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산림 속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지며 불빛이 번쩍였다. 사람들은 오직 앞으로만 나아갔고, 아무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남자가 그들의 뒤를 지킬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안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염구준이 움직였다!그는 속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리고, 몸속의 기를 방출하여 날아오는 모든 공격을 막아냈다.수많은 탄환이 날아들었지만, 방어를 뚫지 못했다.비록 멋져 보이긴 했지만, 이런 식 방어는 그의 에너지를 많이 소모시켰다.하지만 그는 국민들을 위해 버텨야만 했다."발포를 멈춰라. 이렇게 해서는 소용없다."산 중턱에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이 나타났다."대사님을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대장은 공손히 인사했다."괜찮다!""저 사람은 아마도 용하국 무술가일 것이야. 하지만 거리가 있어서 실력을 감지할 수 없어."노인의 기운은 강력했고, 어깨에 앉아 있는 일곱 가지 색깔의 거미는 그가 무당임을 나타냈다."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대장이 대책을 물었다."저 사람을 공격하지 말고, 양쪽 산 중턱에서 포위하여 계곡의 일반인들을 공격해.""그렇게 하면 그는 모두를 돌볼 수 없을 거야."기수 대사는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 그 꼴은 마치 자신이 군사가 인양 거들먹거리고 있었다.대장은 그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사람들을 배치했다.총성이 멈추자, 산림 속은 다시 조용해졌다.염구준은 이것이 폭풍 전야의 고요함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모두 방심하지 말고 계속 나아가세요."적의 의도를 그는 이미 모두 파악했다.그러나 그가 떠나면 사람들은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모험을 할 수 없었다.탕- 탕- 탕-추격하는 사람들이 재배치된 후 다시 발포가 시작했다.사방에서 공격이 쏟아지자, 사람들은 다시 절망에 빠졌다.염구준이 아무리 강해도 모든 공격을 막아낼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정말 탈출할 방법이 없는 거야…?’탄환이 눈앞에 다가오자 많은 사람들이 눈을 감고 조용히
얼마나 걸었을까.사람들이 밝은 빛을 보자 눈앞이 환해졌다."빨리 가요, 앞쪽이 철수 지점이요!"누군가 소리치자, 사람들은 힘을 내서 앞으로 달렸다."어떡하지? 무당 지역을 벗어나려 하고 있어." 대장은 초조해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걱정 마라,멘딘 제레의 아들은 감히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 기수는 자신 있게 말했다.하지만 그는 이내 당황하게 되었다."돌격해, 이 개자식들을 다 죽여버려라. 멘딘 해니의 힘을 보여주겠다."철수 지점에서 무장한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들을 이끈 사람은 바로 멘딘 해니였다.염구준은 멘딘 제레가 이 일을 통해 아들이 공을 세우게 하려는 것을 알고 있었다.만약 그가 진정으로 달라질 수 있다면, 염구준도 굳이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멘딘 해니의 기습에 추격자들은 겁에 질려 움직이지 못했고, 사람들은 성공적으로 철수 지점에 도착했다."염 선생님, 저는 이제 완전히 갱생하여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저를 내버려둔 아버지를 탓하지 말아 주십시오.""저는 지금 다른 사람들을 돌보고 온정을 나누고 있습니다."염구준을 보자마자 멘딘 해니는 끊임없이 말했다.그의 변화에 염구준은 약간 놀랐다.원래 그는 거만한 부잣집 도련님으로, 잔혹했고, 손가을에 흑심을 품기도 해서 염구준이 그를 강제로 출입 못 하게 했다.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 그는 이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좋은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좋다, 용서한다." 그의 눈빛을 본 염구준은 기꺼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눈빛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방탕한 자가 돌아오는 것은 금보다도 귀하다."감사합니다, 염 선생님. 앞으로 저는 반드시 더 많은 선행을 할 것입니다." 멘딘 해니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사령관님, 저쪽에서 벌레를 풀었습니다. 형제들이 버틸 수 없습니다."한 부하가 이마에 큰 혹 두 개를 달고 급히 달려와 보고했다."이런 제기랄, 응고건을 준비하고 나를 따르라." 멘딘 해니는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나서려 했다.그때 염구준이
"모두 쓸모없는 것들, 머릿수가 그렇게 많으면서 반병신들도 못 지키다니." 얼굴이 잔뜩 살이 찐 남자가 대표실에 앉아 화를 내며 책상을 내리쳤다.어젯밤, 그는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깨어나 보니 회사가 망가져 있었다."팬지, 불러와." 뚱뚱이 회장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죽... 죽었습니다."곁에 있던 비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정예 부대장 강철, 외곽 경계를 맡은 대두, 그리고 기수 대사는 어디 있는 거야?" 뚱뚱이 회장은 다른 심복들의 상황을 물었다."강철 부대장도 죽었고, 대두와 기수 대사는 연락이 닿지 않는데, 아마도 위험에 처한 것 같습니다," 비서는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무능한 놈들, 전부 쓸모없어."뚱뚱이 회장은 화가 나서 책상을 부스며 크게 소리쳤다."어이, 말조심해. 기수는 내 사형제다," 옆에 있던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차갑게 경고했다."예, 무당 대사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무례했습니다."뚱뚱이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히 무례하지 못했다.무당 영역에서는 무당술을 사용하는 무술가가 곧 신이었다. 아무도 그들을 거스르지 못했다.뚱뚱이 회장은 화려해 보였지만, 돈을 버는 도구에 불과했다.갑자기, 긴장된 목소리가 조용함을 깨뜨렸다."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누군가가 쳐들어왔습니다.""어떤 놈이 내가 만만하게 보였나? 갈비뼈를 부러뜨려주지." 뚱뚱이 회장은 기수의 사형제를 힐끗 쳐다보며 일어나려 했다.그 순간, 염구준이 나타나 차갑게 물었다."용필은 어디 있지?"‘용필? 그게 뭔 소리야?’뚱뚱이 회장은 멍해졌다. 갑자기 나타난 이 남자가 왜 이런 이상한 질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네 이놈..."말을 채하지 못하고 염구준의 손에 목이 잡혔다.그를 ‘놈’이라고 아무도 모욕할 수 없었다.치익!기수의 사형제는 초록색 작은 뱀을 소환하여 공격하려 했다."빨리 죽고 싶은 거냐?" 염구준의 한 마디에 그는 얼어붙었다.이 사람은 기수의 사형제처럼 조심성이 없는 녀
기수의 사형제가 움직였고, 그의 청독과 함께 좌우에서 동시에 공격을 가했다.이렇게 되면 어느 쪽이든 성공할 수 있었다."전술은 괜찮은데, 실력이 너무 약하군." 염구준은 무심하게 말했다.그는 한 손으로 청독를 날려버리고, 몸을 돌려 기수 사형제를 발로 찼다.늦게 움직이지만 빠르게 공격을 피하고 반격했다.두 사람은 힘, 속도, 기운의 활용에 있어서 전혀 다른 수준에 있었다."으아!""이 녀석, 내 본명충을 죽이다니."혀끝에서 단맛을 느낀 기수 사형제는 피를 한가득 토했고, 기운이 급격히 쇠퇴했다."웃기는군, 벌레가 나를 물 수 있는데 죽이지 말란 법은 없지." 염구준은 반박했다."하지만 너는 절대 용필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하하, 으..."기수 사형제는 크게 웃으며, 뒤어금니의 독약을 깨물고 자살했다.결국, 또다시 실마리가 끊어졌다.옥패에 대한 단서는 전혀 없었고, 용필에 대해 겨우 실마리를 찾았지만, 알고 있는 자가 자살해 버렸다.간단했던 일이 복잡해졌다.염구준은 방 안을 뒤지며 단서를 찾으려 했다.그러다 갑자기, 그의 눈이 기수 사형제의 시신에 멈췄다.그의 오른팔에 검은 점이 있었는데, 마치 문신의 일부분 같았다.소매를 걷어 올리자, 생생하게 그려진 전갈이 눈에 들어왔다.조직의 상징이었다!염구준의 머릿속에 이와 같은 가능성이 떠올랐다.꼬르륵!밤새도록 움직였더니 배가 고팠다. 마침, 날이 밝았으니, 일단 배를 채우기로 했다.희망 그룹이 있는 곳은 작은 마을로 꽤 번화했다.하지만, 이 모든 번화함은 다른 사람들의 피와 살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이 시각, 염구준은 길가의 국숫집에서 국수를 먹고 있었고, 다섯 그릇을 연달아 먹었다."사장님, 한 그릇 더 주세요!"어젯밤 힘의 소모가 정말 컸다.국수를 먹으러 온 사람들도 어젯밤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들었어? 희망이 멸망했대.""이렇게 큰일이 벌어졌으니 마을 전체가 알지. 어떤 신비로운 인물이 한 짓일까?""요즘 무당 지역이 평
"좋아, 말해줄게."우심산은 그렇게 말하며 염구준에게 다가갔다.작은 속임수일 뿐이다!몸 뒤에 숨긴 단검을 염구준은 이미 보고 있었다.쓱!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반 발자국 남았을 때, 찬란한 빛이 번쩍였고 우심산의 단검이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성공이다!이 정도 가까운 거리에서는 그 어떤 고수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오늘 내가 너에게 한 수 가르쳐 주겠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 우심산은 비웃음을 멈추지 않았다.그러나 염구준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단지 기운 한 줄기만 발산하여 우심산을 가게 밖으로 날려버렸다."나도 너에게 한 수 가르쳐주지.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는 속임수가 통하지 않아.""가자, 그만 먹어!" 가게 안에서 충돌이 일어나자 다른 손님들은 서둘러 떠났다.돈은 당연히 내지 않았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았다.무당 지역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어쩌면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죽은 척하지 말고, 내 말에 대답해라." 염구준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우심산의 속임수는 정말 많았다. 하나가 끝나면 다른 하나가 이어졌지만, 다소 서툴렀다.죽은 척하긴 했지만, 가슴은 여전히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귀신을 속여?’"쳇, 너야말로 죽고 싶은 거 아니야? 그럼 나를 탓하지 마." 우심산은 일어나면서 피를 뱉었다.그러나 험한 말과 달리 재빨리 몸을 돌려 도망쳤다.염구준은 그를 막지 않고 그냥 보내주었다.그는 우심산을 미끼로 풀어놓은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아까 이미 죽였을 것이다.전갈 문신을 가진 조직의 구성원들은 입이 무거웠다. 이대로 죽인다면 또다시 단서를 찾아야 한다.그가 찾으러 가는 것보다 스스로 찾아오게 만들려는 것이 염구준의 전략이었다."빨리 가, 저 자식을 놓치지 마라."잠시 후, 우심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멀리서도 그의 건방진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머릿수가 불어 그는 다시 자신감을 찾았다.너무 평범하고 어수선한 발자국소리에 염구준은 무당이 없다는 것을 알았
"쓸모없는 놈!"독갈은 우심산을 발로 차며 계속 욕설을 퍼부었다."작은 일 하나도 제대로 못 해내다니, 쓸모없는 놈."우심산은 맞으면서도 감히 불평하지 못했다. 그저 급히 일어나 뒤에 서 있었다.독갈은 가게 안을 한번 훑어보았으나, 그 남자는 잘생긴 것 외에 특별한 것이 없었다."외부인, 네가 문제를 일으켰냐?"이 지역은 그들의 세력 범위였기 때문에 두려울 것이 없었다."전갈 문신은 무엇을 의미하지?" 염구준은 자신이 알고 싶은 것만 물었다."전갈문을 의미한다,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세력이지."독갈은 조금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그의 손에 죽을 사람에게 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용필을 나에게 넘겨."염구준은 말하며, 사진을 내밀었다.사람을 찾는 것이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거 참 건방지네. 너 뭐라도 돼?""공격해, 저 녀석 살려둘 필요는 없어."독갈의 명령에 두 부하가 벌레를 소환해 염구준을 둘러쌌다.옆에 있던 우심산은 이 상황을 즐겼다.쓱, 쓱!염구준은 식탁 위에 있던 젓가락 두 개를 집어 들어 벌레와 함께 두 사람을 찔렀다.고상한 무당이 이렇게 쉽게 죽임을 당하자, 우심산은 얼이 빠져 두려움에 사로잡혔다.이전의 행동들이 다 그를 놀리는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독갈은 두 동료의 시체를 보며 눈이 붉어졌고, 높은 소리로 포효하기 시작했다."죽여버리겠어!"손바닥만 한 크기의 검은 전갈이 그의 머리 위로 빠르게 기어 올라갔다.그는 다리를 구부린 채 힘을 주며 염구준을 향해 몸을 날렸다.독기가 그의 주위를 감쌌고, 독 가루가 주변에 뿌려졌다. 그는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무당의 두 가지 필살기, 하나는 벌레를 사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독을 사용하는 것이다.모든 이들이 피하는 독을 앞에 두고도, 염구준은 태연하게 독갈의 아래턱을 붙잡았다.이 정도 독은 그에게 보이지도 않았다.살짝 힘을 주자 턱이 탈골되었다.그의 머리 위에 있는 전갈은 조금 전의 거만함을 잃고 움직이지도 못했다."너희
“아빠야? 나 너무 배고파. 우리한테 밥도 안 주고... 무서운 개랑 같은 데 가둬두고... 개한테 여러 군데 물리기까지 했어. 나 너무 아프고 무서워. 흑...”극북빙양, 거대한 전장에서 수많은 함선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다.그중 붉은색 드래곤이 코팅된 함선의 지휘실 수화기에서 이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이다.하지만 아이의 애절한 목소리에도 염구준의 표정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잘못 거셨습니다.”“아니야! 우리 엄마가 날 속였을 리가 없어. 내 이름은 염희주야. 염구준의 딸 염희주라고! 엄마가 그렇게 말해 줬단 말이야.”쿠궁!행여라도 전화를 끊을가 싶어 다급하게 내뱉는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염구준의 눈동자가 드디어 흔들리기 시작한다.염희주?“정... 정말 내 딸이라고?”하지만 그의 질문에 대답 대신 들려오는 건 찢어질 듯한 따귀 소리와 여자아이의 처참한 비명소리였다.“이 계집애가, 발칙하게 몰래 전화를 걸어?”“아,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러니까 때리지만 말아주세요!”여자아이의 애원을 마지막으로 전화는 끊겨버리고 다시 걸어봐도 묵묵부답.딸이 위기에 처했음을 인지한 염구준은 다급한 마음에 붉은 피를 왈칵 쏟아냈다.“주군!”깔끔한 군복차림의 여자가 다급하게 그를 부축했다.하지만 거칠게 그 손을 뿌리친 염구준이 포효했다.“어서 전세기 준비해. 지금 당장 청해로 돌아간다!”“알겠습니다!”잠시 후, 거대한 전세기가 하늘을 뚫고 사라지고... 수많은 병사들이 수십 척의 함선갑판을 가득 메운 채 무릎을 꿇었다.“안녕히 가십시오, 주군!”다음 날, 청해 교외, 손씨 가문 저택.저택 밖에 선 염구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5년 전, 가문에서 쫓겨나고 킬러들에게 쫓기다 교통사고까지 당했던 순간, 우연히 길을 지나던 소녀 한 명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헤치고 중상을 입은 그를 구해냈었다.그녀의 정체는 바로 손씨 가문의 딸, 목숨을 구해 준 은혜를 갚기 위해 염구준은 기꺼이 데릴사위가 되는 조건
이에 다시 딸을 꼭 끌어안은 염구준이 아이의 뒤통수를 어루만졌다.“아니야. 엄마가 착각한 거야. 아빠 살아있어. 지금 바로 네 앞에 있잖아.”눈물의 부녀상봉을 마친 염구준이 물었다.“그런데 여기 말이야... 혹시 엄마가 보낸 거야?”염구준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던 염희주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아니야! 엄마가 날 이딴 곳에 보낼 리가 없잖아! 우리 엄마가 얼마나 착한데! 이모, 나쁜 이모가 날 여기 보낸 거야. 이모가 엄마랑 날 집에서 내쫓은 거라고...”‘이모?!’생각지 못한 단어에 염구준의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다.‘손혜린 그 여자를 이모라고 부른다고? 그럼... 이 아이 엄마는 도대체 누구지? 나랑... 손혜린이 낳은 딸... 아니었나?’이 상황이 당황스러웠지만 염구준은 최대한 친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빠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야 해. 이모 이름이 뭐야?”“이모 이름은 손혜린. 우리 엄마 사촌언니랬어. 그런데... 나쁜 이모가...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도 말래. 이모가 내 엄마래! 어른들은 다 거짓말쟁이야. 그러니까 아저씨도 우리 아빠 아니지?”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던 염희주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눈을 반짝였다.“엄마가 그랬어. 아빠를 구하려다 성대를 다친 거라고. 그래서 말을 못 하는 거라고. 그래도 이건 가르쳐줬다?”염희주은 작은 손가락으로 염구준의 큰 손바닥에 삐뚤삐뚤하게 “염구준” 세 글 자를 적어보였다.“엄마가 가르쳐 준 거야. 아빠 이름은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나 제대로 쓴 거 맞지?”한편, 염희주의 말을 들으면 들을 수록 염구준은 경악스러울 따름이었다.‘날 구하려다 성대를 다쳤다고? 그날 날 구한 게 손혜린 그 여자가 아니었단 말이야? 손혜린 그 여자는 분명 말을 할 줄 알았었지... 그럼 그날 밤, 나랑 첫날밤을 보냈던 그 여잔 도대체 누구야?’“희주야.”전장에서 온갖 못 볼 꼴을 다 보며 살아남은 염구준이었지만 이 순간, 떨리는 목소리만큼은 차마 숨길 수 없었다.“엄마 이름이 뭐야?”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