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516화

Author: 김원호
세나스는 자신이 이끌고 온 만여 명의 병사들 모두 순식간에 살해당할 줄 몰랐다.

그뿐만 아니라 광명 신전의 대제사장 세 명도 전부 죽었다.

대제사장들 모두 절정 강자였는데 말이다.

아주 추운 지역인 설국은 원래 인구가 적기에 절정 강자의 수도 화진보다 훨씬 적었다.

그런데 겨우 하루 사이 설국은 초극 절정 강자 길든과 세 명의 절정 수준의 대제사장을 잃었다. 설국의 군신 세나스로서는 가슴 아픈 일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 아버지를 죽이지 말아줘!”

윤구주가 마치 악마처럼 세나스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자 세나미가 달려와서 윤구주의 앞을 막아섰다.

“딸, 어서 가. 난 신경 쓰지 마!”

세나스는 딸이 자신의 앞에 서자 서둘러 그녀를 설득했다.

“싫어요!”

세나미는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제발. 당신은 이미 많은 사람들을 죽였어. 그러니까 우리 아버지만큼은 살려줘.”

세나미는 눈물을 흘리며 윤구주에게 애원했다.

“설국은 우리 화진의 영토를 침범했고 화진인들을 다치게 했어. 설국인들은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날 거로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운구주가 칼처럼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에 세나미는 말문이 턱 막혔다.

전쟁은 전쟁이고 살육은 살육이다.

오늘 윤구주가 이렇게 많은 설국인들을 죽이지 않았더라면 설국은 언젠가 화진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을 것이고 전쟁이 발발하면 죽는 것은 대부분 화진인일 것이다.

그런데 윤구주가 어떻게 마음 약해질 수 있을까?

“대체 어떻게 해야 그만할 거야?”

세나미는 눈물을 흘리면서 윤구주에게 물었다.

윤구주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설국 수도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설국의 수도를 짓밟고 백 년의 국운을 짓밟아야만 한을 풀 수 있어.”

‘뭐라고? 수도를 짓밟고 백 년의 국운을 짓밟겠다고?’

“꿈... 꿈도 꾸지 마!”

세나미가 고함을 질렀다.

국운을 짓밟는 것은 한 나라에 있어 최악의 일이었기에 세나미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 그러면 어디 한 번 지켜봐. 내가 어떻게 설국을 굴복시키는지.”

말을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구주, 왕의 귀환   제1517화

    그러나 세나미가 윤구주의 곁에 가까워지자마자 윤구주는 팔을 움직여 그녀를 멀리 날아가게 했다.“실력이 될 때쯤에 날 죽이러 와. 지금은 너무 약해.”도도하게 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고개를 들어 설국 수도 쪽을 바라보았다.“이제는 설국 수도로 가야겠어.”윤구주가 손을 움켜쥐자 바닥에 쓰러졌던 세나미는 허공으로 떠 올랐다. 곧 윤구주는 세나미와 함께 설국 수도 쪽으로 향했다....흑여산맥의 국경 지대.윤구주가 설국 수도로 향하고 있을 때 한 무리의 부대가 호시탐탐 국경 지역에 서 있었다.사람들이 아주 많은 걸로 봐서 적어도 수십만 명은 될 듯했다.게다가 뒤에는 전투기, 탱크 등이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로 있었다.눈보라 속에서 군복을 입고 허리춤에 검을 찬 건장한 남자는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그의 곁에는 엄청난 기세에 매서운 눈빛을 가진 다른 장수가 서 있었다.그는 염수천보다 성격이 더 불같아 보였다.“염수천, 우리 북방의 40만 대군은 언제 설국을 평정하는 거야?”말을 한 자는 매서운 눈빛을 한 장수, 북방군을 이끄는 박천후였다.그는 아주 용맹했다.화진 국주의 명령을 받은 그는 병사들을 이끌고 흑여산맥으로 왔다.“급하지 않아. 낙일성 쪽에서 아무런 소식도 없으니 일단은 조급해할 필요가 없어.”염수천이 천천히 말했다.“젠장, 염수천, 넌 정말 의리가 없어. 우리 그래도 같은 구주군 출신인데 어떻게 아직도 혼자 설국에 쳐들어간 그 대단한 자가 누군지 알려주지 않는 거야?”박천후는 염수천을 욕했다.사실 박천후도 염수천도 구주군의 10대 장군이었다.그러나 구주군이 해산된 뒤 박천후는 북방으로 파견되어 판인국 쪽 방어선을 지켰다.염수천보다 더 불같은 성정을 가진 박천후는 자신의 병사들을 데리고 흑여산맥으로 왔다. 그런데 염수천이 계속 뭔가를 숨기자 불만이 많았다.“뭘 그렇게 조급해해? 걱정하지 마. 이번에 아주 기쁜 소식을 알려줄 테니까.”염수천이 웃으며 말했다.“기쁜 소식은, 무슨. 우리 구주군이 해산된 뒤로 난 기쁘다

  • 구주, 왕의 귀환   제1518화

    군복을 입은 박천후는 영웅비 앞에 서 있었다.그는 꼿꼿하게 선 채로 손으로 영웅비에 묻은 눈을 닦았다.그는 눈을 닦으면서 중얼거렸다.“넷째야, 충영아, 덕산아... 형이 보러 왔다.”박천후는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눈시울을 살짝 붉혔다.당시 낭파산 전투에서 구주군은 혈전을 벌였다.그리고 그때 박천후는 친한 형제들 여럿을 이곳에서 잃었다.옆에 있던 염수천은 영웅비를 닦는 박천후의 모습을 바라보며 6년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바람이 불고 눈꽃이 휘날리는 날, 박천후는 지금처럼 눈보라 속에 꼿꼿이 서서 꼼짝하지 않았다.박천후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염수천, 그분을 그리워해 본 적 있어...”박천후의 질문에 염수천은 살짝 당황했다.“누구?”“누구긴 누구야? 당연히 우리 저하지!”박천후의 목소리가 갑자기 떨렸다.염수천은 그 말에 심장이 철렁했다.“사실 난 우리 저하가 너무 그리워.”박천후는 그렇게 얘기하다가 갑자기 주저앉으며 두 손으로 머리를 끌어안고 눈보라 속에서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박천후의 우는 모습을 본 염수천은 사실 그에게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박천후가 잠깐 우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생각을 고쳤다.그래서 염수천은 이렇게 얘기했다.“그립지. 어떻게 그립지 않겠어? 당시 저하께서 계셨을 때 얼마나 좋았어?”“저하께서 돌아가시지만 않았어도 당시 우리 형제들은 사방으로 흩어지지 않았을 거야. 우리 구주군도 해산되지 않았을 거고...”박천후는 그렇게 얘기하다가 갑자기 살기를 가득 담아 말했다.“염수천, 나한테 솔직히 얘기해 봐. 당시 우리 저하께서 죽음의 바다로 싸우러 갔을 때, 빌어먹을 설국도 그 전투에 참여했었어?”박천후가 매서운 목소리로 물었다.염수천은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아마... 있었을 거야.”“젠장, 그런데 뭘 기다린다는 거야?”박천후는 마치 화가 난 호랑이처럼 벌떡 일어나며 염수천을 노려보았다.“나 박천후는 오늘 설국을 피바다로 만들어 저하의 복수를 할 거야.”그는 그렇게

  • 구주, 왕의 귀환   제1519화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워! 염수천, 네가 겁이 많다고 해서 날 막으려고 들지는 마. 난 오늘 작정했어. 감히 저하를 위해 복수하는 걸 막는 놈이 있다면 그게 너라고 해도 베어버릴 거야!”염수천은 한때 형제였던 그가 자신을 벨 거라고 하자 화가 났다.“멍청한 놈! 내가 널 두려워할 것 같아? 어디 한 번 해봐!”“그래! 좋아!”그 자리에 있던 금위군과 북방군은 두 장수가 정말로 싸우려고 들자 모두 기가 막혔다.바로 그때였다.“보고합니다!”눈보라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보고하러 온 병사 한 명이 그곳에 도착해서 곧바로 말했다.“전방에서 급보를 전했습니다. 낙일성이 함락되고 설국 군신 세나스가 전사했다고 합니다!”‘뭐라고?’그 말에 염수천과 박천후, 그리고 수십 명의 화진 장수들 모두 깜짝 놀랐다.“방금 세나스가 죽었다고 한 거야?”6년 전 화진과 싸운 적이 있던 설국 군신인 세나스의 이름을 염수천과 박천후가 모를 리가 없었다.“네! 세나스도 전사했고 그의 정예군들 또한 모두 낙일성에서 전멸되었다고 합니다!”병사가 다시 말했다.그 말에 염수천과 박천후는 큰 충격을 받았다.설국 군신 세나스가 죽고 그의 정예군 또한 전멸했다니.박천후는 한참 뒤에야 놀란 얼굴로 물었다.“누가 그런 거야? 누가 그렇게 강해?”“누구겠어? 당연히 국주님께서 너더러 병사를 이끌고 보호하라고 한 그분이지!”염수천이 웃으며 말했다.‘그분?’박천후는 지금까지도 국주가 그더러 병사를 이끌고 보호하라고 한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다.그는 그저 명령을 받은 뒤 곧장 북방군을 데리고 이곳에 왔을 뿐이었다.그래서 박천후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박천후는 황급히 말했다.“염수천, 이제 그만 숨기고 솔직히 말해. 대체 누구야? 누가 이렇게 강한 거야? 설국에 쳐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세나스까지 죽이다니!”염수천은 웃으며 말했다.“나한테 애원하면 얘기해줄게.”“애원은 무슨. 말하기 싫으면 관둬.”박천후는 단단히 화가 났다.그러나 그는 잠시 뒤 염수천

  • 구주, 왕의 귀환   제1520화

    북방군의 총사령관인 박천후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얼이 빠졌다.그는 곧 염수천의 팔을 잡고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염수천, 장난치지 마. 저하... 저하께서는 이미 돌아가셨잖아. 그런데 저하일 리가 없잖아!”“바보 같긴. 이 세상에 우리 저하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염수천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하... 하지만 저하는 죽음의 바다에서... 돌아가셨잖아. 그건 전 국민이 아는 사실이라고!”박천후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염수천이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랑 같은 생각이었어. 나도 저하께서 돌아가셨다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내 두 눈으로 직접 저하를 봤을 때, 그제야 난 우리 저하께서 살아계셨다는 걸 깨달았어. 저하께서 다시 홀로 설국으로 쳐들어간 거야. 그리고 낙일성을 함락시킨 것도, 설국 군신을 죽인 것도 모두 저하야. 그리고 내 짐작이 맞다면 저하께서는 아마 이제 곧 설국 수도에 도착하실 거야.”염수천은 농담하는 것 같지 않았다. 박천후는 그 자리에서 거의 2분 동안 넋을 놓고 있었다.“진짜 거짓말이 아니라고? 우리 저하께서 아직 살아계신다고?”박천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렇다니까. 믿기지 않는다면 네가 직접 창용부대에 연락해 봐. 박창용이 가장 먼저 저하께서 살아계신다는 걸 안 사람이니까. 그런데 여태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지.”염수천은 그렇게 말하면서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박창용을 욕했다.그들은 박창용이 많이 원망스러운 듯했다.염수천의 말을 들은 박천후는 다시 한번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울기 시작했다.엉엉 우는 소리가 주위에 널리 울려 퍼졌고 병사들은 모두 얼이 빠졌다.“하하하하! 박천후, 아까는 안 울 거라면서? 그런데 왜 우는 거야?”박천후가 엉엉 울자 염수천은 얄밉게 옆에서 약을 올렸다.“헛소리하지 마! 난 우는 게 아니야! 너무 기뻐서 그러는 거야!”박천후는 눈물을 닦으면서 울먹거리며 말했다.염수천은 크게 웃었다.“염수천, 저하께서 살아계셨다는 걸 알았으면서 왜 미리 나한테 얘기

  • 구주, 왕의 귀환   제1521화

    “그러나...”박천후는 염수천이 무엇인가 더 말하려고 할 때 먼저 말을 꺼냈다.“한 번만 말할 테니 잘 들어. 오늘 내가 왕을 뵙는 것을 누군가가 막으려 한다면 내가 반드시 그와 싸울 거야. 믿지 못하겠으면 시험해 보던가.”박천후는 왕년에 구주군중 제일 용맹한 일인이었고 윤구주 외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았기에 염수천은 누구보다도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사십만 대군을 바로 정돈하고 있는 박천후의 모습을 본 염수천은 눈썹을 찌푸렸다.“통령님, 우리 어떻게 할까요?”이때 염수천 앞으로 장병 한 명이 신속하게 걸어오며 물었다.염수천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뭘 어떻게 해, 이 바보가 미치면 어떤 일 저지를지 모르니 얼른 금위군을 집결시켜 함께 설국에 들어가야 해.”‘뭐라고?’금위군을 동원하여 설국에 들어가겠다는 말을 들은 장병은 얼른 염수천에게 말했다.“그런데 국전을 일으켜서 안 된다고 국주가 명령을 내리셨어요.”“조금 전 천후 그 바보 놈이 하는 말 못들 었어? 우리는 그냥 우리의 왕을 모시러 가는 거지 전쟁을 일으키려는 거 아니야. 알겠어?”염수천의 말을 들은 장교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얼마 후 준비를 마친 사십만 명의 북방군과 염수천의 십만 명의 금위군이 연합하여 신속하게 설국으로 향했다....설국 도성!금전!여기가 바로 설국의 제일 영예로운 땅이자 가장 신성한 곳이다!이때 대전에서는 당황한 기색을 한 중신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들은 설국의 국주 설태현을 맞이하고 있었다.얼마 후, 웅장한 목소리가 금전에 울려 퍼졌다.“국주님 납시오!”화려한 복장을 한 젊은 모습의 사람이 소리와 함께 금전에서 걸어 나왔다.그가 바로 설국 국주 설태현이였다.황자의 기풍을 풍기고 있는 그는 16살에 황제의 자리에 올랐고 현재 22살이지만 젊은 설국 국주의 비범함을 느낄 수 있다.“국주께 인사 올립니다.”모든 조정의 신하들은 설태현이 보자, 무릎 꿇고 인사를 올렸다.설태현은 담담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모두 일어나요.”

  • 구주, 왕의 귀환   제1522화

    “어떻게 화진인 마음대로 우리 설국 영토를 침략할 수 있단 말인가?”화가 난 설태현이 말했다.이곳은 설국이다.그러나 윤구주는 홀로 곧 도성까지 쳐들어오고 있다니, 누구라도 참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우리가 화진에 파견한 사신은 어떻게 되었나?”화가 난 설태현이 물어보았다.“국주님, 화진에서 우리가 파견한 사신을 만나주지 않습니다.”“만나주지 않는다고?”“네, 그렇습니다.”이 말을 들은 설태현은 더욱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사람을 얕잡아 봐도 너무 얕잡게 보는구나.”주위에 있던 설국 대신들도 하나둘씩 화가 나기 시작했다.“그 화진인이 낙일성을 꿰뚫고 우리 도성을 향해 오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좋을까?”“그자가 감히?”“군신 각하도 그의 손에 죽었는데 우리도 방법이 없지 않은가?”이때, 조정의 대신들은 하나둘씩 의논하기 시작했다.“이런 재능을 가진 그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혹시 6년 전 악마와 같은 그런 사람이 화진에 또 나타나기라도 한 건가?늙은 대신 한 명이 말했다.이 말과 함께 모든 조정의 신하들은 얼굴 안색이 어두워졌다.6년 전 금전에서 윤구주의 검에 의해 설태현의 아버지가 참살당하였기에 신하들은 6년 전의 치욕이 설국의 치욕이자 현 국주의 치욕이라 생각했기에 그 누구도 입에 올리기 싫어했다.게다가 6년 후 윤구주가 다시 올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설국의 대신들이 하나둘씩 허둥대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문밖에서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광명 신전 대신관님 납시오.”빨강과 검정 두루마기를 입고 머리 위로 높은 모자를 쓴 노인이 소리와 함께 밖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사람들은 대신관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했다.분명히 천천히 걸고 있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금전에 도착했다.“대신관이 오셨네.”“우리 설국에 희망이 생겼네.”금전에서 모든 설국 대신은 희망으로 가득 찬 눈길로 대신관을 바라보았다.빨갛고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대신관은 들어오더니 허리를 굽혀 설태현에게 인사를 했

  • 구주, 왕의 귀환   제1523화

    한창 설국 도성에서 의논이 진행되고 있을 때 흰 옷차림을 한 윤구주가 눈보라 속에서 바람을 타고 왔다.낙일성은 원래 도성으로부터 수백 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기에 이 거리는 윤구주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설국 도성에 접근할수록 눈보라가 점점 더 거세졌다.설국 도성 앞에 신들린 악마 같은 윤구주가 불현듯 나타났다.쿵!그의 발이 땅에 닿자 땅 전체가 무거운 진동 소리를 냈다.눈앞에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설국 도성은 우뚝 솟은 옛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설국의 백성들이 몇 시간 전 제거되었기에 떠들썩해야 하던 설국 도성은 현재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도 않았다.“도착했어.”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마친 윤구주가 오른손을 들자, 펑 하고 눈보라 속으로 아름다운 그림자가 던져졌다.바로 세나미였다.원래 설국 미래의 황후인 세나미는 이 시각 얼굴은 백지처럼 창백하고 두 눈에는 끝없는 절망으로 가득했다.그녀는 험상궂은 두 눈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악마야, 왜 나를 죽이지 않고 남겨 두는 거야?”세나미는 울부짖으면서 눈물을 흘렸다.만 명 넘는 설국 제일 강력 대군이 도살당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아버지까지 윤구주에 의해 참살되는 것을 직접 보았기에 참을 수가 없었다.윤구주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우리 화진을 건드린 결과를 너희들이 직접 두 눈으로 똑똑히 보기를 바랄 뿐이야.”냉담하게 말을 마친 윤구주는 세나미를 무시한 채 도성 성문을 향해 곧게 걸어갔다.눈앞의 넓고 길이가 몇 장이나 되게 높은 오래된 도성 성문은 사람들에게 위엄 있고 엄숙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마치 윤구주를 환영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환영하지 않는다고 윤구주가 들어갈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참 우스운 일이었다.윤구주의 새하얀 오른손이 검을 휘두르자, 순식간에 길이가 몇 장이나 되는 기검이 그에게 뭉쳤으며 검은 천둥같이 수백 년 된 설국의 성벽을 단칼에 베여버렸다.우르릉!오래된 성문은 윤구주에 의해 단칼에

  • 구주, 왕의 귀환   제1524화

    둘째:천수!셋째:난쟁이 사자!육도 절정 한 명은 한 개의 군을 뒤흔들 수 있었다.그러나 현재 설국에서는 육도 절정 세 명을 출동시켰다.세 명의 설국 육도 절정은 눈보라 속에서 용처럼 우뚝 솟아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생은 진짜 눈썰미가 좋다만 우리 설국 도성에 함부로 침입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생각하지 않아?”윤구주를 천천히 바라보며 제일 중간에 난쟁이 사자가 물었다.경멸의 미소를 지은 윤구주가 답했다.“나는 오늘 당신들이랑 도리를 따지려고 온 거 아니야.”“그럼, 선생은...”난쟁이 사자가 낮은 소리로 흥얼거렸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죽고 싶으면 빨리 덤벼!”윤구주는 육도 절정 세명에게 양보하지 않았다.누군가 오늘 막으려고 하면 그는 반드시 죽일 거라고 다짐했다. 윤구주의 말을 들은 왼쪽 끝에 선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젊은 나이에 이렇게 오만방자한 선생한테 이 늙은이가 왜 그러는지 가르침을 한번 받아보도록 하지.”말을 마친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은 직접 칼을 내밀었다.칙!은빛 달 같은 칼날이 허공에 나타났다.무서운 불멸의 힘을 가진 은빛 칼의 검도가 종횡무진하며 하늘을 가르고 윤구주를 죽이려고 그를 향해 날아가 떨어졌다.이미 검도가 무형의 경지에 이른 진정한 육도 절정으로서 오직 칼끝 하나만으로도 천하의 모든 신급을 다 베어 버릴 수 있었다.그가 바로 설국의 천도이다.윤구주는 은빛 칼날이 앞에 와 닿았을 때 무표정한 얼굴로 손바닥을 내밀자 용혼 한위총이 승화되어 나타났다.손에 든 은창은 쨍그랑 소리를 내며 천도 위에 떨어졌다.사방으로 흩날리던 눈은 공포스러운 진동의 힘으로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이 진동으로 그의 손에 있는 천도가 자칫하면 땅에 떨어질 뻔했을 뿐만 아니라 천도의 호랑이 아가리는 쿡쿡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강하다!”몸을 뒤로 비켜 물러난 천도는 굵은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40년 전 나는 어린 나이에 신급에 들어섰지. 몇 년 동안 검법에 빠져

Latest chapter

  • 구주, 왕의 귀환   제2020화

    인간이 나쁜 짓을 거듭해 양심을 잃으면 부끄러움도 사라진다.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윤구주를 따라 명예심이 생기면서 죄책감도 느끼게 된 청해에게 이 원한의 전법은 고통스럽기만 했다. 물론 곤륜역 한 신전의 부전주로서 정신이 붕괴할 정도는 아니었다.네 사람은 이 원한의 전법도 가볍게 넘어섰다.이때 전법에 관심을 가졌던 임정설이 무언가를 눈치챘다.“구주야, 서요산의 전법은 우연히 들어온 자를 쫓아내는 동시에 수련자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었어. 서요산은 의지력이 확고한 자들만 끌어들인다는 것을 미리 들어 알고 있다. 이게 바로 서요산이 제자를 선발하는 방식인가 보구나.”“그렇습니다. 매년 화진 무도계 사람들이 서요산에 찾아오지만 성공한 자는 극히 드뭅니다. 실패자들 중 십중팔구는 산기슭에서 죽음을 맞이하죠. 어떤 문턱은 넘지 않는 것이 복이 될 때가 있습니다. 모르는 것이 약이죠. 현실을 알고도 바꾸지 못하는 것이 가장 괴로운 법이니까요. 이 관문을 넘는다고 해도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입니다.”윤구주의 말이 끝나자 세 번째 전법이 나타났다.첫 번째와 두 번째 전법은 이곳에 들어온 이들을 돌려보내려고 만든 것이지만 세 번째 전법은 달랐다. 이 전법은 살기로 가득 찬 죽음의 전법이었다.평범한 사람들은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이곳까지 온 자들도 앞길의 위험을 보고 함부로 들어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눈 앞에 펼쳐진 죽음의 길을 보고도 들어가는 자는 스스로 죽음을 원하는 자라서 그런 자들에게 죽음을 내리는 것은 오히려 덕을 쌓는 일이었다.하지만 무도로 도를 깨우치려는 수련자라면 이 관문을 넘기 위해 반드시 목숨을 걸어야 한다. 버텨내야만 수도의 길에 들 수 있고 실패하면 그 후과를 받아들여야 한다.전법 안은 살기로 가득했다. 생기와 영기가 세상을 이롭게 하지 못할지라도 살기와 죽음의 기운은 목숨을 앗아갈 것이 분명했다.진법 내부에는 수많은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무도계에 이름을 날렸던 강자들의 유해

  • 구주, 왕의 귀환   제2019화

    네 사람은 비석을 지나자마자 환각의 전법에 부딪혔다. 이 전법은 우연히 들어오거나 경고를 무시한 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결국 서요산 밖으로 나가게 만드는 것이었다.의지력으로 환각의 전법을 통과하면 다음 전법이 기다리고 있었다.당연히 네 사람에게 환각의 전법은 통하지 않았다. 윤구주와 임정설은 물론, 백호와 청해도 곤륜에서 강자로 존경받는 존재들이었다.다음은 섭혼 전법이었다.전법에 들어가기 전부터 하늘을 찌를듯한 원한의 기운이 밀려왔다.그 기운을 느낀 임정설이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수년간 왕궁에서 비술을 연구해서 알아본 건데. 이곳은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진 거야. 반경 수천 리 이내의 원한의 기운이 모두 이곳에 모여있어. 내 치하에서도 억울하게 죽은 자들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그걸 내가 몰랐다니.”그는 깊은 자책에 빠졌다.“국주님, 인간이 있는 곳에는 분쟁은 끝나지 않습니다. 근대에 들어 큰 전쟁은 사라졌지만 소규모 충돌은 끊이지 않았죠.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게다가 이곳에 모여진 원한의 기운은 억울한 죽음뿐만 아니라 극형을 받은 흉악범들의 원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은 죽어도 사라지지 않죠. 사랑 때문에 미워하고, 미움 때문에 미쳐버리는 것이 바로 인간입니다.”윤구주의 말을 듣고 임정설이 한마디 물었다.“구주야, 너는 문아름을 미워하지 않느냐?”문아름의 이름을 들은 윤구주의 눈에서 짙은 살기가 번뜩였다.“당연히 미워하죠. 저 윤구주는 순수하게 사랑하고 미워하는 인간입니다. 사랑은 사랑, 증오는 증오에요. 그녀를 위해 변명 같은 건 하지 않겠습니다. 문아름이 저를 배신했으니 저에게 당연히 미워할 권리가 있죠. 하지만 문아름을 사랑한 걸 후회하지는 않아요. 문아름이 제게 사랑이 무엇인지, 인심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었으니깐요. 가려는 길이 다르면 미래를 함께할 수 없죠. 저희는 처음부터 다른 길을 걸었어요. 저희의 만남 자체가 잘못이었지만 문아름이 저를 구주왕으로 만든 것도 사실이죠. 그리고 제가 문아름을

  • 구주, 왕의 귀환   제2018화

    “저하와 생사를 함께할 수 있다니. 그건 제 영광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만약 전하와 제가 정말로 서요산에서 죽게 되면 청룡이 돌아온다 해도 성수가 한자리 비게 되는 건데 그분을 어떻게 소환하시렵니까?”백호가 의혹이 담긴 표정으로 물었다.윤구주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그걸 설명하려면 너를 실험체로 삶고 실험을 진행할 때부터 얘기해야 해. 정확히 말하면 청룡, 현모, 주작의 몸속에는 네 피가 흐르고 있어. 네가 성수의 피를 융합한 첫 번째 수련자야. 예로부터 지금까지 오직 너만이 진정한 융합에 성공했지. 네 피를 빌려 그들에게 성수의 정수를 주입했던 거야.”“백호, 내가 너를 이렇게 만든 거다. 네가 이런 괴물 같은 모습이 된 건 전부 내 탓이야. 그러니 나를 원망해도 좋아.”백호는 웃으며 대답했다.“제가 어떻게 저하를 원망하겠습니까? 게다가 당시 저하께서는 제 목숨을 구하려고 그러신 거였잖아요. 제가 고마워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첫 번째로 융합에 성공한 수련자는 제가 아닐건데요? 저하께서도 성수의 피를 다루시지 않았습니까?”그 말을 들은 윤구주가 고개를 저었다.“아니. 달라. 그건 그냥 성수의 피를 통제하는 것 뿐이야. 진짜 융합했으면 나도 네 꼴이 됐을 거야.”백호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됐다. 옛날얘기는 그만하고 얼른 서요산으로 떠날 준비나 해.”며칠 후, 윤구주는 임정설 국주, 청해, 백호와 함께 서요산으로 향했다.비 오는 밤, 연기를 뿜는 수송기가 짙은 구름을 뚫고 산을 향해 돌진했다.비행기가 산에 충돌하기 직전, 수많은 바람의 부적이 나타나 비행기를 강제로 선회시켜 간신히 산기슭에 착륙했다.비행기가 막 착륙하자 비행기 문이 누군가의 주먹 한 방에 박살 났다. 멀미로 비틀거리던 청해가 나오더니 몸을 움츠린 채 구토를 멈추지 못했다. 뒤이어 내린 임정설도 배를 움켜쥐며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억지로 참는 모습이었다.그들과 달리 윤구주는 멀쩡한 상태로 내려와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 구주, 왕의 귀환   제2017화

    백호의 질문에 윤구주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네가 진짜라 믿는다면 그것은 진짜야. 초심을 잃지 않아야 길이 열리는 법이지.”이 말은 백호에게만이 아닌 자신에게도 하는 것이었다.서울의 위기는 해결되었지만 윤구주는 이 모든 것이 문씨 가문의 그 여자의 계획 중 하나임을 알고 있었다.“국주님, 이제 서요산으로 갈 때입니다.”그가 임정설을 바라보며 말했다.“서요산을 지키려는 거니? 마인이 나타날 거란 말이야?”임정설이 눈살을 찌푸렸다. 진요탑 아래에는 천년 동안 갇힌 수많은 마인들이 있었다.“맞아요. 서요산의 지맥 영기가 거의 고갈되었습니다. 만약 진요탑이 무너지면 큰 재앙이 찾아올 것입니다.”윤구주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요탑이 붕괴하여 마인들이 쏟아져 나오면 윤구주라도 그들을 처리하기 힘들 것이다.“좋아. 내가 같이 가주마. 이 늦은 재앙은 언젠가 닥칠 운명이니 우리가 짊어져야 해. 지금의 희생은 후손들을 위한 것이야.”임정설의 눈빛이 강철처럼 단단해졌다. 화진을 위해, 백성들을 위해 그는 언제든 목숨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었다.윤구주는 현모에게 연락을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뭐라고요? 저하께서 서요산으로 가신다고요? 그렇다면 저희도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요?”현모와 주작의 목소리에서 초조함이 느껴졌다. 특히 주작은 서요산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다. 천년 동안 축적된 재앙을 겨우 수십 년 수련한 윤구주 혼자서 떠맡기엔 버거웠다.“괜찮아. 너희에게는 따로 시킬 일이 있어. 내가 서요산에 있는 동안 너희는 국경을 지켜줘. 청룡의 행방은 잠시 접어두고 내가 시킨 일에 몰두해. 난 문아름을 그 여자를 잘 알고 있어. 문아름은 일이 내 뜻대로 되게 놔두지 않을 거야.”“추가로 부탁이 있는데 만약 내가 전사한다면 그때쯤 청룡이 모습을 드러낼 거야. 청룡을 불러내는 게 복인지 화인지는 나도 알 수 없지만. 그 상황이 오면 너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거야. 문아름이 결정을 내리겠지. 그러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둬.”유언을 남기는 듯한

  • 구주, 왕의 귀환   제2016화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 구주, 왕의 귀환   제2015화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 구주, 왕의 귀환   제2014화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 구주, 왕의 귀환   제2013화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 구주, 왕의 귀환   제2012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