았다.“근데 난 경영도 하지 않고 손씨 그룹의 산업도 이쪽이 아니에요.”염구준은 계속 거절할 이유를 찾았다.“괜찮아요. 제가 구씨 그룹을 손씨 그룹 산하에 배치하고 직접 관리할게요. 구준 씨는 편하게 놀면서 돈만 받으면 돼요.”말투를 보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알았어요. 하지만 인수 비용은 내가 내고 매년 수익 20%씩 관리비로 드릴게요. 흥정은 안 됩니다.”일방적으로 이런 조건을 제기하다니 요즘 세상에 정말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좋아요.”그녀는 염구준이 이렇게 나올 줄 몰라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화물차를 타고 송씨 가문의 공장에 도착했다.그런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할 일이 생겨버렸다.“구준 씨, 할아버지가 찾으세요.”송청연이 휴대폰을 들고 다가오며 말했다.그녀의 할아버지가 지금 송씨 가문의 가주였다.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않아 차세대 가주는 송청연 세대로 넘어가게 되었다.염구준이 전화를 받고 서슴없이 말했다.“용하에 있는 청목 기지는 전부 제거했습니다. 이제는 누구도 부품을 빼앗으러 오지 않을 테니까 우리 거래도 여기서 끝났습니다.”늙은이가 손녀를 내세워 그를 유혹하려고 한 것만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송 가주는 언짢은 말투를 듣고 빙그레 웃었다.“하하하, 이번 일은 정말 고마웠어요. 이틀 뒤에 내 칠순 잔치인데 염 선생을 초대해서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칠순 잔치?’하지만 친한 사이도 아니라서 염구준은 거절하려고 했다.“축하드립니다. 하지만 칠순 잔치는…”휴대폰 너머로 심상치
송씨 가주의 생신은 가장 성대한 연회라 송씨 가문의 자손들뿐만 아니라 강철 도시에서 알아주는 거물들도 자리에 참석했다.강철 도시에서 송씨 가문의 10대 차량이 출발하기 시작했다.송청연은 자발적으로 염구준과 한 차에 올라탔다.가는 도중에 백미러로 계속 염구준을 쳐다봤다.“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세요?”염구준이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네?”송청연은 순간 훔쳐본 것이 들킨 줄 알고 깜짝 놀랐다.“할아버지는 자상한 사람이에요. 가족을 위해서 모든 것을 기꺼이 바치셨어요.”할아버지에 대한 높은 평가를 듣고 염구준은 고개를 저었다.“가문을 위해 온갖 수단을 마다하지 않은 거겠죠?”상대방의 말을 한마디로 간파했다.“그럴 리가요.”송청연은 반박했지만 이유를 찾지 못하자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어찌됐든 할아버지는 한 번도 그녀를 해치지 않았다.염구준과 맺어주려고 한 것도 그녀의 앞날을 위해서였다.‘뒷좌석에 앉은 남자는 무술이 정말 강해.’염구준은 더는 말하지 않고 눈을 감고 안정을 취했다.송 가주가 속심수에 능숙하지만 그에게 계속 아부하는 것을 보아 당분간 해치지 않을 것 같았다.차는 계속 달렸다.며칠 동안 밤을 새웠더니 스르르 눈이 감겼다.반천인 경지에 도달한 고수라도 육체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이니 여러 차례의 대결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진짜 잘생겼어.’송청연은 백미러로 넋 놓고 자는 모습을 쳐다보았다.몇 시간 뒤, 차가 멈추자 염구준이 깜짝 놀란 듯 눈을 번쩍 떴다.가는 길에 토끼잠을 잔 것이다.“도착했어요?”염구준이 물었다.차창밖에 건물이 없는 것을 보니 아직 도착한 것 같지 않았다.전방에 가로 폭이 50미터는 되는 강이 보였다.“강을 건너면 곧 도착해요. 그 다음은 차로 움직일 수 없어서 걸어서 가야 해요.”송청연은 왠지 안색이 좋지 않았다.차가 멈추자 하나둘씩 차에서 내렸다.강변 임시 주차장에 송씨 가문의 각종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탁탁!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다들 시선을 돌렸다.누가 물속에 있
아랫사람들의 기싸움에 윗사람들은 참견하지 않았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송청연과 함께 온 가족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들 모두 경영에 몰두했지 무술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진짜 싸운다면 꼼짝 못하고 당할 게 뻔했다.“좋은 말 할 때 얌전히 있어. 아니면 심한 꼴 당할 거야.”그때 염구준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렸다.눈앞에서 싸움이 벌어졌는데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당한다고? 내가 누구한테?”송대용의 부하가 갑자기 그를 습격했다.탁!하지만 염구준이 가볍게 손을 들어 상대방의 머리를 잡아버렸다.이 정도 실력으로 맞서다니 정말 수준 미달이었다.“뭐야? 감히 송씨 가문의 영역에서 행패 부려? 죽고 싶어?”송대용이 바로 가문을 내세우며 으름장을 놓았다.다른 사람들에게 송씨 가문은 엄청 강력한 집안이지만 염구준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어디 한번 해 봐.”그는 한쪽 입꼬리를 슬쩍 올리면서 부하의 멱살을 잡아 강으로 던졌다.물결이 세차게 흐르며 덮치자 부하는 살려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그러다 한참을 파닥거리더니 겨우 쇠사슬을 잡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너 이 자식…”송대용은 부하가 굴욕을 당하자 염구준에게 삿대질을 했다.하지만 너무 화가 나서 말을 버벅거리고 말았다.염구준이 갑자기 다가가 송대용의 손가락을 잡고 힘을 주었다.“나한테 삿대질하는 거 못 참아.”“아아아악! 알았어. 그만해.”정말 아팠는지 송대용이 식은 땀을 뚝뚝 흘렸다.말이 안 통하면 바로 주먹질이라니 어디서 굴러온 놈인지 알 수 없었다.“방금 기세가 하늘을 찌를 것 같아서 얼마나 대단한 놈인 줄 알았는데 너도 아픈 걸 아는구나.”염구준은 대놓고 조소를 날렸다.송 가주도 깍듯하게 대하는데 후배가 뭐라고 꽥꽥거리는지 어이가 없었다.송대용은 너무 아픈 나머지 명문가 후손들이 자주 써먹는 수법을 사용했다.“여긴 송씨 저택이야. 나한테 무력을 쓰는 건 가문에 대한 불경이야. 빨리 놓지 못해?”“그래? 너 같은 것도 송씨 가문을 대표하냐? 그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