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번장대진 안에서 갑자기 검은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그림자들은 비록 흐릿했지만 모두 절정 수준의 살기를 띠고 있었다.그 그림자들은 윤구주를 공격하기 시작했다.윤구주는 그 순간 몸에 힘을 주며 엄청난 기세를 내뿜었다. 그가 손을 쓱 휘두르자 무시무시한 기운에 그림자들이 충격을 받고 멀어졌다.그러나 그림자들은 형태를 띠지 않고 있으므로 충격을 받고 멀어진 뒤에도 곧바로 다시 뭉쳐서 윤구주를 공격했다.“구주왕, 당신은 비록 실력이 대단하지만 우리 신전의 번장대진을 파괴하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우리 광명 신전의 영살옥은 벌을 주려는 신의 뜻으로 뭉쳐진 것이라 형태가 없습니다. 당신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 번장대진에서는 결국 힘이 빠져서 죽게 되죠.”적야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수많은 그림자들에 둘러싼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의 말대로 번장대진 안의 그림자들은 모두 허상이고 형체가 없었다.윤구주가 그림자들을 없애버리려고 할 때마다 그림자들은 다시 뭉쳤다.게다가 그림자들은 모두 절정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이렇게 연달아 공격당한다면 정말로 적야의 말처럼 아무리 강한 실력자라도 결국엔 힘이 빠져서 죽을지도 몰랐다.“이런 보잘것없는 진법으로 날 죽이려고?”번장대진 속의 윤구주가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거만하군요! 당신이 과연 죽지 않을까요? 영살옥, 백영교살!”적야가 다시 한번 수인을 맺었다. 그러자 번장대진 안의 그림자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거의 백여 개 정도 되었다.더욱 무시무시한 것은 그것들 모두 절정 수준이라는 점이었다.그렇게 많은 그림자들이 미친 듯이 윤구주를 죽이려고 달려들었다. 이 순간 번장대진은 전장이 되어버렸다.“하하! 신전의 번장대진이 있다면 구주왕도 죽을 수밖에 없어!”세나스는 흥분해서 말했다.설국의 군신인 세나스는 광명 신전 번장대진의 위력을 알고 있었다.윤구주가 번장대진 안에 갇힌 모습을 보자 그의 눈동자가 광기로 번들거렸다.“아버지! 저 악마의 실력을 얕보면 안 돼요!”세나미가 귀띔했다
윤구주가 수련한 팔기지는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세상 사람들은 팔기지가 여덟 개의 신통뿐이라고 생각했다.그들은 윤구주가 팔기지를 넘어서 제9기 적선술까지 깨달은 줄은 몰랐다.이 순간, 적선의 기운이 나타나자 윤구주의 몸이 온통 투명하게 변했다.피부도, 머리카락도, 피도 전부 투명했다.적선술을 사용하자 윤구주의 몸이 갑자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날 죽이고 싶어? 벌레만도 못한 설국인들이 무슨 수로?”그 소리와 함께 무시무시한 적선기가 파도처럼 사방을 휩쓸었다.번장대진 밖에서 힘을 주입하고 있던 설국 강자들은 무시무시한 적선기에 휩쓸려서 멀리 날아갔다.그들은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그들은 윤구주의 엄청난 파워를 막을 수가 없었다.심지어 하늘도 윤구주의 분노를 느낀 건지 구름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젠장, 저 자식 기운이 너무 강해요! 적야 대제사장님, 어서 번장대진으로 제압하세요!”세나스는 윤구주의 적선기가 점점 더 강해지자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백발이 성성한 적야 대제사장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서둘러 두 손으로 수인을 맺었다.“다들 구주왕을 제압합시다!”그가 명령을 내리자 근처에 있던 세 명의 설국 대제사장들이 수인을 맺어서 번장대진에 힘을 주입했다.윤구주는 번장대진 중심에 신처럼 서 있었다.그가 입은 흰옷은 펄럭대며 소리를 냈다.세 명의 설국 대제사장이 다시 한번 수인을 맺자 윤구주는 차갑게 피식 웃었다.“오늘 난 화진의 이름으로 설국인들을 모조리 벨 것이다! 검이여, 이리로 오라!”용의 울음소리와 함께 검망이 나타났다.그 순간 윤구주의 손에 갑자기 검 하나가 생겼다.그것은 적선의 기운으로 뭉쳐진 흰색 비검이었다.비검이 나타나자 주우의 모든 것이 비검의 기세에 눌렸다.뒤에 있던 만여 명의 설국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화진 서요산의 비검술이라...”“젠장, 소문에 따르면 서요산 비검술의 명맥은 수백 년간 이어지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윤구주의 손에 나타난 비검과 하늘을 찌를 듯한 검
다른 대제사장은 덜컥 겁이 났다.적야도, 세나스도 모두 등골이 오싹했다.윤구주는 단칼에 번장대진을 파괴하더니 손을 움직여서 구양진기를 거대한 손으로 만들어 번장대진을 완전히 부서뜨렸다.“아! 아!”번장대진이 부서지는 순간 적야 대제사장과 다른 한 명의 대제사장은 코와 입에서 피를 뿜었고 몸 또한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진법이 망가졌다.윤구주는 비검을 들고 허공에 우뚝 서 있었다.이 순간 그는 신이자 악마였다.“내가 얘기했을 텐데. 날 막는 자들은 전부 죽을 거라고. 이제 당신들 모두 저승으로 보내줘야겠어.”윤구주는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고 갑자기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적선기가 허공으로 솟아오르더니 낙일성의 상공 위로 아주 거대한 어둠의 소용돌이가 생겼다. “이제 벌을 내릴 시간이야. 죽어!”윤구주의 무자비한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하늘과 땅이 어둠으로 물들었고 곧이어 꿈틀대는 외전이 소용돌이 속에서 나타났다.그 뇌전은 뇌왕인의 뇌전보다 더 무시무시했다.그 놔전은 윤구주의 적선기를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뇌전 하나하나가 뇌검으로 변했다.“멸하라!”윤구주가 큰 손으로 바닥을 누르자 하늘 위 거대한 어둠의 소용돌이 속 무시무시한 뇌검들이 소낙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뇌검이 하늘에서 비처럼 낙일성의 땅 위로 쏟아졌다. 설국 병사들도 적야 등 사람도 뇌검을 피해 갈 수 없었다.쿵쿵쿵!끝없는 폭발음이 낙일성에서 울려 퍼졌다. 그 순간 낙일성은 마치 수많은 포탄 공격을 받은 것처럼 폭발하기 시작했다.반경 몇 킬로미터 모두 윤구주의 뇌검으로 뒤덮었다.뇌검이 떨어져서 모든 걸 없앴다.세나스의 뒤에 있던 설국 군대도, 낙일성도 모두 뇌검으로 인해 폐허가 되었다.“끝장이야!”“우리 끝장났어!”자신이 데려온 만여 명의 병사들 모두 뇌검에 뒤덮이자 세나스는 비명을 질렀다.그들을 도와주러 왔던 두 제사장은 윤구주가 미친 듯이 사람들을 죽이자 눈이 벌게졌다.“구주왕,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두 명의 대제사장은 함께 윤구주
세나스는 자신이 이끌고 온 만여 명의 병사들 모두 순식간에 살해당할 줄 몰랐다.그뿐만 아니라 광명 신전의 대제사장 세 명도 전부 죽었다.대제사장들 모두 절정 강자였는데 말이다.아주 추운 지역인 설국은 원래 인구가 적기에 절정 강자의 수도 화진보다 훨씬 적었다.그런데 겨우 하루 사이 설국은 초극 절정 강자 길든과 세 명의 절정 수준의 대제사장을 잃었다. 설국의 군신 세나스로서는 가슴 아픈 일일 수밖에 없었다.“우리 아버지를 죽이지 말아줘!”윤구주가 마치 악마처럼 세나스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자 세나미가 달려와서 윤구주의 앞을 막아섰다.“딸, 어서 가. 난 신경 쓰지 마!”세나스는 딸이 자신의 앞에 서자 서둘러 그녀를 설득했다.“싫어요!”세나미는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저었다.“제발. 당신은 이미 많은 사람들을 죽였어. 그러니까 우리 아버지만큼은 살려줘.”세나미는 눈물을 흘리며 윤구주에게 애원했다.“설국은 우리 화진의 영토를 침범했고 화진인들을 다치게 했어. 설국인들은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날 거로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운구주가 칼처럼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말에 세나미는 말문이 턱 막혔다.전쟁은 전쟁이고 살육은 살육이다.오늘 윤구주가 이렇게 많은 설국인들을 죽이지 않았더라면 설국은 언젠가 화진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을 것이고 전쟁이 발발하면 죽는 것은 대부분 화진인일 것이다.그런데 윤구주가 어떻게 마음 약해질 수 있을까?“대체 어떻게 해야 그만할 거야?”세나미는 눈물을 흘리면서 윤구주에게 물었다.윤구주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설국 수도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설국의 수도를 짓밟고 백 년의 국운을 짓밟아야만 한을 풀 수 있어.”‘뭐라고? 수도를 짓밟고 백 년의 국운을 짓밟겠다고?’“꿈... 꿈도 꾸지 마!”세나미가 고함을 질렀다.국운을 짓밟는 것은 한 나라에 있어 최악의 일이었기에 세나미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그래. 그러면 어디 한 번 지켜봐. 내가 어떻게 설국을 굴복시키는지.”말을
그러나 세나미가 윤구주의 곁에 가까워지자마자 윤구주는 팔을 움직여 그녀를 멀리 날아가게 했다.“실력이 될 때쯤에 날 죽이러 와. 지금은 너무 약해.”도도하게 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고개를 들어 설국 수도 쪽을 바라보았다.“이제는 설국 수도로 가야겠어.”윤구주가 손을 움켜쥐자 바닥에 쓰러졌던 세나미는 허공으로 떠 올랐다. 곧 윤구주는 세나미와 함께 설국 수도 쪽으로 향했다....흑여산맥의 국경 지대.윤구주가 설국 수도로 향하고 있을 때 한 무리의 부대가 호시탐탐 국경 지역에 서 있었다.사람들이 아주 많은 걸로 봐서 적어도 수십만 명은 될 듯했다.게다가 뒤에는 전투기, 탱크 등이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로 있었다.눈보라 속에서 군복을 입고 허리춤에 검을 찬 건장한 남자는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그의 곁에는 엄청난 기세에 매서운 눈빛을 가진 다른 장수가 서 있었다.그는 염수천보다 성격이 더 불같아 보였다.“염수천, 우리 북방의 40만 대군은 언제 설국을 평정하는 거야?”말을 한 자는 매서운 눈빛을 한 장수, 북방군을 이끄는 박천후였다.그는 아주 용맹했다.화진 국주의 명령을 받은 그는 병사들을 이끌고 흑여산맥으로 왔다.“급하지 않아. 낙일성 쪽에서 아무런 소식도 없으니 일단은 조급해할 필요가 없어.”염수천이 천천히 말했다.“젠장, 염수천, 넌 정말 의리가 없어. 우리 그래도 같은 구주군 출신인데 어떻게 아직도 혼자 설국에 쳐들어간 그 대단한 자가 누군지 알려주지 않는 거야?”박천후는 염수천을 욕했다.사실 박천후도 염수천도 구주군의 10대 장군이었다.그러나 구주군이 해산된 뒤 박천후는 북방으로 파견되어 판인국 쪽 방어선을 지켰다.염수천보다 더 불같은 성정을 가진 박천후는 자신의 병사들을 데리고 흑여산맥으로 왔다. 그런데 염수천이 계속 뭔가를 숨기자 불만이 많았다.“뭘 그렇게 조급해해? 걱정하지 마. 이번에 아주 기쁜 소식을 알려줄 테니까.”염수천이 웃으며 말했다.“기쁜 소식은, 무슨. 우리 구주군이 해산된 뒤로 난 기쁘다
군복을 입은 박천후는 영웅비 앞에 서 있었다.그는 꼿꼿하게 선 채로 손으로 영웅비에 묻은 눈을 닦았다.그는 눈을 닦으면서 중얼거렸다.“넷째야, 충영아, 덕산아... 형이 보러 왔다.”박천후는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눈시울을 살짝 붉혔다.당시 낭파산 전투에서 구주군은 혈전을 벌였다.그리고 그때 박천후는 친한 형제들 여럿을 이곳에서 잃었다.옆에 있던 염수천은 영웅비를 닦는 박천후의 모습을 바라보며 6년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바람이 불고 눈꽃이 휘날리는 날, 박천후는 지금처럼 눈보라 속에 꼿꼿이 서서 꼼짝하지 않았다.박천후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염수천, 그분을 그리워해 본 적 있어...”박천후의 질문에 염수천은 살짝 당황했다.“누구?”“누구긴 누구야? 당연히 우리 저하지!”박천후의 목소리가 갑자기 떨렸다.염수천은 그 말에 심장이 철렁했다.“사실 난 우리 저하가 너무 그리워.”박천후는 그렇게 얘기하다가 갑자기 주저앉으며 두 손으로 머리를 끌어안고 눈보라 속에서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박천후의 우는 모습을 본 염수천은 사실 그에게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박천후가 잠깐 우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생각을 고쳤다.그래서 염수천은 이렇게 얘기했다.“그립지. 어떻게 그립지 않겠어? 당시 저하께서 계셨을 때 얼마나 좋았어?”“저하께서 돌아가시지만 않았어도 당시 우리 형제들은 사방으로 흩어지지 않았을 거야. 우리 구주군도 해산되지 않았을 거고...”박천후는 그렇게 얘기하다가 갑자기 살기를 가득 담아 말했다.“염수천, 나한테 솔직히 얘기해 봐. 당시 우리 저하께서 죽음의 바다로 싸우러 갔을 때, 빌어먹을 설국도 그 전투에 참여했었어?”박천후가 매서운 목소리로 물었다.염수천은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아마... 있었을 거야.”“젠장, 그런데 뭘 기다린다는 거야?”박천후는 마치 화가 난 호랑이처럼 벌떡 일어나며 염수천을 노려보았다.“나 박천후는 오늘 설국을 피바다로 만들어 저하의 복수를 할 거야.”그는 그렇게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워! 염수천, 네가 겁이 많다고 해서 날 막으려고 들지는 마. 난 오늘 작정했어. 감히 저하를 위해 복수하는 걸 막는 놈이 있다면 그게 너라고 해도 베어버릴 거야!”염수천은 한때 형제였던 그가 자신을 벨 거라고 하자 화가 났다.“멍청한 놈! 내가 널 두려워할 것 같아? 어디 한 번 해봐!”“그래! 좋아!”그 자리에 있던 금위군과 북방군은 두 장수가 정말로 싸우려고 들자 모두 기가 막혔다.바로 그때였다.“보고합니다!”눈보라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보고하러 온 병사 한 명이 그곳에 도착해서 곧바로 말했다.“전방에서 급보를 전했습니다. 낙일성이 함락되고 설국 군신 세나스가 전사했다고 합니다!”‘뭐라고?’그 말에 염수천과 박천후, 그리고 수십 명의 화진 장수들 모두 깜짝 놀랐다.“방금 세나스가 죽었다고 한 거야?”6년 전 화진과 싸운 적이 있던 설국 군신인 세나스의 이름을 염수천과 박천후가 모를 리가 없었다.“네! 세나스도 전사했고 그의 정예군들 또한 모두 낙일성에서 전멸되었다고 합니다!”병사가 다시 말했다.그 말에 염수천과 박천후는 큰 충격을 받았다.설국 군신 세나스가 죽고 그의 정예군 또한 전멸했다니.박천후는 한참 뒤에야 놀란 얼굴로 물었다.“누가 그런 거야? 누가 그렇게 강해?”“누구겠어? 당연히 국주님께서 너더러 병사를 이끌고 보호하라고 한 그분이지!”염수천이 웃으며 말했다.‘그분?’박천후는 지금까지도 국주가 그더러 병사를 이끌고 보호하라고 한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다.그는 그저 명령을 받은 뒤 곧장 북방군을 데리고 이곳에 왔을 뿐이었다.그래서 박천후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박천후는 황급히 말했다.“염수천, 이제 그만 숨기고 솔직히 말해. 대체 누구야? 누가 이렇게 강한 거야? 설국에 쳐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세나스까지 죽이다니!”염수천은 웃으며 말했다.“나한테 애원하면 얘기해줄게.”“애원은 무슨. 말하기 싫으면 관둬.”박천후는 단단히 화가 났다.그러나 그는 잠시 뒤 염수천
북방군의 총사령관인 박천후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얼이 빠졌다.그는 곧 염수천의 팔을 잡고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염수천, 장난치지 마. 저하... 저하께서는 이미 돌아가셨잖아. 그런데 저하일 리가 없잖아!”“바보 같긴. 이 세상에 우리 저하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염수천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하... 하지만 저하는 죽음의 바다에서... 돌아가셨잖아. 그건 전 국민이 아는 사실이라고!”박천후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염수천이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랑 같은 생각이었어. 나도 저하께서 돌아가셨다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내 두 눈으로 직접 저하를 봤을 때, 그제야 난 우리 저하께서 살아계셨다는 걸 깨달았어. 저하께서 다시 홀로 설국으로 쳐들어간 거야. 그리고 낙일성을 함락시킨 것도, 설국 군신을 죽인 것도 모두 저하야. 그리고 내 짐작이 맞다면 저하께서는 아마 이제 곧 설국 수도에 도착하실 거야.”염수천은 농담하는 것 같지 않았다. 박천후는 그 자리에서 거의 2분 동안 넋을 놓고 있었다.“진짜 거짓말이 아니라고? 우리 저하께서 아직 살아계신다고?”박천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렇다니까. 믿기지 않는다면 네가 직접 창용부대에 연락해 봐. 박창용이 가장 먼저 저하께서 살아계신다는 걸 안 사람이니까. 그런데 여태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지.”염수천은 그렇게 말하면서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박창용을 욕했다.그들은 박창용이 많이 원망스러운 듯했다.염수천의 말을 들은 박천후는 다시 한번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울기 시작했다.엉엉 우는 소리가 주위에 널리 울려 퍼졌고 병사들은 모두 얼이 빠졌다.“하하하하! 박천후, 아까는 안 울 거라면서? 그런데 왜 우는 거야?”박천후가 엉엉 울자 염수천은 얄밉게 옆에서 약을 올렸다.“헛소리하지 마! 난 우는 게 아니야! 너무 기뻐서 그러는 거야!”박천후는 눈물을 닦으면서 울먹거리며 말했다.염수천은 크게 웃었다.“염수천, 저하께서 살아계셨다는 걸 알았으면서 왜 미리 나한테 얘기
“어떻게 화진인 마음대로 우리 설국 영토를 침략할 수 있단 말인가?”화가 난 설태현이 말했다.이곳은 설국이다.그러나 윤구주는 홀로 곧 도성까지 쳐들어오고 있다니, 누구라도 참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우리가 화진에 파견한 사신은 어떻게 되었나?”화가 난 설태현이 물어보았다.“국주님, 화진에서 우리가 파견한 사신을 만나주지 않습니다.”“만나주지 않는다고?”“네, 그렇습니다.”이 말을 들은 설태현은 더욱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사람을 얕잡아 봐도 너무 얕잡게 보는구나.”주위에 있던 설국 대신들도 하나둘씩 화가 나기 시작했다.“그 화진인이 낙일성을 꿰뚫고 우리 도성을 향해 오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좋을까?”“그자가 감히?”“군신 각하도 그의 손에 죽었는데 우리도 방법이 없지 않은가?”이때, 조정의 대신들은 하나둘씩 의논하기 시작했다.“이런 재능을 가진 그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혹시 6년 전 악마와 같은 그런 사람이 화진에 또 나타나기라도 한 건가?늙은 대신 한 명이 말했다.이 말과 함께 모든 조정의 신하들은 얼굴 안색이 어두워졌다.6년 전 금전에서 윤구주의 검에 의해 설태현의 아버지가 참살당하였기에 신하들은 6년 전의 치욕이 설국의 치욕이자 현 국주의 치욕이라 생각했기에 그 누구도 입에 올리기 싫어했다.게다가 6년 후 윤구주가 다시 올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설국의 대신들이 하나둘씩 허둥대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문밖에서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광명 신전 대신관님 납시오.”빨강과 검정 두루마기를 입고 머리 위로 높은 모자를 쓴 노인이 소리와 함께 밖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사람들은 대신관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했다.분명히 천천히 걸고 있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금전에 도착했다.“대신관이 오셨네.”“우리 설국에 희망이 생겼네.”금전에서 모든 설국 대신은 희망으로 가득 찬 눈길로 대신관을 바라보았다.빨갛고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대신관은 들어오더니 허리를 굽혀 설태현에게 인사를 했
“그러나...”박천후는 염수천이 무엇인가 더 말하려고 할 때 먼저 말을 꺼냈다.“한 번만 말할 테니 잘 들어. 오늘 내가 왕을 뵙는 것을 누군가가 막으려 한다면 내가 반드시 그와 싸울 거야. 믿지 못하겠으면 시험해 보던가.”박천후는 왕년에 구주군중 제일 용맹한 일인이었고 윤구주 외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았기에 염수천은 누구보다도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사십만 대군을 바로 정돈하고 있는 박천후의 모습을 본 염수천은 눈썹을 찌푸렸다.“통령님, 우리 어떻게 할까요?”이때 염수천 앞으로 장병 한 명이 신속하게 걸어오며 물었다.염수천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뭘 어떻게 해, 이 바보가 미치면 어떤 일 저지를지 모르니 얼른 금위군을 집결시켜 함께 설국에 들어가야 해.”‘뭐라고?’금위군을 동원하여 설국에 들어가겠다는 말을 들은 장병은 얼른 염수천에게 말했다.“그런데 국전을 일으켜서 안 된다고 국주가 명령을 내리셨어요.”“조금 전 천후 그 바보 놈이 하는 말 못들 었어? 우리는 그냥 우리의 왕을 모시러 가는 거지 전쟁을 일으키려는 거 아니야. 알겠어?”염수천의 말을 들은 장교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얼마 후 준비를 마친 사십만 명의 북방군과 염수천의 십만 명의 금위군이 연합하여 신속하게 설국으로 향했다....설국 도성!금전!여기가 바로 설국의 제일 영예로운 땅이자 가장 신성한 곳이다!이때 대전에서는 당황한 기색을 한 중신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들은 설국의 국주 설태현을 맞이하고 있었다.얼마 후, 웅장한 목소리가 금전에 울려 퍼졌다.“국주님 납시오!”화려한 복장을 한 젊은 모습의 사람이 소리와 함께 금전에서 걸어 나왔다.그가 바로 설국 국주 설태현이였다.황자의 기풍을 풍기고 있는 그는 16살에 황제의 자리에 올랐고 현재 22살이지만 젊은 설국 국주의 비범함을 느낄 수 있다.“국주께 인사 올립니다.”모든 조정의 신하들은 설태현이 보자, 무릎 꿇고 인사를 올렸다.설태현은 담담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모두 일어나요.”
북방군의 총사령관인 박천후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얼이 빠졌다.그는 곧 염수천의 팔을 잡고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염수천, 장난치지 마. 저하... 저하께서는 이미 돌아가셨잖아. 그런데 저하일 리가 없잖아!”“바보 같긴. 이 세상에 우리 저하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염수천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하... 하지만 저하는 죽음의 바다에서... 돌아가셨잖아. 그건 전 국민이 아는 사실이라고!”박천후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염수천이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랑 같은 생각이었어. 나도 저하께서 돌아가셨다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내 두 눈으로 직접 저하를 봤을 때, 그제야 난 우리 저하께서 살아계셨다는 걸 깨달았어. 저하께서 다시 홀로 설국으로 쳐들어간 거야. 그리고 낙일성을 함락시킨 것도, 설국 군신을 죽인 것도 모두 저하야. 그리고 내 짐작이 맞다면 저하께서는 아마 이제 곧 설국 수도에 도착하실 거야.”염수천은 농담하는 것 같지 않았다. 박천후는 그 자리에서 거의 2분 동안 넋을 놓고 있었다.“진짜 거짓말이 아니라고? 우리 저하께서 아직 살아계신다고?”박천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렇다니까. 믿기지 않는다면 네가 직접 창용부대에 연락해 봐. 박창용이 가장 먼저 저하께서 살아계신다는 걸 안 사람이니까. 그런데 여태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지.”염수천은 그렇게 말하면서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박창용을 욕했다.그들은 박창용이 많이 원망스러운 듯했다.염수천의 말을 들은 박천후는 다시 한번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울기 시작했다.엉엉 우는 소리가 주위에 널리 울려 퍼졌고 병사들은 모두 얼이 빠졌다.“하하하하! 박천후, 아까는 안 울 거라면서? 그런데 왜 우는 거야?”박천후가 엉엉 울자 염수천은 얄밉게 옆에서 약을 올렸다.“헛소리하지 마! 난 우는 게 아니야! 너무 기뻐서 그러는 거야!”박천후는 눈물을 닦으면서 울먹거리며 말했다.염수천은 크게 웃었다.“염수천, 저하께서 살아계셨다는 걸 알았으면서 왜 미리 나한테 얘기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워! 염수천, 네가 겁이 많다고 해서 날 막으려고 들지는 마. 난 오늘 작정했어. 감히 저하를 위해 복수하는 걸 막는 놈이 있다면 그게 너라고 해도 베어버릴 거야!”염수천은 한때 형제였던 그가 자신을 벨 거라고 하자 화가 났다.“멍청한 놈! 내가 널 두려워할 것 같아? 어디 한 번 해봐!”“그래! 좋아!”그 자리에 있던 금위군과 북방군은 두 장수가 정말로 싸우려고 들자 모두 기가 막혔다.바로 그때였다.“보고합니다!”눈보라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보고하러 온 병사 한 명이 그곳에 도착해서 곧바로 말했다.“전방에서 급보를 전했습니다. 낙일성이 함락되고 설국 군신 세나스가 전사했다고 합니다!”‘뭐라고?’그 말에 염수천과 박천후, 그리고 수십 명의 화진 장수들 모두 깜짝 놀랐다.“방금 세나스가 죽었다고 한 거야?”6년 전 화진과 싸운 적이 있던 설국 군신인 세나스의 이름을 염수천과 박천후가 모를 리가 없었다.“네! 세나스도 전사했고 그의 정예군들 또한 모두 낙일성에서 전멸되었다고 합니다!”병사가 다시 말했다.그 말에 염수천과 박천후는 큰 충격을 받았다.설국 군신 세나스가 죽고 그의 정예군 또한 전멸했다니.박천후는 한참 뒤에야 놀란 얼굴로 물었다.“누가 그런 거야? 누가 그렇게 강해?”“누구겠어? 당연히 국주님께서 너더러 병사를 이끌고 보호하라고 한 그분이지!”염수천이 웃으며 말했다.‘그분?’박천후는 지금까지도 국주가 그더러 병사를 이끌고 보호하라고 한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다.그는 그저 명령을 받은 뒤 곧장 북방군을 데리고 이곳에 왔을 뿐이었다.그래서 박천후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박천후는 황급히 말했다.“염수천, 이제 그만 숨기고 솔직히 말해. 대체 누구야? 누가 이렇게 강한 거야? 설국에 쳐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세나스까지 죽이다니!”염수천은 웃으며 말했다.“나한테 애원하면 얘기해줄게.”“애원은 무슨. 말하기 싫으면 관둬.”박천후는 단단히 화가 났다.그러나 그는 잠시 뒤 염수천
군복을 입은 박천후는 영웅비 앞에 서 있었다.그는 꼿꼿하게 선 채로 손으로 영웅비에 묻은 눈을 닦았다.그는 눈을 닦으면서 중얼거렸다.“넷째야, 충영아, 덕산아... 형이 보러 왔다.”박천후는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눈시울을 살짝 붉혔다.당시 낭파산 전투에서 구주군은 혈전을 벌였다.그리고 그때 박천후는 친한 형제들 여럿을 이곳에서 잃었다.옆에 있던 염수천은 영웅비를 닦는 박천후의 모습을 바라보며 6년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바람이 불고 눈꽃이 휘날리는 날, 박천후는 지금처럼 눈보라 속에 꼿꼿이 서서 꼼짝하지 않았다.박천후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염수천, 그분을 그리워해 본 적 있어...”박천후의 질문에 염수천은 살짝 당황했다.“누구?”“누구긴 누구야? 당연히 우리 저하지!”박천후의 목소리가 갑자기 떨렸다.염수천은 그 말에 심장이 철렁했다.“사실 난 우리 저하가 너무 그리워.”박천후는 그렇게 얘기하다가 갑자기 주저앉으며 두 손으로 머리를 끌어안고 눈보라 속에서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박천후의 우는 모습을 본 염수천은 사실 그에게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박천후가 잠깐 우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생각을 고쳤다.그래서 염수천은 이렇게 얘기했다.“그립지. 어떻게 그립지 않겠어? 당시 저하께서 계셨을 때 얼마나 좋았어?”“저하께서 돌아가시지만 않았어도 당시 우리 형제들은 사방으로 흩어지지 않았을 거야. 우리 구주군도 해산되지 않았을 거고...”박천후는 그렇게 얘기하다가 갑자기 살기를 가득 담아 말했다.“염수천, 나한테 솔직히 얘기해 봐. 당시 우리 저하께서 죽음의 바다로 싸우러 갔을 때, 빌어먹을 설국도 그 전투에 참여했었어?”박천후가 매서운 목소리로 물었다.염수천은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아마... 있었을 거야.”“젠장, 그런데 뭘 기다린다는 거야?”박천후는 마치 화가 난 호랑이처럼 벌떡 일어나며 염수천을 노려보았다.“나 박천후는 오늘 설국을 피바다로 만들어 저하의 복수를 할 거야.”그는 그렇게
그러나 세나미가 윤구주의 곁에 가까워지자마자 윤구주는 팔을 움직여 그녀를 멀리 날아가게 했다.“실력이 될 때쯤에 날 죽이러 와. 지금은 너무 약해.”도도하게 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고개를 들어 설국 수도 쪽을 바라보았다.“이제는 설국 수도로 가야겠어.”윤구주가 손을 움켜쥐자 바닥에 쓰러졌던 세나미는 허공으로 떠 올랐다. 곧 윤구주는 세나미와 함께 설국 수도 쪽으로 향했다....흑여산맥의 국경 지대.윤구주가 설국 수도로 향하고 있을 때 한 무리의 부대가 호시탐탐 국경 지역에 서 있었다.사람들이 아주 많은 걸로 봐서 적어도 수십만 명은 될 듯했다.게다가 뒤에는 전투기, 탱크 등이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로 있었다.눈보라 속에서 군복을 입고 허리춤에 검을 찬 건장한 남자는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그의 곁에는 엄청난 기세에 매서운 눈빛을 가진 다른 장수가 서 있었다.그는 염수천보다 성격이 더 불같아 보였다.“염수천, 우리 북방의 40만 대군은 언제 설국을 평정하는 거야?”말을 한 자는 매서운 눈빛을 한 장수, 북방군을 이끄는 박천후였다.그는 아주 용맹했다.화진 국주의 명령을 받은 그는 병사들을 이끌고 흑여산맥으로 왔다.“급하지 않아. 낙일성 쪽에서 아무런 소식도 없으니 일단은 조급해할 필요가 없어.”염수천이 천천히 말했다.“젠장, 염수천, 넌 정말 의리가 없어. 우리 그래도 같은 구주군 출신인데 어떻게 아직도 혼자 설국에 쳐들어간 그 대단한 자가 누군지 알려주지 않는 거야?”박천후는 염수천을 욕했다.사실 박천후도 염수천도 구주군의 10대 장군이었다.그러나 구주군이 해산된 뒤 박천후는 북방으로 파견되어 판인국 쪽 방어선을 지켰다.염수천보다 더 불같은 성정을 가진 박천후는 자신의 병사들을 데리고 흑여산맥으로 왔다. 그런데 염수천이 계속 뭔가를 숨기자 불만이 많았다.“뭘 그렇게 조급해해? 걱정하지 마. 이번에 아주 기쁜 소식을 알려줄 테니까.”염수천이 웃으며 말했다.“기쁜 소식은, 무슨. 우리 구주군이 해산된 뒤로 난 기쁘다
세나스는 자신이 이끌고 온 만여 명의 병사들 모두 순식간에 살해당할 줄 몰랐다.그뿐만 아니라 광명 신전의 대제사장 세 명도 전부 죽었다.대제사장들 모두 절정 강자였는데 말이다.아주 추운 지역인 설국은 원래 인구가 적기에 절정 강자의 수도 화진보다 훨씬 적었다.그런데 겨우 하루 사이 설국은 초극 절정 강자 길든과 세 명의 절정 수준의 대제사장을 잃었다. 설국의 군신 세나스로서는 가슴 아픈 일일 수밖에 없었다.“우리 아버지를 죽이지 말아줘!”윤구주가 마치 악마처럼 세나스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자 세나미가 달려와서 윤구주의 앞을 막아섰다.“딸, 어서 가. 난 신경 쓰지 마!”세나스는 딸이 자신의 앞에 서자 서둘러 그녀를 설득했다.“싫어요!”세나미는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저었다.“제발. 당신은 이미 많은 사람들을 죽였어. 그러니까 우리 아버지만큼은 살려줘.”세나미는 눈물을 흘리며 윤구주에게 애원했다.“설국은 우리 화진의 영토를 침범했고 화진인들을 다치게 했어. 설국인들은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날 거로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운구주가 칼처럼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말에 세나미는 말문이 턱 막혔다.전쟁은 전쟁이고 살육은 살육이다.오늘 윤구주가 이렇게 많은 설국인들을 죽이지 않았더라면 설국은 언젠가 화진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을 것이고 전쟁이 발발하면 죽는 것은 대부분 화진인일 것이다.그런데 윤구주가 어떻게 마음 약해질 수 있을까?“대체 어떻게 해야 그만할 거야?”세나미는 눈물을 흘리면서 윤구주에게 물었다.윤구주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설국 수도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설국의 수도를 짓밟고 백 년의 국운을 짓밟아야만 한을 풀 수 있어.”‘뭐라고? 수도를 짓밟고 백 년의 국운을 짓밟겠다고?’“꿈... 꿈도 꾸지 마!”세나미가 고함을 질렀다.국운을 짓밟는 것은 한 나라에 있어 최악의 일이었기에 세나미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그래. 그러면 어디 한 번 지켜봐. 내가 어떻게 설국을 굴복시키는지.”말을
다른 대제사장은 덜컥 겁이 났다.적야도, 세나스도 모두 등골이 오싹했다.윤구주는 단칼에 번장대진을 파괴하더니 손을 움직여서 구양진기를 거대한 손으로 만들어 번장대진을 완전히 부서뜨렸다.“아! 아!”번장대진이 부서지는 순간 적야 대제사장과 다른 한 명의 대제사장은 코와 입에서 피를 뿜었고 몸 또한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진법이 망가졌다.윤구주는 비검을 들고 허공에 우뚝 서 있었다.이 순간 그는 신이자 악마였다.“내가 얘기했을 텐데. 날 막는 자들은 전부 죽을 거라고. 이제 당신들 모두 저승으로 보내줘야겠어.”윤구주는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고 갑자기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적선기가 허공으로 솟아오르더니 낙일성의 상공 위로 아주 거대한 어둠의 소용돌이가 생겼다. “이제 벌을 내릴 시간이야. 죽어!”윤구주의 무자비한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하늘과 땅이 어둠으로 물들었고 곧이어 꿈틀대는 외전이 소용돌이 속에서 나타났다.그 뇌전은 뇌왕인의 뇌전보다 더 무시무시했다.그 놔전은 윤구주의 적선기를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뇌전 하나하나가 뇌검으로 변했다.“멸하라!”윤구주가 큰 손으로 바닥을 누르자 하늘 위 거대한 어둠의 소용돌이 속 무시무시한 뇌검들이 소낙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뇌검이 하늘에서 비처럼 낙일성의 땅 위로 쏟아졌다. 설국 병사들도 적야 등 사람도 뇌검을 피해 갈 수 없었다.쿵쿵쿵!끝없는 폭발음이 낙일성에서 울려 퍼졌다. 그 순간 낙일성은 마치 수많은 포탄 공격을 받은 것처럼 폭발하기 시작했다.반경 몇 킬로미터 모두 윤구주의 뇌검으로 뒤덮었다.뇌검이 떨어져서 모든 걸 없앴다.세나스의 뒤에 있던 설국 군대도, 낙일성도 모두 뇌검으로 인해 폐허가 되었다.“끝장이야!”“우리 끝장났어!”자신이 데려온 만여 명의 병사들 모두 뇌검에 뒤덮이자 세나스는 비명을 질렀다.그들을 도와주러 왔던 두 제사장은 윤구주가 미친 듯이 사람들을 죽이자 눈이 벌게졌다.“구주왕,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두 명의 대제사장은 함께 윤구주
윤구주가 수련한 팔기지는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세상 사람들은 팔기지가 여덟 개의 신통뿐이라고 생각했다.그들은 윤구주가 팔기지를 넘어서 제9기 적선술까지 깨달은 줄은 몰랐다.이 순간, 적선의 기운이 나타나자 윤구주의 몸이 온통 투명하게 변했다.피부도, 머리카락도, 피도 전부 투명했다.적선술을 사용하자 윤구주의 몸이 갑자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날 죽이고 싶어? 벌레만도 못한 설국인들이 무슨 수로?”그 소리와 함께 무시무시한 적선기가 파도처럼 사방을 휩쓸었다.번장대진 밖에서 힘을 주입하고 있던 설국 강자들은 무시무시한 적선기에 휩쓸려서 멀리 날아갔다.그들은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그들은 윤구주의 엄청난 파워를 막을 수가 없었다.심지어 하늘도 윤구주의 분노를 느낀 건지 구름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젠장, 저 자식 기운이 너무 강해요! 적야 대제사장님, 어서 번장대진으로 제압하세요!”세나스는 윤구주의 적선기가 점점 더 강해지자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백발이 성성한 적야 대제사장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서둘러 두 손으로 수인을 맺었다.“다들 구주왕을 제압합시다!”그가 명령을 내리자 근처에 있던 세 명의 설국 대제사장들이 수인을 맺어서 번장대진에 힘을 주입했다.윤구주는 번장대진 중심에 신처럼 서 있었다.그가 입은 흰옷은 펄럭대며 소리를 냈다.세 명의 설국 대제사장이 다시 한번 수인을 맺자 윤구주는 차갑게 피식 웃었다.“오늘 난 화진의 이름으로 설국인들을 모조리 벨 것이다! 검이여, 이리로 오라!”용의 울음소리와 함께 검망이 나타났다.그 순간 윤구주의 손에 갑자기 검 하나가 생겼다.그것은 적선의 기운으로 뭉쳐진 흰색 비검이었다.비검이 나타나자 주우의 모든 것이 비검의 기세에 눌렸다.뒤에 있던 만여 명의 설국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화진 서요산의 비검술이라...”“젠장, 소문에 따르면 서요산 비검술의 명맥은 수백 년간 이어지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윤구주의 손에 나타난 비검과 하늘을 찌를 듯한 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