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소리와 함께 차 문이 열리더니 8명의 두꺼운 옷을 입은 국경수비대 병사들이 차 안에서 내렸다.그중 가장 앞에 선 사람이 바로 기병 교위 원호산이었다.원호산은 구레나룻이 짙고 몸이 다부졌다.그가 나타나자 윤구주에게 중상을 입은 십여 명의 병사들은 곧바로 밖에서 그를 향해 외쳤다.“원 통령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원호산은 싸늘한 시선으로 그들을 쭉 훑어보았다. 그는 병사들이 눈보라를 맞으면서 추위에 덜덜 떨며 밖에 서 있는 걸 보고는 살짝 화가 난 얼굴로 물었다.“멍청한 것들. 왜 안에 있지 않고 밖에 나와 있는 거야?”십여 명의 병사들은 겁을 먹고 덜덜 떨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내가 묻잖아. 대답해!”원호산은 병사들이 대답하지 않자 계속 물었다.그런데 갑자기 싸늘한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파고들었다.“내가 밖에 서 있으라고 했거든.”그 목소리를 들은 원호산은 흠칫했다가 고개를 돌려 군영 쪽을 바라보았다.군영 안에는 흰옷을 입은 윤구주가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군영 속에 갑자기 나타난 낯선 얼굴을 본 원호산은 서늘한 눈빛으로 호통을 쳤다.“당신은 누군데 감히 우리 군영에 멋대로 들어온 거지? 죽고 싶어?”윤구주는 천천히 두 눈을 떴다.그가 눈을 뜨는 순간, 어마어마한 위압감이 원호산 등 사람들을 감쌌다.원호산과 그의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몸이 굳었다. 그들은 마치 윤구주의 시선에 겁을 먹은 듯했다.“당신이 바로 기병 교위 통령 원호산이야?”윤구주가 서늘한 목소리로 물었다.“나라면 뭐?”원호산이 인정하자 윤구주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내가 묻지. 화진의 군율에 따르면 무단으로 이탈한 자는 죽어 마땅하지?”그 말에 원호산은 심하게 당황했다.“또 물을게. 규율을 어기고 부하가 멋대로 하게 놔두는 자도 죽어 마땅하지?”윤구주의 싸늘한 말이 마치 우레처럼 다시금 원호산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마지막으로 묻지. 나라를 배신하고 화진의 국민들을 해치는 자는 그 삼족까지 전부 죽여 마땅하지?
원호산의 피범벅인 머리가 바닥에 굴러떨어지자 그 자리에 있던 병사들도, 다무도 전부 넋이 나갔다.윤구주가 기병 교위 한 명을 죽인 것은 중죄였기 때문이다.“우, 우리 원 통령님을 죽인 겁니까?”국경수비대 병사들은 그제야 반응했다. 그들은 들고 있던 총을 꽉 쥐면서 두려움에 찬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총을 쏠 기세였다.그러나 윤구주는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당당한 얼굴로 원호산의 시체를 바라보며 말했다.“원호산 같은 매국노는 죽어 마땅하지 않아?”“하지만... 아무런 증거도 없지 않습니까? 대체 무슨 근거로 우리 원 통령님이 설국과 결탁했다고 하는 거죠?”한 병사가 물었다.“나 윤구주가 한 말이 바로 증빙이야!”윤구주가 이름을 대는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당황했다.그러나 윤구주가 과거 천하무적이었던 구주왕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없었다.그들은 그저 윤구주의 이름에 어떠한 마력이 있다고 느꼈을 뿐이다. 왠지 모르게 윤구주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두려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래서 아무도 더는 묻지 못했다.“얘기해 봐. 지금 국경을 지키는 국경수비대의 지휘관은 이름이 뭐야?”윤구주가 갑자기 물었다.국경수비대 지휘관은 흑여산맥의 국경 지역을 지키는 최고 지휘관이었다.윤구주가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자 병사들은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우리 지휘관님 성함은 유기철입니다.”“그였다니.”그 이름을 들은 순간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사실 10국과의 전재에서 유기철은 구주군 제6군단의 소대장이었다.그런데 시간이 많이 흘러 그때의 그가 국경수비대 지휘관이 된 것이다.과거를 떠올린 윤구주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유기철에게 당장 날 만나러 오라고 해.”‘뭐?’“우, 우리 지휘관님에게 당신을 만나러 오라고 하라고요?”국경수비대 병사들은 모두 당황했다.“그래. 너희는 그에게 지인이 방문했으니 빨리 가보라고 하면 돼.”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병사들을 뒤로하고 빠르게 군영 안으로 돌아갔
병사의 말을 들은 유기철은 고개를 들었다.“무슨 일이야?”“조금 전 연락을 받았는데 원호산 통령님이 살해당했다고 합니다.”병사는 서둘러 말했다.‘뭐라고?’“원호산이 살해당했다고? 어서 얘기해. 누가 한 짓이야? 설마 빌어먹을 설국 놈들이 싸움을 건 거야?”유기철이 호된 목소리로 물었다.“지휘관님, 전보에 따르면 원 통령님을 죽인 건 설국인이 아니라 윤구주라는 남자랍니다.”병사가 말했다.“윤구주?”그 이름을 들은 순간 유기철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마치 그 이름 자체에 엄청난 위압감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유기철은 그 이름이 어쩐지 익숙하게 느껴졌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말해. 원호산을 죽인 그놈은 지금 어디 있어?”유기철이 매섭게 물었다.원호산은 그래도 국경수비대 기병 교위였는데 그런 그가 갑자기 살해당했다고 하니 유기철은 화가 났다.“지휘관님, 23번 진영의 병사들이 말하길 그 살인자는 지금 군영에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병사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그리고 뭐?”“그 살인자가 말하길, 지인이 방문을 했으니 지휘관님에게 빨리 그곳으로 오라고 했답니다.”그 말을 들은 유기철은 책상을 쾅 내리쳤다.“건방지구나! 내 병사를 죽였으면서 내게 명령까지 내려? 좋아. 어떤 미친놈이 이렇게 건방을 떠는 건지 어디 한번 봐야겠어! 여봐라. 지금 당장 23번 진영으로 갈 테니 준비하도록 해.”유기철은 명령을 내리더니 곧바로 병사들을 이끌고 23번 진영으로 향했다.많은 차량이 기세등등하게 23번 진영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갔다.유기철은 어두운 얼굴로 장갑차 안에 앉아 있었다.그의 곁에 있던 병사가 그 모습을 보고 입을 열었다.“지휘관님, 사실 아까 23번 진영에서는 전화해서 한 가지 사실을 더 전했는데 제가 깜빡하고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뭐라고 했는데?”“그들이 말하길 그 살인자가 원 통령님의 머리를 벤 이유는 원 통령님이 설국과 내통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윤구주는 눈조차 뜨지 않고 덤덤히 말했다.“잘 왔네요.”“은인님, 정말로 두렵지 않으신 겁니까? 잊지 마세요. 은인님은 국경수비대의 통령 한 명을 죽였습니다. 만약 지휘관님이 책임을 물으려고 한다면... 일이 복잡하게 될 겁니다.”다무는 아직도 윤구주를 걱정해 주고 있었다.그런데 윤구주가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이 세상에 감히 내게 책임을 물을 배짱이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요.”그 말은 마치 우레와도 같았고 그 순간 다무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밖에서 유기철은 200여 명의 병사들을 데리고 장갑차에서 내렸다.이 순간 군복을 입은 유기철은 가장 앞에 서 있었고 그의 뒤에는 23번 진영의 병사 십여 명이 서 있었다.“얘기해 봐. 사람을 그 미친놈은 어디 있어?”유기철은 군영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면서 사납게 물었다.“지휘관님, 그 살인자는 막사 안쪽에 있습니다.”유기철은 고개를 들어 문이 활짝 열려 있는 막사를 보며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오늘 어디서 온 놈이 이렇게 간이 배 밖으로 나왔는지 한 번 보겠어! 이곳을 지금 당장 포위해!”유기철이 명령을 내리자 200여 명의 병사들이 곧바로 챙겨온 총을 들고 군영을 전부 포위했다.군영을 전부 포위한 뒤 유기철은 그제야 사람들을 데리고 군영 안으로 들어갔다.커다란 군영 안, 유기철이 사람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는 다무와 가부좌를 틀고 있는 윤구주를 보았다.“지휘관님, 저 자식이 우리 원 통령님을 죽였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원 통령님이 설국과 결탁했다고 모함했습니다. 지휘관님, 원 통령님을 위해 꼭 복수해 주십시오!”한 병사가 윤구주를 가리키며 크게 외쳤다.유기철은 서늘한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윤구주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국경수비대의 지휘관인 유기철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눈이 휘둥그레졌고, 온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굳어진 채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천하무적의 최강자 윤구주의 모습이 그의 머릿속에
“지휘관님, 왜 그러십니까?”곁에 있던 병사들은 전부 얼이 빠졌다.“다들 무릎 꿇어!”유기철은 갑자기 눈이 벌게져서 고함을 질렀고, 그의 곁에 있던 병사들은 비록 무슨 상황인지는 알지 못했으나 유기철의 명령에 따라서 윤구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모든 이들이 무릎을 꿇자 윤구주는 그제야 천천히 일어났다.천지를 뒤덮을 것만 같은 어마어마한 왕의 기운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피가 멈추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윤구주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서늘한 눈빛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은 유기철을 바라보았다.“얘기해 봐. 구주군의 10대 군율이 뭐지?”그 말을 들은 유기철은 순간 몸을 흠칫 떨더니 이내 빠르게 대답했다.“저하, 구주군의 10대 군율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나라를 배신하지 않는다. 둘째,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다. 셋째, 전우끼리 싸우지 않는다. 넷째, 백성을 갈취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규율을 어기지 않는다. 여섯째, 사리사욕을 취해서는 안 된다. 일곱째, 다른 이들과 결탁해서는 안 된다. 여덟째, 나태해서는 안 된다. 아홉째, 청렴결백해야 한다. 열째, 나라를 지켜야 한다.”유기철이 구주군의 10대 군율을 읊자 다들 넋이 나갔다.윤구주는 유기철이 10대 군율을 다 읊자 차갑게 말했다.“10대 군율을 알고 있다면 그것을 어겼을 때 어떤 벌이 내려질지도 알겠지?”“죽음... 입니다!”유기철이 덜덜 떨면서 말을 내뱉었다.“죽어 마땅하다는 걸 아는군. 그러면 내가 널 어떻게 하면 좋을까?”윤구주의 싸늘한 말에 유기철은 덜덜 떨면서 말했다.“저하께서 죽으라고 하신다면 제 목숨으로 속죄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저하, 저 유기철은 이번 생에 다시 저하를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국경수비대의 지휘관인 유기철은 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그는 죽음이 두려워서 우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윤구주를 봐서 우는 것이었다.유기철은 눈물을 흘리면서 윤구주를 향해 세 번 머리를
병사들의 애원을 들은 유기철은 갑자기 말했다.“저하께서 내게 죽음을 하사하는 것은 나 유기철의 영광이다. 나는 살아있을 때도, 죽어서도 구주군 소속이야. 오늘 내가 죽는 것은 내가 자초한 일이야.”말을 마친 뒤 유기철은 뜨거운 눈물을 머금은 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저하,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저는 다음 생에도 저하의 병사가 될 겁니다. 저하를 따라서 세상을 정복하여 우리나라의 위엄을 지킬 겁니다.”그렇게 말한 뒤 유기철은 정말로 방아쇠를 당겼다.탕!발사된 총알이 그의 관자놀이에 닿았다.“지휘관님!”병사들은 유기철이 정말로 방아쇠를 당기자 모두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그들이 보기에 유기철은 죽을 이유도, 자살을 할 이유도 없었다.그런데 국경수비대 지휘관인 유기철은 정말로 방아쇠를 당겼다.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주변 공기가 멈춘 듯했고 곧이어 금빛의 결계 공간이 유기철을 감쌌다.그것은 진역 결계였다.결계가 나타났다는 것은 윤구주가 이 공간을 전부 장악하고 있다는 걸 의미했다.발사된 총알은 유기철의 관자놀이에 닿았을 뿐, 그의 머리를 꿰뚫지는 않았다.그 광경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병사는 경악했다.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유기철을 둘러싼 금빛의 결계를 보았다. 그들로서는 발사된 총알이 유기철의 관자놀이를 꿰뚫기 직전에 허공에서 멈췄다는 걸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세상에, 내 눈이 잘못된 걸까? 저 총알... 정말로 멈췄어?”“아니, 우리 눈이 잘못된 게 아냐. 정말로 멈춘 거야!”“이, 이, 이건 뭐지?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총알이 멈추다니!”병사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진역 결계를 시전한 것은 화진의 구주왕이었다.병사들이 모두 의아해하고 있을 때 윤구주는 갑자기 진역 결계에 둘러싸인 유기철을 바라보며 말했다.“국경을 지키면서 그동안 고생한 걸 생각해 오늘은 일단 살려주겠어.”그렇게 말한 뒤 윤구주는 손을 들어서 움직였다.“사라져.”그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유기철을 감쌌던
그 광경을 본 순간, 윤구주를 데리고 군영으로 왔던 다무는 완전히 얼이 빠졌다.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그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고 있었다.“구주왕... 은인님, 그... 그... 혹시 정말로 세상에 널리 이름을 떨쳤던 우리 구주군의 창시자입니까?”윤구주는 싱긋 웃었다.“그래요.”“세상에! 제가 저하를 뵙게 되다니, 이거 꿈은 아니겠죠?”다무는 윤구주가 바로 자신이 줄곧 우러러보던 구주왕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게다가 더욱 믿기 어려운 것은 그가 바로 자신의 앞에 서 있다는 점이었다.한쪽 다리가 불편한 다무는 20초간 얼어붙어서 움직이지 못하다가 뒤늦게 윤구주를 향해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추었다.그러나 윤구주는 곧바로 다무를 일으켰다.“어르신, 얼른 일어나세요. 사실 어르신이 들고 있던 구주군의 무기를 본 순간부터 전 어르신께 제 정체를 얘기하고 싶었어요.”윤구주는 남은 말을 다 얘기하지는 않았다.다무는 흥분한 건지 온몸을 떨면서 말했다.“전 살면서 제가 저하를 만날 수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우리 구주군 소속으로서 어르신은 설국 병사들과 싸웠고 부족을 지켰죠. 어르신은 우리 구주군의 자랑입니다. 그래서 전 지금 이 순간 어르신을 입영하고 싶습니다. 전 어르신이 다시 구주군으로 돌아와서 우리의 진정한 일원이 되기를 바랍니다.”윤구주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윤구주가 자신을 정말로 구주군으로 받아주겠다고 하자 다무는 너무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왈칵 쏟았다.그는 늘 나라를 지키고 적을 해치우는 구주군이 되고 싶었다.그러나 그는 나이도 많았고 실력도 약해서 제74군단의 취사병밖에 할 수 없었다.게다가 마지막에는 다리 부상으로 인해 제대까지 강요당했다.그런데 지금 이 순간, 윤구주는 그를 구주군의 정식 일원으로 임명했고 다무는 이로써 자신의 마지막 꿈을 이룰 수 있었다.“감사합니다, 저하!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드디어 진정한 구주군이 되었군요!”다무는 자부심
한때 제6군단 소속이었던 병사를 윤구주는 당연히 믿었다.윤구주는 유기철을 바라보며 잠깐 고민하다가 물었다.“설국 놈들이 우리 화진 땅을 침범했을 때 왜 국방부에 보고를 올리지 않은 거지?”“국방부요?”국방부가 언급되자 유기철은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대답했다.“저하, 저하께서는 모르시겠지만 저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로 빌어먹을 국방부 놈들은 저희 구주군 80군단을 전부 해산시켰습니다. 심지어 우리의 많은 형제들은 감옥에 갇혔습니다. 저도 몇 번이나 국방부에 보고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항상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데 급급했고 아무도 나서려고 하지 않았습니다.”유기철의 말을 듣자 윤구주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과거 윤구주는 문씨 일가가 그를 해친 이유가 단지 왕위를 빼앗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보니 문아름은 화진의 이황왕이 되었으면서 정작 화진의 국경에는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 그것은 화진의 큰 재앙이었다.심지어 윤구주를 상대하기 위해 화진을 지키던 구주군을 전부 해산시켰다.그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죄였다.“문아름, 언젠가는 내 손으로 직접 네 머리를 베어 내 형제들을 위해 복수하겠어!”윤구주는 싸늘한 어투로 말했다.그는 그렇게 말한 뒤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내가 왜 갑자기 흑여산맥의 국경 지역으로 왔는지 알아?”유기철은 살벌한 기운을 내뿜는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저었다.“오늘부터 설국은 피의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내가 예전에 한 번 살려줬었는데도 이 짐승만도 못한 놈들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여전히 우리 화진의 땅을 침범하려고 했어. 그러니 이번에는 설국을 피바다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 화진의 땅은 절대 침범해서는 안 되는 곳이라는, 이 땅을 넘보는 놈들에게는 죽음뿐이라는 걸 가슴 깊이 새겨주겠어.”윤구주가 패기 넘치게 말하자 유기철 또한 몸속의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저 유기철은 기꺼이 저하를 위해 선두에 서서 설국 놈들을 죽이겠습니다!”윤구주
설국을 지키는 두 초극 절정은 윤구주의 위력에 깜짝 놀랐지만, 그들 뒤에는 설국 도성이라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이들조차 윤구주를 막지 못한다면 설국에는 분명 재앙이 닥칠 것이 분명했다.“화진 꼬마야, 너 완전히 미쳤구나!”이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육도 절정인 두 초극 절정이 공격을 개시했다.이들이 만약 사상 절정에 도달한다면 자신만의 진역 결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두 초극 절정이 힘을 합친 순간, 반경 100미터 안에 회색의 천수 구역과 갈색의 난쟁이 사자 구역이 형성되었다.두 구역 안의 생명체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한 줌의 재로 변했다.“천수 부도!”가장 먼저 공격한 쪽은 검은 옷을 입은 천수였다.그가 종횡무진하다가 손바닥을 위로 번쩍 들어 올리자, 하늘에서 손바닥 그림자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육도의 위엄이 담겨있는 이 어마어마한 정법은 신급 강자를 박살 낼 수 있었다.천수가 공격을 펼치려고 할 때 옆에 있던 난쟁이 사자도 함께 움직였다.난쟁이 사자가 포효하더니 몸에서 적갈색의 절정기가 뿜어져 나오며 흉악한 사자의 그림자가 몸에서 나왔다.사자의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난쟁이 사자가 주먹을 허공에 휘둘렀다.매서운 권의는 거대한 사자 그림자와 함께 허공을 가로지르며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두 육도 절정이 동시에 공격한 탓에 윤구주는 혼자서 둘의 공격을 막아내야 했다.그 순간, 옆에 서 있던 세나미도 그들의 기세에 눌려 재빨리 뒤로 몇 발짝 후퇴했다.두 육도 절정이 함께 공격하는 모습을 본 윤구주의 입가에는 경멸의 미소가 번졌다.“겨우 이 정도야?”윤구주가 한 발짝 내딛자, 도성의 바닥이 심하게 흔들렸다.온몸에 적선기를 가득한 윤구주가 손에 쥐고 있던 용혼한위총을 휘두르자, 10미터 길이의 창 그림이 허공에 나타났다.윤구주가 손으로 법인을 눌렀다.“천둥! 오너라!”쾅쾅!온 하늘에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갑자기 보라색 번개가 치더니 벼락이 용혼한위총에 떨어졌다.그러자 긴 창이 순식간에 번개 창으로 변했다.윤
설국 경내에는 수십만 시커먼 화진군이 낙일성을 향하여 출발했다.대오를 이끈 건 다름 아닌 한때 악인 윤구주를 따른 염수천과 박천후이다.바로 이때, 하늘에서는 한 줄기의 빛이 날아왔다.“조심해!”빛이 엄습해 오는 것을 감응한 절정인 박천후는 콧방귀를 끼며 온몸이 경계 태세를 취하였다.광속을 바라보던 염수천도 허공으로 날아올라 그 광속을 덥석 움켜쥐었다.광속이 손에 닿자 갑자기 빛 속에서 우뚝 솟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왕의 소환이야!”흥분한 염수천은 얼른 보러 갔다.빛이 흩어지자 한 줄기의 신념의 화면이 박천후와 염수천의 눈앞에 나타났다.화면에는 윤구주가 꿋꿋하게 서서 앞에 있는 설국의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을 바라보며 염수천에게 그의 삼족을 멸할 것이며 완수하지 못할 때 목을 베어버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염수천은 순간 흠칫 놀라 말했다.“명 받들겠습니다!”말을 마친 염수천은 벌떡 일어났다.“설국의 염탐꾼이 어디 있지?”“네, 여기 있습니다.”10여 명의 설국 염탐꾼이 염수천의 앞에 무릎 꿇었다.염수천은 신념으로 소환된 천도의 얼굴을 가리키며 엄숙하게 말했다.“얼른 이 늙다리의 18대 조상을 찾아내라, 내가 오늘 직접 그의 삼족을 죽일 것이다.”염수천은 천둥 같은 목소리로 소리치며 말하였다.“네!”가동된 염탐꾼은 설국 전체를 휩쓸었다.윤구주가 오늘 천도의 삼족을 죽인다고 하면 반드시 죽일 것이다.신도 막을 수가 없었다.염수천은 직접 대오를 이끌고 설국 절정의 삼족을 죽이러 갔다....염수천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설국 도성에서는 천도가 윤구주를 차갑게 바라보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하하하, 당신 같은 실력으로 나의 삼족을 멸한다고?”윤구주는 얇은 입술을 가볍게 트이며 말했다.“나의 실력으로 충분해!”말이 떨어지는 순간, 윤구주의 온몸은 하얗고 눈부시게 빛났다.봉왕팔기, 제9기: 적선술!사면팔방은 적선술이 열리는 순간 수십 장 내 전부가 그의 적선기에 휩싸였다.적선술
둘째:천수!셋째:난쟁이 사자!육도 절정 한 명은 한 개의 군을 뒤흔들 수 있었다.그러나 현재 설국에서는 육도 절정 세 명을 출동시켰다.세 명의 설국 육도 절정은 눈보라 속에서 용처럼 우뚝 솟아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생은 진짜 눈썰미가 좋다만 우리 설국 도성에 함부로 침입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생각하지 않아?”윤구주를 천천히 바라보며 제일 중간에 난쟁이 사자가 물었다.경멸의 미소를 지은 윤구주가 답했다.“나는 오늘 당신들이랑 도리를 따지려고 온 거 아니야.”“그럼, 선생은...”난쟁이 사자가 낮은 소리로 흥얼거렸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죽고 싶으면 빨리 덤벼!”윤구주는 육도 절정 세명에게 양보하지 않았다.누군가 오늘 막으려고 하면 그는 반드시 죽일 거라고 다짐했다. 윤구주의 말을 들은 왼쪽 끝에 선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젊은 나이에 이렇게 오만방자한 선생한테 이 늙은이가 왜 그러는지 가르침을 한번 받아보도록 하지.”말을 마친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은 직접 칼을 내밀었다.칙!은빛 달 같은 칼날이 허공에 나타났다.무서운 불멸의 힘을 가진 은빛 칼의 검도가 종횡무진하며 하늘을 가르고 윤구주를 죽이려고 그를 향해 날아가 떨어졌다.이미 검도가 무형의 경지에 이른 진정한 육도 절정으로서 오직 칼끝 하나만으로도 천하의 모든 신급을 다 베어 버릴 수 있었다.그가 바로 설국의 천도이다.윤구주는 은빛 칼날이 앞에 와 닿았을 때 무표정한 얼굴로 손바닥을 내밀자 용혼 한위총이 승화되어 나타났다.손에 든 은창은 쨍그랑 소리를 내며 천도 위에 떨어졌다.사방으로 흩날리던 눈은 공포스러운 진동의 힘으로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이 진동으로 그의 손에 있는 천도가 자칫하면 땅에 떨어질 뻔했을 뿐만 아니라 천도의 호랑이 아가리는 쿡쿡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강하다!”몸을 뒤로 비켜 물러난 천도는 굵은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40년 전 나는 어린 나이에 신급에 들어섰지. 몇 년 동안 검법에 빠져
한창 설국 도성에서 의논이 진행되고 있을 때 흰 옷차림을 한 윤구주가 눈보라 속에서 바람을 타고 왔다.낙일성은 원래 도성으로부터 수백 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기에 이 거리는 윤구주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설국 도성에 접근할수록 눈보라가 점점 더 거세졌다.설국 도성 앞에 신들린 악마 같은 윤구주가 불현듯 나타났다.쿵!그의 발이 땅에 닿자 땅 전체가 무거운 진동 소리를 냈다.눈앞에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설국 도성은 우뚝 솟은 옛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설국의 백성들이 몇 시간 전 제거되었기에 떠들썩해야 하던 설국 도성은 현재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도 않았다.“도착했어.”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마친 윤구주가 오른손을 들자, 펑 하고 눈보라 속으로 아름다운 그림자가 던져졌다.바로 세나미였다.원래 설국 미래의 황후인 세나미는 이 시각 얼굴은 백지처럼 창백하고 두 눈에는 끝없는 절망으로 가득했다.그녀는 험상궂은 두 눈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악마야, 왜 나를 죽이지 않고 남겨 두는 거야?”세나미는 울부짖으면서 눈물을 흘렸다.만 명 넘는 설국 제일 강력 대군이 도살당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아버지까지 윤구주에 의해 참살되는 것을 직접 보았기에 참을 수가 없었다.윤구주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우리 화진을 건드린 결과를 너희들이 직접 두 눈으로 똑똑히 보기를 바랄 뿐이야.”냉담하게 말을 마친 윤구주는 세나미를 무시한 채 도성 성문을 향해 곧게 걸어갔다.눈앞의 넓고 길이가 몇 장이나 되게 높은 오래된 도성 성문은 사람들에게 위엄 있고 엄숙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마치 윤구주를 환영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환영하지 않는다고 윤구주가 들어갈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참 우스운 일이었다.윤구주의 새하얀 오른손이 검을 휘두르자, 순식간에 길이가 몇 장이나 되는 기검이 그에게 뭉쳤으며 검은 천둥같이 수백 년 된 설국의 성벽을 단칼에 베여버렸다.우르릉!오래된 성문은 윤구주에 의해 단칼에
“어떻게 화진인 마음대로 우리 설국 영토를 침략할 수 있단 말인가?”화가 난 설태현이 말했다.이곳은 설국이다.그러나 윤구주는 홀로 곧 도성까지 쳐들어오고 있다니, 누구라도 참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우리가 화진에 파견한 사신은 어떻게 되었나?”화가 난 설태현이 물어보았다.“국주님, 화진에서 우리가 파견한 사신을 만나주지 않습니다.”“만나주지 않는다고?”“네, 그렇습니다.”이 말을 들은 설태현은 더욱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사람을 얕잡아 봐도 너무 얕잡게 보는구나.”주위에 있던 설국 대신들도 하나둘씩 화가 나기 시작했다.“그 화진인이 낙일성을 꿰뚫고 우리 도성을 향해 오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좋을까?”“그자가 감히?”“군신 각하도 그의 손에 죽었는데 우리도 방법이 없지 않은가?”이때, 조정의 대신들은 하나둘씩 의논하기 시작했다.“이런 재능을 가진 그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혹시 6년 전 악마와 같은 그런 사람이 화진에 또 나타나기라도 한 건가?늙은 대신 한 명이 말했다.이 말과 함께 모든 조정의 신하들은 얼굴 안색이 어두워졌다.6년 전 금전에서 윤구주의 검에 의해 설태현의 아버지가 참살당하였기에 신하들은 6년 전의 치욕이 설국의 치욕이자 현 국주의 치욕이라 생각했기에 그 누구도 입에 올리기 싫어했다.게다가 6년 후 윤구주가 다시 올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설국의 대신들이 하나둘씩 허둥대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문밖에서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광명 신전 대신관님 납시오.”빨강과 검정 두루마기를 입고 머리 위로 높은 모자를 쓴 노인이 소리와 함께 밖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사람들은 대신관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했다.분명히 천천히 걸고 있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금전에 도착했다.“대신관이 오셨네.”“우리 설국에 희망이 생겼네.”금전에서 모든 설국 대신은 희망으로 가득 찬 눈길로 대신관을 바라보았다.빨갛고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대신관은 들어오더니 허리를 굽혀 설태현에게 인사를 했
“그러나...”박천후는 염수천이 무엇인가 더 말하려고 할 때 먼저 말을 꺼냈다.“한 번만 말할 테니 잘 들어. 오늘 내가 왕을 뵙는 것을 누군가가 막으려 한다면 내가 반드시 그와 싸울 거야. 믿지 못하겠으면 시험해 보던가.”박천후는 왕년에 구주군중 제일 용맹한 일인이었고 윤구주 외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았기에 염수천은 누구보다도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사십만 대군을 바로 정돈하고 있는 박천후의 모습을 본 염수천은 눈썹을 찌푸렸다.“통령님, 우리 어떻게 할까요?”이때 염수천 앞으로 장병 한 명이 신속하게 걸어오며 물었다.염수천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뭘 어떻게 해, 이 바보가 미치면 어떤 일 저지를지 모르니 얼른 금위군을 집결시켜 함께 설국에 들어가야 해.”‘뭐라고?’금위군을 동원하여 설국에 들어가겠다는 말을 들은 장병은 얼른 염수천에게 말했다.“그런데 국전을 일으켜서 안 된다고 국주가 명령을 내리셨어요.”“조금 전 천후 그 바보 놈이 하는 말 못들 었어? 우리는 그냥 우리의 왕을 모시러 가는 거지 전쟁을 일으키려는 거 아니야. 알겠어?”염수천의 말을 들은 장교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얼마 후 준비를 마친 사십만 명의 북방군과 염수천의 십만 명의 금위군이 연합하여 신속하게 설국으로 향했다....설국 도성!금전!여기가 바로 설국의 제일 영예로운 땅이자 가장 신성한 곳이다!이때 대전에서는 당황한 기색을 한 중신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들은 설국의 국주 설태현을 맞이하고 있었다.얼마 후, 웅장한 목소리가 금전에 울려 퍼졌다.“국주님 납시오!”화려한 복장을 한 젊은 모습의 사람이 소리와 함께 금전에서 걸어 나왔다.그가 바로 설국 국주 설태현이였다.황자의 기풍을 풍기고 있는 그는 16살에 황제의 자리에 올랐고 현재 22살이지만 젊은 설국 국주의 비범함을 느낄 수 있다.“국주께 인사 올립니다.”모든 조정의 신하들은 설태현이 보자, 무릎 꿇고 인사를 올렸다.설태현은 담담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모두 일어나요.”
북방군의 총사령관인 박천후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얼이 빠졌다.그는 곧 염수천의 팔을 잡고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염수천, 장난치지 마. 저하... 저하께서는 이미 돌아가셨잖아. 그런데 저하일 리가 없잖아!”“바보 같긴. 이 세상에 우리 저하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염수천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하... 하지만 저하는 죽음의 바다에서... 돌아가셨잖아. 그건 전 국민이 아는 사실이라고!”박천후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염수천이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랑 같은 생각이었어. 나도 저하께서 돌아가셨다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내 두 눈으로 직접 저하를 봤을 때, 그제야 난 우리 저하께서 살아계셨다는 걸 깨달았어. 저하께서 다시 홀로 설국으로 쳐들어간 거야. 그리고 낙일성을 함락시킨 것도, 설국 군신을 죽인 것도 모두 저하야. 그리고 내 짐작이 맞다면 저하께서는 아마 이제 곧 설국 수도에 도착하실 거야.”염수천은 농담하는 것 같지 않았다. 박천후는 그 자리에서 거의 2분 동안 넋을 놓고 있었다.“진짜 거짓말이 아니라고? 우리 저하께서 아직 살아계신다고?”박천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렇다니까. 믿기지 않는다면 네가 직접 창용부대에 연락해 봐. 박창용이 가장 먼저 저하께서 살아계신다는 걸 안 사람이니까. 그런데 여태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지.”염수천은 그렇게 말하면서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박창용을 욕했다.그들은 박창용이 많이 원망스러운 듯했다.염수천의 말을 들은 박천후는 다시 한번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울기 시작했다.엉엉 우는 소리가 주위에 널리 울려 퍼졌고 병사들은 모두 얼이 빠졌다.“하하하하! 박천후, 아까는 안 울 거라면서? 그런데 왜 우는 거야?”박천후가 엉엉 울자 염수천은 얄밉게 옆에서 약을 올렸다.“헛소리하지 마! 난 우는 게 아니야! 너무 기뻐서 그러는 거야!”박천후는 눈물을 닦으면서 울먹거리며 말했다.염수천은 크게 웃었다.“염수천, 저하께서 살아계셨다는 걸 알았으면서 왜 미리 나한테 얘기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워! 염수천, 네가 겁이 많다고 해서 날 막으려고 들지는 마. 난 오늘 작정했어. 감히 저하를 위해 복수하는 걸 막는 놈이 있다면 그게 너라고 해도 베어버릴 거야!”염수천은 한때 형제였던 그가 자신을 벨 거라고 하자 화가 났다.“멍청한 놈! 내가 널 두려워할 것 같아? 어디 한 번 해봐!”“그래! 좋아!”그 자리에 있던 금위군과 북방군은 두 장수가 정말로 싸우려고 들자 모두 기가 막혔다.바로 그때였다.“보고합니다!”눈보라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보고하러 온 병사 한 명이 그곳에 도착해서 곧바로 말했다.“전방에서 급보를 전했습니다. 낙일성이 함락되고 설국 군신 세나스가 전사했다고 합니다!”‘뭐라고?’그 말에 염수천과 박천후, 그리고 수십 명의 화진 장수들 모두 깜짝 놀랐다.“방금 세나스가 죽었다고 한 거야?”6년 전 화진과 싸운 적이 있던 설국 군신인 세나스의 이름을 염수천과 박천후가 모를 리가 없었다.“네! 세나스도 전사했고 그의 정예군들 또한 모두 낙일성에서 전멸되었다고 합니다!”병사가 다시 말했다.그 말에 염수천과 박천후는 큰 충격을 받았다.설국 군신 세나스가 죽고 그의 정예군 또한 전멸했다니.박천후는 한참 뒤에야 놀란 얼굴로 물었다.“누가 그런 거야? 누가 그렇게 강해?”“누구겠어? 당연히 국주님께서 너더러 병사를 이끌고 보호하라고 한 그분이지!”염수천이 웃으며 말했다.‘그분?’박천후는 지금까지도 국주가 그더러 병사를 이끌고 보호하라고 한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다.그는 그저 명령을 받은 뒤 곧장 북방군을 데리고 이곳에 왔을 뿐이었다.그래서 박천후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박천후는 황급히 말했다.“염수천, 이제 그만 숨기고 솔직히 말해. 대체 누구야? 누가 이렇게 강한 거야? 설국에 쳐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세나스까지 죽이다니!”염수천은 웃으며 말했다.“나한테 애원하면 얘기해줄게.”“애원은 무슨. 말하기 싫으면 관둬.”박천후는 단단히 화가 났다.그러나 그는 잠시 뒤 염수천
군복을 입은 박천후는 영웅비 앞에 서 있었다.그는 꼿꼿하게 선 채로 손으로 영웅비에 묻은 눈을 닦았다.그는 눈을 닦으면서 중얼거렸다.“넷째야, 충영아, 덕산아... 형이 보러 왔다.”박천후는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눈시울을 살짝 붉혔다.당시 낭파산 전투에서 구주군은 혈전을 벌였다.그리고 그때 박천후는 친한 형제들 여럿을 이곳에서 잃었다.옆에 있던 염수천은 영웅비를 닦는 박천후의 모습을 바라보며 6년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바람이 불고 눈꽃이 휘날리는 날, 박천후는 지금처럼 눈보라 속에 꼿꼿이 서서 꼼짝하지 않았다.박천후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염수천, 그분을 그리워해 본 적 있어...”박천후의 질문에 염수천은 살짝 당황했다.“누구?”“누구긴 누구야? 당연히 우리 저하지!”박천후의 목소리가 갑자기 떨렸다.염수천은 그 말에 심장이 철렁했다.“사실 난 우리 저하가 너무 그리워.”박천후는 그렇게 얘기하다가 갑자기 주저앉으며 두 손으로 머리를 끌어안고 눈보라 속에서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박천후의 우는 모습을 본 염수천은 사실 그에게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박천후가 잠깐 우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생각을 고쳤다.그래서 염수천은 이렇게 얘기했다.“그립지. 어떻게 그립지 않겠어? 당시 저하께서 계셨을 때 얼마나 좋았어?”“저하께서 돌아가시지만 않았어도 당시 우리 형제들은 사방으로 흩어지지 않았을 거야. 우리 구주군도 해산되지 않았을 거고...”박천후는 그렇게 얘기하다가 갑자기 살기를 가득 담아 말했다.“염수천, 나한테 솔직히 얘기해 봐. 당시 우리 저하께서 죽음의 바다로 싸우러 갔을 때, 빌어먹을 설국도 그 전투에 참여했었어?”박천후가 매서운 목소리로 물었다.염수천은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아마... 있었을 거야.”“젠장, 그런데 뭘 기다린다는 거야?”박천후는 마치 화가 난 호랑이처럼 벌떡 일어나며 염수천을 노려보았다.“나 박천후는 오늘 설국을 피바다로 만들어 저하의 복수를 할 거야.”그는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