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재가 소리를 지르자, 윤구주도 백화궁 앞에 줄지어 선 긴 다리의 미녀들을 보았다.확실히 눈 정화가 되었고 아주 아름다웠다.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 백화궁 앞에 서 있던 미녀들도 윤구주와 백경재를 보았다.“어머, 얘들아. 저기 봐. 저 노인 뒤에 서 있는 남자 정말 너무 멋진데?”긴 머리의 여자가 윤구주의 잘생긴 얼굴을 보고 흥분해서 말했다.“어머, 확실히 잘생겼어. 게다가 분위기도 좋아!”“설마 저 사람이 오늘 우리가 기다리던 잘생긴 오빠인 걸까?”미녀들이 재잘대며 말하고 있을 때 윤구주는 백경재를 데리고 백화궁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안녕하세요, 여러분.”백경재가 음흉한 얼굴로 눈앞의 200명쯤 되는 미녀들을 바라보며 인사를 건넸다.안타깝게도 그들은 백경재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전부 윤구주만 쳐다보고 있었다. 백경재는 풀이 죽었다.“두 분은 어쩐 일로 오셨어요?”제일 앞에 서 있던 단발머리 미녀가 물었다.“궁주님을 만나러 오겠다고 약속했거든요.”윤구주가 덤덤히 말했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단발머리 미녀는 흥분해서 펄쩍 뛰었다..“설마 해민 언니가 말한 그 남자가 바로 당신인가요?”윤구주는 싱긋 웃었다.“세상에, 정말 당신이었군요! 정말 잘생기셨어요! 해민 언니가 한눈에 반한 이유가 있었네요!”단발머리 미녀는 윤구주를 힐끔 보았다. 마치 아주 귀한 보물을 보듯 말이다.뒤에 있던 미녀들도 전부 윤구주만 바라보고 있었다.“잘생겼어!”“진짜 잘생겼어!”“게다가 분위기도 있어. 정말 최곤데!”백화궁 여자들이 잘생긴 윤구주의 얼굴에 넋을 놓고 있을 때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백화궁 안쪽에서 들려왔다.“이 계집애들, 다 뭐 하는 거야?”들려오는 목소리에 여자들은 서둘러 고개를 돌렸고 안에서 걸어 나오는 잔혹한 나찰 인해민을 보았다.“해민 언니, 우리 잘생긴 오빠 환영하고 있었어요!”고개를 든 인해민은 윤구주가 문 앞에 서 있자 기쁜 얼굴로 달려갔다.“어머, 오빠. 벌써 도착했어요? 전 오빠가 절 속이고 오늘 오지
인해민에게 내쫓긴 뒤 200명쯤 되는 긴 다리의 여자들은 미련 가득한 얼굴로 나갔다.여자들이 전부 떠난 걸 확인하고 나서야 인해민은 고개를 돌려 윤구주에게 말했다.“오빠, 미안해요. 못 볼 꼴을 보였네요.”윤구주는 손을 저었다.“괜찮아. 궁주는?”윤구주는 안으로 들어온 뒤 물었다.“궁주님은 지금 내전에 계세요.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지금 당장 궁주님께 얘기하러 갈게요!”인해민은 말을 마친 뒤 서둘러 안쪽으로 백화궁 궁주를 부르러 갔다.커다란 대전 안에는 윤구주와 백경재 두 사람만 남았다.“저하, 백화궁 으리으리한데요! 이것 좀 봐요! 궁전이 얼마나 커요! 밖에 있는 여자들도 다 연예인이나 모델 같아요!”백경재는 눈을 껌뻑이면서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했다.윤구주는 그의 말에 대꾸해 주기 귀찮았다.그는 주위를 둘러본 뒤 중얼거렸다.“그녀를 만날 때도 되었지.”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곧장 인해민이 향했던 내전 방향으로 걸어갔다.“어? 저하, 어디 가십니까?”백경재는 윤구주가 갑자기 내전으로 들어가자 답답한 마음에 그를 불렀다.“난 상관하지 마. 백 선생은 여기 남아있어.”윤구주는 한마디 한 뒤 고개도 돌리지 않고 내전 쪽으로 걸어갔다.백화궁 내전은 금지 구역이었다.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홍할매, 노할매, 남할매와 잔혹한 나찰 인해민을 제외하면 아무도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백화궁 여자들도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그런데 윤구주가 정정당당하게 안쪽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내전.안으로 들어간 윤구주는 옅은 향기를 맡았다.너무도 익숙한 향기였다.윤구주가 내전 쪽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갑자기 차가운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누가 감히 백화궁 금지 구역에 멋대로 쳐들어온 것이지?”호통 소리와 함께 붉은 도포를 입은 홍할매가 광풍처럼 윤구주를 향해 달려들었다.연규비의 곁에는 그녀를 지키는 세 명의 할매가 있었다. 홍할매의 실력은 대가 5픔 이상이었다.그녀는 두 손을 움직이면서 윤구주를 할퀴려 했다.그녀의 손이
인해민이 그렇게 말하자 홍할매는 윤구주를 화가 난 눈빛으로 보았다.인해민은 홍할매에게 그렇게 말한 뒤 곧바로 고개를 돌려 윤구주에게 말했다.“제가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잖아요. 왜 안으로 들어온 거예요? 저희 궁주님 아직 안에 계신다고요!”“난 연규비를 만나는 걸 기다릴 필요가 없어.”윤구주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에 인해민은 어이가 없었다.그녀는 아무리 잘생기고 실력이 좋아도 이렇게 건방져서는 안 된다고 속으로 생각했다.인해민이 말을 이어가려고 준비하는데 갑자기 굳게 닫힌 방문 안쪽에서 천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라고 해.”그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백화궁의 궁주 연규비였다.그 목소리에 인해민은 그제야 윤구주를 바라보고 말했다.“가요. 궁주님이 들어오라고 하네요.”윤구주는 별말 없이 인해민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방 안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맴돌았다.윤구주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방 중앙에 위패가 있는 걸 발견했다.그 위패는 그의 것이었다.그 위에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 구주왕을 기린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그걸 본 순간 윤구주는 탄식했다.위패 앞에는 흰옷을 입은 여자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그녀는 윤구주를 등지고 앉아 있었다.그래서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그녀가 바로 백화궁의 궁주 연규비였다.“궁주님, 데려왔습니다.”인해민은 윤구주를 안으로 데려온 뒤 연규비에게 보고했다.“멋진 오빠, 얼른 궁주님께 인사해야죠!”인해민이 고개를 돌려 윤구주에게 말했다.윤구주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연규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규비야.”그 목소리에 위패 앞에 앉아 있던 백화궁의 궁주는 흠칫했다.잔혹한 나찰 인해민도 당황했다.“오빠... 미쳤어요? 어떻게 감히 우리 궁주님 이름을 부를 수가 있어요?”인해민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릴 때 윤구주가 다시 한번 말했다.“규비야, 오랜만이다.”그의 말에 연규비는 다시 한번 흠칫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윤구주를
연규비가 윤구주를 끌어안고 울먹이면서 물었다.윤구주는 그녀를 살짝 안고 말했다.“난 계속 살아있었어. 세상 사람들은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겠지만 말이야.”“왜? 넌 죽지 않았는데 왜 화진 사람들은 다 네가 죽었다고 한 거야? 게다가 다들 네가 10개국 간의 전쟁 중에 죽었다고 했어.”연규비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들며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이 일은 내가 다음에 얘기해줄게. 어쨌든 지금 나는 살아서 네 앞에 서 있어.”윤구주는 미소 지었다.연규비는 아직도 믿기 어려웠다.그녀는 떨리는 손을 들어 윤구주의 잘생긴 얼굴을 만졌다.그녀는 눈앞의 윤구주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보고 싶었다.윤구주의 얼굴에서 열기가 느껴지고, 또 그의 잘생긴 얼굴을 보고 나니 그제야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니라 진짜라는 걸 확신했다.“궁주님... 잘생긴 오빠... 설마 두 분 아는 사이세요?”이때 옆에서 넋을 놓고 있던 인해민이 갑자기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내 평생 가장 사랑하던 사람이었어. 그런데 아는 사람이냐고 묻는 거야?”연규비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뭐라고?’그 말에 인해민은 굳어버렸다.“됐어. 넌 일단 나가 봐. 난 구주와 할 얘기가 많아.”연규비가 인해민에게 말했다.인해민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윤구주를 바라보다가 멍한 얼굴로 말했다.“네.”그리고 밖으로 나갔다.인해민은 밖으로 나간 뒤에도 몸이 굳은 상태였다.그녀는 큰 충격을 받고 지금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방 안.연규비는 윤구주와 만난 뒤 무척 기뻤다.그녀는 윤구주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고, 평생 윤구주만 사랑했다.세상 사람들이 그녀를 마녀라고 욕해도, 윤구주의 불륜녀라고 욕해도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그녀가 신경 쓰는 건 윤구주 한 명뿐이었다.그래서 윤구주가 죽었다는 소식이 화진 곳곳에 퍼졌을 때야 그녀는 마음을 접고 폐관을 마음먹었다.그런데 지금 눈앞에 그녀가 가장 사랑하던 남자가 서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구주야... 이거 꿈 아니지? 정
“문아름이 왜 널 해친 거야? 어떻게 감히?”연규비는 큰 충격을 받았다.윤구주는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있었던 일을 간단히 얘기해줬다.문아름이 전쟁 전에 윤구주에게 기린화독을 썼다는 걸 얘기하자 연규비는 멍해졌다.“그 망할 여자... 어떻게 그렇게 지독할 수 있어? 감히 구주 너에게 독을 쓰다니. 그 여자는 네 약혼녀였잖아...”연규비는 믿기 어려웠다.윤구주가 말했다.“나도 지금까지 이해가 안 가. 하지만 언젠가는 전부 알게 되겠지.”“빌어먹을 문아름! 빌어먹을 문씨 일가! 그 사람들이 널 해치려 했다니!”연규비는 주체할 수 없이 화가 났다.“규비야, 그 일은 일단 그만 얘기하자. 난 언제가 그들에게 복수해서 그들이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일단은 내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마.”윤구주가 말했다.“응, 알겠어. 그런데 네 예전의 부하들은? 네 병력은?”연규비가 물었다.“내가 가장 믿는 몇몇 형제들을 제외하고는 다들 내가 살아있다는 걸 아직 몰라.”윤구주가 덤덤히 말했다.“그렇구나! 그래서 지금까지 아무도 네가 살아있다는 걸 내게 알린 사람이 없었던 거였어.”연규비는 말한 뒤 눈물을 글썽이면서 윤구주의 위패를 바라봤다.윤구주는 웃었다.그는 연규비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연규비를 그저 여동생으로 여길 뿐이었다.“참, 그런데 이번에는 어쩐 일로 갑자기 서남에 온 거야?”연규비가 궁금한 듯 물었다.윤구주가 대답했다.“죽여야 할 사람들이 있거든.”“죽여야 할 사람들?”연규비는 흠칫했다.“맞아.”거기까지 말한 뒤 윤구주는 온몸에서 차가운 살기를 내뿜었다.“넌 그동안 계속 서남에 있었잖아. 군형 삼마에 대해 들어봤겠지?”윤구주가 말했다.“당연하지! 사람 죽일 때 눈 한번 깜빡이지 않는 놈들이야.”연규비가 말했다.“그래. 내가 이번에 서남에 온 건 그 세 자식을 죽이기 위해서야. 그리고 군형 5대 가족도 죽일 거야.”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윤구주는 웃었다....윤구주와 연규비가 회포를 풀고 있을 때 잔혹한 나찰 인해민을 제외하고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입구에는 여자들이 한군데 몰려서 윤구주가 나오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렸다.어쩔 수가 없었다.윤구주가 아주 잘생겨서 다들 그와 아는 사이가 되고 싶었다.이때 쓸쓸해 보이는 여자가 안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녀는 마치 혼이 나간 사람처럼 멍한 눈빛으로 비틀대며 걷고 있었다.“어머!”“해민 언니 나왔어!”입구에 있던 여자들은 인해민이 나오는 걸 보자 그녀에게 달려갔다.오늘 밤 아주 기뻤던 인해민은 지금 얼떨떨한 상태였다.특히 머릿속이 복잡했다.“세상에, 대체 무슨 상황이야? 그 오빠가 우리 궁주님이랑 아는 사이라고? 게다가 우리 궁주님과 서로 끌어안고 있었어.”조금 전 장면을 떠올린 인해민은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다.“설마 둘이 연인일까? 그럴 리가 없는데! 궁주님이 사랑하는 사람은 화진의 왕 구주왕이잖아. 게다가 사랑하는 구주왕을 기리기 위해 궁주님은 반년간 폐관했는데 말이야! 그런데 왜 그 오빠를 보자마자 마치 연인을 본 사람처럼 구는 거지?”인해민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상함을 느꼈다.이때 충격적인 생각이 들었다.“설마... 설마... 그 잘생긴 오빠가 궁주님이 사랑하는 과거 화진의 왕 구주왕인 건가?”쿵!그 생각에 인해민은 벼락을 맞은 듯 얼어붙었다.동시에 그녀는 홍할매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윤씨 성을 가진 남자에게 빠지면 평생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말 말이다.성이 같았다.조금 전 인해민은 방 안에서 연규비가 그를 윤구주라고 부르는 걸 똑똑히 들었다.“세상에, 이제 알겠어! 그 오빠가 바로 화진의 왕 구주왕이었던 거야!”그제야 인해민은 모든 걸 깨달았다.인해민이 여전히 충격에 빠져 있을 때 밖에 있던 여자들이 재잘대면서 그녀에게 달려왔다.“해민 언니, 왜 혼자 나왔어요? 그 잘생긴 오빠는요? 왜 같이 나오지 않은 거예요?”여자들은 곧바로 그녀에게 물었다.“헤헤, 축하해요, 언니! 잘
“다들 입 닥쳐! 앞으로 그 잘생긴 오빠 얘기를 꺼낸다면, 그리고 그 오빠가 내 옷을 찢은 일을 입 밖으로 꺼낸다면 절대 가만 안 둘 줄 알아!”인해민이 노기등등하게 말했다. 화가 난 호랑이 같았다.주위에 있던 여자들은 인해민이 갑자기 버럭 화를 내자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그들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해민 언니 왜 저래? 예전에 그 오빠에게 장난칠 때는 아주 즐거워했잖아? 그런데 왜 갑자기 저렇게 사람이 달라졌대?’인해민은 단단히 윽박지른 뒤 몸을 돌렸다.자신이 좋아하는 잘생긴 오빠가 궁주님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벽에 머리를 박고 죽고 싶었다.너무 수치스러웠다....내전 안쪽.윤구주와 연규비는 오랜만에 회포를 풀고 있었다.연규비에게 있어 오늘은 가장 즐거운 날이었다.그녀는 윤구주가 살아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그녀는 아름다운 눈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마치 아무리 봐도 부족한 것처럼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규비야, 그런데 왜 베일을 쓰고 있는 거야?”윤구주가 갑자기 그녀의 검은 베일을 바라보며 물었다.“오빠가 죽은 뒤에 다른 남자에게는 내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거든! 하지만 이젠 오빠가 살아있으니 더는 베일을 쓰지 않아도 되겠어!”연규비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뻗어 검은 베일을 벗었다.옥처럼 희고 깨끗한 피부, 희고 가지런한 치아, 단정한 눈썹과 아름다운 눈, 절세 미녀였다.그녀는 아주 고급스럽게 아름다웠다.소채은과 문아름과 전혀 다른 종류의 아름다움이었다.그녀는 마치 지상으로 내려온 여신 같았다.그녀의 얼굴을 본 윤구주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더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연규비는 윤구주의 마음을 알고 있었고, 그가 줄곧 자신을 친동생처럼, 가족처럼 여긴다는 걸 알았다.그런 생각이 들자 잠깐 씁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녀는 이내 마음을 내려놓았다.“오빠, 오빠가 떠난 뒤에 난 서남으로 와서 백화궁을 창립했어. 이제 우리 백화궁은 화진의 신 4대 문파가 되었고 심
“퉤퉤퉤! 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그 멋진 오빠가 아무리 잘생겼어도 우리 궁주님이 어떤 분이신데 그 오빠한테 한눈에 반하겠어? 우리 궁주님은 사랑하는 사람도 있으시다고!”“그렇긴 하지.”미녀들이 의논하고 있을 때 여신 같은 여자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그녀는 연규비였다.연규비가 나오자 대전 안의 여자들은 깜짝 놀라더니 서둘러 무릎을 꿇었다.“궁주님을 뵙습니다!”연규비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다들 일어나도록 해요.”“감사합니다, 궁주님!”자리에서 일어난 여자들은 연규비와 그녀의 곁에 서 있는 윤구주를 보았다.두 사람이 나란히 나오자 백화궁의 여자들은 전부 의아했다.다들 왜 잘생긴 윤구주가 궁주와 함께 나오는 건지 궁금했다.그들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연규비가 입을 열었다.“오늘 여러분께 백화궁의 귀한 손님을 소개해 줄 거예요. 바로 구... 윤구주씨입니다!”연규비는 구주왕이라고 하고 싶었지만 윤구주의 당부를 떠올리고는 서둘러 말을 바꿨다.“윤구주 씨요?”대전 안의 200명쯤 되는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윤구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맞아요.”“지금부터 윤구주 씨는 우리 백화궁의 가장 존귀하고, 영예로운 손님이에요! 그러니 다들 최선을 다해 윤구주 씨의 요구를 들어주도록 해요. 윤구주 씨의 말을 거역한다면 궁법에 따라 벌을 줄 거예요.”연규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전 안의 여자들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그들은 아름다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세상에, 궁주님이 외부인에게 이렇게 잘해준다고? 말도 안 돼!’“다들 이해했나요?”연규비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여자들은 서둘러 대답했다.“알겠습니다!”“알겠으면 다들 이만 물러나요.”연규비가 명령을 내리자 여자들은 하나둘 대전을 빠져나갔다.그들은 떠나기 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윤구주와 궁주를 보았다. 다들 하나같이 놀란 얼굴이었다.“저하!”여자들이 전부 나가자 백경재가 갑자기 옆에서 달려왔다.그는 윤구주를 저
세 사람의 모습이 진동왕의 눈에 담겼다. 하지만 후배들이니 굳이 따지고 싶지 않았다.이때 진동왕이 말했다.“음, 두 가지 이유가 있어. 계획에 따르면 나는 종문 동맹과의 전쟁을 책임져야 했지만 당시 윤신우가 날 위해서 시간을 마련해 주었지. 그리고 내가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는 중요한 시기에 구주왕이 나타났어. 덕분에 나는 더 높은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지. 윤씨 일가가 아니라면 나는 구오 지존이 될 수 없었을 거야.”진동왕의 말에는 큰 의의가 있었다. 한 나라의 우상인 육도진은 곤륜에 관한 소문을 조금 알고 있었다.소문에 따르면 진동왕은 윤구주 덕분에 곤륜에서 진정한 강자의 가르침을 받게 되었고 그 덕분에 경지를 돌파할 수 있었다고 한다.육도진은 민규현 등 세 사람을 힐끗 바라보면서 말했다.“구주왕의 부하가 된 것은 여러분들에게 복입니다.”“당연한 말을 쓸데없이 하시네요.”정태웅은 입을 비죽이면서 말했다.진동왕은 선배라서 존경했지만 육도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예전에 그는 암부를 상대로 적지 않은 일을 했었고 그 때문에 정태웅은 그를 아니꼽게 여겼다.육도진은 고개를 저었다. 소양 없는 사람을 상대할 땐 그도 어쩔 수가 없었다.육도진은 비단함을 들고 계속해 앞으로 걸어갔다. 진동왕을 지나치고 윤씨 일가 조당 계단을 올라 조당 문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는 멈춰 섰다. 곧이어 그는 몸을 돌려 장수들을 마주 보고 섰다.그곳에 있는 사람들 중 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도 그가 국주 대신 왔다는 걸 알았다.다들 비단함 안에 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해했다.바로 이때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정원에 도착했다.그들은 전 사람들과 달리 날아서 들어왔다.십여 명의 사람들 모두 검은색 갑옷에 검은색 가면을 쓰고 있었고 눈빛이 섬뜩했으며 허리춤에 황제가 하사한 금패를 차고 있었다.그들이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은 미간을 찌푸렸다. 수많은 이들이 그들에게 엄청난 적대감을 지니고 있었고 적지 않은 장수들이 욕지거리를 했다.그곳에 도착한 사람들은 왕실을 위해
윤씨 일가 저택에는 고급 장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고 있었다.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각 지역에서 이름을 떨친 거물급 인사들이었다.한 노장과 젊은 장교가 도착했다.노장은 서울을 수비하는 어느 군단의 군단장이었고, 30대 초반의 젊은 장교는 이제 막 승진한 동승 사령관이었다.둘 다 높은 지위에 있었지만, 입구에서 본인들 지위보다 더 높은 거물들에게 길을 비켜주며 예의를 차려야 했다.서울 사령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던지라 서로 지내던 사이었던 노장과 젊은 장군은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어르신, 여기 온 사람들은 모두 화진의 각 지역을 지키는 책임자들이에요. 대부분이 구주왕의 부하들이죠.”“그렇네. 안 사령관, 저 중장은 예전에 흑봉군의 군단장이었어. 구주왕 휘하의 장군이었지. 하지만 구주왕이 바다에서 사고를 당한 직후에 그가 새 왕에게 숙청당했다고 들었는데 왜 멀쩡해 보이지?”“그러게 말이에요.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새 왕이 구주왕의 부하들을 숙청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처형했다던데 다들 멀쩡하네요.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런 일이…”도착한 변방의 수장 중에는 예전 윤구주의 부하들이 많았다.반역을 저지르고 처형당했다고 군부가 공표까지 했는데 역시 멀쩡히 살아있었다.자신들이 누구인지를 세상에 알리려는 듯 그들은 당당한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장교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고 있을 때 원수도 몇 명 도착했다.원수들이 도착하자, 모든 사람이 일제히 경례했다.구주왕 휘하의 장교들은 미리 소식을 들었던 터라 별 반응이 없었지만, 윤구주와 연관이 없는 사람들은 넋을 놓고 있었다.화진의 군부 원로급 인사들이 도착한 것이었다.나이가 들어 제대로 서 있기 힘든 사람들은 휠체어를 타고 왔다.“이 원로님이 도착했어요.”그때, 왕실 차 한 대가 도착하자, 화진의 봉왕이 차에서 내렸다.90세 가까운 노인이었지만 여전히 팔팔했다.“이분은 전 국방부 부장인 진동왕이 아니신가요? 국주의 친삼촌이 맞으시죠?”이 노인이 윤씨 일가에 도
윤구주를 조롱하고 있는데 육도진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더니 낮은 소리로 물었다.“국주님, 윤구주가 살기 가득한 눈빛을 하고 떠나던데 혹시 소통이 순조롭지 않았나요?”“아니야. 구주의 살기 가득한 눈빛은 종문 동맹 때문이야. 곧 그가 행동을 취할 것이니 넌 나를 대신해 조서를 내려.”국주가 미리 준비해 둔 금색 함을 꺼내 육도진에게 건네자, 함에 감겨있던 오조금룡을 본 육도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건 용부가 아닌가요?”“그래. 이 용부를 가진 자는 군사를 동원할 수 있어.”국주가 고개를 끄덕였다.“저… 국주님, 화진의 병권을 모두 내놓으시려고요? 이건 우리 이조에 있었던 적이 없는데.”역대 왕조를 놓고 봐도 병권을 외인에게 넘기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나가봐. 은용위 쪽은 이미 움직였겠지? 그리고 문제는 왕실 내부가 아니라 구주 휘하 네 명의 군신이야. 문씨 가문이 경계를 늦추려 하지 않을 것이니 상황 봐서 안 되면 구주에게 도움을 청해. 어차피 자기 사람을 구하는 일이니 기꺼이 나설 거야.”“빨리 가! 내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서 서둘러야 해. 이조의 후계자가 없으면 안 되지.”한편, 왕궁을 떠난 윤구주는 곧장 윤씨 일가로 돌아갔다.한때 화려했으나 이제 텅텅 비어 있던 윤씨 일가의 뜰을 걷고 있으니, 지난날의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그 아픔은 오직 윤구주만의 몫이었다.자신이 윤씨 일가란 사실을 그는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아버지, 당시 부득이하게 어머니와 저를 내쫓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요? 문제가 어머니에게 있다고 해도 아버지를 위해서 사망했으니, 아버지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셔야 해요. 저 또한 마음의 장벽을 넘지 못하겠으나 이 모든 것의 근원은 종문 동맹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종문 동맹을 반드시 없애버릴 거예요.”말을 마치고 윤구주는 뒤에 있던 몇 명의 흑영들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전투가 곧 시작되니 사람들을 모두 이곳으로
‘이거야!’국주가 원한 것은 윤구주의 이 말이었다.“너도 암부를 통해 알다시피 우리 화진의 가장 큰 적은 종문이야. 더 정확히 말한다면 진짜 적은 종문 위에 있는 종문 동맹이지. 이를 논의하고자 너를 부른 것이야.”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종문 동맹은 서요산 검종, 현문, 만불종, 칠수방, 천도궁, 자운각 등 6대 종문으로 구성되었다.화진의 정세가 불안정할 때였던 3천 년 전에 종문 동맹이 설립되었다.화진은 당시 오랑캐에게 땅이 점령당했고 백성들이 많은 죽임을 당했다.이 때문에 종문은 나라를 보호하고 외구를 몰아내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동맹을 설립하였다.애초에는 그 의도가 나쁘진 않았으나 이내 변질되고 말았다.“국주님,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종문 동맹은 음지에서 분열을 일으키려 하고 있어요. 조사해 보니 역대 왕조의 쇠락과 멸망을 종문 동맹은 늘 관여했더군요. 심지어 그들은 국주에게 압력을 가해 도를 닦거나 부처님을 모시게 하였지요.”윤구주가 말했다.“맞아. 이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역대 왕조들이 종문 동맹의 영향력을 약화하기 위해 불교를 없앤 사건도 몇 번 있긴 했지. 하지만 어찌 됐든 역대 왕조는 종문 동맹의 꼭두각시 노릇을 한 거나 다름없어. 종문 동맹이 3천 년 동안 화진 무술을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국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비록 역대 왕조들이 나름 노력은 했으나 종문 동맹의 세력을 제압하지 못했다는 것을 윤구주는 알아챘다.“종문 동맹이 왜 우리 화진에 큰 위험이 되는지 알아? 그들은 돈과 권력만 추구한 것이 아니라 화진을 여러 개로 쪼개서 자신들의 나라를 세우려고 하기 때문이지. 역대 왕조들은 화진의 분열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만약 우리가 종문 동맹의 야욕을 두고만 본다면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야. 종문들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있어서 나라를 세운다면 화진이 완전히 분열되는 것은 물론 다시는 통일되지 못할 거야.”3천 년 동안 수많은 왕조가 해결하지 못했던 이 중대한 문제를 국주가 털어놓
국주를 만났을 때는 자정이 훌쩍 넘은 뒤였다.입궁하자마자 익숙한 목소리가 윤구주의 귀에 들려왔다.“채은? 그가 언제 왔지?”윤구주는 의아했다.“저하, 아직도 모르겠어요? 국주가 비록 천하의 호걸이라고는 하나 마음만 먹는다면 국주를 죽이는 건 일도 아니에요. 백만대군이 지킨다 한들 아무 소용이 없어요. 이 경비원들은 모두 채은 아가씨를 위해 경비를 서는 것이니 국주가 채은 아가씨의 경호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하하!”옆에 있던 육도진이 웃으며 말했다.국주가 자신을 부른 이유가 안전 때문이란 사실을 윤구주는 그제야 알았다.이들이 궁전에 들어섰을 때 국주는 소채은에게 차를 끓여주며 윤구주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소채은이 넋을 잃고 듣고 있었지만, 그녀가 궁전을 좋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주를 대하는 태도도 매우 어색하다는 것을 윤구주는 알아챘다.윤구주를 보고서야 소채은의 긴장이 풀렸다.“구주… 저하를 뵙니다.”윤구주에게 다가가려 했던 소채은은 갑자기 무언가를 깨닫고 서둘러 윤구주에 대한 호칭을 바꾸었다.그 모습을 보고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렸다.당연히 국주도 눈치챘다.“국주님, 두 사람이 얘기 나눌 수 있게 자리를 피해줄까요?”육도진이 다가와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그럴 필요 없다. 그녀가 구주에 대한 사랑이 진심이란 사실을 온 천하가 다 알아. 이런 여자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지.”국주는 고개를 가로젓더니 육도진에게 차를 권했다.“채은아…”“국주님과 중요한 일을 상의하러 오신 것 같으니, 국사에 전념하도록 하세요. 저는 무탈해요. 저 때문에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말아야죠.”소채은은 차분하게 말하며 애써 괜찮은 척했지만 사실 하나도 안 괜찮았다.“이쪽으로 와서 나와 이야기하자꾸나. 나랏일이든 집안일이든 나에게 물어보렴.”이때, 국주가 윤구주에게 손짓하며 말했다.마음이 혼란스러웠던 소채은은 하지 말아야 할 말이 불쑥 튀어나와 윤구주의 정신이 분산될까 봐 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서둘러 자리를 떴다.
윤구주는 즉시 서울로 돌아왔다.아니나 다를까 윤구주가 종문을 몰살시킨 사실을 서울의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윤구주가 서울에 도착했을 때, 국상인 육도진이 영접을 나왔다.이들이 함께 왕궁으로 향하는 도중 육도진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종문이 흔들리고 있어서 큰 전투가 불가피한데 이것이 과연 축하받을 일이란 말이냐?”육도진을 흘끗 쳐다보며 윤구주가 물었다.“하하! 당연하죠. 종문 때문에 화진은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어요. 사실 국주께서 이 전투를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왔어요. 이번 전투를 통해 종문을 평정하여 화진의 내란 사태를 해결하려 하니 당연히 축하받을 일이죠.”육도진이 웃으며 말하자, 윤구주도 약간 미소를 지었다.‘좀 흥미로운데? 국주가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면서 왜 하필 내가 왔을 때 싸우려는가 말이야.’윤구주가 서울로 돌아온 이유와 그가 무슨 생각하는지를 육도진은 잘 알고 있었다.“암부는 저하가 설립한 것이에요. 설립한 목적이 각종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잖아요. 물론 이 중에 저하가 알면 안 되는 정보도 있긴 하지만. 사실 저하가 선 넘을 걸 국주는 눈감아주었어요.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저하도 잘 아시잖아요.”육도진의 말에 윤구주는 입을 삐죽거렸다.“네놈과 말하는 게 힘이 드는구나. 이렇게까지 암시 안 해도 돼. 옛날에는 몰랐다만, 지금은 다 알고 있어.”“그러면 되었어요. 국주도 이날을 손꼽아 기다려왔으니, 저하가 해야 할 일을 가르쳐주실 거예요.”중요한 일에 관해 이야기한 후에 육도진은 다른 것도 물으려고 했지만, 윤구주가 관심 가질만한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윤씨 일가의 얘기를 꺼냈다.그러자 윤구주의 눈동자에서는 바로 날카롭고 차가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그 모습을 본 육도진은 바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윤씨 일가의 행방을 찾지 못해 윤구주는 매우 초조했다.“초조해하지 마세요. 저하가 문무에 두루 능하다고는 하나 지략은 문아름이 한 수 위에요. 게다가 그녀가 저하를 잘 알고 있으니 윤씨 일가의 행방을 알기가
“종문이 언제 화진의 무도를 이끌었단 말입니까? 그 노인들 주제 파악을 전혀 못 하네요.”정태웅의 말을 듣던 윤구주는 짜증 난 목소리로 말했다.“말 다 했어?”‘윽...’정태웅은 윤구주를 힐끗 본 뒤 곧바로 깨달았다. 윤구주는 아마 종문의 제자들에게서 윤씨 일가 사람들의 행방을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다.정태웅은 곧바로 진지하게 보고했다.“저하, 저하께서 오신 뒤로 저는 암부와 각 군사 구역과 협력했습니다. 심지어 국주님께서도 은용위를 파견하여 윤씨 일가 사람들의 행방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소득이 없었습니다. 문씨 일가에서는 우리에게 아무런 단서도 남겨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부러 우리가 종문의 움직임을 알 수 있게 해준 것 같아요.”“은용위? 국주님께서 은용위를 파견했다고?”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 국주는 큰 결심을 한 듯했다.은용위는 화진의 가장 비밀스러운 부대로서 그들이 언제 만들어졌고 어디서 주둔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들이 국주의 명령에만 따르며 왕실의 일을 책임진다는 것만 알았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움직였던 곳은 외국이었다. 당시 그들은 어려움을 겪고 큰 피해를 보았고 그 뒤로는 움직인 적이 없던 걸로 전해진다.국주가 은용위를 파견하여 윤씨 일가 사람들의 행방을 조사하게 한 것은 은용위가 존재하는 의도를 벗어난 일이었다. 그만큼 국주는 윤구주는 중요시했다.“네. 은용위는 왕실 일만 책임졌는데 이번에 우리와 함께 움직였습니다. 놀라운 일이에요. 저하, 그리고 공씨 가문에서 공수이를 불러들인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서요산 쪽은 어떻게 된 걸까요? 설마...”정태웅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평소에는 비록 점잖지 못했지만 큰일 앞에서는 절대 사적인 감정을 섞지 않았다.“괜찮아. 이 일은 그만큼 심각한 사안이니 서요산에서 함지우를 부른 것도 이해할 수 있어. 난 이런 결과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어. 문씨 일가에서는 내가 종문과 적이 되기를 바라. 그래야 종문 동맹이 날 죽이겠다고 나설 테니까. 물론 그건 내가 원하는
살기가 흘러넘쳤다.구주왕인 윤구주는 사람들의 목숨줄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는 천뇌를 이용하여 종문 자제들을 전부 죽였다.잠시 뒤 주위가 고요해졌고 구용산에는 검은 재만 남았다.“잘 죽였어요! 정말 속이 시원하네요. 저 노인들 모두 죽어 마땅했어요!”공수이는 당연히 통쾌했다. 칠수방의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다들 겁을 먹었다.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단번에 죽이다니, 너무 단호했다.“세상에, 현문, 자운각, 만불종 세 종문의 사람들 전부 구주왕 한 명이 처리했어요.”“세 종문의 사람들을 거의 다 죽인 것과 다름없지 않아요? 구주왕은 두렵지 않은 걸까요? 이렇게 충격적인 일이라면 구주왕과 원한이 없는 종문들도 힘을 합쳐서 구주왕에게 대적하려고 할지도 모르는데요.”차비연은 대충 앞으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 모든 종문이 손을 잡고 윤구주를 상대하려고 할지도 몰랐다.윤구주는 화진 무도를 적으로 돌렸다고 할 수 있었다.윤구주가 구용산에서 세 종문의 자제들을 죽인 지 얼마 되지 않아 함지우는 서요산에서 전한 소식을 얻게 되었다.“서요산에서는 이미 이 일을 알고 있어. 소식이 정말 빠르네. 누가 벌써 소식을 전한 거지?”함지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칠수방의 여자들이 전한 걸까?“알면 뭐 어때요? 차라리 잘 됐죠. 그 어르신들도 이젠 좀 잠잠해지지 않을까요? 괜히 나대면서 행패를 부리는 것보다는 낫죠.”공수이는 입을 비죽이면서 말했다. 그는 차라리 일이 크게 번지길 바랐다.“넌 네 사부님처럼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칠수방에서 소식을 전한 게 아니라면 누군가 이곳 상황을 지켜보다가 일부러 소식을 전했다는 걸 의미하잖아.”함지우가 괘씸한 듯 말했다.윤구주가 돌아오자 함지우는 서둘러 그에게 다각서 물었다.“괜찮아. 문창정 그 노인네의 뜻대로 된 거네. 하지만 이곳을 지켜보던 사람은 분신을 이용했어. 분신이 아니었다면 그 사람까지 같이 처단했을 텐데.”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헉!”함지우는 헛숨을 들이켰다. 그의 예상대
“구오가 왜 정점으로 여겨지는지 알아? 그것은 천지가 만물을 통제하고 천도가 최고라고 여겨지지만 그것이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구가 극치인 거야.”용 아홉 마리와 코끼리 아홉 마리가 합쳐져서 진정한 영체가 형성되었다.영물은 종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마치 윤회를 초월한 미지의 존재 같았다.이루 형언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이 사방을 휩쓸었다. 창현진인과 자운각의 노인들은 극도의 공포 속에서 경계 밖으로 쫓겨났다.그들 모두 몸이 멀리 날아갔지만 그들의 힘은 경계 안쪽에 남아서 소멸하였다.쿵!순간 먹구름이 사라지면서 하늘이 다시 맑아졌고 구용산은 다시 빛을 되찾았다.아래에 있던 사람들 모두 넋을 놓았다. 윤구주는 그들의 보기에 신과 같았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것들 모두 윤구주와 비교할 수 없었다.종문 사람들뿐만 아니라 함지우까지 넋이 나갔고 공수이는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한참 뒤에야 욕했다.“세상에, 또 실력이 향상된 걸까? 설마 마지막 경지까지 깨버린 걸까? 하하하, 곤륜의 그 어르신들이 알게 된다면 또 화를 내겠네. 아니다. 이미 육신이 부패한 늙은 괴물들도 깜짝 놀라서 깨어나겠어.”공수이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고 반대로 종문의 제자들은 표정이 다들 좋지 않았다.충격 때문에 멀리 날아갔던 창현진인은 간신히 일어나서 한동안 넋을 놓고 있다가 다시 바닥에 엎어졌다.“구주왕, 자운각은 저와 상관없습니다. 자운각에서 오려고 한 건지, 저는 당신과 적이 될 생각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저 종문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 것뿐입니다. 그러니 부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앞으로 우리 현문은 더 이상 무도 3대 서열 일에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구주왕께서 종문을 대표하여 화진의 무도를 이끈다면 저희 현문은 최선을 다해 지지할 것입니다!”창현진인은 혹시라도 정운 등 사람들에게 선수를 빼앗길까 봐 서둘러 말했다.그는 아주 공손하고 정중하게 말했다. 체면 따위는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 보였다.죽게 생겼는데 체면 따위는 얼마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