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 둘을 잃은 것도 분통이 터져 죽겠는데, 이와 중에 누가 또 쳐들어 왔다니, 모랑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즉시 사람을 불러 누구인지 확인하게 했다. “책임자보고 나오라고 전해. 안 그럼 여기 다 부숴버리겠다.”별장 밖, 염구준이 전갈문 사람들을 때려 눕히며, 한 손으로 독갈의 목을 옥죄인 채 말했다.“누구냐!”모랑이 밖으로 나오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보고 분노를 터트렸다. “내가 누군지는 네가 알 서 없고. 용필이나 내놔.”염구준이 원하는 건 그뿐이었다. 이 말을 듣자 모랑은 어렴풋이 염구준의 정체를 짐작했다. 분명 잡혀온 사람들 중 누군가의 가족이겠지. 하지만 잡혀 온 이가 한둘도 아니고, 이름을 말한다고 해서 누군지 생각날 리 없었다.“누군지 모르겠지만, 잡혀왔다면 이미 고통에 몸부림치다 벌레 밥이 되었을 것이다. 늦었다, 이놈아! 하하하!”모랑은 자신의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르고 염구준을 더 자극했다.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죽고 싶구나?”염구준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손에 힘을 줬다. 그러자 강력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며 덩달아 손아귀에도 힘이 들어갔다. 독갈의 목이 우드득 소름끼지는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맹렬한 살기가 주변을 뒤덮었고, 동시에 모든 사람이 두려움에 몸을 움츠러들었다.“놈은 강하다. 모두 힘을 아끼지 말고 공격하라.”모랑이 어두워진 낯빛으로 함께 뛰쳐나온 부하들을 향해 명령했다. 그는 기세만으로도 상대가 결코 자신과 뒤처지지 않는 실력을 가진 자임을 알아차렸다. 자극하기 전에 상대의 실력을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는 후회했다. 스스슥, 우웅… 전갈문 사람들이 힘을 모으자 사방에서 사각거리며 수많은 벌레들이 모여들었다. 다채로운 색깔, 다채로운 모양, 다채로운 소리, 밀집 공포증을 유발할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공격!”모랑이 명령하자, 벌레들이 구름처럼 하늘을 뒤덮었다. 이 정도 양이면 정말 웬만한 강자들은 뼈도 추리지 못하고 전멸했을 것이다.“똑같은 수법이라니, 지겹
”이제 네 차례다!”염구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날카롭게 그의 귀를 찔렀다. 모랑은 절망에 빠졌다. 돌이키고 싶어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 그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이때, 전신이 하얀 알비노 전갈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겉모습과 달리 이 전갈은 모랑 못지 않은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였다. 이로서 모랑은 약간 자신감이 상승했다. 하지만 염구준에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개미 한 마리에서 두 마리가 된 것뿐이니, 뭐가 달라졌겠는가?“죽어라!”모랑이 크게 외치며 전신에 힘을 주먹에 모아 염구준을 향해 공격을 날렸다. 이 일격에 목숨이 달려 있었다. 하얀 빛을 띤 강력한 기운이 염구준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동시에 하얀 전갈도 위협을 담아 꼬리에 달린 독침을 염구준을 향해 매섭게 가격했다. 모랑과 전갈, 두 존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강의 수를 두었다. 하지만 염구준은 무표정하게 오른손을 들어 무형의 기운을 마치 창으로 만들어낸 다음 두 존재를 향해 발사했다.“가라!”그러자 창 모양을 한 강력한 기운이 모랑의 가슴을 꿰뚫은 것도 모자라 뒤에 있는 벽까지 박살냈다. 반보후천 경지에 있는 강자에겐 모랑 정도 되는 고수는 종이장보다 약한 존재였다. 모랑의 저항은 염구준을 간지럽히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이어서 염구준은 다시 왼손을 왼손을 뻗어 하얀 전갈을 곽 부여잡았다. 전갈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 꼬리로 연달아 염구준을 내리쳤지만,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만 날 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너무나도 차이나는 경지에, 도무지 보호막을 뚫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였다. 모랑은 철저히 패배했다. “전갈문 본부, 어디야?”염구준이 살기를 띄며 겨우 옅은 숨을 내뱉고 있는 모랑을 바라보며 말했다. 용필을 찾기 전까진, 그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흐흐, 내가 조직을 배신할 것 같아?”모항이 입을 여는 동시에 피가 주르륵 입에서 흘러내렸다. 너무나도 옅은 목소리,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그대로 두면 다른 세력들이 저희를 얕잡아 볼 거예요.”문주가 본명충을 거두고 자세를 바로 하면서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어떻게 하고 싶으십니까?”아까와 다른 한 남자가 물었다.“그 사람, 지금 어디에 있어요?”“…모릅니다.”“그럼 이름은?”“그것도 모릅니다….”연달아 질문했지만, 돌아온 것은 모른다는 대답뿐, 사람들의 고개가 점점 더 숙여졌다.“그럼 도대체 아는 게 뭐예요?”문주가 냉소를 지으며 물었다.“살려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사람들이 하얗게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황급히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문주가 마음먹는다면 이들은 소리소문 없이 죽을 수도 있었다.“이런, 문주님, 또 사람들을 놀래키고 계십니까?”한 중년 남자가 회의실로 들어오며 말했다. 부문주 라모였다. 그는 전갈문에서 문주를 두려워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언제 돌아왔어요? 부문주는 뭐 좀 알고 있는 게 있어요?”수안이 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 갑작스럽게 라모가 끼어들었음에도 딱히 기분 나빠 보이는 기색이 없었다.“사람을 찾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름은 용필.”라모는 사실대로 말했다. 그 이름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혼란에 휩싸였다. 전혀 들은 기억이 없는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라모가 사람들의 의문을 알아차리고 말을 덧붙였다.“용하국 사람인데, 희망그룹에 속아 여기로 넘어왔다가, 나중에 다른데 넘겨졌다고 들었습니다.”확실히 다른 사람들과는 질이 다른 대답이었다. 수안은 생각에 잠겼다. 사람을 찾는다는 명목으로 지부 네 개나 망가뜨렸다. 그런데도 찾지 못했다면, 분명 더 큰 일을 벌일 게 뻔했다.그런데 지금 놈의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문주님, 명령을 내려 주신다면 제가 부하들을 데리고 놈을 처치하고 오겠습니다.”라모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출전을 자청했다.“그렇다면, 수고 좀 해줘요.”그러자 수안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허락했다. 겉으로 보기엔 꽤 사이 좋아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사실 두 사람 모두 속으론
염구준이 말을 마치고 음식을 시작했다. ‘휴,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사장은 겉으론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론 식겁 했다. 염구준이 차와 다과를 즐기는 동안, 찻집에 또 몇몇 손님들이 들어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것이 차를 주문하는 내내 염구준을 몰래 힐끔거리기 바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염구준이 어지러운 듯 머리를 부여잡고 자리에서 비틀거렸다. “보아하니, 슬슬 약효가 발휘되기 시작한 듯하군.”사장이 주문받는 척 옆에 앉아 있던 한 손님에게 다가가 말했다.“서두르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그들은 계속해서 관찰해 나가며 침착한 태도는 유지했다. 하지만 얼굴엔 참을 수 없는 기쁨과 비릿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염구준은 차와 다과를 다 마신 뒤, 천천히 일어나 떠나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솜이 물먹듯, 이상하게도 몸이 무거워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사장님, 계산이요!”“하하, 계산은 괜찮아요. 그냥 떠나는 마지막 길 배웅해드린 거라고 치죠.”염구준의 목소리에 사장이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살기어린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봐도 좋은 사람으론 보이지 않았다.“움직여! 놈을 죽여라!”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치자, 차를 마시고 있던 사람 모두 일제히 일어나 염구준을 향해 공격을 날리기 시작했다. 독벌레, 총알, 독 가루, 온갖 것이 그를 향해 쏟아졌다. 하지만 염구준은 평소와 달리 바로 반격하지 않고 탁자를 뒤집어 공격을 피해 몸을 옆으로 날렸다. 아무리 몸이 좋지 않다고 해도 용하국에서 수도 없는 전투를 치러온 그에겐 이정돈 아무것도 아니었다. 염구준은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엄폐물들을 이용해 차 집 밖으로 몸을 날렸다. 바로 반격이 돌아오지 않자,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감에 차올랐다. “추격해. 놈은 독에 중독되어 있다. 전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닐 테니, 절대로 놓치지 마라.”“걸린 현상금이 얼마인지 알지? 절대로 놓치면 안 돼.”“하하, 내가 무성 중기 강자를 죽일 날이 올 줄이야.”악당들이 큰 소리로 웃으며
라모가 당연하듯이 부하 부리듯 사람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상금부터 줘야지. 안 그럼 못 가.”한 사람이 입을 떼자, 너도나도 동의한다는 듯 항의하기 시작했다.“좋다!”라모가 평온했던 얼굴을 싸늘하게 굳혔다.“한 명도 남기지 않는다, 죽여라!”명령이 떨어지자 라모의 부들은 마치 한 몸이 된 듯 사람들을 향해 맹렬한 공격을 날렸다. 마치 양 떼를 공격하는 늑대의 무리 같은 학살이었다.애초에 전갈문과 협력관계를 이룰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전갈문 철혈이 진압에 나서자, 순식간에 백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쓰임새를 다한 도구들의 최후였다.“상당히 자인하네. 개보다 못한 취급이군.”염구준이 정면으로 라모를 바라보며 비꼬았다.“큭, 다음은 너야. 나름 강자라고 준비했는데, 머리가 이리 아둔해서야.”라모가 승리를 확신하며 염구준을 조롱했다. “그래, 꽤 공들였네. 아무리 작아도 마을인데, 체스판처럼 다룰 줄이야. 인정하지, 나쁘지 않는 계략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에겐 통하지 않아.”계략자가 모습을 들어낸 이상, 염구준도 연기를 이어갈 이유가 없었다. 그는 이미 진작에 몸안으로 스며든 독을 진기로 해독한 상태였다.“설마 연기였어?”라모가 미소를 거두며 딱딱히 굳은 얼굴로 물었다.“그래. 널 끌어내려고 일부러 독까지 먹었다, 내가.”염구준은 독에 당한 것이 아닌, 당해준 것이었다. 찻집에 들어선 순간, 염구준은 차 향에 묻은 냄새가 잘못됐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아도 어디에도 그럴싸한 강자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이건 미끼, 배후가 따로 있다는 뜻이었다. 염구준은 일부러 라모를 끌어들이기 위해 독을 마셨다. 적이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기에, 확실한 덫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허세는, 그 독이 뭔지 알고 하는 소리냐?”라모는 인정할 수 없었다. “겨우 짐승 잡을 때나 쓰는 독, 나한텐 소용없다.”염구준이 경멸을 담아 말했다. 아무리 뛰어
”네 실력이 부족한 걸 누굴 탓해.”염구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 ‘설마 그럼 아까 그 희미한 그림자?’라모의 머리속에 한 장면이 스치고 지나갔다.“온다, 다시 공격해!”“빨리 대진을 꾸려!”라모의 부하들은 모두 전투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었기에 알아서 반격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그들이 만난 건 전신전 전주, 수많은 전투를 단 하나의 패배도 없이 승리한 자, 어떤 반격을 해도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염구준의 손바닥에서 무형의 기운이 마치 파도처럼 그들을 덮쳤다. 몇 차례의 공격이 오가고 결국 대다수 죽어 라모와 무성 경지 부하 두 명만 남게 되었다. “이게… 설마, 전신 경지…?”염구준의 공격에 놀란 라모가 중얼거렸다. 눈 깜빡할 사이, 수많은 정예 부하들이 죽었고,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알아차렸다면, 얌전히 사람을 넘겨라.”염구준은 길게 설명하기 귀찮아 대충 말했다.“넘기라고? 내 부하들을 이렇게 많이 죽여놓고, 쉽게 네 뜻대로 될 것 같으냐?”라모가 미친 사람 보듯 염구준을 바라보며 다시 공격태세에 들어갔다.“분명 경고했다. 듣지 않은 건 너야.”염구준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헌납!”라모의 외침에 남은 두 사람이 자신들의 본명충을 라모의 본명충에게 먹히도록 했다. 그러자 라모의 본명충이 와구와구 그것들을 씹어먹으며 기력을 보충했다. 라모의 본명충 몸이 점점 커지더니 전신 경지에 있는 강자만큼 강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와라, 네가 설령 전신 경지라 할지라도 소용없다.”자신의 본명충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며 라모는 다시 자신감을 얻었다. 펑하고 허공에 두 사람의 공격이 맞닿았다. 그 순간, 라모는 자신의 판단이 잘못 됐음을 깨달았다. “으윽, 너 전신 경지 이상이구나!가슴이 뻥하고 뚫리며 피가 철철하고 흘러나왔다. 라모는 그제야 염구준의 강함을 알아차렸지만,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이제 남은 건 죽음뿐이었다. 부하들의 헌신에도
염구준은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저 놈 붙잡아 다리 부러뜨려! 어디서 감히!”염구준이 대답이 없자 경비원들은 그가 겁먹은 줄 알고 더 기세등등해서 말했다. 하지만 강자에겐 말이 필요 없다는 것을 이들은 모르고 있는 듯했다.염구준은 덤덤히 앞으로 나아가면서 몸에서 폭발적인 기운을 뿜어냈다. 경비원들은 순식간에 그 힘에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날아갔다. 그에겐 이들은 개미보다도 연약한 존재, 걸림돌조차 되지 못했다.“악!”경비원들이 바닥을 뒹굴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한 번만에 이들은 치명적이 부상을 입었다.“아이고,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누굴 찾는지 알려주시면, 바로 연락 넣겠습니다.”멀리서 상황을 관망하고 있던 경비원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용필이라는 사람을 찾고 있다. 아는 거 있나?”염구준이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살려줘! 그, 그 사람이다!”그 말을 들은 경비원들이 부상자들을 포함해 모두 기겁한 표정을 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염구준의 얼굴을 알아보는 이들은 별로 없었으나, 용필을 찾고 있는 악마의 소식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왜 저렇게 겁먹었지?”염구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별장 내부에 라모와 비슷한 기운을 뿜는 자들이 기척에 잡혔는데, 유달리 한 기척이 신경이 쓰였다. 휘이익! 이때, 양옆 우거진 숲 속 어디선가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어마어마한 양의 독전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목표는 단 하나, 염구준이었다!“어리석긴!”염구준이 가볍게 웃으며 몸을 말렸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마치 순간이동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목표물이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지자, 피리 불던 사람이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나 찾아?”그런데 이때, 뒤에서 염구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악!”얇은 비명소리가 수풀 사이에 울려퍼졌다. 피리를 불던 사람은 여자였다. 그녀는 놀란 나머지 손에 들고 있던 초록빛을 띠고 있던 피리가 바닥에 떨어지
잠시 고민하던 수안이 사람들을 향해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대장로님, 몇몇을 데려가 뒷산에 폐관 수련 중이신 전 문주님을 모셔와요. 이장로님, 사람들을 시켜 그 용필이라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찾는 즉시 데리고 와요. 저는 그동안 여기서 시간을 끌도록 할게요. 전갈문 운명이 걸린 일이니,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협동하길 바라요.”꽤나 그럴싸한 명목이었지만, 사실 수안은 속으로 자신만의 계산을 하고 있었다. “네, 문주님!”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그녀가 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염구준은 별장 깊은 속으로 들어가며 점점 더 강한 기세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거의 저항할 틈도 없이 당하거나 도망치기 일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기어이 전갈문 고위층들이 모여 있는 건물에 도착했다. 하지만 모두 떠난 듯, 그 사이에 모두들 떠나 보이지 않았다. 염구준은 눈을 감고 서서히 기운을 주변으로 퍼트렸다. 그러자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진 강한 기운들이 느껴졌다. 그 중에서 녹지대 쪽에서 가장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은 금색 빛을 띤 한 독총이었다. 저들도 염구준이 최소 전신 경지에 있다는 것을 알 텐데, 독충을 꺼내 들다니, 의아했다. 그는 더 가까이로 다가가 확인하기로 했다. 그러자 인기척을 느낀 것인지 독충, 아니 독전갈이 어딘가로 빠르게 도망치는 것이 느껴졌다. “재밌네. 날 유인하려 들어?”염구준은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독전갈을 따라갔다. 전갈이 향한 방향은 바로 뒷산, 전 문주가 폐관 중인 곳이었다. 수안은 시간을 벌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염구준을 유인해 전 문주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었다. 잠시 후, 염구준은 전갈의 안내에 따라 뒷산, 대나무가 우거진 숲에 도착했다. 그 숲 가장 깊은 곳, 대장로는 몇몇 사람들을 데리고 돌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저희 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적이 왔습니다. 전 문주님, 부디 도와주십시오.”사람들이 간절히 외쳤지만, 돌문
펭귄의 몸에 있는 문양이 좀 익숙하긴 했지만 어디서 봤던 건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럼 계속 가나요?"설씨 가문의 사람들이 물었다.달무 등이 공격당하는 모습을 본 그들은 매우 겁에 질린 상태였다. 그들은 달무 일행처럼 펭귄에게 공격 당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의 질문에 설구는 매우 난감해 했다. 그 역시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쩔 방법이 없어 강자인 주작과 백호를 바라보았지만 그들의 시선은 모두 염구준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상대방이 명령을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이정도면 됐어."염구준은 달무 등이 포악한 펭귄들의 시선을 대부분 잡아둔 것을 보고 낮은 소리로 말한 뒤 주변의 몇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내가 길을 열 테니까 백호가 뒤를 끊고 현무는 왼쪽을 책임지고 주작은 오른쪽을 책임져. 너희 셋은 설웅 일행을 지켜.""알겠어?""네!"정예 부대의 대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큰 소리로 대답했다. "자, 그럼 움직이자!"염구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들은 진형을 바꾸어 설씨 가문의 사람들을 가운데에 에워쌌다.설구는 이제서야 염구준이야말로 이 무리의 핵심이라는 것과 설웅이 그들과 이미 아는 사이라는 것을 눈치챘지만 상대방이 지금 신분을 숨긴 상태이기 때문에 딱히 말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자신들을 도와주기만 하면 상관없었다.전부 진형대로 선 뒤, 그들은 동굴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다들 조심해요. 이 펭귄들은 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죽이지 말고 그냥 쫓아내요."염구준은 주위를 떠도는 펭귄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앞에서 지금 겨우 저 펭귄들의 시선을 끌어주고 있는데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지.'"대장, 저 녀석들이 들어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브루언은 바쁜 상황에서도 주변의 상황을 한 눈 보았다.지금 그들은 다른 사람의 앞길을 터준 셈이었다. 달무가 처음에 세웠던 계획과 완전히 반대라는 말이다."화기를 써!"달무는 끝내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가방에서 새 총을 꺼내
달무는 상대방의 태도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저희 모두 안에 있는 보물을 위해 온 것 같으니 손을 잡는 게 어때요? 보물을 가진 뒤 절반씩 나누는 걸로 하죠."'보물?'설씨 가문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에 의문이 어렸다. 분명 얼음에 봉인된 사람을 깨우려고 왔다고 들었는데 상대방이 보물 이야기를 꺼내니까 말이다."보물에는 딱히 관심이 없습니다. 저희는 한 물건만 가지러 온 거라서요."설구는 과감하게 거절했다.'신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데 손을 잡기는 개뿔.'만약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방이 뒷통수를 때리면 어떡하나. 그땐 후회를 해도, 울어도 소용없을 게 뻔한데 말이다."늙은이, 좋게 말할 때 듣지 그래?" 브루언은 좋지 않은 말투로 말하며 상대방을 손 봐주기 위해 앞으로 걸어갔다.이에 달무는 그를 막으면서 웃으며 말했다."그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각자의 능력에 맡기는 걸로 하죠."말을 마친 후 그는 사람들을 이끌고 동굴 입구로 걸어갔다.달무가 만만한 사람이라 브루언을 말린 것이 아니라 보물의 그림자도 보지 못한 상황에서 상대방과 싸우는 게 수지에 맞지 않다고 여겨서 그렇게 행동한 것 뿐이었다."우리도 가자!"설구는 늦게 가면 계획에 영향을 미칠까봐 얼른 앞으로 가려고 했다."잠시만요, 우선 저 펭귄들의 반응을 보죠."이에 염구준은 재빨리 제지했다. 이 말을 들은 설구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번에 대오를 이끄는 사람은 그인데, 옆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니 말이다. 그가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설웅이 서둘러 나섰다."저도 이 분의 말에 동의합니다. 이 시간을 아낀다고 해서 크게 변하는 것도 없으니 한 번 기다려보죠."미래 가주이자 족장이 하는 말이니 설구는 말을 억지로 삼키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제자리에 서서 달무 등이 펭귄 무리에게 점점 다가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길 막지 말고 저리 꺼져!" 브루언은 펭귄 한 마리를 발로 차면서 방금 전의 불만을 털어놓았다.솔직히 말해서 그는 방금 전
출발하기 전에 달무 등을 한 눈 더 쳐다본 염구준은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 그들이 일반인도, 탐험가도 아니라는 걸 바로 눈치챘다.달무는 기름을 들고 돌아가며 웃으면서 말했다."운이 좋네. 기름 몇 통을 챙겼으니까 말이야."사실은 아직 기름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한 이유는 누군가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이 기회를 틈타 물재를 가져오기 위해서였다."굳이 이렇게 귀찮게 할 필요 있어? 그냥 다 죽이고 빼앗아 오면 되잖아."브루언은 독한 술을 마시며 대부분이 쓰는 일반적인 수법을 말했다.이에 달무는 고개를 저으며 엄숙하게 대답했다."안 돼, 방금 전 일행은 인원수가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겉모습이랑 챙긴 장비만 봐도 만만한 사람이 아닌 것 같으니까 말이야.""게다가 우리가 이번에 여기까지 온 건 임무가 있어서야. 겨우 이딴 일로 큰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되지."말을 마친 뒤 그는 지도를 꺼내 위치를 보고 노선을 살펴보기 시작했다.자신들의 대장이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나머지도 더 이상 뭐라고 하지 못하고 그저 입을 다물었다. "자, 다들 충분히 쉰 것 같으니까 계속 전진하자."달무의 명령에 20여 명의 일행들이 스노모빌을 타고 끝없이 펼쳐진 눈길로 향했다.그들이 달리는 방향은 바로 설구 등이 떠난 방향이었다.계속해서 앞으로 달리고 있던 설구 등은 곧바로 뒤에서 울리는 엔진 소리를 들었다."장로님, 누군가가 따라옵니다. 방금 전에 만난 달무 일행이에요."설웅은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비록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제일 앞에 있는 사람의 방한복을 보면 달무임이 틀림없었다.'음?'상대방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설구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우선 멈추고 휴식하자. 다들 경계태세에 돌입해. 저들이 뭘 하려는 건지 잘 지켜보고."누군가가 뒤를 따라잡은 이상, 우선 상대방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일행은 곧바로 멈추었고, 뒤에 있던 달무 등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을 따라
고수들을 데리고 가문의 주둔지로 와 적들을 물리친 그는 지금 현재 암묵적인 가주였기 때문에 설구도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어 동의하고는 말을 덧붙였다. "그래요, 그럼 같이 가죠. 하지만 저희는 당신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합니다.""괜찮습니다. 저희의 몸은 저희가 잘 챙길 테니 걱정 마세요."염구준은 웃으며 대답했다.'가는 도중에 날 힘들게 하지만 않으면 다행이지.'이번에 임무를 맡은 정예 부대는 가장 약한 사람도 전신경지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그들은 장비를 점검하고는 스노모빌을 타고 설구의 인솔하에 그 신비한 곳으로 출발했다."다들 무사히 돌아와야 해요!"그들의 뒤에서 설씨 가문의 사람들이 크게 외쳤다.이번 임무에서 흑풍과 청목을 동시에 상대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염구준은 큰 가방 안에 구자검을 넣고 출발했다.어느 정도의 경지에 도달했는지 알 수 없는 반보 천인 앞에서 여유를 부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청목존주의 일은 그리 급하지 않았다. 미끼는 이미 던졌으니 상대방이 물기만을 기다리면 되었다.낚시를 하려면 인내심을 가져야 했다.넓은 눈밭에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최대시속으로 스노모빌을 탔다.제일 앞에서 달리는 설구가 마음이 급해서 빠르게 몰아서였다.그들이 달리던 중 대오에서 눈이 가장 좋은 염구준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앞에 사람이 있어요!"그의 말을 들은 설구는 집중해서 눈을 똑바로 뜨고 앞을 보았고 정말 누군가가 서 있는 걸 보았다. 그는 곧바로 경계심이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정신 차려. 일 벌이지 말고."이 지역은 무인 구역이기 때문에 사람이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비정상적인 일이었다.설구는 먼저 방향을 약간 바꿔서 돌아가려고 했으나 곧바로 가로막혔다."안녕하세요,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그의 길을 막은 사람이 말했다.염구준은 앞에 있는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았는데, 금발에 푸른 눈, 그리고 오똑한 코를 가지고 있는 걸 보아 서양인 같아 보였다.심지어 그들 중 한 명은 전에 천랑성호에서 한
같은 시각에 설씨 가문 주둔지는 모닥불 파티를 연 탓에 매우 떠들썩했다.이 자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당연히 설씨 가문의 은인인 주작과 백호였다."이 술을 빌어 은인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청목의 앞잡이들을 물리칠 수 있었어요.""이건 남극 빙원의 특산물인 크릴새우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설웅이 여러분들같은 고수를 만난 건 저희 가문의 복입니다."설씨 가문 사람들도 매우 맛나게 먹었다. 이 음식들은 평소에 감독관들이나 먹는 것들이었다.사람들은 불을 에워싸고 춤을 추며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감정을 풀고 한껏 웃었다.설씨 가문 사람들의 열정에 주작과 백호는 적응이 되지 않아 염구준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길을 보냈으나 염구준은 웃으며 술잔을 들었을 뿐, 딱히 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금 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어떤 일들은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해야한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있었다. 너무 성급하게 굴었다간 허점이 많아지게 될 테고 그럼 신분이 들키게 될 테니까 말이다.'그쪽에서 놀라서 도망치면 이 모든게 헛수고가 되버리니까 천천히 해야 해.'모두가 기뻐하고 있을 때, 오직 설씨 가문의 장로, 설구만이 염구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슬픈 눈빛을 하고서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장로님, 나쁜 녀석들이 도망갔는데 왜 안 기뻐하세요?" 그의 이상함을 눈치 챈 설웅이 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에휴, 다시 돌아올 겁니다.""청목존주를 처리하지 않는 이상 다시 돌아올 거예요. 무엇보다 청목존주는 반보천인의 강자입니다. 누가 이길 수 있겠어요?"설구는 장로답게 다른 사람들보다 안목이 더 좋고 생각이 더 깊었다."가문 전체가 남극 빙원이 아닌 바깥으로 옮기는 건 어떨까요?" 그의 말을 들은 설웅은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바깥으로 갈 수 있었다면 이미 이사를 갔을 겁니다. 하지만 외부에는 강적이 있어요. 만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상대방의 질문에 설구는 천천히
사람들이 옆에서 관전하고 있기 때문에 주작은 더 빠르게 공격해 몇 분만에 개조 로봇을 부숴버렸다.이런 공격이 몸에 부담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괜찮아?"한편, 설웅은 감정을 더 이상 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가족들에게로 달려갔다."도련님, 저희를 구하러 오신 겁니까?"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설웅을 본 후 감동에 겨워 그를 에워싸고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설웅이 자신들을 도와줄 사람들을 데려온 걸 보니 그들은 최근에 고생한 게 모두 보람차게만 느껴졌다.곧바로 그는 가문의 사람들에게 주작과 백호를 소개해주었고, 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소개를 다 들은 후 진심으로 고마워했다.염구준 등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그저 탐험가라고 하며 이곳에 머물러야 할 것 같다고 한 뒤 설씨 가문의 주둔지에 머물렀다.진실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설씨 가문의 사람들 중 혹여나 스톡홀름 증후군 환자가 고자질을 할까봐서였다. 오랫동안 예속되어 왔으니 그런 사람이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한편, 눈밭에서 풀려난 감독관은 다른 광산까지 미친듯이 달려갔다. "너희 우두머리를 만나야겠으니 빨리 소식을 알려!""백어, 뭘 이렇게 급해해? 도망온 사람처럼 말이야."그를 본 이곳의 감독관이 농담하듯 말했다. 두 광산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평소에 서로 왔다갔다하며 잘 알고 지냈다."백씨 가문의 주둔지에 있던 광산이 침략 당해서 보고해야 해. 너희 우두머리는 어디있지?" 백어는 벌벌 떨면서 큰 소리로 물었다.청목 조직은 등급이 삼엄해서 그의 신분으로는 본부와 연락할 수가 없었다."뭐라고?"이 말을 들은 몇몇 감독관들은 입꼬리가 내려가더니 크게 놀라했다.남극 빙원에서 감히 청목 조직과 맞서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 조직의 사람들을 죽이는 건 더더욱 상상치도 못할 일이었다."얼른 따라와!" 이곳의 감독관은 더 이상 질질 끌지 않고 서둘러 길을 안내했다.이렇게 큰 일을 지체해서는 안되었다.그 후 백어는 우두머리에게 보고했고, 우두머리는 본부에 보고했
펑! 펑!전신지상 고수의 공격은 강력했다.주작은 마치 썩어빠진 나무를 자르듯 개조 로봇들을 하나씩 물리쳤다.이 실력이라면 고철덩어리도 자를 것 같았다.상대방의 실력을 보고 담당자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개조 로봇에게 명령을 내렸다.“꺽다리. 저년을 죽여!”꺽다리는 최고 병기였다.“접수.”개조 로봇은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주작과 주먹다짐을 벌였다.쿵!쌍방의 실력은 비슷해서 한 번 치고 뒤로 물러났다.전신지상의 개조 로봇이었다.개조 로봇은 잠시 부품들을 재정비하더니 다시 공격을 퍼부었다.목표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기세였다.매서운 공격이 다가올 때마다 주작은 피할 수 없어서 끝까지 맞서는 수밖에 없었다.한동안 쌍방은 치고 박고 해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뭐 하는 거야? 가서 설웅을 죽여.”담당자가 다시 명령을 내렸다.개조 로봇은 맷집이 세고 마모에 강하며 보험도 들어줄 필요가 없어서 좋았지만 딱 한 가지 단점 융통성이 없었다.탁탁!명령이 떨어지자 나머지 개조 로봇들이 설웅을 향해 돌진했다.한 켠에서 주작이 우세를 차지했지만 그를 보호할 여력이 없었다.부릉부릉!위급한 순간, 마침 스노우모빌의 요란한 소리가 울리며 백호가 현장에 나타났다.그는 스노우모빌을 세우기 전에 몸을 날려 개조 로봇을 폐철로 만들었다.또 전신지상의 고수가 나타나자 담당자는 골치가 아팠다.조직에서 전신지상인 로봇을 한 대만 주어서 어떻게 막아내야 할지 속수무책이었다.5분도 안 되어서 개조 로봇들이 모두 부품이 되어 바닥에 흩어졌다.“이봐. 나랑 좀 놀자.”백호가 담당자에게 말을 건넸다.단진 무성의 실력이라면 어느 정도 싸울만했다.“다들 뛰어!”담장자가 말하는 동시에 부하들이 바로 도망쳤다.“컥!”그런데 얼마 뛰지 못하고 가슴에서 통증이 느껴지고 눈앞이 아찔했다.고개를 숙여 보았더니 가슴에 피가 묻은 손바닥이 뚫고 나온 것이다.백호는 손칼 하나로 그를 황천길로 보냈다.휙!그는 손에 묻은 피를 휙휙 털어내고는 다
이번에 가족을 구하지 않으면 여기서 죽어야 할 것이다.“우리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어요.”주작이 보고했다.“알았어. 먼저 상황을 살펴보고 있어. 우리도 곧 도착해.”뒤에서 염구준이 지시를 내리고 위치를 파악했다.10 킬로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전속으로 달린다면 금방이면 도착한다.“일단 가서 보자.”주작도 스노우모빌에서 내렸다.두 사람은 눈 위에 엎드려 포복으로 가장 높은 곳으로 기어갔다.그리고 고개를 쏙 내밀어 전방을 살펴봤다.설웅이 말한 주둔지는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 광산 같았다.그가 집이 맞다고 우기지 않았다면 잘못 왔다고 착각했을 것이다.광활한 광산에서 욕소리가 유난히 똑똑히 들렸다.퍽!“당장 일어나, 아니면 때려죽인다.”“흑흑. 제발 그만하세요. 할아버지가 버티지 못해요.”한 소녀가 노인을 보호하며 애원했다.바닥에 엎드린 노인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방한복이 피에 흠뻑 젖었다.“차라리 잘 됐지. 버티지 못하면 바로 뒷산에 던져.”현장 감독 담당자가 채찍을 흔들며 쏘아붙였다.그들은 사람이 죽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안 돼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소녀는 흐느끼면서 애원했다.퍽!“하하하. 꺼져! 일하는 데 방해하지 마.”담당자는 소녀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미친듯이 웃었다.그래도 소녀는 노인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멀리서 그 장면을 보던 설웅이 이를 갈며 눈물을 글썽이더니 벌떡 일어서서 소리질렀다.“때리지 마! 나한테 덤벼!”얻어 맞던 소녀는 바로 설웅의 친여동생이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주작은 욕을 퍼붓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았다.“우리 들통났어요. 전방에서 몰려오고 있는데 어떡할까요?”주작이 바로 보고했다.“그럼 싸우는 수밖에 없지.”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백호 가서 지원해. 나머지는 나한테로 와.”전신지상 고수 두 명이 나서면 충분하니 반천인 고수가 나설 필요가 없었다.염구준은 일찍 정체가 드러나는 게 싫어서 모든 사람에게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설씨 가문 개똥에도 쓸모없는 도련
“…”우두머리는 너무 아파 소리도 못내고 두 손으로 소중이를 감쌌다. 어엿한 무성지상 고수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정말 안타깝지 그지없었다.그것도 여자에게 홀려서 소중이까지 망가져버렸다.“저년을 쳐라!”나머지 부하들은 그제야 반응하고 우르르 쓸어왔다.방심한 탓에 이런 꼴을 당한 것이다.“하. 다 쓸어와도 소용없어.”주작은 가볍게 웃음을 치며 전력으로 맞섰다.“젠장, 저년 실력을 감추고 있었어. 적어도 전신 경지야. 얼른 튀어!”누가 소리를 지르자 일행들은 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주작은 그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전부 쓰러트렸다.염구준이 한 놈이라도 살려두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전부 죽였을 것이다.“말해. 누가 너희들을 보냈어? 본거지는 어디야?”주작은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않고 은밀하게 말을 돌렸다.첫 번째 질문은 가짜이고 두 번째가 진짜 목적이었다.“청…”펑펑!잔뜩 겁을 먹은 부하가 말하려고 할 때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했다.총소리가 연달아 울리더니 미행하던 일행이 전부 죽었다.주작은 경계심을 놓치지 않고 설웅 곁으로 다가가 전신 영역으로 총알을 받아냈다.이 정도 공격으로 그녀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저격수가 1킬로미터 밖에 있습니다.”설웅을 보호해야 해서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도착했어.”마침 염구준이 저격수 뒤에 나타났다.첫 총성을 들었을 때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에 간 것이다.“언제 왔어?”저격수는 뒤에서 말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퍽!염구준은 기운으로 저격수를 밀쳐내고 평가를 내렸다.“방금 도착했지. 사격은 봐줄만했는데 자아 보호 실력은 엉망이네.”“아악!”저격수는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더니 비틀거리면서 비수를 꺼냈다.“넌 뭐야?”염구준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갔다.“협조하지 않으면 바로 네 목숨을 앗아갈 사람이지.”“꿈 깨!”저격수는 비수를 들고 죽을 각오로 공격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네.”염구준은 허공에 주먹을 날려 그 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