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로 인해 SK제약은 많은 돈을 벌었지만 앞으로 1000억이라는 투자액을 받을 생각과 DH그룹 와의 장기간 협업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소꿉놀이 같았다.하지만 그들이 질투한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SK제약은 지금 소채은의 이름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둘째, 축하해!”“네 딸이 DH그룹 대표랑 이런 사이인 줄도 몰랐어!”소천홍은 겉으로 축하하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이를 갈고 있었다.소청하도 자기 형님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너무 기뻐하는 티를 내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축하는 무슨. 그저 앞으로 우리 소씨 가문이 다시 일어서기를 기대하는 바입니다!”그리고 소청하는 소천홍을 더 대꾸하지 않고 천희수에게 물었다.“여보, 우리 채은이는?”“채은이랑 걔는 아직도 방에 있어요!”천희수가 귀띔했다.“참! 눈치도 없네. 멍청하게 아직도 쟤랑 같이 놀고 있으면 어떡해? 제정신이야!”“여보, 우리 채은이 찾으러 가자!” ...세련된 인테리어의 거실.소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경축하고 있을 때 소채은은 혼자 시무룩해 있었다.소채은은 지금 방 안에서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아름다운 턱을 괴고 맑은 눈으로 앞을 바라면서 멍을 때리고 있다.그녀의 옆에는 윤구주와 까망이도 있었다.그렇게 한참을 멍 때리다가 소채은은 “아이고”하면서 한숨을 쉬였다.윤구주는 그런 소채은을 보면서 물었다.“기분이 안 좋아?”“DH그룹 주세호가 갑자기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고 심지어 SK제약까지 내 이름으로 넘겨주면서 나를 부자로 만들어줬는데, 내가 기쁠 수 있겠어?”소채은이 이렇게 말하자 윤구주는 이해가 안 된다는 식으로 물었다.“그러니깐 이건 좋은 일이잖아.”“좋은 일 맞긴 하지만 나한테는 아니야!”“왜?”윤주구가 물었다.“한번 생각해 봐. 세상에 공짜는 없어. 강성 제일 갑부가 아무 이유도 없이 나한테 이렇게 큰 선물을 주는 게 수상해도 너무 수상하지 않아?”윤구주는 지나치게 의심을 하는 소채은을 달래면서 말했다.“네가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건 아니
서재에 들어서자 소청하는 방문을 잠갔다.“채은아, 자 여기 앉아. 아빠랑 얘기 좀 하자.”소청하는 다정스럽게 소채은의 손을 잡고 말했다.소채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청하 곁에 앉았다.“채은아, 아빠랑 제대로 말해봐. 강성 제일 갑부인 주세호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야?”소청하는 의자를 소채은 쪽으로 당기면서 물었다.“저는 주세호랑 만난 적도 없어요!”소채은은 솔직하게 대답했다.“주세호를 모른다고? 그럴 수가! 채은아, 아빠를 속이지 말고 말해. 아빠는 네가 어떻게 DH그룹이랑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인지 궁금해서 그래.”소청하는 소채은의 대답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아빠, 저는 진짜 DH그룹에 대해서 일도 모르고 주세호랑도 모르는 사이예요!”“진짜?”“진짜!”소청하는 무척 당황했다.“모르는 사이인데 왜 DH그룹에서 너한테 이렇게 잘해주지? SK제약을 네 이름으로 넘겨주기까지 하다니. 네가 뭘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이건 무려 몇백억 값어치가 되는 기업이야!”소채은은 머리를 저으면서 말했다.“사실 저도 어리둥절해요!”소청하는 소채은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으니 더 말문이 막혔다.높은 가격으로 SK제약을 인수하고 또 그걸 다시 소채은에게 넘겨준다!DH그룹은 돈이 넘쳐나서 미친 짓을 하는 게 아닌지 싶었다.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소청하는 입을 열었다.“어찌 되었든 우리 소씨 가문은 다시 살아난 것과 마찬가지야! 이건 다 채은이 네 덕분이야!”“앞으로 네가 바로 SK그룹 대표야!”“네 큰 아버지도 함부로 너한테 뭐라고 못할 거야!”소청하는 웃으면서 말했다.이 말을 듣자 소채은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아빠, SK제약도 이젠 제 이름으로 되었는데. 그럼 조성훈과의 약혼은 없던 일도 하시는 거죠?”“그럼, 그럼!”“강성 제일 갑부인 DH그룹이랑 협업하는 사이인데 고작 중해그룹 따위가 이젠 우리 눈에 들어오겠어?”“채은아, 걱정하지 마! 약혼을 취소하는 일은 아빠한테 맡겨!”소청하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하였다.이
하지만 소채은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아빠! 제가 한 번만 더 말할게요. 제가 누굴 좋아하던 사랑하던 제발 간섭하지들 하지 마세요! 만약에 예전처럼 저를 대할 거면 아빠한테는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구주를 데리고 떠날 거예요!”소채은이 화를 낼까 봐 두려웠던 소청하는 얼른 달래기 시작했다.“채은아, 화 좀 내지 마! 아빠도 널 위해 하는 말이잖아!”소채은이 기분이 풀린 것 같지 않자 소청하는 계속 말했다.“알았어! 알았으니깐. 네가 걔를 챙기든 말든 아빠는 너를 다 이해하고 응원할게! 하지만 쟤가 진짜 누군지 알기 전까지는 둘의 사이가 더 가까워지는 건 아빠가 허락 못해! 알겠지?”“네!”“그래!”이렇게 윤구주에 대해서 두 사람은 잠시 합의를 봤다.“채은아, 이젠 네가 SK제약을 책임질 테니깐 내일 나랑 같이 회사 좀 다녀오자!”“우리 직원들을 달래기도 할 겸!”소청하의 말을 듣고 소채은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네!” ...이날밤, 윤구주는 소씨 저택에 머물렀다.소채은은 자기 안방이랑 가까운 방으로 윤구주와 까망이를 배치했다.“구주야, 편하게 잘 자! 내가 옆방에 있으니깐 무슨 일이 있으면 나를 부르면 돼 걱정하지 마!”소채은은 아름다운 눈을 깜빡이면서 윤구주에게 말하고는 방으로 들어갔다.윤구주는 인사를 하면서 팔을 들었더니 방문이 쾅하면서 자동으로 닫혔다.조용한 방안에는 윤구주와 까망이만 있다.윤구주는 창가 쪽으로 걸어가 밖의 야경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채은의 일은 이젠 거의 마무리가 됐군. 나도 빨리 내 몸을 회복해야겠어.”이렇게 말하고 윤구주는 양반다리를 하고 땅에 앉았다.10개국 간의 전쟁.윤구주는 비록 강자에게 포위되었지만 제일 치명적인 상처는 바로 체내에 있는 기린화독였다.윤구주가 윗옷을 벗더니 가슴 쪽에 빨간색 상처가 눈에 띄였다. 그 상처는 꽤나 깊었고 곧 분출하려는 화산의 자주색 암장과도 같았다. 스며든 독은 거미줄을 친 듯 마냥 몸속 곳곳으로 범위를 넓혀갔다.상처를 바라보는 윤구주의
다음날.소채은은 깨여난 후 방 안의 온도가 너무 춥다며 혼잣말을 했다.“헐. 지금 10월인데 왜 이렇게 춥지?”소채은은 목을 움츠리고 겨우 침대에서 일어났다.집 밖의 날씨는 화창하지만 소채은방의 창가에는 얇은 서리가 내렸다.“날씨가 이상해도 너무 이상해!”소채은은 중얼거리였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그리고 윤구주의 방문 앞에서 와서 똑똑똑 문을 두드렸다. 인기척이 들리지 않자 소채은은 웃으면서 말했다.“기억상실증 윤구주씨, 꿀잠을 자고 있네.”윤구주를 깨우지 않고 소채은은 돌아가서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었다.소채은 부모님과 소청홍부자는 일찍부터 나와 거실에서 소채은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녀가 걸어오자 소청하가 달려가면서 말했다.“채은아. 드디어 깨어났네! 우리 모두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다들 이렇게 빨리 일어나서 왜 저를 기다리는 거죠?”소채은이 물었다.“바보야. 까먹었어? 오늘은 네가 SK제약 대표로 출근하는 첫날이잖아. 그래서 우리가 너를 데리고 회사구경이나 시켜주려고.”“아~”“시간도 다 됐는데 우리 얼른 출발할까?”소청하가 물었다.소채은은 윤구주랑 같이 떠나고 싶었지만 윤구주가 아직도 깨어나지 않은 것 같아서 그냥 소청하와 같이 가기로 했다.“네!”“우리 조카 채은아!”소천홍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나쁜 마음을 품은 게 뻔한 소천홍을 바라보면서 소채은의 얼굴색은 어두워졌다.“채은아! 이젠 SK그룹이 네 이름으로 되었지만 네가 회사경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잖아. 너를 위해서 오늘 우리 아들 소진이가 너랑 같이 회사에 다녀올까 하는데. 그리고 네가 회사를 경영하기 귀찮다면 큰 아버지한테 계속 맡겨도 돼!”이 말을 듣자 소채은은 콧방기를 뀌였다.소진웅이 건강할 때 소청하에게 SK그룹을 맡기려고 했지만 할아버지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소천홍은 소청하의 자리를 비겁하게 빼앗아 갔다.그런데 지금 소천홍이 이렇게 말하자 소채은은 어이가 없는 듯 대답했다.“SK그룹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큰 아버지는 쉬고 있으세요
“아버지 그만 화 풀어요. 그 계집애가 직접 회사를 경영하겠다면 한번 해보게 놔두죠. 얼마나 잘하나 한번 봅시다!”“잊지 마세요. SK제약에는 다 우리 사람들이잖아요!”소진은 수상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그래. 네 말이 맞아. 이 계집애가 마음대로 내 자리를 넘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꿈 깨라고 해! 소진아. 당장 그쪽에 전화해서 이걸 알려줘...”소천홍은 소진의 귀에 대고 몇 마디를 하더니 소진은 음흉하게 웃었다.“알겠어요 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좋은 구경이나 하세요!”그리고 소진은 구석으로 걸어가 전화를 걸었다. ...소채은네가 SK제약에 도착했을 때 윤구주는 아직도 방 안에서 더러운 기를 토하고 신선한 기를 마시면서 수련하고 있었다.한참 후, 윤구주는 눈을 떴다.그의 앞에는 뿜어져 나오는 내력은 안개처럼 자욱했다. 윤구주가 눈을 뜨면서 차츰차츰 내력은 몸속으로 스며들어갔다.윤구주는 기지개를 켜고 땅에서 갑자기 일어서더니 방문을 열었다.눈부신 해살이 비추이는 문밖.윤구주는 소채은을 찾으러 갔으나 소채은의 방은 텅 비어있었다.하인 아줌마에게 물어서 소채은아가 소청하랑 SK제약으로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래. 우리 바보 채은이가 드디어 소씨 가문 회사의 주인이 되었군!”윤구주는 방긋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소씨 저택에서 목적 없이 산책을 하였다.소씨 가문은 급으로 따지면 삼류정도 되는 부잣집이었지만 저택은 아주 넓었다.특히 저택 뒤에 있는 정원은 유난히 컸다.윤구주는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가 사당 한 채가 윤구주의 눈에 들어왔다. 사당에서는 진한 한약냄새가 풍겨왔다.“어우! 한약 냄새!”“누가 아픈가?”윤구주는 호기심에 못 이겨 사당 쪽을 바라보다가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다.사당은 무척 조용했고 여기를 지키고 있는 사람도 없었다.윤구주는 문쪽으로 걸어가 먼저 문을 두드려 인사를 했지만 인기척 소리가 들리지 않자 문을 열고 들어갔다.사당 안은 조용하고 우아한 분위기였지만 진한 한약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것들을 바라보면서 윤구주는 가슴이 뭉클해졌다.“어르신?”윤구주는 낮은 목소리로 불러보았지만 어르신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윤구주는 어르신의 맥박을 체크해 보았다. 심장은 느린 속도로 뛰고 있었고 호흡도 약하며 심지어 신장기능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는듯하였다.하지만 이것들은 치명적인 문제가 아니다.어르신의 복부에 자란 종양이야말로 제일 치명적인 원인이었다.이것은 보통 종양아 아니라 기체 덩어리였다.윤구주는 보통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 기체 덩어리를 가까이하는 순간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이것은 무술을 전공하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내력이었다.어르신이 가지고 있는 이 내력은 단전에 스며들지 못하고 복부 외측에서 맴돌고 있어서 소화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아! 알았다!”“어르신이 무조건 무술을 연마하는 와중에 착오가 생겨서 이렇게 되었네!”윤구주는 해결할 방법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어르신을 다시 바라봤다.“오늘 저를 만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과거에 영광스러운 군인이었던 것을 보아서라도 제가 오늘 어르신의 생명을 구해드릴게요!”이렇게 말한 후 윤구주는 손바닥으로 어르신 복부에 있는 내력 덩어리를 내리눌렀다. 그러더니 내력은 천천히 어르신 몸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윤구주의 내력까지 더해져 천천히 어르신의 몸으로 스며들면서 창백했던 어르신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그리고 몇 분 뒤, 어르신은 눈을 떴다.“너...”이름 모를 청년이 자기 옆에 서있는 것을 보고 어르신을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는 한 손을 복부에 올려놓고 종양을 부여잡는 자세를 하면서 일어앉으려고 했다.윤구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제가 어르신의 생명을 구해줬어요!”가까스로 숨을 쉬던 어르신은 어리둥절해졌다.그리고 자기 복부에 있던 종양을 만졌는데 놀랍게도 그 종양은 완전히 사라졌다.더 이상한 점은 종양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복부에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더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진웅은 자신의 군복을 보면서 물었다.“혹시 젊은이도?”윤구주는 웃으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어쨌든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저 소진웅은 이 은혜를 꼭 평생 기억하면서 보답할게요!”소진웅은 다시 공손하게 말했다.“사실 어르신이 걸린 것은 병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렇게 빨리 회복할 수 있는 거예요!”“병이 아니라고요?”소진웅이 물었다.“네!”윤구주는 대답하고 소진웅에게 물었다.“어르신, 혹시 예전부터 무술을 연마했나요?”“어떻게 아셨죠?”소진웅은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윤구주는 담담하게 말했다.“어르신의 병은 무술을 연마하다가 문제가 생겨서 내력이 복부에 집결되면서 억눌렸을 뿐입니다. 저는 그 내력을 풀어 드린 것뿐이고요!”그 말을 듣자 소진웅은 멍해졌다.“고수네요! 젊은이야말로 명의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사람인 것 같네요!”“솔직히 말하면 제 병은 확실히 무술을 연마하다가 생긴 것이에요.”“사십여 년 전 어느 전쟁의 시체 더미에서 찢어진 권법책을 주운적이 있어요. 군대에서 제대하고 재미로 연습을 해보려고 했는데 점점 몸이 이상해지더라고요. 그러다가 복부에 아까 보셨던 종양 같은 게 자라났어요...”소진웅은 이 일의 자초지종을 윤구주에게 설명했다.그리고 수년 동안 중서양의 명의를 찾아서 치려를 해보려고 했지만 모두들 속수무책이라고 말했었다.소진웅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자신의 이 병을 어떤 젊은이가 고쳐줄 거라고!윤구주는 소진웅의 말을 듣자 고개를 끄덕이였다. 윤구주의 추측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어르신은 무술을 연마하다가 이렇게 된 것이었다.“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시는지요?”소진웅은 격동된 어조로 물었다.“저의 이름은 윤구주라고 합니다. 저를 그냥 구주라고 부르세요.”“오오. 이름이 구주구나!”“우리 손녀랑은 친구예요?”“네!”윤구주가 대답하자 소진웅은 윤구주를 아래위로 훑더니 그의 카리스마와 잘생긴 비주얼을 보고 말했다.“구주야. 솔직하게 말해봐! 우리 손녀랑 연애하는 사이 아니야?”‘응?’윤구주는 말문이
윤구주가 소진웅을 구하고 있을 때쯤 소채은은 가족들과 함께 SK제약으로 가고 있었다.근교에 있는 SK제약공장.그들은 차 두대로 이동하였다. 소채은과 그녀의 부모님들은 첫차를 타고 소천홍 부자는 뒤차를 탔다.“채은아, 도착했어!”소청하는 공장으로 들어가는 드넓은 도로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아이고!”“회사가 채은의 이름으로 넘어와서 참 다행이야! 만약에 DH그룹에 인수당했더라면 아버지는 화를 내다가 쓰러졌을걸.”옆에 있던 천희수가 말했다.“그럴 리가요? 아버지는 이미 혼수상태인지 일 년도 넘었는데. 어떻게 그 일을 알 수 있어요?”“하긴 맞는 말이야.”소청하는 아버지생각만 하면 마음이 짠해졌다.차는 빠른 속도로 공장에 도착했다.공장에 들어서자마자 100여 명의 SK그룹 직원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았다.소채은네 차가 도착하자마자 누군가가 소리를 쳤다.“드디어 왔다! 빨리 가자!”100여 명의 직원들이 갑자기 소채은과 소천홍 그리고 천희수를 에워쌌다.갑작스러운 변화에 소채은은 깜짝 놀랐다.옆에 있던 소청하와 천희수도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그들은 손에 철방망이를 들고 화가 잔뜩 난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돈을 내놔!”“우리 피와 땀을 흘려가며 번 돈을 내놓으라고!”“오늘 돈을 주지 않으면 여기서 떠날 생각을 하지 마!”사실 SK제약은 파산위기로 반년동안이나 직원들의 월급을 챙겨주지 못했다.긴 시간의 임금 체불로 인하여 직원들은 화가 잔뜩 나있었다.사람들이 점점 많아지자 소청하가 나서서 말했다.“다들 진정하세요! 진정! 오늘 저희가 온 목적이 바로 여러분들의 임금 체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또 좋은 소식을 가져왔습니다!”이 말을 듣자 누군가가 한마디 했다.“좋은 소식이 뭐든 우리랑은 아무 관련도 없을 테니깐 빨리 월급을 주기나 해!”“맞아! 월급을 주라고!”소청하는 그들을 달래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오늘 꼭 지불할 겁니다! 저희 SK제약에게 큰 투자가 들어왔습니다!”그리고 소청하는 돌아서서
손형재가 차갑게 웃었다.“무슨 일이 있어도 섣불리 움직이면 안 된다고 이 늙은이는 생각합니다. 또한 6대종문이 의논을 거친 후에 움직이라고 회장님께서 저에게 신신당부도 했고요.”구진철의 말에 손형재는 콧방귀를 뀌었다.“또 6대종문. 천 년이나 더 된 우리 종문은 왜 단독으로 일 처리를 못하고 매번 다른 종문들과 논의해야 하는 겁니까?”구진철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갑자기 현문 제자가 뛰어왔다.“도자님, 밖에 도자님을 뵈러 온 분이 계세요.”“누군데?”손형재가 물었다.“문씨 세가의 문아름 씨요.”문아름이라는 말에 손형재의 눈이 순간 번뜩였다.“그녀가 나를 찾아왔다고? 어서 들여보내.”“네!”현문 제자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봉황관을 쓴 절세미인 문아름이 들어왔다.마치 천하를 호령하는 고대의 황후 같았지만,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손형재를 향해 예의를 갖췄다.“아름이 도자님을 뵙습니다.”문아름을 보자마자 손형재는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갔다.“아름 씨, 너무 예를 차리실 필요 없어요.”“아니에요. 도자님은 하늘이 내리신 현문의 미래니 당연히 예를 갖춰야죠.”문아름이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만하기 짝이 없던 손형재가 이런 말을 들었으니, 입이 귀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아름 씨가 어인 일로 예까지 발걸음하셨는지?”손형재가 물었다.“당연히 그 윤 씨 성을 가진 사람 때문이죠.”문아름은 천천히 말했다.“윤 씨요? 혹시 백성들의 신임을 한 몸에 받은 그 구주왕 말인가요?”손형재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네. 맞아요. 도자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저와 구주는 혼인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여기까지 말했을 때 그녀는 억울한 듯 눈물을 흘렸다.문아름이 눈물 흘리는 것을 본 현문 도자는 서둘러 그녀를 위로했다.“아름 씨, 어서 그 눈물을 거두세요. 혹시 그가 아름 씨를 괴롭혔나요?”“아니요. 저를 괴롭힌 적은 없지만 구주는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는 데다 고집불통이에요. 평생을 그와 함께하고 싶었지만
“네 말이 틀리지는 않아. 하지만 종문이 우리 편에 서지 않을지도 몰라. 특히 만불종과 서요산 검종.”문창정은 자신의 걱정을 털어놓았다.만불종은 영리하여 주도적으로 전쟁에 개입하는 일이 없었고, 화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서요산 검종은 베일에 싸여있어서 문씨 세가조차도 그들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문아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안심하세요. 화진에는 6대종문이 있어서 이 두 종문이 아니더라도 4개의 종문이 남아있어요. 특히 역사가 유구한 현문 회장인 창현진인은 이미 백 년 전에 절정 경지에 오른 인물이에요. 그래서 현문을 선봉으로 내세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문아름의 말을 들은 문창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현문을 인간 방패로 쓰겠다는 말이냐?”“바로 그거예요. 할아버지께서도 현문 도자의 본성을 잘 알잖아요. 그를 최대한 이용해 먹어야죠.”현문 도자에 대해 말할 때 문아름의 얼굴에는 요염한 미소가 번졌다.손녀의 생각을 잘 알고 있던 문창정이 말했다.“한 번 시도해 볼만한 방법이긴 한데 현문에는 지혜로운 사람들이 많아. 특히 구씨 성을 가진 늙은 장로는 문무를 겸비하여 얕잡아보면 안 돼.”“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문아름이 말했다.“그래. 그러면 현문의 일은 너에게 맡길게.”문창정이 결론을 내렸다.…서울에 온 이후로 현문의 사람들은 문씨 세가의 지하 궁전에 머물고 있었다.이 순간, 십여 명 현문의 제자들이 화려한 거실 양쪽에 서 있었고, 가운데 벽화 앞에는 현문 도자인 손형재가 서 있었다.벽화에 그려진 인물은 다름 아닌 절세미인인 문아름이었다.선녀 같은 문아름을 바라보며 이 도자가 혼자서 중얼거렸다.“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인이 여기 있었네.”“콜록콜록.”이때 그의 옆에서 갑자기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형재 씨, 이 늙은이가 할 말이 있는데 말해도 될지 모르겠네요.”말을 꺼낸 사람은 손형재와 함께 산에서 내려온 현문 장로인 구진철이었다.“어서 말해보세요. 구 장로님.”시선을
한참 지나서야 민규현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내 추측이 틀리지 않는다면 종문이 움직인 것은 분명 저하 때문일 거야.”그 말에 천현수도 한마디 했다.“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의 실력 차가 분명하다고 해도 어찌 됐든 같은 줄기에서 뻗어져 나온 것이잖아요. 종문이 움직인 것은 저하가 전에 노룡산에서 세가를 학살한 것이 누설되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해요.”“현수야. 3개 종문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 주시하라고 암부에 전해.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먼저 보고하라 하고.”민규현이 지시를 내렸다.“네!”…서울의 어느 숨겨진 지하 궁전, 절세미인인 문아름이 봉황관을 쓴 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문창정이었다.“할아버지.”“현문, 만불종, 칠수방 사람들이 모두 서울에 도착했어요. 이제 어떻게 할까요?”문아름이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으로 문창정을 바라보며 물었다.“서두를 것 없어. 6대종문이 모두 모인 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아.”문창정이 차분하게 답했다.“하지만 서요산은 물론 천도궁과 자운각도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요. 이들을 계속 기다려야 한단 말이에요? 제가 알기로는 구주가 설국을 수복한 이후 국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요. 그리고 육도진도 태산에 갔고요. 아마 곧 큰 일이 터질 것 같아요.”문아름의 말에 문창정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육도진이 태산에 갔다고?”“네.”“무슨 연유로?”문창정이 차가운 목소리로 묻자, 문아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황성 사람들이 비밀로 하고 있어서 무엇 때문에 갔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들 말로는 조만간 국주의 움직임이 있을 거래요. 하지만 그 사람 때문에 국주가 움직인 것은 확실해요.”‘그’라는 말에 문창정의 안색이 아까보다 더 어두워졌다.“할아버지. 만약 국주가 정말로 구주의 편을 든다면 저의 왕위가 온전치 못할 것 같아요.”문아름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놨다.‘하긴 화진의 왕으로서 위대한 업적이 없다면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긴 하
은설아는 마음속으로 윤구주를 존경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사모하는 마음이 더 컸다.무예가 출중하다면 윤구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그녀가 그와의 실력 차를 줄이기 위해 열심히 수련한 것이었다.붉은 치마를 입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던 재이가 열심히 수련하는 은설아의 모습을 보고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설아 씨, 실력이 많이 늘었으니 인제 그만 쉬도록 하세요.”윤설아가 말했다.“괜찮아요. 아직 할만해요.”윤설아의 말에 재이는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설아가 열심히도 수련하네. 내가 어렸을 때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수련하는 윤설아를 바라보며 용민이 혼자서 중얼거리자, 강철 몸을 가진 철영도 한마디 했다.“사랑 때문에 저 짓거리 하고 있는 거예요.”“뭣이라?”철영이 무심코 내뱉은 말에 용민은 어리둥절했다.한마디만 내뱉고 철영은 정원 밖을 빠져나왔다.“야! 이 자식아. 말하다 말고 어디 가? 사랑 때문이라니?”용민이 그를 뒤쫓아가며 물었다.은설아가 한창 수련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민규현과 천현수가 얘기를 나누며 방 안에서 나왔다.“이놈아, 수이 소식이 아직 없다고?”말을 꺼낸 사람은 민규현이었다.“없어요. 형님.”천현수가 답했다.“수이 때문에 내가 미쳐버릴 것 같아.”민규현이 계속 말했다.“흑여산맥 쪽의 저하 소식은 없고?”“그쪽에서 보내온 소식통에 따르면 저하는 이미 그곳에서 떠났대요.”“그렇다면 서울로 돌아온다는 말이냐?”민규현이 서둘러 묻자, 천현수는 고개를 저었다.“그들의 말로는 서울 아니고 강성으로 갔대요.”“강성?”강성이란 말에 민규현은 어리둥절했다.“형님, 잊으셨어요? 형수님이 강성에 있잖아요.”천현수가 그에게 상기시켜 주자, 민규현은 자기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내가 이렇게 멍청하다니까. 맞아. 저하가 서울에 온 이후로 형수님을 본지가 꽤 되었으니, 강성에 가는 것도 이해는 되지.”“그건 그렇고 형님, 암부가 최근에 이상한 것을 발견했대요.”천현수가 갑자기 화제를 돌
“채은아, 널 보러 왔어.”현관 입구에 있던 윤구주가 웃음 띤 얼굴로 눈물범벅이 된 소채은을 바라보자, 소채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두 손으로 윤구주를 껴안았다.손을 놓으면 그가 사라질 것만 같아서 꽉 잡고 있었다.“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윤구주도 자기 앞에 있는 소채은을 껴안으며 말했다.그가 기억하고 있던 소채은은 순수하고 착해서 나쁜 마음을 가진 적이 없었다.비록 연규비, 이홍연, 그리고 연예인인 은설아와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었지만, 윤구주는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자신이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이 소채은이란 사실이 추호도 변함이 없었다.그들 옆에 있던 까망이가 이 모습을 보더니 마치 윤구주의 귀환을 환영이라도 하듯 ‘멍멍’하며 짖어댔다.“드디어 돌아왔네! 난 또… 네가 다시는 안 올 줄 알았는데.”소채은이 흐느끼며 말했다.그녀도 사랑과 증오, 그리고 걱정과 두려움을 가진 평범한 여자인지라 윤구주의 정체를 알았을 때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윤구주가 너무 훌륭하고 완벽해서 그녀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처지를 원망했었다.“이 등신아. 내가 왜 안 올 거로 생각한 거야? 서울에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제야 오게 된 거야.”윤구주는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다정하게 말했다.그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소채은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그나저나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흐르는 눈물을 닦은 소채은이 윤구주를 바라보며 묻자, 윤구주는 미소를 지었다.“여기가 우리 둘이 함께 살았던 곳이잖아.”그 말을 들은 소채은은 방긋 웃었다.‘구주의 마음속에 여전히 내가 있나 보다.’“서울에서 무슨 일을 겪은 거야? 왜 이렇게 몰라보게 변했어?”소채은은 눈을 깜빡이며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내가 변했다고? 어떻게 변했는데?”윤구주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전보다 더 멋있어진 것 같아.”소채은은 솔직하게 답했다.그녀의 말대로 전성기를 되찾은 윤구주
말을 마친 천희수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소채은에게 전화했지만, 소채은의 휴대폰은 꺼져있었다.“얘가 왜 휴대폰은 끈 거야?”몇 번 전화를 더 해봐도 휴대폰은 여전히 꺼져있었다.천희수가 답답해하자, 그녀 옆에 있던 소청하가 상황 수습에 나섰다.“구주야, 걱정하지 마. 채은이 네가 너무 그리워서 산책하러 나갔나 보다. 아마 곧 돌아올 거야.”소채은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본 윤구주는 조금 서운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강성의 스카이가든, 이곳은 소채은이 소씨 가문에서 쫓겨 난 후 소채은과 윤구주가 함께 살았던 곳이었다.소채은과 그녀의 곁에 고분고분하게 누워있는 까망이가 지금 이곳에 있었다.윤구주가 혼자서 설국을 상대로 싸워 설국 전체를 화진의 속국으로 만들었다는 소식을 박창용한테서 들은 후부터 그녀는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약간 쓸쓸하기도 했다.기뻤던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이 세상의 위대한 영웅이라는 사실이었고, 쓸쓸했던 것은 자신이 윤구주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우두커니 소파에 앉아 있던 그녀는 하얀 다리를 껴안은 채 옆에 있던 까망이에게 물었다.“까망아, 그가 이제는 돌아오지 않겠지? 하긴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천하를 뒤흔든 구주왕의 배필로 전혀 어울리지 않긴 해. 사실, 나도 그가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평생 그와 함께 할 수 있을 텐데…”말하다 말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소채은은 다른 여자들과 달리 부귀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다.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녀의 바람은 단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오손도손 함께 살아가는 것이었다.그러나 윤구주가 평범한 사람이 아닌지라 당연히 그녀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그녀가 혼자서 흐느끼며 울고 있을 때 갑자기 ‘똑똑’하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소채은은 어리둥절했다.그녀의 옆에 있던 까망이도 극도로 흥분하여 문을 향해 멍멍 짖었다.“누구세요?”소채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이 스카이가든은 그녀만의 사적인 공간이어서 부모를 제외하고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그런
고함과 함께 살기 가득한 눈빛을 한 백경재는 즉시 공격 태세를 갖췄다.“백 선생, 날 죽이려고?”익숙한 목소리가 백경재의 귓가에 들려옴과 동시에 윤구주의 모습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이 늙은이가 꿈꾸고 있는 건가? 저하?”갑자기 나타난 예구주를 보더니 백경재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윤구주가 미소를 지으며 백경재에게 다가갔다.“뭐야? 고작 반년 못 봤는데 날 잊은 거야?”“제가 어찌 저하를 잊을 수 있겠습니까!”백경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저하가 정말로 강성으로 돌아왔다고요?”백경재는 여전히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당연하지. 나 윤구주 맞아.”윤구주가 싱긋 웃자, 백경재는 자기 얼굴을 꼬집었다.통증이 느껴지고서야 그는 비로소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맙소사! 저하가 돌아오다니! 저하가 정말로 돌아왔네요!”용인 빌리지의 내부를 향해 백경재는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주 회장님, 채은 씨, 규비 여신님, 어서 나와들 보세요. 저하가 돌아왔어요!”백경재의 말에 서둘러 뛰쳐나온 주세호, 연규비, 소청하 부부, 그리고 박창용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했다.“저하!”“내 사위가 정말로 돌아왔다고?”“저하가 돌아왔어!”익숙한 사람들을 바라보던 윤구주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그래. 나야. 이 윤구주가 왔어.”윤구주가 이렇게 갑자기 올 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우리 사위가 드디어 돌아왔네. 보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어.”윤구주를 보자마자 소청하는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네가 너무 보고 싶었어.”천희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물론 다른 사람들도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잠깐, 천후 맞지? 수천도 있네. 너희들이 왜 저하 옆에 있어?”윤구주 뒤에 박천후와 염수천이 있는 것을 박창용은 발견했다.“하하하! 당연히 저하와 함께 창용 씨를 뵈러 왔죠. 그나저나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저하의 소식을 가장 먼저 알았으면서도 왜 우리에게 알리지 않았어요?”박
박창용이 말했다.“저도 잘 몰라요. 북방군과 황성 금위군이 흑여산맥에서 철수했다는 사실 외에 저하에 대해서 저도 아는 것이 없어요. 지금까지 감가 무소식이에요.”대청마루에 있던 모든 사람의 얼굴에 실망이 가득했다.모두 윤구주를 만나고 싶었지만, 박창용처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조차도 윤구주의 행방을 모르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어휴. 언제면 저하를 만날 수 있을는지.”백경재가 탄식했다.다른 사람들도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허탈한 표정만큼은 감추지 못했다.…이때, 강성의 숨겨진 공항에 군용 헬기가 천천히 착륙하더니 군인들이 공항 외곽을 철저히 봉쇄하기 시작했다.그리고 공항 활주로에는 수십 명의 중무장한 군인들로 채워졌다.헬기의 문이 열리자, 3명의 영웅인 박천후, 염수천, 그리고 윤구주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박 총사령관님! 염 통령님!”소령으로 보이는 한 장교가 박천후와 염수천이 걸어 내려오는 것을 보더니 즉시 차려 자세를 취했다.하지만, 이 장교는 윤구주를 알아보지 못했다.박천후가 이 장교를 힐끗 쳐다보며 손을 흔들었다.“너희들은 이만 가봐.”“네!”그러자 두 줄의 군인들이 물러났다.“저하, 강성에 도착했어요.”윤구주를 향해 고개를 돌린 박천후가 공손하게 말했다.윤구주는 자리에 멈춰선 후, 강성의 하늘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한 번 했다.“드디어 그녀를 만나게 되는가? 용인 빌리지로 갈 테니 차 준비해.”“네!”차를 준비하라고 박천후가 서둘러 부하들에게 명령했다.박천후와 염수천을 데리고 용인 빌리지로 향하는 도중에 윤구주는 소채은과의 기이한 만남에 대한 에피소드와 강성에서 보냈던 날들을 두 사람에게 말했다.그러자 박천후가 감격에 찬 어조로 말했다.“저하의 얘기를 들어보니 채은 씨는 엄청 착하신 분이네. 그녀를 만난다면 감사 인사를 제대로 드려야겠어.”“그래.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염수천도 찬성했다.윤구주는 창밖의 익숙한 풍경을 바라보며 소채은을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알 리 없는 사람들은 박창용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설국의 선대 국주가 갑자기 붕어한 탓에 다른 새 국주를 임명했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새 국주가 여성이라던데.”주세호가 말했다.“주 회장의 말이 맞아. 그렇다면 설국의 젊은 국주가 왜 갑자기 붕어했는지는 알고 있나?”박창용이 또 묻자, 주세호가 이번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주세호는 사업가인지라 국정에 대해 알 리 없었다.“참수당했어!”박창용은 큰 소리로 말했다.“네? 설국의 선대 국주가 참수당했다고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네. 10국의 성원이었던 설국의 야심은 하늘을 찔렀어요. 특히 요 몇 년 동안에 우리 화진의 국경을 밥 먹듯이 침범한 탓에 그 대가를 치른 셈이죠. 이뿐만이 아니에요. 설국은 군신, 광명 신전 등 거물급 인사들까지 잃었어요. 당연히 이 모든 것은 한 화진 사람의 소행이고요.”이 말을 내뱉는 박창용의 목소리는 격앙된 상태였다.“그것이 정녕 사실이란 말인가요? 그렇다면 대체 누구의 소행이에요?”소청하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화진 사람 한 명이 설국을 상대로 싸워 설국의 국주를 참수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소청하의 질문에 박창용은 오히려 껄껄 웃으며 사람들에게 되물었다.“하하! 누가 이렇게 대단한 능력을 갖췄는지 여러분은 짐작이 가시나요?”“박 사령관님, 혹시 구주를 말씀하시는 건가요?”총명한 연규비가 물었다.“네? 저하라고요?”백경재가 외치자, 소채은은 물론 그 자리에 있던 주세호와 다른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박창용을 바라보았다.“저하를 잘 아는 사람은 역시 규비 여신님밖에 없네요. 맞아요. 설국의 국주를 참수하고 설국을 백 년 동안 우리 화진에게 굴복시키게 한 인물이 바로 저하에요.”박창용이 진실을 말하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홀로 한 나라와 맞선 데다 설국 국주의 목까지 베었다니!”“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설국을 백 년 동안 우리 화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