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사기! 구타! 부모님이랑 손절. 소채은은 자기와 아무런 관련도 없을 단어일 줄 알았는데 오늘 모두 체험하게 되었다. 그것도 오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 모든 일들이 벌어졌다.차에 올라타 집을 떠나려고 하는 순간 소채은은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놀라움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윤구주는 옆에 앉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걱정스럽게 소채은을 바라봤다.이 모든 걸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윤구주도 알기에 묵묵히 지켜만 봤다.둘은 스카이 가든으로 돌아왔다.문이 열리는 순간 소채은은 긴장이 풀렸는지 눈앞이 까맣게 보이더니 갑자기 쓰러졌다.윤구주는 얼른 소채은을 안고 괜찮은지 살펴보았다.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다행이다. 충격을 받아서 잠시 기절한 것 같네!”소채은을 침대에 눕히고 윤구주는 자신의 내력을 소채은에게 옮겨주며 묵묵히 깨어나기를 기다렸다.침대 위에서.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했는지 소채은의 얼굴은 불그스레 생기를 띠였다.아기 피부 같은 얼굴에 지워지지 않은 눈물 자국이 유난히 눈에 띄였다.소채은은 사진처럼 아름다운 이목구비에 앵두 같은 입술 그리고 귀여움까지 더해져 그녀를 바라보는 윤구주의 심장은 쿵쾅거렸다.윤구주는 그렇게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봤다.권력의 상징인 구주왕으로써 수많은 여자를 봤지만 소채은만큼 윤구주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사람은 여태까지 없었다.그리고 소채은은 윤구주 신분도 모르고 기억을 잃은 자동차 수리원으로 알고 있는 것조차 귀여워 보였다.이런 생각을 하면서 윤구주는 피씩 웃었다.하지만 소채은의 지독한 친척들과 이기적인 부모님들 그리고 소채은을 괴롭혔던 사람들 생각만 하면 윤구주는 이를 갈았다.“바보야, 날 믿어. 지금부터 내가 널 지킬게!”윤구주는 혼자 중얼거렸다.시간은 똑딱똑딱 지나 벌써 해가 졌다. 이때 소채은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깨났어?”소채은이 눈을 뜨자 윤구주가 기뻐하며 물었다.소채은은 두리번 대다가 낯선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인식하고 깜짝 놀라면서 옷부
그리고 윤구주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어떡해! 어떡해! 이번에는 진짜로 끝이야!”“다 너 때문에 이런 거야! 왜 가라고 할 때 안 갔어? 지금 거짓말인 게 들켰을 뿐만 아니라 우리 엄마 아빠까지 나를 버렸어!”“아아아아!”“어떡해! 나 이제 어떡해!”소채은은 말하다가 또 울기 시작했다.윤구주는 얼른 소채은을 위로하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너를 챙겨준다니깐!”“기억도 잃은 사람이 무슨 능력으로 나를 챙겨?”“미쳤다. 진짜! 내가 왜 이런 놈이랑 가출했지? 그리고 네 손까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손을 잡았어!”윤구주는 소채은이 한참 울고 난 후 말했다.“혹시 나랑 같이 나온 걸 후회하는 건 아니지? 지금 후회해도 늦지 않았어.”후회한다고 말할 줄 알았던 소은채가 갑자기 쿠션을 던지면서 말했다.“후회하긴 뭘 후회해! 저기 윤구주씨! 나를 불러내놓고 챙겨주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지. 안 그래?”“네가 누구인지는 모르겠는데. 네 기억이 돌아오든 말든.”“나는 이제 엄마 아빠도 그리고 모든 걸 잃었으니깐 너까지 날 버리면 안 돼!”“흑흑...”소채은 또다시 울기 시작했다.윤구주는 소채은의 말을 듣자 환하게 웃었다.‘바보! 후회한 거 아니구나!’“네가 후회하지 않는다면 나는 널 버리지 않는다는 약속을 꼭 지킬 거야!”윤구주의 다짐을 듣고 소채은 반신반의하면서 말했다.“이런 말 다른 여자한테도 해봤지? 내가 이 말에 홀려서 넘어간 거 보면 많이 해본 솜씨네. 네가 잘생기지만 않았어도, 누가 네 손을 잡아!”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웃어? 나를 불러내서 뭐 하자는 거야?”소채은이 계속 묻자 윤구주는 입을 틀어막았다.그 모습을 본 소채은은 만족한 듯 말했다.“흥! 이제 좀 마음에 드는군!”소채은은 허리에 손을 얹고 침대 위에서 뛰어 내려왔다.“따라와! 일단 우리 서로 똑바로 말해 보자.”윤구주는 소채은을 따라 거실로 걸어 나왔다.두 사람이 거실에 마주 앉아 있는 모습은 묘하게 웃겨 보였다.“지
윤구주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바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가 소채은을 만지고 괴롭힌다고? 구주왕 윤구주가 그럴 사람이 아니지!’하지만 소채은은 진실을 모르기 때문에 허리에 손을 짚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앞으로 집에서든 밖에서든 내가 하는 말을 무조건 들어야 해. 나한테 상처 줘도 안되고 욕해도 안돼!”“맞다! 제일 중요한 건 우리가 앞으로 같이 있게 되면 다른 여자한테 잘해주면 안 돼! 그러면 나한테는 너무나 큰 상처가 될 거야! 나는 너를 위해 모든 걸 포기해서 지금 아무도 곁에 없는데!”소채은은 말하다가 또 울기 시작했다.귀엽고 엉뚱한 소채은을 보면서 윤구주는 웃음을 참으려고 노력했다.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래! 다 네가 말하는 대로 할게!”“진짜?”윤구주가 흔쾌히 대답하는 걸 보면서 소채은은 울음을 그쳤다.“진짜!”윤구주는 사랑스럽게 대답했다.“헤헷! 바로 그거지! 내가 사람을 잘못본 게 아니네!”소채은은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너무 오래 울었던 탓에 눈이 팅팅 부어오른 소채은은 더 귀여워 보였다.이런 소채은을 바라보면서 오랫동안 설레지 않았던 윤구주의 마음은 다시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솔직히 말하면 소채은의 비주얼과 몸매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그게 아니면 중해그룹 조성훈이 이 처럼 소채은한테 집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머리가... 한마디로 정리하기가 힘들었다.윤구주는 소채은의 아름다운 얼굴을 넋을 잃고 바라보자 소채은은 물었다.“저기 기억상실증 윤구주씨! 왜 그렇게 나를 쳐다봐?”“예뻐서!’“쳇!”“장난치지 마. 지금 기분 더럽게 나쁜데 네가 계속 장난치면 가만 안 둘 거야!”소채은은 귀찮은 척하였지만 속으로는 기분이 좋아서 얼굴이 불그스레 해졌다.“근데 고마워!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됐던 오늘은 참 고마웠어!”“나를 난감한 상황에서 몇 번이나 구해준 것도 그리고 조성훈 그 새끼를 처리해 준 것도 다 고마워!”“비록 지금 우리 엄마
이십 분 후, 소채은은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캐주얼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포니테일을 한 소채은의 모습은 너무 이뻤다.소채은은 걸어 나오면서 윤구주에게 말했다.“구주야. 배 안 고파?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나자가!”마침 배가 고팠던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이였다.두 사람은 차를 타고 맛있는 대어가 일식집으로 향했다.대어가 일식집은 강성에서 한집만 있는 고급 일식집이고 일반인들은 먹기 힘든 회원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소채은은 VIP룸으로 자리를 잡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모두 주문했다.소채은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미식은 모든 슬픔과 걱정을 치유할 수 있다.”그래서 오늘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소채은은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울 계획이었다.음식들로 한 상을 가득 채운뒤 소채은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한 시간 즈음 지났을까, 소채은은 볼록해진 배를 만지며 만족스럽게 말했다.“너무 잘 먹었다. 구주야. 너는?”“나도 너무 잘 먹었어.”윤구주가 대답했다.“그럼 우리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그래!”“저기요. 계산할게요.”여성 웨이터 한분이 주문내역을 들고 걸어왔다.“고객님, 안녕하세요. 총 145만 원입니다.”거액의 식비가 나왔지만 소채은은 덤덤하게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며 웨이터에게 전해줬다.웨이터는 미소를 지으면서 카드를 받고 결제를 하려고 하는 순간 포스기에서 오류가 발생했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고객님, 죄송합니다. 이 카드는 사용불가한 카드라고 뜨는데요.”소채은은 멈칫하더니 별 다른 신경 쓰지 않고 다른 카드를 건네줬다.“그럼 이걸로 다시 결제해 보세요.”소채은은 카드가 워낙 많았다. 프리미엄 카드를 웨이터에게 건네고 결제를 하려는 순간 또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고객님, 죄송합니다. 이 카드도 사용불가네요.”‘뭐지?’소채은은 무척 당황했다.“그럴 리가요? 어제도 제가 이걸로 결제를 했는데!”하지만 웨이터는 고개를 저으며 결제불가라고 거듭 말했다.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소채은은 지갑에
소채은은 한시름을 놓으면서 말했다.“감사합니다!”소채은은 드디어 밥값을 결제할 수 있게 되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소채은이 몰고 왔던 미니 벤츠는 잠시 일식집에 맡겨둬야만 했다.두 사람이 일식집을 걸어 나갈 때 웨이터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이 둘의 옷차림을 보면 돈이 없어 보이지는 않은데? 왜 밥값도 결제 못해서 차를 맡기지?”“하하, 그러게. 이 세상에는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소채은은 이 말들을 들으면서 누구보다 속상해하였다.밖은 이미 어두워졌다.초가을 날씨에 불어오는 찬바람은 제법 쌀쌀하게 느껴졌다.윤구주는 소채은 뒤에서 천천히 길을 걷고 있었다.지금 소채은에게 남은 재산이란 핸드폰이랑 가방 그리고 스카이 가든에 있는 물건들뿐이다.윤구주는 더 말할 나위 없었다.두 사람은 한마디도 없이 사십 분 동안이나 걸어서 스카이 가든으로 돌아왔다.돌아오자마자 소채은은 함부로 땅에 던졌던 돈들을 줍기 시작했다.한참을 주워서 겨우 50만 정도 모았다.널브러져 있는 잔돈들을 보면서 소채은은 절망한 듯 힘 없이 주저앉았다.“어떡해!”“이 정도밖에 없어. 내 차를 다시 가져오기엔 턱도 없다고!”소채은은 울먹거리며 말했다.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집에서는 카드를 정지시키며 중해그룹 조성훈과 결혼하라고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데 소채은은 돌아갈 수가 없었다.‘절대!’“내가 나가서 구걸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다시 돌아가지 않을 거야!”집 밖에서.윤구주는 창밖에 서서 야경을 보면서 중얼거렸다.“채은이를 도와줘야겠어!”잠시 후 소채은은 액세서리 상자를 들고 걸어 나왔다.“구주야. 나랑 같이 가줘!”윤구주는 소채은이 이 시간에 어디를 가려고 하자 놀라면서 물었다.“지금? 어디를?”“전당포!”소채은은 상자를 건네주면서 말했다.윤구주가 상자를 열자 소채은이 평시에 하고 다녔던 액세서리들이 보였다.여성 금시계, 진주 목걸이 그리고 많은 것들이 있었다.윤구주는 갑자기 깨우쳤다.“혹시 이걸 모두 전당포에 맡겨서
전화를 받은 사람은 강성 제일 갑부 주세호였다. 윤구주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주세호는 공손하게 대답했다.“저하!”“세호 씨! 내가 돈이 조금 필요한데 내일 스카이 가든으로 가져다주세요.”주세호는 이유도 묻지 않고 대답했다.“저하, 알겠습니다! 제가 뭘 또 도와 드리면 될까요?”“그리고 작은 일이 하나 있는데. 지금 SK그룹을 누가 책임지고 잇는지 그리고 SK그룹과 관련된 모른 상황을 다 알아봐 주세요.”윤구주가 말했다.“걱정 마십시오. 저하. 소인이 바로 알아보겠습니다!”“더 길게 말하지 않을게요. 어서 주무세요!”그리고 윤구주는 전화를 끊었다.윤구주는 고개를 들고 아직도 불이 켜져 있는 소채은의 방을 바라보면서 피씩 웃었다.다음날 아침.윤구주는 스카이 가든 문 앞에서 주세호를 기다렸다.이때, 가지런히 줄을 지은 차들이 윤구주 쪽으로 다가왔다.롤스로이스 팬텀을 시작으로 밴형 현금 수송차 네대가 줄을 지어 오고 있었다.이 모습을 본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렸다.“뭐야 이건 또?”윤구주가 중얼거리고 있는 순간 롤스로이스 차문이 열리더니 주세호가 빠르게 차에서 내려왔다. 주세로는 빠른 걸음으로 윤구주 앞으로 달려왔다.“저하!”강성 제일 갑부인 주세호가 윤구주에게 굽신거리며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하지만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세호 씨. 돈을 조금만 보내달라고 했는데 왜 차를 몰고 왔어요?”주세호는 으쓱거리며 말했다.“저하! 소인이 어제 깜빡하고 신용카드가 필요한지 현금이 필요한지 물어보지 못해서 그냥 다 가지고 왔습니다.”“저하! 저 네대의 현금 수송차에는 1800억이 있어요!”“저하가 만약 부족하다면 말씀하세요.”1800억이라는 소리를 듣고 윤구주는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미쳤어요? 주세호 씨! 돈을 조금만 보내달라고 했는데! 조금만! 그런데 현금 수송차 네대로? 그것도 1800억을?”“조금만! 조금만! 말을 못 알아들은 거예요?”주세호는 억울해하면서 중얼거렸다.“1800억은 적은 돈 아닌가요...?”윤
주세호는 웃으면서 말했다.“저하를 위해서라면 소인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이 영감탱이가 진짜! 그만 딸랑대고 들어가요 좀! ”윤구주는 주세호를 욕했지만 카드는 받았다.“알았으니깐 이 카드는 일단 받을게요.”윤구주가 블랙카드를 쓰겠다고 하자 주세호는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그리고 내가 SK그룹을 조사해 봐라는 건 어떻게 됐어요?”윤구주는 블랙카드를 넣으면서 물었다.주세호는 얼른 대답했다.“소인이 알아봤는데 지금 소씨 가문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소천홍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SK그룹은 제약을 위주로 하고 있지만 요즘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지금은 엄중한 파산위기에 들이닥쳤다고 합니다.”윤구주는 턱을 만지면서 말했다.“그렇구나!”“세호 씨! 내가 세호 씨더러 SK그룹을 인수해라면 할 수 있겠어요?”“저하! 저를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닙니까? 이런 자그마한 가족기업은 제가 하루에도 수십 개를 인수할 수 있죠!”윤구주는 주세호를 째려보았다.“저하, 그런데 왜 SK그룹에 흥미를 보이세요? 이미 다 죽어가는 기업 같은데.”주세호는 장사꾼으로서 무척 궁금해하였다.“그건 세호 씨가 신경 쓸 거 아니에요. 그냥 지금 빨리 SK그룹을 인수하기만 하세요. 그리고 인수한 다음 회사를 소채은 이름으로 넘겨주세요!”“네?”“소채은이 누군데요?”주세호는 너무 궁금하였지만 윤구주가 눈치를 주자 주세호는 더 묻지 않았다.“저하, 제가 또 도와드릴 것이 있나요?”주세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없어요! 이제 그만 가세요! 일 있으면 또 연락할게요!”윤구주는 손을 흔들며 주세호를 배웅해 주고 스카이 가든으로 돌아왔다.주세호는 90도 인사를 하다가 고개를 들어 스카이 가든을 보면서 투덜거렸다.“저하가 사는 집이 이게 뭐야! 너무 허접한데. 이제 내가 꼭 스카이 부동산을 인수해 버릴 거야! 우리 저하를 이런 곳에 살게 하다니. 말도 안 돼!”한참을 투덜거린 후 주세호는 롤스로이스를 타고 떠났다.집으로 돌아온 윤구주는 어떻게 이 블랙카드를 소채은에게
그녀는 옷을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래층에서 윤구주는 까망이와 놀고 있었다.소채은은 내려온 후 곧바로 윤구주를 향해 말했다.“구주야, 이리 와봐, 물어볼 게 있어.”윤구주가 그녀에게 다가갔다.그러자 소채은은 주머니에서 한 장의 블랙카드와 봉투를 꺼냈다.“이게 뭐야?”윤구주는 블랙카드를 보자 서둘러 말했다.“이건 오늘 아침에 어떤 노인이 당신한테 보낸 거야. 또 이 카드에 돈이 있으니 먼저 쓰라면서 말이야! 그래서 나는 당신이 자는 틈을 타서 문틈에 쑤셔 넣은 거고.”“어떤 노인이 나한테 보낸 거라고?”그 말을 듣자 소채은은 조금 의아해하며 서둘러 물었다.“어떤 노인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봤어?”그러자 윤구주는 제멋대로 지어내어 두루뭉술 둘러댔다.‘어이가 없네, 이른 아침에 누군가 나한테 블랙 카드를 보냈다고? 심지어 돈이 들어있는걸? 이게 무슨 장난이람?’“그럼 그 노인은 지금 어디에 있어?”소채은이 다시 물었다.“이미 일찍이 떠났는데?”손에 든 카드를 보며 소채은은 마구 의심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매우 현실적이고 신중한 사람으로서 아침 일찍 낯선 사람이 자신에게 친절하게 돈을 건넨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그러나 소채은은 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이윽고 그녀는 위층에서 옅은 화장을 한 후에, 액세서리 상자를 안고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구주야, 우리 전당포로 가자.”“응? 전당포에는 왜 또 가?”“허튼소리 하지 마, 우리 지금 수중에 50만 원밖에 없거든? 어제 그 밥값도 안 되는 돈이라고, 그러니 전당포에 가서 물건을 좀 맡기고 돈을 바꿔야지, 안 그럼 어떻게 살려고 그래?”“하지만, 아침에 이미 어떤 노인이 돈을 줬잖아!”“주긴 뭘 줘! 구주야 혹시 바보야? 모르는 사람이 괜히 돈을 줄 거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그러자 윤구주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누가 바보라고 그래!”하지만 결국 그는 감히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가자, 구주야.”그렇게 소채은은 윤구주에게 액세서리 상자를 건네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