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본홍봉이 글이 적힌 종이를 인간으로 변한 종이 사람에게 건네며 명령했다.“이 편지를 여기서 약 15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반보천인에게 전달하거라.”사람이 된 종이 인형이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며, 누각 안쪽으로 들어가 단정히 옷을 입고는 송본홍봉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런 다음, 소리소문 없이 염구준이 있는 호텔로 향했다.약 두시간이 지난 시점….스스슥, 종이 사람이 무표정으로 염구준과 청용전존이 머물고 있는 방문을 두드렸다. “이건….”종이 사람을 발견한 청용전존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또 뭐죠? 설마 이것도 인술인 걸까요?”“천인의 힘을 사용해 만든 것이군.”염구준이 종이 사람을 탐색하듯 훑으며 덤덤히 답했다.“상대도 반보천인인가 보네. 하지만 이건 딱히 살상력이 없는 기술이야.”그 말과 함께 염구준은 가볍게 손을 휘저어 종이 사람 손에 들려 있던 편지를 집어 들었다. 송본홍봉의 친필 편지! 내용은 단순했다.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자는 한마디뿐이었다.“나와 만나고 싶은가 보군.”염구준은 편지를 휙 던져버린 뒤, 천인의 힘을 사용해 오른손 검지로 종이 사람의 이마에 답장을 남겼다.“좋다!”다음날 정오, 북서쪽, 북해도 연안 해변.송본홍봉은 해변에 온천 누각과 같은 세팅을 한 채, 송본경목과 함께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벤츠 한 대가 해변에 주차되며, 남자 두 명이 당당히 차에게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 두 사람이 바로, 염구준과 청용전존이었다. 둘은 마중 나온 송본가문 사람들을 지나쳐, 곧바로 송본홍봉과 송본경목이 있는 누각으로 들어섰다. “두 분, 오래 기다리셨습니까?”그러자 송본홍봉이 찻잔에 뜨거운 차를 따라주며, 두 사람을 향해 미소 지었다.“제가 직접 우린 차입니다. 먼 곳에서부터 손님이 오셨으니, 특별히 더 향긋하고 좋은 차로 준비했습니다. 한 번 맛보시죠!”염구준이 자리에 앉으며 차를 한 모금 마신 다음, 담담히 말했다.“그럼 차도 마셨으니, 저희를 보자고
염구준의 태도에 송본홍봉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마음을 억누르며 말했다.“그렇다면 제가 사과하고 방금한 협박을 철회한다면, 두 가문 사이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습니까?”‘약속?’“뭔가 착각한 것 같네요.”염구준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왜 그런 약속을 해야 합니까? 어제는 관여할 마음이 없었지만, 오늘은 몸이 상당히 근질근질하니, 누구라도 패야 직성이 풀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할지는 제가 결정할 문제입니다! 그쪽이 협박을 하던 아니면 철회를 하든, 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습니다!”그러자 송본홍봉도 더 이상 표정관리를 하지 않고 얼굴을 굳혔다. 속에서 분노가 솟구치며 몸에서도 음기가 피어올랐다.“할아버지.”그런데 이때, 옆에 있던 송본경목이 먼저 전투 준비를 마친 듯, 온 몸에 기운을 두른 채, 주머니에서 노란종이 묶음을 꺼내 이를 악물고 말했다.“제가 먼저 도전해봐도 되겠습니다? 아무리 반보천인이라도, 전 두렵지 않습니다!”손자가 나서자, 송본홍봉의 눈빛이 살짝 누그러졌다. 그는 손자가 대견했지만, 아직은 반보천인에게 도전할 실력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송본홍봉이 손자를 타이르기 위해 입을 연 순간이었다. “경목아, 너는….”그가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염구준 옆에 있던 청용전존이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염 선생님에게 도전하다니, 그쪽이 무슨 자격으로?”“지금 절 얕보는 거예요? 제가 왜 자격이 없어요?”송본경목의 눈빛에 살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청용전존을 노려보았다.그는 송본 가문 젊은 세대 중 가장 뛰어나다 알려진 천재였다. 또한 어릴 때부터 송본홍봉 옆에서 신무 옥패에 담긴 기이한 무학을 수련하게 되면서, 남들과 달리 매우 다양한 인술을 익힌 경험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진목.”송본홍봉이 엄격한 표정으로 손자를 불렀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송본경목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지금 느껴지는 염구준과 청용전존의 기운을
지난번 새벽에 경상 가문을 방문했을 때도 반보천인급으로 보이는 초고수와 마주쳤었다. 게다가 최근 보게 된 경상 남매 실력도 범상치 않았었다. 그런데 경상철석이면 분명 반보천일 것이다. 만약 정면으로 맞붙게 된다면, 백 프로 승리할 거란 보장이 없었다. “걱정할 거 없어.”염구준이 전투 의지를 불태우며 말했다. “경상 가문은 상대하는 건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쉬워.”그 말에 천용전존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이내 뭔가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과거 고려국에서 반보천인 다섯명이 연합했는데도, 염구준은 승리했다. 경상 가문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그 이상의 전력이 있지 않은 이상, 그의 상대가 될 리 만무!그렇게 약 20분쯤 달렸을까, 끼이익!염구준과 천용전존이 탄 벤츠가 석수 해안선에 멈춰 섰다. “누구냐! 멈춰라!”해안 목교 끝자락, 경상 가문 별장 입구, 경비원 두 명이 달려와 엄격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여기는 사유지다. 외부인은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하지만 염구준은 그들을 무시하고 천용전존과 함께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멈추라고 했다!”그러자 두 경비원이 얼굴이 딱딱하게 굳히며 허리총에 있는 총을 꺼내 두 사람을 향해 겨누었다.“지금 당장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발포하겠다!”천용전전이 눈을 싸늘하게 굳히며 당장이라도 공격할 태세를 취했다.그러나 이때, 뜻밖의 존재가 나타났다.“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제가 좀 일찍 마중 나올 걸 그랬습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십시오.”노련한 목소리가 별장 일층 쪽에서 서서히 울려 퍼졌다.“물러나거라. 귀한 손님들이다!”그제야 두 경비는 권총을 집어넣고 별장 입구로 돌아갔다.그리고 활짝 열리는 대문!염구준은 큰 걸음으로 청용전존과 함께 일층 거실로 들어섰다. 들어서자, 코를 찌르는 향.경상철석은 청동 향로 뒤에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있었다. 그리고 경상지원과 경상양리 또한 그의 양 옆으로 무릎 꿇은 채 있었다. 궁본웅은 허리에 긴 칼날
지난번 김씨 가문과의 마지막 전투 후로 흑풍존주는 자취를 감췄었다. 그런데 여기서 그 소식을 듣게 될 줄이야, 그것도 모자라 송본 가문과 협력하고 있었다니!“그렇다면, 직접 확인해보도록 할게요.”잠시 뒤, 침묵하던 염구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천용전존과 함께 거실을 떠났다. 송본 가문이 진짜 흑풍조직과 연관되어 있다면, 더 이상 봐줄 이유가 없었다!송본 가문, 온천 누각.온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끝자락, 목재로 된 누각 앞 처마, 송본홍봉과 송본경목이 서로 마주앉은 채 뭇을 들고 있었다. 그들 눈엔 살기가 가득했다.“할아버지.”송본경목이 온천이 흐르는 방향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정말 결정하신 겁니까?”송본홍봉이 붓을 내려놓으며 경상 가문이 있는 방향을 향해 음산한 눈빛을 보냈다.“경상과 우린 오랜 대립관계이다. 하지만 서로의 전력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서로 부딪히는 것을 피해왔다. 그런데 그 염구준이라는 작자가 우리를 적대시하니, 우린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선수치지 않으면, 우리가 당할 수도 있다! 이젠 선택지가 없어!”사람을 압도하는 기운이 송본홍봉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만약 염구준과 경상 가문이 손을 잡게 된다면, 송본 가문은 큰 재앙을 맞이하게 될 터!“결론이 나섰으면, 놈들이 눈치채기 전에 당장 움직이는 것이 어떻습니까?”송본경목이 살기가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나지막이 말했다.“저희….”하지만 말을 마치기도 전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송본홍봉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리고 단호히 멈추라는 듯, 손을 들어올려 보였다. 어느새 그의 시선은 온천너머, 저 멀리 향하고 있었다.“미리 알았다면 마중 나갔을 터인데, 염 선생이 이 누추한 곳엔 어쩐 일이십니까?”그의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송본홍봉과 송본경목 앞으로 두 인영이 나타났다.바로 염구준과 천용전존이었다!“확인할 것이 있어 왔습니다.”염구준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옆에 있던 송본경목을 무시한 채, 송본홍봉과 마주보았다.“흑풍존주는 어디 출신이며,
송본홍봉의 눈이 빛났다. 그의 몸 주변으로 강한 바람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불이 담긴 염구준의 주벅과 송본홍봉의 소용돌이가 충돌했다. 어느 쪽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잠시는 어느 쪽이 우위인지 분간이 안 가는 듯했다. 하지만 이때, 염구준의 입가에 차가운 조소가 맺혔다. 그가 가볍게 발을 구르는 순간, 온 몸에서 불길이 솟구쳤다. 염구준은 불 그 자체가 된 듯, 활활 타오르며 순식간에 바람을 집어 삼켰다. 바람은 그렇게 서서히 위력을 잃어가고 있던 순간이었다. 염구준의 주먹이 송본홍봉의 소용돌이 중앙에 내리 꽂혔다. “천생도체, 백맥통달? 이런 체질이 진짜 존재했단 말인가?”송본홍봉의 눈에 빛이 번뜩였다. 정말 부러운 재능, 부러운 체질이었다. 그는 소용돌이가 완전히 부숴지기 직전, 공중에 손가락으로 문 그림을 그리고 순식간에 그 안으로 사라졌다.순간이동 술법!송본홍봉의 모습이 서서히 문 속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같은 순간, 염구준 뒤쪽으로 약 일 미터 떨어진 곳에, 거센 기운의 파도가 일었다. 없어졌던 송본홍봉이 나타난 것이다. 그는 순식간에 염구준 뒷목을 향해 손을 뻗으며 냉소를 지었다.“네가 졌어!”아무리 염구준이라도, 이 상황에서 반격하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송본홍봉의 손가락이 염구준 목에 닿기 직전, 갑자기 염구준이 몸을 돌리는 것이 보였다. “아니, 진 건 너다!”염구준이 송본홍봉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며 말했다.“왼쪽 갈비뼈, 안 느껴져? 만약 대련이 아니었다면, 죽지 않더라도 중상이었어!”송본홍봉이 놀란 표정으로 자신의 왼쪽 허리를 내려다보았다. 무도복 위로 주먹만 한 불꽃이 서서히 수그러드는 것이 보였다. 그의 옷은 마치 뜨거운 불에 닿은 듯, 까맣게 녹아 있었다. “주먹이 꽤 매섭군!”송본홍봉이 무도복에 남은 불꽃을 털며 다시 목탁 옆에 앉은 채 말했다.“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인정하지. 하지만 그런 생각해 본 적 없나? 내가 아무런 대비도 없이 위험을 감수했을까? 나와 용하국 은둔 가문 사이를 알
온천 물에서 그들이 튀어나온 순간, 염구준은 이미 신념으로 그들을 감지한 상태였다. 그들의 공격은 소리소문 없었지만, 그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염구준은 그들은 신념으로 그들의 위치를 이미 파악한 상태였기 때문에, 눈으로 쫓을 필요도 없었다. 염구준은 그동안 쌓아온 전투 경험을 바탕으로 망설임없이 주먹을 날렸다.용하국의 고무학, 진공장!여섯개의 주먹, 공기를 가르는 폭음! 하지만 그들은 마치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유유히 그의 주먹들을 흘려 보내며 충격을 피했다. 염구준의 공격 대부분이 허공을 가르고 사라졌다. 그들은 흘려버릴 때의 반동을 이용해 방향을 바꾸며 또 다시 허공에서 사라졌다. 그들은 마치 공기와 하나가 된 듯, 진정한 은신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염구준은 이제 신념을 이용해서도 그들의 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 “주군, 죄송합니다.”염구준 뒤에 있던 청용전이 죄책감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전, 염구준이 그를 보호하는데 신경을 쓰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둘을 죽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놓치게 되었으니, 큰 손실이었다. 청용전존은 지금 염구준의 짐이 되었다. 그들이 또다시 청용전존을 향해 공격을 날린다면, 염구준도 위험에 빠질 수도 있었다. “괜찮아. 네 잘못 아니야.”염구준이 청용전존을 향해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부터 전력을 다할 테니, 너도 조심해!”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를 눈치챈 청용전존이 놀란 표정으로 말을 꺼내려던 순간이었다. 우웅! 염구준 손에서 진동이 일어나더니, 붉은 장벽이 조용히 떠올랐다. 그것은 불꽃이 되어 청용전존을 완전히 둘러싸 방어막을 형성해 주었다.“주군…청용전존이 감동에 눈물을 글썽이며 염구준을 불렀다. 염구준은 그를 위해 아낌없이 천인지력을 사용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두 암살자 제외하고도 송본홍봉 그리고 송본경복까지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네 명을 상대하면서 동시에 청용전존까지 보호해야 되니, 어려운 전투가 될 게 분명했다!“이런 상황에서도 천
“정신 충격….”멀리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송본홍봉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믿기지 않았다. 이 젊은 나이에 벌써 이토록 높은 무학을 구현해 내다니, 충격적일 정도로 놀라운 재능이었다.“송본홍봉!”염구준 손에 잡혀 있던 두 암살자가 그를 향해 외쳤다.“지금 당장 움직여. 우리가 죽으면, 너도 내 가문의 화를 받게 될 거다!”송본홍봉은 더 이상 숨지 않고 즉시 전력을 다해 염구준에게 공격을 날렸다.순간이동 술법!그의 몸에서 기운이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며 두 암살자를 향해 빠르게 뻗어져 나갔다. 두 암살자는 그 기운에 감싸져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다시 나타났을 땐 이미 염구준으로부터 20미터 정도 떨어진, 정신 충격의 범위를 벗어난 상태였다.“송본, 우리와 함께 싸워라!”두 암살자가 간신히 두통을 억누른채 송본홍봉을 향해 외쳤다.“더 이상 구경만 하지 말고, 전력을 다해 염구준을 죽이란 말이다!”“하지만….”송본홍봉은 망설여졌지만, 그의 말 대로 지금은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속에는 아직 두려움이 남아 있었다. 이미 한번 염구준과 싸워본 경험으로 그의 강함이 어느 정도인지 눈치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면으로 붙은 것도 아니고, 몸을 숨기면서 싸운 두 암살자조차도 염구준에게 일말의 부상도 입히지 못했다.하지만 여기서 저들의 말을 거부하는 건 후환이 두려웠다.“뭘 망설여!”두 암살자가 다시 한번 송본홍봉을 향해 날카롭게 외쳤다.“너도 옥패의 무학을 배웠잖아! 우리의 약속을 잊지 마라!”“시간 낭비하지 말고, 빨리 필살기 사용해!”필살기… 송본홍봉은 결단을 내렸다. 그는 입안 볼 살을 깨물어 상처를 만들었다. 곧이어 입안에 피가 가득 고이자, 송본홍봉은 망설임없이 그것을 뱉어내 손에 들고 있던 붓을 적셨다. 그리고 빠르게 노란색 종이를 채워져 가는 그림, 피로 만들어진 종이 인형이 완성되었다.피의 그림자!이건 신무 옥패에서 유래된 기묘한 술법으로, 종이 인형은 만들어진 순간부터 전신 중기 강자와 맞먹는 실력을 가지게
궁본웅이 허리에 찬 칼 손잡이에 손을 가져다 대며 경상철석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저희에게 이득이 되는 일인데, 그냥 지켜보는 건 군자로서 할 도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지원, 양리!”그러자 어디선가 경상지원과 경상양리가 나타나 경상철석 앞에 동시에 몸을 숙였다.“아버지!”“경상 가문, 저희의 오랜 숙적! 염 선생님이 그들과 생사를 다투는 싸움을 하고 있는데, 저희가 안 도우면 누가 돕겠습니까!”경상철석이 서북쪽 저 멀리를 바라보며 전투의지를 불태웠다.“모든 일원에게 전투 준비를 하라고 전해라. 오늘 우리는 반드시 송본 가문 뿌리를 뽑는다!”그의 명령에 경상지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휴대폰을 꺼내 명령을 전달했다. 잠시 뒤, 통화를 마친 경상지원을 보고 경상철석이 눈을 번뜩이며 명령했다.“차 준비해. 가장 빠른 속도로 온천 누각으로 가 염 선생을 도와 송본홍봉을 처치한다!”몇 분 지나지 않아, 모든 사람들이 준비를 마쳤고 빠르게 송본 가문으로 향했다.한쳔, 송본 가문, 온천 누각.“강해도, 너무 강해….”송본홍봉은 몇 번이나 공격했지만, 모두 염구준에게 먹혀 들지 않았다.그는 궁본웅과도 싸워보고, 몇몇 반보천인들과도 전투를 치러봤으나, 이정도로 두려움을 느껴본 건 처음이었다.송본홍봉을 제외하고도 암영시를 익힌 두 암살자도 함께 공격을 넣었으나, 염구준은 밀리지 않고 각종 용하국 고무학을 구현해 모두 막았다. 심지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은신술조차 처음만큼 통하지 않았다. 얼마나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이제는 종종 티를 내지 않아도 위치가 발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래도 사대일, 승부는 팽팽했다. “염 선생!”이때, 어디서 낯설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경상철석이였다!경상철석을 선두로, 궁본웅, 경상 남매가 줄줄이 나타났다. 그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송본홍봉과 송본경목, 그리고 기세등등하게 허공을 향해 공격을 날리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지금… 누구와 싸우고 계신 겁니까?”그들
펭귄의 몸에 있는 문양이 좀 익숙하긴 했지만 어디서 봤던 건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럼 계속 가나요?"설씨 가문의 사람들이 물었다.달무 등이 공격당하는 모습을 본 그들은 매우 겁에 질린 상태였다. 그들은 달무 일행처럼 펭귄에게 공격 당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의 질문에 설구는 매우 난감해 했다. 그 역시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쩔 방법이 없어 강자인 주작과 백호를 바라보았지만 그들의 시선은 모두 염구준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상대방이 명령을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이정도면 됐어."염구준은 달무 등이 포악한 펭귄들의 시선을 대부분 잡아둔 것을 보고 낮은 소리로 말한 뒤 주변의 몇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내가 길을 열 테니까 백호가 뒤를 끊고 현무는 왼쪽을 책임지고 주작은 오른쪽을 책임져. 너희 셋은 설웅 일행을 지켜.""알겠어?""네!"정예 부대의 대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큰 소리로 대답했다. "자, 그럼 움직이자!"염구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들은 진형을 바꾸어 설씨 가문의 사람들을 가운데에 에워쌌다.설구는 이제서야 염구준이야말로 이 무리의 핵심이라는 것과 설웅이 그들과 이미 아는 사이라는 것을 눈치챘지만 상대방이 지금 신분을 숨긴 상태이기 때문에 딱히 말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자신들을 도와주기만 하면 상관없었다.전부 진형대로 선 뒤, 그들은 동굴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다들 조심해요. 이 펭귄들은 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죽이지 말고 그냥 쫓아내요."염구준은 주위를 떠도는 펭귄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앞에서 지금 겨우 저 펭귄들의 시선을 끌어주고 있는데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지.'"대장, 저 녀석들이 들어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브루언은 바쁜 상황에서도 주변의 상황을 한 눈 보았다.지금 그들은 다른 사람의 앞길을 터준 셈이었다. 달무가 처음에 세웠던 계획과 완전히 반대라는 말이다."화기를 써!"달무는 끝내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가방에서 새 총을 꺼내
달무는 상대방의 태도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저희 모두 안에 있는 보물을 위해 온 것 같으니 손을 잡는 게 어때요? 보물을 가진 뒤 절반씩 나누는 걸로 하죠."'보물?'설씨 가문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에 의문이 어렸다. 분명 얼음에 봉인된 사람을 깨우려고 왔다고 들었는데 상대방이 보물 이야기를 꺼내니까 말이다."보물에는 딱히 관심이 없습니다. 저희는 한 물건만 가지러 온 거라서요."설구는 과감하게 거절했다.'신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데 손을 잡기는 개뿔.'만약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방이 뒷통수를 때리면 어떡하나. 그땐 후회를 해도, 울어도 소용없을 게 뻔한데 말이다."늙은이, 좋게 말할 때 듣지 그래?" 브루언은 좋지 않은 말투로 말하며 상대방을 손 봐주기 위해 앞으로 걸어갔다.이에 달무는 그를 막으면서 웃으며 말했다."그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각자의 능력에 맡기는 걸로 하죠."말을 마친 후 그는 사람들을 이끌고 동굴 입구로 걸어갔다.달무가 만만한 사람이라 브루언을 말린 것이 아니라 보물의 그림자도 보지 못한 상황에서 상대방과 싸우는 게 수지에 맞지 않다고 여겨서 그렇게 행동한 것 뿐이었다."우리도 가자!"설구는 늦게 가면 계획에 영향을 미칠까봐 얼른 앞으로 가려고 했다."잠시만요, 우선 저 펭귄들의 반응을 보죠."이에 염구준은 재빨리 제지했다. 이 말을 들은 설구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번에 대오를 이끄는 사람은 그인데, 옆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니 말이다. 그가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설웅이 서둘러 나섰다."저도 이 분의 말에 동의합니다. 이 시간을 아낀다고 해서 크게 변하는 것도 없으니 한 번 기다려보죠."미래 가주이자 족장이 하는 말이니 설구는 말을 억지로 삼키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제자리에 서서 달무 등이 펭귄 무리에게 점점 다가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길 막지 말고 저리 꺼져!" 브루언은 펭귄 한 마리를 발로 차면서 방금 전의 불만을 털어놓았다.솔직히 말해서 그는 방금 전
출발하기 전에 달무 등을 한 눈 더 쳐다본 염구준은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 그들이 일반인도, 탐험가도 아니라는 걸 바로 눈치챘다.달무는 기름을 들고 돌아가며 웃으면서 말했다."운이 좋네. 기름 몇 통을 챙겼으니까 말이야."사실은 아직 기름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한 이유는 누군가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이 기회를 틈타 물재를 가져오기 위해서였다."굳이 이렇게 귀찮게 할 필요 있어? 그냥 다 죽이고 빼앗아 오면 되잖아."브루언은 독한 술을 마시며 대부분이 쓰는 일반적인 수법을 말했다.이에 달무는 고개를 저으며 엄숙하게 대답했다."안 돼, 방금 전 일행은 인원수가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겉모습이랑 챙긴 장비만 봐도 만만한 사람이 아닌 것 같으니까 말이야.""게다가 우리가 이번에 여기까지 온 건 임무가 있어서야. 겨우 이딴 일로 큰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되지."말을 마친 뒤 그는 지도를 꺼내 위치를 보고 노선을 살펴보기 시작했다.자신들의 대장이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나머지도 더 이상 뭐라고 하지 못하고 그저 입을 다물었다. "자, 다들 충분히 쉰 것 같으니까 계속 전진하자."달무의 명령에 20여 명의 일행들이 스노모빌을 타고 끝없이 펼쳐진 눈길로 향했다.그들이 달리는 방향은 바로 설구 등이 떠난 방향이었다.계속해서 앞으로 달리고 있던 설구 등은 곧바로 뒤에서 울리는 엔진 소리를 들었다."장로님, 누군가가 따라옵니다. 방금 전에 만난 달무 일행이에요."설웅은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비록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제일 앞에 있는 사람의 방한복을 보면 달무임이 틀림없었다.'음?'상대방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설구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우선 멈추고 휴식하자. 다들 경계태세에 돌입해. 저들이 뭘 하려는 건지 잘 지켜보고."누군가가 뒤를 따라잡은 이상, 우선 상대방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일행은 곧바로 멈추었고, 뒤에 있던 달무 등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을 따라
고수들을 데리고 가문의 주둔지로 와 적들을 물리친 그는 지금 현재 암묵적인 가주였기 때문에 설구도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어 동의하고는 말을 덧붙였다. "그래요, 그럼 같이 가죠. 하지만 저희는 당신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합니다.""괜찮습니다. 저희의 몸은 저희가 잘 챙길 테니 걱정 마세요."염구준은 웃으며 대답했다.'가는 도중에 날 힘들게 하지만 않으면 다행이지.'이번에 임무를 맡은 정예 부대는 가장 약한 사람도 전신경지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그들은 장비를 점검하고는 스노모빌을 타고 설구의 인솔하에 그 신비한 곳으로 출발했다."다들 무사히 돌아와야 해요!"그들의 뒤에서 설씨 가문의 사람들이 크게 외쳤다.이번 임무에서 흑풍과 청목을 동시에 상대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염구준은 큰 가방 안에 구자검을 넣고 출발했다.어느 정도의 경지에 도달했는지 알 수 없는 반보 천인 앞에서 여유를 부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청목존주의 일은 그리 급하지 않았다. 미끼는 이미 던졌으니 상대방이 물기만을 기다리면 되었다.낚시를 하려면 인내심을 가져야 했다.넓은 눈밭에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최대시속으로 스노모빌을 탔다.제일 앞에서 달리는 설구가 마음이 급해서 빠르게 몰아서였다.그들이 달리던 중 대오에서 눈이 가장 좋은 염구준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앞에 사람이 있어요!"그의 말을 들은 설구는 집중해서 눈을 똑바로 뜨고 앞을 보았고 정말 누군가가 서 있는 걸 보았다. 그는 곧바로 경계심이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정신 차려. 일 벌이지 말고."이 지역은 무인 구역이기 때문에 사람이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비정상적인 일이었다.설구는 먼저 방향을 약간 바꿔서 돌아가려고 했으나 곧바로 가로막혔다."안녕하세요,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그의 길을 막은 사람이 말했다.염구준은 앞에 있는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았는데, 금발에 푸른 눈, 그리고 오똑한 코를 가지고 있는 걸 보아 서양인 같아 보였다.심지어 그들 중 한 명은 전에 천랑성호에서 한
같은 시각에 설씨 가문 주둔지는 모닥불 파티를 연 탓에 매우 떠들썩했다.이 자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당연히 설씨 가문의 은인인 주작과 백호였다."이 술을 빌어 은인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청목의 앞잡이들을 물리칠 수 있었어요.""이건 남극 빙원의 특산물인 크릴새우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설웅이 여러분들같은 고수를 만난 건 저희 가문의 복입니다."설씨 가문 사람들도 매우 맛나게 먹었다. 이 음식들은 평소에 감독관들이나 먹는 것들이었다.사람들은 불을 에워싸고 춤을 추며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감정을 풀고 한껏 웃었다.설씨 가문 사람들의 열정에 주작과 백호는 적응이 되지 않아 염구준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길을 보냈으나 염구준은 웃으며 술잔을 들었을 뿐, 딱히 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금 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어떤 일들은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해야한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있었다. 너무 성급하게 굴었다간 허점이 많아지게 될 테고 그럼 신분이 들키게 될 테니까 말이다.'그쪽에서 놀라서 도망치면 이 모든게 헛수고가 되버리니까 천천히 해야 해.'모두가 기뻐하고 있을 때, 오직 설씨 가문의 장로, 설구만이 염구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슬픈 눈빛을 하고서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장로님, 나쁜 녀석들이 도망갔는데 왜 안 기뻐하세요?" 그의 이상함을 눈치 챈 설웅이 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에휴, 다시 돌아올 겁니다.""청목존주를 처리하지 않는 이상 다시 돌아올 거예요. 무엇보다 청목존주는 반보천인의 강자입니다. 누가 이길 수 있겠어요?"설구는 장로답게 다른 사람들보다 안목이 더 좋고 생각이 더 깊었다."가문 전체가 남극 빙원이 아닌 바깥으로 옮기는 건 어떨까요?" 그의 말을 들은 설웅은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바깥으로 갈 수 있었다면 이미 이사를 갔을 겁니다. 하지만 외부에는 강적이 있어요. 만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상대방의 질문에 설구는 천천히
사람들이 옆에서 관전하고 있기 때문에 주작은 더 빠르게 공격해 몇 분만에 개조 로봇을 부숴버렸다.이런 공격이 몸에 부담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괜찮아?"한편, 설웅은 감정을 더 이상 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가족들에게로 달려갔다."도련님, 저희를 구하러 오신 겁니까?"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설웅을 본 후 감동에 겨워 그를 에워싸고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설웅이 자신들을 도와줄 사람들을 데려온 걸 보니 그들은 최근에 고생한 게 모두 보람차게만 느껴졌다.곧바로 그는 가문의 사람들에게 주작과 백호를 소개해주었고, 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소개를 다 들은 후 진심으로 고마워했다.염구준 등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그저 탐험가라고 하며 이곳에 머물러야 할 것 같다고 한 뒤 설씨 가문의 주둔지에 머물렀다.진실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설씨 가문의 사람들 중 혹여나 스톡홀름 증후군 환자가 고자질을 할까봐서였다. 오랫동안 예속되어 왔으니 그런 사람이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한편, 눈밭에서 풀려난 감독관은 다른 광산까지 미친듯이 달려갔다. "너희 우두머리를 만나야겠으니 빨리 소식을 알려!""백어, 뭘 이렇게 급해해? 도망온 사람처럼 말이야."그를 본 이곳의 감독관이 농담하듯 말했다. 두 광산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평소에 서로 왔다갔다하며 잘 알고 지냈다."백씨 가문의 주둔지에 있던 광산이 침략 당해서 보고해야 해. 너희 우두머리는 어디있지?" 백어는 벌벌 떨면서 큰 소리로 물었다.청목 조직은 등급이 삼엄해서 그의 신분으로는 본부와 연락할 수가 없었다."뭐라고?"이 말을 들은 몇몇 감독관들은 입꼬리가 내려가더니 크게 놀라했다.남극 빙원에서 감히 청목 조직과 맞서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 조직의 사람들을 죽이는 건 더더욱 상상치도 못할 일이었다."얼른 따라와!" 이곳의 감독관은 더 이상 질질 끌지 않고 서둘러 길을 안내했다.이렇게 큰 일을 지체해서는 안되었다.그 후 백어는 우두머리에게 보고했고, 우두머리는 본부에 보고했
펑! 펑!전신지상 고수의 공격은 강력했다.주작은 마치 썩어빠진 나무를 자르듯 개조 로봇들을 하나씩 물리쳤다.이 실력이라면 고철덩어리도 자를 것 같았다.상대방의 실력을 보고 담당자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개조 로봇에게 명령을 내렸다.“꺽다리. 저년을 죽여!”꺽다리는 최고 병기였다.“접수.”개조 로봇은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주작과 주먹다짐을 벌였다.쿵!쌍방의 실력은 비슷해서 한 번 치고 뒤로 물러났다.전신지상의 개조 로봇이었다.개조 로봇은 잠시 부품들을 재정비하더니 다시 공격을 퍼부었다.목표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기세였다.매서운 공격이 다가올 때마다 주작은 피할 수 없어서 끝까지 맞서는 수밖에 없었다.한동안 쌍방은 치고 박고 해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뭐 하는 거야? 가서 설웅을 죽여.”담당자가 다시 명령을 내렸다.개조 로봇은 맷집이 세고 마모에 강하며 보험도 들어줄 필요가 없어서 좋았지만 딱 한 가지 단점 융통성이 없었다.탁탁!명령이 떨어지자 나머지 개조 로봇들이 설웅을 향해 돌진했다.한 켠에서 주작이 우세를 차지했지만 그를 보호할 여력이 없었다.부릉부릉!위급한 순간, 마침 스노우모빌의 요란한 소리가 울리며 백호가 현장에 나타났다.그는 스노우모빌을 세우기 전에 몸을 날려 개조 로봇을 폐철로 만들었다.또 전신지상의 고수가 나타나자 담당자는 골치가 아팠다.조직에서 전신지상인 로봇을 한 대만 주어서 어떻게 막아내야 할지 속수무책이었다.5분도 안 되어서 개조 로봇들이 모두 부품이 되어 바닥에 흩어졌다.“이봐. 나랑 좀 놀자.”백호가 담당자에게 말을 건넸다.단진 무성의 실력이라면 어느 정도 싸울만했다.“다들 뛰어!”담장자가 말하는 동시에 부하들이 바로 도망쳤다.“컥!”그런데 얼마 뛰지 못하고 가슴에서 통증이 느껴지고 눈앞이 아찔했다.고개를 숙여 보았더니 가슴에 피가 묻은 손바닥이 뚫고 나온 것이다.백호는 손칼 하나로 그를 황천길로 보냈다.휙!그는 손에 묻은 피를 휙휙 털어내고는 다
이번에 가족을 구하지 않으면 여기서 죽어야 할 것이다.“우리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어요.”주작이 보고했다.“알았어. 먼저 상황을 살펴보고 있어. 우리도 곧 도착해.”뒤에서 염구준이 지시를 내리고 위치를 파악했다.10 킬로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전속으로 달린다면 금방이면 도착한다.“일단 가서 보자.”주작도 스노우모빌에서 내렸다.두 사람은 눈 위에 엎드려 포복으로 가장 높은 곳으로 기어갔다.그리고 고개를 쏙 내밀어 전방을 살펴봤다.설웅이 말한 주둔지는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 광산 같았다.그가 집이 맞다고 우기지 않았다면 잘못 왔다고 착각했을 것이다.광활한 광산에서 욕소리가 유난히 똑똑히 들렸다.퍽!“당장 일어나, 아니면 때려죽인다.”“흑흑. 제발 그만하세요. 할아버지가 버티지 못해요.”한 소녀가 노인을 보호하며 애원했다.바닥에 엎드린 노인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방한복이 피에 흠뻑 젖었다.“차라리 잘 됐지. 버티지 못하면 바로 뒷산에 던져.”현장 감독 담당자가 채찍을 흔들며 쏘아붙였다.그들은 사람이 죽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안 돼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소녀는 흐느끼면서 애원했다.퍽!“하하하. 꺼져! 일하는 데 방해하지 마.”담당자는 소녀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미친듯이 웃었다.그래도 소녀는 노인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멀리서 그 장면을 보던 설웅이 이를 갈며 눈물을 글썽이더니 벌떡 일어서서 소리질렀다.“때리지 마! 나한테 덤벼!”얻어 맞던 소녀는 바로 설웅의 친여동생이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주작은 욕을 퍼붓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았다.“우리 들통났어요. 전방에서 몰려오고 있는데 어떡할까요?”주작이 바로 보고했다.“그럼 싸우는 수밖에 없지.”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백호 가서 지원해. 나머지는 나한테로 와.”전신지상 고수 두 명이 나서면 충분하니 반천인 고수가 나설 필요가 없었다.염구준은 일찍 정체가 드러나는 게 싫어서 모든 사람에게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설씨 가문 개똥에도 쓸모없는 도련
“…”우두머리는 너무 아파 소리도 못내고 두 손으로 소중이를 감쌌다. 어엿한 무성지상 고수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정말 안타깝지 그지없었다.그것도 여자에게 홀려서 소중이까지 망가져버렸다.“저년을 쳐라!”나머지 부하들은 그제야 반응하고 우르르 쓸어왔다.방심한 탓에 이런 꼴을 당한 것이다.“하. 다 쓸어와도 소용없어.”주작은 가볍게 웃음을 치며 전력으로 맞섰다.“젠장, 저년 실력을 감추고 있었어. 적어도 전신 경지야. 얼른 튀어!”누가 소리를 지르자 일행들은 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주작은 그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전부 쓰러트렸다.염구준이 한 놈이라도 살려두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전부 죽였을 것이다.“말해. 누가 너희들을 보냈어? 본거지는 어디야?”주작은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않고 은밀하게 말을 돌렸다.첫 번째 질문은 가짜이고 두 번째가 진짜 목적이었다.“청…”펑펑!잔뜩 겁을 먹은 부하가 말하려고 할 때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했다.총소리가 연달아 울리더니 미행하던 일행이 전부 죽었다.주작은 경계심을 놓치지 않고 설웅 곁으로 다가가 전신 영역으로 총알을 받아냈다.이 정도 공격으로 그녀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저격수가 1킬로미터 밖에 있습니다.”설웅을 보호해야 해서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도착했어.”마침 염구준이 저격수 뒤에 나타났다.첫 총성을 들었을 때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에 간 것이다.“언제 왔어?”저격수는 뒤에서 말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퍽!염구준은 기운으로 저격수를 밀쳐내고 평가를 내렸다.“방금 도착했지. 사격은 봐줄만했는데 자아 보호 실력은 엉망이네.”“아악!”저격수는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더니 비틀거리면서 비수를 꺼냈다.“넌 뭐야?”염구준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갔다.“협조하지 않으면 바로 네 목숨을 앗아갈 사람이지.”“꿈 깨!”저격수는 비수를 들고 죽을 각오로 공격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네.”염구준은 허공에 주먹을 날려 그 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