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상황에 기성윤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이럴 리가 없는데. 천안술을 썼는데도 왜 저 자식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거지?”휠체어에 앉아 있던 홍진후가 힘없이 말했다.“이런 상황에서 가능성은 하나뿐이에요. 저 자식의 내공이 우리가 상상한 그 이상이라는 거죠.”기성윤의 표정이 한없이 어두워졌다.비록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윤구주가 홍진후 같은 대사의 단전도 망가뜨린 걸 보면 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도 그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었다.윤구주가 동산을 데리고 제비강에 도착했을 때, 고씨 일가 사람들은 다들 증오에 찬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오직 고시연만이 옷깃을 꼭 잡고 걱정스럽게 윤구주를 바라보고 있었다.윤구주는 제비강에 도착한 뒤 시선을 살짝 들어 강을 바라보았다.강 위에는 고진용이 조용히 어선 위에 앉아 있었다.비록 그는 그저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었지만, 윤구주는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가 어선 밖으로 흘러나오는 걸 느꼈다.강 위 화면을 본 윤구주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면서 말했다.“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라니, 오늘 사람 죽이기 좋은 날이네. 동산, 넌 이곳에 남아있어. 난 사람을 죽이러 갈 거야.”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두 훌쩍 뛰어올랐다.그는 마치 유성처럼 날아갔고 제비강 근처 정자에 있던 수백 명의 서남 무도 연맹 사람들, 고씨 일가 형제, 그리고 용호산 천암사 사람들은 다들 윤구주에게로 시선을 집중했다.윤구주는 마치 용 같았다.그가 날아서 수면을 지나갈 때, 수면 위로 갑자기 파문이 일었고 곧 윤구주는 고진용에게서 십여 미터 떨어진 수면 위에 떠 있었다.그는 마치 평지에 서 있는 사람처럼 수면을 딛고 서 있었다.윤구주는 뒷짐을 지고 수면 위에 서 있었다.고진용은 윤구주가 모습을 드러내자 살짝 감았던 두 눈을 천천히 떴다. 곧 강렬한 시선이 윤구주에게로 향했다.“좋아.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어. 젊은 나이에 이 정도 내공이라니. 오늘 내 손에 죽는다고
굵고 길게 늘어진 물기둥은 윤구주를 향해 휘몰아쳤다.화진 무도천방 7위의 강자가 나서자 윤구주의 몸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밑 수면에는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그가 손을 들어 한 번 흔들자 주위의 공기가 순식간에 그의 손아귀에 모여들었고 그가 밀어내자 기파는 그 네 개의 물기둥 위에 떨어졌다.쾅, 쾅, 쾅, 쾅!폭탄이 터지듯 네 개의 물기둥이 하늘로 치솟더니 사방으로 갈라졌다.공포스러운 파도가 몰려오면서 제비강 수면에도 거센 파도가 일었고 사방을 둘러보던 연맹 부하들까지 하나같이 혈기가 들끓었다."이 자식, 괜찮네.”"내 기술 하나만 받아쳐도 나가서 네 실력을 자만할 수 있어.""하지만 안타깝게도, 네가 서남에서 난폭하게 굴고 고씨 가문을 건드렸으니 어쩔 수 없지. 너는 오늘 반드시 죽어야 해.”검은 어선에 서 있던 고진용이 오른손을 살짝 흔들자 온몸의 강물이 다시 파도를 일으켰다. 그랬더니 고 부처님이 두 손을 번쩍 들었다.쾅 하는 소리가 두 번 울렸다.강물은 거대한 힘에 이끌려 솟아올랐고 두 개의 거대한 물주먹을 응집시켰다.이 주먹은 고진용이 무술의 진원 내력으로 뭉쳐 만든 것이었다. 그의 내력은 불가사의할 정도로 강했다. 연약한 물을 강철처럼 단단하게 굳혔다. 승용차 한 대도 이 거대한 두 주먹에 의해 산산조각이 날 것이었다."임마, 내 철권 좀 받아봐!"고진용이 소리를 지르자, 그 두 개의 큰 물줄기 주먹이 유성처럼 윤구주를 향해 내리쳤다.윤구주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차갑게 말했다."파!”그는 허공을 가로 그었다.금색 빛으로 빛나는 칼날이 허공을 가르더니 그 큼직한 물주먹 두 개를 한칼에 반으로 쪼개었다.강철처럼 단단한 물주먹은 윤구주의 칼을 전혀 당해내지 못했다. 내력이 사라지자, 거대한 주먹은 순식간에 시들다니 공중에서 와르르 무너졌다.윤구주가 단칼에 고진용의 물줄기를 받아치자 그의 몸은 거칠게 움직였다.그는 두 다리를 튕기더니 온몸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이어서 두 손도 마치 거문고를 튕기듯 방금 하늘에
이 말을 한 윤구주는 다시 고진용을 바라보았다."당신이 신급이 되고 고씨 가문의 늙은 부처가 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야.""그래서 말인데, 제가 손을 쓰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마디 묻겠어. 고씨 가문의 봉안 보리 구슬을 저에게 줄 수는 없겠어?”"지금 준다면, 나는 고씨 가문을 남겨 둘 것이고 당신도 살려둘 거야.”윤구주의 소리가 천천히 고진용의 귀에 들려왔다.이 고진용은 윤구주의 말을 듣더니 갑자기 참지 못하고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는 끔찍하기 그지없었다."정말 날뛰는 말괄량이 같으니라고! 감히 내 앞에서 망언을 하다니.”"설마 네가 그 작은 칼질로 나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고씨 가문의 선조가 포효하자 검은색 기체가 마치 화산이 폭발한 것처럼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이 공포의 에너지가 나타나자 고진용의 몇 미터 앞에 있는 강의 수면이 갑자기 격렬하게 끓어오르기 시작했다.마치 이 강물 아래에 있는 화산이 곧 폭발할 것처럼 말이다."신급에 발을 들인 무술의 강자는 모두 무홍의 기운을 낸다고 하는데, 그 무홍의 기운은 선천 진원이다!”"진원이 뭉치면 세상 만물을 다스릴 수 있어.”"고 부처님의 몸 주위에 감도는 검은 기운을 보세요... 저게 전설의 무홍의 기운인가.”제비 강변의 정자 복도에는 태극문의 회장만이 눈을 부릅뜨고 까만 배 위의 고씨 가문 부처님을 바라보고 있었다.주변의 청성관, 단도문, 그리고 신씨 일가 형제 등 제자들은 고진용에게 무홍의 기운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모두 감격했다."역시 우리 서남의 부처님! 무홍의 기운까지 나타났으니, 그놈은 망했네.”"맞아!"한편, 고진용이 무술 신급의 무홍의 기운을 뿜어내자 용호산 천암사의 기성윤마저 눈에서 빛이 났다."무홍의 기운이라니.고 부처님의 수행이 10년 전에 비해 많이 좋아지셨네요.”"맞아요.""무홍의 기운을 가지면 같은 경지의 신급이라도 비길 바가 못 돼요. 그 도둑놈, 남은 건 죽음뿐이네!”옆에 있는 몸이 허약하기 짝이 없는 홍진
고진용이 염라대수의 묘기를 선보이자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감탄했다."좋은 기술이군!”하늘을 가리는 열 길의 투명하고 거대한 손이 하늘에서 떨어졌다.무홍의 기운으로 굳어진 거인은 강철처럼 단단한데, 이 한 방이 떨어지면 작은 산이라도 박살 날 것 같았다."말괄량이 같은 놈!""아직도 안 죽었나 봐?”포효 소리가 고씨 가문 선조의 입에서 터져 나오자 그의 두 손이 윤구주를 향해 내리쳤다.쾅!거대한 손이 도착하기도 전에 엄청난 압력이 먼저 떨어졌다.윤구주 기슭의 수면은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주위의 물줄기가 이 무홍의 기운의 기압에 의해 소용돌이 치는 등 강 전체가 강타당한 듯했다.쿵!거대한 손이 오기도 전에 압력이 바로 떨어졌다.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하늘의 위압, 이 염라대수가 떨어지는 순간, 온 제비강이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강가의 돌 정자마저도 고진용의 일격에 맹렬하게 떨렸고 더욱이 몇몇 오래된 정자는 이 무홍의 힘을 이기지 못해 마치 이곳에서 규모 10의 지진이 발생한 것처럼 우지끈 부서지기 시작했다.공포의 십장 거수가 윤구주의 몸을 그대로 덮었다.이번에는 거대한 손이 떨어지다.수면이 그대로 가라앉았고 윤구주의 몸은 그 거대한 손에 의해 단숨에 삼켜졌다.강물은 아직도 끓어오르고 있었다.무서운 물살이 아직도 물을 튕기고 있었다.수많은 물꽃 속에서 윤구주는 염라 대수의 손에 완전히 눌려 강바닥으로 사라졌다."이봐, 저놈 없어졌어!”고함소리와 함께 강변의 연맹 사람들 입에서 가장 먼저 소리가 터져 나왔다.모두가 일제히 일어나 눈이 휘둥그레진 채 방금 윤구주가 있던 위치를 바라보았다. 파도가 거세게 밀려오는 것이 보였다. 거센 파도가 용솟음치고 있었다.높은 파도 때문에 윤구주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씨 가문의 부처님이라는 큰 염라의 손이 떨어졌을 때, 용호산 천암사 쪽에서도 모두 감격하여 일어섰다."끝났어?”"역시 육신으로 신급에 도달하신 선배님!”용호산 천암사의 기성윤이 눈을 반짝이며 강물이 사라지는
이 두 사람은 바로 서울에서 온 남궁 세가의 아들, 군주로부터 화진소년후를 하사받은 남궁서준과 암부의 3대 지휘사 중 힌 명인 정태웅이었다.두 사람이 고씨 가문 대문 앞에 나타나자, 흰옷을 입은 남궁서준이 제일 먼저 물었다."우리 구주 형 여기 있어?"곱창을 손에 든 채 먹고 있던 정태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 왕이 준 주소가 바로 여기야."남궁서준은 검을 한 쌍 들고 고씨 가문 마당을 쓱 둘러보았다.대문에서 가장 안쪽까지 이어지는 고씨 가문의 검의 흔적이 보였다.이 무서운 칼자국을 바라보며 남궁 서준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여기 같아."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는 순식간에 고씨 가문 마당 안으로 들어갔다."구주 형!"그는 들어오자마자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정태웅도 얼른 따라 들어왔다.그곳은 황폐하기 그지없고, 집이 반쯤 무너진 고씨 가문 장원 안은 텅 비어 있었다.두 사람이 들어왔을 때 윤구주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사람은?""저희 구주 형는요?"남궁서준이 찾아다니다가 윤구주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는 버럭 화를 냈다."꼬맹아, 서두르지 마. 이 고씨 가문의 덕성을 보니 틀림없이 우리 왕을 건드려서 이렇게 망가진 것 같아""화장실에 똥 싸러 갔나?"정태웅은 중얼거리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꺼져!"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남궁서준이 욕설을 퍼부었다."왜 그래? 왕도 사람이잖아! 설마 먹고 마시고 싸기도 하지!"남궁 서주는 이 뚱보를 상대하기 귀찮았다.그는 돌아서서 윤구주를 계속해서 찾으려 했다.두 사람이 고씨네 안마당으로 향하던 중, 갑자기 고씨 가문 식구 한 명이 나타났다. 고씨네 제자였다.그는 정태웅과 남궁서준의 낯선 두 사람이 고씨 가문 장원에 나타난 것을 보고 물었다."누구세요? 감히 우리 고씨 가문에 침입하다니?"이 제자가 말하자마자 남궁서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눈이 시려지기 시작했다. 남궁서준은 오른손을 들어 그 제자를 움켜쥐었고 보이지 않는 힘이 그 제자의 목을 옥죄어 그를 공중으
정태웅의 말에 고씨 제자는 놀라서 다리가 후들후들해졌다."이제, 형님이 어디 가셨는지 말해 주겠니?"정태웅이 눈을 가늘게 뜨고 고씨 제자를 바라보며 물었다.이 고씨 제자는 멈칫하더니 말했다." 그는... 그는 우리 부처님과 결전하러 갔어요.""결전?"이 두 글자를 듣자 정태웅은 멍해졌다."맞아요.""우리 부처님과 사생결단을 맺었으니 지금쯤 제비강에 있을 거예요."고씨 제자가 대답했다.말을 듣고 정태웅은 턱을 만졌다."그랬구나.""제기랄, 너희 고씨 가문은 죽으려고 그래? 감히 왕과 사생결단의 서약을 하다니. 제기랄, 너희 그 부처님은 머리가 어떻게 된 거니?"정태웅이 비아냥거렸다."우리... 우리 고씨 가문 어르신, 부처님은 화진 무도천방 7위의 강자예요."그 고씨 제자는 승복하지 않았다."뭐?""무도천방 7위라니? 일곱 번째가 뭐라고!""내가 말하건대, 우리 왕이 죽이려 한다면 1위라도 상관없어!"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보니 고씨 제자들은 정태웅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윤구주가 제비강으로 생사결단을 떠난 후, 그는 고개를 돌려 남궁서준에게 말했다."꼬맹아, 우리 왕을 건드린 놈이 있나 보구나! 말해봐, 어떻게 할까?"이 14살에 화진소년후의 어린 살수로 봉해진 소년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성큼성큼 고씨 가문 밖을 향해 걸어가면서 한마디 내던졌다."다 죽여야지."정태웅은 웃음을 터뜨렸다."역시 꼬맹이 너, 나랑 성격이 잘 맞아!""가서 저들을 해치워라!”그러자, 이 두 살신은 빠르게 제비 강변으로 달려갔다.제비강 정자에서.서남연맹의 각 문파 인원 수백 명이 그곳에서 환호하고 감격했다.그러면서 입으로는 부처님이 대단하다고 외쳤다.그들이 보기에 윤구주는 이미 죽은 것이었다.파도가 용솟음치는 제비 강 위에 검은 어선 한 척이 아직 강물 한가운데 있었다.배 위에는 무홍의 기운이 하늘을 거스르는 고씨 가문의 부처님이 바로 고개를 들고 서 계셨다.그의 앞에 있는 10미터의 파도 속에서 윤구주는 쥐
드디어 윤구주가 기술을 쓸 차례였다.그의 말대로 윤구주는 이전에 누구와 싸우든 먼저 상대에게 몇 번 양보했었고 이전의 용호산 홍진후와 고준형도 그는 모두 양보했었다.지금은 고씨 가문의 부처님을 마주하고 있어도 윤구주는 여전히 같은 방식이었다.하지만 이제 봐주는 건 끝났고 윤구주가 반격해야 했다."그동안 내 실력을 알고 싶어 하지 않았어? 이제 봐도 돼."윤구주가 고씨 가문의 부처님을 향해 냉혹하게 말했다. 그가 손을 들어 가리키자, 파도가 거센 강물이 순식간에 멈추었다.마치 카메라가 고정된 것 같았다.곧이어 윤구주의 입에서 몇 개의 또렷한 문자가 뱉어졌다."봉왕팔기, 제4기, 어검술!"그의 손가락에 이상한 칼날이 생겨났다.이 검술이 나타나자 그의 주위에 흐르던 물방울이 눈에 보이는 속도로 모두 투명하고 반짝이는 검으로 뭉쳐졌다.이 검들이 윙윙거리는 소리는 실제 칼날보다 더 날카롭고 무서웠다. 그 검에는 황금빛이 감돌았기 때문이었다.이 빛은 당연히 윤구주에서 수련한 의 진원 내력이 응축된 것이었다.천지를 뒤덮은 물방울이 모두 한 자루의 검으로 굳어졌을 때, 제비 강변의 모든 사람들은 살을 에는 듯한 음산한 검의 기운을 느꼈다.까막 어선에 서 있는 고씨 가문 부처님, 고진용을 포함해서 말이다.본능적으로 긴장한 그의 온몸에 무술 새까만 무홍의 기운이 다시 치솟았다."검, 앞으로!"윤구주가 검은 어선에 서 있는 고진용을 가리켰다.온 하늘에 있는 검이 광풍처럼 모두 고진용을 향해 쏟아졌다.고진용이 폭소를 터뜨리자 검은색의 무홍의 기운이 두 개의 거대한 손바닥으로 변했다. 이 손바닥이 나타나서 그는 윤구주의 검우를 막고 싶었다.하지만 막을 수 있겠는가펑펑펑!온 하늘에 검우가 그 무홍의 기운 위로 뚝뚝 떨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진용의 온몸에 있던 무홍의 기운이 검우에 의해 깨졌다.윤구주는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다시 검술을 바꿨다.그 검들이 갑자기 모여서 하늘을 나는 거대한 검으로 변했다."죽여!"윤구주의 손
그의 손에 있던 칼날이 날아갔고, 주변에 있던 청성관 제자 수십 명의 칼날도 모두 칼집을 내면서 모두 윤구주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그들뿐만이 아니었다.심지어 단도문, 형의문, 신씨 일가 형제들, 그리고 모든 사람들까지... 손에 들고 있던 병기와 무기도 모두 빠져나와 윤구주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이 검과 이 칼들은 그의 손에 이끌려 가는 것 같았다."어머, 그럴 리가...""저놈, 우리 검을 빨아들인다는 말인가?"설마, 이것이 전설의 만검일명인가?"검날과 다른 무기들이 윤구주 머리 위에 나타난 후, 그의 손가락 검술은 다시 바뀌었다.그리고는 검, 칼, 모든 화살을 고진용에게 겨누었다.이때 고진용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빌어먹을, 이게 도대체 무슨 기술인가?"그는 비명을 지르며 두 손을 합쳤다.쾅!어두운 검은 무홍의 기운이 몸을 뒤틀면서 그의 몸에 이상한 변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판부 표면에 물고기 비늘처럼 청동색 판층이 생겨났다.이것은 고씨 가문 최강의 불사명왕공이었다.고진용은 육신 무적이라고 불린다.그 집안에 전해지는 불사명왕공은 당대 제일의 호체공법이었다.이 방법은, 세 층으로 나뉜다. 첫 번째 층은 철이고, 두 번째 층은 동이며 세 번째는 금이었다.예전에 고준형과의 일전에서 윤구주는 명왕공의 철 버전을 본 적이 있는데 철판은 윤구주에게 있어서 완전히 종이 조각 같았다.지금, 고진용은 이 명왕공을 전시하고 바로 두 번째 층인 동판 단계로 넘어갔다.이 동판가 나타나자 그의 온몸은 강철 같았고, 검은 무홍의 기운과 함께 하늘로 치솟았고, 그는 기어이 윤구주를 막으려고 했다.윤구주의 손가락을 누르자 그의 머리 위로 날아온 수백 개의 칼날과 병기가 유성처럼 쏟아졌다.그가 울부짖자 온몸의 동판으로 이를 막으려 했다.땡땡땡!일련의 금고철 소리가 들려오면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육신 무적의 이 늙은 부처가 윤구주의 일격에 몸을 움츠렸다.그 입가는 더욱 선혈이 낭자하게 번져나갔다.그러나 그의 육신은 이제 청동이 아니라 황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