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얘기 하는 거야?”이때 엄청난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심지어 실력이 약한 편인 무인들은 입에서 피를 흘렸다.우레와도 같은 목소리와 함께 잘생긴 남자가 신처럼 허공에서 내려왔다.윤구주였다.쿵!그의 두 발이 땅에 닿는 순간, 견고한 청석 바닥에 균열이 생겼다. 왕과 같은 기운에 주변 공기가 윙윙거렸다.윤구주의 출현에 고씨 일가 사람들과 태극문, 청성관의 장문인들은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그들은 훤칠한 윤구주와 그의 젊은 용모를 보았다.잠깐이지만 신을 만난 것만 같았다.윤구주는 고씨 일가의 마당에 도착한 뒤 시선을 들어 원이태와 청성관의 양서호를 힐끗 보았다.“조금 전에 당신들이 나더러 겁쟁이라고 했지?”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태극문의 원이태는 저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면서 우물쭈물하며 대답하지 못했다.오히려 청성관의 양서호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우리가 그랬다면?”“당신들 고씨 일가 사람이야?”윤구주가 다시 물었다.질문을 받은 청성관 양서호는 살짝 당황해서 말했다.“아니.”“고씨 일가 사람이 아니라면 비켜. 여기서 자꾸 시끄럽게 굴면 죽일 줄 알아.”윤구주가 무자비한 목소리로 말했다.윤구주가 그렇게 말하자 양서호는 고집을 꺾지 않고 말했다.“이 자식, 난 서남 무도 연맹 청성관의 장문인이야. 네가 무슨 이유로 그렇게 건방진지 내가 한 번 알아보겠어!”스스로 무덤을 판다는 말이 있다.눈앞의 청성관 장문인 양서호가 그랬다.그는 그렇게 말한 뒤 청성관에서 제일 유명한 연리환식을 선보이며 윤구주를 향해 달려들었다.연리환식은 몸과 그림자가 하나가 되는 것이었다.청성관의 장문인인 양서호가 연리환식을 선보이자 몸과 그림자가 겹치면서 두 개의 서로 다른 방향에서 윤구주를 공격했다.“역시 청성관 장문인답네. 아주 완벽한 연리환식이야!”“맞아!”“저 자식 재수도 없지. 하필 첫 상대가 양서호 장문인이니 말이야.”주변 무인들이 의논이 분분할 때 윤구주는 양서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손바
윤구주는 단숨에 청성관의 장문인을 죽인 뒤 고개를 돌려 다른 쪽에 서 있는 태극문의 원이태를 바라보았다.“당신은? 당신도 한 번 시험해 볼래?”원이태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뒤로 몸을 물리면서 서둘러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뇨... 아뇨...”“그러면 꺼져! 오늘 얘기해 두는데 난 고씨 일가 사람들을 찾아온 거야.”윤구주는 호기롭게 말한 뒤 곧바로 눈앞에 있는 고씨 일가 안쪽으로 향했다.“누가 감히 우리 고씨 일가에 제멋대로 쳐들어온 것이지?”윤구주가 고씨 일가의 내전으로 향하고 있을 때 갑자기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고 곧 수십 개의 무도 강자들이 튀어나왔다.그들은 전부 종사 급의 강자들이었다.모습을 드러낸 그들은 반원 형태로 윤구주를 겹겹이 에워쌌다.그들의 얼굴에서 차가운 살기가 느껴졌다.고씨 일가에서 많은 고수들이 나타나자 윤구주는 차갑게 웃었다.“겨우 너희들로 날 막으려고?”한 종사 경지의 노인이 화를 내며 말했다.“이 자식, 믿기지 않는다면 어디 한 번 해봐!”“그래!”고씨 일가의 고수들이 공격하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내전에서 들려왔다.“그만!”그 목소리와 함께 고씨 일가의 가주 고준형이 내전 안에서 걸어 나왔다.그의 곁에는 아름다운 고시연과, 용호산의 홍진후가 있었다.고준형은 윤구주가 아주 젊고 잘생기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는 딸이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정말 훤칠했다.윤구주를 본 고준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입을 열었다.“성함이 어떻게 됩니까? 왜 갑자기 우리 고씨 일가의 영역에 쳐들어온 겁니까?”윤구주가 말했다.“내 이름은 알 필요 없어. 내가 묻지. 당신은 고씨 일가의 누구지?”“전 고씨 일가의 가주 고준형이에요.”상대방이 고씨 일가 가주라는 말을 듣자 윤구주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고씨 일가 가주라면 일이 쉽게 풀리겠군. 내가 원한 물건을 내놔. 그러면 아무도 난처해지지 않고 편하게 넘어갈 수 있을 거야.”윤구주가 바로 물
“지금 나한테서 뭔가를 알아내려는 건가? 내가 말했을 텐데. 당신들은 내 정체를 알 자격이 없다고.”윤구주가 말했다.그 말에 사람들은 전부 화가 났다.홍진호는 용호산의 천암사에서 가장 명망 높은 3대 대사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겨우 20대면서 홍진호에게 자신의 정체를 알 자격이 없다고 했다.용호산의 홍진후는 별로 화가 나지 않는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그렇다면 저희 용호산 천암사에 대해 들어봤습니까?”윤구주는 그 말을 듣더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왜, 천암사로 날 짓누르려는 건가?”“그런 뜻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오늘 멋대로 고씨 일가에 쳐들어오고 사람을 죽인 것은 수련자의 원칙을 어긴 일이라 제가 몇 마디 건넨 겁니다.”홍진후가 말했다.“하하, 나한테 수련자의 원칙을 운운하는 건가? 홍진수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윤구주가 말했다.그는 홍진수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이때 천암사에서 항렬이 매우 높은 홍진수는 심장이 철렁했다.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당... 당신은 대체 누굽니까? 어떻게 제 이름을 알고 있는 겁니까?”윤구주는 크게 웃었다.“내가 말했지, 당신들은 내 이름을 알 자격이 없다고. 천암사의 대천군이 온다고 해도 똑같아. 그도 알 자격이 없어.”대천군은 용호산 천암사에서 가장 강한 대사의 칭호였다.천암사에서 대천군은 신과 같은 칭호였다.그런데 윤구주는 천암사의 대천군도 그의 이름을 알 자격이 없다고 했다.그 말에 홍진후는 단단히 화가 났다.천암사에서 항렬이 아주 높은 그는 이렇게 건방진 사람을 처음 보았다.심지어 대천군조차 그의 이름을 알 자격이 없다고 하다니!“정말 건방지군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렇게 멋대로 굴어도 될 것 같습니까?”그 말과 함께 홍진후의 온몸에서 자색의 번개가 쳤다.마치 신이 지상으로 내려온 것만 같았다.그러나 윤구주는 차갑게 웃었다.“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워. 용호산이 오늘 고씨 일가를 대신해 나서주려고
두 번의 공격을 윤구주가 쉽게 막아내자 천암사의 홍진후는 표정이 점차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윤구주를 죽어라 노려보았다.“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더니, 30년 동안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더니 화진에 이런 천재가 있을 줄이야. 상상도 못 했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음이 불안정하고 살심이 너무 강하군요. 오늘 전 함부로 살생하지 말라는 하늘의 뜻에 따라 당신의 살심을 없애버리겠습니다.”홍진후는 그렇게 말한 뒤 합장하면서 소리 없이 주술을 읊었다.기괴한 주문과 함께 주위에 순식간에 음산한 바람이 일었다.그리고 바람과 함께 쿵 소리가 나면서 거대한 나찰의 현신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그것은 천암사가 신봉하는 인간, 신, 귀신 중 악귀 수라의 현신이었다.악귀 수라는 키가 구 척에 달했고 머리는 해골 같고 몸은 뱀 비늘 같았다.그리고 네 손에는 피가 가득 묻은 도끼를 들고 있었다.그것이 바로 용호산에서 가장 유명한 악귀 나찰이었다.홍진후가 나찰 현신을 불러냈을 때 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내 살심을 없애겠다고? 오늘 누가 누구를 없앨지는 두고보자고!”윤구주가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 그의 앞에 있던 금빛이 더욱더 눈부셔졌다.같은 시각, 거대한 악귀 나찰의 현신은 윤구주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윤구주가 몸을 움직였다.놀라운 몸짓이었다.속도가 너무 빨라서 눈으로 좇을 수 없을 정도였다.“엄청 빨라...”“저 자식... 도깨비인가?”고준형을 포함한 주위에 있던 고씨 일가의 강자들은 윤구주의 움직임을 본 순간 전부 아연실색했다.고시연은 이를 악물고 두 손으로 옷깃을 꼭 잡고 있었다. 그녀는 찍소리하지 못하고 앞을 바라봤다.윤구주가 몸을 움직이자 용호산의 홍진후가 소환한 약귀 나찰은 그를 전혀 따라잡지 못했다.나찰의 도끼는 허공을 베었다.“젠장! 그렇게 피한다면 피할 수 있을 것 같나요? 음양천뇌, 음귀뇌, 나와!”홍진후가 오른손을 쥐었다. 그의 손바닥에 모여 있던 흰색 천둥이 순간 검은색이 되었다.검은색 뇌전이 나타나자 귀신들이
그것들이 동시에 습격하는 순간, 윤구주는 냉소를 지었다.“겨우 이 정도인가?”오른손으로 수인을 맺자 그의 앞에 모여 있던 수많은 금빛이 순간 금색의 거대한 검으로 변했다.거대한 검으로 악귀 나찰을 베자 악귀 나찰은 비명을 질렀고, 그의 거대한 몸은 윤구주의 검에 베여 흐릿해졌다.홍진후는 자신이 소환한 악귀 나찰 현신조차 윤구주를 막지 못한다는 걸 발견했다. 그의 음귀천뇌가 순간 그물처럼 하늘에서 내려와 윤구주를 속박하려 했다.“음귀뇌 아래서도 죽지 않을 수 있을까?”홍진후는 두 손으로 수인을 맺더니 윤구주를 손가락질했다.하늘을 가득 메운 검은색의 음귀뇌가 하늘에서 내려왔다.무시무시한 검은색 뇌전은 바닥에 닿는 순간 바닥을 전부 부숴버렸다.검은색 뇌전들은 윤구주의 발밑에 있는 모든 걸 파괴할 것 같았다.수많은 검은색 음귀뇌가 나타났을 때 그물에 뒤덮였던 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뇌법으로 놀고 싶은 거야? 좋아! 그렇다면 진짜 뇌법이란 어떤 것인지 내가 한 번 보여주도록 하지! 팔기지, 뇌왕인! 열려라!”그 목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번개가 번쩍거리면서 이루 형언하기 어려운 엄청난 뇌전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어? 뇌전?”“이 자식... 뇌전을 쓸 줄 알아?”하늘에 나타난 거대한 천둥 무리를 본 홍진후는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그곳에 서서 차갑게 웃었다.“화진이 얼마나 큰데 천암사의 음양오뇌만 뇌법인 줄 알았던 건가? 오늘 내가 진정한 뇌법이 뭔지 한 번 보여주도록 하지! 뇌왕인, 멸하라!”윤구주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수많은 번개가 하늘에서 떨어졌다.이루 형언할 수 없는 엄청난 뇌전들로 인해 고씨 일가의 마당이 폭발했다.윤구주의 뇌왕인 때문에 마당뿐만 아니라 널따란 고씨 일가 장원의 반 이상이 전부 벼락을 맞고 초토화되었다.윤구주는 사람이 아니라 신이었다.쿵, 쿵, 쿵!여전히 수많은 번개가 내리치고 있었다.홍진후는 윤구주의 뇌왕인을 보는 순간 동공이 급격히 떨리면서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 그는
“홍진후 대사님!”홍진후가 윤구주의 일격에 맞아 바닥에 쓰러지자 고준형은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빠르게 그에게 다가갔다.바닥에 쓰러진 홍진후는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고 단전도 파괴된 상태였다.숨만 겨우 붙어있는 홍진후는 입을 벌렸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대사님, 괜찮으십니까?”홍진후의 모습에 고준형은 큰 충격을 받았다.“걱정하지 마. 아직은 죽지 않을 거니까. 난 그저 단전만 파괴했을 뿐이야.”윤구주가 신처럼 입을 열었다.‘뭐라고?’“홍진후 대사님이 수십 년간 수련한 것을 파괴했다고?”고준형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깜짝 놀라 말했다.“맞아. 이 노인이 제 무덤을 판 거지. 왜 굳이 자기가 나서려고 했는지, 참나.”윤구주는 대수롭지 않은 듯 얘기했다.그 말에 그곳에 있던 무인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그들은 윤구주가 이렇게 쉽게 천 년의 역사를 가진 문파인 용호산의 대사 홍진후의 단전을 파괴할 줄은 몰랐다.겨우 숨만 붙어 있는 홍진후를 바라본 사람들은 전부 겁을 먹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젠 당신 차례야, 고준형 가주.”윤구주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고준형을 바라보았다.“내가 말했지. 오늘 고씨 일가의 봉안보리구슬을 내놓는다면 그냥 넘어가 주겠다고.”윤구주의 마귀 같은 목소리에 고준형은 불안한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제가 내놓지 않겠다면요?”윤구주는 차갑게 웃더니 손바닥을 휘둘렀다. 순간 쿵 소리와 함께 마당에 있는 인공 산이 가루가 되었다.“내놓지 않는다면 고씨 일가는 저 꼴이 될 거야.”윤구주는 그저 손을 휘둘렀을 뿐인데 인공 산 하나가 박살 났다. 그 광경에 고준형의 눈가가 심하게 떨렸다.그는 두려웠다.홍진후 같은 태허 경지 최고 수준에 다다른 대사조차 윤구주의 상대가 되지 않으니... 윤구주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오직 고씨 일가의 어르신뿐이었다.고준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천천히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당신의 실력이 강한 건 인정하겠습니다. 정말 대단하군요. 하지만 이곳은 서남이
무도천방이든 수법지방이든, 윤구주는 명실상부한 제일이었다!이 순간, 고준형이 팔왕창을 휘두르며 일격을 가해오자, 윤구주는 손을 들어 막았다. 철컥 소리와 함께 180근에 달하는 긴 창이 떨리며 방향을 잃고 말았다.고준형의 첫 공격이 빗나가자 그는 몸을 솟구치며 각기 다른 방향에서 연속 세 번 윤구주를 향해 공격했다.하지만 윤구주는 신처럼 우뚝 서 있었다. 그는 고준형의 긴 창을 마주하며 차갑게 말했다.“오늘 너는 육신으로 무도를 연마했기에 나도 무도로 너와 겨뤄주지. 만약 네가 내 세 번의 공격에서 버틸 수 있다면 오늘 고씨 집안을 살려줄 거다.”세 번의 공격이라니? 순수 육체를 단련한 8품 무도 대가를 쓰러뜨리겠다는 것인가? 이 말이 나오자 고준형뿐만 아니라 모든 고씨 집안의 강자들도 윤구주가 허풍을 떠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좋다!”“그럼 지금 시작하지! 첫 번째 공격이다!”윤구주는 말한 대로 실행에 옮겼다. 그는 상대가 순수 육신 무부임을 고려해 무도로 그와 겨루기로 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몸이 번개처럼 공중으로 솟구쳤고 번개 같은 속도로 고준형에게 돌진했다.고준형은 신처럼 날아오는 윤구주를 보고는 크게 외치며 창으로 자신의 앞을 휘둘렀다. 창의 그림자가 그의 앞에서 파동을 이루며 보호막을 형성했다.그러나 윤구주의 눈에는 그 창의 그림자 보호막이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윤구주가 손을 아래로 내리치자, 거대한 손자국이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고준형의 창 그림자에 내려앉았다.순간, 고준형 앞을 둘러싼 창 그림자가 모두 부서졌고, 그뿐만 아니라 엄청난 손의 힘이 고준형 발 아래 일장을 완전히 부숴버렸다.고준형은 이 일격을 맞고 피를 뿜어냈는데 크게 다친 듯했다.아직 서 있었지만 몸은 떨고 있음이 보였다.한 번의 공격으로 고준형을 이렇게 만들다니! 주변 고씨 집안 무도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 모두 얼이 빠져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고시연은 입술을 깨물어 피가 났고, 눈에는 눈물이 맺힌 채 아버지와 윤구주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
고준형은 고씨 집안의 재능이 뛰어난 대가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의 명왕 공법은 첫 번째 단계인 검은 보호막만 겨우 수련한 상태였다.이 순간, 고준형은 고씨 집안의 절학인 ‘명왕 공법’을 펼치며 온몸에 물고기 비늘 같은 검은 보호막을 드러냈다. 이 강철 같은 검은 보호막이 나타나자, 고준형은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자신의 모든 내공을 보호막 방어에 집중했다.한편, 윤구주는 고준형의 몸에 이 괴이한 보호막이 생겨나는 것을 보고 눈을 빛내며 말했다. “이게 바로 고씨 집안의 절학인가? 좋아! 그럼 고씨 집안의 불사 육신이 내 이 주먹을 받아낼 수 있는지 한번 보지!”그는 말을 끝낸 후, 주먹을 날렸다. 형언할 수 없는 속도로 날아간 주먹은 포탄처럼 고준형의 방어막에 부딪쳤다.쾅!엄청난 파괴력이 순간적으로 공간을 뒤흔들었고, 주변에 있던 고씨 집안의 무도자들도 윤구주의 주먹의 기세에 밀려 몸이 뒤로 날아갔다. 내공이 약한 자들은 현장에서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중상을 입었다.고준형은 윤구주의 강력한 주먹이 떨어지는 순간, 두 발이 땅에 박혔다. 더욱 끔찍한 것은 그의 몸에 덮인 보호막이 윤구주의 주먹의 힘에 의해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보호막이 갈라지는 것을 보고 고준형은 충격에 빠져 말을 잃었다. “어떻게... 가능하지?”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보호막은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졌다. 고준형은 윤구주의 한 주먹에 의해 피를 뿜어내며 쓰러졌다.주변에 있던 고씨 집안의 무도자들은 이 장면을 보고 모두 경악했고, 옆에서 지켜보던 고시연은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아버지!”윤구주는 두 번째 주먹을 날린 후,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세 번째 공격이다!” 그리고 손을 들어 고준형과의 전투를 끝내려 했다.그 순간, 한 여인이 윤구주 앞으로 달려와 무릎을 꿇었다. “제발... 아버지를 살려주세요! 부탁드려요!”그녀는 다름 아닌 고시연이었다.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를 살려 달라고 부탁하는 고시연을 윤구주는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
칭찬을 받은 은설아는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웃더니 윤하율의 통통한 손을 잡고 말했다.“그럼. 당연히 그럴 거야.”윤하율은 기쁜 얼굴로 웃었다.“할머니, 할머니!”이때 윤하율은 하미연이 안쪽에서 나오는 걸 발견했다.윤하율은 서둘러 하미연에게 달려가서 그녀의 품에 안기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할머니, 언니가 그랬어요. 앞으로 저도 크면 언니처럼 예쁠 거라고요!”하미연은 윤하율의 얼굴을 꼬집으면서 말했다.“그래, 그래. 우리 하율이는 앞으로 가장 예쁜 사람이 될 거야!”“헤헤!”“하율아, 넌 저기 가서 놀고 있어. 할머니는 손님과 잠깐 얘기를 나눌게.”하미연이 그렇게 얘기하자 윤하율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네!”윤하율은 그렇게 말한 뒤 혼자 그네 쪽으로 달려가서 놀았다.윤하율이 떠나자 은설아는 서둘러 하미연을 향해 예를 갖추었다.“안녕하세요, 어르신.”윤씨 일가의 저택에서 지내게 된 뒤로 은설아는 이곳이 한때 윤구주가 살았던 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녀의 앞에 있는 하미연은 윤구주가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였다.“그렇게 예를 갖출 필요는 없단다.”하미연은 웃으며 말했다.“우리 아들 말을 들어 보니 구주의 친구라도 하던데 그게 사실이니?”하미연의 질문에 은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래. 구주는 어렸을 때 집을 떠났어. 구주의 친구를 보게 됐으니 정말 여한이 없어.”하미연은 감개하며 말했다.“참, 우리 구주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니?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니?”하미연이 윤구주에 대해 묻자 은설아는 고개를 저었다.“민규현 씨 말을 들어 보니 강성에 볼일을 보러 간 것 같아요.”“강성?”그 말을 듣는 순간 하미연의 하나뿐인 동공이 살짝 빛났다.“설마 우리 손주며느리를 데리러 간 건가?”하미연은 중얼대며 말했다.‘뭐라고?’은설아는 손주며느리라는 말에 살짝 당황했다.“구주가 나한테 그랬었거든. 강성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게다가 그 아이가 우리 구주를 구한 적이 있대. 내 생각에
“공주님, 얼른 여기 와보세요!”이때 밖에서 갑자기 주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의 목소리를 들은 이홍연은 서둘러 그에게로 걸어갔다.“무슨 일이에요?”주도가 기묘한 표정으로 주변 바닥을 살피면서 말했다.“제 판단이 맞다면 이곳에서 한차례 전투가 있었을 겁니다.”“전투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이홍연은 서둘러 물었다.“여기 바닥에 생긴 균열을 보세요. 뭔가 떠오르지 않나요?”주도는 그렇게 말하면서 바닥을 가리켰다.바닥에는 팔뚝만큼 굵은 균열이 아주 촘촘히 분포되어 있었고 그밖에 왼쪽에는 부러진 나무도 있었다.그 흔적들을 본 이홍연이 말했다.“마치... 검흔 같아요.”“맞아요! 이렇게 강한 검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절정 강자일 거예요!”그 말을 들은 순간 이홍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절정 강자라고요? 민규현 씨 일행이 절정 강자에게 공격당했다는 말인가요?”주도는 고개를 저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전 최근 들어 서울에 절정 강자들이 아주 많이 나타났다는 걸 느꼈어요.”주도의 말을 들은 이홍연은 다시금 충격을 받았다.눈앞의 주도는 수십 년 전 무시무시한 육도 절정에 다다른 사람이었다.게다가 지금의 그는 칠살에 발을 들인 상태였다.그래서 이홍연은 주도의 말을 절대 의심하지 않았다.그런데 그런 그가 절정 강자가 민규현 일행을 공격했을지도 모른다고 하니 이홍연은 저도 모르게 걱정이 되었다.“큰일이에요. 지금 구주는 서울에 없는데, 만약 정말로 절정 강자가 민규현 씨 일행을 공격했다면 그들은 분명 크게 다쳤을 거예요.”이홍연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어떡하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민규현 씨 일행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이홍연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참! 하마터면 신우 삼촌을 잊을 뻔했네요.”이홍연은 갑자기 이마를 탁 치면서 말했다.“신우 삼촌이요?”이홍연이 갑자기 신우 삼촌이라고 하자 주도는 당황했다.“네. 구주 아버지이자 윤씨 일가의 가주 말이에요! 아버지 말씀에
황성, 공주저.“뭐라고? 우리 아버지께서 폐관하신다고? 그게 정말이야?”아버지를 찾아가서 윤구주의 상황을 물을 생각이었던 이홍연은 폐황령이 반포됐고 국주가 폐관에 들어갔다는 걸 알고서는 비명을 질렀다.“네, 사실입니다. 조금 전 육도진 우상의 말을 들어 보니 국주님께서 이미 폐관에 들어가셨답니다. 조정의 일은 모두 육도진 우상에게 맡겼답니다.”한 하인이 대답했다.이홍연은 진정할 수가 없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난 금방 금란 대전에 갔다 왔었는데. 아버지께서 벌써 폐관에 들어가셨다고?”왠지 모르게 이홍연은 아주 큰 일이 일어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안 돼. 아버지를 찾아가서 똑똑히 물어봐야겠어.”’말을 마친 뒤 여섯째 공주는 다시금 금란 대전으로 향했다.이홍연이 금란 대전에 도착했을 때, 금란 대전의 오래된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게다가 밖에는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가득했고 그들 외에도 황성의 최고 절정 강자 한진모이 있었다.굳게 닫힌 금란 대전의 대문을 바라보던 이홍연은 미간을 한껏 찌푸리면서 빠르게 걸어갔다.“한진모 씨,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우리 아버지는요?”내시 옷을 입은 한진모가 웃으며 대답했다.“공주님, 국주님께서는 폐관에 들어가셨습니다.”“폐관이요? 우리 아버지가 왜 난데없이 갑자기 폐관을 한단 말이죠?”이홍연이 물었다.한진모는 웃으며 대답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한진모의 대답을 들은 이홍연은 속이 타들어 갔다.결국 그녀는 다시 공주저로 돌아왔다.“우리 아버지께서는 왜 갑자기 폐관에 들어가셨지? 설마 당분간 정무도 보지 않으실 생각인 건가? 그리고 태산봉선을 할 거라고, 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할 거라고 하셨었는데! 대체 그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이홍연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답답했다.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답답해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폐관에 들어간 국주를 방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에라 모르겠다. 일단 구주부터 찾아가야겠어.’이홍연은 속으로 생각했다.‘그런데 구주는 대체
“결국 올 게 왔어.”국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나는 종문이 구주 때문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거로 생각했었어. 내가 종문을 너무 얕봤던 것 같아.”국주가 갑자기 다시 말했다.육도진이 대답했다.“국주님, 괜한 걱정하시는 겁니다. 전 구주왕의 실력이라면 종문의 난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국주는 손을 내저으면서 금빛 왕좌에서 일어났다.“내가 걱정하는 건 구주의 실력이 아니야. 난 구주가 종문과 싸우게 되면 우리 화진의 무도까지 그 영향을 받을까 봐 걱정돼. 만약 우리 화진의 무도가 혼란에 빠진다면 화진은 엄청난 위기에 빠질 거야. 게다가 현재 조정에는 자신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알게 모르게 종문과 결탁한 내각 대신들이 아주 많아. 만약 무도가 혼란에 빠진다면 조정 또한 혼란에 빠질 거야.”육도진은 그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그는 국주의 말이 옳다는 걸 알고 있었다.화진은 무도로 나라를 세웠고 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은 오랜 역사가 있었다.만약 무도가 혼란에 빠진다면 화진 또한 혼란에 빠질 것이다.그렇게 되면 세력들은 서로 다툴 것이고 난세가 펼쳐질 것이니 화진의 국주로서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렇다면 국주님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육도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국주는 대답하지 않고 뒷짐을 진 채로 먼 곳을 바라보며 한참 뒤에야 대답했다.“난 폐황령을 가동할 생각이야.”‘뭐라고?’“폐황령이요?”폐황령이라는 세 글자에 육도진은 깜짝 놀랐다.폐황령이란 무엇인가?폐황령이란 국주가 당분간 나랏일을 관리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했다.그것이 바로 폐황령이었다.쉽게 말하자면 폐황령이 가동되는 순간 종문, 문벌, 세가 모두 마음껏 싸울 수 있다는 뜻이다.물론 그들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반대로 전쟁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황성 쪽에서는 그들의 일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국주님 말씀은 구주왕 홀로 무도 3대 서열을 상대하게 할 거란 뜻입니까? 이제 막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종문
“그렇군요! 그러면 그 검선이라고 불리는 서요산의 선배가 정말로 그렇게 대단하신 분이지 제가 직접 봐야겠어요!”이홍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금란 대전 쪽으로 달려갔다.이홍연이 금란 대전으로 달려가던 순간, 갑자기 흰색 검광이 금란 대전 안에서 나왔다.그 흰색 빛은 아주 빠르게 움직였다.흰색 빛 위로 푸른색 옷을 입은 사람이 큰 검을 밟고 서서 금란 대전 안에서 밖으로 나왔다.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그 사람의 용모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큰 검을 밟고 서 있던 그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에 황성에서 사라졌다.“세상에! 검선이에요!”비검을 밟고 서 있는 사람을 본 아름다운 화진의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작은 입술을 크게 벌리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육도진과 한진모는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육도진은 감탄하며 말했다.“역시 서요산 검종 출신답네요!”바로 이때 금란 대전 안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육도진 우상, 안으로 들어와.”그것은 화진 국주의 우렁찬 목소리였다.그 목소리를 들은 육도진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이내 육도진과 한진모, 이홍연이 금란 대전 안으로 들어갔다.아주 호화로운 왕좌 위에 국주가 앉아 있었다.“아버지!”이홍연은 안으로 달려 들어간 뒤 화진의 국주 앞에 섰다.“넌 여긴 웬일이냐?”국주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딸을 보이 갑자기 찾아오자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홍연은 입을 비죽이며 말했다.“아버지를 찾아왔죠! 조금 전 육도진 우상의 말씀을 들어보니까 서요산 검종 출신의 손님을 접견하셨다면서요? 그게 정말이에요?”국주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그래. 조금 전에 만났었단다.”“세상에! 아버지, 얼른 말씀해 보세요. 그 검선은 어떻게 생겼나요? 정말 소문처럼 못 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아주 대단한가요?”이홍연은 궁금한 듯 말했다.국주는 호탕하게 웃었다.“누가 너에게 그들이 못 하는 게 없다고 한 거냐?”“네? 다들 그렇게 말하던데요. 그리고
서울 황성.윤구주가 설국을 화진의 속국으로 만든 뒤로 황성은 아주 떠들썩했다.특히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매우 기쁘고 즐거웠다.이렇게 엄청난 공을 세운 사람이 다름 아닌 그녀가 좋아하는 윤구주였기 때문이다.그러나 현재 이홍연은 조금 답답했다.그녀는 윤구주가 얼른 돌아오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설국 일을 처리하기 위해 화진을 떠난 지 일주일이 거의 다 돼가는데 윤구주는 여전히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화진의 여섯째 공주인 이홍연은 그 때문에 흑여산맥에 연락까지 해봤다. 그러나 흑여산맥 쪽에서는 윤구주가 일찌감치 떠났다고 전했다.이러한 상황에 이홍연은 속이 타들어 갔다.“이 자식 대체 또 어디로 간 거야? 설마 또 여자 꼬시러 간 건가?”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결국 이홍연은 아버지를 찾으러 가기로 마음먹었다.이내 이홍연은 금란 대전 밖에 도착하게 되었다.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저 멀리 우상 육도진과 내시 총관 한진모가 금란 대전 밖에 서 있는 게 보였다.예전이었다면 육도진과 한진모는 아버지와 함께 있었을 것이다.그런데 지금 두 사람은 밖에 있었고 그 때문에 이홍연은 조금 의문이 들었다.“육도진 우상! 두 분 여기서 뭐 하세요?”이홍연은 그들에게 다가가면서 물었다.육도진과 한진모는 이홍연이 다가오는 걸 보고 미소 띤 얼굴로 그녀를 향해 예를 갖추었다.“공주님을 뵙습니다!”“여기서 뭐 하고 계세요? 왜 아버지와 함께 안에 있지 않는 거예요?”이홍연이 물었다.“공주님, 국주님께서는 지금 귀한 손님과 얘기를 나누고 계십니다. 그래서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육도진이 말했다.귀한 손님?그 말에 이홍연은 조금 호기심이 생겼다.그녀는 아름다운 눈동자를 깜빡이면서 금란 대전 쪽을 바라보았다.“얼마나 귀한 손님이길래 두 분까지 밖으로 내보낸 거예요?”이홍연은 답답한 마음에 물었다.그녀의 앞에 있는 두 사람 중 한 명은 화진의 우상이고 다른 한 명은 황성의 최고 절정 강자였다.그런데 그녀의 아버지는 귀한 손님을 대
“태웅 형님, 무슨 상황이에요? 조금 전까지 즐겁게 술을 마시더니 왜 갑자기 가야 한다는 거예요?”공수이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서울에 문제가 생겼어. 이 바보야! 우리는 지금 당장 돌아가야 해!”정태웅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뭐?’그 말을 들은 공수이는 순간 술이 깼다.“서울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거예요?”공수이는 잠깐 생각한 뒤 물었다.“아까 우리 형님께서 전화가 왔어. 종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형님 일행을 죽이려고 했다고 말이야.”정태웅은 주먹을 꽉 움켜쥐면서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종문이라는 말에 공수이는 입을 비죽였다.“겨우 종문일 뿐이잖아요? 무서워할 것 없어요!”곤륜에서 몰래 빠져나온 공수이는 종문 따위 두렵지 않았다.그러나 정태웅은 달랐다.“수이야, 잊었어? 저하께서는 지금 서울에 계시지 않아. 지금 서울에는 우리 형님 일행만 있다고. 종문이 정말로 그들을 죽이려고 한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어?”정태웅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했다.그 순간 공수이는 조금 깨달았다.정태웅의 말대로 윤구주는 지금 서울에 있지 않았고, 가장 강한 그도 서울에 없었다.서울에는 민규현, 천현수와 다른 몇 명의 사람들만 있을 뿐이었다.만약 종문에서 그들을 공격한다면 큰일이었다.“세상에! 구주 형님께서 서울에 계시지 않다는 걸 깜빡했어요!”공수이는 그렇게 말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가자. 얼른 서울로 돌아가야 해.”공수이는 서둘러 여자들 틈 사이에서 빠져나와 출발 준비를 했다.“스님 오빠, 어디로 가는 거예요?”두 사람이 황급히 떠나려고 하자 그들의 뒤에 있던 룸살롱 아가씨들이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공수이는 고개를 돌리더니 다시 그들에게로 달려가서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의 뺨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난 중요한 일을 하러 가야 해요. 일을 다 마치면 다시 돌아올게요. 꼭 날 기억해야 해요!”공수이는 여자에게 입을 맞춘 뒤 서둘러 정태웅과 함께 룸살롱을 떠났다.밖으로 나온 뒤 공수이는
“휴.”윤신우는 깊이 한숨을 쉰 뒤 입을 열었다.“연수야, 날 탓할 거니?”윤신우의 눈가 쪽으로 바람이 불어왔다. 그 순간 윤신우는 눈이 살짝 시큰거렸다....흑여산맥 근처의 한 마을.그 마을의 가장 호화로운 룸살롱 안에서 아주 듣기 싫은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그 목소리는 정태웅의 것이었다.화려한 불빛이 번쩍이는 룸 안, 짙은 화장을 한 여자들이 그곳에 앉아서 장난을 치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여자들 사이에는 얼굴이 빨갛고 온몸에서 술 냄새를 풍기는 스님 한 명이 있었다. 그는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의 흰 가슴에 안겨서 행복하게 양주를 마시고 있었다.그 스님은 정태웅과 함께 있던 공수이였다.공수이는 몰래 곤륜에서 빠져나온 뒤 완전히 향락에 빠졌다. 그는 술도 실컷 마시고, 고기도 원 없이 먹었으며 이젠 매일 예쁜 여자들을 만나려고 했다.그는 여자가 없는 날은 헛된 하루라고 말하기도 했다.“스님 오빠, 어젯밤 정말 대단하던데요? 제 친구들 모두 스님 오빠 때문에 아직도 침대 위에서 일어나질 못하고 있어요.”스님을 안고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여자는 비록 나이가 좀 있는 듯했지만 아주 매력적이었다.공수이는 안목이 높은 편이었다.여자는 몸매가 아주 좋았다.그녀는 흰색 셔츠에 검은색 스타킹과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어른스럽고 관능적이었다.“그건 아주 당연한 일이에요. 난 오늘도 즐길 거예요.”스님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오늘 밤에는 내가 어울려줄게요. 난 작은 야수 같은 당신을 정복할 거예요!”여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일부러 가슴을 내밀어 보였다.공수이는 술을 잠깐 마시더니 갑자기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정태웅을 향해 말했다.“태웅 형님, 구주 형님은 아직도 아무 소식이 없는 건가요?”“바보야! 흑여산맥 접경지대의 병사들이 그랬잖아. 저하께서는 이미 강성으로 돌아갔다고!”정태웅이 대답했다.“그렇군요!”공수이는 그제야 이마를 탁 치며 그 사실을 떠올렸다.사실 두 사람은 이미 흑여산맥으로
“하지만 저 자식들은 구주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습니까?”윤창현은 여전히 납득하지 못했다.“둘째 형님, 큰 형님 말대로 하세요. 정말로 종문과 싸우게 된다면 우리 화진의 무도는 크게 혼란스러워질 겁니다.”이때 윤정석이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흥, 내가 그런 걸 신경이나 쓸 것 같아? 뭐가 됐든 난 내 조카 구주가 괴롭힘당하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어. 구주를 괴롭히는 놈들은 내가 모조리 죽일 거야!”윤창현은 거칠게 말했다.윤창현이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에 윤정석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윤신우가 도착한 뒤 한차례 대전이 종식되었다.이때 재이, 용민, 철영이 빠르게 윤신우의 앞으로 걸어가서 정중하게 그를 향해 예를 갖추었다.“주인님을 뵙습니다! 저희는 작은 주인님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벌을 내려주십시오!”윤신우는 세 사람을 힐끗 보고 말했다.“이 일은 너희 탓이 아니야. 그러니 다들 일어나.”세 사람은 반성하듯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꼼짝하지 않았다.“일어나라고 했으니 그냥 일어나.”윤정석은 세 사람이 일어나려고 하지 않자 그들에게 다가가서 말했다.“감사합니다, 주인님!”세 사람은 그제야 서둘러 일어났다.세 사람이 일어난 뒤 윤신우는 걸음을 옮겨 남궁서준, 민규현, 천현수, 그리고 겁을 먹고 얼굴이 창백해진 은설아를 향해 다가갔다.그들은 윤신우가 다가오자 본능적으로 자세를 바로 하면서 존경 어린 눈빛을 해 보였다.그들 모두 윤신우가 윤구주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너희들은 구주의 형제들이냐?”윤신우는 웃으며 말했다.“그렇습니다!”민규현의 대답에 윤신우는 흡족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좋아, 좋아. 구주에게 너희 같은 형제들이 있다니 참으로 다행이구나. 일단 너희는 날 따라 윤씨 일가로 돌아가자꾸나.”윤신우가 말했다.‘뭐라고? 윤씨 일가로 돌아가자고?’그 말에 다들 흠칫했다.결국 민규현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가주님의 은혜는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