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의 말에 고시연은 너무 무안했다.당당한 고씨 일가 셋째 아가씨인 고시연이 몰래 낯선 남자의 몸을 훔쳐보다니, 게다가 더욱 중요한 건 상대방에게 들켰다는 점이었다.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당장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었다.고시연이 뻘쭘해하고 있을 때 윤구주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뭘 넋 놓고 있어? 이리 와서 내 등이나 밀어.”고시연은 어이가 없었다.윤구주는 정말로 그녀를 종으로 여기는 듯했다.그녀에게 그의 등을 닦으라고 하다니.비록 무척 화가 났지만 그녀의 체내에는 금안화련 낙인이 있었고, 또 윤구주의 완벽한 몸매까지 떠올린 고시연은 결국 짧게 대답하며 그에게 다가갔다.완벽한 남자를 위해 등을 밀어주는 것이니 손해 볼 것도 없었다.고시연은 그렇게 생각했다.욕조 안, 윤구주는 상의를 탈의한 채 그 안에 누웠다.그의 등에는 눈에 띄는 용 머리가 그려져 있어 시각적인 충격이 컸다.고시연은 다가간 뒤 조심스럽게 쭈그리고 앉아서 옆에 놓인 흰색 타월을 들고 마치 종처럼 윤구주의 등을 닦기 시작했다.윤구주는 편안하게 누워있었고 고시연은 무릎을 꿇고 있었다.타월이 그의 피부를 조금씩 스쳤다. 고시연은 심장이 쿵쾅댔다.‘세상에!’그녀는 고씨 일가 셋째 아가씨로서 처음으로 낯선 남자의 등을 닦아줬다.심지어 화진의 4대 가문 출신인 그녀의 약혼자도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시간은 1분 1초 흘렀다.윤구주는 그렇게 편안하게 누워있었고 그의 뒤에 있는 고시연은 열심히 윤구주의 등을 닦아주고 어깨를 주물러줬다.고시연이 힘들어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을 때 윤구주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오늘 네가 종으로서 한 일에 난 아주 만족스러워.”윤구주의 어깨를 주물러주던 고시연은 그 말을 듣더니 말했다.“그러면 전 언제 풀어줄 거예요?”“이제 가 봐.”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뭐라고?’“절 풀어주겠다고요?”고시연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아름다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맞아. 이제 가보도 돼. 하지만 나
고씨 일가에서도 그녀의 할아버지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윤구주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됐어. 이제 가봐.”윤구주는 욕조에서 나온 뒤 흰색 타월을 몸에 걸치면서 말했다.고시연은 그 자리에 서서 묵묵히 윤구주를 바라보다가 말했다.“네!”그렇게 그녀는 정말로 떠났다....남릉 고씨 일가는 수백 년 된 고대 무술 세가였다.서남의 다섯 개 도에서 고씨 일가의 세력은 군형 5대 가족보다 더 대단했다.그들은 서남 무도 연맹을 장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들의 재산도 서남에서 손꼽힐 정도로 많았다.고씨 일가의 어르신 고진용은 육신으로 신급 경지에 다다른 대단한 사람이었다.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무적의 육신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게다가 화진 무도 연맹 천방에서 7위였다.고씨 일가는 남릉에서 세력이 대단했고 발 한 번 구르면 서남의 다섯 개 도가 전부 흔들릴 정도였다.그뿐만 아니라 고씨 일가는 저력이 대단하고 인맥도 넓어서 다른 이들은 따라갈 수 없었다.이번에 고씨 일가 어르신의 80세 생신 때, 서남의 다섯 개 도의 모든 문파가, 심지어 옛 세대인 용호산의 천암도에서도 그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선물을 보냈다.그런데 윤구주는 고씨 일가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보물을 원한다고 했다.게다가 내일 열 시에 직접 가지러 오겠다고 했다.널따란 고씨 일가의 장원은 남릉의 번화한 지역에 자리 잡고 있었다.수천 평에 달하는 고씨 일가의 장원은 기세가 웅장하고 아주 호화로웠다.고씨 일가 문 앞에는 두 개의 위엄 넘치는 사자 석상이 놓여 있었고, 그 주위에는 고씨 일가의 부하들이 가득했다.이때 고씨 일가의 웅장한 대전 안은 분위기가 삼엄했고 정중앙에 도포를 입은 도인이 서 있었다.자세히 살펴보니 전에 윤구주의 뒤를 밟았다가 그에게 죽을 뻔했던 용호산 천암사 출신의 안경언이었다.“안 대가님, 오늘 시연이를 만난 게 확실합니까? 시연이가 남릉으로 돌아왔다고요?”차가운 목소리가 정중앙 위쪽에 앉아 있는 건장한 중년 남성의 입에서 흘러나왔다.그 남자는 분
고준형이 말을 끝맺자마자 내전 안에서 화려한 차림의 젊은 남자가 굳은 표정으로 나왔다.“아빠, 큰일이에요! 조금 전에 고도 4대 문파 쪽에 연락해 봤는데... 4대 문파 사람들이 몰살당했대요! 게다가 시연이도 실종됐대요!”그 말에 대전 안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전부 급변했다.고준형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뭐라고? 고도 4대 문파 사람들이 전부 죽었다고? 확실해?”“확실해요!”화려한 차림의 젊은 남자가 말했다.그는 고준형의 둘째 아들 고해식이었다. 고해식의 말에 고준형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러면 시연이는?”고해식이 말했다.“시연이는... 실종됐어요. 지금까지 전화를 받지 않아요.”“그럴 리가 없는데.”고준형은 그 말을 듣더니 넙데데한 얼굴 위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안 대가님, 조금 전에 오늘 은월 레스토랑에서 시연이를 봤다고 했죠? 그리고 낯선 젊은 남자랑 같이 있었다고 했었죠. 맞아요?”고준형은 서둘러 용호산 천암사 출신의 안경언에게 물었다.“맞습니다, 가주님.”“젠장,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왜 고도 4대 문파 사람들이 다 죽은 거지? 게다가 시연이는 왜 갑자기 남릉에 돌아온 거지?”고준형의 안색이 한없이 흐려지자 안경언이 말했다.“고 가주님, 설마 이 모든 게 그 무시무시한 젊은이랑 관련이 있는 걸까요?”“시연이랑 같이 있었던 그 젊은이 말이에요?”“네! 오늘 은월 레스토랑에서 시연 아가씨는 그 젊은이 앞에서 찍소리도 하지 못했어요.”안경언이 다시 한번 말했다.그 말에 고준형의 표정이 일그러졌다.그가 탁자를 쾅 내리치자 단단한 강향단으로 된 탁자가 부서졌다.“젠장! 서남에 감히 나 고준형의 딸을 위협하는 놈이 있다니. 해식아, 해진아. 지금 당장 사람들을 소집해서 시연이를 찾으러 가!”고준형이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말했다.“명심해. 그놈이 감히 너희 여동생의 털끝 하나 건드린다면 그놈의 피부를 벗겨버려. 알겠어?”고준형은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질렀고, 첫째 아들 고해진과 둘째 아들
그렇게 한참이 지난 뒤에야 고시연은 정신을 차렸다.그녀가 기절했던 이유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신을 차린 지금은 별문제 없었다.“시연아!”“시연아!”옆에 있던 고준형과 고씨 일가의 두 형제는 고시연이 정신을 차리자 서둘러 걱정스럽게 그녀를 불렀다.고시연은 침대에서 일어나 앉은 뒤 도우미에게 물을 한 컵 달라고 해서 물을 마셨다.그녀의 상태가 조금 호전된 것 같자 고준형은 그제야 걱정스레 물었다.“시연아, 괜찮니?”“괜찮아요.”고시연이 말했다.“아빠한테 얘기해 봐. 대체 고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내가 듣기론 고도 4대 문파 사람들이 전부 죽임당했다면서?”고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네...”그 말에 고준형은 곧바로 화가 난 표정을 지었다.“대체 어떤 놈이 간이 배 밖으로 나와서 감히 우리 무도 연맹의 사람을 죽인 거야?”고시연은 윤구주라고 바로 말하지 않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 일은 제 탓이에요... 제가 먼저 그 사람을 건드려서는 안 됐어요.”“누군데?”그녀의 말에 고준형은 흠칫했다.“전 그의 성만 알아요. 이름은 몰라요.”고시연은 윤구주를 떠올리면서 중얼댔다.“성이 윤씨라고? 설마 안경언 씨가 말했던 그 젊은이니?”고준형이 계속해 물었다.고시연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표정이 모든 걸 설명했다.“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네. 감히 우리 서남에서 그런 짓을 벌여? 심지어 내 딸까지 위협해?”분노에 찬 고준형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맞아요. 그 자식 죽고 싶어서 그러는 게 틀림없어요. 아버지, 명령만 내리시면 저랑 둘째가 지금 당장 사람들을 데리고 그 자식을 찾아가서 갈기갈기 찢어 죽일게요!”옆에 있던 고해진이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다들 윤구주를 찾으려고 할 때 고시연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아빠, 오빠, 그 사람을 찾아갈 필요 없어요.”“왜?”고해진은 답답하다는 얼굴로 갑자기 입을 뗀 고시연을 바라봤다.“그 사람이 내일 우리를 찾아올 거라고 했
고준형은 의아한 얼굴로 자기 딸을 바라보았다.고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자신의 미간을 가리키며 말했다.“아빠, 이것 보세요.”그 말에 고준형과 고씨 일가 형제들은 고시연의 미간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의 미간에 금빛 연꽃 낙인이 있었다. 그 낙인은 마치 불꽃 같아 보였는데 보일 듯 말 듯했다.“이게 뭐야?”화련 낙인을 본 고준형은 당황스러웠다.고시연의 입가에 비참한 미소가 걸렸다.“이건 그 사람이 제 몸에 남긴 생사 주술이에요.”“뭐? 생사 주술?”“네, 이제 그 사람 손에 제 목숨이 달려 있어요. 제가 살 건지, 죽을 건지는 그 사람 뜻에 달려 있죠.”고시연의 말을 들은 고준형은 화가 나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빌어먹을 놈! 감히 나 고준형의 딸을 위협해? 내가 그놈은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옆에 있던 고씨 일가 형제들도 화를 내며 말했다.“맞아요. 정말 건방지고 악랄한 놈이네요. 감히 시연이를 협박하다뇨?”“시연아, 그 빌어먹을 자식 지금 어디 있니? 내가 지금 당장 널 위해 복수해 주마!”고준형은 화를 내며 말했다.고씨 일가의 현임 가주 고준형은 대가 8품 이상이었고, 육신을 단련한 무인이었다.대가 8품 이상이면 9품 태허 경지 법사를 상대할 수 있었다.고씨 일가 사람들이 화를 내는 건 서남 무도 연맹 전체가 화를 내는 것과 다름없었다.고씨 일가가 서남 무도계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누군가 고씨 일가에서 가장 아끼는 셋째 아가씨의 몸에 생사 주술을 걸었다고 하니 고준형은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따.“아빠, 아빠는 그 사람 상대가 안 돼요... 심지어 우리 서남 무도 연맹 전체가 그 사람 상대가 안 돼요. 유일하게 그 사람 사대가 될 수 있는 건 아마... 할아버지뿐일 거예요!”고시연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시연이 할아버지 얘기를 꺼내자 고해식이 제일 처음 입을 열었다.“시연아, 그게 무슨 말이야? 아버지는 대가 8품이야. 그런데 어떻게 아버지보다 더 강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단 말이야?”“맞
용호산 천암사의 대사가 도착한 뒤 고준형이 직접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서 그들을 맞이했다.홍진후 정도 항렬이면 고씨 일가 어르신과 엇비슷했다.고진용의 팔순 잔치만 아니었어도 그가 직접 산에서 내려왔을 리는 없었다.“안녕하세요, 대사님. 대사님께서 직접 저희를 찾아주신 건 저희 고씨 일가의 영광입니다!”고준형은 나온 뒤 곧바로 정중하게 홍진후를 향해 예를 갖췄다.홍진후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고 가주, 그럴 필요는 없어.”“아닙니다. 저희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죠.”고준형이 정중하게 말했다.“천암사와 고씨 일가는 백 년 가까이 좋은 인연을 유지하고 있지. 이번에 갑자기 날 초대하시다니, 무슨 일이야?”홍진후가 물었다.“홍 대사님, 홍 대사님께서 제 딸을 구해주셨으면 합니다!”고준형이 말했다.“뭐? 고시연 말이야?”홍진후는 의아한 듯 말했다.홍진후가 산에서 내려온 적은 아주 드물었지만, 그는 고시연에 대해 알고 있었다.그리고 고시연이 고씨 일가 어르신이 가장 아끼는 손녀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게다가 고시연의 약혼자는 화진 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세가 출신이었다.그러니 누구라도 고씨 일가의 체면을 고려해야 했다.“네, 시연이 맞습니다.”고준형이 한숨을 쉬었다.“고시연에게 무슨 일이 생겼길래 내게 도움을 청하시는 거지?”홍진후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고시연은 고씨 일가에서 애지중지 여기기로 유명한데, 어쩌다가 구해달라고 부탁하는 처지가 된 걸까?“대사님, 제 딸이... 제 딸이 생사 주술에 걸렸습니다.”‘응?’그 말을 들은 순간 용호산의 홍진후는 미간을 살짝 구겼다.“생사 주술이라고?”“네! 그게 아니었다면 제가 어떻게 감히 대사님께 여기까지 와달라고 했겠습니까?”고준형은 탄식하면서 말했다.“그렇다면 얼른 들어가서 확인해 보지.”홍진후가 말했다.“대사님, 안쪽으로 드시죠.”고준형은 곧바로 용호산의 홍진후를 데리고 고씨 일가 안마당으로 걸어갔다.고씨 일가 안마당.그곳에는 고씨 일가 무인들이 많았다.태극문
“그러면 내가 한 번 봐도 되겠니?”홍진후가 물었다.고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의 미간을 가리키며 말했다.“대사님, 여기 보세요.”홍진후는 고시연의 미간을 살펴봤다.고시연의 미간에 화염 연꽃 낙인이 보일 듯 말 듯한 걸 발견한 용호산의 홍진후는 눈을 가늘게 떴다.“아주 포악한 술법이군.”“대사님, 이 생사 주술을 풀 수 있습니까?”고준형이 서둘러 물었다.홍진후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동공에서 천둥과 번개가 미친 듯이 유영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손가락 하나를 벋어 고시연의 미간을 눌렀다.그 순간, 자색의 천둥 번개가 그의 손끝에서 고시연의 미간으로 흘러 들어갔다.그것은 용호산 천암사의 가장 강한 뇌법이었다.그 뇌법이 고시연의 미간으로 흘러드는 순간, 고시연은 온몸을 흠칫 떨었다. 그녀의 미간을 살펴보니 화염 연꽃 낙인은 공격을 받은 것처럼 천천히 약해지기 시작했다.“건곤감리, 뇌정오역!”황진후는 한 손으로 수인을 맺었고 원형의 뇌법 낙인이 순식간에 고시연의 미간으로 쏘아졌다.그 뇌법이 출현하는 순간, 마치 뇌전을 온몸에 두른 것처럼 번개가 치지직 소리를 내면서 그녀의 온몸을 유영했다.그 뇌전들은 서로 뒤엉켜서 고시연의 미간으로 흘러 들어갔다.마치 윤구주가 시전한 화련금안술을 제압하려는 듯 말이다.용호산의 홍진후가 고시연을 위해 생사 주술을 풀려고 할 때, 남릉의 금빛 찬란한 스위트룸 안에서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던 윤구주는 갑자기 뭔가를 감지하고 두 눈에 빛을 번뜩였다.“흥! 감히 내 화련금안술을 풀려고? 할 수 있겠어?”윤구주는 차갑게 말하더니 수인을 맺은 뒤 하늘을 가리켰다. 순간 빛 한 줄기가 별똥별처럼 고씨 일가로 날아갔다.고씨 일가 쪽.용호산의 홍진후는 뇌법을 통해 고시연의 화련금안술을 풀려 했는데 그 순간 빛 한 줄기가 하늘에서 내려와 고시연의 체내로 들어갔다.그 빛줄기가 몸 안으로 들어가자 고시연은 처참하게 비명을 내질렀다. 곧 그녀의 미간에서 뇌법에 제압당했던 호련금안 낙인이 갑자기 반짝였고
고신연의 온몸이 완전히 불타오르고 있을 때, 용호산의 홍진후는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지르며 두 손으로 수인을 맺었다. 순간 쿠구궁 소리와 함께 뇌전들이 그의 몸에서 나타났다.그 뇌전들은 순식간에 고시연의 체내로 파고 들어가서 불꽃을 막으려고 했다.그러나 그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더욱 무시무시한 건 화염이 마치 모든 것을 불태울 것처럼 고시연의 전신을 뒤덮었다는 것이다.“아빠... 살려주세요!”고지연의 입에서 고통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시연아!”고준형은 딸이 불타서 죽을 것 같자 겁을 먹고 서둘러 홍진후에게 말했다.“대사님, 어서 제 딸을 구해주세요!”그러나 안타깝게도 용호산의 홍진후도 화련금안술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고시연이 불타서 죽을 것 같을 때, 갑자기 펑 소리가 고시연의 몸에서 들려오더니 곧 그녀의 온몸을 뒤덮었던 금색 불꽃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불꽃이 흩어진 뒤 고준형과 용호산의 홍진후는 순간 멍해졌다.다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때,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사람들의 귓속을 파고들었다.“내 화련금안술을 풀려고? 죽고 싶어?”그 목소리는 마치 허무에서 온 것 같기도, 또 가까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그러나 고시연은 그 목소리가 윤구주의 목소리라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그 마귀였다!윤구주 말이다!윤구주의 목소리에 고준형은 당황했다.더욱 당황스러운 건 용호산의 홍진후였다.그는 눈을 부릅뜨고 그 목소리를 향해 말했다.“당신은... 대체 정체가 뭡니까? 어떻게 실전된 지 오래된 천리전음 같은 비술을 아는 겁니까?”“용호산 출신의 당신은 내 이름을 알 자격이 없어. 고씨 일가 사람들에게 내 말을 전해. 내가 필요하다고 했던 걸 준비해 놓으라고. 내일 직접 가지러 갈 테니까 말이야.”그 말을 끝으로 목소리는 사라졌다.윤구주의 목소리가 사라지자 불타 죽을 뻔했던 고시연은 다리에 힘이 풀려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용호산의 홍진후는 놀란 얼굴로 고준형을 바라보았다.“고 가주... 대체 얼마나 무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세상에... 정말 여자가 있는데요? 이렇게 추운 곳에 왜 여자가 있는 걸까요?”옆에 있던 염수천은 호기심이 들었다.윤구주는 사실 일찌감치 눈보라 속 그녀를 발견했다. 다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뿐이다.그는 덤덤히 고개를 들어 눈보라 속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신경 쓰지 말고 계속 행군해.”“네, 저하!”그렇게 병사들은 계속해 움직였다.대군이 앞에 있는 여자와 점점 가까워지자 드디어 여자의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여자는 청색의 긴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예스러운 느낌이 났다.그녀는 폭포수와도 같은 머리를 높이 묶고 있었는데 이목구비는 정교했고 피부는 눈처럼 하얬다. 그녀는 비록 긴 치마를 입고 있었지만 몸 선이 예뻐서 아주 매력적이었다.하지만 이상한 점은 그녀가 눈으로 뒤덮인 이곳에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맨발로 서서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점이었다.예스러운 느낌의 옷을 입고 있는 미녀가 맨발로 인적 드문 곳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라니, 누가 봐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대군은 여자의 곁을 지나치면서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박천후, 염수천도 마찬가지였다.얼굴을 보니 화진 사람 같아 보였다.그런데 왜 이 추운 곳에서 이러고 있는 걸까?이곳은 화진과 설국의 접경지역으로 인적이 아주 드문 곳이었다.기괴한 여자는 위풍당당한 대군이 지나가는데도 고개 한 번 들지 않고 계속해 눈사람을 높이 쌓으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녀는 마치 화진의 대군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저 여자 정말 너무 이상하지 않아? 이렇게 추운 날에 맨발로 이곳에서 눈사람을 만들다니.”박천후는 궁금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러게. 어디서 온 여자지? 왜 이곳에 잇는 걸까?염수천 또한 궁금했다.오직 윤구주만이 덤덤한 눈빛으로 눈사람을 만드는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손님이면 대접해 주고 적이라면 내쫓으면 그만이지.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움직이도록 해.”윤구주의 말에 염수천과 박천후는 더
“저하, 설국 쪽은 처리하실 겁니까? 젠장, 그 빌어먹을 자식들! 당시 낭파산 전투에서 전부 죽여버려야 했어요!”박천후가 사나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번에 설국이 저지른 일로 화진인들은 모두 분통을 터뜨렸다.수십만 명에 달하는 북방군들은 언제든 설국을 쳐들어갈 수 있게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됐어. 설태현의 목도 베었고 설국의 만 명에 달하는 정예군도 전부 죽였거든. 앞으로 설국은 절대 허튼짓을 하지 못할 거야.”윤구주가 천천히 말했다.“하지만 설국과 다른 아홉 나라들은 아주 탐욕스러운 자들입니다. 이번에 완전히 없애버리지 않는다면 그 빌어먹을 놈들이 또 언제 우리 화진을 건드릴지 모르는 일입니다.”박천후는 설국을 아예 없애버릴 생각인 듯했다.“걱정하지 마. 앞으로는 절대 그럴 일이 없을 테니까. 오늘부터 설국은 우리 화진의 속국이거든.”윤구주가 말했다.‘뭐?’그 말에 박천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염수천 또한 깜짝 놀랐다.“저하, 저하 말씀은 설국이 우리 화진에 굴복했단 말입니까?”박천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속국이 되는 건 절대 흔한 일이 아니었다.속국이 되었다는 건 앞으로 설국이 화진의 일부라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그래.”윤구주의 말을 들은 박천후는 순간 흥분했다.“역시 저하는 대단하십니다! 당시 10국도 설국을 점령하지 못했는데 겨우 며칠 사이 저하께서는 설국을 화진의 속국으로 만드셨군요. 하하하하, 그러면 앞으로 화진인들은 설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겠네요. 여권도 필요가 없겠어요.”박천후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저하, 대단하십니다. 정말 훌륭하세요! 저하께서는 우리 화진인들이 줄곧 바라왔던 일을 현실로 만드셨어요!”염수천 또한 옆에서 감탄했다.그렇게 큰 설국이 화진의 속국이 되다니, 평범한 사람들은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심지어 다른 아홉 나라도 마찬가지였다.그러나 윤구주는 겨우 며칠 사이 설국을 화진의 속국으로 만들었다. 심지어
엉엉 우는 박천후를 바라보던 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왜 북방군에 남아있지 않고 이곳으로 온 거야?”“저하, 사실은... 국주님께서 절 보내셨습니다!”박천후는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국주가 박천후를 파견했다고 하자 윤구주는 별말 하지 않았다.“저하, 그런데 왜 이곳에 계시는 겁니까? 왜 저하께서 살아계시는데 다들 저하가 돌아가셨다고 한 겁니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박천후는 눈물을 흘리면서 물었다.“얘기하자면 길어. 앞으로 천천히 얘기해줄게.”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그러나 박천후는 여전히 울먹거리면서 여자처럼 울었다.“그만해. 총사령관이 그렇게 훌쩍거리면서 울면 보기 안 좋아.”윤구주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한때 자신이 아꼈던 박천후를 바라보며 그를 나무랐다.“하하하하, 이 바보야. 아까는 안 운다면서? 그런데 왜 질질 짜는 거야?”염수천은 박천후의 우는 모습을 보면서 비아냥댔다.박천후는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넌 꺼져. 이 빌어먹을 자식, 저하께서 살아계신다는 걸 알면서 우리에게 얘기해 주지도 않고. 양심 없는 놈!”박천후가 욕을 하자 염수천이 말했다.“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저하께서 비밀로 하라고 하셨다고!”“헛소리하지 마. 네가 얘기 안 한 거잖아!”한때 형제들이었던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에 윤구주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전우란 무엇인가?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자, 외적을 물리치고 나라를 지키는 자, 정과 의리를 중시하고 목숨을 걸 수 있는 자들이 전우였다.윤구주가 아끼던 장수들은 하나같이 전쟁의 불길 속에서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성장한 형제들이었다.그들의 감정은 이미 모든 걸 초월했다.그래서 윤구주는 그들이 싸우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윤구주는 박천후에게 말했다.“남태혁, 주인철, 안경식 그 자식들은?”윤구주가 얘기한 사람들은 화진 군대에서 엄청난 지위를 가진 자들이었다.그들 모두 과거 윤구주가 아꼈던 장수들이었다.남태혁은 서부 부대의 일인자이고 주인철과 안경식
세나미의 말에 윤구주는 웃었다.그것은 그가 항상 기다리던 말이었다.설국을 속국으로 만들려면 반드시 세나미를 설득해야 했다.그렇게 해야만 설국은 영원히 화진의 속국이 될 수 있었다.“약속했으니 난 이만 가볼게. 명심해. 지금 이 순간부터 설국은 우리 화진의 속국이야.”윤구주는 우렁찬 목소리로 말을 마친 뒤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그는 곧바로 떠났다.빨간 머리카락의 세나미는 황급히 고개를 들어 윤구주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아쉽게도 윤구주는 아주 빠르게 움직여 눈 깜짝할 사이에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사라졌다.윤구주가 정말로 설국을 떠났다.“저 악마... 드디어 떠났네.”세나미가 중얼거렸다.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세나미는 본인이 기쁜 건지, 실망스러운 건지 알지도 못한 채 계속 눈을 맞으며 그곳에 서 있었다.바람은 점점 강하게 불었고 시야도 점점 흐려졌다.온통 흰 눈으로 뒤덮인 곳에서 새로운 설국의 국주는 그렇게 눈보라 속에 서 있었다....낙일성에서 1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화진의 병사들이 질서 있게 주둔하고 있었다.그들은 박천후가 이끄는 북방군과 염수천이 이끄는 10만 금위군이었다.눈보라 속에서 갑자기 누군가 하늘에서 날아왔다.“강자가 다가오고 있다. 다들 경계해!”하늘 위 강자가 가까워지는 순간, 염수천과 박천후 모두 그의 존재를 감지했다.두 사람은 빠르게 기운을 사용하며 싸늘한 두 눈으로 상공을 바라보았다.하늘 위 그 사람은 아주 빠르게 날았다.쿵!그의 두 발이 땅에 닿는 순간, 대지가 뒤흔들리면서 눈이 사방으로 흩날렸다.윤구주가 온 것이다.“어?”“저하께서 돌아오셨어!”염수천은 눈앞의 남자를 본 순간 곧바로 흥분해서 빠르게 그에게로 달려가며 큰 소리로 외쳤다.“저하!”박천후는 윤구주의 모습을 제대로 보았다. 상대가 자신이 늘 그리워하던 구주왕이라는 걸 알았을 때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그는 목이 메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저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염수천은 빠르
“당, 당신 언제쯤 떠날 생각이야?”세나미가 갑자기 용기를 내서 물었다.“왜? 벌써 날 쫓아내고 싶은 거야?”윤구주는 고개를 들더니 미소 띤 얼굴로 세나미를 바라보았다.“쫓아내려는 게 아니라... 당신이 여기 있으면 우리 설국인들이 두려워해서 그래.”세나미는 솔직히 말했다.윤구주는 그 말을 듣더니 크게 웃었다.“걱정하지 마. 난 이미 내 것을 손에 넣었으니 이만 가볼 거야.”손에 넣었다고?세나미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러나 윤구주의 떠나겠다는 말에 세나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파란 눈동자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왠지는 모르겠지만 윤구주가 떠나겠다고 하는 순간 그녀는 조금 실망스러우면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젠장, 나 왜 이러는 거지? 왜 난 이 악마가 이곳에 남아있길 바라는 거야? 저 사람은 악마라고! 우리 설국인들을 얼마나 많이 죽였는데! 심지어 우리 아버지도 저 사람에게 살해당했다고!’세나미는 서둘러 기분을 다스리면서 끊임없이 자신에게 경고를 했다.“난 떠날 거야. 대신 내게 약속 하나 해줘.”윤구주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면서 별처럼 빛나는 두 눈으로 세나미를 바라보았다.“말해.”세나미도 고개를 들었다.“앞으로 설국은 우리 화진의 속국이고 100년간 그걸 유지해야 해.”윤구주가 충격적인 말을 했다.‘뭐라고?’윤구주가 설국이 화진의 속국이라고 하자마자 세나미는 표정이 굳었다.속국이 된다면 설국은 앞으로 화진에 의해 통제당한다는 걸 의미했다.그것은 한 나라에 있어서 엄청난 치욕이었다.“놀랄 필요 없어. 이건 설국을 위한 결정이니까. 설국은 땅도 작고 자원도 적어. 이 일이 있은 뒤로 나머지 아홉 개의 나라에서 과연 설국을 받아줄 것 같아?”윤구주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고 세나미는 침묵했다.나약한 나라에는 외교가 없었다. 그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였다.게다가 이번 일로 설국은 큰 타격을 받았고 아마 다른 아홉 개의 나라에서는 설국을 깔볼 것이다.그래서 다른 아홉 개의 나라에서 설국
더욱 무시무시한 것은 윤구주의 정수리 위에 금빛 용들이 맴돌고 있다는 점이었다.금빛 용들은 모두 길이가 아주 길었고 총 9마리였다.용 9마리와 코끼리 9마리, 그 광경에 세나미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지고 공법을 수련하는 건가?”윤구주의 뒤에서 용 9마리와 코끼리 9마리가 나타나자 사람들을 압도하는 엄청난 기운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그리고 그에게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천지 원기까지 전부 윤구주에게 흡수되는 중이었다.“저 악마,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저게 말이 돼?”세나미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그녀는 파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의 몸은 흰색의 적선 빛줄기로 둘러싸여 있었다.조각상 같은 그에게서 파멸적인 기운이 느껴졌다.윤구주는 날카로운 이목구비에 반짝이는 눈, 그리고 엄청난 기세를 지녔다.“설국인들을 그렇게 많이 죽이지만 않았으면 아마 세계 최고 미남이라는 소리를 들었을지도 몰라.”세나미는 그렇게 생각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윤구주의 기운이 갑자기 변화했다.그의 뒤에 있던 코끼리 9마리와 그의 위에서 맴돌고 있던 금빛 용 9마리가 그 순간 서로 융합하기 시작했다.금빛 용과 청색 코끼리가 하나로 융합되는 순간, 하늘과 땅이 뒤흔들렸다.그리고 근처 대지가 쩌적 소리를 내면서 수많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엄청난 파동에 먼 곳에 있던 금전마저 흔들렸다.세나미는 서둘러 옆에 있던 트럭만 한 크기의 거대한 바위를 잡고서야 겨우 중심을 잡았다.그러한 진동은 거의 5분간 지속되었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윤구주가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질렀다.“융합!”웅웅!크엉!코끼리 9마리와 금빛 용 9마리가 그 순간 하나가 되었다.그것들이 하나가 되는 순간, 윤구주의 기세가 폭발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그리고 그의 주변에 있던 천지 원기가 마치 쓰나미가 밀려오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윤구주가 입고 있는 옷도 기세가 상승함에 따라 펄럭대면서 소리
“그러나 국주님, 화진의 수십만 대군과 그 악마 같은 놈이 아직도 우리 설국 경내에 있으니 어떻게 할까요?”설국의 대신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그가 말한 악마는 다름 아닌 윤구주였다.세나미를 국주 자리에 올린 후 윤구주는 쭉 금전 뒤에 있는 뒷산에 머물러 있었으며 세나미를 포함한 그 누구도 그가 무엇을 하는지를 몰랐다.악마와 같은 윤구주가 설국을 하루빨리 떠나지 않으면 그들은 살해당할까 봐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그러나 세나미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했다.“그가 있어도 걱정하지 마. 만약 그가 진짜 설국을 망하게 하려고 했다면 나를 이 국주 자리에 올려놓지도 않았겠지.”“그러나 우리 설국의 금전에 화진인이 살고 있다고 소문이 퍼지면 우리 체면이 말이 아닐 겁니다.”대신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화진인이 설국의 금전에 살다니!더 중요한 건 금전은 단순히 설국의 조정을 의논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세나미 같은 미녀설국국주가 주무시는 곳이기도 하다.만약 다른 나라에 전해지면 온갖 상상만으로도 사람들의 잡담거리가 될 수 있었다.“걱정하지 마. 이 일은 내가 잘 처리할 거야.”세나미는 이 일을 많이 언급하기를 원하지 않았다.말을 마친 그녀는 또 물었다.“다른 용건은 있어?”“없습니다.”“없으면 다 물러 가봐.”설국 대신이 공손히 물러간 후 세나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금전의 뒤쪽을 향하여 걸어갔다.금전 내부는 넓고 굴곡졌다.세나미는 경비병을 데리고 금전 뒤쪽의 뒷산으로 향했다.산봉우리로 둘러싸인 뒷산 속에는 설국의 황릉이 있었다.건국 이후 역대 설국 황실들은 죽으면 이곳에 묻혔다. 순간 어두워진 얼굴로 황릉을 쳐다보던 세나미는 물었다.“그 자식은?”황릉을 지키던 경비병이 빠르게 달려와 대답했다.“국주께 아뢰옵니다, 그자는... 안으로 들어갔습니다.”경비병의 말을 듣고 세나미는 검푸른 눈동자로 황릉의 깊은 곳을 바라보았다.“알았어, 물러가 봐.”세나미의 말이 끝나자, 주위의 경비병과 시녀들은 일제히 물러갔다.그러자 세나
정태웅에게 전용기 한 대를 마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곤륜지역에서 나온 이 꼬마 스님은 공처럼 뚱뚱한 정태웅이 전용기 한 대를 정말로 배치하는 것을 보고 존경스러운 눈길로 그를 향해 말했다.“멋있어요,태웅 형 ! 앞으로 소승은 태웅 형의 손에 총이 되어 형이 가리키는 곳만 쏘고 두렵다고 절대 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에요.” 정태웅은 싱글벙글 웃었다.이렇게 전용기 한 대를 준비한 두 명은 설국으로 떠났다.그리고 비행기에 탑승한 후 민규현과 천현수에게 왕을 찾으러 설국으로 떠난다고 문자를 남겼다.허물어진 마당 안!정태웅과 조수이의 문자를 받은 민규현과 천현수는 눈살을 찌푸렸다.“형님, 어떻게 해요? 백곰이 수이를 데리고 설국으로 떠났어요.”민규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그들은 이미 비행기에 탑승했으니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가 없어!”천현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문자를 한 번 더 보았다.“뚱땡이가 나쁜 짓 하려고 수이를 데리고 간 게 분명해요.”민규현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내버려둬! 지금의 급선무는 왕이 돌아올 때까지 여기를 잘 지키는 것이니 백곰은 돌아온 후 혼내주자. ”천현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설국!세나미가 황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 세계에 전해지자,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설국에 새로운 국주가 탄생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주가 여자라는 것도 알고 있다.설국에서 명성이 높은 세나미였기때문에 백성들은 여자가 국주로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더 이상 말은 하지 않았다.현재 설국의 급선무는 대세를 안정시키는 것이었다.이 시각!설국, 금전!최고 명예의 전당을 상징하는 설국 황실은 윤구주의 기운에 눌려 수십만 평방미터의 땅을 차지하고 있는 금전이 무려 한자나 내려앉았을 뿐만 아니라 오래된 건물들이 많이 파손되기도 했다. 다행히 금전은 실질적인 피해를 보지 않았다.지금, 이 순간에는 금빛 두루마기를 입은 세나미가 금전 중앙에 조용히 앉아 있고 양옆에는 시위 병과 설국
정태웅은 얼른 핸드폰에서 세나미의 사진을 찾아내 공수이에게 넘겨주었다.“어때? 몸매가 S급이고 이쁘지?”대머리 스님은 눈을 똑바로 하고 핸드폰을 바라보며 흥분돼서 말했다.“너무 아름다워요. 소승은 특별히 이국적인 것을 좋아합니다.”“하하하!”정태웅은 큰소리로 웃었다.“태웅 형, 이 이국적인 절세 미녀를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공수이는 순간 또 연애하는 기분이 들었다.붉은 머리에 짙은 파란색 요정 눈동자를 매치해 한층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세나미는몸매도 비주얼도 일품이라 정말 아름다웠다.“수이 동생, 이 여자는 가질 수가 없어.”정태웅은 핸드폰을 치우고 말했다.“왜요?”공수이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현재 설국 국주이기 때문이야.”이 말을 들은 공수이는 슬펐다.그래!나는 비록 세상에 무서운 거 하나 없지만 남의 국주를 빼앗아서 자기의 여자로 삼을수는 없었다.무엇보다도 공수이가 원하는 건 평등한 사랑이었다.예를 들면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는 만큼 상대방도 나를 똑같이 좋아해 주기를 바랐다.뺏기만 한다면 강도와 다를 게 없었다.대머리를 긁적이며 공수이는 말했다.“제가 이 아름다운 국주랑 결혼 할 수 없지만 설국의 다른 여인을 찾을 수 있어요.”“뭐? 설국에 가겠다고?”정태웅은 의아해하며 공수이를 바라보았다.“네, 지금 구주형이 설국에 있잖아요. 우리가 할 일도 없는데 이 기회에 설국에 가서 이쁜 여인도 찾아보고 우리 구주형도 만나면 얼마나 좋아요!”옆에 있던 공수이가 말했다.불현듯 설국으로 윤구주를 찾으러 간다는 공수이의 말을 들은 정태웅은 망설였다.“그런데 왕이 떠날 때 우리보고 여기 남아서 서울을 지키라고 했어.”“지킬 게 뭐가 있어요. 누가 감히 우리를 괴롭히겠어요,태웅 형.”공수이의 말을 들은 정태웅은 그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지금의 서울은 노룡사 전투를 거치면서 문벌들이 자취를 감춘 지 한참이나 되었고 제자백가의 가문들도 모두 몸을 사그리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게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