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노인은 가끔 아이처럼 달래야 했다.“진작에 준비했죠. 영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이제마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붉은 영지를 받은 이제마가 두 눈을 부릅뜨면서 화를 냈다.“구액도성을 발랐네. 정말 지독한 놈들이군요.”“독성이 강해요?”염구준은 처음으로 듣는 이름이라 호기심이 발동했다.“그럼요.”이제마가 방어복을 입더니 영지 조각을 가공하며 설명했다.“이 독은 바로 목구멍을 봉해서 사람을 죽여요. 만약 실수로 먹었다면 몇 분은 버틸 수 있어요. 제련 방법이 매우 번거롭죠. 한 마리 비둘기를 특수한 방법으로 체액을 추출하고 마지막으로 얻은 10방울 액체에 독이 있거든요.”“한 방울이라도 강물에 떨구면 한 도시 사람을 죽일 정도로 독성이 공포스럽다는 전설도 있어요. 전에 본 양식은 독성이 거의 발휘했지만 조금만 사용했는데도 성체 코끼리를 단번에 죽였어요.”“근데 이런 비둘기는 이미 멸종했는데 어디서 찾아낸 거죠?”염구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많은 심혈을 기울였는데 결국은 폐품을 얻었다.“독이 있다면서 뭘 하세요?”염구준이 조급해하자 이제마가 마음이 풀리는지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었다.“허허. 뭐가 두려워요? 아직 쌍두 성뱀의 가루가 두 병이나 있잖아요.”하지만 쌍두 성뱀과 비둘기는 희귀 동물이라 자신이 없었다.“정말 쓸모가 있어요?”“있겠죠.”염구준의 질문에 돌아온 것은 모호한 대답이었다.자칫하다 팔은커녕 목숨까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다 준비되었어요. 치료할지 말지는 당신이 결정하세요.”이제마가 쳐다보며 물었다.“선생님 치료 방법부터 말씀하세요.”떳떳한 신의에게 전혀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워낙 중요한 사안이라 이제마는 화를 가라앉히고 열심히 설명했다.“구액도성의 독성은 매우 강하지만 90% 치료할 자신이 있어요. 중요한 것은 세 가지 보험이죠.”“첫째, 은침으로 혈과 경맥을 막아서 피가 흐르는 것을 막을 거예요. 두 번째는 역린 가루 두 병으로 수액을 놓을게요. 세 번째는 반천인 실력과 강력한 체력은
역린 가루로 모든 독소를 제거할 수 없지만 나머지 독소는 목숨에 위협되지 않았다.그래도 긴장을 놓치지 않고 돌발 상황을 대비했다.약의 용량이 점점 늘어나자 독소가 축적되어 드디어 상황이 발생했다.역린으로 해독할 수 있지만 양이 적어 더 이상 막을 수 없게 되었다.독소가 점점 위로 올라 관절까지 도달했다.염구준은 기운으로 모든 세포를 강화하여 필사적으로 독소를 막았다.‘엄청난 독이야. 기운을 소모하고 있어.”그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이제마가 다칠까 봐 불의 원소를 사용하지 않았다.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이제마의 목소리가 들렸다.“됐습니다. 먼저 독소를 연화하세요. 그럼 외부 상처를 치료하는 건 문제없어요.”염구준은 파손된 경맥이 회복되는 것이 느꼈다.하지만 독소는 여전히 횡포를 부렸다.복인지 화인지 아직 단정하기 어려웠다.“아아악!”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는 동시에 전체 팔이 화염으로 휩싸였다.팔 관절의 장벽이 독소를 밀어서 손바닥까지 몰아냈다.강한 힘에 연화한 구액도성은 검은 연기가 되어 팔뚝을 뚫고 나오자마자 화염에 활활 타버렸다.그때 일부러 밖에 있는 사람들이 들리게 비참한 비명을 질렀다.“전주님, 비명소리가 너무 과하십니다.”이제마는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해서 비명소리만 들어도 고통의 정도를 알 수 있었다.그 말을 들은 염구준은 바로 멈추고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너무 아픈 것도 아니에요. 그냥 한번 해본 거예요.”“내가 아프게 도와줄까요?”“아니, 됐어요.”하지만 이제마는 듣는 척도 하지 않고 은침을 그의 몸에 박았다.염구준은 순식간에 강해지는 반면 팔의 통증도 점점 격렬해지는 것을 느꼈다.“아프잖아요!”극심한 고통을 참지 못하고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아아악!”닫힌 수술실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리자 밖에서 대기하던 사람들이 흠칫 놀랐다.소리만 들어도 얼마나 아픈지 느낄 수 있었다.30분 뒤에 비명소리가 멈추고 이제마가 허탈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신의님, 형님은 어떻게 되었습니까?”붕대를
괜찮아요, 내가 죽지 않는 한 그놈들이 용준영을 어쩌지 못해요.”어떤 일들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 모두 그의 계획 대로 진행되었다.한쪽 팔을 잃었다는 소문이 퍼지면 윤성호의 최종 계획도 곧 시작할 것이다.그가 영지에 이런 맹독을 사용했다는 것은 작정하고 그를 죽인다는 것을 설명한다.“잔꾀가 많은 놈들은 다 속이 시커멓군요.”이제마는 염구준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더는 말하지 않고 남은 약들 집어들었다.“마지막으로 약을 바를게요. 양이 조금 많으니까 조금만 더 버티세요.”“얼마든지요.”염구준은 팔을 감싼 화염을 거두고 장벽을 다시 관절 쪽으로 옮겼다.잠깐 사이에 팔의 경맥이 거의 회복되어 곧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느꼈다.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은 후, 염구준은 계속 독소를 연화하는 동시에 오른팔을 단련했다.이미 경험해서 이번에 조금 참을만했다.수술실은 다시 침묵이 흘렀다.하지만 밖은 난리도 아니었다.염구준이 중독되어서 팔을 잃었다는 소식이 퍼지고 용준영이 수십 명 부하들을 데리고 윤씨 가문에 쳐들어갔다.“윤성호. 비열하게 독을 쓰다니 당장 나오지 못해?”소란을 일으키는 사람에게 윤씨 가문도 만만치 않게 대항했다.곳곳에서 수백 명 사람들을 불러 용준영을 포위한 것이다.하지만 용준영이 지금 열받은 상태라 상대방 수가 아무리 많아도 두렵지 않았다.“용준영. 뭐하는 거냐?”“뭐 하냐고? 너희들이 경매한 붉은 영지에 독약이 묻어 있었어. 강호의 의리가 있긴 하냐?”용준영이 분노한 사자처럼 포효했다.“말을 함부로 해서 우리를 모함하지 마. 그 영지는 전우철에게 팔았어. 무슨 일이 생기면 전우철한테 찾아가.”윤성호가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하하. 전우철은 독살당해서 이미 죽었어. 아무리 멍청이라도 자결할 정도는 아니거든.”용준영은 틀림없이 윤씨 가문의 짓이라고 단정했다.그러자 윤성호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래서 뭐?”“네 왼쪽 팔을 대가로 형님한테 바쳐.”용준영이 손가락을 들어 상대방의 팔을 가리켰
“흑풍 존주님, 일이 절반은 성사되었습니다. 구액도성도 염구준을 살리지 못해서 팔 한쪽을 잃어버렸다네요.”윤성호가 환희에 찬 소리로 말했다.계획이 호전되어서 너무 기뻤다.“역시 강한 자는 쉽게 죽지 않네요.”“팔을 한쪽 망가트린 것만해도 대단한 거죠.”“이 소식 확실합니까?”흑풍은 겉으로 웃었지만 소심한 성격이라 한마디 덧붙였다.이유는 염구준에게 너무 당해서 상대방을 이길 수 없다는 두려움이 생겼기 때문이다.윤성호가 보고 받았던 내용과 용준영이 방금 찾아와 행패를 부린 것까지 전부 말했다.그 정보에 어떤 의문점도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나서야 믿었다.흑풍이 생각에 잠겨 잠시 서성거리다가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진짜군요.”염구준이 중상을 입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이 참에 목숨을 노려서 옥패를 가지려고 생각했다.“이제부터 어떻게 하죠?”윤성호가 질문을 던졌다.“힘을 모아서 그놈을 죽여야죠. 난 옥패를 얻고 성호 씨는 손씨 그룹을 손에 넣는 것을 돕겠습니다.”흑풍은 염구준을 죽일 뿐만 아니라 어떻게 장물을 나눌 것까지 생각했다.“우리 둘이서요?”윤성호는 입꼬리를 꿈틀거리며 손가락으로 두 사람을 오가며 가리켰다.아무리 이빨 빠진 호랑이라도 여전히 맹수다.“윤씨 가문에서 강호 고수들에게 인정을 많이 베풀었는데 반천인 고수에 도달한 조력자를 찾는 건 어렵지 않잖아요.”흑풍이 말을 돌렸다.“하. 개나 소나 반천인 고수인 것도 아니고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없어요.”윤성호는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그러자 흑풍의 눈가에 간사한 빛이 스쳤다.“현금손 야달과 폐렴쟁이 차명수 모두 윤씨 가문에 빚을 졌잖아요. 한마디만 해도 도와줄 겁니다.”두 사람은 강호에서 항상 선과 악을 잘 구분하며 겸손하게 지내고 있고 실력은 이미 반천인 경지에 도달했다.야달의 두 주먹은 강하고 단단하여 암기를 잘 다룬다.차명수는 기운으로 육신을 단련하여 방어력이 막강했다.윤성호가 그의 의도를 간파하고 질문했다.“안 되는
염구준과 이미 원한을 맺었으니 반드시 죽일 것이다.“문제없습니다.”흑풍이 흔쾌히 대답했다.반천인 고수 네 명이면 충분히 중상을 입은 염구준을 상대할 수 있다 여겼다.상의를 마치고 윤성호가 펜과 종이를 꺼내 초대장을 썼다.용준영이 그의 손에 있는 이상 염구준이 반드시 구하러 올 거라 믿었다.천약산시 자사, 임시 수술실.이제마가 붕대를 뜯고 약 찌거기를 깨끗이 제거한 후 자세히 살펴보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예상보다 잘 회복하고 있군요.”염구준이 주먹을 불끈 쥐면서 힘을 써보더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오른팔의 힘이 전성시기보다 훨씬 강해졌다.“이 팔이라면 검의를 전부 견딜 수 있어요.”염구준은 강력한 힘을 느끼며 말했다.검에 양날이 있다. 잘 사용하면 적을 무찌르고 잘못 사용하면 본인이 다치기에 강인한 체력이 없다면 파괴력이 어마어마한 검기를 다를 수 없다.염구준은 오른팔에 붕대를 감아 목에 걸고 수술실을 나왔다.연기하려면 끝까지 완벽해야 하니까.“용준영이 윤씨 가문에 잡혔어. 가서 사람 구해야 해.”초상비가 다가가 초대장을 건넸다.‘결판을 내려는군.’초대장에 오늘 오후에 윤씨 저택의 연회에 참석하라고 적혀 있었다.그쪽에서 상당히 마음이 조급해진 모양이다.윤씨 저택 앞에 검정색 차가 멈추고 두 사람이 내렸다.연회에 참석하러 온 염구준과 등에 검갑을 멘 초상비였다.상대방이 정성스럽게 짠 판을 소홀히 할 수 없으니 구자검을 갖고 온 것이다.그리고 이 참에 가족들에게 무사하고 그냥 검을 잡을 수 없다는 것만 알리려는 속셈이었다.배후를 끌어내기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입구에서부터 후한 대우를 받은 염구준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뭔가 느껴져?”“아주 열정적인데.”초상비가 상황을 살펴보며 대답했다.‘맙소사.’염구준은 속으로 혀를 끌끌 차며 천천히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처음에 청룡, 백호, 주작, 현무 4대 전존을 가르칠 때도 꽤 애를 먹었다.염구준이 감지한 것은 윤씨 가문 곳곳에 숨긴 암기였
“난 오른팔을 잃고 목숨도 잃을 뻔했는데 어떻게 갚을 겁니까?”윤성호가 깨달은 듯 이마를 툭 쳤다.“알겠어요. 전우철이 구준 씨를 독살하려다가 겁을 먹고 자살한 거네요. 하지만 붉은 영지는 우리 가문의 약재이니 내가 설명해 드리죠.”그는 성의 있게 앞으로 모셨다.두 사람이 얘기하는 사이에 용준영이 다른 사람 부축을 받으며 나타났다.“형님. 죄송합니다.”그는 창백한 얼굴로 사과했다.“초상비, 데려가서 치료해.”초상비는 앞으로 다가가 용준영을 부축했다.무술 실력은 평범하지만 자신에 대한 충성심은 진심이었다.“저…”용준영은 목이 메어 말을 하려다 말았다.“돌아가서 얘기하자. 얼른 가.”염구준은 그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하지만 윤씨 가문의 기세를 보아 여기서 얘기하기 적합하지 않았다.만약 상대방이 태도를 바꾸어 공격을 한다면 싸우면서 한 편으로 용준영을 보호해야 하니 앞뒤를 돌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네.”용준영은 자신이 짐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바로 차를 타고 떠났다.“안내하시죠.”염구준은 차가 멀리 가는 것을 확인한 후, 검갑을 메고 차갑게 말했다.걱정거리가 사라졌으니 배후가 나타난다면 바로 목을 칠 것이다.그 배후에 대해 세 가지 추측이 있다.첫 번째는 흑풍, 두 번째는 윤성호, 세 번재는 윤대약이다.천산약시에 흑풍 조직 부하들이 나타났을 때부터 흑풍을 경계했다.거실에 도착하니 커다란 테이블에 음식들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먼저 예의를 지키다가 안 될 때 공격하려는 셈이군.’“구준 씨. 앉으세요.”윤성호가 공손하게 말했다.“식사 대접이라면 진작에 말씀하시지. 그러면 빈손으로 오지 않았죠.”염구준은 상대방이 무슨 수작을 부릴지 지켜보고 싶었다.기왕 온 이상 걱정할 것도 없었다.“하하. 무슨 말씀이십니까? 누추한 곳에 오신 것만해도 감사한데 선물까지 들고 올 필요 없어요.”윤성호는 크게 웃으며 자리에 앉더니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몸매 좋은 여자들이 나오면서 거실에서 춤을 췄다.“가주님. 춤을
두 사람은 잔을 들고 단숨에 비웠다.쨍그랑!술을 마신 윤성호가 갑자기 술잔을 바닥에 내쳤다.유리 잔이 깨지는 소리가 나는 동시에 주변에서 그림자가 나타나 염구준을 포위했다.반천인 세 명, 전신 이상 개조 로봇 한 대가 나타났다.‘드디어 본색을 드러냈구나.’그 중에서 한 사람은 낯이 익은 흑풍이었다.아무리 분장해도 역겨운 기운이 흘러서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흑풍, 역시 네 짓이구나.”하지만 흑풍은 자신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고 시치미를 뗐다.“누구랑 얘기하는 거야? 난 흑사야. 사람 잘못 봤어.”윤성호가 직접 윤대약은 흑풍의 손에 죽었다고 했으니 절대 나타날 리가 없다.“하하. 상관없어. 어차피 다 죽을 테니까.”염구준이 싸늘하게 웃으며 기운을 급상승시켰다.공격하려고 할 때 폐렴쟁이 차명수가 나타나 설득했다.“이봐, 화해하든지 여기서 그만두든지 해. 무력으로 싸우지 않으면 서로한테 이득이잖아.”“맞아. 반천인까지 수련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다치면 서로 불리해.”현금손 야달이 맞장구를 치면서 협박과 비슷한 말을 했다.반천인 고수와 싸우는 것은 그들도 원하지 않았다.“맞아. 수련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우린 너와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적이 될 필요가 없어.”처음 보는 두 사람과 염구준은 별로 싸우고 싶지 않았다.흑풍이 나타난 이상, 그의 목표는 오로지 한 사람일 뿐 다른 사람은 잠시 무시하기로 했다.“선배님. 보시다시피 제가 화해의 뜻을 전달했지만 호의를 받아주지 않네요.”윤성호는 억울한 듯 말했다.그제야 염구준은 자신이 한 사람을 괴롭힌 꼴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윤성호. 또 개소리하면 네 대가리를 비틀어버릴 거야.”그러자 야달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이봐, 말이 심했어.”말이 통하지 않자 두 사람은 염구준이 윤씨 가문을 괴롭힌다고 생각했다.오늘 진짜 싸운다면 반천인 고수 두 명까지 제거해야 한다.“따질 것도 없어. 다 덤벼!”염구준은 검갑을 잡고 검을 뽑았다.상대방 수가 많아도 흑풍을 죽이려는 결심은
차명수는 방어로 이름을 날렸지만 염구준의 힘에 밀려 뒷걸음을 쳤다.슝!그때 흑풍이 번쩍 날아 토 원소 힘을 부여한 칼로 염구준의 목을 베려고 했다.일찍 눈치를 챈 염구준이 다리에 힘을 주어 뒤로 물러섰다.일 대 다수 싸움에서 잘못 걸리면 바로 황천길 행이다.쿵!칼은 허공을 찔러 바닥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스스슥!멀리서 야달이 끊임없이 강철침을 뿌려 염구준의 퇴로를 막았다.이번에도 그는 빠르게 피했지만 전방에서 차명수가 공격해 왔다.이 각도라면 피할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팔극첩산으로 부딪쳐야 했다.쿵!거센 공격을 감당하지 못한 그림자가 뒤로 날아갔다.바로 염구준이다.황급히 상대방의 공격에 대응했지만 그래도 한 발 늦었다.염구준이 숨을 돌리기 전에 네 그림자가 협공을 펼쳤다.흑풍은 주공격, 차명수는 주방어, 야달은 멀리서 암기로 습격, 개조 로봇은 끊임없이 방해했다.네 사람은 극도로 호흡이 잘 맞아 계속 염구준을 제압했다.이대로 몰아간다면 반드시 승리할 거라 생각했다.한편으로 윤성호는 불만을 품었다.흑풍이 반천인 고수를 두 명 데리고 온다고 약속했는데 한 명만 데리고 왔다.네 사람이 전부 반천인 경지에 도달했다면 진작에 염구준을 죽였을 것이다.이렇게 된 이상 나중에 따지기로 마음먹었다.“염구준, 너 꿈에서도 날 죽이려고 했잖아. 내가 지금 여기 있는데 빨리 와서 죽여봐.”흑풍은 우세를 차지하자 큰소리로 조소를 날렸다.눈앞의 적이 곧 죽게 되는데 몇 마디 하지 않으면 나중에 기회가 없지 않은가.“네가 바라는 대로 해 줄게.”염구준은 고함을 치는 동시에 강력한 기운을 왼쪽 주먹에 담아 바닥을 내리쳤다.이렇게 강한 힘은 바로 칠상권의 궁극적의 오의, 칠권을 합친 힘이다.바닥이 흔들거리자 네 사람은 제대로 설 수 없어 가까스로 버텼다.“철수합시다.”흑풍이 지시를 내리며 급히 물러섰다.원래 단숨에 염구준을 죽이려고 했는데 한 손으로도 이정도로 강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어요. 조심해요.”
잔뜩 겁에 질린 매니저는 찍 소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도망쳤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그때 청년이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저주할 거야. 청목 존주도 저주할 것이다.”청목 존주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염구준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뇌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적의 적은 또 말이 달랐다.염구준 일행은 남극 빙원에 있는 청목의 행적을 모르고 있으니 안내자가 있다면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다.그가 작은 소리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시간 됐다. 죽어!”우두머리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칼을 높이 들었다.바로 그때 모든 전등이 꺼졌다.갑자기 어두워지자 홀에 비명이 쏟아지고 서로 밀치고 도망치느라 난장판이 되었다.“도망쳐! 살인이야!”누가 고함을 지르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아아악!”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피바다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몰랐다.옆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느라 정신없어서 누가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염구준 일행은 야간 투시경을 끼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홀에서 나왔다.계획은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백호는 어깨에 청년을 메고 도망쳤다.“CCTV를 피해서 객실로 돌아가자.”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구한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했다.아니면 저들이 쫓아오는 날에 일이 더 귀찮아질 것이다.“네.”백호는 혹시나 들통날까 봐 커다란 캐리어를 찾아 젊은이를 집어넣었다.객실에 돌아온 후, 염구준은 잠든 청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녀석이 있으면 남극 빙원에서 길을 헤매고 다니지 않겠지.’
“두 가지 선택을 줄게. 여기서 죽거나 바다에 뛰어내려서 헤엄쳐 가.”듣다 못한 노인이 언성을 높였다.“여긴 용하국의 해역이다. 너희들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없다.”“아니지. 1분 전에 용하국을 벗어났어.”우두머리가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체크했다.“시간이 많지 않아. 5분 줄 테니까 대답해.”장난치는 게 아니라 시간이 되면 진짜 말한 대로 할 것이다.청년과 노인은 상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속만 끙끙 앓았다.“3분 됐어.”우두머리는 계속 시간을 말해주었다.참다 못한 노인이 따져보려고 입을 열었다.“너희들… 컥!”말을 꺼내기 전에 노인의 머리가 멀리 날아갔다.일행의 살의는 생각보다 강했다.“쓸데없는 소리 지껄이라고 했어?”우두머리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발로 툭툭 찼다.단진무성 초기에 도달한 무술인이었다.기운만 봐도 우두머리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아저씨!”청년은 머리 없는 시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울음을 터트렸다.“사람을 죽였어!”파티를 즐기던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기겁하는 소리를 지르며 흩어졌다.피범벅이 된 살인 현장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누가 감히 천랑성호에서 살인을 저질러?”살인 사건이 터지자 매니저가 경호원들을 데리고 현장에 나타났다.“왜 청목 존주님의 일에 너희들이 끼어들어?”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청목 존주님?’청목 존주란 이름은 전에 들어본 적 없었지만 최근에 용하국에 이름이 자자했다.유람선을 운영하는 매니저는 혹시나 부딪칠까 걱정했는데 하필 오늘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형님들 마음대로 하세요.”
승무원은 초면인 사람에게 더 건방지게 굴었다.“거지 같은 파티에 티켓 없으면 들어갈 방법이 없나?”염구준은 믿지 않았다.금전을 숭상하는 유람선에서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한 사람당 티켓 200만 원 내면 들여보낼게. 그럴 돈이 있어?”승무원이 의기양양한 말투로 물었다.몇 시간밖에 안 되는 파티에 200만 원이라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하. 생각보다 싸네. 7장 줘.”염구준은 돈 뭉치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그가 돈 뭉치를 던질 줄은 생각도 못했는지 승무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뭘 봐? 이건 돈이 아니야?”염구준은 큰소리치며 전혀 체면을 주지 않았다.‘사람이 서로 존중해야지 때리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이 봐준 줄 알아.’큰소리에 깜짝 놀란 승무원이 꽥하고 소리질렀다.“안 돼. 차림새가 너무 촌스러워!”그녀는 트집잡기 선수였다.방금 금목걸이에 모피를 걸친 사람도 들여보냈는데 염구준 일행은 안된다고 잡아뗐다.원래 문지기 개는 주인보다 사나운 법이었다.“매니저 어디 있어? 얘기 좀 해야겠어.”염구준은 승무원과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경호원, 누가 소란을 피워요. 빨리 오세요!”오히려 승무원이 적하반장으로 저쪽을 보며 소리질렀다.이 일이 매니저에게 알려지면 바로 쫓겨나게 되니 절대 만나게 하면 안 되었다.“이 사람들 잡아서 쫓아내세요.”20명 넘는 경호원이 나타나자마자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달려들었다.쓸데없는 말을 하기보다 사람을 잡는 게 더 확실하다고 생각했다.쿵!그때 주작이 기운을 펼치며 달려오는 경호원들을 전부 튕겨버렸다.“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 무슨 싸움을 하겠다고. 너희들 목숨줄이 그렇게 길어?”아무리 간이 부어도 상대가 누군지 보면서 덤벼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문외한들은 무술에 대해 모르니 경호원들이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그때 함성 소리와 함께 승무원 옷을 입은 꺽다리가 나타났다.“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매니저님, 이 사람들 행패
“이쪽은 가짜, 저쪽은 진짜예요. 됐죠? 당신들은 나가세요.”승무원의 태도는 반감을 살 정도로 불쾌했다.염구준은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나머지 6명은 절대 참을 수 없었다.“우리 티켓이 가짜라면 말없이 나갈 수 있어요. 근데 그쪽 태도가 영 마음에 안 들어요.”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흥, 불만이세요? 여기서 내 말이 법이에요.”승무원이 표독스럽게 대꾸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산 사람들에게 아예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촥촥!보다 못한 주작이 바로 승무원에게 싸대기를 날렸다.“네가 뭔데?”감히 보스 앞에서 법을 내세우다니 참을 수가 없었다.승무원은 오랫동안 근무했지만 이렇게 폭력적인 상황은 처음이라 어리둥절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사는 주제에 감히 자신의 뺨을 맞은 것이 억울해 바로 전기봉을 들었다.“미친년, 방금 날 때렸어?”탁!하지만 내려치기 전에 전기봉이 주작의 손에서 두 동강이 났다.이어서 묻지마 폭행이 이어졌다.“주둥이를 확 찢어버릴라. 방금 뭐라고 했어?”“아가씨, 잘못했어요. 너무 아파요!”승무원이 비명을 질렀다.“저년 바다에 처넣자. 아니면 귀찮아져.”옆에서 백호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멍청한 말을 꺼냈다.그 말에 승무원은 물론 옆에 있던 모녀까지 벌벌 떨었다.눈도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바다에 처넣다는 말에 단단히 겁을 먹었다.“아니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안목이 없어서 무례를 범했습니다. 당신들 티켓은 진짜예요.”승무원은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사정했다.“만약 귀찮게 일을 벌리면 바로 물고기 먹이가 될 줄 알아. 꺼져!”염구준은 살기를 뿜으며 승무원에게 겁을 주었다.만약 복수한다고 사람을 부른다면 일이 귀찮아지게 될 것이다.“절대 안 그럴게요. 절대요.”제대로 겁먹은 승무원은 네 발로 기어서 도망갔다.“따… 딸아. 우리 그냥 티켓 다시 사자.”아주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딸에게 말했다.염구준 일행은 겉보기에 선한 얼굴이지만 화가 나면 저승사자 같아서 괜히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잠깐
“저기요. 뭐 좀…”“아는 척하지 마세요. 차림새를 봐.”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젊은 승무원에게 무시를 당했다.‘작전을 위해서 참자.’현무는 억지로 웃으면서 물었다.“9527호실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그들 일행은 일련번호가 찍힌 티켓을 들고 있어 방 한 칸만 찾으면 되었다.“몰라요.”승무원은 눈을 흘기며 으리으리하게 차려 입은 남자에게 달려갔다.“고객님, 천랑성호에 탑승한 것을 환영합니다. 원하는 서비스가 있을까요?”고급진 장소일수록 인간의 본성이 드러났다.그 모습을 지켜본 현무는 열 자리 이상 숫자인 통장 잔고를 승무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무시당하는 기분이 정말 불쾌했다.“한 사람 한 층씩 찾아.”염구준은 이어폰으로 객실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다.이번 작전에서 첫 명령이었다.“네. 알겠습니다.”일행은 작전 명령이라 여기고 빠른 걸음으로 객실을 찾으러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폰에서 말소리가 들렸다.“찾았어요. 3층 중간 방입니다.”객실에 도착한 후, 염구준은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짧은 회의를 열었다.“이번 작전은 아주 위험해. 내가 반천인 경지 개조 로봇을 봤어. 그러니까 방심하지 말고 불필요한 상황에서 절대 나서지 마. 만약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면 주작을 찾아서 분장한 다음에 나가. 알겠지?”엄숙한 표정으로 짧게 설명하던 염구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이번 여행을 즐기자. 유람선에서 비용은 내가 다 쏜다.”그 말에 다들 눈을 반짝였다.“형님 만세! 벌써 신나요.”세계 유람이라도 다들 비용을 낼 형편은 되었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비용을 낸다면 기분이 달랐다.똑똑!다들 기뻐할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음식을 주문하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유람선에서 누가 찾아왔는지 어리둥절했다.염구준이 일어서 문을 열자 낯선 모녀가 밖에 서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휴, 당신들 우리 열쇠를 훔치고 우리가 예약한 방에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라니요?”아주머니의 눈길을 보니 당장이라도
“하하, 이겼다.”얼마나 많은 수를 무르고서야 할아버지는 이겼다고 아이처럼 기뻐하셨다.이렇게 특이한 방식으로 진 적은 없지만 번마다 이길 때면 엄청 좋아하셨다.단지내에서 염구준만 이 할아버지와 장기를 두었다.“대단하세요.”염구준은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올렸다.자신의 분수를 지킬 줄 아는 노인들은 모두 좋은 대우를 받길 바랐다.지잉-전신전에서 연락이 오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어르신,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얼른 가. 일이 중요하지.”할아버지는 장기판을 보며 기쁨을 만끽했다.염구준은 자료를 보면서 집으로 달려갔다.“국주님, 놈들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지금 남극 빙원에 있어요. 구체적인 위치는 아직 모르겠고 놈들의 수법이 은밀해서 빼앗은 로봇을 모두 여러 갈래로 운반하고 있어요.”남극 빙원은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기후가 악랄하고 환경이 복잡한 데다 수많은 세력들이 잠복해 있었다.아직까지 통제할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은 탓이다.몇 년 전만 해도 그곳의 기후가 매우 낮아 누구도 살지 않았었다.그런데 최근,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방한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수많은 조직과 세력들이 그곳에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하지만 아직까지 치안이 혼란스럽고 주먹이 센 사람이 통치는 바람에 곳곳에 위험이 도사렸다.염구준은 자료를 살펴보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정영팀은 신속하게 청해로 온다. 위장을 잘하고 절대 행적이 드러나면 안 된다.]이번 작전에 대해 대략적인 계획을 세운 후, 집에 돌아와 손가을에게 말하고 그날 저녁에 청해 부두로 향했다.장모님인 진숙영에게 은밀히 고수들을 붙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신비한 클럽은 인간 세상에서 증발할 것처럼 사라져서 골치가 아팠다.하지만 국정이 급선무인 지금 청목을 먼저 해결해야 했다.염구준이 부두에 도착했을 때 백호, 주작, 현무 그리고 세 명의 전왕이 기다리고 있었다.그들 모두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큰 가방을 들고 있었다.“주… 염 선생님!”여섯 사람은 염구준에게 다가와 깍듯하
“주작. 천목 시스템을 가동해. 내가 구체적인 좌표를 보내줄 테니까 그 해역의 화물선을 주시해.”“백호. 7인 정예팀을 선발해서 잠시 내 명을 대기하고 있어.”“현무, 한 달 사용할 최첨단 무기를 준비해.”“청룡, 넌 전신전을 지키고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염구준이 지시를 내릴 때 누구도 농담하지 않고 불평하는 사람도 없었다.“네.”임무를 내린 후, 염구준은 한마디를 남기고 청해로 돌아갔다.“송 가주와 국주가 상의하는 동안 누가 방해를 한다면 바로 죽이러 올 것이다.”염구준의 말에 외부인들은 바로 속셈을 거두었다.이어서 송씨 가문은 절반 주식을 국주에게 담보로 내놓고 보호를 받았다.국주가 내세운 조건은 송씨 가문이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생길 때 다시 주식을 돌려주는 것이었다.중요한 임무를 맡은 송현우는 지금 상황에서 반천인 경지와 싸울 수 있는 유력한 후계자였다.송명호 일가는 더는 송 가주를 방해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족보에서 쫓겨났다.그를 지지했던 세력들은 자발적으로 돈으로 배상하고 평화를 유지했다.송씨 가문의 세력이 대폭 하락하니 이러는 수밖에 없었다.청해로 돌아온 염구준은 손가을이 잘 관리한 덕에 편히 지낼 수 있었다.“구준이 왔어?”그를 제일 먼저 맞이한 사람은 방금 기도를 마친 진숙영이었다.최근 신비한 클럽이 감쪽같이 사라진 바람에 그녀는 갈 곳이 없어 집에만 있었다.“장모님.”염구준이 뭐라고 하기 전에 진숙영은 또 속으로 중얼거리며 기도했다.“아빠.”인기척을 듣고 나온 염희주가 활짝 웃으면서 두 팔을 벌리고 다가갔다.“그래.”‘귀여운 녀석, 어쩜 이리 애교가 많을까. 며칠을 못 봤더니 또 키가 컸네.’염구준은 대답하면서 딸을 뻔쩍 들어올렸다.딸을 보는 그의 눈에서 꿀이 떨어질 것 같았다.“저러다 신선이 되겠어요.”염희주는 진숙영을 힐끔 보면서 염구준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그런 말하면 못 써.”염구준이 바로 말렸다.어른들의 일에 아이가 끼어드는 것과 함부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아빠
송씨 가문의 절반 재산은 천문학적인 숫자인데 그것을 단호하게 거절하다니 생신을 축하하러 온 손님들이 당황했다.“제가 어리석었습니다. 부디 염 선생이 말씀해 주시죠.”송 가주는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국주한테 가서 얘기하면 아마 기꺼이 도와줄 겁니다.”염구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송 가주는 그제야 깨달은 듯 허벅지를 탁 쳤다.솔직히 말해서 염구준도 절반 재산을 갖고 싶었다.하지만 손씨 그룹에 비해 용하에서 더 필요할 것 같아서 거절한 것이다.이 정도 대의는 갖추고 있었다.“가주님, 큰일 났습니다.”두 사람 대화할 때 한 남자가 허겁지겁 달려왔다.“얼른 말해. 이것보다 더 나쁜 상황이 있냐?”송 가주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과감하게 말했다.“저희가 해외에 수출한 로봇 화물선이 습격당했어요. 거기에 나무 표식이 있었습니다.”그 사람은 재빨리 다가가 태블릿을 보여줬다.확인하던 송 가주가 두 눈을 부릅떴다.“염 선생. 이거 진짜 큰일 났습니다.”송 가주는 태블릿을 빼앗아 염구준에게 걸어갔다.이번에야말로 진짜 큰일이 벌어졌다.염구준은 힐끗 쳐다보려 했으나 태블릿에 시선을 고정하고 말았다.“젠장. 이건 노골적으로 도발하는 겁니다.”옆 사람들은 방금 싸울 때도 이렇게 화내지 않았는데 반천인 고수가 화난 모습을 보니 등골이 오싹했다.태블릿에 뜬 메시지에 몇 글자과 사진 2장만 보였다.내용은 이랬다.[먼저 송씨 가문을 도륙하고 용하국을 주살한다.]사진 한 장에 검정색 나뭇잎이 찍혀 있고 다른 한 장에는 청색 나뭇잎이 찍혀 있었다.그것은 분명히 떠돌이 7인조에서 흑풍과 청목을 가리키고, 두 사람이 송씨 가문과 용하를 상대하겠다는 뜻이었다.용하국에서 송씨 가문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염구준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용하를 건드린다면 상의할 여지없이 싸워야 했다.“염 선생,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요?”송 가주는 마땅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지금 폐인이 되어서 아무리 훌륭한 계략을 짜도 실력이 받쳐주지 않았다.
“이제 좀 재미있네.”그는 두 손으로 검을 잡고 공격할 태세를 잡았다.송현우의 검의가 얼마나 강한지 엄청 기대되었다.승부는 금방 갈리고 구경군들은 두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봤다.필경 마지막 공격으로 모든 사람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매화검법. 쇄산!”먼저 기운을 축적한 염구준이 검을 들고 공격했다.송현우의 검의는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게다가 고씨 선조들이 남긴 시구를 본 이후로 염구준이 초식을 조금 바꾸었는데도 무궁무진한 힘을 발산했다.“죽어라!”그때 맞은편에서 송명호도 패왕창을 들고 공격했다.염구준의 기운을 감지하고 본인이 졌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하면서 공격한 것이다.예를 들면 갑자기 염구준이 심장병이 발작한다든가.쿵!칼끝과 창끝이 부딪치면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폭발했다.강력한 위력에 송명호는 저항하지 못하고 패왕창을 든 채로 뒤로 튕겼다.한마디로 말해서 한 초식도 감당해지 못하는 패배자였다.싸움이 드디어 끝났다.이 결과는 모두 예상하지 못했다.조금은 어느 정도 싸우다 체력이 소모되었을 때 주변에서 습격하려고 했는데 이젠 망상이 되어버렸다.염구준은 검과 주변의 검기를 거두었다.“4할 전력이 남았어요. 도전할 분 계신가요?”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패기 있게 말했다.“…”송명호 일가는 도전해도 볼품없이 패배할 텐데, 도전은 개뿔이라고 속으로 욕했다.“투항하겠습니다.”그때 누가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한 사람이 시작하자 나머지 사람들도 잇달아 투항했다.우두머리인 송명호가 죽은 이상 계속 대항할 이유가 없었다.투항하면 적어도 목숨은 건질 수 있지 않은가.상황이 전환되어 송 가주 일가가 승리했다.“할아버지, 아버지.”송청연이 외치며 앞으로 달려갔다.“난 괜찮다.”송 가주는 부축임을 받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역전승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염구준의 앞에 다가간 그는 무릎을 꿇었다.“염 선생, 살려줘서 고맙습니다.”“염 선생, 감사합니다.”송 가주 일가 모두 무릎을 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