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는 단숨에 청성관의 장문인을 죽인 뒤 고개를 돌려 다른 쪽에 서 있는 태극문의 원이태를 바라보았다.“당신은? 당신도 한 번 시험해 볼래?”원이태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뒤로 몸을 물리면서 서둘러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뇨... 아뇨...”“그러면 꺼져! 오늘 얘기해 두는데 난 고씨 일가 사람들을 찾아온 거야.”윤구주는 호기롭게 말한 뒤 곧바로 눈앞에 있는 고씨 일가 안쪽으로 향했다.“누가 감히 우리 고씨 일가에 제멋대로 쳐들어온 것이지?”윤구주가 고씨 일가의 내전으로 향하고 있을 때 갑자기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고 곧 수십 개의 무도 강자들이 튀어나왔다.그들은 전부 종사 급의 강자들이었다.모습을 드러낸 그들은 반원 형태로 윤구주를 겹겹이 에워쌌다.그들의 얼굴에서 차가운 살기가 느껴졌다.고씨 일가에서 많은 고수들이 나타나자 윤구주는 차갑게 웃었다.“겨우 너희들로 날 막으려고?”한 종사 경지의 노인이 화를 내며 말했다.“이 자식, 믿기지 않는다면 어디 한 번 해봐!”“그래!”고씨 일가의 고수들이 공격하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내전에서 들려왔다.“그만!”그 목소리와 함께 고씨 일가의 가주 고준형이 내전 안에서 걸어 나왔다.그의 곁에는 아름다운 고시연과, 용호산의 홍진후가 있었다.고준형은 윤구주가 아주 젊고 잘생기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는 딸이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정말 훤칠했다.윤구주를 본 고준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입을 열었다.“성함이 어떻게 됩니까? 왜 갑자기 우리 고씨 일가의 영역에 쳐들어온 겁니까?”윤구주가 말했다.“내 이름은 알 필요 없어. 내가 묻지. 당신은 고씨 일가의 누구지?”“전 고씨 일가의 가주 고준형이에요.”상대방이 고씨 일가 가주라는 말을 듣자 윤구주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고씨 일가 가주라면 일이 쉽게 풀리겠군. 내가 원한 물건을 내놔. 그러면 아무도 난처해지지 않고 편하게 넘어갈 수 있을 거야.”윤구주가 바로 물
“지금 나한테서 뭔가를 알아내려는 건가? 내가 말했을 텐데. 당신들은 내 정체를 알 자격이 없다고.”윤구주가 말했다.그 말에 사람들은 전부 화가 났다.홍진호는 용호산의 천암사에서 가장 명망 높은 3대 대사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겨우 20대면서 홍진호에게 자신의 정체를 알 자격이 없다고 했다.용호산의 홍진후는 별로 화가 나지 않는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그렇다면 저희 용호산 천암사에 대해 들어봤습니까?”윤구주는 그 말을 듣더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왜, 천암사로 날 짓누르려는 건가?”“그런 뜻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오늘 멋대로 고씨 일가에 쳐들어오고 사람을 죽인 것은 수련자의 원칙을 어긴 일이라 제가 몇 마디 건넨 겁니다.”홍진후가 말했다.“하하, 나한테 수련자의 원칙을 운운하는 건가? 홍진수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윤구주가 말했다.그는 홍진수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이때 천암사에서 항렬이 매우 높은 홍진수는 심장이 철렁했다.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당... 당신은 대체 누굽니까? 어떻게 제 이름을 알고 있는 겁니까?”윤구주는 크게 웃었다.“내가 말했지, 당신들은 내 이름을 알 자격이 없다고. 천암사의 대천군이 온다고 해도 똑같아. 그도 알 자격이 없어.”대천군은 용호산 천암사에서 가장 강한 대사의 칭호였다.천암사에서 대천군은 신과 같은 칭호였다.그런데 윤구주는 천암사의 대천군도 그의 이름을 알 자격이 없다고 했다.그 말에 홍진후는 단단히 화가 났다.천암사에서 항렬이 아주 높은 그는 이렇게 건방진 사람을 처음 보았다.심지어 대천군조차 그의 이름을 알 자격이 없다고 하다니!“정말 건방지군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렇게 멋대로 굴어도 될 것 같습니까?”그 말과 함께 홍진후의 온몸에서 자색의 번개가 쳤다.마치 신이 지상으로 내려온 것만 같았다.그러나 윤구주는 차갑게 웃었다.“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워. 용호산이 오늘 고씨 일가를 대신해 나서주려고
두 번의 공격을 윤구주가 쉽게 막아내자 천암사의 홍진후는 표정이 점차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윤구주를 죽어라 노려보았다.“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더니, 30년 동안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더니 화진에 이런 천재가 있을 줄이야. 상상도 못 했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음이 불안정하고 살심이 너무 강하군요. 오늘 전 함부로 살생하지 말라는 하늘의 뜻에 따라 당신의 살심을 없애버리겠습니다.”홍진후는 그렇게 말한 뒤 합장하면서 소리 없이 주술을 읊었다.기괴한 주문과 함께 주위에 순식간에 음산한 바람이 일었다.그리고 바람과 함께 쿵 소리가 나면서 거대한 나찰의 현신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그것은 천암사가 신봉하는 인간, 신, 귀신 중 악귀 수라의 현신이었다.악귀 수라는 키가 구 척에 달했고 머리는 해골 같고 몸은 뱀 비늘 같았다.그리고 네 손에는 피가 가득 묻은 도끼를 들고 있었다.그것이 바로 용호산에서 가장 유명한 악귀 나찰이었다.홍진후가 나찰 현신을 불러냈을 때 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내 살심을 없애겠다고? 오늘 누가 누구를 없앨지는 두고보자고!”윤구주가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 그의 앞에 있던 금빛이 더욱더 눈부셔졌다.같은 시각, 거대한 악귀 나찰의 현신은 윤구주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윤구주가 몸을 움직였다.놀라운 몸짓이었다.속도가 너무 빨라서 눈으로 좇을 수 없을 정도였다.“엄청 빨라...”“저 자식... 도깨비인가?”고준형을 포함한 주위에 있던 고씨 일가의 강자들은 윤구주의 움직임을 본 순간 전부 아연실색했다.고시연은 이를 악물고 두 손으로 옷깃을 꼭 잡고 있었다. 그녀는 찍소리하지 못하고 앞을 바라봤다.윤구주가 몸을 움직이자 용호산의 홍진후가 소환한 약귀 나찰은 그를 전혀 따라잡지 못했다.나찰의 도끼는 허공을 베었다.“젠장! 그렇게 피한다면 피할 수 있을 것 같나요? 음양천뇌, 음귀뇌, 나와!”홍진후가 오른손을 쥐었다. 그의 손바닥에 모여 있던 흰색 천둥이 순간 검은색이 되었다.검은색 뇌전이 나타나자 귀신들이
그것들이 동시에 습격하는 순간, 윤구주는 냉소를 지었다.“겨우 이 정도인가?”오른손으로 수인을 맺자 그의 앞에 모여 있던 수많은 금빛이 순간 금색의 거대한 검으로 변했다.거대한 검으로 악귀 나찰을 베자 악귀 나찰은 비명을 질렀고, 그의 거대한 몸은 윤구주의 검에 베여 흐릿해졌다.홍진후는 자신이 소환한 악귀 나찰 현신조차 윤구주를 막지 못한다는 걸 발견했다. 그의 음귀천뇌가 순간 그물처럼 하늘에서 내려와 윤구주를 속박하려 했다.“음귀뇌 아래서도 죽지 않을 수 있을까?”홍진후는 두 손으로 수인을 맺더니 윤구주를 손가락질했다.하늘을 가득 메운 검은색의 음귀뇌가 하늘에서 내려왔다.무시무시한 검은색 뇌전은 바닥에 닿는 순간 바닥을 전부 부숴버렸다.검은색 뇌전들은 윤구주의 발밑에 있는 모든 걸 파괴할 것 같았다.수많은 검은색 음귀뇌가 나타났을 때 그물에 뒤덮였던 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뇌법으로 놀고 싶은 거야? 좋아! 그렇다면 진짜 뇌법이란 어떤 것인지 내가 한 번 보여주도록 하지! 팔기지, 뇌왕인! 열려라!”그 목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번개가 번쩍거리면서 이루 형언하기 어려운 엄청난 뇌전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어? 뇌전?”“이 자식... 뇌전을 쓸 줄 알아?”하늘에 나타난 거대한 천둥 무리를 본 홍진후는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그곳에 서서 차갑게 웃었다.“화진이 얼마나 큰데 천암사의 음양오뇌만 뇌법인 줄 알았던 건가? 오늘 내가 진정한 뇌법이 뭔지 한 번 보여주도록 하지! 뇌왕인, 멸하라!”윤구주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수많은 번개가 하늘에서 떨어졌다.이루 형언할 수 없는 엄청난 뇌전들로 인해 고씨 일가의 마당이 폭발했다.윤구주의 뇌왕인 때문에 마당뿐만 아니라 널따란 고씨 일가 장원의 반 이상이 전부 벼락을 맞고 초토화되었다.윤구주는 사람이 아니라 신이었다.쿵, 쿵, 쿵!여전히 수많은 번개가 내리치고 있었다.홍진후는 윤구주의 뇌왕인을 보는 순간 동공이 급격히 떨리면서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 그는
“홍진후 대사님!”홍진후가 윤구주의 일격에 맞아 바닥에 쓰러지자 고준형은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빠르게 그에게 다가갔다.바닥에 쓰러진 홍진후는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고 단전도 파괴된 상태였다.숨만 겨우 붙어있는 홍진후는 입을 벌렸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대사님, 괜찮으십니까?”홍진후의 모습에 고준형은 큰 충격을 받았다.“걱정하지 마. 아직은 죽지 않을 거니까. 난 그저 단전만 파괴했을 뿐이야.”윤구주가 신처럼 입을 열었다.‘뭐라고?’“홍진후 대사님이 수십 년간 수련한 것을 파괴했다고?”고준형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깜짝 놀라 말했다.“맞아. 이 노인이 제 무덤을 판 거지. 왜 굳이 자기가 나서려고 했는지, 참나.”윤구주는 대수롭지 않은 듯 얘기했다.그 말에 그곳에 있던 무인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그들은 윤구주가 이렇게 쉽게 천 년의 역사를 가진 문파인 용호산의 대사 홍진후의 단전을 파괴할 줄은 몰랐다.겨우 숨만 붙어 있는 홍진후를 바라본 사람들은 전부 겁을 먹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젠 당신 차례야, 고준형 가주.”윤구주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고준형을 바라보았다.“내가 말했지. 오늘 고씨 일가의 봉안보리구슬을 내놓는다면 그냥 넘어가 주겠다고.”윤구주의 마귀 같은 목소리에 고준형은 불안한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제가 내놓지 않겠다면요?”윤구주는 차갑게 웃더니 손바닥을 휘둘렀다. 순간 쿵 소리와 함께 마당에 있는 인공 산이 가루가 되었다.“내놓지 않는다면 고씨 일가는 저 꼴이 될 거야.”윤구주는 그저 손을 휘둘렀을 뿐인데 인공 산 하나가 박살 났다. 그 광경에 고준형의 눈가가 심하게 떨렸다.그는 두려웠다.홍진후 같은 태허 경지 최고 수준에 다다른 대사조차 윤구주의 상대가 되지 않으니... 윤구주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오직 고씨 일가의 어르신뿐이었다.고준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천천히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당신의 실력이 강한 건 인정하겠습니다. 정말 대단하군요. 하지만 이곳은 서남이
무도천방이든 수법지방이든, 윤구주는 명실상부한 제일이었다!이 순간, 고준형이 팔왕창을 휘두르며 일격을 가해오자, 윤구주는 손을 들어 막았다. 철컥 소리와 함께 180근에 달하는 긴 창이 떨리며 방향을 잃고 말았다.고준형의 첫 공격이 빗나가자 그는 몸을 솟구치며 각기 다른 방향에서 연속 세 번 윤구주를 향해 공격했다.하지만 윤구주는 신처럼 우뚝 서 있었다. 그는 고준형의 긴 창을 마주하며 차갑게 말했다.“오늘 너는 육신으로 무도를 연마했기에 나도 무도로 너와 겨뤄주지. 만약 네가 내 세 번의 공격에서 버틸 수 있다면 오늘 고씨 집안을 살려줄 거다.”세 번의 공격이라니? 순수 육체를 단련한 8품 무도 대가를 쓰러뜨리겠다는 것인가? 이 말이 나오자 고준형뿐만 아니라 모든 고씨 집안의 강자들도 윤구주가 허풍을 떠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좋다!”“그럼 지금 시작하지! 첫 번째 공격이다!”윤구주는 말한 대로 실행에 옮겼다. 그는 상대가 순수 육신 무부임을 고려해 무도로 그와 겨루기로 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몸이 번개처럼 공중으로 솟구쳤고 번개 같은 속도로 고준형에게 돌진했다.고준형은 신처럼 날아오는 윤구주를 보고는 크게 외치며 창으로 자신의 앞을 휘둘렀다. 창의 그림자가 그의 앞에서 파동을 이루며 보호막을 형성했다.그러나 윤구주의 눈에는 그 창의 그림자 보호막이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윤구주가 손을 아래로 내리치자, 거대한 손자국이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고준형의 창 그림자에 내려앉았다.순간, 고준형 앞을 둘러싼 창 그림자가 모두 부서졌고, 그뿐만 아니라 엄청난 손의 힘이 고준형 발 아래 일장을 완전히 부숴버렸다.고준형은 이 일격을 맞고 피를 뿜어냈는데 크게 다친 듯했다.아직 서 있었지만 몸은 떨고 있음이 보였다.한 번의 공격으로 고준형을 이렇게 만들다니! 주변 고씨 집안 무도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 모두 얼이 빠져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고시연은 입술을 깨물어 피가 났고, 눈에는 눈물이 맺힌 채 아버지와 윤구주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
고준형은 고씨 집안의 재능이 뛰어난 대가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의 명왕 공법은 첫 번째 단계인 검은 보호막만 겨우 수련한 상태였다.이 순간, 고준형은 고씨 집안의 절학인 ‘명왕 공법’을 펼치며 온몸에 물고기 비늘 같은 검은 보호막을 드러냈다. 이 강철 같은 검은 보호막이 나타나자, 고준형은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자신의 모든 내공을 보호막 방어에 집중했다.한편, 윤구주는 고준형의 몸에 이 괴이한 보호막이 생겨나는 것을 보고 눈을 빛내며 말했다. “이게 바로 고씨 집안의 절학인가? 좋아! 그럼 고씨 집안의 불사 육신이 내 이 주먹을 받아낼 수 있는지 한번 보지!”그는 말을 끝낸 후, 주먹을 날렸다. 형언할 수 없는 속도로 날아간 주먹은 포탄처럼 고준형의 방어막에 부딪쳤다.쾅!엄청난 파괴력이 순간적으로 공간을 뒤흔들었고, 주변에 있던 고씨 집안의 무도자들도 윤구주의 주먹의 기세에 밀려 몸이 뒤로 날아갔다. 내공이 약한 자들은 현장에서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중상을 입었다.고준형은 윤구주의 강력한 주먹이 떨어지는 순간, 두 발이 땅에 박혔다. 더욱 끔찍한 것은 그의 몸에 덮인 보호막이 윤구주의 주먹의 힘에 의해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보호막이 갈라지는 것을 보고 고준형은 충격에 빠져 말을 잃었다. “어떻게... 가능하지?”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보호막은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졌다. 고준형은 윤구주의 한 주먹에 의해 피를 뿜어내며 쓰러졌다.주변에 있던 고씨 집안의 무도자들은 이 장면을 보고 모두 경악했고, 옆에서 지켜보던 고시연은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아버지!”윤구주는 두 번째 주먹을 날린 후,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세 번째 공격이다!” 그리고 손을 들어 고준형과의 전투를 끝내려 했다.그 순간, 한 여인이 윤구주 앞으로 달려와 무릎을 꿇었다. “제발... 아버지를 살려주세요! 부탁드려요!”그녀는 다름 아닌 고시연이었다.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를 살려 달라고 부탁하는 고시연을 윤구주는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
고씨 집안이 큰 재난을 당하던 그때, 서남 천산!세계에서 일곱 대 산맥 중 하나로 꼽히는 천산은 유라시아 대륙을 2,000km 이상 가로지른다.천산은 세계에서 가장 긴 산맥으로, 해발이 너무 높아 연중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어 ‘설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지금 이 순간, 천산의 한 매우 가파른 봉우리 위로 한 대의 개인 헬리콥터가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거대한 로터가 수만 척의 눈과 얼음을 날렸다.헬리콥터 안에서 두툼한 패딩을 입은 몇 명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들은 헬리콥터를 타고 가장 가파른 봉우리인 ‘표설봉'으로 향하고 있었다.봉우리 정상은 수십 척의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었다.거대한 빙산은 얼음과 눈의 세계에서 마치 거대한 괴물처럼 서 있는 듯했다.“형, 저기가 할아버지가 폐관 수련 중인 곳이야?”헬리콥터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말하는 이는 남릉 고씨 집안의 둘째 아들, 고해식이었다.옆에 있는 사람은 고씨 집안의 장남, 고해진이었다.“맞아, 저기야.” 고해진은 이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산봉우리를 가리켰다.“그럼 빨리 가서 할아버지를 모셔야겠어!” 고해식은 헬리콥터 조종사에게 표설봉으로 가라고 지시했다.거대한 표설봉에는 사람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조류와 짐승조차 얼어 죽을 만큼 험한 절정에는 눈과 얼음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헬리콥터가 천천히 착륙하자, 고씨 집안 형제는 세 명의 무도 고수와 함께 헬리콥터에서 내려왔다.휘몰아치는 찬바람 속에서, 고씨 집안의 대가는 보이지 않았다.“형, 할아버지는 어디 계셔?” 고해식이 묻자, 고해진도 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저었다.그도 할아버지가 어디서 폐관 수련 중인지 알지 못했다.모두가 고씨 집안의 대가를 찾지 못하고 있을 때, 갑자기 거대한 진동 소리가 빙산 전체에서 울려 퍼졌다.얼음층이 중앙에서부터 갈라지기 시작했다.고해식은 놀라 외쳤다. “형, 얼음층이 무너지고 있어! 빨리 피해!”“안 돼! 오늘 할아버지를 뵙지 못하면 난 떠날 수 없어!” 고해진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세상에... 정말 여자가 있는데요? 이렇게 추운 곳에 왜 여자가 있는 걸까요?”옆에 있던 염수천은 호기심이 들었다.윤구주는 사실 일찌감치 눈보라 속 그녀를 발견했다. 다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뿐이다.그는 덤덤히 고개를 들어 눈보라 속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신경 쓰지 말고 계속 행군해.”“네, 저하!”그렇게 병사들은 계속해 움직였다.대군이 앞에 있는 여자와 점점 가까워지자 드디어 여자의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여자는 청색의 긴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예스러운 느낌이 났다.그녀는 폭포수와도 같은 머리를 높이 묶고 있었는데 이목구비는 정교했고 피부는 눈처럼 하얬다. 그녀는 비록 긴 치마를 입고 있었지만 몸 선이 예뻐서 아주 매력적이었다.하지만 이상한 점은 그녀가 눈으로 뒤덮인 이곳에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맨발로 서서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점이었다.예스러운 느낌의 옷을 입고 있는 미녀가 맨발로 인적 드문 곳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라니, 누가 봐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대군은 여자의 곁을 지나치면서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박천후, 염수천도 마찬가지였다.얼굴을 보니 화진 사람 같아 보였다.그런데 왜 이 추운 곳에서 이러고 있는 걸까?이곳은 화진과 설국의 접경지역으로 인적이 아주 드문 곳이었다.기괴한 여자는 위풍당당한 대군이 지나가는데도 고개 한 번 들지 않고 계속해 눈사람을 높이 쌓으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녀는 마치 화진의 대군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저 여자 정말 너무 이상하지 않아? 이렇게 추운 날에 맨발로 이곳에서 눈사람을 만들다니.”박천후는 궁금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러게. 어디서 온 여자지? 왜 이곳에 잇는 걸까?염수천 또한 궁금했다.오직 윤구주만이 덤덤한 눈빛으로 눈사람을 만드는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손님이면 대접해 주고 적이라면 내쫓으면 그만이지.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움직이도록 해.”윤구주의 말에 염수천과 박천후는 더
“저하, 설국 쪽은 처리하실 겁니까? 젠장, 그 빌어먹을 자식들! 당시 낭파산 전투에서 전부 죽여버려야 했어요!”박천후가 사나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번에 설국이 저지른 일로 화진인들은 모두 분통을 터뜨렸다.수십만 명에 달하는 북방군들은 언제든 설국을 쳐들어갈 수 있게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됐어. 설태현의 목도 베었고 설국의 만 명에 달하는 정예군도 전부 죽였거든. 앞으로 설국은 절대 허튼짓을 하지 못할 거야.”윤구주가 천천히 말했다.“하지만 설국과 다른 아홉 나라들은 아주 탐욕스러운 자들입니다. 이번에 완전히 없애버리지 않는다면 그 빌어먹을 놈들이 또 언제 우리 화진을 건드릴지 모르는 일입니다.”박천후는 설국을 아예 없애버릴 생각인 듯했다.“걱정하지 마. 앞으로는 절대 그럴 일이 없을 테니까. 오늘부터 설국은 우리 화진의 속국이거든.”윤구주가 말했다.‘뭐?’그 말에 박천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염수천 또한 깜짝 놀랐다.“저하, 저하 말씀은 설국이 우리 화진에 굴복했단 말입니까?”박천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속국이 되는 건 절대 흔한 일이 아니었다.속국이 되었다는 건 앞으로 설국이 화진의 일부라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그래.”윤구주의 말을 들은 박천후는 순간 흥분했다.“역시 저하는 대단하십니다! 당시 10국도 설국을 점령하지 못했는데 겨우 며칠 사이 저하께서는 설국을 화진의 속국으로 만드셨군요. 하하하하, 그러면 앞으로 화진인들은 설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겠네요. 여권도 필요가 없겠어요.”박천후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저하, 대단하십니다. 정말 훌륭하세요! 저하께서는 우리 화진인들이 줄곧 바라왔던 일을 현실로 만드셨어요!”염수천 또한 옆에서 감탄했다.그렇게 큰 설국이 화진의 속국이 되다니, 평범한 사람들은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심지어 다른 아홉 나라도 마찬가지였다.그러나 윤구주는 겨우 며칠 사이 설국을 화진의 속국으로 만들었다. 심지어
엉엉 우는 박천후를 바라보던 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왜 북방군에 남아있지 않고 이곳으로 온 거야?”“저하, 사실은... 국주님께서 절 보내셨습니다!”박천후는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국주가 박천후를 파견했다고 하자 윤구주는 별말 하지 않았다.“저하, 그런데 왜 이곳에 계시는 겁니까? 왜 저하께서 살아계시는데 다들 저하가 돌아가셨다고 한 겁니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박천후는 눈물을 흘리면서 물었다.“얘기하자면 길어. 앞으로 천천히 얘기해줄게.”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그러나 박천후는 여전히 울먹거리면서 여자처럼 울었다.“그만해. 총사령관이 그렇게 훌쩍거리면서 울면 보기 안 좋아.”윤구주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한때 자신이 아꼈던 박천후를 바라보며 그를 나무랐다.“하하하하, 이 바보야. 아까는 안 운다면서? 그런데 왜 질질 짜는 거야?”염수천은 박천후의 우는 모습을 보면서 비아냥댔다.박천후는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넌 꺼져. 이 빌어먹을 자식, 저하께서 살아계신다는 걸 알면서 우리에게 얘기해 주지도 않고. 양심 없는 놈!”박천후가 욕을 하자 염수천이 말했다.“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저하께서 비밀로 하라고 하셨다고!”“헛소리하지 마. 네가 얘기 안 한 거잖아!”한때 형제들이었던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에 윤구주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전우란 무엇인가?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자, 외적을 물리치고 나라를 지키는 자, 정과 의리를 중시하고 목숨을 걸 수 있는 자들이 전우였다.윤구주가 아끼던 장수들은 하나같이 전쟁의 불길 속에서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성장한 형제들이었다.그들의 감정은 이미 모든 걸 초월했다.그래서 윤구주는 그들이 싸우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윤구주는 박천후에게 말했다.“남태혁, 주인철, 안경식 그 자식들은?”윤구주가 얘기한 사람들은 화진 군대에서 엄청난 지위를 가진 자들이었다.그들 모두 과거 윤구주가 아꼈던 장수들이었다.남태혁은 서부 부대의 일인자이고 주인철과 안경식
세나미의 말에 윤구주는 웃었다.그것은 그가 항상 기다리던 말이었다.설국을 속국으로 만들려면 반드시 세나미를 설득해야 했다.그렇게 해야만 설국은 영원히 화진의 속국이 될 수 있었다.“약속했으니 난 이만 가볼게. 명심해. 지금 이 순간부터 설국은 우리 화진의 속국이야.”윤구주는 우렁찬 목소리로 말을 마친 뒤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그는 곧바로 떠났다.빨간 머리카락의 세나미는 황급히 고개를 들어 윤구주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아쉽게도 윤구주는 아주 빠르게 움직여 눈 깜짝할 사이에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사라졌다.윤구주가 정말로 설국을 떠났다.“저 악마... 드디어 떠났네.”세나미가 중얼거렸다.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세나미는 본인이 기쁜 건지, 실망스러운 건지 알지도 못한 채 계속 눈을 맞으며 그곳에 서 있었다.바람은 점점 강하게 불었고 시야도 점점 흐려졌다.온통 흰 눈으로 뒤덮인 곳에서 새로운 설국의 국주는 그렇게 눈보라 속에 서 있었다....낙일성에서 1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화진의 병사들이 질서 있게 주둔하고 있었다.그들은 박천후가 이끄는 북방군과 염수천이 이끄는 10만 금위군이었다.눈보라 속에서 갑자기 누군가 하늘에서 날아왔다.“강자가 다가오고 있다. 다들 경계해!”하늘 위 강자가 가까워지는 순간, 염수천과 박천후 모두 그의 존재를 감지했다.두 사람은 빠르게 기운을 사용하며 싸늘한 두 눈으로 상공을 바라보았다.하늘 위 그 사람은 아주 빠르게 날았다.쿵!그의 두 발이 땅에 닿는 순간, 대지가 뒤흔들리면서 눈이 사방으로 흩날렸다.윤구주가 온 것이다.“어?”“저하께서 돌아오셨어!”염수천은 눈앞의 남자를 본 순간 곧바로 흥분해서 빠르게 그에게로 달려가며 큰 소리로 외쳤다.“저하!”박천후는 윤구주의 모습을 제대로 보았다. 상대가 자신이 늘 그리워하던 구주왕이라는 걸 알았을 때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그는 목이 메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저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염수천은 빠르
“당, 당신 언제쯤 떠날 생각이야?”세나미가 갑자기 용기를 내서 물었다.“왜? 벌써 날 쫓아내고 싶은 거야?”윤구주는 고개를 들더니 미소 띤 얼굴로 세나미를 바라보았다.“쫓아내려는 게 아니라... 당신이 여기 있으면 우리 설국인들이 두려워해서 그래.”세나미는 솔직히 말했다.윤구주는 그 말을 듣더니 크게 웃었다.“걱정하지 마. 난 이미 내 것을 손에 넣었으니 이만 가볼 거야.”손에 넣었다고?세나미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러나 윤구주의 떠나겠다는 말에 세나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파란 눈동자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왠지는 모르겠지만 윤구주가 떠나겠다고 하는 순간 그녀는 조금 실망스러우면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젠장, 나 왜 이러는 거지? 왜 난 이 악마가 이곳에 남아있길 바라는 거야? 저 사람은 악마라고! 우리 설국인들을 얼마나 많이 죽였는데! 심지어 우리 아버지도 저 사람에게 살해당했다고!’세나미는 서둘러 기분을 다스리면서 끊임없이 자신에게 경고를 했다.“난 떠날 거야. 대신 내게 약속 하나 해줘.”윤구주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면서 별처럼 빛나는 두 눈으로 세나미를 바라보았다.“말해.”세나미도 고개를 들었다.“앞으로 설국은 우리 화진의 속국이고 100년간 그걸 유지해야 해.”윤구주가 충격적인 말을 했다.‘뭐라고?’윤구주가 설국이 화진의 속국이라고 하자마자 세나미는 표정이 굳었다.속국이 된다면 설국은 앞으로 화진에 의해 통제당한다는 걸 의미했다.그것은 한 나라에 있어서 엄청난 치욕이었다.“놀랄 필요 없어. 이건 설국을 위한 결정이니까. 설국은 땅도 작고 자원도 적어. 이 일이 있은 뒤로 나머지 아홉 개의 나라에서 과연 설국을 받아줄 것 같아?”윤구주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고 세나미는 침묵했다.나약한 나라에는 외교가 없었다. 그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였다.게다가 이번 일로 설국은 큰 타격을 받았고 아마 다른 아홉 개의 나라에서는 설국을 깔볼 것이다.그래서 다른 아홉 개의 나라에서 설국
더욱 무시무시한 것은 윤구주의 정수리 위에 금빛 용들이 맴돌고 있다는 점이었다.금빛 용들은 모두 길이가 아주 길었고 총 9마리였다.용 9마리와 코끼리 9마리, 그 광경에 세나미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지고 공법을 수련하는 건가?”윤구주의 뒤에서 용 9마리와 코끼리 9마리가 나타나자 사람들을 압도하는 엄청난 기운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그리고 그에게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천지 원기까지 전부 윤구주에게 흡수되는 중이었다.“저 악마,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저게 말이 돼?”세나미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그녀는 파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의 몸은 흰색의 적선 빛줄기로 둘러싸여 있었다.조각상 같은 그에게서 파멸적인 기운이 느껴졌다.윤구주는 날카로운 이목구비에 반짝이는 눈, 그리고 엄청난 기세를 지녔다.“설국인들을 그렇게 많이 죽이지만 않았으면 아마 세계 최고 미남이라는 소리를 들었을지도 몰라.”세나미는 그렇게 생각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윤구주의 기운이 갑자기 변화했다.그의 뒤에 있던 코끼리 9마리와 그의 위에서 맴돌고 있던 금빛 용 9마리가 그 순간 서로 융합하기 시작했다.금빛 용과 청색 코끼리가 하나로 융합되는 순간, 하늘과 땅이 뒤흔들렸다.그리고 근처 대지가 쩌적 소리를 내면서 수많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엄청난 파동에 먼 곳에 있던 금전마저 흔들렸다.세나미는 서둘러 옆에 있던 트럭만 한 크기의 거대한 바위를 잡고서야 겨우 중심을 잡았다.그러한 진동은 거의 5분간 지속되었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윤구주가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질렀다.“융합!”웅웅!크엉!코끼리 9마리와 금빛 용 9마리가 그 순간 하나가 되었다.그것들이 하나가 되는 순간, 윤구주의 기세가 폭발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그리고 그의 주변에 있던 천지 원기가 마치 쓰나미가 밀려오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윤구주가 입고 있는 옷도 기세가 상승함에 따라 펄럭대면서 소리
“그러나 국주님, 화진의 수십만 대군과 그 악마 같은 놈이 아직도 우리 설국 경내에 있으니 어떻게 할까요?”설국의 대신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그가 말한 악마는 다름 아닌 윤구주였다.세나미를 국주 자리에 올린 후 윤구주는 쭉 금전 뒤에 있는 뒷산에 머물러 있었으며 세나미를 포함한 그 누구도 그가 무엇을 하는지를 몰랐다.악마와 같은 윤구주가 설국을 하루빨리 떠나지 않으면 그들은 살해당할까 봐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그러나 세나미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했다.“그가 있어도 걱정하지 마. 만약 그가 진짜 설국을 망하게 하려고 했다면 나를 이 국주 자리에 올려놓지도 않았겠지.”“그러나 우리 설국의 금전에 화진인이 살고 있다고 소문이 퍼지면 우리 체면이 말이 아닐 겁니다.”대신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화진인이 설국의 금전에 살다니!더 중요한 건 금전은 단순히 설국의 조정을 의논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세나미 같은 미녀설국국주가 주무시는 곳이기도 하다.만약 다른 나라에 전해지면 온갖 상상만으로도 사람들의 잡담거리가 될 수 있었다.“걱정하지 마. 이 일은 내가 잘 처리할 거야.”세나미는 이 일을 많이 언급하기를 원하지 않았다.말을 마친 그녀는 또 물었다.“다른 용건은 있어?”“없습니다.”“없으면 다 물러 가봐.”설국 대신이 공손히 물러간 후 세나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금전의 뒤쪽을 향하여 걸어갔다.금전 내부는 넓고 굴곡졌다.세나미는 경비병을 데리고 금전 뒤쪽의 뒷산으로 향했다.산봉우리로 둘러싸인 뒷산 속에는 설국의 황릉이 있었다.건국 이후 역대 설국 황실들은 죽으면 이곳에 묻혔다. 순간 어두워진 얼굴로 황릉을 쳐다보던 세나미는 물었다.“그 자식은?”황릉을 지키던 경비병이 빠르게 달려와 대답했다.“국주께 아뢰옵니다, 그자는... 안으로 들어갔습니다.”경비병의 말을 듣고 세나미는 검푸른 눈동자로 황릉의 깊은 곳을 바라보았다.“알았어, 물러가 봐.”세나미의 말이 끝나자, 주위의 경비병과 시녀들은 일제히 물러갔다.그러자 세나
정태웅에게 전용기 한 대를 마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곤륜지역에서 나온 이 꼬마 스님은 공처럼 뚱뚱한 정태웅이 전용기 한 대를 정말로 배치하는 것을 보고 존경스러운 눈길로 그를 향해 말했다.“멋있어요,태웅 형 ! 앞으로 소승은 태웅 형의 손에 총이 되어 형이 가리키는 곳만 쏘고 두렵다고 절대 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에요.” 정태웅은 싱글벙글 웃었다.이렇게 전용기 한 대를 준비한 두 명은 설국으로 떠났다.그리고 비행기에 탑승한 후 민규현과 천현수에게 왕을 찾으러 설국으로 떠난다고 문자를 남겼다.허물어진 마당 안!정태웅과 조수이의 문자를 받은 민규현과 천현수는 눈살을 찌푸렸다.“형님, 어떻게 해요? 백곰이 수이를 데리고 설국으로 떠났어요.”민규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그들은 이미 비행기에 탑승했으니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가 없어!”천현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문자를 한 번 더 보았다.“뚱땡이가 나쁜 짓 하려고 수이를 데리고 간 게 분명해요.”민규현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내버려둬! 지금의 급선무는 왕이 돌아올 때까지 여기를 잘 지키는 것이니 백곰은 돌아온 후 혼내주자. ”천현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설국!세나미가 황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 세계에 전해지자,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설국에 새로운 국주가 탄생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주가 여자라는 것도 알고 있다.설국에서 명성이 높은 세나미였기때문에 백성들은 여자가 국주로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더 이상 말은 하지 않았다.현재 설국의 급선무는 대세를 안정시키는 것이었다.이 시각!설국, 금전!최고 명예의 전당을 상징하는 설국 황실은 윤구주의 기운에 눌려 수십만 평방미터의 땅을 차지하고 있는 금전이 무려 한자나 내려앉았을 뿐만 아니라 오래된 건물들이 많이 파손되기도 했다. 다행히 금전은 실질적인 피해를 보지 않았다.지금, 이 순간에는 금빛 두루마기를 입은 세나미가 금전 중앙에 조용히 앉아 있고 양옆에는 시위 병과 설국
정태웅은 얼른 핸드폰에서 세나미의 사진을 찾아내 공수이에게 넘겨주었다.“어때? 몸매가 S급이고 이쁘지?”대머리 스님은 눈을 똑바로 하고 핸드폰을 바라보며 흥분돼서 말했다.“너무 아름다워요. 소승은 특별히 이국적인 것을 좋아합니다.”“하하하!”정태웅은 큰소리로 웃었다.“태웅 형, 이 이국적인 절세 미녀를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공수이는 순간 또 연애하는 기분이 들었다.붉은 머리에 짙은 파란색 요정 눈동자를 매치해 한층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세나미는몸매도 비주얼도 일품이라 정말 아름다웠다.“수이 동생, 이 여자는 가질 수가 없어.”정태웅은 핸드폰을 치우고 말했다.“왜요?”공수이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현재 설국 국주이기 때문이야.”이 말을 들은 공수이는 슬펐다.그래!나는 비록 세상에 무서운 거 하나 없지만 남의 국주를 빼앗아서 자기의 여자로 삼을수는 없었다.무엇보다도 공수이가 원하는 건 평등한 사랑이었다.예를 들면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는 만큼 상대방도 나를 똑같이 좋아해 주기를 바랐다.뺏기만 한다면 강도와 다를 게 없었다.대머리를 긁적이며 공수이는 말했다.“제가 이 아름다운 국주랑 결혼 할 수 없지만 설국의 다른 여인을 찾을 수 있어요.”“뭐? 설국에 가겠다고?”정태웅은 의아해하며 공수이를 바라보았다.“네, 지금 구주형이 설국에 있잖아요. 우리가 할 일도 없는데 이 기회에 설국에 가서 이쁜 여인도 찾아보고 우리 구주형도 만나면 얼마나 좋아요!”옆에 있던 공수이가 말했다.불현듯 설국으로 윤구주를 찾으러 간다는 공수이의 말을 들은 정태웅은 망설였다.“그런데 왕이 떠날 때 우리보고 여기 남아서 서울을 지키라고 했어.”“지킬 게 뭐가 있어요. 누가 감히 우리를 괴롭히겠어요,태웅 형.”공수이의 말을 들은 정태웅은 그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지금의 서울은 노룡사 전투를 거치면서 문벌들이 자취를 감춘 지 한참이나 되었고 제자백가의 가문들도 모두 몸을 사그리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게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