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바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가 소채은을 만지고 괴롭힌다고? 구주왕 윤구주가 그럴 사람이 아니지!’하지만 소채은은 진실을 모르기 때문에 허리에 손을 짚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앞으로 집에서든 밖에서든 내가 하는 말을 무조건 들어야 해. 나한테 상처 줘도 안되고 욕해도 안돼!”“맞다! 제일 중요한 건 우리가 앞으로 같이 있게 되면 다른 여자한테 잘해주면 안 돼! 그러면 나한테는 너무나 큰 상처가 될 거야! 나는 너를 위해 모든 걸 포기해서 지금 아무도 곁에 없는데!”소채은은 말하다가 또 울기 시작했다.귀엽고 엉뚱한 소채은을 보면서 윤구주는 웃음을 참으려고 노력했다.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래! 다 네가 말하는 대로 할게!”“진짜?”윤구주가 흔쾌히 대답하는 걸 보면서 소채은은 울음을 그쳤다.“진짜!”윤구주는 사랑스럽게 대답했다.“헤헷! 바로 그거지! 내가 사람을 잘못본 게 아니네!”소채은은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너무 오래 울었던 탓에 눈이 팅팅 부어오른 소채은은 더 귀여워 보였다.이런 소채은을 바라보면서 오랫동안 설레지 않았던 윤구주의 마음은 다시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솔직히 말하면 소채은의 비주얼과 몸매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그게 아니면 중해그룹 조성훈이 이 처럼 소채은한테 집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머리가... 한마디로 정리하기가 힘들었다.윤구주는 소채은의 아름다운 얼굴을 넋을 잃고 바라보자 소채은은 물었다.“저기 기억상실증 윤구주씨! 왜 그렇게 나를 쳐다봐?”“예뻐서!’“쳇!”“장난치지 마. 지금 기분 더럽게 나쁜데 네가 계속 장난치면 가만 안 둘 거야!”소채은은 귀찮은 척하였지만 속으로는 기분이 좋아서 얼굴이 불그스레 해졌다.“근데 고마워!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됐던 오늘은 참 고마웠어!”“나를 난감한 상황에서 몇 번이나 구해준 것도 그리고 조성훈 그 새끼를 처리해 준 것도 다 고마워!”“비록 지금 우리 엄마
이십 분 후, 소채은은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캐주얼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포니테일을 한 소채은의 모습은 너무 이뻤다.소채은은 걸어 나오면서 윤구주에게 말했다.“구주야. 배 안 고파?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나자가!”마침 배가 고팠던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이였다.두 사람은 차를 타고 맛있는 대어가 일식집으로 향했다.대어가 일식집은 강성에서 한집만 있는 고급 일식집이고 일반인들은 먹기 힘든 회원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소채은은 VIP룸으로 자리를 잡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모두 주문했다.소채은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미식은 모든 슬픔과 걱정을 치유할 수 있다.”그래서 오늘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소채은은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울 계획이었다.음식들로 한 상을 가득 채운뒤 소채은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한 시간 즈음 지났을까, 소채은은 볼록해진 배를 만지며 만족스럽게 말했다.“너무 잘 먹었다. 구주야. 너는?”“나도 너무 잘 먹었어.”윤구주가 대답했다.“그럼 우리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그래!”“저기요. 계산할게요.”여성 웨이터 한분이 주문내역을 들고 걸어왔다.“고객님, 안녕하세요. 총 145만 원입니다.”거액의 식비가 나왔지만 소채은은 덤덤하게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며 웨이터에게 전해줬다.웨이터는 미소를 지으면서 카드를 받고 결제를 하려고 하는 순간 포스기에서 오류가 발생했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고객님, 죄송합니다. 이 카드는 사용불가한 카드라고 뜨는데요.”소채은은 멈칫하더니 별 다른 신경 쓰지 않고 다른 카드를 건네줬다.“그럼 이걸로 다시 결제해 보세요.”소채은은 카드가 워낙 많았다. 프리미엄 카드를 웨이터에게 건네고 결제를 하려는 순간 또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고객님, 죄송합니다. 이 카드도 사용불가네요.”‘뭐지?’소채은은 무척 당황했다.“그럴 리가요? 어제도 제가 이걸로 결제를 했는데!”하지만 웨이터는 고개를 저으며 결제불가라고 거듭 말했다.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소채은은 지갑에
소채은은 한시름을 놓으면서 말했다.“감사합니다!”소채은은 드디어 밥값을 결제할 수 있게 되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소채은이 몰고 왔던 미니 벤츠는 잠시 일식집에 맡겨둬야만 했다.두 사람이 일식집을 걸어 나갈 때 웨이터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이 둘의 옷차림을 보면 돈이 없어 보이지는 않은데? 왜 밥값도 결제 못해서 차를 맡기지?”“하하, 그러게. 이 세상에는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소채은은 이 말들을 들으면서 누구보다 속상해하였다.밖은 이미 어두워졌다.초가을 날씨에 불어오는 찬바람은 제법 쌀쌀하게 느껴졌다.윤구주는 소채은 뒤에서 천천히 길을 걷고 있었다.지금 소채은에게 남은 재산이란 핸드폰이랑 가방 그리고 스카이 가든에 있는 물건들뿐이다.윤구주는 더 말할 나위 없었다.두 사람은 한마디도 없이 사십 분 동안이나 걸어서 스카이 가든으로 돌아왔다.돌아오자마자 소채은은 함부로 땅에 던졌던 돈들을 줍기 시작했다.한참을 주워서 겨우 50만 정도 모았다.널브러져 있는 잔돈들을 보면서 소채은은 절망한 듯 힘 없이 주저앉았다.“어떡해!”“이 정도밖에 없어. 내 차를 다시 가져오기엔 턱도 없다고!”소채은은 울먹거리며 말했다.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집에서는 카드를 정지시키며 중해그룹 조성훈과 결혼하라고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데 소채은은 돌아갈 수가 없었다.‘절대!’“내가 나가서 구걸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다시 돌아가지 않을 거야!”집 밖에서.윤구주는 창밖에 서서 야경을 보면서 중얼거렸다.“채은이를 도와줘야겠어!”잠시 후 소채은은 액세서리 상자를 들고 걸어 나왔다.“구주야. 나랑 같이 가줘!”윤구주는 소채은이 이 시간에 어디를 가려고 하자 놀라면서 물었다.“지금? 어디를?”“전당포!”소채은은 상자를 건네주면서 말했다.윤구주가 상자를 열자 소채은이 평시에 하고 다녔던 액세서리들이 보였다.여성 금시계, 진주 목걸이 그리고 많은 것들이 있었다.윤구주는 갑자기 깨우쳤다.“혹시 이걸 모두 전당포에 맡겨서
전화를 받은 사람은 강성 제일 갑부 주세호였다. 윤구주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주세호는 공손하게 대답했다.“저하!”“세호 씨! 내가 돈이 조금 필요한데 내일 스카이 가든으로 가져다주세요.”주세호는 이유도 묻지 않고 대답했다.“저하, 알겠습니다! 제가 뭘 또 도와 드리면 될까요?”“그리고 작은 일이 하나 있는데. 지금 SK그룹을 누가 책임지고 잇는지 그리고 SK그룹과 관련된 모른 상황을 다 알아봐 주세요.”윤구주가 말했다.“걱정 마십시오. 저하. 소인이 바로 알아보겠습니다!”“더 길게 말하지 않을게요. 어서 주무세요!”그리고 윤구주는 전화를 끊었다.윤구주는 고개를 들고 아직도 불이 켜져 있는 소채은의 방을 바라보면서 피씩 웃었다.다음날 아침.윤구주는 스카이 가든 문 앞에서 주세호를 기다렸다.이때, 가지런히 줄을 지은 차들이 윤구주 쪽으로 다가왔다.롤스로이스 팬텀을 시작으로 밴형 현금 수송차 네대가 줄을 지어 오고 있었다.이 모습을 본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렸다.“뭐야 이건 또?”윤구주가 중얼거리고 있는 순간 롤스로이스 차문이 열리더니 주세호가 빠르게 차에서 내려왔다. 주세로는 빠른 걸음으로 윤구주 앞으로 달려왔다.“저하!”강성 제일 갑부인 주세호가 윤구주에게 굽신거리며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하지만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세호 씨. 돈을 조금만 보내달라고 했는데 왜 차를 몰고 왔어요?”주세호는 으쓱거리며 말했다.“저하! 소인이 어제 깜빡하고 신용카드가 필요한지 현금이 필요한지 물어보지 못해서 그냥 다 가지고 왔습니다.”“저하! 저 네대의 현금 수송차에는 1800억이 있어요!”“저하가 만약 부족하다면 말씀하세요.”1800억이라는 소리를 듣고 윤구주는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미쳤어요? 주세호 씨! 돈을 조금만 보내달라고 했는데! 조금만! 그런데 현금 수송차 네대로? 그것도 1800억을?”“조금만! 조금만! 말을 못 알아들은 거예요?”주세호는 억울해하면서 중얼거렸다.“1800억은 적은 돈 아닌가요...?”윤
주세호는 웃으면서 말했다.“저하를 위해서라면 소인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이 영감탱이가 진짜! 그만 딸랑대고 들어가요 좀! ”윤구주는 주세호를 욕했지만 카드는 받았다.“알았으니깐 이 카드는 일단 받을게요.”윤구주가 블랙카드를 쓰겠다고 하자 주세호는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그리고 내가 SK그룹을 조사해 봐라는 건 어떻게 됐어요?”윤구주는 블랙카드를 넣으면서 물었다.주세호는 얼른 대답했다.“소인이 알아봤는데 지금 소씨 가문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소천홍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SK그룹은 제약을 위주로 하고 있지만 요즘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지금은 엄중한 파산위기에 들이닥쳤다고 합니다.”윤구주는 턱을 만지면서 말했다.“그렇구나!”“세호 씨! 내가 세호 씨더러 SK그룹을 인수해라면 할 수 있겠어요?”“저하! 저를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닙니까? 이런 자그마한 가족기업은 제가 하루에도 수십 개를 인수할 수 있죠!”윤구주는 주세호를 째려보았다.“저하, 그런데 왜 SK그룹에 흥미를 보이세요? 이미 다 죽어가는 기업 같은데.”주세호는 장사꾼으로서 무척 궁금해하였다.“그건 세호 씨가 신경 쓸 거 아니에요. 그냥 지금 빨리 SK그룹을 인수하기만 하세요. 그리고 인수한 다음 회사를 소채은 이름으로 넘겨주세요!”“네?”“소채은이 누군데요?”주세호는 너무 궁금하였지만 윤구주가 눈치를 주자 주세호는 더 묻지 않았다.“저하, 제가 또 도와드릴 것이 있나요?”주세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없어요! 이제 그만 가세요! 일 있으면 또 연락할게요!”윤구주는 손을 흔들며 주세호를 배웅해 주고 스카이 가든으로 돌아왔다.주세호는 90도 인사를 하다가 고개를 들어 스카이 가든을 보면서 투덜거렸다.“저하가 사는 집이 이게 뭐야! 너무 허접한데. 이제 내가 꼭 스카이 부동산을 인수해 버릴 거야! 우리 저하를 이런 곳에 살게 하다니. 말도 안 돼!”한참을 투덜거린 후 주세호는 롤스로이스를 타고 떠났다.집으로 돌아온 윤구주는 어떻게 이 블랙카드를 소채은에게
그녀는 옷을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래층에서 윤구주는 까망이와 놀고 있었다.소채은은 내려온 후 곧바로 윤구주를 향해 말했다.“구주야, 이리 와봐, 물어볼 게 있어.”윤구주가 그녀에게 다가갔다.그러자 소채은은 주머니에서 한 장의 블랙카드와 봉투를 꺼냈다.“이게 뭐야?”윤구주는 블랙카드를 보자 서둘러 말했다.“이건 오늘 아침에 어떤 노인이 당신한테 보낸 거야. 또 이 카드에 돈이 있으니 먼저 쓰라면서 말이야! 그래서 나는 당신이 자는 틈을 타서 문틈에 쑤셔 넣은 거고.”“어떤 노인이 나한테 보낸 거라고?”그 말을 듣자 소채은은 조금 의아해하며 서둘러 물었다.“어떤 노인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봤어?”그러자 윤구주는 제멋대로 지어내어 두루뭉술 둘러댔다.‘어이가 없네, 이른 아침에 누군가 나한테 블랙 카드를 보냈다고? 심지어 돈이 들어있는걸? 이게 무슨 장난이람?’“그럼 그 노인은 지금 어디에 있어?”소채은이 다시 물었다.“이미 일찍이 떠났는데?”손에 든 카드를 보며 소채은은 마구 의심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매우 현실적이고 신중한 사람으로서 아침 일찍 낯선 사람이 자신에게 친절하게 돈을 건넨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그러나 소채은은 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이윽고 그녀는 위층에서 옅은 화장을 한 후에, 액세서리 상자를 안고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구주야, 우리 전당포로 가자.”“응? 전당포에는 왜 또 가?”“허튼소리 하지 마, 우리 지금 수중에 50만 원밖에 없거든? 어제 그 밥값도 안 되는 돈이라고, 그러니 전당포에 가서 물건을 좀 맡기고 돈을 바꿔야지, 안 그럼 어떻게 살려고 그래?”“하지만, 아침에 이미 어떤 노인이 돈을 줬잖아!”“주긴 뭘 줘! 구주야 혹시 바보야? 모르는 사람이 괜히 돈을 줄 거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그러자 윤구주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누가 바보라고 그래!”하지만 결국 그는 감히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가자, 구주야.”그렇게 소채은은 윤구주에게 액세서리 상자를 건네준
대어가 일식점의 사장을 보자 소채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사장님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외상값을 드리려고요. 어제 일은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사장도 아주 좋은 사람이었는지라 선뜻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이윽고 그는 종업원에게 포스기와 결제 코드를 가져오라고 명령했다.그러나 소채은은 조금 전 전당포에서 현금을 받아왔기 때문에 온라인 지불을 할 수가 없었다.“사장님, 혹시 현금으로 결제 가능할까요?”그러자 사장이 흠칫하더니 이내 대답했다.“죄송하지만, 저희 식당은 카드나 온라인 결제만 가능해서요!”이 말에 소채은이 난처해하던 그때, 윤구주가 나섰다.“채은아, 그럼 카드로 결제하면 되잖아!”‘카드? 무슨 카드?’윤구주의 말에 소채은은 잠시 얼떨떨해졌다.곧이어 대어가의 사장이 거들어 말했다.“이분 말씀이 맞습니다. 카드 결제가 가장 좋아요!”말을 마치고 나서 그는 포스기를 가져왔다.하지만 소채은은 안색이 순간 어둡게 변하더니 얼른 윤구주를 끌고 한쪽으로 향했다.“윤구주 바보야? 내 은행 카드는 모두 가족들 때문에 정지당했잖아! 지금 무슨 카드가 있다고 그래?!”“오늘 아침에 받은 그 카드 말이야!”“뭐? 낯선 노인이 준 그 블랙 카드 말이야?”“맞아!”소채은은 어이가 없었다.‘미친 거 아니야? 정말 낯선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나한테 돈을 보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그러나 지금 대어가 일식점에서는 현금을 받지 않았고, 오직 카드나 온라인 결제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채은은 잠시 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결국 그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주세호가 보낸 블랙카드를 꺼내 식당 사장에게 건넸다.처음 카드를 받았을 때 사장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카드를 긁으려는 순간, 그는 위에 있는 에르메스의 그림과 함께 새겨진 이상한 흔적을 발견했다.“이건...?”사장은 견식이 넓은 사람이었다.이 카드를 몇 번 더 자세히 살펴보더니, 그의 두 눈이 순간 휘둥그레졌다.“카드 재질이 티타늄 합금 금속 재
“두 귀빈분께 죄송합니다, 전에는 저희 식당의 불찰이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일단 두 분을 대기실로 모실 테니 편히 쉬고 계시는 동안 저희가 이번 실수에 대한 보상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보상?’그 말을 듣고, 소채은은 다시 한번 경악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보상은 무슨 보상?”소채은이 의아해하며 답답해하자 윤구주가 피식 웃었다.“채은아, 우리는 일단 대기실로 가자고!”옆에 있던 사장은 그가 승낙하는 것을 보고 얼른 몸을 굽혀 말했다.“두 분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곧이어 사장은 서둘러 소채은과 윤구주를 데리고 식당의 가장 호화로운 대기실에 도착했다.그런 다음, 사장은 또 웨이터더러 얼른 좋은 커피 두 잔을 내오라고 하고, 과일 쟁반에 간식을 많이 담아 왔다!모든 준비를 마친 다음 그는 공손하게 자리를 떴다.사장의 이런 행동에 소채은은 어리둥절해졌다.“구주야,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사장님이 왜 갑자기 이상해지신 거지?”하지만 윤구주는 웃기만 할 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장이 또 그들을 찾아왔다.다만, 이번에 그의 손에는 정교하게 포장된 선물 세트가 하나 들려 있었고, 또한 소채은의 차 키도 들려 있었다.“귀하신 여사님, 죄송합니다. 어제는 저희가 뭘 모르고 여사님의 차를 담보로 받았네요. 보상의 의미로 어제의 식비는 모두 면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여사님께서 저희 식당에 오신다면 가장 호화로운 룸, 가장 존귀한 자리에서 만찬을 즐기실 수 있으며, 동시에 모든 소비는 저희 식당이 부담할 것입니다!”“네?”소채은은 순간 멍해지고 말았다!‘이게 뭐야 대체! 나는 그냥 밥값 내러 왔을 뿐인데, 갑자기 면제해 주겠다고 하지를 않나, 심지어 앞으로 언제든 공짜로 밥을 먹을 수 있다고? 미쳤나 봐!’“사장님, 진심이세요? 어제 저희가 분명 외상 했었잖아요!”그러나 사장은 오히려 더욱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여사님, 정말 너무 겸손하십니다. 여사님께서 저희 식당에 오신다는 것만으로도
말을 마친 천희수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소채은에게 전화했지만, 소채은의 휴대폰은 꺼져있었다.“얘가 왜 휴대폰은 끈 거야?”몇 번 전화를 더 해봐도 휴대폰은 여전히 꺼져있었다.천희수가 답답해하자, 그녀 옆에 있던 소청하가 상황 수습에 나섰다.“구주야, 걱정하지 마. 채은이 네가 너무 그리워서 산책하러 나갔나 보다. 아마 곧 돌아올 거야.”소채은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본 윤구주는 조금 서운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강성의 스카이가든, 이곳은 소채은이 소씨 가문에서 쫓겨 난 후 소채은과 윤구주가 함께 살았던 곳이었다.소채은과 그녀의 곁에 고분고분하게 누워있는 까망이가 지금 이곳에 있었다.윤구주가 혼자서 설국을 상대로 싸워 설국 전체를 화진의 속국으로 만들었다는 소식을 박창용한테서 들은 후부터 그녀는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약간 쓸쓸하기도 했다.기뻤던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이 세상의 위대한 영웅이라는 사실이었고, 쓸쓸했던 것은 자신이 윤구주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우두커니 소파에 앉아 있던 그녀는 하얀 다리를 껴안은 채 옆에 있던 까망이에게 물었다.“까망아, 그가 이제는 돌아오지 않겠지? 하긴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천하를 뒤흔든 구주왕의 배필로 전혀 어울리지 않긴 해. 사실, 나도 그가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평생 그와 함께 할 수 있을 텐데…”말하다 말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소채은은 다른 여자들과 달리 부귀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다.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녀의 바람은 단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오손도손 함께 살아가는 것이었다.그러나 윤구주가 평범한 사람이 아닌지라 당연히 그녀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그녀가 혼자서 흐느끼며 울고 있을 때 갑자기 ‘똑똑’하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소채은은 어리둥절했다.그녀의 옆에 있던 까망이도 극도로 흥분하여 문을 향해 멍멍 짖었다.“누구세요?”소채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이 스카이가든은 그녀만의 사적인 공간이어서 부모를 제외하고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그런
고함과 함께 살기 가득한 눈빛을 한 백경재는 즉시 공격 태세를 갖췄다.“백 선생, 날 죽이려고?”익숙한 목소리가 백경재의 귓가에 들려옴과 동시에 윤구주의 모습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이 늙은이가 꿈꾸고 있는 건가? 저하?”갑자기 나타난 예구주를 보더니 백경재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윤구주가 미소를 지으며 백경재에게 다가갔다.“뭐야? 고작 반년 못 봤는데 날 잊은 거야?”“제가 어찌 저하를 잊을 수 있겠습니까!”백경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저하가 정말로 강성으로 돌아왔다고요?”백경재는 여전히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당연하지. 나 윤구주 맞아.”윤구주가 싱긋 웃자, 백경재는 자기 얼굴을 꼬집었다.통증이 느껴지고서야 그는 비로소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맙소사! 저하가 돌아오다니! 저하가 정말로 돌아왔네요!”용인 빌리지의 내부를 향해 백경재는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주 회장님, 채은 씨, 규비 여신님, 어서 나와들 보세요. 저하가 돌아왔어요!”백경재의 말에 서둘러 뛰쳐나온 주세호, 연규비, 소청하 부부, 그리고 박창용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했다.“저하!”“내 사위가 정말로 돌아왔다고?”“저하가 돌아왔어!”익숙한 사람들을 바라보던 윤구주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그래. 나야. 이 윤구주가 왔어.”윤구주가 이렇게 갑자기 올 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우리 사위가 드디어 돌아왔네. 보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어.”윤구주를 보자마자 소청하는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네가 너무 보고 싶었어.”천희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물론 다른 사람들도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잠깐, 천후 맞지? 수천도 있네. 너희들이 왜 저하 옆에 있어?”윤구주 뒤에 박천후와 염수천이 있는 것을 박창용은 발견했다.“하하하! 당연히 저하와 함께 창용 씨를 뵈러 왔죠. 그나저나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저하의 소식을 가장 먼저 알았으면서도 왜 우리에게 알리지 않았어요?”박
박창용이 말했다.“저도 잘 몰라요. 북방군과 황성 금위군이 흑여산맥에서 철수했다는 사실 외에 저하에 대해서 저도 아는 것이 없어요. 지금까지 감가 무소식이에요.”대청마루에 있던 모든 사람의 얼굴에 실망이 가득했다.모두 윤구주를 만나고 싶었지만, 박창용처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조차도 윤구주의 행방을 모르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어휴. 언제면 저하를 만날 수 있을는지.”백경재가 탄식했다.다른 사람들도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허탈한 표정만큼은 감추지 못했다.…이때, 강성의 숨겨진 공항에 군용 헬기가 천천히 착륙하더니 군인들이 공항 외곽을 철저히 봉쇄하기 시작했다.그리고 공항 활주로에는 수십 명의 중무장한 군인들로 채워졌다.헬기의 문이 열리자, 3명의 영웅인 박천후, 염수천, 그리고 윤구주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박 총사령관님! 염 통령님!”소령으로 보이는 한 장교가 박천후와 염수천이 걸어 내려오는 것을 보더니 즉시 차려 자세를 취했다.하지만, 이 장교는 윤구주를 알아보지 못했다.박천후가 이 장교를 힐끗 쳐다보며 손을 흔들었다.“너희들은 이만 가봐.”“네!”그러자 두 줄의 군인들이 물러났다.“저하, 강성에 도착했어요.”윤구주를 향해 고개를 돌린 박천후가 공손하게 말했다.윤구주는 자리에 멈춰선 후, 강성의 하늘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한 번 했다.“드디어 그녀를 만나게 되는가? 용인 빌리지로 갈 테니 차 준비해.”“네!”차를 준비하라고 박천후가 서둘러 부하들에게 명령했다.박천후와 염수천을 데리고 용인 빌리지로 향하는 도중에 윤구주는 소채은과의 기이한 만남에 대한 에피소드와 강성에서 보냈던 날들을 두 사람에게 말했다.그러자 박천후가 감격에 찬 어조로 말했다.“저하의 얘기를 들어보니 채은 씨는 엄청 착하신 분이네. 그녀를 만난다면 감사 인사를 제대로 드려야겠어.”“그래.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염수천도 찬성했다.윤구주는 창밖의 익숙한 풍경을 바라보며 소채은을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알 리 없는 사람들은 박창용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설국의 선대 국주가 갑자기 붕어한 탓에 다른 새 국주를 임명했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새 국주가 여성이라던데.”주세호가 말했다.“주 회장의 말이 맞아. 그렇다면 설국의 젊은 국주가 왜 갑자기 붕어했는지는 알고 있나?”박창용이 또 묻자, 주세호가 이번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주세호는 사업가인지라 국정에 대해 알 리 없었다.“참수당했어!”박창용은 큰 소리로 말했다.“네? 설국의 선대 국주가 참수당했다고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네. 10국의 성원이었던 설국의 야심은 하늘을 찔렀어요. 특히 요 몇 년 동안에 우리 화진의 국경을 밥 먹듯이 침범한 탓에 그 대가를 치른 셈이죠. 이뿐만이 아니에요. 설국은 군신, 광명 신전 등 거물급 인사들까지 잃었어요. 당연히 이 모든 것은 한 화진 사람의 소행이고요.”이 말을 내뱉는 박창용의 목소리는 격앙된 상태였다.“그것이 정녕 사실이란 말인가요? 그렇다면 대체 누구의 소행이에요?”소청하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화진 사람 한 명이 설국을 상대로 싸워 설국의 국주를 참수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소청하의 질문에 박창용은 오히려 껄껄 웃으며 사람들에게 되물었다.“하하! 누가 이렇게 대단한 능력을 갖췄는지 여러분은 짐작이 가시나요?”“박 사령관님, 혹시 구주를 말씀하시는 건가요?”총명한 연규비가 물었다.“네? 저하라고요?”백경재가 외치자, 소채은은 물론 그 자리에 있던 주세호와 다른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박창용을 바라보았다.“저하를 잘 아는 사람은 역시 규비 여신님밖에 없네요. 맞아요. 설국의 국주를 참수하고 설국을 백 년 동안 우리 화진에게 굴복시키게 한 인물이 바로 저하에요.”박창용이 진실을 말하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홀로 한 나라와 맞선 데다 설국 국주의 목까지 베었다니!”“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설국을 백 년 동안 우리 화진의
박창용이 용인 빌리지에 온다는 소식이 퍼지자, 그가 윤구주의 소식을 가지고 왔을 것으로 생각한 백경재, 주세호, 그리고 소청하 부부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모두가 앉아 있는 대청마루에 연규비가 들어왔다.“규비 여신님, 박 사령관이 무슨 소식을 가지고 온대요? 저하에 관한 소식인가요?”백경재가 흥분에 가득 찬 목소리로 연규비에게 묻자, 연규비가 답했다.“자세한 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박 사령관의 말투로 보아 그런 것 같아요.”“하하! 이런 경사가 또 어디 있을까. 우리 저하의 소식이라니요.”감격에 겨운 듯 백경재의 눈가는 촉촉이 젖었다.물론 다른 사람들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서울로 떠난 반년이란 시간 동안에 윤구주는 문벌과 세가와 싸우느라 강성에 있는 식구들을 신경 쓰지 못했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이들을 버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저하가 저희를 버리지 않았다고 제가 말했잖아요.”주세호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모두가 대청마루에서 창용 부대의 총사령관인 박창용을 기다리고 있었다.한 시간이 흐른 뒤, 용인 빌리지의 아래에 3대의 지프 군용차가 나타났다.차 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차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군복을 입고 실탄 장착한 총을 지니고 있던 경비병들이었다.그러고 나서 우람한 체구를 갖춘 박창용이 차에서 내렸다.“사령관님, 도착했습니다.”경비병의 말에 박창용이 고개 들어 용인 빌리지를 올려다보았다.“저하가 떠난 이후로 한 번도 오지 않았으니 꽤 오랜만이네. 다들 저하를 그리워하고 있겠지?”말을 마친 후, 박창용은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이제 올라가 보자꾸나.”그는 경비병 몇 명과 함께 용인 빌리지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박창용과 경비병들이 용인 빌리지의 입구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 입구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백경재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박 사령관님, 이제야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말하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백경재를 바라보던 박창용은 하하거리며 웃었다.“백 대사님, 오랜만입니다.”“제가 얼마나 눈이 빠지게
“얘야, 이 어미도 네 아빠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그가 너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서울이 우리 화진의 수도란 사실을 너도 잘 알잖아. 그런 대도시에는 아름다운 여성들이 길가에 즐비했어. 다른 여자들이 구주를 채가지 않게 신경 좀 써야 할 거야.”천희수도 입을 열었다.이들의 재촉에도 소채은은 차분함을 잃지 않았다.“아빠, 엄마, 너무 멀리 갔어요. 저와 인연이라면 어떻게 해보겠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너무 연연하지 않겠어요. 그러니 구주와 저 사이의 문제를 두 분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부모로서 어떻게 자식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있겠니? 그를 바다에서 구해준 사람은 너야. 어찌 이리도 배은망덕할 수 있단 말이냐.”소청하가 말했다.“네 아빠 말이 맞아. 무슨 일이 있어도 널 버리면 안 되지.”부모의 말에 소채은은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회사 갈 거니까 저와 구주의 문제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마세요.”소채은은 말을 마치고 자리를 떴다.“채은아!”“채은아!”소청하와 천희수가 큰 소리로 외쳤지만, 소채은은 뒤돌아보지 않았다.방에서 빠져나온 후에도 머리는 여전히 윙윙거렸다.사실 그녀도 윤구주를 원했지만, 명성이 자자한 윤구주가 강성과 같은 소도시에 자리를 잡을 리 만무하다고 소채은은 생각했다.“내가 그의 배필로 자격이 없을지도 몰라.”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소채은의 눈에는 이슬이 맺혔다.이때, 갑자기 그녀의 뒤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채은 씨, 오늘에 일찍 퇴근하셨네요.”그녀가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우아한 각선미와 옥 같은 얼굴을 한 연규비가 보였다.길고 몸에 착 감긴 듯한 치마는 그녀의 S라인 몸매를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했다.연규비의 목소리에 소채은은 재빨리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고 고개를 돌렸다.“일이 바쁘지 않아 일찍 돌아왔어요.”“아. 정말요?”연규비는 소채은의 눈이 퉁퉁 부은 것을 발견했다.소채은은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채은 씨, 또 구주를 생각한 거예요?”연규비는 소채은에게 다가가
따르릉!이때, 소채은의 가방 안쪽에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그녀가 휴대폰을 꺼내 수신 버튼을 누르자, 휴대폰 너머에서는 천희수의 불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채은아, 너 어디야?”“밖에 있는데 무슨 일이세요?”소채은이 물었다.“네 아빠가 조금 전 쓰러져서 빨리 집으로 와야겠다.”“뭐라고요? 아빠가 쓰러지셨다고? 알았어요. 지금 당장 갈게요.”전화를 끊은 후, 소채은은 까망이와 함께 서둘러 자리를 떴다.“까망아, 어서 집에 가자.”…용인 빌리지, 회사에서 돌아온 소채은이 잰걸음으로 정원에 있던 천희수에게 다가가 물었다.“아빠가 쓰러졌다면서요? 지금 어디 있나요?”소청하가 쓰러졌다고 말했던 것은 소채은을 집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이들 부부가 꾸민 자작극이었다.딸의 물음에 천희수가 답했다.“점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글쎄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어.”“심각한가요? 아빠는 지금 어디 있는데요?”소채은은 다급히 물었다.“지금 침대에 누워있으니까 얼른 가보자꾸나.”그녀들이 소청하를 보러 안방에 갔더니 소청하는 꾀병을 부리며 침대에 누워있었다.“아빠! 괜찮으세요?”누워 있는 소청하를 본 소채은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채은이 왔구나. 난 괜찮으니 걱정 안 해도 돼.”소청하가 말했다.“쓰러졌는데 괜찮다니요. 제가 부축할 테니 지금 당장 병원 가요.”소채은은 소청하를 병원에 데려가려 했다.“그럴 필요 없어. 나 정말로 괜찮아.”아프지 않으니 당연히 병원 갈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쓰러지셨다면서요?”소채은이 말했다.“얘도 참, 내가 쓰러진 이유는 구주와 네 일 때문이야.”소청하는 한숨을 내쉬었다.“저랑 구주요?”소채은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래. 이 바보야. 생각 좀 해 봐. 구주가 서울에 간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네 아비인 내가 어찌 걱정 안 할 수가 있냐?”소청하의 말에 소채은은 그제야 그가 꾀병 부린 이유를 알 것 같았다.“채은아, 네 생각을 아빠한테 말해줄 수 있어?”소청하가 소채은
“뭐가 아니라는 거야? 잘 생각해 봐. 구주는 화진의 왕이지만 우리는 무명 가문이야. 뭐가 부족하다고 우리랑 엮이려 들겠어. 게다가 구주 주변의 사람들도 다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어. 연씨 성을 가진 여자도 TV에 나오는 톱스타보다 예쁘잖아. 구주가 구주왕이라는 신분을 등에 업고 있으니, 여자들이 줄을 선거지.”소청하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천희수는 걱정이 앞섰다.‘천하무적 화진의 구주왕과 강성의 무명 가문이라… 천지 차이네.’이런 생각 하며 천희수가 입을 열었다.“그러면 이제 어떡하면 될까요?”소청하가 잠시 생각한 뒤 말을 꺼냈다.“이 일은 그와 인연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해. 우리 딸이 나서야 한다는 말이야.”“채은이가요?”천희수는 어리둥절했다.“그래. 구주를 구한 건 우리 딸이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딸을 버리면 안 되지. 그나저나 지금 당장 채은에게 전화해서 오라 해!”“하지만 채은이 회사 일 때문에 바쁘잖아요?”“당신 바보야? 회사 일보다 구주의 일이 더 중요해. 그가 우리 화진의 구주왕이자 나라를 구한 영웅이라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구주가 우리 소씨 가문의 사위가 된다면 우리 가문을 빛내는 일인데 뭔 얼어 죽을 회사야!”천희수는 소청하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알았어요. 그러면 지금 채은에게 전화해서 오라고 할게요.”천희수는 말하면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전화해서 당장 오라 해. 만약 오지 못하겠다면 서울로 가서 구주를 찾으라고 하고. 하늘이 두 쪽 나도 구주가 우리 딸을 버리면 안 돼.”소청하가 말했다.…강성의 해변, 한 여자가 해변에 홀로 앉아 있었다.바닷바람이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을 스치자, 휘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났다.그 여자는 바로 이른 아침에 회의를 마치고 홀로 해변에 온 소채은이었다.이 해변은 그녀와 윤구주가 처음 만난 곳이기도 했다.그 당시 그녀가 이 자리에 앉아 있다가 해변에 떠 있는 윤구주를 발견했던 것이었다.그때의 생각에 눈시울이 약간 붉어
주세호가 경호원들과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자, 소청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주 회장님이 오셨네요. 어서 안으로 드세요.”주세호가 웃으며 말했다.“아니야. 마침 이 앞을 지나다가 들른 거야.”주세호가 말하면서 손을 휘젓자, 그의 뒤에 있던 경호원들이 선물 박스와 고급 영양제들을 꺼냈다.“뭘 또 이런 걸. 지난번에 보내주신 것들도 아직 남았는데.”말은 그렇게 해도 소청하는 주세호가 준 비싼 물품들을 챙기기에 급급했다.“제 사위가 서울로 떠난 이후로 우리 가족을 돌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주 회장님.”소청하는 감격을 금치 못했다.그는 윤구주를 외부인 취급하지 않고 사위라 불렀다.“별말을 다 하고 그래. 난 그저 내 할 일을 했을 뿐이야.”주세호가 말했다.“어쨌든 감사합니다. 아! 맞다. 주 회장님, 최근에 제 사위에 대한 소식은 없나요?”소청하가 물었다.윤구주가 서울로 간 후부터 소청하는 윤구주의 소식을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윤구주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자신의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되기 때문이었다.‘윤구주는 화진의 구주왕이야. 이렇게 좋은 신분을 가진 그를 소씨 가문의 사위로 삼는다면 우리 가문에 날개를 단 셈이지. 게다가 몇 대에 걸쳐 부귀영화도 누릴 수 있을 거야.’소청하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윤구주의 소식을 묻는 그의 질문에 주세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미안해. 나도 통 연락이 안 되네.”“그럴 리가요. 주 회장님, 구주가 서울에 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왜 여태 안 돌아오는 걸까요? 주 회장님은 친구도 많고 인맥도 넓으니까 제 사위가 서울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사업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봐 줄 수 있나요?”“조급해하지 마. 난 저하를 믿어. 그가 일을 마치고 나면 반드시 너희들을 보러 올 거야.”소청하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주세호는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았다.“회사 쪽에 일이 있으니 먼저 갈게.”주세호가 핑계를 대고 떠난 후, 초조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