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퉤퉤퉤! 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그 멋진 오빠가 아무리 잘생겼어도 우리 궁주님이 어떤 분이신데 그 오빠한테 한눈에 반하겠어? 우리 궁주님은 사랑하는 사람도 있으시다고!”“그렇긴 하지.”미녀들이 의논하고 있을 때 여신 같은 여자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그녀는 연규비였다.연규비가 나오자 대전 안의 여자들은 깜짝 놀라더니 서둘러 무릎을 꿇었다.“궁주님을 뵙습니다!”연규비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다들 일어나도록 해요.”“감사합니다, 궁주님!”자리에서 일어난 여자들은 연규비와 그녀의 곁에 서 있는 윤구주를 보았다.두 사람이 나란히 나오자 백화궁의 여자들은 전부 의아했다.다들 왜 잘생긴 윤구주가 궁주와 함께 나오는 건지 궁금했다.그들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연규비가 입을 열었다.“오늘 여러분께 백화궁의 귀한 손님을 소개해 줄 거예요. 바로 구... 윤구주씨입니다!”연규비는 구주왕이라고 하고 싶었지만 윤구주의 당부를 떠올리고는 서둘러 말을 바꿨다.“윤구주 씨요?”대전 안의 200명쯤 되는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윤구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맞아요.”“지금부터 윤구주 씨는 우리 백화궁의 가장 존귀하고, 영예로운 손님이에요! 그러니 다들 최선을 다해 윤구주 씨의 요구를 들어주도록 해요. 윤구주 씨의 말을 거역한다면 궁법에 따라 벌을 줄 거예요.”연규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전 안의 여자들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그들은 아름다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세상에, 궁주님이 외부인에게 이렇게 잘해준다고? 말도 안 돼!’“다들 이해했나요?”연규비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여자들은 서둘러 대답했다.“알겠습니다!”“알겠으면 다들 이만 물러나요.”연규비가 명령을 내리자 여자들은 하나둘 대전을 빠져나갔다.그들은 떠나기 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윤구주와 궁주를 보았다. 다들 하나같이 놀란 얼굴이었다.“저하!”여자들이 전부 나가자 백경재가 갑자기 옆에서 달려왔다.그는 윤구주를 저
모두 떠나고 나니 대전에는 윤구주와 연규비 두 사람만 남았다.“규비야, 군형 5대 가족의 본거지가 어디 있는지 알아?”윤구주가 갑자기 물었다.“군형 5대 가족은 줄곧 베일에 감춰져 있었지만 그들의 본거지가 어디 있는지는 알아!”연규비가 대답했다.“어디 있는데?”“서남에서 가장 유명한 음산 산맥에 있어!”음산 산맥이라는 말에 윤구주의 눈동자에서 살기가 번뜩였다.윤구주의 살기를 느낀 연규비가 물었다.“구주야, 대체 그들과 어떤 원한이 있길래 군형 5대 가족을 몰살시키려는 거야?”윤구주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나랑 어디 좀 가자. 거기 가면 알게 될 거야.”연규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윤구주는 연규비를 데리고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로 향했다.호텔에 도착한 뒤 연규비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구주야, 왜 날 데리고 호텔로 온 거야?”윤구주가 말했다.“곧 알게 될 거야.”연규비는 궁금증을 안고 윤구주와 함께 호텔로 들어갔다.25층.윤구주는 그곳에 도착해 자신이 묵고 있는 스위트룸 문을 열었다.연규비는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묵묵히 윤구주를 따라 들어갔다.커다란 스위트룸 안.윤구주는 연규비를 데리고 안쪽으로 들어갔다.“규비야, 나한테 왜 5대 가족과 군형 삼마를 죽이려는 건지 물었지? 지금 알려줄게. 이게 바로 그 이유야!”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가장 안쪽 침대를 가리켰다.고개를 든 연규비는 안색이 순식간에 달라졌다.침대 위에는 혼수상태인 여자가 누워있었다.여자는 안색이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입술은 건조해서 갈라져 있었다.비록 얼굴은 아주 아름다웠지만 오랫동안 혼수상태였던 탓에 생기가 전혀 없어 보였다.“이 사람은 누구야...?”병상 위 소채은을 본 연규비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내 약혼녀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야.”윤구주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침대 위 소채은을 바라보며 말했다.‘뭐라고?’“약혼녀?”그 세 글자에 연규비는 당황했다.그녀는 다시금 소채은을
예를 들면 지금의 소채은은 시독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하지만 다행히도 윤구주의 구양진용기가 독소를 억누르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소채은의 몸은 체내에서부터 천천히 썩어들어갔을 것이다.생각해 보라.미인이 몸 안쪽에서부터 밖으로 썩는다면 그건 그녀를 죽이는 것보다 천 배, 만 배는 더욱 잔인했다.“이 짐승만도 못한 놈들!”혼수상태인 소채은을 본 연규비는 무척 분노했다.“구주야, 그 세 자식은 왜 네 약혼녀에게 이런 지독한 짓을 한 거야? 내가 알기로 그들은 최근 2년간 줄곧 서울에만 있었는걸.”연규비가 의아한 듯 물었다.윤구주는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천천히 차가운 얼굴을 들었다.“그 세 자식이 왜 채은이를 해쳤는지는 아직 모르겠어. 하지만 짐작하건대 아마도 그 지독한 여자랑 상관이 있을 거야.”연규비는 심장이 철렁했다.“혹시 문아름 말이야?”“맞아! 이 세상에 군형 삼마를 움직일 수 있고 나와 원한이 있는 사람은 문아름 걔밖에 없어. 다른 사람은 전혀 떠오르지 않아.”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에 연규비가 갑자기 말했다.“그러고 보니 갑자기 그 일이 생각나네. 군형 5대 가족은 지난 2년간 국방부와 비밀리에 접촉했었어. 그리고 다른 사람 얘기를 들어 보니 그들이 4대 가문과 암암리에 어떤 연관이 있는 것 같았어.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보면 그 악랄한 여자가 한 짓이 맞는 것 같아!”윤구주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눈빛이 점점 더 차가워졌다.“제기랄, 문아름이 그렇게 지독할 줄은 몰랐어. 네 왕위를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네 약혼녀에게도 이런 짓을 하다니 말이야.”연규비가 화를 내며 외쳤다.“걱정하지 마. 이 원수는 반드시 갚을 거니까! 하지만 지금은 일단 군형 5대 가족부터 무너뜨릴 거야.”윤구주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그래. 삼형 군마는 군형 5대 가족 중에서 지위가 아주 높고 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어. 그러니까 그 세 자식을 찾아가려면 일단 5대 가족을 찾아야 해. 구주야
연규비는 고개를 들어 병상 위 소채은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다소 복잡했다.그녀는 한참 뒤에야 물었다.“구주야, 이 사람 이름이 뭐야?”윤구주는 잠깐 고민한 뒤 대답했다.“소채은.”“예쁜 이름이네.”연규비는 말을 마친 뒤 다시 말했다.“왠지 모르게 소채은 씨가 부러워지네...”윤구주는 당연히 연규비의 말뜻을 알고 있었다.그는 침묵했다.“됐어. 난 이만 가볼게. 백화궁 일을 다 처리하고 나면 너랑 같이 서남 음산으로 가서 군형 5대 가족을 찾을게.”그렇게 한마디 남긴 뒤 연규비는 떠났다....백화궁.윤구주와 연규비가 떠난 뒤 여자들은 조잘대면서 의논하기 시작했다.윤구주가 대체 누군지 아무도 몰랐다.그리고 항상 차갑던 궁주가 왜 갑자기 낯선 남자에게 그렇게 잘해주는지도 몰랐다.오직 한 사람만이 묵묵히 백화궁 돌계단 위에 앉아서 침묵을 고수했다.그녀가 바로 잔혹한 나찰 인해민이었다.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궁주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난처했다.인해민이 홀로 백화궁 입구의 돌계단에 앉아서 답답해하고 있을 때, 여자 몇 명이 그녀에게로 달려왔다.“해민 언니, 언니 왜 그래요? 왜 갑자기 근심 가득한 얼굴이에요?”인해민과 사이가 좋은 여자 한 명이 물었다.“휴, 아무것도 아니야. 난 그냥... 그냥 답답해서 그래.”윤구주를 떠올린 인해민은 어이가 없었다.인해민의 말을 들은 여자는 더 캐묻지 않고 잠깐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해민 언니, 언니가 데려온 그 멋진 오빠 대체 뭐 하는 분이에요? 언니는 모르겠지만 궁주님께서 30분 전쯤에 우리에게 백화궁 사람들은 전부 그 멋진 오빠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고 했어요. 그것도 절대적으로 순종하라고 했어요.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면 궁법에 따라 벌을 준다고 했어요.”여자가 말했다.인해민은 쓴웃음을 지었다.“궁주님께서 그러는 건 맞아.”“왜요? 그 멋진 오빠 대체 누구예요? 뭐가 그렇게 대단한 거예요?”여자는 이해할 수 없었다.인해민이 말했다.“그의 정체는 모르
두 인영은 뱀할매가 보낸 서우와 정우였다.어릴 때부터 몸에 고독을 심어서 피로, 몸으로 고충을 키운 탓에 외모가 괴물 같고 몸은 난쟁이, 아이 같았다.그러나 두 사람의 실력은 만만치 않았다.특히 그들 체내의 고독을 한 방울이라도 만지게 되면 바로 독이 퍼져서 죽게 된다.두 사람은 그곳을 떠난 뒤 곧바로 윤구주를 찾으러 갔다.이때 연규비도 백화궁으로 돌아갔다.간단히 궁 안의 크고 작은 일을 당부한 뒤 그녀는 윤구주와 함께 서남 음산 산맥으로 갈 준비를 했다.대전 안의 많은 여자들은 무척 의아했다. 궁주는 왜 출관하자마자 갑자기 음산 산맥으로 가려는 걸까?비록 의문이 많았지만 감히 물을 수는 없었다.연규비는 사람들에게 분부한 뒤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방에 도착하자마자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들어와요.”연규비의 말이 떨어지자 방문이 끼익 소리를 내면서 열렸다.“궁주님을 뵙습니다.”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잔혹한 나찰 인해민이었다.그러나 활기차고 요염하던 그녀는 지금 아주 침울해 보였다. 그녀는 마치 잘못을 한 아이처럼 안으로 들어온 뒤 줄곧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무슨 일이야?”연규비가 물었다.“제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그래서 벌을 받으러 왔습니다.”인해민은 말을 마친 뒤 연규비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그녀가 갑자기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자 연규비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너한테 무슨 잘못이 있다는 거야? 말해 봐.”“제가 눈이 멀어서 그분이 궁주님이 가장 사랑하던 남자라는 걸 못 알아봤습니다. 전 그분이 외부인인 줄 알고 농담을 했고...”인해민은 자신이 고민하던 이유를 털어놓았다.연규비는 그 말을 듣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예전에 구주를 좋아했던 거지?”“아뇨,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인해민은 서둘러 해명했다.“두려워할 필요 없어. 해명할 필요도 없고. 구주는 화진의 왕이야. 이 세상에서 구주를 좋아하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어. 너 하나 많아진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진 않아
윤구주는 백화궁 안으로 들어간 뒤 곧바로 연규비에게 말했다.“규비야, 채은이는 당분간 너희 백화궁에서 돌보는 게 좋을 것 같아.”윤구주는 이제 곧 음산 산맥으로 갈 것이기 때문에 백화궁에서 소채은을 돌보는 것이 가장 좋을 거로 생각했다.“걱정하지 마. 우리 백화궁에서 잘 돌봐줄게.”연규비는 말을 마친 뒤 고개를 돌려 곁에 있던 세 할매와 인해민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네 사람은 내 명령에 따라요. 내가 떠나 있을 때 소채은 씨를 잘 돌봐주도록 해요. 명심해요. 혹시라도 소채은 씨가 조금이라도 잘못된다면 절대 살아서 날 볼 생각은 하지 말아요.”세 할매와 잔인한 나찰 인해민은 휠체어에 앉아 있는 소채은이 윤구주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궁주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꼭 잘 돌보겠습니다.”“그래요, 그러면 돼요.”윤구주는 소채은을 그곳에 부탁했고, 그들은 음산 산맥으로 향했다.“백 선생, 백 선생은 여기 남아서 채은이를 돌봐.”윤구주가 갑자기 백경재에게 말했다.“네? 저도 남으라고요?”백경재는 원치 않은 기색이었다.“그래, 남아. 겨우 5대 가족을 섬멸하는 건데 백 선생은 갈 필요 없어.”윤구주가 다시 말했다.백경재는 윤구주와 함께 가서 구경을 하고 싶었지만 윤구주의 말을 듣자 어쩔 수 없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저하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그래. 그러면 이렇게 하자고.”모든 일을 잘 정리한 뒤 연규비가 말했다.“구주야, 우리 언제 떠나?”윤구주는 대답하지 않고 갑자기 눈을 번뜩이더니 냉소하며 말했다.“일단 두 놈부터 해치운 뒤에 출발해도 늦지 않아.”‘어?’연규비와 방 안의 사람들은 윤구주의 말뜻을 미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윤구주가 갑자기 차갑게 호통을 쳤다.“쥐새끼처럼 숨어 있지 말고 당장 나와!”천둥 같은 소리였다.그 순간 백화궁에서 현기가 피어올랐다. 넘실대는 파도처럼 현기가 허공으로 피어올라 곧장 백화궁의 꼭대기 층에 닿았다.곧 백화궁
“젠장! 넌 누구야? 감히 우리 백화궁에서 제멋대로 날뛰어? 죽고 싶어?”연규비가 호통을 치면서 손을 들어 그를 죽이려 했다.“규비야, 멈춰!”윤구주가 연규비를 멈춰 세웠다.윤구주가 말리자 연규비의 아름다운 눈동자에서 싸늘한 살기가 번뜩였다. 그녀가 말했다.“이 자식은 감히 대놓고 우리를 감시했어. 그런데 죽이지 말란 거야?”윤구주는 연규비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중상을 입은 정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내 짐작이 맞다면 너희 군형 4대 가족이 보낸 스파이지?”“그... 그렇다면 뭐 어쩔 건데?”자신이 필시 죽을 거라고 생각한 정우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눈빛을 보였다.“그렇다면 4대 가족이 내가 그들을 상대하려 한다는 걸 안다는 거네?”윤구주가 계속해 물었다.“맞아! 네가 설씨 일가를 없애고 나서 우리 4대 가족은 연맹을 맺었어. 오늘 내가 죽는다고 해도 우리 4대 가족은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정우가 이를 악물고 악랄하게 말했다.“개자식, 죽기 직전이라고 입을 나불대네!”옆에 있던 백경재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그를 죽이려 했다.그러나 윤구주가 그를 말렸다.그는 중상을 입은 정우를 바라봤다.“살고 싶어?”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뭐?”자기가 틀림없이 죽을 거로 생각했던 정우는 당황했다.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윤구주를 바라봤다.“살고 싶냐고 물었어.”윤구주가 다시 말했다.질문을 받은 정우는 몇 초간 멍해 있다가 말했다.“날... 날 놓아주려는 거야?”“맞아! 넌 살아서 돌아가 4대 가족에게 알려. 군형 삼마 중 살아남은 그 자식을 내놓으라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그들을 찾아내는 순간, 4대 가족은 멸족하게 될 거야.”윤구주의 말을 들은 정우는 당황했다.“정말... 날 보내준다고?”정우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했다.“그래. 살아서 돌아가. 내가 그들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해두지.”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윤구주가 정말로 놔준다고 하자 정우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윤구주와 다른 이들을 바라보았다.다들 꼼
음산 산맥.여씨 일가 영지.설씨 일가가 멸족당한 뒤 여씨 일가, 전씨 일가, 길씨 일가 3대 가족은 연맹을 맺었다.그리고 세 일가의 장로들과 족장들은 지금 전부 여씨 일가 영지에 있었다.그들은 윤구주를 없앨 거라고 맹세했고 동시에 설씨 일가와 군형 삼마를 위해 복수할 거라고 했다.음산하고 거대한 여씨 일가 대전 안.세 일가의 장로들과 족장이 그곳에 있었다.그중 여씨 일가 족장이 중앙에 앉아 있었고 그다음 전씨 일가 족장, 길씨 일가의 뱀할매가 있었다.그중에는 항아리만 한 굵기의 거대한 뱀이 혀를 날름거리며 뱀할매의 발밑에 똬리를 트고 있었다.“뱀할매, 사람을 보낸 지 이미 이틀째인데 왜 아직도 소식이 없는 겁니까?”질문을 던진 사람은 짐승 가죽을 뒤집어쓰고 몸에 주술이 가득 적힌 전씨 일가 족장이었다.“설마 뱀할매가 보낸 사람들을 그 외부인이 발견한 건 아니겠죠?”전씨 일가 족장이 물었다.“그럴 리가 없습니다. 서우, 정우, 이 못난이들은 술법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몸을 숨기고 훔쳐 듣는 실력은 우리 길씨 일가 최고거든요.”뱀할매가 자신 있게 말했다.“그렇다면 다행이군요. 그 자식의 행방을 알게 된다면 아주 갈가리 찢어버려야겠어요!”전씨 일가 족장이 호된 목소리로 말했다.3대 족장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밖에 있던 여씨 일가 사람이 갑자기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족장님들, 길씨 일가에서 파견했던 사람이 돌아왔습니다.”그 말을 들은 뱀할매는 눈을 번뜩이며 괴이하게 웃었다.“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그 두 못난이가 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것 같군요.”“들어오라고 해!”뱀할매가 명령을 내리자 곧 한 사람이 밖에서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길씨 일가 정우, 뱀할매와 다른 족장님들을 뵙습니다.”정우가 홀로 돌아온 걸 본 뱀할매는 독사보다 더욱 사나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왜 너 혼자 돌아온 거야? 서우는?”“뱀할매... 서우는... 죽었습니다!”‘뭐라고? 죽었다고?’정우의 말을 들은 뱀할매는 안색이 순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