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어 있던 닷새 동안 염구준도 한층 더 반보천인의 경지를 발전시켰다. 비록 시도해보지 않았지만, 어렵지 않게 신태우가 보여줬던 기술을 구사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염구준!”신태우 뒤에 있던 최시원이 참지 못하고 뛰쳐나와 증오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외쳤다.“네가 비록 날 크게 상처 입혔을지라도 사형이 온 이상, 오늘 결코 살아서 여기를 나갈 순 없을 것이다!”그러자 염구준이 손가을과 한채인을 뒤에 둔 채 최시원을 향해 냉소를 날렸다.“웃기고 있네! 적지 않은 나이에, 싸워서 이기지 못했다고 사형을 데리고 오다니, 참 뻔뻔하기 그지없구나! 참 부끄러운 줄 모르는 인간이구나! 이 상황에 이토록 당당히 굴 수 있다니, 얼마나 비열한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겠어!”비열한 사상…. 최시원은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막상 반박하려니, 말문이 막혀 침묵을 지켰다. 최시원은 동급생끼리 싸우다가 밀리니까, 부모님을 데리고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수치스러웠다. “말 한 번 독하게 하는구나.”이때, 신태우가 냉소를 지으며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그리고 사제의 말 대로 꽤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구나. 내 너를 제자삼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어디 한 번 고민해 보거라.”고려국 사람의 제자가 되라고? 용하국 사람으로서 절대로 받아들 수 없는 일이었다!“네 얼굴을 보니, 내키지 않는 모양이구나.”아쉬운 표정을 짓던 신태우가 다시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말을 덧붙였다.“앞으로 화가 될 싹을 그냥 살려둘 수는 없는 법. 싫다면, 오늘 여기서 죽어줘야겠어! 네가 아무리 반보천인이라 할지라도, 산 위에 산이 있다는 걸 알게 해주지! 아무리 반보천인이라 할지라도 다 급이 있는 법! 너 같은 애송이는 내게 한낱 개미에 불과하다! 일격에 저승으로 보내주마!”그 말과 동시에, 신태우는 다시 오른손을 뻗어 빠르게 금색으로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이 느낌은….”이토록 강한 고수는 염구준 입장에서도 난생 처음이었다. 신
고려국의 은둔 가문들조차 이토록 젊고 우수한 인재를 키워내지 못했다!“믿을 수 없어. 믿을 수 없다고!”신태우 옆에서 최시원이 멍한 표정으로 입술을 파르르 떨며 중얼거렸다.천인지력으로 신체를 강화하는 것도 모자라 외부로 에너지를 방출까지 하다니, 이건 그가 수십년 노력해도 이루진 못한 성과였다. 이는 온전히 머리로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해한 것을 육체로 옮기는 작업마저 완벽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경맥에 큰 손상을 입어 주화입마에 빠지기 쉽상이었다. 수십년간 수련해온 고수들도 하지 못하는 것을, 젊은 염구준이 쉽게 해내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최시원은 자신의 재능을 염구준과 비교하면서 큰 허탈함에 휩싸였다. 염구준과 그의 재능은 하늘과 땅처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구준 씨….”“염구준 오빠….”염구준의 상태를 모두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손가을과 한채인도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강한 줄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그녀들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이미 그의 경지는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범주를 초월한 상태였다. 전설 속,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보던 것이 정말 가능할 줄이야!“이 느낌, 꽤 괜찮네.”염구준이 빨갛게 변한 자신의 팔을 바라보며 매우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는 어느때보다 몸속에서 기운이 넘치는 것을 느꼈다. 이번 오일 동안 몸을 회복하면서 일어난 몸의 변화가 실감되는 순간이었다!이제는 가벼운 손짓만으로도 웬만한 강자는 날려버리거나 죽여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나조차 부러울 정도로 뛰어난 이해력이군.”신태우가 염구준의 오른팔을 바라보며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 안에는 놀라움과 아쉬움, 동시에 부러움조차 담긴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내 제자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니, 아무리 자질이 좋아도 의미 없지. 염구준, 난 결단코 후환을 남기지 않는다. 토끼를 사냥한다고 해서 사자가 전력을 다하지 않을 수는 없는 법, 난 널 더 이상 성장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죽어라!”그 말을 끝
“인정할게. 확실히 무섭도록 놀라운 자질이야. 아까는 내가 너를 과소평가했어.”신태우가 반 걸음 물러서며 한층 더 차가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자비는 없다. 지금부터 너에게 진정한 반보천인이 무엇인지 보여주겠어!”그 말을 끝으로 그는 동시에 두 손바닥을 내밀었다. 이어서 그의 손바닥 중앙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내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며 거대한 황금빛 모양의 손바닥을 만들어냈다. 동시에 그의 몸도 마치 금을 뿌려 놓은 듯 번쩍이며 주변에 강한 압박감을 주기 시작했다.일명 철장신후, 신태후의 전력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하지만 염구준은 긴장한 기색이 없이 눈에 힘을 집중시키며 그의 움직임을 파악해 나갔다. 신태우의 상태는 마치 무도 종사가 내력으로 몸을 둘러 강화하 듯, 비슷한 원리로 천인지력으로 몸을 강화한 것 같았다. 사실 천인지력은 신비롭긴 했으나, 그 원리는 내력을 다루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확실히 평범한 반보천인 경지는 넘은 것 같은 실력이군.”염구준이 미소 지은 채, 신태우에게 담담히 말하며 주먹을 흔들었다. “하지만 나에겐 그저 좀 더 강한 강자일뿐, 달라지는 건 없어!”그러자 즉시 그의 체내에서도 천인지력이 급격히 솟구치며 온몸을 붉은 빛으로 물들였다. 특히 염구준의 주먹은 마치 거대한 불덩어리처럼 뜨겁게 주변 공기를 갈구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높은 온도에도 염구준의 옷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정도로 그는 딱히 자신의 상태에 영향을 받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 달리 뒤에 있던 손가을과 한채인은 뜨거움에 얼굴이 달아오르며 온 몸이 바짝 마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반천인의 힘,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이었다!“그래, 내 백 년 넘은 세월이 더 무거운지, 아니면 너의 재능이 더 대단한지 어디 한 번 두고 보자!”상황을 지켜보던 신태우의 눈빛이 변했다. 이젠 염구준을 아래 사람이 아닌 동등한 위치에 있는 강자로 인정한 것이다. 신태우는 속에서 전투 의
신태우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아주 잠시는 천인지력의 힘으로 버텼다. 하지만 계속해서 연달아 일곱번의 박치기가 가해지자, 신태우는 버틸 수가 없었다. 얼굴 뼈가 순식간에 함몰되며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금색으로 도배되어 있던 피부도 점차 원래의 색깔로 돌아갔다. 신태우는 염구준의 공격에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두 눈을 뜨고도 믿을 수 없는,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신태우는 반격할 의지조차 잃은 채 몸을 비틀거렸다. “사형!”최시원은 이 모든 과정을 신태우의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라 당장이라도 복수를 하고 싶었지만, 사실상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지금 염구준에게 덤비는 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는 방향을 바꾸어 염구준 뒤에 있는 손가을과 한채인을 향해 돌진했다. 반격하기 위해 최시원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가 움직이는 것보다, 염구준이 눈치채는 것이 더 빨랐다. 염구준은 신태우의 몸을 포탄삼아 최시원을 향해 던졌다. 두 사람의 몸이 충돌하며 순식간에 몇 십 미터 밖으로 날아갔다. 정말 참혹한 장면이었다. 안 그래도 면적이 제한적인 침실 안에 이뤄진 터라 사방이 막혀 있었는데, 두 사람의 몸이 겹쳐진 채 벽에 충돌하자 거대한 홈이 거미줄처럼 움푹 파이게 되었다. 곧이어 의지를 잃은 두 사람의 몸이 스르륵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후….”염구준이 숨을 들이켜며 몸을 이완시켰다.끝났다! 이정도 부상이면 죽지 않더라도 최소 불구였다. 이제 저 두 사람은 손가을과 한채인에게 어떠한 위협도 될 수 없었다.“사, 사제….”땅에 누워 있던 신태우가 숨을 헐떡이며 무기력하게 몸을 늘어뜨리고 있는 최시원을 바라보았다. 최시원은 신태우와 달리 이 충격에 살아남지 못했다. 최시원은 반보천인이긴 했지만 아직 힘을 다루는데 익숙지 않아 미처 몸을 강화하지 못했다. 방금 그 출동의 위력으로 최시원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자리에 즉사해버리고 말았다. 반면 신태우는 살아남긴
신태우가 허탈하게 웃으며 눈을 감았다. 한 시대를 누빈 반보천인이 몰락한 순간이었다!그는 죽기 직전까지 염구준과 치렀던 결투를 돌이키며 그동안 해왔던 노력들에 대한 허무함을 느꼈다. 백 년 넘는 세월을 살아오며 수도 없는 강자들을 만나왔지만, 이런 결말을 맞이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치 못했다. 신태우는 마지막 숨을 길게 내뱉으며 이승과 작별을 고했다. “구준 씨.”“염구준 오빠!”최시원과 신태우가 죽자 손가을과 한채인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어떻게 팔에서 불을 뿜어낼 수가 있어? 그런데 옷은 멀쩡하네? 어떻게….”두 사람은 마치 호기심이 넘치는 아이처럼 그동안 참아왔던 질문들을 쏟아냈다. 오늘 전투를 본 뒤로 손가을과 한채인은 자신들이 알고 있던 상식이 완전히 뒤집힌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만화에서나 본 듯한 일이 현실에서 진짜로 일어나다니, 놀랍다 못해 경악스러웠다. 몸에서 광채를 뿜어낼 수 있는 고수들이 실존할 줄이야!“궁금한 것도 참 많아.”염구준이 미소를 지으며 난장판이 된 침실을 돌아보았다. “일단 나가자. 밖에 나가서 마저 얘기하자. 여기 너무 엉망이야.”정말로 엉망이었다. 사방에 튀긴 피하며 부서진 벽과 먼지들이 흩뿌려져 있었다.“응.”두 여자는 얌전히 염구준의 뒤를 따라 침실 밖으로 향했다. 그런데 막상 침실 입구에 도착해보니, 바로 나갈 수가 없었다.두두두두두….사방에서 기관총이 발사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 그들을 향해 날아온 공격이었다. 아까 신태우가 밖으로 내보낸, 황유길의 부하들이었다!그들은 줄곧 침실 밖 복도에서 염구준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었다.“겨우 이런 것으로 날 막을 수 있을 줄 아느냐? 제 분수를 모르는 것들!”염구준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그들을 향해 외쳤다. 그런 다음 오른팔을 뻗어 손가을과 한채인을 품에 감싼 채 위로 날아오르며 왼손으로 복도 벽을 내리쳤다. 용하국의 고무학, 진공장!이전에 그가 이 기술을 펼쳤을 땐 비록 대단한 위력이긴 했지만, 무색
“자, 그럼 출발하죠!”제명도, SKP 통신사.오후 한시 반, 통신사가 가장 바쁜 시간이었다. 모든 직원들이 정신없이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때, 사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깔끔한 정장을 입고 책상 위에 있는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모니터 안에 담겨 있는 건 얼마전 황씨 재단에 있었던 폭발 사건에 대한 보고였다. 남자의 시선은 한 인물이 건물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에 고정되어 있었다.“이건… 틀림없어! 전주님이야!”중년 남자는 단번에 그 인물의 정체를 눈치챘다. 비록 사진이 모호하긴 했지만, 틀림없이 염구준의 실루엣이었다. 남자는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비록 어렸을 적 고려에서 자라긴 했지만, 남자는 뼛속까지 용하국 사람이었다. 고려국에도 전신전 인원이 배치되어 있었으며, SKP 통신사 사장은 그저 표면적인 신분에 불과했다.“전주님이 저기서 사고를 당한 게 분명해!”유태은은 하얗게 질린 낯빛으로 중얼거렸다. 화면속 속 찍힌 염구준은 안색이 창백할 뿐만 아니라, 부상을 입었는지 몸에 기력이 없어 보였다. 전신전 전주의 부상이라니, 용하국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당장 전신전 본부에 보고를 올려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유태은은 다시 한번 컴퓨터 화면을 확인한 뒤, 지체없이 핸드폰을 꺼내 암호화된 채널로 국제 전화를 걸려 했다. 하지만 번호를 누르려던 순간, 사무실 밖에서 여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미리 약속을 잡은 건 아니지만, 대표님 친구라고 하시는데 어떻게 할까요?”그 말을 들은 유태은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지금 어디에 있는데?”그러자 문 너머 여지서의 목소리가 되돌아왔다.“일층 응접실에 있습니다. 경비원들이 그들을 지키고 있는데, 나쁜 사람들 같지는 않다고 합니다.”“알겠어. 가서 일 봐.”유태은은 그 말을 끝으로 모니터 화면을 전화해 응접실 CCTV화면을 볼 수 있는 채널로 바꿨다. 비서의 말 대로 응접실엔 손님으로 보이는 인물 세명이
약 이분 뒤, 비서와 함께 염구준과 손가을, 그리고 한채인이 대표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염 선생님!”비서가 문을 닫고 나가자, 유태은이 매우 열정적인 태도로 염구준을 맞이했다. 물론 표면적으론 절대로 그가 전신전 전주라는 걸 티 내지 않을 채.“정말 오랜만입니다. 염 선생님은 정말 여전히 멋지십니다.”염구준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손가을과 한채인을 이끌고 소파에 앉았다.“이야기가 길어질 텐데, 앉아서 얘기하시죠.”갑작스러운 방문에 유태은이 앉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뚝딱거리고 있자, 염구준이 가벼운 미소와 함께 손짓했다. 그제야 유태은은 공손하게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오늘 온 건, 황씨 재단 때문입니다.”염구준이 유태은의 눈을 마주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황씨 재단 회장 황유길이 신무 옥패 모조품을 가지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어요. 혹시 이 부분에 대해 들은 바가 없나요?”그러자 유태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들은 바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황씨 재단은 황유길이 약 20년전에 설립한 회사로 고려국에서는 꽤 잘나가는 기업 중 하나였다. 고려국엔 약 1600년이라는 매우 유서 깊은 민간 조직이 존재했는데, 그게 바로 화련회였다. 황유길은 매년 막대한 자금을 기부의 명목으로 이 조직에 후원해왔으며, 또한 매년마다 모델이나 삼류 여배우들을 뇌물로 조직 수뇌부들에게 바치고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황유길이 고려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명성을 떨칠 수 있었던 데는 이 조직의 영향이 컸다.“염 선생님, 일단 제가 알고 있는 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신무 옥패 모조품은 확실히 황씨 성을 가진 인물이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긴 했지만, 황씨 재단의 황유길과는 다른 인물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한참 기억을 더듬던 유태은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답했다.“그러나 저도 이 인물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그러자 염구준이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무 옥패를 찾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보다는 화련
“날 매장하려고? 웃기지 마!”황씨 재단 건물, 황유길이 새롭게 리모델링 된 사무실에 당당히 앉아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오만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뒤엔 화련회가 있었다!사무실 소파엔 나이가 지긋한 노인 두 명이 앉아 있었는데, 한 명은 남자 한 명은 여자였다. 남자의 얼굴엔 주름이 자글자글했지만, 눈빛만큼은 푸른빛을 띄는 것이 아주 섬뜩했다. 반면, 여자는 전통적인 고려 의복을 입고 있었는데, 머리 또한 옷차림과 어울리는 상투머리를 하고 있었다. 여자는 지루한 표정으로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냉소적인 표정으로 TV에 나오는 뉴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두 사람의 겉모습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가슴 언저리에 막 피어오르는 듯한 금색 연꽃이 수놓아져 있었다. 이들은 바로 오랜 역사를 지닌 화련회의 고위 간부들이었다. 약 1600년을 웃도는 오랜 역사를 가진 화련회는 뿌리가 매우 깊었으며 일반인은 상상치도 못하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황유길이 이토록 자신만만할 수 있는 이유였다. 두 사람은 평온하게 앉아 있었지만, 풍기는 기백은 마치 거대한 산처럼 묵직했다.“녀석들아, 얼른 차 준비시켜!”황유길이 아래 부하들에게 손짓하며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이 두 분이 지키고 있는 이상, 아무리 공격력이라도 날 건드릴 수 없을 것이야!”그러자 방탄 유리를 장착한 고급 세단 차 여섯 대가 황씨 재단 건물 앞으로 줄을 섰다. 오늘이 바로 황유길이 법정에 출정하는 날이었다.한편, SKP 통신사, 대표 사무실.순식간에 하루가 지나갔다. 손가을과 한채인은 자리에 없었고 염구준만이 전신전 비밀 요원들과 함께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황유길이 재판장으로 들어가고 약 두시간 반 정도가 지났을까, 그가 무죄판결을 받았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그의 곁에는 정체불명의 노인 두 명이 따르고 있었는데, 풍기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곧이어 카메라 화면이 판사들 쪽으로 전환되었는데, 모두 무언가에 취한 듯 멍한 얼굴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