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잔을 들고 단숨에 비웠다.쨍그랑!술을 마신 윤성호가 갑자기 술잔을 바닥에 내쳤다.유리 잔이 깨지는 소리가 나는 동시에 주변에서 그림자가 나타나 염구준을 포위했다.반천인 세 명, 전신 이상 개조 로봇 한 대가 나타났다.‘드디어 본색을 드러냈구나.’그 중에서 한 사람은 낯이 익은 흑풍이었다.아무리 분장해도 역겨운 기운이 흘러서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흑풍, 역시 네 짓이구나.”하지만 흑풍은 자신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고 시치미를 뗐다.“누구랑 얘기하는 거야? 난 흑사야. 사람 잘못 봤어.”윤성호가 직접 윤대약은 흑풍의 손에 죽었다고 했으니 절대 나타날 리가 없다.“하하. 상관없어. 어차피 다 죽을 테니까.”염구준이 싸늘하게 웃으며 기운을 급상승시켰다.공격하려고 할 때 폐렴쟁이 차명수가 나타나 설득했다.“이봐, 화해하든지 여기서 그만두든지 해. 무력으로 싸우지 않으면 서로한테 이득이잖아.”“맞아. 반천인까지 수련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다치면 서로 불리해.”현금손 야달이 맞장구를 치면서 협박과 비슷한 말을 했다.반천인 고수와 싸우는 것은 그들도 원하지 않았다.“맞아. 수련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우린 너와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적이 될 필요가 없어.”처음 보는 두 사람과 염구준은 별로 싸우고 싶지 않았다.흑풍이 나타난 이상, 그의 목표는 오로지 한 사람일 뿐 다른 사람은 잠시 무시하기로 했다.“선배님. 보시다시피 제가 화해의 뜻을 전달했지만 호의를 받아주지 않네요.”윤성호는 억울한 듯 말했다.그제야 염구준은 자신이 한 사람을 괴롭힌 꼴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윤성호. 또 개소리하면 네 대가리를 비틀어버릴 거야.”그러자 야달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이봐, 말이 심했어.”말이 통하지 않자 두 사람은 염구준이 윤씨 가문을 괴롭힌다고 생각했다.오늘 진짜 싸운다면 반천인 고수 두 명까지 제거해야 한다.“따질 것도 없어. 다 덤벼!”염구준은 검갑을 잡고 검을 뽑았다.상대방 수가 많아도 흑풍을 죽이려는 결심은
차명수는 방어로 이름을 날렸지만 염구준의 힘에 밀려 뒷걸음을 쳤다.슝!그때 흑풍이 번쩍 날아 토 원소 힘을 부여한 칼로 염구준의 목을 베려고 했다.일찍 눈치를 챈 염구준이 다리에 힘을 주어 뒤로 물러섰다.일 대 다수 싸움에서 잘못 걸리면 바로 황천길 행이다.쿵!칼은 허공을 찔러 바닥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스스슥!멀리서 야달이 끊임없이 강철침을 뿌려 염구준의 퇴로를 막았다.이번에도 그는 빠르게 피했지만 전방에서 차명수가 공격해 왔다.이 각도라면 피할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팔극첩산으로 부딪쳐야 했다.쿵!거센 공격을 감당하지 못한 그림자가 뒤로 날아갔다.바로 염구준이다.황급히 상대방의 공격에 대응했지만 그래도 한 발 늦었다.염구준이 숨을 돌리기 전에 네 그림자가 협공을 펼쳤다.흑풍은 주공격, 차명수는 주방어, 야달은 멀리서 암기로 습격, 개조 로봇은 끊임없이 방해했다.네 사람은 극도로 호흡이 잘 맞아 계속 염구준을 제압했다.이대로 몰아간다면 반드시 승리할 거라 생각했다.한편으로 윤성호는 불만을 품었다.흑풍이 반천인 고수를 두 명 데리고 온다고 약속했는데 한 명만 데리고 왔다.네 사람이 전부 반천인 경지에 도달했다면 진작에 염구준을 죽였을 것이다.이렇게 된 이상 나중에 따지기로 마음먹었다.“염구준, 너 꿈에서도 날 죽이려고 했잖아. 내가 지금 여기 있는데 빨리 와서 죽여봐.”흑풍은 우세를 차지하자 큰소리로 조소를 날렸다.눈앞의 적이 곧 죽게 되는데 몇 마디 하지 않으면 나중에 기회가 없지 않은가.“네가 바라는 대로 해 줄게.”염구준은 고함을 치는 동시에 강력한 기운을 왼쪽 주먹에 담아 바닥을 내리쳤다.이렇게 강한 힘은 바로 칠상권의 궁극적의 오의, 칠권을 합친 힘이다.바닥이 흔들거리자 네 사람은 제대로 설 수 없어 가까스로 버텼다.“철수합시다.”흑풍이 지시를 내리며 급히 물러섰다.원래 단숨에 염구준을 죽이려고 했는데 한 손으로도 이정도로 강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어요. 조심해요.”
“저 새끼 공격을 막아!”흑풍이 명령하자 개조 로봇이 앞에 나타나 두 팔로 가슴을 감쌌다.펑!하지만 개조 로봇은 종잇장처럼 순식간에 잘렸다.이어서 흑풍이 들었던 칼이 두 동강이 나고 마지막에 남은 검기 여파에 가슴을 공격당했다.“아아악!”비명소리가 들리며 그의 몸이 뒤로 튕겼다.입에서 피가 계속 흐르는 것을 보아 중상을 입은 것이 틀림없었다.“토 원소 힘의 방어력이 아무리 강해도 내 검을 이겨내지 못하네.”염구준은 탄식하며 흑풍에게 다가가 마지막 목숨줄을 끊어내려고 했다.연이어 두 차례 공격을 했더니 체력 소모가 많아 숨이 차올랐다.그러나 얼마 다가가지 못하고 갑자기 두 그림자가 그의 앞을 막았다.두 사람은 흑풍과 손을 잡았으니 그를 죽게 두지 않을 것이다.“꺼져!”염구준이 검을 들어 휘둘렀지만 차명수가 방패를 들어 막아버렸다.기운이 대폭 소모되었으니 검의 위력도 약해졌다.“이제 한계입니다. 협공해서 죽여버려요!”옆에서 지켜보던 윤성호가 이때다 싶어 소리쳤다.체력이 소모되었을 때 죽이지 않으면 본인이 죽을 수 있다.“한계? 다른 말도 아니고 한계라는 말은 허락할 수 없어.”염구준은 뒤로 물러나 그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검을 세워 하늘 높이 쳐들었다.갑자기 몸의 검기가 폭증하며 검의가 축적되었다.“매화검법, 낙매!”차명수와 야달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급히 돌진했다.“어서 저놈을 막아!”야달은 강철침을 무자비하게 던졌지만 결국 헛수고였다.염구준의 몸에 닿기 전에 단단한 검기에 부딪쳐 산산조각이 났다.모두가 가까이 접근했을 때 염구준이 갑자기 검을 휘둘렀다.불의 검기가 발사하며 주변에서 달려드는 적들의 몸을 공격했다.검기가 무자비하게 그들의 몸을 관통할 때마다 핏방울이 사방에 튕기고 실력이 약한 부하들은 바로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애송이 무술인들은 그의 검기를 막을 수 없었다.“검의, 이미 검의의 뜻을 깨달았어.”야달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말로만 듣던 전설의 무공을 현생에서 깨
촤악.차가운 빛과 함께 차명수가 금 원소의 능력으로 겉에 두르고 있던 보호막은 절반으로 갈라졌고, 동시에 넘쳐난 검기가 그의 복부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검에 베인 곳에서는 피가 미친듯이 흘러나왔는데, 이건 그가 이 10년 내에 처음 입은 상처였다. 그것도 늘 자부심 넘치던 몸에 말이다."괴물 새끼..."이 모습을 본 야달은 침을 꿀꺽 삼킨 뒤, 겁에 질려 욕을 하고는 바람 원소의 능력을 끌어올려 급히 밖으로 도망쳤다. '간단한 건 줄 알았는데, 죽게 생겼잖아!'슉!그러나 얼마 가지 못하고 염구준이 휘두른 검기에 맞아 쓰러졌다. 그가 쓰러진 모습을 본 염구준은 상대방이 살아있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바로 바깥으로 뛰어나갔다.한편, 염구준에게 크게 당한 흑풍 존주는 기회를 틈타 윤씨 가문에서 도망쳐 나와 때때로 뒤를 돌아보면서 비틀거리며 도망쳤다.비록 그는 전투력이 강하지 않았지만 도망치는 거로는 세상에서 제일 으뜸이었다."쿨럭!""음흉한 자식, 거짓 소식을 퍼트려서 날 속이다니."흑풍 존주는 피를 토하며 욕을 읊조렸다.이제서야 염구준이 붉은 영지를 경매할 때부터 자신에게 함정을 팠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이 기운은... 벌써 쫓아왔구나!'흑풍 존주는 어마어마한 살기에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다시 달렸다.잠시 후 흑풍이 머물렀던 곳에 도착한 염구준은 땅 위의 핏자국을 발견했다."피? 얼마 못 도망가겠네."말을 마치며 그는 앞으로 달렸고, 빠르게 모습을 감췄다.몇 개의 거리를 쫓아 그는 검은 두루마기를 두른 사람을 발견했다. 신법이 좋지 않아 보이긴 했으나 느껴지는 기운이 흑풍 존주의 것이었기에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발에 힘을 주어 재빨리 앞으로 달려갔다.그는 흑풍 존주처럼 보이는 사람의 뒷모습을 향해 손으로 검기를 만들어서 날렸다.죽이려고 날린 건 아니었다. 그저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 상대방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 날린 것이었다."끄악!"그러나 상대방은 검기에 맞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이걸로
이때, 한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나 흑풍 존주의 앞을 막았다."하하, 1호, 네가 직접 올 줄은 몰랐는데."흑풍 존주는 눈앞의 개조 로봇을 보고 크게 기뻐했다.사실 천약산시에 진입했을 때부터 흑풍 존주는 이미 퇴로를 확보했었다.염구준과의 싸움에서 너무 많이 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매번 계획을 세울 때마다 퇴로를 꼭 확보했다. "얼른 갑시다. 이곳은 용하국이니 오래 있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1호가 재촉했다."그래."흑풍 존주는 연거푸 고개를 끄덕이며 해안가를 향해 걸어갔다.'바다까지 나가면 나도 안전하겠지.'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슉!그러나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가 질주해 왔는데, 속도가 끔찍할 정도로 빨라서 공기를 가르는 소리까지 들렸다."1호, 누군가가 쫓아왔다."이를 알아차린 개조 로봇 중 하나가 바로 보고했다."너희들은 가서 저 사람을 막고 흑풍 님은 저를 따라오세요." 1호는 지금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을 얘기했다.그들은 모두 개조 로봇들이라 감정이 없어서 데이터만 따랐다."알겠다. 출발하자."기계음과 함께 여덟 명의 개조 로봇들이 전부 염구준을 향해 달려갔다. '하여튼 끈질긴 새끼.'흑풍 존주의 기분은 금세 가라앉았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흑풍, 너 이 자식, 거기 서!"염구준은 눈 앞의 쥐새끼를 잡기 위해 소리를 지르며 속도를 극대치로 끌어올렸으나, 그가 부두에 들어서자마자 여덟 명의 개조 로봇들이 앞길을 가로막았다. "고철 덩어리들이!"이에 염구준은 욕설을 퍼부으며 90 센티미터의 청봉을 꽉 잡고 곧장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그들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염구준은 바로 강한 위력이 담긴 검초를 쓰며 한 방에 두 개조 로봇을 쓰러뜨렸다."상대방의 실력이 너무 강하니 자폭 프로그램을 가동한다!"이에 나머지 여섯 명의 개조 로봇들은 눈에서 붉은 빛을 번쩍이면서 입을 열었다. '또 자폭이네.'염구준은 검으로 그들의 에너지가 담긴 가슴을 찌르며 순식
"후."염구준은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탁한 숨을 뱉어낸 후 힘에 부쳐 바닥에 쓰러진 채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젠장. 또 놓쳤네."연이은 싸움에서 위력이 강한 검술을 너무 많이 쓴 탓에 몸에 부담이 있었지만 이번에 천약산시 방문을 통해 오른팔도 회복되고, 경지도 한 단계 더 발전했으니 힘든 것쯤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잠시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다를 바라보며 주작에게 천약산시의 해역에서 경외 잠수함을 발견했으니 빨리 와서 찾아보라는 메세지를 보냈다.그러나 그도 큰 희망을 품지 않았다. 잠수함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렇게 문자를 보낸 것도 그저 한 번 해보자는 마음에서였다.문자를 보낸 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기도 전에, 초상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지시한대로 윤씨 가문의 저택을 포위했는데, 이제 어떻게 할까?""곧 갈 테니까 제자리에서 대기해."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바로 되돌아갔다.흑풍 존주는 도망쳤지만 윤씨 가문의 일은 처리해야 했다."도망쳐나온 사람들은 전부 붙잡았어."초상비는 염구준을 보자마자 급히 앞으로 걸어가 보고했다."잘했어. 너도 이제 정식으로 우리 쪽 사람이야."염구준은 상대방의 어깨에 손을 얹고 칭찬했다.얼마전의 싸움에서 윤씨 가문의 정예들 중 대부분이 염구준에 의해 중상을 입거나 참살되어 거의 불구인 상태였다."들어가보자."염구준은 손을 저으며 10여 명의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갔다.'이제 다 끝내야지.'"염구준이다! 빨리 도망쳐!"저택 안에 있던 윤씨 가문의 일꾼들, 가족들은 염구준을 보자마자 귀신이라도 본 듯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도망쳤다.이 모습을 본 염구준은 너무 억울했다. 천약산시에 와서 부터 한 번도 아무 죄도 없는 윤씨 가문 사람한테는 손 댄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가 때린 건 다 맞을만한 사람들이었다.허둥지둥하는 뭇사람들을 보며 그는 윤성호가 가문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나쁜 말을 했을 거라고 확신했다."거기, 이리 와 봐." 염구준이 앞에 있던 윤씨 가문의 사람 중 한 명을
"기범아, 한 가지 약속해 줄래?"상처가 너무 심해서 아무리 치료해도 호전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윤성호는 아예 치료하기를 포기했다."응, 뭐든지 말만 해." 지금 상황이 매우 나쁘다는 걸 알았기에 윤기범도 더 이상 예전의 철없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윤성호는 상대방을 바라보며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마지막에 어떻게 죽었든 절대로 복수하면 안 돼."가문을 배신하고, 강한 적까지 만든 상황에 그는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아니, 아니야, 아빠가 왜 죽겠어..."윤기범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부짖었다. "약속해!"이에 윤성호는 두 손으로 상대방의 머리를 잡고 소리 질렀다. 사실 죽음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미 사업을 하기 시작할 때부터 죽을 각오는 충분히 해뒀었다.하지만 윤기범은 자신이 살아남기를 바란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당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응!"윤기범은 머리가 하얘져서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서 왜 그랬니?" 이때, 옆방에서 늙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윤대약이 복화술로 윤성호에게 말을 건 것이었다."죄송해요, 아버지. 아버지를 다치게 할 생각은 정말 없었어요."윤성호는 석실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후회했다.야망을 위해 부자지간의 정도 생각하지 않았던 자신이 너무 멍청했다."너를 탓하지는 않아. 다만,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어떻게 제대로 처리할지나 생각해보렴." 윤대약의 목소리에는 실망감이 어려있었다.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매우 아팠다."이제 방법이 없어요. 아버지, 기범이가 나중에 무술을 배우지 않게 해주세요. 그리고 잘 돌봐주시고요."윤성호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오늘이 지나면 염구준이 그를 찾아 결판을 내지 않더라도 윤씨 가문 사람들이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일이 모두 발각되어 사람들의 분노를 샀으니 그에게는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숨을 곳도 없었다.저벅저벅.
"절 정말로 죽이려고 했는데 당연히 그거로는 안되죠. 만약 제가 강하지 않았더라면 전 이미 죽었을 겁니다.""그리고 흑풍 존주와 손을 잡았던 사람들은 모두 죽어야 합니다."염구준이 단호하게 말했다. 자신을 죽이려던 사람을 살려둘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그건... 다 내가 잘못 키운 탓이니 내 목숨으로 대신 갚을게."윤대약이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윤성호가 뭘했든 결국엔 자신의 아들이었으니.염구준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천천히 검을 들었고 검기를 내뿜었다."비켜요, 이 일은 당신이랑 무관하니까. 저는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요."두 사람이 칼을 겨누고 있을 때, 윤성호가 벌떡 일어서더니 한 통의 약물을 대동맥에 주입하였다.약물을 주입하자마자 그의 눈은 붉어졌고, 내뿜는 기운 역시 광야의 기운으로 바뀌었다. "저건 미친 짐승의 약물!"윤대약은 놀라서 큰 소리로 외치고는 윤기범을 잡고 한쪽으로 물러섰다.이건 그가 사람들을 이끌고 개발한 약물이었기에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약물을 주입하면 잠시 짐승의 힘을 얻을 수 있지만 점차 이성을 잃게 되고 3분 뒤에는 몸이 힘을 견디지 못해 죽을 수밖에 없었다. "죽인다."동물화된 윤성호는 갈라진 목소리로 짧게 외친 후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남은 이성이 그에게 3분 안에 속전속결해야 한다고 알려주었기 때문이다."너희들은 먼저 물러서!"염구준은 명령을 내리고는 검을 들고 마찬가지로 상대방을 향해 돌진했다.상대방이 뿜어내는 기운이 너무 강해서 그도 무시할 수 없었다.챙챙!염구준이 연속 세 번을 베었지만 강철에 부딪친 것처럼 맑은 소리만 났고, 조금의 혈흔만을 남겼을 뿐이었다. 목숨으로 바꾼 3분 동안의 실력은 좀 터무니 없이 강했다."우우!"윤성호가 다시 한번 짐승처럼 소리를 지르자 그의 두 손에서 검은 손톱이 뾰족하게 자라났다.그는 곧바로 염구준의 얼굴을 향해 손을 휘저었고, 공세 역시 무척 강했으나 모두 정말 짐승이
잔뜩 겁에 질린 매니저는 찍 소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도망쳤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그때 청년이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저주할 거야. 청목 존주도 저주할 것이다.”청목 존주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염구준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뇌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적의 적은 또 말이 달랐다.염구준 일행은 남극 빙원에 있는 청목의 행적을 모르고 있으니 안내자가 있다면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다.그가 작은 소리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시간 됐다. 죽어!”우두머리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칼을 높이 들었다.바로 그때 모든 전등이 꺼졌다.갑자기 어두워지자 홀에 비명이 쏟아지고 서로 밀치고 도망치느라 난장판이 되었다.“도망쳐! 살인이야!”누가 고함을 지르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아아악!”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피바다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몰랐다.옆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느라 정신없어서 누가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염구준 일행은 야간 투시경을 끼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홀에서 나왔다.계획은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백호는 어깨에 청년을 메고 도망쳤다.“CCTV를 피해서 객실로 돌아가자.”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구한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했다.아니면 저들이 쫓아오는 날에 일이 더 귀찮아질 것이다.“네.”백호는 혹시나 들통날까 봐 커다란 캐리어를 찾아 젊은이를 집어넣었다.객실에 돌아온 후, 염구준은 잠든 청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녀석이 있으면 남극 빙원에서 길을 헤매고 다니지 않겠지.’
“두 가지 선택을 줄게. 여기서 죽거나 바다에 뛰어내려서 헤엄쳐 가.”듣다 못한 노인이 언성을 높였다.“여긴 용하국의 해역이다. 너희들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없다.”“아니지. 1분 전에 용하국을 벗어났어.”우두머리가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체크했다.“시간이 많지 않아. 5분 줄 테니까 대답해.”장난치는 게 아니라 시간이 되면 진짜 말한 대로 할 것이다.청년과 노인은 상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속만 끙끙 앓았다.“3분 됐어.”우두머리는 계속 시간을 말해주었다.참다 못한 노인이 따져보려고 입을 열었다.“너희들… 컥!”말을 꺼내기 전에 노인의 머리가 멀리 날아갔다.일행의 살의는 생각보다 강했다.“쓸데없는 소리 지껄이라고 했어?”우두머리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발로 툭툭 찼다.단진무성 초기에 도달한 무술인이었다.기운만 봐도 우두머리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아저씨!”청년은 머리 없는 시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울음을 터트렸다.“사람을 죽였어!”파티를 즐기던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기겁하는 소리를 지르며 흩어졌다.피범벅이 된 살인 현장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누가 감히 천랑성호에서 살인을 저질러?”살인 사건이 터지자 매니저가 경호원들을 데리고 현장에 나타났다.“왜 청목 존주님의 일에 너희들이 끼어들어?”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청목 존주님?’청목 존주란 이름은 전에 들어본 적 없었지만 최근에 용하국에 이름이 자자했다.유람선을 운영하는 매니저는 혹시나 부딪칠까 걱정했는데 하필 오늘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형님들 마음대로 하세요.”
승무원은 초면인 사람에게 더 건방지게 굴었다.“거지 같은 파티에 티켓 없으면 들어갈 방법이 없나?”염구준은 믿지 않았다.금전을 숭상하는 유람선에서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한 사람당 티켓 200만 원 내면 들여보낼게. 그럴 돈이 있어?”승무원이 의기양양한 말투로 물었다.몇 시간밖에 안 되는 파티에 200만 원이라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하. 생각보다 싸네. 7장 줘.”염구준은 돈 뭉치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그가 돈 뭉치를 던질 줄은 생각도 못했는지 승무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뭘 봐? 이건 돈이 아니야?”염구준은 큰소리치며 전혀 체면을 주지 않았다.‘사람이 서로 존중해야지 때리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이 봐준 줄 알아.’큰소리에 깜짝 놀란 승무원이 꽥하고 소리질렀다.“안 돼. 차림새가 너무 촌스러워!”그녀는 트집잡기 선수였다.방금 금목걸이에 모피를 걸친 사람도 들여보냈는데 염구준 일행은 안된다고 잡아뗐다.원래 문지기 개는 주인보다 사나운 법이었다.“매니저 어디 있어? 얘기 좀 해야겠어.”염구준은 승무원과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경호원, 누가 소란을 피워요. 빨리 오세요!”오히려 승무원이 적하반장으로 저쪽을 보며 소리질렀다.이 일이 매니저에게 알려지면 바로 쫓겨나게 되니 절대 만나게 하면 안 되었다.“이 사람들 잡아서 쫓아내세요.”20명 넘는 경호원이 나타나자마자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달려들었다.쓸데없는 말을 하기보다 사람을 잡는 게 더 확실하다고 생각했다.쿵!그때 주작이 기운을 펼치며 달려오는 경호원들을 전부 튕겨버렸다.“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 무슨 싸움을 하겠다고. 너희들 목숨줄이 그렇게 길어?”아무리 간이 부어도 상대가 누군지 보면서 덤벼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문외한들은 무술에 대해 모르니 경호원들이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그때 함성 소리와 함께 승무원 옷을 입은 꺽다리가 나타났다.“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매니저님, 이 사람들 행패
“이쪽은 가짜, 저쪽은 진짜예요. 됐죠? 당신들은 나가세요.”승무원의 태도는 반감을 살 정도로 불쾌했다.염구준은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나머지 6명은 절대 참을 수 없었다.“우리 티켓이 가짜라면 말없이 나갈 수 있어요. 근데 그쪽 태도가 영 마음에 안 들어요.”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흥, 불만이세요? 여기서 내 말이 법이에요.”승무원이 표독스럽게 대꾸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산 사람들에게 아예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촥촥!보다 못한 주작이 바로 승무원에게 싸대기를 날렸다.“네가 뭔데?”감히 보스 앞에서 법을 내세우다니 참을 수가 없었다.승무원은 오랫동안 근무했지만 이렇게 폭력적인 상황은 처음이라 어리둥절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사는 주제에 감히 자신의 뺨을 맞은 것이 억울해 바로 전기봉을 들었다.“미친년, 방금 날 때렸어?”탁!하지만 내려치기 전에 전기봉이 주작의 손에서 두 동강이 났다.이어서 묻지마 폭행이 이어졌다.“주둥이를 확 찢어버릴라. 방금 뭐라고 했어?”“아가씨, 잘못했어요. 너무 아파요!”승무원이 비명을 질렀다.“저년 바다에 처넣자. 아니면 귀찮아져.”옆에서 백호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멍청한 말을 꺼냈다.그 말에 승무원은 물론 옆에 있던 모녀까지 벌벌 떨었다.눈도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바다에 처넣다는 말에 단단히 겁을 먹었다.“아니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안목이 없어서 무례를 범했습니다. 당신들 티켓은 진짜예요.”승무원은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사정했다.“만약 귀찮게 일을 벌리면 바로 물고기 먹이가 될 줄 알아. 꺼져!”염구준은 살기를 뿜으며 승무원에게 겁을 주었다.만약 복수한다고 사람을 부른다면 일이 귀찮아지게 될 것이다.“절대 안 그럴게요. 절대요.”제대로 겁먹은 승무원은 네 발로 기어서 도망갔다.“따… 딸아. 우리 그냥 티켓 다시 사자.”아주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딸에게 말했다.염구준 일행은 겉보기에 선한 얼굴이지만 화가 나면 저승사자 같아서 괜히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잠깐
“저기요. 뭐 좀…”“아는 척하지 마세요. 차림새를 봐.”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젊은 승무원에게 무시를 당했다.‘작전을 위해서 참자.’현무는 억지로 웃으면서 물었다.“9527호실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그들 일행은 일련번호가 찍힌 티켓을 들고 있어 방 한 칸만 찾으면 되었다.“몰라요.”승무원은 눈을 흘기며 으리으리하게 차려 입은 남자에게 달려갔다.“고객님, 천랑성호에 탑승한 것을 환영합니다. 원하는 서비스가 있을까요?”고급진 장소일수록 인간의 본성이 드러났다.그 모습을 지켜본 현무는 열 자리 이상 숫자인 통장 잔고를 승무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무시당하는 기분이 정말 불쾌했다.“한 사람 한 층씩 찾아.”염구준은 이어폰으로 객실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다.이번 작전에서 첫 명령이었다.“네. 알겠습니다.”일행은 작전 명령이라 여기고 빠른 걸음으로 객실을 찾으러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폰에서 말소리가 들렸다.“찾았어요. 3층 중간 방입니다.”객실에 도착한 후, 염구준은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짧은 회의를 열었다.“이번 작전은 아주 위험해. 내가 반천인 경지 개조 로봇을 봤어. 그러니까 방심하지 말고 불필요한 상황에서 절대 나서지 마. 만약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면 주작을 찾아서 분장한 다음에 나가. 알겠지?”엄숙한 표정으로 짧게 설명하던 염구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이번 여행을 즐기자. 유람선에서 비용은 내가 다 쏜다.”그 말에 다들 눈을 반짝였다.“형님 만세! 벌써 신나요.”세계 유람이라도 다들 비용을 낼 형편은 되었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비용을 낸다면 기분이 달랐다.똑똑!다들 기뻐할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음식을 주문하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유람선에서 누가 찾아왔는지 어리둥절했다.염구준이 일어서 문을 열자 낯선 모녀가 밖에 서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휴, 당신들 우리 열쇠를 훔치고 우리가 예약한 방에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라니요?”아주머니의 눈길을 보니 당장이라도
“하하, 이겼다.”얼마나 많은 수를 무르고서야 할아버지는 이겼다고 아이처럼 기뻐하셨다.이렇게 특이한 방식으로 진 적은 없지만 번마다 이길 때면 엄청 좋아하셨다.단지내에서 염구준만 이 할아버지와 장기를 두었다.“대단하세요.”염구준은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올렸다.자신의 분수를 지킬 줄 아는 노인들은 모두 좋은 대우를 받길 바랐다.지잉-전신전에서 연락이 오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어르신,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얼른 가. 일이 중요하지.”할아버지는 장기판을 보며 기쁨을 만끽했다.염구준은 자료를 보면서 집으로 달려갔다.“국주님, 놈들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지금 남극 빙원에 있어요. 구체적인 위치는 아직 모르겠고 놈들의 수법이 은밀해서 빼앗은 로봇을 모두 여러 갈래로 운반하고 있어요.”남극 빙원은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기후가 악랄하고 환경이 복잡한 데다 수많은 세력들이 잠복해 있었다.아직까지 통제할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은 탓이다.몇 년 전만 해도 그곳의 기후가 매우 낮아 누구도 살지 않았었다.그런데 최근,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방한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수많은 조직과 세력들이 그곳에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하지만 아직까지 치안이 혼란스럽고 주먹이 센 사람이 통치는 바람에 곳곳에 위험이 도사렸다.염구준은 자료를 살펴보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정영팀은 신속하게 청해로 온다. 위장을 잘하고 절대 행적이 드러나면 안 된다.]이번 작전에 대해 대략적인 계획을 세운 후, 집에 돌아와 손가을에게 말하고 그날 저녁에 청해 부두로 향했다.장모님인 진숙영에게 은밀히 고수들을 붙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신비한 클럽은 인간 세상에서 증발할 것처럼 사라져서 골치가 아팠다.하지만 국정이 급선무인 지금 청목을 먼저 해결해야 했다.염구준이 부두에 도착했을 때 백호, 주작, 현무 그리고 세 명의 전왕이 기다리고 있었다.그들 모두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큰 가방을 들고 있었다.“주… 염 선생님!”여섯 사람은 염구준에게 다가와 깍듯하
“주작. 천목 시스템을 가동해. 내가 구체적인 좌표를 보내줄 테니까 그 해역의 화물선을 주시해.”“백호. 7인 정예팀을 선발해서 잠시 내 명을 대기하고 있어.”“현무, 한 달 사용할 최첨단 무기를 준비해.”“청룡, 넌 전신전을 지키고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염구준이 지시를 내릴 때 누구도 농담하지 않고 불평하는 사람도 없었다.“네.”임무를 내린 후, 염구준은 한마디를 남기고 청해로 돌아갔다.“송 가주와 국주가 상의하는 동안 누가 방해를 한다면 바로 죽이러 올 것이다.”염구준의 말에 외부인들은 바로 속셈을 거두었다.이어서 송씨 가문은 절반 주식을 국주에게 담보로 내놓고 보호를 받았다.국주가 내세운 조건은 송씨 가문이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생길 때 다시 주식을 돌려주는 것이었다.중요한 임무를 맡은 송현우는 지금 상황에서 반천인 경지와 싸울 수 있는 유력한 후계자였다.송명호 일가는 더는 송 가주를 방해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족보에서 쫓겨났다.그를 지지했던 세력들은 자발적으로 돈으로 배상하고 평화를 유지했다.송씨 가문의 세력이 대폭 하락하니 이러는 수밖에 없었다.청해로 돌아온 염구준은 손가을이 잘 관리한 덕에 편히 지낼 수 있었다.“구준이 왔어?”그를 제일 먼저 맞이한 사람은 방금 기도를 마친 진숙영이었다.최근 신비한 클럽이 감쪽같이 사라진 바람에 그녀는 갈 곳이 없어 집에만 있었다.“장모님.”염구준이 뭐라고 하기 전에 진숙영은 또 속으로 중얼거리며 기도했다.“아빠.”인기척을 듣고 나온 염희주가 활짝 웃으면서 두 팔을 벌리고 다가갔다.“그래.”‘귀여운 녀석, 어쩜 이리 애교가 많을까. 며칠을 못 봤더니 또 키가 컸네.’염구준은 대답하면서 딸을 뻔쩍 들어올렸다.딸을 보는 그의 눈에서 꿀이 떨어질 것 같았다.“저러다 신선이 되겠어요.”염희주는 진숙영을 힐끔 보면서 염구준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그런 말하면 못 써.”염구준이 바로 말렸다.어른들의 일에 아이가 끼어드는 것과 함부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아빠
송씨 가문의 절반 재산은 천문학적인 숫자인데 그것을 단호하게 거절하다니 생신을 축하하러 온 손님들이 당황했다.“제가 어리석었습니다. 부디 염 선생이 말씀해 주시죠.”송 가주는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국주한테 가서 얘기하면 아마 기꺼이 도와줄 겁니다.”염구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송 가주는 그제야 깨달은 듯 허벅지를 탁 쳤다.솔직히 말해서 염구준도 절반 재산을 갖고 싶었다.하지만 손씨 그룹에 비해 용하에서 더 필요할 것 같아서 거절한 것이다.이 정도 대의는 갖추고 있었다.“가주님, 큰일 났습니다.”두 사람 대화할 때 한 남자가 허겁지겁 달려왔다.“얼른 말해. 이것보다 더 나쁜 상황이 있냐?”송 가주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과감하게 말했다.“저희가 해외에 수출한 로봇 화물선이 습격당했어요. 거기에 나무 표식이 있었습니다.”그 사람은 재빨리 다가가 태블릿을 보여줬다.확인하던 송 가주가 두 눈을 부릅떴다.“염 선생. 이거 진짜 큰일 났습니다.”송 가주는 태블릿을 빼앗아 염구준에게 걸어갔다.이번에야말로 진짜 큰일이 벌어졌다.염구준은 힐끗 쳐다보려 했으나 태블릿에 시선을 고정하고 말았다.“젠장. 이건 노골적으로 도발하는 겁니다.”옆 사람들은 방금 싸울 때도 이렇게 화내지 않았는데 반천인 고수가 화난 모습을 보니 등골이 오싹했다.태블릿에 뜬 메시지에 몇 글자과 사진 2장만 보였다.내용은 이랬다.[먼저 송씨 가문을 도륙하고 용하국을 주살한다.]사진 한 장에 검정색 나뭇잎이 찍혀 있고 다른 한 장에는 청색 나뭇잎이 찍혀 있었다.그것은 분명히 떠돌이 7인조에서 흑풍과 청목을 가리키고, 두 사람이 송씨 가문과 용하를 상대하겠다는 뜻이었다.용하국에서 송씨 가문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염구준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용하를 건드린다면 상의할 여지없이 싸워야 했다.“염 선생,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요?”송 가주는 마땅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지금 폐인이 되어서 아무리 훌륭한 계략을 짜도 실력이 받쳐주지 않았다.
“이제 좀 재미있네.”그는 두 손으로 검을 잡고 공격할 태세를 잡았다.송현우의 검의가 얼마나 강한지 엄청 기대되었다.승부는 금방 갈리고 구경군들은 두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봤다.필경 마지막 공격으로 모든 사람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매화검법. 쇄산!”먼저 기운을 축적한 염구준이 검을 들고 공격했다.송현우의 검의는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게다가 고씨 선조들이 남긴 시구를 본 이후로 염구준이 초식을 조금 바꾸었는데도 무궁무진한 힘을 발산했다.“죽어라!”그때 맞은편에서 송명호도 패왕창을 들고 공격했다.염구준의 기운을 감지하고 본인이 졌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하면서 공격한 것이다.예를 들면 갑자기 염구준이 심장병이 발작한다든가.쿵!칼끝과 창끝이 부딪치면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폭발했다.강력한 위력에 송명호는 저항하지 못하고 패왕창을 든 채로 뒤로 튕겼다.한마디로 말해서 한 초식도 감당해지 못하는 패배자였다.싸움이 드디어 끝났다.이 결과는 모두 예상하지 못했다.조금은 어느 정도 싸우다 체력이 소모되었을 때 주변에서 습격하려고 했는데 이젠 망상이 되어버렸다.염구준은 검과 주변의 검기를 거두었다.“4할 전력이 남았어요. 도전할 분 계신가요?”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패기 있게 말했다.“…”송명호 일가는 도전해도 볼품없이 패배할 텐데, 도전은 개뿔이라고 속으로 욕했다.“투항하겠습니다.”그때 누가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한 사람이 시작하자 나머지 사람들도 잇달아 투항했다.우두머리인 송명호가 죽은 이상 계속 대항할 이유가 없었다.투항하면 적어도 목숨은 건질 수 있지 않은가.상황이 전환되어 송 가주 일가가 승리했다.“할아버지, 아버지.”송청연이 외치며 앞으로 달려갔다.“난 괜찮다.”송 가주는 부축임을 받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역전승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염구준의 앞에 다가간 그는 무릎을 꿇었다.“염 선생, 살려줘서 고맙습니다.”“염 선생, 감사합니다.”송 가주 일가 모두 무릎을 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