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의 다른 쪽 팔이 부러지는 소리가 또 들려왔다.몇 초 안 되는 사이에 많은 일이 벌어졌다.한때 이 바닥을 휩쓸며 십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임스의 두 팔은 모두 부러졌다!이 모습을 바라본 조성훈은 무서움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그리고 소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하지만 윤구주는 덤덤하게 말했다.“내 손발을 가져가고 싶다며?”“좋아!”“그럼 두 손은 이미 줬고 이젠 두발 차례이지!”말이 끝나자마자 눈 깜짝할 사이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조성훈 앞으로 날아가 떨어졌다.바로 제임스였다.두 손 두 발을 모두 못쓰게 된 제임스는 고통스러워하며 소리를 질렀다.한때 이 바닥을 휩쓸었던 일인자이자 조성훈이 가장 아끼는 일 번 타자가 이렇게 두 손 두 발을 못쓰게 된 채 조성훈 앞에 누워있다.조성훈은 이런 상황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충격이 가시지 않은 조성훈은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을 쳤다.윤구주는 조성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이젠 네 차례야!”그리고 한걸음 한걸음 조성훈에게로 다가갔다.조성훈은 당황했다!“너... 너... 함부로 하지 마!”“나는 조성훈이야! 우리 아버지는 중해그룹 대표이고. 네가 내 털끝 하나 다쳤다간 우리 집에서 너를...”조성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구주는 조성훈을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아까 그렇게 내 손발을 부러뜨리고 엎드려 절하라고 큰소리를 치더니. 이젠 네 차례야!”윤구주가 손에 힘을 주는 순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중해 그룹 도련님인 조성훈이 죽은 개처럼 윤구주 앞에 엎드려 있었다. 조성훈은 무릎이 부서지는 아픔에 눈물 코물을 흘리면서 괴로워했다.“한 번만 말할게. 잘 들어!”“살려주세요라고 해봐!”“아니면 널 죽일 거야!”윤구주는 조성훈의 머리를 밟으면서 말했다.위풍당당하던 중해 그룹 도련님이 이렇게 머리를 땅에 박은채 비참하게 말했다.“제... 제... 발 살려주세요!”그제야 윤구주가 말했다.“그래도 눈치가 있는 걸 봐서 오늘은 살려
가출! 사기! 구타! 부모님이랑 손절. 소채은은 자기와 아무런 관련도 없을 단어일 줄 알았는데 오늘 모두 체험하게 되었다. 그것도 오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 모든 일들이 벌어졌다.차에 올라타 집을 떠나려고 하는 순간 소채은은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놀라움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윤구주는 옆에 앉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걱정스럽게 소채은을 바라봤다.이 모든 걸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윤구주도 알기에 묵묵히 지켜만 봤다.둘은 스카이 가든으로 돌아왔다.문이 열리는 순간 소채은은 긴장이 풀렸는지 눈앞이 까맣게 보이더니 갑자기 쓰러졌다.윤구주는 얼른 소채은을 안고 괜찮은지 살펴보았다.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다행이다. 충격을 받아서 잠시 기절한 것 같네!”소채은을 침대에 눕히고 윤구주는 자신의 내력을 소채은에게 옮겨주며 묵묵히 깨어나기를 기다렸다.침대 위에서.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했는지 소채은의 얼굴은 불그스레 생기를 띠였다.아기 피부 같은 얼굴에 지워지지 않은 눈물 자국이 유난히 눈에 띄였다.소채은은 사진처럼 아름다운 이목구비에 앵두 같은 입술 그리고 귀여움까지 더해져 그녀를 바라보는 윤구주의 심장은 쿵쾅거렸다.윤구주는 그렇게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봤다.권력의 상징인 구주왕으로써 수많은 여자를 봤지만 소채은만큼 윤구주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사람은 여태까지 없었다.그리고 소채은은 윤구주 신분도 모르고 기억을 잃은 자동차 수리원으로 알고 있는 것조차 귀여워 보였다.이런 생각을 하면서 윤구주는 피씩 웃었다.하지만 소채은의 지독한 친척들과 이기적인 부모님들 그리고 소채은을 괴롭혔던 사람들 생각만 하면 윤구주는 이를 갈았다.“바보야, 날 믿어. 지금부터 내가 널 지킬게!”윤구주는 혼자 중얼거렸다.시간은 똑딱똑딱 지나 벌써 해가 졌다. 이때 소채은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깨났어?”소채은이 눈을 뜨자 윤구주가 기뻐하며 물었다.소채은은 두리번 대다가 낯선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인식하고 깜짝 놀라면서 옷부
그리고 윤구주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어떡해! 어떡해! 이번에는 진짜로 끝이야!”“다 너 때문에 이런 거야! 왜 가라고 할 때 안 갔어? 지금 거짓말인 게 들켰을 뿐만 아니라 우리 엄마 아빠까지 나를 버렸어!”“아아아아!”“어떡해! 나 이제 어떡해!”소채은은 말하다가 또 울기 시작했다.윤구주는 얼른 소채은을 위로하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너를 챙겨준다니깐!”“기억도 잃은 사람이 무슨 능력으로 나를 챙겨?”“미쳤다. 진짜! 내가 왜 이런 놈이랑 가출했지? 그리고 네 손까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손을 잡았어!”윤구주는 소채은이 한참 울고 난 후 말했다.“혹시 나랑 같이 나온 걸 후회하는 건 아니지? 지금 후회해도 늦지 않았어.”후회한다고 말할 줄 알았던 소은채가 갑자기 쿠션을 던지면서 말했다.“후회하긴 뭘 후회해! 저기 윤구주씨! 나를 불러내놓고 챙겨주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지. 안 그래?”“네가 누구인지는 모르겠는데. 네 기억이 돌아오든 말든.”“나는 이제 엄마 아빠도 그리고 모든 걸 잃었으니깐 너까지 날 버리면 안 돼!”“흑흑...”소채은 또다시 울기 시작했다.윤구주는 소채은의 말을 듣자 환하게 웃었다.‘바보! 후회한 거 아니구나!’“네가 후회하지 않는다면 나는 널 버리지 않는다는 약속을 꼭 지킬 거야!”윤구주의 다짐을 듣고 소채은 반신반의하면서 말했다.“이런 말 다른 여자한테도 해봤지? 내가 이 말에 홀려서 넘어간 거 보면 많이 해본 솜씨네. 네가 잘생기지만 않았어도, 누가 네 손을 잡아!”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웃어? 나를 불러내서 뭐 하자는 거야?”소채은이 계속 묻자 윤구주는 입을 틀어막았다.그 모습을 본 소채은은 만족한 듯 말했다.“흥! 이제 좀 마음에 드는군!”소채은은 허리에 손을 얹고 침대 위에서 뛰어 내려왔다.“따라와! 일단 우리 서로 똑바로 말해 보자.”윤구주는 소채은을 따라 거실로 걸어 나왔다.두 사람이 거실에 마주 앉아 있는 모습은 묘하게 웃겨 보였다.“지
윤구주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바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가 소채은을 만지고 괴롭힌다고? 구주왕 윤구주가 그럴 사람이 아니지!’하지만 소채은은 진실을 모르기 때문에 허리에 손을 짚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앞으로 집에서든 밖에서든 내가 하는 말을 무조건 들어야 해. 나한테 상처 줘도 안되고 욕해도 안돼!”“맞다! 제일 중요한 건 우리가 앞으로 같이 있게 되면 다른 여자한테 잘해주면 안 돼! 그러면 나한테는 너무나 큰 상처가 될 거야! 나는 너를 위해 모든 걸 포기해서 지금 아무도 곁에 없는데!”소채은은 말하다가 또 울기 시작했다.귀엽고 엉뚱한 소채은을 보면서 윤구주는 웃음을 참으려고 노력했다.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래! 다 네가 말하는 대로 할게!”“진짜?”윤구주가 흔쾌히 대답하는 걸 보면서 소채은은 울음을 그쳤다.“진짜!”윤구주는 사랑스럽게 대답했다.“헤헷! 바로 그거지! 내가 사람을 잘못본 게 아니네!”소채은은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너무 오래 울었던 탓에 눈이 팅팅 부어오른 소채은은 더 귀여워 보였다.이런 소채은을 바라보면서 오랫동안 설레지 않았던 윤구주의 마음은 다시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솔직히 말하면 소채은의 비주얼과 몸매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그게 아니면 중해그룹 조성훈이 이 처럼 소채은한테 집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머리가... 한마디로 정리하기가 힘들었다.윤구주는 소채은의 아름다운 얼굴을 넋을 잃고 바라보자 소채은은 물었다.“저기 기억상실증 윤구주씨! 왜 그렇게 나를 쳐다봐?”“예뻐서!’“쳇!”“장난치지 마. 지금 기분 더럽게 나쁜데 네가 계속 장난치면 가만 안 둘 거야!”소채은은 귀찮은 척하였지만 속으로는 기분이 좋아서 얼굴이 불그스레 해졌다.“근데 고마워!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됐던 오늘은 참 고마웠어!”“나를 난감한 상황에서 몇 번이나 구해준 것도 그리고 조성훈 그 새끼를 처리해 준 것도 다 고마워!”“비록 지금 우리 엄마
이십 분 후, 소채은은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캐주얼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포니테일을 한 소채은의 모습은 너무 이뻤다.소채은은 걸어 나오면서 윤구주에게 말했다.“구주야. 배 안 고파?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나자가!”마침 배가 고팠던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이였다.두 사람은 차를 타고 맛있는 대어가 일식집으로 향했다.대어가 일식집은 강성에서 한집만 있는 고급 일식집이고 일반인들은 먹기 힘든 회원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소채은은 VIP룸으로 자리를 잡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모두 주문했다.소채은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미식은 모든 슬픔과 걱정을 치유할 수 있다.”그래서 오늘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소채은은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울 계획이었다.음식들로 한 상을 가득 채운뒤 소채은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한 시간 즈음 지났을까, 소채은은 볼록해진 배를 만지며 만족스럽게 말했다.“너무 잘 먹었다. 구주야. 너는?”“나도 너무 잘 먹었어.”윤구주가 대답했다.“그럼 우리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그래!”“저기요. 계산할게요.”여성 웨이터 한분이 주문내역을 들고 걸어왔다.“고객님, 안녕하세요. 총 145만 원입니다.”거액의 식비가 나왔지만 소채은은 덤덤하게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며 웨이터에게 전해줬다.웨이터는 미소를 지으면서 카드를 받고 결제를 하려고 하는 순간 포스기에서 오류가 발생했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고객님, 죄송합니다. 이 카드는 사용불가한 카드라고 뜨는데요.”소채은은 멈칫하더니 별 다른 신경 쓰지 않고 다른 카드를 건네줬다.“그럼 이걸로 다시 결제해 보세요.”소채은은 카드가 워낙 많았다. 프리미엄 카드를 웨이터에게 건네고 결제를 하려는 순간 또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고객님, 죄송합니다. 이 카드도 사용불가네요.”‘뭐지?’소채은은 무척 당황했다.“그럴 리가요? 어제도 제가 이걸로 결제를 했는데!”하지만 웨이터는 고개를 저으며 결제불가라고 거듭 말했다.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소채은은 지갑에
소채은은 한시름을 놓으면서 말했다.“감사합니다!”소채은은 드디어 밥값을 결제할 수 있게 되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소채은이 몰고 왔던 미니 벤츠는 잠시 일식집에 맡겨둬야만 했다.두 사람이 일식집을 걸어 나갈 때 웨이터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이 둘의 옷차림을 보면 돈이 없어 보이지는 않은데? 왜 밥값도 결제 못해서 차를 맡기지?”“하하, 그러게. 이 세상에는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소채은은 이 말들을 들으면서 누구보다 속상해하였다.밖은 이미 어두워졌다.초가을 날씨에 불어오는 찬바람은 제법 쌀쌀하게 느껴졌다.윤구주는 소채은 뒤에서 천천히 길을 걷고 있었다.지금 소채은에게 남은 재산이란 핸드폰이랑 가방 그리고 스카이 가든에 있는 물건들뿐이다.윤구주는 더 말할 나위 없었다.두 사람은 한마디도 없이 사십 분 동안이나 걸어서 스카이 가든으로 돌아왔다.돌아오자마자 소채은은 함부로 땅에 던졌던 돈들을 줍기 시작했다.한참을 주워서 겨우 50만 정도 모았다.널브러져 있는 잔돈들을 보면서 소채은은 절망한 듯 힘 없이 주저앉았다.“어떡해!”“이 정도밖에 없어. 내 차를 다시 가져오기엔 턱도 없다고!”소채은은 울먹거리며 말했다.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집에서는 카드를 정지시키며 중해그룹 조성훈과 결혼하라고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데 소채은은 돌아갈 수가 없었다.‘절대!’“내가 나가서 구걸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다시 돌아가지 않을 거야!”집 밖에서.윤구주는 창밖에 서서 야경을 보면서 중얼거렸다.“채은이를 도와줘야겠어!”잠시 후 소채은은 액세서리 상자를 들고 걸어 나왔다.“구주야. 나랑 같이 가줘!”윤구주는 소채은이 이 시간에 어디를 가려고 하자 놀라면서 물었다.“지금? 어디를?”“전당포!”소채은은 상자를 건네주면서 말했다.윤구주가 상자를 열자 소채은이 평시에 하고 다녔던 액세서리들이 보였다.여성 금시계, 진주 목걸이 그리고 많은 것들이 있었다.윤구주는 갑자기 깨우쳤다.“혹시 이걸 모두 전당포에 맡겨서
전화를 받은 사람은 강성 제일 갑부 주세호였다. 윤구주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주세호는 공손하게 대답했다.“저하!”“세호 씨! 내가 돈이 조금 필요한데 내일 스카이 가든으로 가져다주세요.”주세호는 이유도 묻지 않고 대답했다.“저하, 알겠습니다! 제가 뭘 또 도와 드리면 될까요?”“그리고 작은 일이 하나 있는데. 지금 SK그룹을 누가 책임지고 잇는지 그리고 SK그룹과 관련된 모른 상황을 다 알아봐 주세요.”윤구주가 말했다.“걱정 마십시오. 저하. 소인이 바로 알아보겠습니다!”“더 길게 말하지 않을게요. 어서 주무세요!”그리고 윤구주는 전화를 끊었다.윤구주는 고개를 들고 아직도 불이 켜져 있는 소채은의 방을 바라보면서 피씩 웃었다.다음날 아침.윤구주는 스카이 가든 문 앞에서 주세호를 기다렸다.이때, 가지런히 줄을 지은 차들이 윤구주 쪽으로 다가왔다.롤스로이스 팬텀을 시작으로 밴형 현금 수송차 네대가 줄을 지어 오고 있었다.이 모습을 본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렸다.“뭐야 이건 또?”윤구주가 중얼거리고 있는 순간 롤스로이스 차문이 열리더니 주세호가 빠르게 차에서 내려왔다. 주세로는 빠른 걸음으로 윤구주 앞으로 달려왔다.“저하!”강성 제일 갑부인 주세호가 윤구주에게 굽신거리며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하지만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세호 씨. 돈을 조금만 보내달라고 했는데 왜 차를 몰고 왔어요?”주세호는 으쓱거리며 말했다.“저하! 소인이 어제 깜빡하고 신용카드가 필요한지 현금이 필요한지 물어보지 못해서 그냥 다 가지고 왔습니다.”“저하! 저 네대의 현금 수송차에는 1800억이 있어요!”“저하가 만약 부족하다면 말씀하세요.”1800억이라는 소리를 듣고 윤구주는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미쳤어요? 주세호 씨! 돈을 조금만 보내달라고 했는데! 조금만! 그런데 현금 수송차 네대로? 그것도 1800억을?”“조금만! 조금만! 말을 못 알아들은 거예요?”주세호는 억울해하면서 중얼거렸다.“1800억은 적은 돈 아닌가요...?”윤
주세호는 웃으면서 말했다.“저하를 위해서라면 소인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이 영감탱이가 진짜! 그만 딸랑대고 들어가요 좀! ”윤구주는 주세호를 욕했지만 카드는 받았다.“알았으니깐 이 카드는 일단 받을게요.”윤구주가 블랙카드를 쓰겠다고 하자 주세호는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그리고 내가 SK그룹을 조사해 봐라는 건 어떻게 됐어요?”윤구주는 블랙카드를 넣으면서 물었다.주세호는 얼른 대답했다.“소인이 알아봤는데 지금 소씨 가문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소천홍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SK그룹은 제약을 위주로 하고 있지만 요즘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지금은 엄중한 파산위기에 들이닥쳤다고 합니다.”윤구주는 턱을 만지면서 말했다.“그렇구나!”“세호 씨! 내가 세호 씨더러 SK그룹을 인수해라면 할 수 있겠어요?”“저하! 저를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닙니까? 이런 자그마한 가족기업은 제가 하루에도 수십 개를 인수할 수 있죠!”윤구주는 주세호를 째려보았다.“저하, 그런데 왜 SK그룹에 흥미를 보이세요? 이미 다 죽어가는 기업 같은데.”주세호는 장사꾼으로서 무척 궁금해하였다.“그건 세호 씨가 신경 쓸 거 아니에요. 그냥 지금 빨리 SK그룹을 인수하기만 하세요. 그리고 인수한 다음 회사를 소채은 이름으로 넘겨주세요!”“네?”“소채은이 누군데요?”주세호는 너무 궁금하였지만 윤구주가 눈치를 주자 주세호는 더 묻지 않았다.“저하, 제가 또 도와드릴 것이 있나요?”주세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없어요! 이제 그만 가세요! 일 있으면 또 연락할게요!”윤구주는 손을 흔들며 주세호를 배웅해 주고 스카이 가든으로 돌아왔다.주세호는 90도 인사를 하다가 고개를 들어 스카이 가든을 보면서 투덜거렸다.“저하가 사는 집이 이게 뭐야! 너무 허접한데. 이제 내가 꼭 스카이 부동산을 인수해 버릴 거야! 우리 저하를 이런 곳에 살게 하다니. 말도 안 돼!”한참을 투덜거린 후 주세호는 롤스로이스를 타고 떠났다.집으로 돌아온 윤구주는 어떻게 이 블랙카드를 소채은에게
“내가 남해에서 그 일로 고생하는 동안에 너는 동북 쪽으로 냅다 튀어서는 감히 날 구하러 왔다고 입을 놀려?” 윤구주가 곁으로 다가가자 무모한 백호는 씩 웃더니 고개를 돌려 냅다 도망쳤다.“어딜 도망가!”“으악!”태백산이 진동했다. 백호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휙!빙황의 위압감이 사라지자 주작은 재빨리 태백산 내부로 들어섰다. 원래는 왕을 지원하고 백호가 살아있는지나 볼 겸 왔다. 그런데 백호가 앞에서 도망가고 윤구주가 구름을 타고 뒤쫓으며 때때로 금빛 번개를 불러내어 공격하는 모습이 보였다.“이... 쯧! 백호 녀석, 내공이 이렇게 높았나? 이미 최고급 경지에 이르렀잖아!” 주작이 놀라며 말했다. 주작은 백호의 내공에 놀랐지만, 윤구주에게 호되게 얻어맞는 것에는 놀라지 않았다. 분명 윤구주가 그를 혼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 듯했다.“백호, 정말 ‘어리석은 자에게 복이 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군. 게다가 저 녀석은 목숨까지 아끼지 않으니, 두 가지를 모두 갖췄어. 정말 명줄이 긴 녀석이야.” 현무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역시 백호니까 저러고도 사는 것이라 생각했다. 현무나 주작이었다면 벌써 팔백 번은 죽고도 남았을 것이다.윤구주는 백호를 실컷 두들겨 패고 완전히 굴복시킨 후에야 세 사람을 데리고 태백산을 떠났다. 아까 거의 죽을 뻔했던 백호는 윤구주가 부르자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나더니, 덤으로 아직 기절해 있는 남궁서준을 등에 업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일행은 분계선의 최전선에 도착했다. 삼만 명의 흥주군이 이곳에 집결하여 대기하고 있었다. 윤구주가 도착하자 그동안의 긴장된 분위기는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타올랐다. 삼만 명의 병사들은 한껏 흥분해서 불타오르는 열정으로 구주왕의 이름을 우렁차게 외쳤다.설령 눈앞이 지옥이라 할지라도 윤구주가 명령만 내리면 이 삼만 명은 목숨을 걸고 맹렬히 돌진할 것이었다. 구주왕이 강림함과 동시에 세 명의 대군신이 함께하니, 이 싸움을 어떻게 질 수 있겠는가.분계선 문
이게 무슨 조건인가? 빙황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윤구주! 나는 신들의 황제다. 감히 네가 신령을 모독하다니. 하늘조차 너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수차례의 자극에 빙황은 마침내 전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정원을 속박된 빙룡에게 주입하자 기세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좋다! 나와 결전을 벌이겠다는 거냐? 죽고 싶다면 소원을 들어주마!"윤구주가 구양진룡결을 운용하자 아홉 마리의 신룡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아홉 마리의 용이 산을 압도했다. 빙황의 빙룡은 힘을 발휘하기도 전에 용의 기운에 소멸되었다. 빙황의 얼음 영역은 녹아내렸고, 비할 데 없는 용의 기운에 빙황의 몸은 속절없이 짓눌렸다."아아아! 윤구주, 네가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으냐!""빌어먹을 놈! 죽어라!"빙황은 필사적인 일격을 가했다. 자신의 음혼을 대가로 삼아 죽을 각오로 싸움에 뛰어들었다.그의 저항은 필연적으로 헛된 몸부림이었다. 아홉 마리의 용의 순수한 양기는 그의 음혼을 억눌렀다. 혼백을 바쳐서 사용한 금지된 술법은 용의 기운조차 뚫지 못했다."팔기지: 이화금안."동력이 발동하자, 금빛 불꽃이 나타났다. 이 불꽃은 만물을 태우고 멸한다. 음령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빙황의 음혼은 금빛 불꽃에 불태워졌다. 그 모습은 마치 불붙은 백지 같았다. 그가 저항할수록 타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그렇게 목신의 눈앞에서 빙황은 산 채로 조금씩 타들어 가며 죽었다.마지막 남은 잔념마저 불타 사라질 때까지.빙황은 추락했다. 신계에서 황제로 책봉될 정도로 강력했던 황자가 결국에는 털끝 하나 남지 않고 불태워졌다.목신은 이제야 윤구주가 얼마나 끔찍한 존재인지 깨달았다!그에게 맞섰다가는 이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니! 윤구주는 다시 목신 곁으로 돌아왔다.그저 눈빛을 마주친 것만으로도 목신은 똥오줌을 지릴 정도로 지레 겁을 먹었다.지난번에는 앙심을 품고 거짓으로 용서를 빌어 훗날 복수를 노렸다면, 이번에는 목신이 진심으로 겁에 질렸다.이
"거기서 멍하니 뭐 하는 거냐? 황자 빙황, 설마 네가 할 수 있는 게 고작 이 정도냐?" 빙황이 더 이상 공격하지 않자, 윤구주는 오히려 그를 재촉했다. "정말 너무하군! 윤구주, 받아라!" 쿵쿵! 한 마리의 빙룡이 다시 응집되었다. 목신의 장난감 같은 수준의 그것에 비해 이 빙룡은 생생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규모든 기세든 윤구주의 금룡과 견줄 만했다. "가짜 신은 역시 가짜 신일 뿐이다. 아직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신을 흉내 내는 것만은 있어 보이게 하는군." 윤구주는 냉소하며 몸을 솟구쳐서 날아오르며 부적술을 펼쳐 빙룡을 제압했다.불기운이 응집되며 지하의 영맥을 끌어올렸다. 윤구주의 조종 아래 치솟은 거대한 불기둥은 화염의 사슬로 변해 빙룡을 단단히 속박했다. "빙황! 네가 가진 수단이 더 없나? 내 앞에서 화형술 같은 건 소용없다고." 빙룡을 제압한 채로 윤구주는 다시금 빙황을 재촉했다. 빙황의 얼굴은 똥이라도 씹은 듯 일그러졌다. 윤구주는 분명히 손쉽게 그의 술법을 깰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힘을 낭비하며 그의 빙룡을 구속했다.이건 명백한 모욕이었다! "윤구주! 이 건방진 것아! 네가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인간계에는 황자가 없다. 설령 왕자라 해도 우리 곤륜 구역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너 역시 마찬가지다." "너는 신일 수는 있어. 하지만 우리 곤륜 구역은 결코 너를 왕으로 인정한 적 없다!" 빙황은 으르렁대며 외쳤다. "웃기는군. 애당초 내가 왕으로 책봉된 곳이 바로 곤륜 구역이었다. 그것도 너희 3도와 6신전이 함께 내린 칭호였는데. 이제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잊어버렸단 말인가?"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비웃으며 말했다. 빙황의 동공이 급격히 수축했다. 그는 한 가지 끔찍한 사실을 떠올렸다! 과거 윤구주가 왕으로 책봉됐을 때, 확실히 곤륜 구역에서 먼저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의 왕호조차 곤륜 구역이 내려준 것이었다! 그
곤륜 구역은 정통적인 수련 장소이며, 그곳에서 나온 자들은 수련자라 불릴 수 있다. 화진을 포함한 인간계의 수련자들은 무도에 속하는 자들로 무인이라 불릴 뿐이다. 같은 경지라 해도 천지의 영력을 흡수하는 성인이 무인을 압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이 성인이 윤구주를 인간계의 황제라 부르는 것이다.“이 말을 내가 수도 없이 반복했지만, 너희들은 신이 아니다. 단지 신인 척하는 가짜이고 굳이 칭호를 붙이자면 그냥 수련자일 뿐이지.”“결국 너희들은 인간이다. 인간이라면 규칙을 지켜야 한다.”“설령 이 세상에 진짜 신이 존재한다 해도 나, 이 윤구주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신을 마주했음에도 윤구주는 조금의 두려움도 없었다. 오히려 약간의 경멸이 담겨있음을 빙신전의 황자는 느꼈다.이건 엄청난 모독이었다.“좋다.” “네가 그렇게도 분수를 모른다면 빙황인 내가 널 죽여주지.” “그 덕에 신계의 다른 신전들이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이 아깝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너를 죽여 빙신전의 위엄을 세우겠다. 세상 사람들에게 신의 위엄을 거스르는 자가 어떤 최후를 맞이하는지 보여주마!”빙황이 발동하자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가 퍼졌다. 백호조차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현모는 자신들의 역할을 알고 있었다.그들이 해야 할 일은 돕는 것이 아니라 윤구주에게 불필요한 짐을 지우지 않는 것이었다.그래서 억지로 백호를 끌고 지하 궁전의 가장 높은 층으로 돌아갔다. 비록 거리가 멀어졌음에도 그 한기는 여전히 견디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 황자의 대결에서 누가 더 우위에 설지 궁금해졌다.“스승님!”“하하하! 윤구주, 내 스승님께서 직접 나서셨으니, 죽을 각오는 되었겠지?”목신이 크게 웃었다.그가 보기에는 고작 인간계의 왕일 뿐인 윤구주가 신계의 황자를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윤구주는 반드시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었다.“죽을 각오? 그 각오를 해야 할 자는 너다.”“똑똑히 봐라. 황자 사이에도 격차가 존재한다. 그 격차는 네 스승이 평생 넘을 수 없는
죽음의 기운이 천지를 휘감았다. 윤구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디선가 나타난 쇠사슬이 네 호법의 몸을 휘감아 육체를 산산이 부수어 재로 만들어버렸다. 이제 그들은 영혼 상태로 윤구주와 맞서야 했다.웅!술법이 발동되자 네 호법의 영혼에서 혼력이 조금씩 빠져나가기 시작했다.이를 느낀 네 호법은 진정으로 목숨을 걸고 영혼을 불태워 윤구주의 금술을 깨부수려 했다.“그래, 이제야 제대로 목숨을 거는구나. 너희들이 힘을 합치면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웃기고 있네. 탕혼인!”윤구주가 인법을 펼치고 손짓을 하자 죽음의 인결이 네 호법에게 내려졌고 그들은 즉시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이것이 바로 구주왕인가?한 번의 손짓으로 네 명의 극 신급 강자의 영혼을 멸하다니.이 네 호법이 힘을 합쳐서 목신을 상대한다면 그는 반드시 목숨을 잃을 것이다.현모도 네 호법 중 가장 약한 한 명을 상대할 수 있을 뿐이다. 백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기껏해서 두 명의 호법과 생사를 건 싸움을 벌일 수 있고 그들이 함께 덤벼든다면 백호도 방법이 없다.이 장면은 어릴 적부터 신은 무적이라는 교육을 받아온 목신의 인식을 완전히 붕괴시켰다.인간은 하찮은 존재일 뿐이고 신은 무적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구주왕이 어떻게 신을 저리 쉽게 죽이는가?“이제 네 차례다. 네 스승이 나와서 널 구해주길 빌어라. 그렇지 않으면 네 목숨은 여기서 끝이다.”윤구주가 목신을 바라보며 죽음의 인결을 모았다.이렇게 오랫동안 말을 늘어놓은 이유는 목신의 스승인 황자를 끌어내기 위함이었다. 그의 스승이 곤륜에 숨어서 나오지 않는다면 윤구주도 그를 어찌할 수 없었기에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게 해야 했다.하지만 윤구주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네 호법을 처단하고 이제 목신을 처단할 차례였다.“스승님, 살려주십시오!”생사의 순간, 목신은 목이 터지라 울부짖었다.웅!신계로 향하는 문에서 눈 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신계로 향하는 문 속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가 천천히 걸어 나
목신은 감히 윤구주의 눈을 바라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 눈빛은 너무나도 무서워서 한 번 더 마주치기만 하면 윤구주가 묻지 않아도 스스로 모든 비밀을 털어놓을 것만 같았다.“네가 말하지 않겠다면 내가 말하마. 난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지만 널 풀어줄 수는 있다. 하지만 내가 전에 말했듯이 내가 너를 용서해도 하늘은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그 말을 들은 목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윤구주, 무슨 뜻이냐? 약속을 어기려는 거냐? 너와 나는 원수도 아닌데 왜 나한테 집착하는 거니? 설마 윤구주가 그런 소인배냐?”윤구주는 목신의 질문에 웃음을 지었다.“참 우습군. 네가 무슨 근거로 나와 원수가 아니라고 하는 거냐? 백호는 나의 부하이자 형제와도 같은 존재다. 네가 내 형제의 정혈을 빼앗으려 했으니 우리 사이에 어찌 원한이 없다고 할 수 있었겠냐?”목신은 어찌할 바를 몰라 버벅거렸다.“하지만 백호는 무사하잖아. 오히려 화를 면하고 극 신급 절정을 돌파했는데.”“화를 면했다고? 뭐 맞는 말이긴 하지. 하지만 그건 네 덕분이 아니야. 백호의 목숨은 백호 스스로 지켜낸 것이다. 그래도 말했듯이 나는 널 풀어줄 수는 있다. 너 같은 인물은 백 년이 지나도 천 년이 지나도 여전히 쓰레기일 뿐이니까. 너 같은 쓰레기는 내가 죽일 가치도 없어. 널 풀어줄 수는 있지만, 네가 다른 나라를 부추겨서 화진을 침략한 일은 어떻게 할 거냐?”목신이 급히 외쳤다.“내가 언제 화진을 침략했다는 거야?”“그 입 닥쳐. 너도 내가 화진의 왕이라는 걸 알잖아. 내가 군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걸 모를 리 없지. 네 계획이 내 눈을 속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니? 너는 우리 화진의 영토를 분열시키려 했고, 흥주 땅에 나라를 세우려 했지. 네가 내 땅을 빼앗으려 했는데 내가 널 놓아줄 수 있겠느냐? 게다가, 천자가 하늘에 명을 청하고 천하를 다스리던 시대는 지났다. 나는 옛날의 황제가 아니다. 그저 능력이 있는 화진의 한 사람일 뿐이다. 네가 내 집을 침략하고 두 나라 사
타고난 재능이니 배경이니, 그딴 것들은 주먹 앞에서 무용지물이다.실력이 모든 진리를 압도한다. 힘만 충분하다면 어떤 세력도 강자의 의지를 거스를 수 없다.“널 살려달라고 그러는 거야? 그렇다면 구걸을 해 봐라.”윤구주의 기세가 다시 치솟았다. 살벌한 살기가 내리치자 목신은 생각할 여유도 없이 울부짖으며 애걸했다.그가 용서를 빌자 천지가 갑자기 고요해졌다. 아까까지 생생하게 천지를 휘어잡던 신용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목숨을 위협하던 긴장감이 사라지자 목신은 비로소 숨을 내쉬며 털썩 주저앉았다.윤구주가 허공을 밟으며 목신 앞으로 다가왔다.지금이 윤구주를 기습할 절호의 찬스였지만 목신은 땅에 엎드린 채 부들부들 떨 뿐 감히 윤구주와 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화진 사람들이 천하다고 했지? 내 눈에는 네가 더 추잡해 보이는데. 기회 줄게. 어디 한번 덤벼 봐라. 반격하지 않을 테니까.”윤구주가 기운으로 그를 들어 올리더니 영기를 주입해 그의 실력을 회복시켰다. 하지만 윤구주가 손을 떼자마자 그는 다시 땅에 처박혔다.빙신전의 네 호법은 이 장면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그들은 목신의 도심이 산산조각 났다는 것을 눈치챘다. 지금부터 목신은 윤구주에게 짓눌려 더는 일어설 수 없게 될 것이다.도심이 무너진 자는 다시 일어서기 힘들었다. 도심을 되찾으려면 강한 의지력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참으로 한심하군. 허세만 가득한 쓸모없는 놈. 내 일격도 못 버티더니. 생존을 위한 투지조차 없단 말인가? 이것이 너희 빙신전의 후계자냐?”윤구주의 비웃음 소리가 산속에 울려 퍼졌다.목신은 아무 대답 없이 땅에 얼굴을 파묻은 채 엎드려 있다가 한참 뒤에 간신히 입을 열었다.“구주왕님, 약속을 지켜 주십시오.”“저하! 저자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마십시오.”백호가 참지 못하고 외쳤다. 무도니 예의니 그런 건 신과의 싸움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백호, 닥쳐라. 왕께서 네 놈과 같으시다고 생각하느냐?”현모가 그를 뒤로 끌어당겼다.윤구주는
목신이 술법을 펼치자 얼음의 용이 불길을 뿜어내며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목신님, 대단하십니다. 음양의 도를 깨달으셨군요. 이 도를 깨달으면 그 어떤 술법에도 밀리지 않을 것입니다. 같은 경지에서는 목신님이 무적이십니다.”대호법들이 감탄하며 말했다.역시 미래 빙신전의 주인다웠다. 인간 세상의 왕이 어떻게 신계의 천재와 견줄 수 있겠는가.빙신전의 도련님은 태어날 때부터 신이었다. 인간이 아무리 강해도 신과 빛을 다툴 수는 없을 것이다.목신의 자신만만한 일격을 마주한 윤구주의 얼굴에는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신? 이미 말했지만 너희는 그저 가짜 신일 뿐이다. 음양의 비술을 깨달았다고? 천지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이 천지를 주장하겠다고? 웃기지 마. 진짜 신이라 해도 나 윤구주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이제 너희에게 진짜 용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용어무극, 진용현신.”웅!용의 포효가 천지를 진동했고 용의 울음소리에 만물이 굴복했다.빙신전의 대호법들은 반응할 틈도 없이 용의 기세에 제압당해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이 장면을 본 현모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백호는 이를 갈며 울부짖었다.한 마리 금룡이 태백산에 나타났고 그 용의 비늘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진정한 용이 인간 세상에 강림한 듯했다. 이에 비하면 목신의 얼음의 용은 장난감처럼 초라해 보였다.불길이 윤구주의 몸에 닿기도 전에 얼음의 용이 스스로 사라졌다. 목신이 펼친 얼음의 영역도 빠르게 녹아내리며 무너졌다.진용의 위엄에 얼음의 용은 그 자리에서 무너졌고 용의 위압에 목신은 땅에 눌려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하늘에 떠 있는 윤구주는 태양처럼 눈 부셨고 그가 바로 이 천지의 유일한 신인 듯했다.“어떻게 이럴수가. 윤구주가 이렇게 강할 리 없어.”목신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의 인식 속에서 윤구주는 백호보다 약간 뛰어날 정도였다. 방금 백호가 극 신급 정정에 올랐으니 현재 백호의 경지가 윤구주를 뛰어넘어섰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백
빙신전에서 온 네 대호법은 목신 스승의 명령을 받들어 찾아왔기에 쉬이 나서서 목신을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방금까지 큰소리 치던 목신이 갑자기 입을 다물자 윤구주는 그의 속셈을 즉시 눈치챘다.“넌 현모와 백호를 두려워하는구나? 둘 다 듣거라. 이제 싸움을 시작하면 설령 목신이 나를 죽인다 해도 너희는 절대 나서지 마라.”윤구주가 현모와 백호를 바라보며 말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대화했다.‘진심이야? 저하께서 일대일로 결투를 하시겠다고? 저하께서 이런 식으로 현모와 놀아주다니.’반응이 빨랐던 현모가 백호를 끌어당겨 한쪽으로 물러났다.“백호, 넌 좀 가만히 있어. 저하의 계획을 망치지 마.”현모는 온갖 좋은 말로 불만으로 가득 찬 백호를 겨우 말렸다.이를 본 목신은 여전히 윤구주를 믿지 못하는 듯했다.“안심해, 나 윤구주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야. 너 설마 겁쟁이였냐? 신계의 천재가 이 정도 기백도 없어? 인간 세상의 왕인 나보다도 못하구나.”윤구주가 비웃으며 말했다.“그래 좋아. 이건 네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것이다. 지금 바로 너의 소원을 들어주마.”목신은 결심을 내렸다. 설령 함정이었다 해도 세 사람이 힘을 모아서 목신을 공격하면 네 대호법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함께 싸워도 여전히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다.“윤구주, 네가 검술의 고수일뿐만 아니라 술법에도 천부가 있다는 걸 안다. 그러니 우리 둘의 대결에는 어떤 수단도 제한하지 않는다. 이번 싸움에서 우리는 승패를 가릴 뿐만 아니라 생사를 결정짓는다. 어떠냐?”목신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이미 신술을 준비하고 있었다.“문제없어. 지금 여기서는 네가 주인이야. 내가 너에게 그 권리를 주겠다.”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을 들은 목신은 이를 악물었다.‘정말 오만방자한 놈이로군. 나는 신이다. 인간이 나에게 권리를 준다고?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 이상했기에 네 대호법은 은밀하게 눈짓으로 의사를 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