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위소대 대원들은 그 말을 듣고 당황했다.“지휘관님, 왜 갑자기 그분들을 체포하라는 겁니까?”대원은 궁금한 듯 물었다.“그 망할 놈들이 화진을 배신하고 설국과 내통했거든! 죽어 마땅한 놈들이지!”‘뭐? 설국과 내통했다고?’비록 국경수비대 병사들은 가끔 나태할 때가 있었지만 적과 내통했다는 말을 듣자 다들 견딜 수가 없었다.그들 모두 화진의 군인이었기 때문이다.“젠장!”“설국과 내통하다니, 죽일 놈들이군요!”“지휘관님,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바로 그 빌어먹을 놈들을 잡아 오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30여 명의 경위소대 대원들은 곧바로 출발했다....유기철은 설국과 내통한 장수들을 검거하기 위해 병사들을 파견한 뒤 다시 막사로 돌아왔다.막사 안에서 윤구주는 작전 지도를 하나 보고 있었다.유기철은 감히 그를 방해할 수가 없어서 옆에 묵묵히 서 있었다.“얘기해 봐. 지금 국경 지역에 주둔해 있는 설국 놈들의 수는 얼마야?”윤구주는 작전 지도를 보면서 물었다.“저하,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설국 쪽에는 적어도 10만 명이 될 겁니다...”그 숫자를 들은 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그들을 이끄는 사람이 설마 설국의 세나스야?”“그렇습니다, 저하!”윤구주는 그 이름을 언급하더니 몸을 돌려서 차갑게 웃었다.“망할 노인네. 당시 10국과의 전쟁에서 나는 홀로 설국 수도까지 쳐들어가 단번에 검으로 그의 오른쪽 눈을 찔렀었지. 그런데 그 노인네가 아직도 우리 국경 지역에서 활개를 쳐? 나랑 같이 국경 지역으로 가보자!”윤구주는 우렁차게 말한 뒤 옆에 있던 유기철을 잡더니 금방 막사 안에서 사라졌다....흑여산맥의 국경지대.그곳은 일 년 내내 태양이 보이지 않는, 얼음과 눈으로 뒤덮여 있는 곳이었다.설국은 아주 추운 나라였고 흑여산맥은 일 년 내내 얼음과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끝없이 펼쳐진 국경지대에서는 흰 눈으로 뒤덮인 산꼭대기가 보였고 찬 바람이 끊임없이 몰아쳤다.그들의 눈앞에 있는 산은 낭파산이라고 불렸다.그곳은 사
“저하, 당시 바로 저하께서 지휘하신 덕분에 우리 구주군이 이곳에서 설국의 백만 정예를 학살할 수 있었습니다!” “그 전투는 하늘과 땅이 뒤흔들릴 정도로 치열했고 시체가 산처럼 쌓였지요!” “그리고 그 전투로 인해 우리는 설국을 물리쳐 국력을 50년이나 퇴보하게 했고 결국 설국은 영토를 내주며 항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기철은 과거 전쟁터를 떠올리며 여전히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 여기는 낭파산이다! 한때 십 국 대전의 주요 전장 중 하나였던 이곳! 그리고 설국에 가장 큰 패배를 안겨준 장소이기도 하다! 윤구주는 낭파산을 바라보며 천천히 산 아래에 세워진 충천석비로 걸음을 옮겼다. 그 석비는 열 장이 넘는 높이로 우뚝 서 있었다. 윤구주는 석비를 올려다보며 문득 물었다. “이 영웅비를 해마다 달마다 꾸준히 참배하고 있는 거야?” 그 말을 들은 유기철은 급히 대답했다. “저하께 보고드립니다! 저희는 해마다 달마다 빠짐없이 참배해 드리고 있습니다. 절대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이 말을 들은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말이 끝나자 윤구주는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현기가 영웅비를 덮고 있던 두터운 눈 위에 떨어졌다. 휙! 눈과 바람은 현기가 지나가자 흩날리며 사라졌고 영웅비 하나가 두 사람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열 장이 넘는 높이의 영웅비에는 이름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그 이름들은 마치 개미처럼 작게 보였으나 영웅비 전체를 빈틈없이 채우고 있었다. 이름 하나하나가 곧 하나의 영혼이었다. 그 수는 무려 7만. 이는 과거 낭파산에서 목숨을 바친 화진 군사들의 숫자였다. 그리고 바로 이 7만 군사의 희생이 설국 백만 정예를 궤멸시키고 그들을 이곳에서 완전히 무너뜨렸다. 그 전투! 세상을 뒤흔든 그 한판의 전투가 설국을 철저히 붕괴시켰다. 윤구주는 영웅비를 바라보며 눈에 깊은 슬픔이 떠올랐다. 영웅
이 설국의 병사들은 나미 아가씨를 언급할 때마다 모두 깊은 존경과 경외의 표정을 지었다. 알고 보니 이 설국의 나미 아가씨는 단지 군신 세나스의 유일한 딸일 뿐만 아니라 설국에서 가장 유명한 광명 신전 대사제의 문하 제자였다. 비록 나이는 스무 살에 불과하지만 그녀는 이미 설국의 미래 여전사로 불리고 있었다.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지난해 설국과 판인국은 유리섬을 두고 전쟁을 벌였고 이 여전사는 오직 5,000명의 광전사만을 이끌고 판인국의 3만 명의 중장갑 정예 부대를 몰살시켰다고 한다. 그 이후로 그녀의 여전사로서의 명성은 급속히 퍼져 나갔다. 그들 나라에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 여전사가 나타났다는 것을 설국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그리고 지금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이 여전사는 설국의 현 국주와 약혼하여 연말이 지나면 진정한 설국의 황후가 될 것이라고 한다.“정말이야? 나미 아가씨가 정말 우리 변방에 오시게 되는 거야?” 한 설국 병사가 기쁜 표정으로 물었다. “당연하지!” “와! 너무 좋아! 드디어 우리가 이 아름다운 여전사를 직접 볼 기회가 생겼구나!” 그 말을 들은 설국의 병사들은 하나같이 얼굴에 기대감이 가득했다. “그나저나 나미 아가씨가 곧 오실 텐데 화진 목민들한테서 빼앗아 온 물건들 빨리 숨겨! 이 멍청한 바보들아.” “잊었어? 우리의 여전사는 상벌이 분명하고 군율이 엄격하다고! 전쟁터는 전쟁터일 뿐 백성들을 해치는 일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 하셨어!” “너희들 작년 일 기억 안 나냐? 나미 아가씨가 직접 본인 곁에 있던 친위 근위병들을 처치한 이유가 그들이 판인국의 몇몇 여인들을 납치해 와 짓밟으려 했기 때문이잖아.” 한 설국 병사가 갑자기 모두에게 상기시켰다. “맞아!” “나미 아가씨가 가장 싫어하는 게 바로 백성을 압박하는 거야! 어느 나라 백성이든 모두 똑같이 대한다고! 너희들. 빨리 화진에서 빼앗은 물건들 다 지하실에 숨겨! 절대로 나미 아가씨에게 들키면 안 돼.
“사람이 아니라고? 그럼 뭐야?” 설국 병사들은 하나같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그때! 멀리 폭설 속에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저하! 아래가 바로 설국 전초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진영입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화진의 국경 총병 유기철이었다! 그는 비록 대가 경지에 불과했지만 몸 앞에는 윤구주가 준 금빛 방패가 있었다. 유기철은 한 손으로 아래의 설국 진영을 가리키며 윤구주에게 말했다. 순백의 옷을 걸친 윤구주는 하늘 위에서 우뚝 서 있었다. 그는 두 손을 뒤로 한 채 무심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우박과 눈송이가 온 하늘을 뒤덮었지만 단 한 점도 그의 몸에 닿지 않았다. 그는 그저 차가운 시선으로 아래의 진영을 한 번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설국 오랑캐들. 몇 번이고 우리 화진의 분계선을 침범했으니 이번엔 화진을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 똑똑히 알게 해줄게!” 말을 마친 그는 마치 유성이 떨어지듯 아래쪽 설국 진영을 향해 몸을 날렸다! 설국 진영 쪽! 윤구주가 유성처럼 날아오는 것을 본 설국 병사 중 한 명이 비명을 질렀다. “저거 봐! 저 자가 우리 쪽으로 날아오고 있어!” 다른 설국 병사들도 날아오는 형체가 급속히 다가오는 것을 보고 전부 얼어붙은 채 당황하며 서둘러 각자 손에 들고 있던 총을 집어 들었다. 쿵! 단 두 호흡 만에 윤구주의 두 발은 이미 설국의 국경 진영 한가운데에 내려앉았다! 하얀 옷을 걸친 윤구주를 바라보며 설국 병사들은 전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젠장, 진짜 사람이야?” “이 사람은 누구지? 날 수 있다니? 우리 설국 진영까지 어떻게 온 거지?” 설국 병사들은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단단히 붙잡고 윤구주와 날아 내려오는 유기철에게 조준하며 긴장했다. 마침내! 한 명의 설국 병사 대장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너는 누구냐? 감히 우리 설국의 진영에
“화진 사람들이 우리 진영을 침략했다!” “빨리! 빨리 가서 확인해 봐!” 눈앞에 보이는 이 진영은 설국의 최전방에 위치한 진영이었다. 이곳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은 모두 설국의 선봉 병사이며 대략 300여 명에 달했다. 그리고 지금, 윤구주의 천둥 같은 외침이 울려 퍼지자 진영 내 모든 설국 병사는 일제히 이 소리를 들었다. 순간 사방에서 수많은 설국 병사가 몰려들었다. 병사들 중 일부는 중무장 갑옷을 입고 있었고 일부는 기관총이나 긴 검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들이 달려오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윤구주와 유기철이었다. 그리고 그들 발아래에 쓰러져 있는 20여 명의 처참하게 죽은 설국 전우들의 참혹한 시신이었다. “으악!” “진짜로 화진 사람들이 우리 군영을 침략했어!” “빌어먹을! 저 두 놈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우리 20여 명의 순찰대원을 죽일 수 있었지?” “그딴 건 알 게 뭐야! 일단 이 두 화진 놈들을 먼저 처치하자!” 설국 병사들이 일제히 공격 태세를 갖추려는 순간 갑자기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멈춰라!” 거친 목소리와 함께 하얀 갑옷을 입은 설국의 한 장군이 뒤에서 걸어 나왔다. 이 장군은 몸집이 크고 우람했다. 온몸이 근육으로 뒤덮여 있었으며 그의 무게는 족히 150kg 정도는 되어 보였다. 그가 걸어 나오자 주변의 설국 병사들이 일제히 외쳤다. “사크 장군님!” 이 설국 장수가 등장하면서 그의 파란 눈동자는 먼저 윤구주와 유기철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다음에야 땅에 쓰러진 설국 병사들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스무 명이 넘는 설국 병사들이 모두 허리가 잘린 채 죽어 있는 광경을 보자 사크 장군의 얼굴에는 섬뜩한 기색이 스쳤다. 그러나 그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서서히 차가운 눈동자를 들어 올렸다. “화진 사람 두 분께 감히 묻겠다. 무슨 이유로 아무 연고도 없이 우리 설국 진영에 쳐들어와 우리 병사들을 죽인 거지?” 윤구주는 두 손을 뒤로 한 채 담담하게 말
사크 장군은 유기철이 자신의 신분을 인정하자 입가에 독기를 띤 웃음을 지었다. 비록 부하 20여 명이 죽었지만 오늘 이 자리에는 유기철과 윤구주 단 두 명뿐이었다. 만약 화진 국경 지휘관인 유기철을 생포할 수 있다면 설국에 엄청난 공을 세우는 일이 될 것이었다. 게다가 유기철이 먼저 설국의 군영에 침입해 학살을 벌였으니 어찌 됐든 설국이 명분에서 앞선다고 여겼다. 사크는 유기철을 차갑게 쏘아보며 비웃듯 말했다. “유 지휘관, 정말 대단하시군요. 고작 한 사람만 데리고 감히 우리 설국 군영에 침입해 무고한 자들을 학살하다니. 그렇다면 우리 설국과 화진 간 전쟁을 촉발해도 괜찮다는 건가?” 유기철은 그 말을 듣자마자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뭐가 그렇게 웃기냐?” 유기철의 웃음에 사크는 날카롭게 물었다. “네놈 같은 멍청이가 감히 전쟁을 입에 올리는데 우습지 않겠냐?” “예전에 우리 화진 철기군이 설국을 멸망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거 기억 안 나냐? 너희 같은 개미만도 못한 나라가 감히 화진과 전쟁을 논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유기철의 이 한마디에 사크와 그 뒤에 있던 설국 병사들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 예전에 있었던 십 국 전쟁은 설국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순간이었다. 지금까지도 설국에서는 아무도 그 전쟁을 입 밖에 꺼내려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당시 설국의 전 국주가 화진의 일인 왕 구주왕에게 단칼에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설국은 그 전쟁을 끝내기 위해 만 리에 달하는 영토를 할양하고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하며 겨우 멸망을 면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설국은 수년간 전력을 다해 병력을 키워가며 과거의 치욕을 잊으려 애써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유기철이 가차 없이 그 상처를 다시 들추어냈다. “감히!” “유기철! 네가 화진의 지휘관이라 하여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할 것 같냐? 오늘 네놈이 우리 설국 군영에 무단으로 침입해 병사들을 학살한 죄는 국제중재기구에 넘어
우르릉 쾅쾅!윤구주가 오른손을 하늘로 뻗자, 캄캄했던 하늘에는 그릇을 엎은 듯한 번개의 소용돌이가 나타 나더니 점점 더 많은 번개가 순식간에 그 속으로 모였다.팔기지 뇌왕인!윤구주는 뇌왕인 신통과 함께 큰 손으로 아래를 향해 냅다 눌렀다.“파멸하라!”우르릉 쾅쾅!이때 팔뚝 굵기만 한 천둥번개가 내리치며 순식간에 삼백여 명의 설국 전사들을 폭발시켜 잿더미로 만들었고 군사 진영 전체가 무너져 버렸다.이 순간의 윤구주는 사람이 아닌 천둥의 신이 인간 세상에 내려온 듯 했다.이 사람이 바로 한 번에 천지를 파멸하고 대해를 뒤흔들었던 화진의 제일 구주 왕이었다.옆에 있던 유기철은 까맣게 타버린 설국 전사들의 시체와 천둥번개에 맞아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군사 진영을 바라보며 너무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버젓한 설국의 부대는 이렇게 윤구주의 손에 깔끔하게 학살당했다.“저하, 참으로 위풍당당하십니다.”유기철은 감격을 금할 수 없었고 그런 윤구주랑 함께 다시 예전의 의기양양했던 때로 돌아간 듯 하여 매우 기뻤다.“하찮은 설국 망나니들을 우리가 언급할 가치가 있겠느냐. 이놈들을 죽이는 건 나한텐 식은 죽 먹기지.”윤구주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그때 당시 윤구주는 혼자 설국의 황도로 들이닥쳐 단칼에 설국의 전임 국왕을 죽였었다.그 패기는 그야말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을 후련하게 했다.유기철도 눈앞에 있는 이 신왕의 위력을 잘 알고 다시 입을 열었다.“저하, 여기 있는 설국 병사들은 이미 다 죽였으니 우린 이제 무엇을 하면 됩니까?”윤구주는 설국의 진영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계속하여 죽여라!”“네?”윤구주의 한마디에 유기철은 어리둥절해졌다.“설국의 망나니들이 감히 우리 화진의 땅으로 쳐들어오다니! 오늘 내가 이 망나니들을 전부 죽여서라도 화진의 땅은 반 치도 침범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해줄 것이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재빨리 설국의 변경 진영을 향해 날아갔다.윤구주는 화진의 구주 왕으로서 강산을 호위하고 화진의 국토를 보호해
부장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작전부에 참석한 모든 장군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일어서면서 말했다.“네? 화진의 최강자 말씀이십니까?”“이런 빌어먹을 놈! 십국대전 이후로 화진은 더 이상 우리 설국을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어찌하여 감히 대놓고 우리 설국의 진영에 침입하여 이렇게 많은 사병들을 학살하였다는 겁니까.”갑옷을 걸쳐 입은 설국의 한 장군이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설마 우리가 그들 세가와 결탁한 비밀을 들켜서 이러는 건 아니겠습니까?”한 장군이 입을 열었다.“그럴 리 없습니다. 우리 설국은 마가와 은밀하게 진행해 왔는데 어떻게 비밀이 샐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우리가 화진에 넣어 둔 첩보한테서 그들이 설국과 전쟁을 벌일 의향이 있다는 말을 전혀 전해 듣지 못했습니다.”또 다른 설국의 장군이 말했다.“지금 우리 진영을 공격하는 사람은 대체 누구입니까? 그들은 몇 명이나 됩니까?”한 설국 장군이 연이어 물었다.그의 물음에 조금 전에 달려 들어온 사병이 재빨리 대답했다.“우리 앞의 진영 사병들의 말에 의하면 딱 두 명뿐이랍니다.”“뭐라고?”“딱 두 명이라고?”“젠장! 두 명이 한 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우리 군사 진영 네 채를 연속으로 파멸시켰다는 말이냐?”가장 우두머리인 장군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그렇사옵니다, 장군님.”말이 끝나자 작전실 안의 모든 장군들의 얼굴색은 갑자기 어두워졌다.화진은 무술로 세워진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웃 나라였던 설국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제 겨우 한 시간도 안 된 사이에 네 개의 진영을 파멸시킨 두 사람 때문에 작전실에 있던 모든 설국 장군들은 공포에 떨고 있었다.“장군님, 이제 어찌 하옵니까?”부하 한 명이 서둘러 물었다.이때 우두머리인 장군이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일 분 동안 침물을 지키더니 입을 열었다.“지금 즉시 세나스 군신에게 연락하라. 화진의 침입으로 인해 전쟁이 곧 시작될 것이다.”뒤이어 다른 한 장군이 말했다.“장군님, 잊으셨습
바로 그때, 검은 그림자가 움직였다. “이제야 반응했나? 늦었어. 완전히 죽진 않더라도 반쯤은 죽을 거야.” 호천신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쿵!’ 검은 그림자는 별다른 고급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한 걸음 내디디며 얼음을 깨뜨리고 주먹으로 얼음을 강타했다. 전성기의 진동왕도 죽일 수 있는 술법이 그의 주먹 한 방에 산산조각이 났다. ‘뭐?’ 호천신의 눈알은 툭 튀어나올 뻔했다. ‘단순히 체질과 괴력으로 내 신술을 깨뜨렸다고? 이 자식의 몸이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검은 그림자는 얼음을 깨뜨린 후 세 걸음으로 산을 넘어 십만 대군의 눈앞에서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눈 깜짝할 사이에 공간을 가로질러 호천신 앞에 나타났다. 후자의 등장이 너무 갑작스러워 호천신조차도 압도당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뒤로 날아가며 거리를 벌렸다. ‘휙!’ 검은 그림자는 바로 뒤따라갔고 이번에는 거의 호천신과 얼굴을 맞대고 마주 보았다. “네가 가짜 신이라고 한 건 바로 그 때문이야! 하류의 잡것이 감히 우리 왕에게 실례를 범하다니.’ 검은 그림자는 한 발의 정통 발차기로 호천신의 복부를 강하게 찼다. 이 한 방에 호천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뒤로 날아가 땅에 처박히며 먼지를 일으켰다. 이때 십만 대군이 그 검은 그림자를 알아보았다. 그는 바로 화진 남부를 지키는 총사령관이자 구주왕 통솔하에 있는 4대 군신 중 한 명인 현모였다. “현모 장군!” 십만 전사들은 극도로 흥분했다. 그들은 현모가 있는 방향을 향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현모 장군을 뵙습니다!” ‘쿵!’ 십만 대군의 진기가 더욱 짙어졌다. 새로 탄생한 국운도 순식간에 한 단계 올라갔다. 그에게 무릎을 꿇은 십만 전사들을 향해 현모는 냉담하게 반응했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 모두 귀가 먹었나? 진동왕이 방금 너희에게 군령을 내렸다. 귀신족 하나라도 놓치면 군법으로 처벌한다.” 이 광경을 다른 사람이 보면 이놈의 현모는 너무 냉정하고 무정하다고 할 것이다
“이 전투는 위태롭구나!” “곤륜 구역의 수련자들은 원래 구주 오방의 무인들보다 한 수 위인데 지금 이 자식의 수련이 나보다 훨씬 높으니 내가 열 번의 공격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 아직 싸우지도 않았는데 진동왕 임성진은 벌써 기가 죽어 있었다. 기세에서 완전히 패배한 상태였다. “음? 임성진, 보아하니 너는 전혀 각오가 되어 있지 않구나. 하지만 상관없지. 각오가 있든 없든 너는 내 상대가 되지 못해. 세 번, 세 번의 공격 안에 너를 죽이지 못하면 난 신이라 부를 자격이 없다!” 호천신은 두 손가락을 세우고 금빛 번개와 붉은 불꽃 두 가지 술법을 하나로 합쳐 아래의 진동왕을 향해 날렸다. “왔다!” 진동왕은 크게 외치며 임씨 가문의 기술을 펼치는 동시에 몸에 지닌 모든 법기를 꺼냈다. 진동왕이 방어를 마친 순간, 호천신의 술법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무서운 위력이 사방을 압도했다. 진동왕은 그 기세에 거의 무너질 뻔했다. “막아내!” 진동왕은 필사적으로 외치며 온 힘을 다해 막아냈다. ‘쿵!’ 눈 부신 빛이 천옥의 모든 색을 압도하며 하늘의 절반을 환하게 비추었다. 번개가 미친 듯이 내리치고 붉은 불꽃은 거센 파도처럼 휘몰아쳤다. 산이 흔들리고 땅이 진동하며 폭발음이 사방을 울렸다. 이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는 마치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듯했다. 평정을 되찾은 후, 진동왕이 원래 있던 자리는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발 아래 수백 미터의 땅이 유리처럼 녹아 있었다. 몸이 찢어지고 심한 화상을 입은 진동왕은 비틀거리며 거의 쓰러질 뻔했다. 단 한 방에 진동왕은 중상을 입었고 법기는 모두 부서졌다. 법기가 없었다면 그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음, 법기를 이용해 내 일격을 막아냈구나. 너의 실력은 인간계의 다른 구오 지존들보다는 한 수 위지만 그뿐이야. 다음 공격으로 너의 목숨을 거두겠다.” 호천신은 허공을 움켜잡았고 천지의 영기가 그의 손바닥으로 모여들었다. 영기가 실체화되어 얼음으로 변했다. 아래의 진동왕은
“소자, 그 말은 잘못되었네. 너희 신들도 결국 사람이잖아? 단지 수련 기술이 좀 더 높을 뿐이지. 게다가 내가 곤륜 구역의 힘으로 구오 지존에 올랐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야. 구주왕이 나를 도와 정상에 오르게 한 거야. 곤륜 구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그리고 곤륜 구역을 공격했다고? 나에게 함부로 죄를 뒤집어씌우지 마! 세상 사람들 모두 알고 있듯이 천옥은 이미 곤륜 구역에서 제명되었어. 우리가 여기에 온 목적은 너희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문제야. 너희는 우리 선대 국주와 약속을 했었지. 귀신족은 너희가 직접 처리해야 해. 지금 너희가 움직이지 않으니 우리가 대신 그 약속을 이행하려는 거야.” 진동왕의 말은 모두 일리가 있었지만 천신의 귀에는 단지 웃음거리로 들릴 뿐이었다. “말주변이 좋군. 말은 잘하지만 소용없다. 신도는 죄가 없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야.” 호천신은 냉랭하게 말했다. 진동왕은 욕하고 싶었다. 신도는 죄가 없다. 그것은 봉신방 이후에 정해진 첫 번째 신규였다. 쉽게 말해 모든 해석권은 신계에 있다는 것이다. 신계가 무슨 일을 하든 다른 사람은 간섭할 권리가 없다. 한 마디로 신을 거역하는 자는 용서 없이 죽인다. “임성진, 널 난처하게 하지 않을게. 너희는 귀신족을 죽일 수 없어. 약속에 관해서는 임세현을 불러와. 그의 체면을 봐서라도 나는 그에게 이유를 만들어줄 수 있어. 하지만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 너는 육체를 버리고 나를 따라 신계로 돌아가. 표현이 좋다면 전주께서 너의 목숨을 살려줄지도 모르지. 그리고 이 십만 명은 말이지, 하늘은 생명을 소중히 여겨. 벌레의 목숨도 목숨이니까. 하지만 신규가 있으니 신이 규칙을 어기면 벌을 받아야 하고 인간은 더욱 천지 신도를 지켜야 해! 십만 명은 너희 스스로 처리해. 마지막으로 죽는 만 명은 천옥을 떠날 수 있어. 물론 너희는 거절할 권리가 있어. 거절의 결과는 내가 더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 호천신은 조용히 아래의 십만 명을 바라보았다. 십만 명이 놀라움에서
‘쿵!’ 현모는 천옥을 뚫고 나와 산을 들이받으며 전장으로 향했다. 천옥 전법 안에서 수옥인이 분노했다. “구주왕! 저 자식이 감히 나를 협박한 거야?” 윤구주는 놀랐다. ‘이 겁쟁이에게도 성격이 있네?’ “오! 진흙으로 만든 사람도 화를 낸다더니, 하물며 당신 같은 ‘신'은 말할 것도 없겠지!” 윤구주는 놀리듯 말했다. “뭐? 무슨 소리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당신 부하인 그 전신이 한 손가락만 까딱해도 나를 죽일 수 있다는 거야. 그런데 그가 나보고 당신을 보호하라고 하다니? 당신이 문제 생기면 나를 죽이겠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건 사람 잡는 짓이야! 당신이 나 대신 결정을 내려야 해!” 수옥인은 화를 내며 말했다. ‘젠장!’ 윤구주는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수옥인은 더욱 기세를 올렸다. “조상님! 당신 부하 머리에 구멍이 뚫린 거 아니야? 그들이 진짜 당신을 죽일 수 있다면 내가 무사할 수 있을까? 말하기 전에 머리 좀 쓰지!” 수옥인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리 가! 나한테 말 걸지 마!” 윤구주는 이 쓰레기 같은 놈을 상대하기 싫었다. 귀산에는 검은 안개가 자욱하고 검은 연기가 대지를 뒤덮었다.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리는 가운데 하나의 신의 형상이 나타났다. 그 형상은 번개 빛에 의해 무한히 길게 늘어져 땅에 비친 그림자가 산보다 더 높았다. 십만 전사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요괴나 귀신이 오든 간에 그저 죽이면 그만이었다. 진동왕의 표정이 변했다. 그의 얼굴은 심각해졌다. 무지한 자는 두려움이 없다. 전사들을 무지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듣기 좋지 않지만 현재 상황에서 전사들이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이번에 온 ‘신'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 기운은 이미 절정에 달했어. 안 되겠어. 이번에 온 건 구오 지존 대원만의 신경이야!” “이 한 걸음을 넘어서면 그는 극전 신경이 될 거야!” 진동왕은 얼마 전에야 구오 지존 신경에 진급했다. 그것도 윤
희미한 노인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윤구주, 시간이 없으니 간단히 말하겠다! 내가 누군지 묻지 마. 너는 단지 곤륜 구역의 한 대신전에서 구오 지존 대원만 경지의 천신을 보내 너를 막으려 한다는 것만 알면 돼. 그의 목적은 너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상황을 어지럽히려는 것이야. 어떻게 결정할지는 네가 정해. 우리 쪽에서는 이미 너를 위해 많은 것을 얻어냈다. 그렇지 않으면 온 것이 구오 경지가 아니었을 거야.” 투영은 급하게 왔다가 수옥인이 인사할 틈도 없이 빠르게 사라졌다. “신전이 너의 계획을 방해하려 해. 이것은 이미 누군가가 너를 위해 얻어낸 결과야. 원래 그들은 너를 죽이려 했었어. 아마 오려는 자는 극전 신경, 황자였을 거야.” 수옥인은 또다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윤구주의 반응은 평범했다. 그는 수옥인의 겁에 질린 모습을 보며 경멸하는 듯 말했다. “고작 신전 하나에 겁먹었어? 너도 여섯 신전 중 하나에서 나왔다는 걸 잊지 마! 또한, 극전 신경은 하나의 경계고 황자는 또 다른 경계야. 모든 극전 신경이 황자라 불릴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이 둘의 관계는 진동왕이 왕이지만 왕이라 불릴 만한 자격이 충분하지 않은 것과 같다. 화전에서 현재 인정받는 왕은 윤구주 단 한 명뿐이다. 국주 임정설은 무계에서의 영향력이 부족해 겨우 절반 정도로 간주된다. “비록 그렇다고 해도 상대는 기세가 등등하니 가볍게 볼 수 없어. 내가 그 사람이었으면 너를 찾지 않고 네 부하 전사들을 노렸을 거야.” 수옥인은 분석했다.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옥인이 비록 겁이 많지만 머리는 좋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내가 지금 너를 도와 전법을 안정시키고 있다는 것까지 계산했어. 그 천술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곤륜 구역의 그 자식이 여길 계속 주시하고 있어. 내가 나가면 그 사람은 전법을 조작할 거야. 그들이 현모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계산했는지는 모르겠네.”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서 있는 현모를 바라보았다. 말이 이 정도까지 나왔는데도
전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윤구주는 의심이 들었다. ‘곤륜 구역이 정말 내 뜻대로 움직인다고? 귀신족을 노예로 여기고 귀신족의 음기를 받드는 ‘신’들이 귀신족이 자신에 의해 멸망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 “왜 그래, 조상님? 문제라도 있어? 왜 그렇게 표정이 심각하신 거야?”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낀 수옥인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무 일도 아니야. 너는 저쪽 전장을 잘 지켜보고 어떤 움직임이라도 있으면 즉시 나에게 알려.” 윤구주는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집중해 다시 전법을 수리하기 시작했다. 천옥, 끝없는 산악 지대 깊은 곳에 음침하고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어두운 산이 있었다. 하늘에서 보면 그 산은 마치 해골처럼 무섭게 보였다. 이 ‘해골' 모양의 산은 바로 귀신족의 대영이었고 이 종족의 마지막 거주지인 귀산이었다. “죽여라!” 산 위에서는 함성이 귀를 찢을 듯했다. 십만 대군이 각기 전장을 이끌며 산을 공격해 귀신족을 상대로 마지막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는 귀신족 수련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인간 전사들이 감히 신계로 들어왔다는 것, 특히 단독 군대가 이렇게나 강한 기세를 보인다는 것이었다. 수옥인의 투영이 바로 이 귀산에 있었다. 그는 수백 미터 상공에 떠서 전장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특히 이 인간 대군이 지닌 군대의 살벌한 기운은 그를 놀라게 했다. “천옥은 비록 곤륜 구역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신계로 간주한다. 이곳은 인간계가 아니다. 신조차도 인간계에 가면 적응하기 어려울 텐데 이들은 어떻게 천지의 영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걸까?” 수옥인은 이곳의 격렬한 천지의 영기가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극도로 불안정한 영기는 쉽게 사람의 정신을 붕괴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훈련을 통해 이 군대가 이렇게 무적의 의지를 갖게 된 것일까?’ 수옥인은 이 순간 앞에 진정한 무서운 아수라 지옥이 있다고 해도 이 인간 전사들은 두려움 없이
“할아버지, 이건 제가 자초한 거예요. 설령 오빠가 제가 오빠를 배신한 걸 신경 쓰지 않는다 해도 제가 오빠의 부하 장군과 병사들을 억울하게 해쳤다는 것만으로도 오빠는 저를 용서할 수 없을 거예요. 이런 말은 소용없어요. 지난 일은 지나간 일이에요. 가끔 추억하는 것도 좋지만 그 추억에만 매달려서는 안 돼요. 오빠는 이미 천옥에 들어갔을 거예요. 이제쯤이면 선우진웅을 처단했겠죠. 잘됐네요. 선우진웅이 임세현을 죽였고 윤구주가 선우진웅을 죽였으니 임세현의 원수를 갚은 셈이에요. 이 화진을 어지럽힌 대적을 처단했으니 임세현도 죽어서 눈을 감을 수 있을 거예요.” 문아름의 눈에는 음흉한 눈빛이 번뜩였다. 모든 것이 그녀의 완벽한 계획 속에 있었다. 문창정은 할 말을 잃었다. ‘또 윤구주가 영웅이 되게 했구나.’ “얘야, 지금 귀신족은 진동왕 하나도 막기 힘들어하고 있어. 그 십만 대군은 귀신족을 개죽이듯 죽이고 있지. 설령 곤륜 구역에서 강자를 보낸다 해도 곤륜 구역의 성격상 칼이 목에 닿기 전에는 절대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 깨닫지 못해. 보낸 사람은 윤구주에게 밥이 될 뿐일 거야.” 문창정이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문아름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제가 다른 계획을 준비했어요. 이미 한 명의 사사를 보냈어요. 이번에는 윤구주를 죽이지 못하더라도 천옥에 가둘 거예요. 일 년만 가두면 오빠가 나왔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늦은 뒤일 거예요.” “오? 만약 가두지 못한다면? 만약 윤구주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온다면?” 문창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 더 좋아요. 나오려면 윤구주는 정원을 희생해야 할 거예요. 한 사람의 힘으로 천재를 이겨내야 하죠. 나와도 거의 폐인이 될 거예요. 그때 제가 다시 계획을 세워 오빠를 천인 오쇠로 만들고 종문 동맹이 나서 오빠를 몰락시키면 되죠! 저는 오빠가 몰락하는 장면을 기록해 모든 화진 사람에게 영웅이 되는 것의 결말이 어떤 건지 보여주겠어요!” 이 말을 들은 문창정은 손녀의 계획을 짐작했다. 윤
화진의 국경에는 광활한 산맥 끝없이 펼쳐져 있다. 추운 겨울이 찾아왔고 눈이 산을 뒤덮었다. 문아름은 산꼭대기에 앉아 고대의 거문고를 어루만졌다. 그녀의 마음은 어느새 옛날로 돌아갔다. 화진 제일의 교활한 여자라 불리며 음흉하고 독한 성격으로 유명한 그녀였지만 지금 그녀의 눈에는 따스함이 가득했다. 문창정이 눈길을 밟으며 다가와 문아름에게 순백의 겉옷을 걸쳐주었다. “날이 추워졌으니 몸을 따뜻하게 해.” 문창정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문아름이 반응이 없자 그녀의 정신이 이곳에 있지 않음을 알았다. 그는 거문고를 한 번 보고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또 그 사람을 생각하는구나. 아직도 그 사람을 잊지 못했어.” 문창정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문아름은 정신을 차렸다. “이 거문고는 그 사람이 저에게 준 거예요. 그때 저는 국방부 참모로 남부 왜구의 난을 담당했고 국주를 위해 계책을 내놓곤 했죠. 그 사람도 그때 막 중령으로 진급했을 때였어요. 고작 한 명의 단장에 불과했죠. 할아버지가 직접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문씨 가문의 딸을 얻으려면 최소한 장군은 되어야 한다고 말했던 것도 기억나요. 그 후, 그 사람은 혼자 왜적의 대영으로 쳐들어가 화진 남부를 어지럽히던 왜적의 수뇌부를 전멸시켰어요. 그 공로로 소장으로 진급했고 화진에서 가장 젊은 장군이 되었죠. 하지만 할아버지, 그거 알아요? 그 사람이 장군이 된 후에도 국주가 준비한 경축 연회에 참석하지 않고 밤새도록 서울로 날아가 재상부에 잠입해 육도진의 가보인 이 거문고를 훔쳐 와 저를 만났어요.” 이 말을 하며 문아름은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육도진은 화가 단단히 났어요. 그 늙은이도 고집이 세서 구주 오빠를 처벌하려고 했어요. 구주 오빠는 어떤 사람인데요. 저를 위해 훔치고 빼앗아도 이치에 맞지 않음을 알면서도 육 우상을 쳐다보지 않았어. 이 일이 너무 커져 결국 국주가 직접 나서서 중재했죠.” 이 말을 듣고 문창정은 고개를 저었다. “국주가 나선 건 겉보
“그래, 내 부하인 네 명의 군신 중에서 현모가 왕실과 가장 가까운 관계야. 임세현 선배가 현모를 구한 것도 예상했던 일이지. 만약 사해에서의 전투에서 내가 정말로 죽었다면 왕실은 다른 세 명의 군신을 움직일 수 없어서 현모를 대장으로 삼아 국주를 보필했을 거야.”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말하자면 네 부하인 현모는 정말 운이 좋은 놈이야. 행운은 불행을 따라오는 법이지. 임세현이 현모를 가르쳐 구오 지존 경지에 이르게 했고 이 천옥에서 평생의 철학을 전수했어. 그 노인은 자신의 경험과 깨달음까지 전해주어서 현모가 구오 지존 경지에 이를 수 있었던 거야!” 수옥인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말을 나누는 사이에 천옥의 전법 중심에 도착했다. 전법은 수백 개의 법기로 구성되어 있다. 수만 개의 부적이 연결되어 대진을 이루고 있었다. 수옥인은 중심에 앉아 전법을 안정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윤구주는 도착하자마자 진기의 흐름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악한 기운이 침투한 것이 분명했다. 잠시 관찰한 후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했다. “결국 문씨 가문이 무력으로 전법을 깨뜨려서 전법이 손상된 거로군. 곤륜 구역의 이 자식들, 이렇게 큰 전법을 만들어 놓고는 전법의 비밀을 철저히 감추고 있어. 같은 곤륜 구역 출신인데도 이렇게 경계하는 걸 보니 대체 무슨 비밀이 있는 거지?” 윤구주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조상님, 그런 건 나도 잘 모르겠어. 내 위치에서는 그런 걸 알 자격도 없어. 어쨌든 곤륜 구역은 예전부터 그랬지. 아무도 진정으로 곤륜 구역을 통일할 수 없었어. 잠시 딴소리를 하자면 예전에 일이 너무 커졌었어. 천술을 남용하고 천지의 기운이 혼란에 빠져 모두가 고통받는 것을 막기 위해 봉신방을 만들어 인간계와 신계를 나눈 거야.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이 세상이 얼마나 혼란스러웠을지 상상이 안 가.” 수옥인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윤구주는 이 말을 듣고 더욱 불쾌해졌다. 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수옥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