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에 세나스는 멍해졌다.세나미의 말대로 윤구주는 홀로 설국의 병사 수천 명을 죽였고 흑여산맥에 있는 설국의 진영 십여 개를 없앴다.게다가 설국의 노련한 절정 강자 길든마저 단숨에 죽어서 성벽에 걸렸다.구주왕을 제외하면 누가 과연 이런 짓을 벌일 수 있을까?그런 생각이 들자 세나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러니까 아버지,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요. 지금 떠나지 않으면 늦을지도 몰라요.”세나미는 계속해 설득했다.세나스가 말했다.“하지만 우리가 떠나면 넌 어떡하니?”“저요...?”세나미는 쓴웃음을 지었다.윤구주의 생사인에 당했으니 세나미에게는 도망칠 기회가 전혀 없었다.그녀가 세상 끝까지 도망친다고 해도 윤구주는 생각 한번 하는 것으로 그녀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었다.그녀로서는 도망칠 구석이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아버지가 걱정하지 않게끔 말했다.“전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제가 알아서 그 악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게요. 아버지는 그냥 제 말대로 빨리 이곳을 떠나시면 돼요.”세나미가 그렇게 얘기할 때 갑자기 우레와도 같은 목소리가 그녀의 뒤에 있는 거리에서 들려왔다.“도망치려고? 그럴 수 있겠어?”그 말이 들림과 동시에 폭풍이 멈춘 것만 같았다.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설국 병사들의 귓가를 파고들었고, 설국 병사들은 그 순간 피가 들끓는 기분을 느꼈다.세나스 또한 마찬가지였다.그와 뒤에 있는 병사들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먼 거리를 바라보았다.눈보라 속에서 흰옷을 입은 남자가 서서히 걸어왔다.그는 신 같기도, 악마 같기도 했다.그는 아주 천천히 걷는 것 같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이들의 앞에 도착했다.윤구주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윤구주를 본 순간, 가장 먼저 깜짝 놀라서 소리 지른 사람은 세나미였다.“큰일이야. 저 악마가 나타나다니!”세나스 역시 윤구주의 익숙한 모습을 본 순간 건장한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윤구주에게 찔려서 실명한 오른쪽 눈을 바늘로 콕콕 쑤시는 것처럼 아팠다.6년, 무려 6년이었다.세나스의 가
세나미는 윤구주를 설국으로 데려온 것이 후회됐다.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가 올 때까지 낙일성에 남아 있은 것이 후회됐다.만약 윤구주가 정말로 사람들을 다 죽일 생각이라면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당신은 계속 날 이용했던 거였어...”세나미는 덜덜 떨면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차갑게 피식 웃었다.“노예 따위 이용하는 게 뭐가 어때서?”윤구주의 말을 들은 세나미는 눈시울이 붉어졌다.“악마! 이 악마 같은 자식! 죽여버리겠어!”결국 참지 못한 세나미는 갑자기 미치기라도 한 건지 윤구주를 향해 달려들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윤구주가 손을 한 번 휘두르자 무시무시한 기운이 그녀를 날려 보냈고 그녀는 먼 곳까지 날아가서 눈밭에 쓰러졌다.“딸!”딸이 윤구주로 인해 다치자 세나스는 소리를 지르며 그녀를 부축하러 가려고 했다. 그런데 윤구주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세나스, 우리 사이의 원한은 오늘부로 다 해결하자고.”윤구주의 말을 들은 순간 애꾸눈인 세나스는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질렀다.“대, 대체 뭘 어쩌고 싶은 거야?”“뭘 어쩌고 싶냐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그걸 모른단 말이야?”윤구주의 말을 들은 순간 세나스는 몸을 흠칫 떨었다.“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모르겠다면 내가 알려주도록 하지. 6년 전 난 그렇게 말했어. 설국에서 또 한 번 우리 화진의 영토를 넘본다면 설국 서울까지 쳐들어가서 모든 이들이 대가를 치르게 할 거라고. 그런데 어떤 일이 벌어졌지? 설국 병사들은 공공연히 우리 땅을 침범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화진인들의 물자를 강탈했어. 더욱 괘씸한 건 설국이 감히 우리 화진의 세가와 결탁해서 우리 화진의 무학 정수를 몰래 훔쳐 배우며 설국의 병력을 강화했다는 거야. 이 두 죄 중 하나만 저질렀어도 난 설국을 처단했을 거야. 그런데 설국은 이 두 죄 다 저질렀지. 그러니 나도 당연히 당신을 죽여야 하지 않겠어?”윤구주가 한 말은 마치 신의 말처럼 들렸다.오늘 일은 전부 설국이 자초한 일이었
윤구주는 대체 뭘 하려는 걸까?세나스는 정말로 두려웠다.“국제중재기구? 좋아. 그들이 날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주겠어.”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살기를 서슴없이 드러냈다.앞서 말했듯이 그가 설국에 온 이유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설국인들을 죽이기 위해서였다.그래서 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뒤 곧바로 오른손으로 수인을 맺었다.그는 곧장 팔기지 중의 제5기 천주금술을 사용하였다.검결이 나타나자마자 어둑어둑하던 상공이 갑자기 보라색으로 변했다. 윤구주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보라색 회오리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하며 곧바로 검들이 하나둘 그의 주변에 나타났다.검은 총 999자루였다.“하!”윤구주가 소리를 지르자 999자루의 검들이 허공에 떠 있다가 순식간에 거대한 천주검 한 자루로 변했다.천주검이 나타나자 날이 어두워졌다.“베어라!”윤구주가 오른손을 움직이자 거대한 천주검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공격에 설국 병사들은 겁을 먹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설국 장수들도 마찬가지였다.“이것은 구주왕의 팔기지야... 다들 물러나!”세나스는 윤구주가 천주금술을 시전하자 기겁하면서 소리를 빽 질렀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미 늦었다.윤구주의 검이 내려오자 비명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눈앞의 설국 병사들 수백 명이 윤구주의 공격에 목숨을 잃었다. 그뿐만 아니라 낙일성 뒤쪽의 거대한 성벽 또한 그 공격에 무너져 내릴 뻔했다.눈앞의 설국 병사들의 찢긴 시체들을 본 세나스는 눈이 벌게졌다.“구주왕, 적당히 해. 선 넘지 마!”윤구주는 웃었다.“왜? 그러면 안 될 이유라도 있어?”검이 또 한 번 내려왔다.무시무시한 천주검은 마치 세상을 파멸로 이끌 검과 같았다.검이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수백 명의 설국 병사들이 피바다 위로 쓰러졌다.윤구주의 살육이 시작된 걸 본 세나스 곁의 신급 장수 6명은 분노에 차서 말했다.“화진인! 오늘 우리 설국 장수들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널 죽일 거다!”6명의 신급 장수는 일제히 윤구
처참한 비명과 애원하는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6명의 신급 장수 모두 맥 한 번 추리지 못하고 윤구주의 손에 죽어버리자 세나스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남은 설국 병사들은 모두 간담이 서늘했다.이걸 과연 전투라고 부를 수 있을까?이건 전투가 아닌 살육이었다.윤구주는 홀로 군대 하나를 없앴다.윤구주가 팔기지 술현지를 시전하자 그의 온몸에 흰빛으로 둘리며 마치 신처럼 보였다.그가 지난 곳마다 시체가 즐비했다.눈앞의 이 군대는 세나스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군대였다.그리고 조금 전의 신급 강자 6명은 세나스가 가장 아끼고 믿는 설국의 인재들이었다.그러나 그런 존재들이 윤구주에게 전부 살해당했다.이 순간, 설국의 에이스라고 불리던 부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어쩔 수 없었다.다들 죽는 게 두려웠으니 말이다.이때 갑자기 어둡던 하늘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나서 윤구주를 가렸다.“화진인! 참 건방지구나! 우리 설국에 정말로 아무도 없는 줄 안 것이냐?”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허공에 갑자기 검은색 우산이 하나 나타났다.그 우산은 아주 거대했고 겉면에는 보라색 문자가 적혀 있었다.문자가 반짝거리면서 무시무시한 힘을 싣고 윤구주를 덮쳐들었다.그 우산은 법기였다.검은 우산이 허공에서 내려오자 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별 쓰레기 같은 게 날 상대하려고 하네. 당장 튀어나와!”윤구주는 갑자기 발을 힘껏 굴렀다.“뇌왕인!”쩌적.어둑어둑하던 하늘이 마치 무언가에 찢긴 것처럼 엄청난 소용돌이가 나타났다.소용돌이가 나타나자 무시무시한 뇌전들이 소용돌이 속에서 얼핏 보였다.윤구주는 뇌왕인을 시전한 뒤 곧바로 손을 들어 수많은 뇌전들이 검은색 거대한 우산을 공격하게 했다. 펑펑 소리와 함께 검은 우산은 뇌전의 공격 때문에 그 자리에서 펑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검은 우산이 폭발한 뒤 검은색 장포에 모자를 쓴 설국 제사장 세 명이 하늘에서 내려왔다.세 사람은 엄청난 술법 파동을 내뿜고 있었다.그중 중간에 있는 백발의 노
적야라고 불린 백발의 노인은 세나스를 향해 허리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전 대신관의 명령을 받고 군신 각하를 도와드리러 온 겁니다.”“정, 정말 잘됐어요! 적야 대제사장님의 도움이 있다면 우리 설국은 무사할 거예요.”대신관의 수제자인 세나미는 빠르게 다가가서 적야 대제사장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였다.적야가 말했다.“나미 아가씨, 예의 차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신관님께서 하루빨리 신전으로 돌아오라고 하셨습니다.”“하지만...”세나미는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의 생사인이 자신을 통제한다는 걸 안 뒤로 세나미는 이미 절망에 빠졌다.윤구주가 그녀를 죽일 생각이라면 그녀를 죽이겠다는 생각만 한번 하면 되었다.그래서 세나미는 두려웠다.백발이 성성한 적야 대제사장은 세나미가 두려워하는 것 같자 뭔가를 깨달았다.그는 고개를 들며 세나미를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늘 상대가 누가 됐든 우리 설국의 영토를 침범한 자는 모두 죽을 테니 말입니다.”그는 죽을 거라는 말을 강조해서 말했다.그러고 나서 천천히 시선을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아주 건방진 분이군요. 감히 홀로 설국 영토를 침범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다니, 벌을 받을까 두렵지 않으십니까?”“하하하하!”그 말을 들은 윤구주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당신 같은 인간이 무슨 자격으로 내 앞에서 신에 대해 논하는 거지?”윤구주는 우뚝 서서 엄청난 기운을 내뿜으며 말했다.“전 설국 광명 신전의 대제사장입니다. 오늘 전 대신관님의 명령을 받고 당신을 설득하러 왔습니다. 만약 지금 살육을 멈추고 저와 함께 광명 신전으로 돌아가서 3년간 벌을 받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신의 벌을 받게 될 겁니다. 그러면 당신은 육신이 죽고 영혼도 지옥으로 떨어질 겁니다.”적야 대제사장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갑자기 차갑게 웃었다.“광명 신전이라고 했나? 오늘 난 당신들의 신을 죽이고 광명 신전의 신화를 없앨 거야!”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뒤 손으로
구주왕이라는 세 글자가 적야 대제사장의 귀를 파고들었고 순간 적야는 안색이 달라졌다. 그의 뒤에 있던 다른 두 명의 대제사장도 마찬가지였다.“화진의 구주 군신 말인가요? 6년 전 홀로 우리 설국 수도까지 쳐들어와서 설국인들을 죽였던 그 사람이요?”적야는 깜짝 놀랐다.“네, 바로 그예요.”세나스가 말했다.“그럴 리가... 구주왕은 죽음의 바다에서 숨을 거뒀다고 하지 않았나요? 어떻게 살아있는 거죠?”적야가 다시금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아뇨, 그는 죽지 않았어요. 살아있었어요. 화진이 우리를, 전 세계를 속인 거예요!”적야는 당연히 세나스의 말을 믿었다.과거 세나스의 눈 한쪽을 빼앗은 당사자가 바로 윤구주였기 때문이다.다시금 흰 옷을 입은 윤구주를 바라본 순간, 적야는 몸을 흠칫 떨었다.“화진의 군신이었다니. 그래서 제 진마탑을 쉽게 막을 수 있었던 거군요!”적야는 중얼거리며 말하더니 고개를 돌려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구주왕, 오랜만이군요. 구주왕은 화진의 최고 군신이며 최강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오늘 보니 역시 명불허전이네요.”세 번 연달아 그들을 공격한 윤구주는 우뚝 서서 엄청난 기운을 내뿜었다.“아부 떨 필요는 없어. 오늘 당신들 모두 죽을 테니 말이야.”매정한 말이 윤구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적야는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구주왕께서는 오늘 저희 설국을 적으로 돌리려고 마음먹으셨나 보네요.”“일개 설국 따위는 당연히 벌을 받아야지.”윤구주는 패기 넘치게 말했다.적야는 한숨을 쉬었다.“결심하신 모양이니 오늘 구주왕 홀로 저희 설국을 없앨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보겠습니다. 자, 여러분, 이곳에 진법을 만듭시다!”적야가 명령을 내리자 옆에 있던 두 명의 대제사장이 빠르게 움직여 삼각형 모양으로 윤구주를 둘러쌌다.세 명의 설국 대제사장은 모두 절정 강자였다.특히 적야는 사상 절정이었다.세 사람은 윤구주를 둘러쌌고 적야가 우선 수인을 맺었다. 그러자 곧바로 원형의 빛무리가 윤구주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그 빛무리
그 순간 번장대진 안에서 갑자기 검은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그림자들은 비록 흐릿했지만 모두 절정 수준의 살기를 띠고 있었다.그 그림자들은 윤구주를 공격하기 시작했다.윤구주는 그 순간 몸에 힘을 주며 엄청난 기세를 내뿜었다. 그가 손을 쓱 휘두르자 무시무시한 기운에 그림자들이 충격을 받고 멀어졌다.그러나 그림자들은 형태를 띠지 않고 있으므로 충격을 받고 멀어진 뒤에도 곧바로 다시 뭉쳐서 윤구주를 공격했다.“구주왕, 당신은 비록 실력이 대단하지만 우리 신전의 번장대진을 파괴하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우리 광명 신전의 영살옥은 벌을 주려는 신의 뜻으로 뭉쳐진 것이라 형태가 없습니다. 당신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 번장대진에서는 결국 힘이 빠져서 죽게 되죠.”적야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수많은 그림자들에 둘러싼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의 말대로 번장대진 안의 그림자들은 모두 허상이고 형체가 없었다.윤구주가 그림자들을 없애버리려고 할 때마다 그림자들은 다시 뭉쳤다.게다가 그림자들은 모두 절정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이렇게 연달아 공격당한다면 정말로 적야의 말처럼 아무리 강한 실력자라도 결국엔 힘이 빠져서 죽을지도 몰랐다.“이런 보잘것없는 진법으로 날 죽이려고?”번장대진 속의 윤구주가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거만하군요! 당신이 과연 죽지 않을까요? 영살옥, 백영교살!”적야가 다시 한번 수인을 맺었다. 그러자 번장대진 안의 그림자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거의 백여 개 정도 되었다.더욱 무시무시한 것은 그것들 모두 절정 수준이라는 점이었다.그렇게 많은 그림자들이 미친 듯이 윤구주를 죽이려고 달려들었다. 이 순간 번장대진은 전장이 되어버렸다.“하하! 신전의 번장대진이 있다면 구주왕도 죽을 수밖에 없어!”세나스는 흥분해서 말했다.설국의 군신인 세나스는 광명 신전 번장대진의 위력을 알고 있었다.윤구주가 번장대진 안에 갇힌 모습을 보자 그의 눈동자가 광기로 번들거렸다.“아버지! 저 악마의 실력을 얕보면 안 돼요!”세나미가 귀띔했다
윤구주가 수련한 팔기지는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세상 사람들은 팔기지가 여덟 개의 신통뿐이라고 생각했다.그들은 윤구주가 팔기지를 넘어서 제9기 적선술까지 깨달은 줄은 몰랐다.이 순간, 적선의 기운이 나타나자 윤구주의 몸이 온통 투명하게 변했다.피부도, 머리카락도, 피도 전부 투명했다.적선술을 사용하자 윤구주의 몸이 갑자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날 죽이고 싶어? 벌레만도 못한 설국인들이 무슨 수로?”그 소리와 함께 무시무시한 적선기가 파도처럼 사방을 휩쓸었다.번장대진 밖에서 힘을 주입하고 있던 설국 강자들은 무시무시한 적선기에 휩쓸려서 멀리 날아갔다.그들은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그들은 윤구주의 엄청난 파워를 막을 수가 없었다.심지어 하늘도 윤구주의 분노를 느낀 건지 구름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젠장, 저 자식 기운이 너무 강해요! 적야 대제사장님, 어서 번장대진으로 제압하세요!”세나스는 윤구주의 적선기가 점점 더 강해지자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백발이 성성한 적야 대제사장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서둘러 두 손으로 수인을 맺었다.“다들 구주왕을 제압합시다!”그가 명령을 내리자 근처에 있던 세 명의 설국 대제사장들이 수인을 맺어서 번장대진에 힘을 주입했다.윤구주는 번장대진 중심에 신처럼 서 있었다.그가 입은 흰옷은 펄럭대며 소리를 냈다.세 명의 설국 대제사장이 다시 한번 수인을 맺자 윤구주는 차갑게 피식 웃었다.“오늘 난 화진의 이름으로 설국인들을 모조리 벨 것이다! 검이여, 이리로 오라!”용의 울음소리와 함께 검망이 나타났다.그 순간 윤구주의 손에 갑자기 검 하나가 생겼다.그것은 적선의 기운으로 뭉쳐진 흰색 비검이었다.비검이 나타나자 주우의 모든 것이 비검의 기세에 눌렸다.뒤에 있던 만여 명의 설국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화진 서요산의 비검술이라...”“젠장, 소문에 따르면 서요산 비검술의 명맥은 수백 년간 이어지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윤구주의 손에 나타난 비검과 하늘을 찌를 듯한 검
윤구주가 수련한 팔기지는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세상 사람들은 팔기지가 여덟 개의 신통뿐이라고 생각했다.그들은 윤구주가 팔기지를 넘어서 제9기 적선술까지 깨달은 줄은 몰랐다.이 순간, 적선의 기운이 나타나자 윤구주의 몸이 온통 투명하게 변했다.피부도, 머리카락도, 피도 전부 투명했다.적선술을 사용하자 윤구주의 몸이 갑자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날 죽이고 싶어? 벌레만도 못한 설국인들이 무슨 수로?”그 소리와 함께 무시무시한 적선기가 파도처럼 사방을 휩쓸었다.번장대진 밖에서 힘을 주입하고 있던 설국 강자들은 무시무시한 적선기에 휩쓸려서 멀리 날아갔다.그들은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그들은 윤구주의 엄청난 파워를 막을 수가 없었다.심지어 하늘도 윤구주의 분노를 느낀 건지 구름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젠장, 저 자식 기운이 너무 강해요! 적야 대제사장님, 어서 번장대진으로 제압하세요!”세나스는 윤구주의 적선기가 점점 더 강해지자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백발이 성성한 적야 대제사장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서둘러 두 손으로 수인을 맺었다.“다들 구주왕을 제압합시다!”그가 명령을 내리자 근처에 있던 세 명의 설국 대제사장들이 수인을 맺어서 번장대진에 힘을 주입했다.윤구주는 번장대진 중심에 신처럼 서 있었다.그가 입은 흰옷은 펄럭대며 소리를 냈다.세 명의 설국 대제사장이 다시 한번 수인을 맺자 윤구주는 차갑게 피식 웃었다.“오늘 난 화진의 이름으로 설국인들을 모조리 벨 것이다! 검이여, 이리로 오라!”용의 울음소리와 함께 검망이 나타났다.그 순간 윤구주의 손에 갑자기 검 하나가 생겼다.그것은 적선의 기운으로 뭉쳐진 흰색 비검이었다.비검이 나타나자 주우의 모든 것이 비검의 기세에 눌렸다.뒤에 있던 만여 명의 설국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화진 서요산의 비검술이라...”“젠장, 소문에 따르면 서요산 비검술의 명맥은 수백 년간 이어지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윤구주의 손에 나타난 비검과 하늘을 찌를 듯한 검
그 순간 번장대진 안에서 갑자기 검은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그림자들은 비록 흐릿했지만 모두 절정 수준의 살기를 띠고 있었다.그 그림자들은 윤구주를 공격하기 시작했다.윤구주는 그 순간 몸에 힘을 주며 엄청난 기세를 내뿜었다. 그가 손을 쓱 휘두르자 무시무시한 기운에 그림자들이 충격을 받고 멀어졌다.그러나 그림자들은 형태를 띠지 않고 있으므로 충격을 받고 멀어진 뒤에도 곧바로 다시 뭉쳐서 윤구주를 공격했다.“구주왕, 당신은 비록 실력이 대단하지만 우리 신전의 번장대진을 파괴하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우리 광명 신전의 영살옥은 벌을 주려는 신의 뜻으로 뭉쳐진 것이라 형태가 없습니다. 당신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 번장대진에서는 결국 힘이 빠져서 죽게 되죠.”적야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수많은 그림자들에 둘러싼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의 말대로 번장대진 안의 그림자들은 모두 허상이고 형체가 없었다.윤구주가 그림자들을 없애버리려고 할 때마다 그림자들은 다시 뭉쳤다.게다가 그림자들은 모두 절정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이렇게 연달아 공격당한다면 정말로 적야의 말처럼 아무리 강한 실력자라도 결국엔 힘이 빠져서 죽을지도 몰랐다.“이런 보잘것없는 진법으로 날 죽이려고?”번장대진 속의 윤구주가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거만하군요! 당신이 과연 죽지 않을까요? 영살옥, 백영교살!”적야가 다시 한번 수인을 맺었다. 그러자 번장대진 안의 그림자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거의 백여 개 정도 되었다.더욱 무시무시한 것은 그것들 모두 절정 수준이라는 점이었다.그렇게 많은 그림자들이 미친 듯이 윤구주를 죽이려고 달려들었다. 이 순간 번장대진은 전장이 되어버렸다.“하하! 신전의 번장대진이 있다면 구주왕도 죽을 수밖에 없어!”세나스는 흥분해서 말했다.설국의 군신인 세나스는 광명 신전 번장대진의 위력을 알고 있었다.윤구주가 번장대진 안에 갇힌 모습을 보자 그의 눈동자가 광기로 번들거렸다.“아버지! 저 악마의 실력을 얕보면 안 돼요!”세나미가 귀띔했다
구주왕이라는 세 글자가 적야 대제사장의 귀를 파고들었고 순간 적야는 안색이 달라졌다. 그의 뒤에 있던 다른 두 명의 대제사장도 마찬가지였다.“화진의 구주 군신 말인가요? 6년 전 홀로 우리 설국 수도까지 쳐들어와서 설국인들을 죽였던 그 사람이요?”적야는 깜짝 놀랐다.“네, 바로 그예요.”세나스가 말했다.“그럴 리가... 구주왕은 죽음의 바다에서 숨을 거뒀다고 하지 않았나요? 어떻게 살아있는 거죠?”적야가 다시금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아뇨, 그는 죽지 않았어요. 살아있었어요. 화진이 우리를, 전 세계를 속인 거예요!”적야는 당연히 세나스의 말을 믿었다.과거 세나스의 눈 한쪽을 빼앗은 당사자가 바로 윤구주였기 때문이다.다시금 흰 옷을 입은 윤구주를 바라본 순간, 적야는 몸을 흠칫 떨었다.“화진의 군신이었다니. 그래서 제 진마탑을 쉽게 막을 수 있었던 거군요!”적야는 중얼거리며 말하더니 고개를 돌려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구주왕, 오랜만이군요. 구주왕은 화진의 최고 군신이며 최강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오늘 보니 역시 명불허전이네요.”세 번 연달아 그들을 공격한 윤구주는 우뚝 서서 엄청난 기운을 내뿜었다.“아부 떨 필요는 없어. 오늘 당신들 모두 죽을 테니 말이야.”매정한 말이 윤구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적야는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구주왕께서는 오늘 저희 설국을 적으로 돌리려고 마음먹으셨나 보네요.”“일개 설국 따위는 당연히 벌을 받아야지.”윤구주는 패기 넘치게 말했다.적야는 한숨을 쉬었다.“결심하신 모양이니 오늘 구주왕 홀로 저희 설국을 없앨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보겠습니다. 자, 여러분, 이곳에 진법을 만듭시다!”적야가 명령을 내리자 옆에 있던 두 명의 대제사장이 빠르게 움직여 삼각형 모양으로 윤구주를 둘러쌌다.세 명의 설국 대제사장은 모두 절정 강자였다.특히 적야는 사상 절정이었다.세 사람은 윤구주를 둘러쌌고 적야가 우선 수인을 맺었다. 그러자 곧바로 원형의 빛무리가 윤구주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그 빛무리
적야라고 불린 백발의 노인은 세나스를 향해 허리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전 대신관의 명령을 받고 군신 각하를 도와드리러 온 겁니다.”“정, 정말 잘됐어요! 적야 대제사장님의 도움이 있다면 우리 설국은 무사할 거예요.”대신관의 수제자인 세나미는 빠르게 다가가서 적야 대제사장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였다.적야가 말했다.“나미 아가씨, 예의 차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신관님께서 하루빨리 신전으로 돌아오라고 하셨습니다.”“하지만...”세나미는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의 생사인이 자신을 통제한다는 걸 안 뒤로 세나미는 이미 절망에 빠졌다.윤구주가 그녀를 죽일 생각이라면 그녀를 죽이겠다는 생각만 한번 하면 되었다.그래서 세나미는 두려웠다.백발이 성성한 적야 대제사장은 세나미가 두려워하는 것 같자 뭔가를 깨달았다.그는 고개를 들며 세나미를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늘 상대가 누가 됐든 우리 설국의 영토를 침범한 자는 모두 죽을 테니 말입니다.”그는 죽을 거라는 말을 강조해서 말했다.그러고 나서 천천히 시선을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아주 건방진 분이군요. 감히 홀로 설국 영토를 침범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다니, 벌을 받을까 두렵지 않으십니까?”“하하하하!”그 말을 들은 윤구주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당신 같은 인간이 무슨 자격으로 내 앞에서 신에 대해 논하는 거지?”윤구주는 우뚝 서서 엄청난 기운을 내뿜으며 말했다.“전 설국 광명 신전의 대제사장입니다. 오늘 전 대신관님의 명령을 받고 당신을 설득하러 왔습니다. 만약 지금 살육을 멈추고 저와 함께 광명 신전으로 돌아가서 3년간 벌을 받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신의 벌을 받게 될 겁니다. 그러면 당신은 육신이 죽고 영혼도 지옥으로 떨어질 겁니다.”적야 대제사장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갑자기 차갑게 웃었다.“광명 신전이라고 했나? 오늘 난 당신들의 신을 죽이고 광명 신전의 신화를 없앨 거야!”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뒤 손으로
처참한 비명과 애원하는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6명의 신급 장수 모두 맥 한 번 추리지 못하고 윤구주의 손에 죽어버리자 세나스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남은 설국 병사들은 모두 간담이 서늘했다.이걸 과연 전투라고 부를 수 있을까?이건 전투가 아닌 살육이었다.윤구주는 홀로 군대 하나를 없앴다.윤구주가 팔기지 술현지를 시전하자 그의 온몸에 흰빛으로 둘리며 마치 신처럼 보였다.그가 지난 곳마다 시체가 즐비했다.눈앞의 이 군대는 세나스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군대였다.그리고 조금 전의 신급 강자 6명은 세나스가 가장 아끼고 믿는 설국의 인재들이었다.그러나 그런 존재들이 윤구주에게 전부 살해당했다.이 순간, 설국의 에이스라고 불리던 부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어쩔 수 없었다.다들 죽는 게 두려웠으니 말이다.이때 갑자기 어둡던 하늘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나서 윤구주를 가렸다.“화진인! 참 건방지구나! 우리 설국에 정말로 아무도 없는 줄 안 것이냐?”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허공에 갑자기 검은색 우산이 하나 나타났다.그 우산은 아주 거대했고 겉면에는 보라색 문자가 적혀 있었다.문자가 반짝거리면서 무시무시한 힘을 싣고 윤구주를 덮쳐들었다.그 우산은 법기였다.검은 우산이 허공에서 내려오자 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별 쓰레기 같은 게 날 상대하려고 하네. 당장 튀어나와!”윤구주는 갑자기 발을 힘껏 굴렀다.“뇌왕인!”쩌적.어둑어둑하던 하늘이 마치 무언가에 찢긴 것처럼 엄청난 소용돌이가 나타났다.소용돌이가 나타나자 무시무시한 뇌전들이 소용돌이 속에서 얼핏 보였다.윤구주는 뇌왕인을 시전한 뒤 곧바로 손을 들어 수많은 뇌전들이 검은색 거대한 우산을 공격하게 했다. 펑펑 소리와 함께 검은 우산은 뇌전의 공격 때문에 그 자리에서 펑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검은 우산이 폭발한 뒤 검은색 장포에 모자를 쓴 설국 제사장 세 명이 하늘에서 내려왔다.세 사람은 엄청난 술법 파동을 내뿜고 있었다.그중 중간에 있는 백발의 노
윤구주는 대체 뭘 하려는 걸까?세나스는 정말로 두려웠다.“국제중재기구? 좋아. 그들이 날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주겠어.”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살기를 서슴없이 드러냈다.앞서 말했듯이 그가 설국에 온 이유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설국인들을 죽이기 위해서였다.그래서 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뒤 곧바로 오른손으로 수인을 맺었다.그는 곧장 팔기지 중의 제5기 천주금술을 사용하였다.검결이 나타나자마자 어둑어둑하던 상공이 갑자기 보라색으로 변했다. 윤구주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보라색 회오리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하며 곧바로 검들이 하나둘 그의 주변에 나타났다.검은 총 999자루였다.“하!”윤구주가 소리를 지르자 999자루의 검들이 허공에 떠 있다가 순식간에 거대한 천주검 한 자루로 변했다.천주검이 나타나자 날이 어두워졌다.“베어라!”윤구주가 오른손을 움직이자 거대한 천주검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공격에 설국 병사들은 겁을 먹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설국 장수들도 마찬가지였다.“이것은 구주왕의 팔기지야... 다들 물러나!”세나스는 윤구주가 천주금술을 시전하자 기겁하면서 소리를 빽 질렀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미 늦었다.윤구주의 검이 내려오자 비명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눈앞의 설국 병사들 수백 명이 윤구주의 공격에 목숨을 잃었다. 그뿐만 아니라 낙일성 뒤쪽의 거대한 성벽 또한 그 공격에 무너져 내릴 뻔했다.눈앞의 설국 병사들의 찢긴 시체들을 본 세나스는 눈이 벌게졌다.“구주왕, 적당히 해. 선 넘지 마!”윤구주는 웃었다.“왜? 그러면 안 될 이유라도 있어?”검이 또 한 번 내려왔다.무시무시한 천주검은 마치 세상을 파멸로 이끌 검과 같았다.검이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수백 명의 설국 병사들이 피바다 위로 쓰러졌다.윤구주의 살육이 시작된 걸 본 세나스 곁의 신급 장수 6명은 분노에 차서 말했다.“화진인! 오늘 우리 설국 장수들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널 죽일 거다!”6명의 신급 장수는 일제히 윤구
세나미는 윤구주를 설국으로 데려온 것이 후회됐다.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가 올 때까지 낙일성에 남아 있은 것이 후회됐다.만약 윤구주가 정말로 사람들을 다 죽일 생각이라면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당신은 계속 날 이용했던 거였어...”세나미는 덜덜 떨면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차갑게 피식 웃었다.“노예 따위 이용하는 게 뭐가 어때서?”윤구주의 말을 들은 세나미는 눈시울이 붉어졌다.“악마! 이 악마 같은 자식! 죽여버리겠어!”결국 참지 못한 세나미는 갑자기 미치기라도 한 건지 윤구주를 향해 달려들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윤구주가 손을 한 번 휘두르자 무시무시한 기운이 그녀를 날려 보냈고 그녀는 먼 곳까지 날아가서 눈밭에 쓰러졌다.“딸!”딸이 윤구주로 인해 다치자 세나스는 소리를 지르며 그녀를 부축하러 가려고 했다. 그런데 윤구주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세나스, 우리 사이의 원한은 오늘부로 다 해결하자고.”윤구주의 말을 들은 순간 애꾸눈인 세나스는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질렀다.“대, 대체 뭘 어쩌고 싶은 거야?”“뭘 어쩌고 싶냐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그걸 모른단 말이야?”윤구주의 말을 들은 순간 세나스는 몸을 흠칫 떨었다.“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모르겠다면 내가 알려주도록 하지. 6년 전 난 그렇게 말했어. 설국에서 또 한 번 우리 화진의 영토를 넘본다면 설국 서울까지 쳐들어가서 모든 이들이 대가를 치르게 할 거라고. 그런데 어떤 일이 벌어졌지? 설국 병사들은 공공연히 우리 땅을 침범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화진인들의 물자를 강탈했어. 더욱 괘씸한 건 설국이 감히 우리 화진의 세가와 결탁해서 우리 화진의 무학 정수를 몰래 훔쳐 배우며 설국의 병력을 강화했다는 거야. 이 두 죄 중 하나만 저질렀어도 난 설국을 처단했을 거야. 그런데 설국은 이 두 죄 다 저질렀지. 그러니 나도 당연히 당신을 죽여야 하지 않겠어?”윤구주가 한 말은 마치 신의 말처럼 들렸다.오늘 일은 전부 설국이 자초한 일이었
그 말에 세나스는 멍해졌다.세나미의 말대로 윤구주는 홀로 설국의 병사 수천 명을 죽였고 흑여산맥에 있는 설국의 진영 십여 개를 없앴다.게다가 설국의 노련한 절정 강자 길든마저 단숨에 죽어서 성벽에 걸렸다.구주왕을 제외하면 누가 과연 이런 짓을 벌일 수 있을까?그런 생각이 들자 세나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러니까 아버지,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요. 지금 떠나지 않으면 늦을지도 몰라요.”세나미는 계속해 설득했다.세나스가 말했다.“하지만 우리가 떠나면 넌 어떡하니?”“저요...?”세나미는 쓴웃음을 지었다.윤구주의 생사인에 당했으니 세나미에게는 도망칠 기회가 전혀 없었다.그녀가 세상 끝까지 도망친다고 해도 윤구주는 생각 한번 하는 것으로 그녀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었다.그녀로서는 도망칠 구석이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아버지가 걱정하지 않게끔 말했다.“전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제가 알아서 그 악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게요. 아버지는 그냥 제 말대로 빨리 이곳을 떠나시면 돼요.”세나미가 그렇게 얘기할 때 갑자기 우레와도 같은 목소리가 그녀의 뒤에 있는 거리에서 들려왔다.“도망치려고? 그럴 수 있겠어?”그 말이 들림과 동시에 폭풍이 멈춘 것만 같았다.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설국 병사들의 귓가를 파고들었고, 설국 병사들은 그 순간 피가 들끓는 기분을 느꼈다.세나스 또한 마찬가지였다.그와 뒤에 있는 병사들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먼 거리를 바라보았다.눈보라 속에서 흰옷을 입은 남자가 서서히 걸어왔다.그는 신 같기도, 악마 같기도 했다.그는 아주 천천히 걷는 것 같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이들의 앞에 도착했다.윤구주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윤구주를 본 순간, 가장 먼저 깜짝 놀라서 소리 지른 사람은 세나미였다.“큰일이야. 저 악마가 나타나다니!”세나스 역시 윤구주의 익숙한 모습을 본 순간 건장한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윤구주에게 찔려서 실명한 오른쪽 눈을 바늘로 콕콕 쑤시는 것처럼 아팠다.6년, 무려 6년이었다.세나스의 가
세나스는 그 말을 듣고 세나미에게 말했다.“딸아, 무서워하지 마. 아버지가 있으니 아무도 널 다치게 하지 못해. 넌 지금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쉬어. 아버지가 그 빌어먹을 화진인을 잡아서 처단할게.”다들 자신의 말을 믿지 않자 세나미는 초조해했다.“아버지! 왜 제 말을 믿지 않는 거예요? 길든 할아버지 아시죠? 길든 할아버지는 그 악마의 손에 단숨에 죽었어요. 다들 이곳에서 죽길 바라는 거예요?”세나미가 초조한 목소리로 울먹거리자 세나스는 미간을 구겼다.그가 아는 세나미는 줄곧 용감하고 지혜로우며 침착한 사람이었다.그런데 오늘은 왜 이러는 걸까? 왜 이렇게 두려워하는 걸까?세나스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말해 봐. 널 납치한 화진인이 정말로 그렇게 강한 거야?”“맞아요. 그는...”세나미는 조금 엄두가 나지 않는 표정이었다.“그가 누군데?”세나스는 딸을 바라보았다.세나미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말했다.“아버지의 숙적이에요. 유일하게 아버지를 이긴 적이 있는 사람이기도 하죠.”‘뭐라고?’자신을 이긴 적이 있다는 말에 세나스는 당황했다.세나스는 살면서 수많은 전투를 했었다.그러나 그를 이긴 적 있는 사람은 오직 윤구주뿐이었다.세나미의 말을 들은 세나스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설마 그 화진인이 구주왕이란 말이야?”“맞아요. 바로 그예요.”“그가 우리 설국에 왔어요. 지금은 저 앞에 있는 온천에 있어요.”세나미는 드디어 윤구주의 일을 얘기했다.‘뭐?’화진의 구주왕이 낙일성에 왔다는 말에 세나스는 당황했다.“그럴 리가... 그는 이미 죽음의 바다에서 죽었어. 그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야. 그가 살아있을 리가 없잖아?”세나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죽지 않았더라고요! 화진은 우리 10국을... 세상을 모두 속인 거예요. 구주왕이 살아있을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에요!”세나미는 윤구주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얘기했다.이때 세나스는 깜짝 놀라 넋이 나갔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