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군의 총사령관인 박천후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얼이 빠졌다.그는 곧 염수천의 팔을 잡고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염수천, 장난치지 마. 저하... 저하께서는 이미 돌아가셨잖아. 그런데 저하일 리가 없잖아!”“바보 같긴. 이 세상에 우리 저하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염수천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하... 하지만 저하는 죽음의 바다에서... 돌아가셨잖아. 그건 전 국민이 아는 사실이라고!”박천후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염수천이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랑 같은 생각이었어. 나도 저하께서 돌아가셨다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내 두 눈으로 직접 저하를 봤을 때, 그제야 난 우리 저하께서 살아계셨다는 걸 깨달았어. 저하께서 다시 홀로 설국으로 쳐들어간 거야. 그리고 낙일성을 함락시킨 것도, 설국 군신을 죽인 것도 모두 저하야. 그리고 내 짐작이 맞다면 저하께서는 아마 이제 곧 설국 수도에 도착하실 거야.”염수천은 농담하는 것 같지 않았다. 박천후는 그 자리에서 거의 2분 동안 넋을 놓고 있었다.“진짜 거짓말이 아니라고? 우리 저하께서 아직 살아계신다고?”박천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렇다니까. 믿기지 않는다면 네가 직접 창용부대에 연락해 봐. 박창용이 가장 먼저 저하께서 살아계신다는 걸 안 사람이니까. 그런데 여태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지.”염수천은 그렇게 말하면서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박창용을 욕했다.그들은 박창용이 많이 원망스러운 듯했다.염수천의 말을 들은 박천후는 다시 한번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울기 시작했다.엉엉 우는 소리가 주위에 널리 울려 퍼졌고 병사들은 모두 얼이 빠졌다.“하하하하! 박천후, 아까는 안 울 거라면서? 그런데 왜 우는 거야?”박천후가 엉엉 울자 염수천은 얄밉게 옆에서 약을 올렸다.“헛소리하지 마! 난 우는 게 아니야! 너무 기뻐서 그러는 거야!”박천후는 눈물을 닦으면서 울먹거리며 말했다.염수천은 크게 웃었다.“염수천, 저하께서 살아계셨다는 걸 알았으면서 왜 미리 나한테 얘기
“그러나...”박천후는 염수천이 무엇인가 더 말하려고 할 때 먼저 말을 꺼냈다.“한 번만 말할 테니 잘 들어. 오늘 내가 왕을 뵙는 것을 누군가가 막으려 한다면 내가 반드시 그와 싸울 거야. 믿지 못하겠으면 시험해 보던가.”박천후는 왕년에 구주군중 제일 용맹한 일인이었고 윤구주 외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았기에 염수천은 누구보다도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사십만 대군을 바로 정돈하고 있는 박천후의 모습을 본 염수천은 눈썹을 찌푸렸다.“통령님, 우리 어떻게 할까요?”이때 염수천 앞으로 장병 한 명이 신속하게 걸어오며 물었다.염수천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뭘 어떻게 해, 이 바보가 미치면 어떤 일 저지를지 모르니 얼른 금위군을 집결시켜 함께 설국에 들어가야 해.”‘뭐라고?’금위군을 동원하여 설국에 들어가겠다는 말을 들은 장병은 얼른 염수천에게 말했다.“그런데 국전을 일으켜서 안 된다고 국주가 명령을 내리셨어요.”“조금 전 천후 그 바보 놈이 하는 말 못들 었어? 우리는 그냥 우리의 왕을 모시러 가는 거지 전쟁을 일으키려는 거 아니야. 알겠어?”염수천의 말을 들은 장교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얼마 후 준비를 마친 사십만 명의 북방군과 염수천의 십만 명의 금위군이 연합하여 신속하게 설국으로 향했다....설국 도성!금전!여기가 바로 설국의 제일 영예로운 땅이자 가장 신성한 곳이다!이때 대전에서는 당황한 기색을 한 중신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들은 설국의 국주 설태현을 맞이하고 있었다.얼마 후, 웅장한 목소리가 금전에 울려 퍼졌다.“국주님 납시오!”화려한 복장을 한 젊은 모습의 사람이 소리와 함께 금전에서 걸어 나왔다.그가 바로 설국 국주 설태현이였다.황자의 기풍을 풍기고 있는 그는 16살에 황제의 자리에 올랐고 현재 22살이지만 젊은 설국 국주의 비범함을 느낄 수 있다.“국주께 인사 올립니다.”모든 조정의 신하들은 설태현이 보자, 무릎 꿇고 인사를 올렸다.설태현은 담담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모두 일어나요.”
“어떻게 화진인 마음대로 우리 설국 영토를 침략할 수 있단 말인가?”화가 난 설태현이 말했다.이곳은 설국이다.그러나 윤구주는 홀로 곧 도성까지 쳐들어오고 있다니, 누구라도 참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우리가 화진에 파견한 사신은 어떻게 되었나?”화가 난 설태현이 물어보았다.“국주님, 화진에서 우리가 파견한 사신을 만나주지 않습니다.”“만나주지 않는다고?”“네, 그렇습니다.”이 말을 들은 설태현은 더욱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사람을 얕잡아 봐도 너무 얕잡게 보는구나.”주위에 있던 설국 대신들도 하나둘씩 화가 나기 시작했다.“그 화진인이 낙일성을 꿰뚫고 우리 도성을 향해 오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좋을까?”“그자가 감히?”“군신 각하도 그의 손에 죽었는데 우리도 방법이 없지 않은가?”이때, 조정의 대신들은 하나둘씩 의논하기 시작했다.“이런 재능을 가진 그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혹시 6년 전 악마와 같은 그런 사람이 화진에 또 나타나기라도 한 건가?늙은 대신 한 명이 말했다.이 말과 함께 모든 조정의 신하들은 얼굴 안색이 어두워졌다.6년 전 금전에서 윤구주의 검에 의해 설태현의 아버지가 참살당하였기에 신하들은 6년 전의 치욕이 설국의 치욕이자 현 국주의 치욕이라 생각했기에 그 누구도 입에 올리기 싫어했다.게다가 6년 후 윤구주가 다시 올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설국의 대신들이 하나둘씩 허둥대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문밖에서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광명 신전 대신관님 납시오.”빨강과 검정 두루마기를 입고 머리 위로 높은 모자를 쓴 노인이 소리와 함께 밖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사람들은 대신관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했다.분명히 천천히 걸고 있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금전에 도착했다.“대신관이 오셨네.”“우리 설국에 희망이 생겼네.”금전에서 모든 설국 대신은 희망으로 가득 찬 눈길로 대신관을 바라보았다.빨갛고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대신관은 들어오더니 허리를 굽혀 설태현에게 인사를 했
한창 설국 도성에서 의논이 진행되고 있을 때 흰 옷차림을 한 윤구주가 눈보라 속에서 바람을 타고 왔다.낙일성은 원래 도성으로부터 수백 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기에 이 거리는 윤구주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설국 도성에 접근할수록 눈보라가 점점 더 거세졌다.설국 도성 앞에 신들린 악마 같은 윤구주가 불현듯 나타났다.쿵!그의 발이 땅에 닿자 땅 전체가 무거운 진동 소리를 냈다.눈앞에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설국 도성은 우뚝 솟은 옛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설국의 백성들이 몇 시간 전 제거되었기에 떠들썩해야 하던 설국 도성은 현재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도 않았다.“도착했어.”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마친 윤구주가 오른손을 들자, 펑 하고 눈보라 속으로 아름다운 그림자가 던져졌다.바로 세나미였다.원래 설국 미래의 황후인 세나미는 이 시각 얼굴은 백지처럼 창백하고 두 눈에는 끝없는 절망으로 가득했다.그녀는 험상궂은 두 눈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악마야, 왜 나를 죽이지 않고 남겨 두는 거야?”세나미는 울부짖으면서 눈물을 흘렸다.만 명 넘는 설국 제일 강력 대군이 도살당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아버지까지 윤구주에 의해 참살되는 것을 직접 보았기에 참을 수가 없었다.윤구주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우리 화진을 건드린 결과를 너희들이 직접 두 눈으로 똑똑히 보기를 바랄 뿐이야.”냉담하게 말을 마친 윤구주는 세나미를 무시한 채 도성 성문을 향해 곧게 걸어갔다.눈앞의 넓고 길이가 몇 장이나 되게 높은 오래된 도성 성문은 사람들에게 위엄 있고 엄숙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마치 윤구주를 환영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환영하지 않는다고 윤구주가 들어갈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참 우스운 일이었다.윤구주의 새하얀 오른손이 검을 휘두르자, 순식간에 길이가 몇 장이나 되는 기검이 그에게 뭉쳤으며 검은 천둥같이 수백 년 된 설국의 성벽을 단칼에 베여버렸다.우르릉!오래된 성문은 윤구주에 의해 단칼에
둘째:천수!셋째:난쟁이 사자!육도 절정 한 명은 한 개의 군을 뒤흔들 수 있었다.그러나 현재 설국에서는 육도 절정 세 명을 출동시켰다.세 명의 설국 육도 절정은 눈보라 속에서 용처럼 우뚝 솟아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생은 진짜 눈썰미가 좋다만 우리 설국 도성에 함부로 침입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생각하지 않아?”윤구주를 천천히 바라보며 제일 중간에 난쟁이 사자가 물었다.경멸의 미소를 지은 윤구주가 답했다.“나는 오늘 당신들이랑 도리를 따지려고 온 거 아니야.”“그럼, 선생은...”난쟁이 사자가 낮은 소리로 흥얼거렸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죽고 싶으면 빨리 덤벼!”윤구주는 육도 절정 세명에게 양보하지 않았다.누군가 오늘 막으려고 하면 그는 반드시 죽일 거라고 다짐했다. 윤구주의 말을 들은 왼쪽 끝에 선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젊은 나이에 이렇게 오만방자한 선생한테 이 늙은이가 왜 그러는지 가르침을 한번 받아보도록 하지.”말을 마친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은 직접 칼을 내밀었다.칙!은빛 달 같은 칼날이 허공에 나타났다.무서운 불멸의 힘을 가진 은빛 칼의 검도가 종횡무진하며 하늘을 가르고 윤구주를 죽이려고 그를 향해 날아가 떨어졌다.이미 검도가 무형의 경지에 이른 진정한 육도 절정으로서 오직 칼끝 하나만으로도 천하의 모든 신급을 다 베어 버릴 수 있었다.그가 바로 설국의 천도이다.윤구주는 은빛 칼날이 앞에 와 닿았을 때 무표정한 얼굴로 손바닥을 내밀자 용혼 한위총이 승화되어 나타났다.손에 든 은창은 쨍그랑 소리를 내며 천도 위에 떨어졌다.사방으로 흩날리던 눈은 공포스러운 진동의 힘으로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이 진동으로 그의 손에 있는 천도가 자칫하면 땅에 떨어질 뻔했을 뿐만 아니라 천도의 호랑이 아가리는 쿡쿡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강하다!”몸을 뒤로 비켜 물러난 천도는 굵은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40년 전 나는 어린 나이에 신급에 들어섰지. 몇 년 동안 검법에 빠져
설국 경내에는 수십만 시커먼 화진군이 낙일성을 향하여 출발했다.대오를 이끈 건 다름 아닌 한때 악인 윤구주를 따른 염수천과 박천후이다.바로 이때, 하늘에서는 한 줄기의 빛이 날아왔다.“조심해!”빛이 엄습해 오는 것을 감응한 절정인 박천후는 콧방귀를 끼며 온몸이 경계 태세를 취하였다.광속을 바라보던 염수천도 허공으로 날아올라 그 광속을 덥석 움켜쥐었다.광속이 손에 닿자 갑자기 빛 속에서 우뚝 솟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왕의 소환이야!”흥분한 염수천은 얼른 보러 갔다.빛이 흩어지자 한 줄기의 신념의 화면이 박천후와 염수천의 눈앞에 나타났다.화면에는 윤구주가 꿋꿋하게 서서 앞에 있는 설국의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을 바라보며 염수천에게 그의 삼족을 멸할 것이며 완수하지 못할 때 목을 베어버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염수천은 순간 흠칫 놀라 말했다.“명 받들겠습니다!”말을 마친 염수천은 벌떡 일어났다.“설국의 염탐꾼이 어디 있지?”“네, 여기 있습니다.”10여 명의 설국 염탐꾼이 염수천의 앞에 무릎 꿇었다.염수천은 신념으로 소환된 천도의 얼굴을 가리키며 엄숙하게 말했다.“얼른 이 늙다리의 18대 조상을 찾아내라, 내가 오늘 직접 그의 삼족을 죽일 것이다.”염수천은 천둥 같은 목소리로 소리치며 말하였다.“네!”가동된 염탐꾼은 설국 전체를 휩쓸었다.윤구주가 오늘 천도의 삼족을 죽인다고 하면 반드시 죽일 것이다.신도 막을 수가 없었다.염수천은 직접 대오를 이끌고 설국 절정의 삼족을 죽이러 갔다....염수천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설국 도성에서는 천도가 윤구주를 차갑게 바라보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하하하, 당신 같은 실력으로 나의 삼족을 멸한다고?”윤구주는 얇은 입술을 가볍게 트이며 말했다.“나의 실력으로 충분해!”말이 떨어지는 순간, 윤구주의 온몸은 하얗고 눈부시게 빛났다.봉왕팔기, 제9기: 적선술!사면팔방은 적선술이 열리는 순간 수십 장 내 전부가 그의 적선기에 휩싸였다.적선술
설국을 지키는 두 초극 절정은 윤구주의 위력에 깜짝 놀랐지만, 그들 뒤에는 설국 도성이라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이들조차 윤구주를 막지 못한다면 설국에는 분명 재앙이 닥칠 것이 분명했다.“화진 꼬마야, 너 완전히 미쳤구나!”이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육도 절정인 두 초극 절정이 공격을 개시했다.이들이 만약 사상 절정에 도달한다면 자신만의 진역 결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두 초극 절정이 힘을 합친 순간, 반경 100미터 안에 회색의 천수 구역과 갈색의 난쟁이 사자 구역이 형성되었다.두 구역 안의 생명체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한 줌의 재로 변했다.“천수 부도!”가장 먼저 공격한 쪽은 검은 옷을 입은 천수였다.그가 종횡무진하다가 손바닥을 위로 번쩍 들어 올리자, 하늘에서 손바닥 그림자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육도의 위엄이 담겨있는 이 어마어마한 정법은 신급 강자를 박살 낼 수 있었다.천수가 공격을 펼치려고 할 때 옆에 있던 난쟁이 사자도 함께 움직였다.난쟁이 사자가 포효하더니 몸에서 적갈색의 절정기가 뿜어져 나오며 흉악한 사자의 그림자가 몸에서 나왔다.사자의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난쟁이 사자가 주먹을 허공에 휘둘렀다.매서운 권의는 거대한 사자 그림자와 함께 허공을 가로지르며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두 육도 절정이 동시에 공격한 탓에 윤구주는 혼자서 둘의 공격을 막아내야 했다.그 순간, 옆에 서 있던 세나미도 그들의 기세에 눌려 재빨리 뒤로 몇 발짝 후퇴했다.두 육도 절정이 함께 공격하는 모습을 본 윤구주의 입가에는 경멸의 미소가 번졌다.“겨우 이 정도야?”윤구주가 한 발짝 내딛자, 도성의 바닥이 심하게 흔들렸다.온몸에 적선기를 가득한 윤구주가 손에 쥐고 있던 용혼한위총을 휘두르자, 10미터 길이의 창 그림이 허공에 나타났다.윤구주가 손으로 법인을 눌렀다.“천둥! 오너라!”쾅쾅!온 하늘에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갑자기 보라색 번개가 치더니 벼락이 용혼한위총에 떨어졌다.그러자 긴 창이 순식간에 번개 창으로 변했다.윤
눈보라는 계속 휘몰아치고 있었다.설국의 초극 절정을 죽인 후, 윤구주는 시체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설국 도성 방향으로 걸어갔다.아버지를 포함하여 너무나 많은 죽음을 목격했던 세나미는 이제 무감각해졌다.그녀는 마치 윤구주에게 조종당하는 좀비와 같았다.설국 도성 앞에는 설국의 고대 건축물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그중 가장 높고 큰 건축물이 바로 설국 도성의 궁전이었다.그곳은 설국의 국주가 살고 있는 곳이자 설국의 문무 대신들이 국정을 논의하는 곳이기도 했다.이 순간, 하얀 망토를 두른 윤구주가 세나미를 데리고 거대한 도성 앞에 도착했다.길게 뻗든 궁전 복도의 바닥에는 붉은 카펫이 덮여있었다.하지만 텅 빈 복도에는 아무도 없어서 분위기가 매우 침울했다.윤구주가 고개를 들어 우뚝 솟은 성문을 바라보자, 마치 자신을 막으려는 듯 성문은 굳게 닫혀있었다.하지만 그 무엇도 윤구주를 막을 수 없었다.그가 팔을 휘두르니 ‘쾅쾅쾅!’하는 소리와 함께 수백 년 된 설국의 성문이 산산조각이 났다.나무 조각들이 흩날리는 가운데 윤구주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화진의 윤구주가 왔다!”우렁찬 목소리가 설국 도성 전체에 퍼졌다.설국 도성의 대전에는 설태현이 안색이 어두운 채로 용상에 앉아 있었다.윤구주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설국의 젊은 국주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젠장! 결국에는 올 것이 왔구나!”말을 마친 그가 고개를 돌려 광명 신전의 대신관을 바라보자, 오랜 세월을 살아온 대신관도 그 순간에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초극 절정들조차도 이를 막지 못했다고? 제가 이 화진 사람을 과소평가한 것 같네요.”대신관이 말하자마자 옆에 있던 대신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국주, 방금 그 사람이 왜 자신을 윤구주라고 부르는 것인가요? 윤구주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주변의 다른 대신들도 어리둥절했다.“자네들 잊었는가? 6년 전에 화진 인왕의 이름이 윤구주였어!”늙은 대신이 말했다.“뭐라고요? 화진의 인왕? 구주왕 말인가요?”“맞아요! 바로 그 사
희미한 노인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윤구주, 시간이 없으니 간단히 말하겠다! 내가 누군지 묻지 마. 너는 단지 곤륜 구역의 한 대신전에서 구오 지존 대원만 경지의 천신을 보내 너를 막으려 한다는 것만 알면 돼. 그의 목적은 너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상황을 어지럽히려는 것이야. 어떻게 결정할지는 네가 정해. 우리 쪽에서는 이미 너를 위해 많은 것을 얻어냈다. 그렇지 않으면 온 것이 구오 경지가 아니었을 거야.” 투영은 급하게 왔다가 수옥인이 인사할 틈도 없이 빠르게 사라졌다. “신전이 너의 계획을 방해하려 해. 이것은 이미 누군가가 너를 위해 얻어낸 결과야. 원래 그들은 너를 죽이려 했었어. 아마 오려는 자는 극전 신경, 황자였을 거야.” 수옥인은 또다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윤구주의 반응은 평범했다. 그는 수옥인의 겁에 질린 모습을 보며 경멸하는 듯 말했다. “고작 신전 하나에 겁먹었어? 너도 여섯 신전 중 하나에서 나왔다는 걸 잊지 마! 또한, 극전 신경은 하나의 경계고 황자는 또 다른 경계야. 모든 극전 신경이 황자라 불릴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이 둘의 관계는 진동왕이 왕이지만 왕이라 불릴 만한 자격이 충분하지 않은 것과 같다. 화전에서 현재 인정받는 왕은 윤구주 단 한 명뿐이다. 국주 임정설은 무계에서의 영향력이 부족해 겨우 절반 정도로 간주된다. “비록 그렇다고 해도 상대는 기세가 등등하니 가볍게 볼 수 없어. 내가 그 사람이었으면 너를 찾지 않고 네 부하 전사들을 노렸을 거야.” 수옥인은 분석했다.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옥인이 비록 겁이 많지만 머리는 좋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내가 지금 너를 도와 전법을 안정시키고 있다는 것까지 계산했어. 그 천술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곤륜 구역의 그 자식이 여길 계속 주시하고 있어. 내가 나가면 그 사람은 전법을 조작할 거야. 그들이 현모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계산했는지는 모르겠네.”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서 있는 현모를 바라보았다. 말이 이 정도까지 나왔는데도
전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윤구주는 의심이 들었다. ‘곤륜 구역이 정말 내 뜻대로 움직인다고? 귀신족을 노예로 여기고 귀신족의 음기를 받드는 ‘신’들이 귀신족이 자신에 의해 멸망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 “왜 그래, 조상님? 문제라도 있어? 왜 그렇게 표정이 심각하신 거야?”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낀 수옥인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무 일도 아니야. 너는 저쪽 전장을 잘 지켜보고 어떤 움직임이라도 있으면 즉시 나에게 알려.” 윤구주는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집중해 다시 전법을 수리하기 시작했다. 천옥, 끝없는 산악 지대 깊은 곳에 음침하고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어두운 산이 있었다. 하늘에서 보면 그 산은 마치 해골처럼 무섭게 보였다. 이 ‘해골' 모양의 산은 바로 귀신족의 대영이었고 이 종족의 마지막 거주지인 귀산이었다. “죽여라!” 산 위에서는 함성이 귀를 찢을 듯했다. 십만 대군이 각기 전장을 이끌며 산을 공격해 귀신족을 상대로 마지막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는 귀신족 수련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인간 전사들이 감히 신계로 들어왔다는 것, 특히 단독 군대가 이렇게나 강한 기세를 보인다는 것이었다. 수옥인의 투영이 바로 이 귀산에 있었다. 그는 수백 미터 상공에 떠서 전장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특히 이 인간 대군이 지닌 군대의 살벌한 기운은 그를 놀라게 했다. “천옥은 비록 곤륜 구역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신계로 간주한다. 이곳은 인간계가 아니다. 신조차도 인간계에 가면 적응하기 어려울 텐데 이들은 어떻게 천지의 영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걸까?” 수옥인은 이곳의 격렬한 천지의 영기가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극도로 불안정한 영기는 쉽게 사람의 정신을 붕괴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훈련을 통해 이 군대가 이렇게 무적의 의지를 갖게 된 것일까?’ 수옥인은 이 순간 앞에 진정한 무서운 아수라 지옥이 있다고 해도 이 인간 전사들은 두려움 없이
“할아버지, 이건 제가 자초한 거예요. 설령 오빠가 제가 오빠를 배신한 걸 신경 쓰지 않는다 해도 제가 오빠의 부하 장군과 병사들을 억울하게 해쳤다는 것만으로도 오빠는 저를 용서할 수 없을 거예요. 이런 말은 소용없어요. 지난 일은 지나간 일이에요. 가끔 추억하는 것도 좋지만 그 추억에만 매달려서는 안 돼요. 오빠는 이미 천옥에 들어갔을 거예요. 이제쯤이면 선우진웅을 처단했겠죠. 잘됐네요. 선우진웅이 임세현을 죽였고 윤구주가 선우진웅을 죽였으니 임세현의 원수를 갚은 셈이에요. 이 화진을 어지럽힌 대적을 처단했으니 임세현도 죽어서 눈을 감을 수 있을 거예요.” 문아름의 눈에는 음흉한 눈빛이 번뜩였다. 모든 것이 그녀의 완벽한 계획 속에 있었다. 문창정은 할 말을 잃었다. ‘또 윤구주가 영웅이 되게 했구나.’ “얘야, 지금 귀신족은 진동왕 하나도 막기 힘들어하고 있어. 그 십만 대군은 귀신족을 개죽이듯 죽이고 있지. 설령 곤륜 구역에서 강자를 보낸다 해도 곤륜 구역의 성격상 칼이 목에 닿기 전에는 절대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 깨닫지 못해. 보낸 사람은 윤구주에게 밥이 될 뿐일 거야.” 문창정이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문아름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제가 다른 계획을 준비했어요. 이미 한 명의 사사를 보냈어요. 이번에는 윤구주를 죽이지 못하더라도 천옥에 가둘 거예요. 일 년만 가두면 오빠가 나왔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늦은 뒤일 거예요.” “오? 만약 가두지 못한다면? 만약 윤구주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온다면?” 문창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 더 좋아요. 나오려면 윤구주는 정원을 희생해야 할 거예요. 한 사람의 힘으로 천재를 이겨내야 하죠. 나와도 거의 폐인이 될 거예요. 그때 제가 다시 계획을 세워 오빠를 천인 오쇠로 만들고 종문 동맹이 나서 오빠를 몰락시키면 되죠! 저는 오빠가 몰락하는 장면을 기록해 모든 화진 사람에게 영웅이 되는 것의 결말이 어떤 건지 보여주겠어요!” 이 말을 들은 문창정은 손녀의 계획을 짐작했다. 윤
화진의 국경에는 광활한 산맥 끝없이 펼쳐져 있다. 추운 겨울이 찾아왔고 눈이 산을 뒤덮었다. 문아름은 산꼭대기에 앉아 고대의 거문고를 어루만졌다. 그녀의 마음은 어느새 옛날로 돌아갔다. 화진 제일의 교활한 여자라 불리며 음흉하고 독한 성격으로 유명한 그녀였지만 지금 그녀의 눈에는 따스함이 가득했다. 문창정이 눈길을 밟으며 다가와 문아름에게 순백의 겉옷을 걸쳐주었다. “날이 추워졌으니 몸을 따뜻하게 해.” 문창정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문아름이 반응이 없자 그녀의 정신이 이곳에 있지 않음을 알았다. 그는 거문고를 한 번 보고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또 그 사람을 생각하는구나. 아직도 그 사람을 잊지 못했어.” 문창정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문아름은 정신을 차렸다. “이 거문고는 그 사람이 저에게 준 거예요. 그때 저는 국방부 참모로 남부 왜구의 난을 담당했고 국주를 위해 계책을 내놓곤 했죠. 그 사람도 그때 막 중령으로 진급했을 때였어요. 고작 한 명의 단장에 불과했죠. 할아버지가 직접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문씨 가문의 딸을 얻으려면 최소한 장군은 되어야 한다고 말했던 것도 기억나요. 그 후, 그 사람은 혼자 왜적의 대영으로 쳐들어가 화진 남부를 어지럽히던 왜적의 수뇌부를 전멸시켰어요. 그 공로로 소장으로 진급했고 화진에서 가장 젊은 장군이 되었죠. 하지만 할아버지, 그거 알아요? 그 사람이 장군이 된 후에도 국주가 준비한 경축 연회에 참석하지 않고 밤새도록 서울로 날아가 재상부에 잠입해 육도진의 가보인 이 거문고를 훔쳐 와 저를 만났어요.” 이 말을 하며 문아름은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육도진은 화가 단단히 났어요. 그 늙은이도 고집이 세서 구주 오빠를 처벌하려고 했어요. 구주 오빠는 어떤 사람인데요. 저를 위해 훔치고 빼앗아도 이치에 맞지 않음을 알면서도 육 우상을 쳐다보지 않았어. 이 일이 너무 커져 결국 국주가 직접 나서서 중재했죠.” 이 말을 듣고 문창정은 고개를 저었다. “국주가 나선 건 겉보
“그래, 내 부하인 네 명의 군신 중에서 현모가 왕실과 가장 가까운 관계야. 임세현 선배가 현모를 구한 것도 예상했던 일이지. 만약 사해에서의 전투에서 내가 정말로 죽었다면 왕실은 다른 세 명의 군신을 움직일 수 없어서 현모를 대장으로 삼아 국주를 보필했을 거야.”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말하자면 네 부하인 현모는 정말 운이 좋은 놈이야. 행운은 불행을 따라오는 법이지. 임세현이 현모를 가르쳐 구오 지존 경지에 이르게 했고 이 천옥에서 평생의 철학을 전수했어. 그 노인은 자신의 경험과 깨달음까지 전해주어서 현모가 구오 지존 경지에 이를 수 있었던 거야!” 수옥인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말을 나누는 사이에 천옥의 전법 중심에 도착했다. 전법은 수백 개의 법기로 구성되어 있다. 수만 개의 부적이 연결되어 대진을 이루고 있었다. 수옥인은 중심에 앉아 전법을 안정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윤구주는 도착하자마자 진기의 흐름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악한 기운이 침투한 것이 분명했다. 잠시 관찰한 후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했다. “결국 문씨 가문이 무력으로 전법을 깨뜨려서 전법이 손상된 거로군. 곤륜 구역의 이 자식들, 이렇게 큰 전법을 만들어 놓고는 전법의 비밀을 철저히 감추고 있어. 같은 곤륜 구역 출신인데도 이렇게 경계하는 걸 보니 대체 무슨 비밀이 있는 거지?” 윤구주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조상님, 그런 건 나도 잘 모르겠어. 내 위치에서는 그런 걸 알 자격도 없어. 어쨌든 곤륜 구역은 예전부터 그랬지. 아무도 진정으로 곤륜 구역을 통일할 수 없었어. 잠시 딴소리를 하자면 예전에 일이 너무 커졌었어. 천술을 남용하고 천지의 기운이 혼란에 빠져 모두가 고통받는 것을 막기 위해 봉신방을 만들어 인간계와 신계를 나눈 거야.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이 세상이 얼마나 혼란스러웠을지 상상이 안 가.” 수옥인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윤구주는 이 말을 듣고 더욱 불쾌해졌다. 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수옥인에
수옥인은 천옥 전법의 핵심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며 농담 식으로 말했다. “조상님, 아까 그 군신은 정말 인재 중의 인재네.” 윤구주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이 감옥 지기 녀석, 나를 빗대어 욕하는 건가?’ 수옥인은 재빨리 손을 저으며 말했다. “조상님을 욕하는 거 아니야. 나는 그저 현모가 몸집은 커서 문신처럼 생겼는데 얼굴은 여자처럼 고와서 정말 이상하다는 뜻이었어.” 윤구주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너희 곤륜 구역 출신들은 온실 속에서 자라 고생을 모르니 세상사에 대해 알 턱이 없지. 현모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아 쓰레기통에 버려졌다가 착한 사람이 발견해 고아원으로 보냈지. 조금 자라서는 입양을 갔지만 노역을 시키거나 학대를 당하기 일쑤였어. 여러 가정을 전전했지만 어느 집에서도 사람대우를 받지 못했지. 결국 좋은 집에 입양되었는데 그 집은 장사를 해서 재산이 많았고 그를 친자식처럼 대해주었어. 하지만 그 집안은 지역의 문벌에게 모함을 받아 집안이 망했지. 현모는 그 집안의 딸을 데리고 도망쳐 방랑하다가 서로 정이 들었어. 하지만 고통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어. 문벌이 그들을 찾아냈고 그 집안의 아들이 현모의 눈앞에서 그의 유일한 가족을 능욕하고 죽였어. 현모도 폭행을 당하고 폐인이 되어 거리의 거지가 되었지.” 현모가 겪은 이런 고통은 윤구주도 겪어봤기 때문에 그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수옥인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이걸 세속을 벗어난다고 하지. 곤륜 구역에서 신규를 어겨 가장 무거운 벌을 받으면 신격을 깨뜨려 인간으로 강등당하는 거야.” 윤구주는 어이없어했다. ‘정말 말이 통하지 않는구나.’ “그럼 그 후는 어땠어? 거지가 어떻게 부하로 들어가 4대 군신까지 오를 수 있었지?” 현모는 비록 군신 중 가장 서열이 낮지만 우물 속의 용도 용이었다. 꿩이 아무리 귀해도 봉황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윤구주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어떻게 구주왕의 부하가 되었을까?’ “이런
“현모, 진짜로 잘못이 있다면 그건 내 잘못이야. 내가 처음에 너를 남부로 배정했을 때 군령을 내렸잖아. 누가 무슨 일이 생기든, 하늘이 무너져도 남부에 있어야 한다고.” 윤구주가 말했다. 수옥인은 곁에서 귀를 기울이며 듣고 있었다. 윤구주는 좋은 말로 달래고 있는 것이었다. 그에게는 매우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윤구주가 사람을 달랠 줄도 알다니?’ 하지만 윤구주가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현모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윤구주는 엄격하게 꾸짖었다. “현모, 네 군직을 박탈하고 대장 계급을 빼앗을 테니 공을 세워 죄를 갚아!” 말을 마친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 “이렇게 하는 게 어때? 어쨌든 난 네 상관인데 내 체면을 좀 봐줘.” 이 말을 듣고서야 현모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구주왕님, 이렇게 해야만 제가 국사를 내려놓고 구주왕님의 곁에 머물며 전심으로 구주왕님을 위해 일할 수 있습니다.” 군직을 잃고 자유의 몸이 되었으니 이제 무슨 일이 생기면 현모가 윤구주를 해치려는 자들과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다. “알았어, 내가 너를 모르겠어?” 윤구주는 앞으로 나아가 현모를 토닥였다. 그리고 선우진웅을 가리켰다. “공을 세워 죄를 갚고 싶다면 선우진웅부터 처리해. 저놈의 목은 네게 맡길게. 어휴, 사해 사변으로 너까지 연루되어 억울하게 고생했구나.” 현모의 시선이 선우진웅에게 집중되자 얼음처럼 차가운 엄청난 살기가 느껴졌다. 선우진웅은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겁에 질렸다. “와우, 그런 생각을 했구나. 이 늙은 놈은 화진의 큰 원수야. 선우진웅을 처단한 공은 절대 작지 않을 거야. 이 늙은 놈은 그에게 맡길게. 조상님은 내가 할 일을 좀 찾아줄까?” 수옥인은 윤구주 앞을 떠다니며 약을 올렸다. 윤구주가 말하기 전에 수옥인이 먼저 말했다. “그 천옥 전법에 문제가 생겼어. 천옥에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을 져야 해. 내가 길을 안내해 준 걸 생각해서 좀
한 마리의 절세 살수가 깨어났다. 살기가 가득 찼고 천상의 이변이 일어났다. 천옥의 창문을 통해 바라본 밖의 하늘은 짙은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그 먹구름은 네 발 달린 천수의 형상을 이루었고 네 발로 천지를 밟고 있어 꽤 무서웠다. “출관했군.” 윤구주는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 ‘역시나 나를 실망하게 하지 않네.’ 키가 2미터 20센티미터 정도 되는 한 사람이 동굴에서 걸어 나왔다. 온몸이 푸른색이며 폭발적인 근육은 현철처럼 견고하고 부서지지 않을 듯했다. 이 사람은 단지 모습만 봐도 사람을 겁먹게 할 만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다소 청초했다. 그리고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에는 약간의 음기가 느껴졌다. 그 사람은 한 걸음 내디뎌 동굴을 빠져나오더니 ‘쿵’ 소리와 함께 백 미터 절벽에서 떨어졌다. 그는 땅에 부딪혀 수 미터의 큰 구멍을 냈다. 이 정도 높이에서 떨어지면 살아있을 사람이 없다. 하지만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구덩이에서 세 걸음 만에 빠르게 걸어 나왔다. 그가 지나가며 일으킨 비린내 나는 바람과 그 살기는 숨을 쉬기조차 힘들게 했다. 천옥 전법의 핵심에 있던 수옥인도 너무 놀라서 바지에 지릴 뻔했다. “젠장! 윤구주의 부하들은 다 살수야. 윤구주만이 이런 괴물들을 다룰 수 있어.” 수옥인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쿵!’ 그 사람은 윤구주 앞에 멈추었다. 이 거인과 비교하자면 윤구주는 키나 체형 모두 그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보였고 약해 보였다. 심지어 기세조차 윤구주를 압도했다. 하지만 그렇게 서 있기만 해도 사람을 겁먹게 할 만한 살수가 윤구주를 보자 주저 없이 한쪽 무릎을 꿇어 경의를 표했다. “구주왕님! 현모가 무능하여 왕께서 직접 나서셔야 했습니다. 제가 발목을 잡았어요.” 현모, 윤구주의 부하인 4대 군신. 전에 윤구주가 왕으로 봉해졌을 때 현모는 화진 남부 전역의 부총장으로 승진하여 대장 계급을 달았다. 그리고 남양 제국들을 견제하는 임무를 맡았다. 하지만 윤구주가 사고를 당한 후 현모도 연
“네가 하늘의 뜻을 거슬러 오늘 나를 죽인다면 곤륜 구역이 너를 천옥에서 살려둘 것 같아?” 깨어난 선우진웅은 곤륜 구역과 문씨 가문을 향해 욕을 퍼부었다. “곤륜 구역과 문씨 가문은 네가 욕할 대상이 아니야. 지금 당장 엎드려 반성해!” 윤구주는 손을 내리쳤다. 선우진웅은 전성기 때도 윤구주에게 제압을 당했던 터라 지금 같은 상태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그는 쿵 소리와 함께 땅에 얼굴을 박았다. “날 죽이진 말아줘! 복수를 원하는 거 아니었어? 난 문씨 가문이 무슨 꿍꿍이인지 알고 있어. 저 빌어먹을 문씨 가문이 너를 죽인 후 우리 부성국이 화진에 진출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어. 이제 보니 모두 거짓말이었어! 문아름은 이미 우리 부성국 군사 정권의 절반을 장악했어. 그 여자는 일석이조를 노리고 있지. 너를 죽이고 나를 제거해 우리 부성국의 국운을 빼앗으려는 거야. 내 목숨만 살려줘. 나도 어느 정도 막강한 실력을 갖췄으니 내가 너의 복수를 도울 수 있어.” 선우진웅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윤구주에게 목숨을 구걸했다. 그 말을 듣고 윤구주는 웃음을 터뜨렸다. “너희 부성국은 무사도를 숭상한다며? 항복을 수치로 여기지 않아? 왜 네놈의 의지는 이렇게 약해? 아직 죽이지도 않았는데 벌써 겁을 먹었네? 이미 없는 목숨인 주제에 아직도 죽음을 두려워하다니. 넌 원래부터 겁쟁이였어. 약한 자를 괴롭히고 강한 자를 두려워하지. 자기 자신도 지키지 못하는 것이 바로 너희 부성국의 상류층이다. 게다가 부성국은 백 년 전에 전패한 이후로 국운이 남아있기나 해? 온 세상이 너희 부성국이 어떤 놈들인지 알고 있어. 화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너희를 용납하지 않을 거야. 한 나라가 이 지경까지 몰려 세상의 멸시를 받는 건 너희 부성국뿐일 거야.” 선우진웅은 치욕스러웠지만 목숨을 걸고 분노를 억눌렀다. 하지만 윤구주가 말을 마치고 검의 기운을 거두며 더 이상 그를 공격하지 않자 그의 표정이 밝아졌다. ‘흥, 말로는 그럴듯하게 하지만 속으로는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