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무는 비록 아주 두꺼운 밍크를 입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흑여산맥의 찬바람을 이길 수는 없었다.거침없이 휘몰아치는 찬바람이 뺨에 닿으면 얼굴이 칼에 베이는 것만 같았다.“헉, 헉.”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다무는 고개를 들어 먼 곳의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큰일이에요. 하늘을 보니 눈보라가 칠 것 같아요. 은인님, 저희 하룻밤 쉬었다가 다시 출발할까요?”윤구주는 어둑어둑한 하늘을 바라보면서 대답했다.“괜찮아요.”“하지만 이 흑여산맥의 눈보라는 정말 무시무시한걸요. 만약 저녁에 정말로 눈보라가 친다면 얼어 죽을지도 몰라요.”다무가 말을 마치자마자 윤구주는 갑자기 허공에 대고 부적을 그리기 시작했다.부적이 나타나자 윤구주는 손을 들어 그것을 톡 쳤고 곧 빛이 다무를 감쌌다.“제가 있으니 마음 놓고 길을 재촉해도 돼요.”윤구주가 말을 마쳤다.조금 전까지 찬바람 때문에 추위에 덜덜 떨던 다무는 윤구주의 빛이 몸을 감싸는 순간 한기가 가시는 걸 느꼈다. 그리고 따뜻한 온기가 빛에서부터 전해졌다. 다무는 마치 엄동설한이었다가 화창한 봄날을 맞이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빛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다무는 당황스러움을 느꼈다.“세상에, 정말 놀랍네요! 이 빛의 막에서 온기가 느껴져요! 은인님은 정말 대단하시군요!”다무는 이렇게 신기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참지 못하고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잘것없는 재주인걸요. 자, 우리는 계속 가요.”말을 마친 뒤 두 사람은 계속해 길을 재촉했다.곧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곧 눈보라가 칠 것만 같았다.차가운 바람이 미친 듯이 휘몰아치며 흑여산맥에서 기승을 부렸다.싸늘한 돌풍이 불어옴과 동시에 눈보라가 휘날리기 시작했다.그러나 윤구주의 보호막을 두르게 된 다무는 한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걸으면 걸을수록 땀이 날 정도였다.다무는 윤구주를 점점 더 존경하기 시작했고 저도 모르게 속으로 물었다.‘은인님은 대체 정체가 뭐지? 어떻게 이렇게 놀라운 실력을 갖추고 계신 거지?’늦은 밤이
“은인님, 도착했습니다. 어서 보세요. 저기가 바로 우리 화진 국경수비대가 있는 막사입니다.”이때 다무가 흥분한 얼굴로 먼 곳에 있는, 타오르는 모닥불이 보이는 막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윤구주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이곳에서 수십 리 떨어진 곳에 있을 때부터 윤구주는 이미 화진 국경수비대의 기운을 느꼈다. 그저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뿐이다.“은인님, 저랑 같이 가시죠.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다무는 낙타를 타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바람은 아주 차가웠고 폭설도 내렸지만, 두 사람의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그들은 곧 화진 국경수비대의 막사에 도착했다.다무의 말대로라면 그곳에는 한 개의 소대만 있을 뿐이었기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겨우 수십 명 정도밖에 없었다.윤구주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당시 설국 병사들을 상대할 때 그는 많은 임시 주둔지를 만들었었다.그렇기에 주둔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도 정상적인 일이었다.막사에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안에서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제기랄, 날씨가 왜 이 모양이야? 왜 또 폭설이 내리는 건데?”“야, 왜 아직도 넋을 놓고 있어? 얼른 가서 술 좀 데워 와. 우리 오늘 진탕 마실 거니까!”“좋아, 좋아!”막사 안에서 들려오는 거친 목소리에 윤구주의 안색이 폭설보다도 더욱 차갑게 변했다.“은인님, 갑시다. 제가 사람들을 소개해 드릴게요!”다무는 그렇게 말하더니 낙타 위에서 훌쩍 뛰어내린 뒤 윤구주를 데리고 막사 안쪽으로 걸어갔다.군영은 꽤 컸는데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십여 명의 두꺼운 겉옷을 입고 군영 안에 모여서 큰 그릇에 술을 담아 마시고 고기를 먹는 병사들이 보였다.그들은 비록 군복을 입고 있었지만 다들 몸에서 술 냄새가 진동했다.다무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술을 마시고 있던 병사들은 눈보라 속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라서 말했다.“누구야?”그중 손에 술이 담긴 큰 그릇을 들고 있던 까무잡잡한 피부의 건
“은인님, 어찌 됐든 이 사람들은 우리 화진의 군인들이에요. 게다가 이렇게 눈보라가 치는 날씨에 술을 좀 마셔서 몸을 따뜻하게 덥히는 것은 이해해 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제가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부디 한 번만 살려주세요.”다무는 선한 사람이었다.윤구주가 국경수비대 병사들을 죽이려고 하자 그는 서둘러 애원했다.윤구주는 싸늘한 눈빛으로 중상을 입고 쓰러진 십여 명의 병사들을 바라보며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좋아요. 어르신 체면을 봐서 오늘을 일단 살려주도록 하죠. 말해봐. 당신들 상사는 누구지? 누가 이렇게 멋대로 술을 마시도록 허락한 거야?”윤구주는 중상을 입고 쓰러진 십여 명의 병사들에게 물었다.과거 구주왕이었던 윤구주는 군인들이 규율을 어기는 것은 상부에서 묵인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그래서 그는 대체 누가 이런 행위를 묵인한 건지 알아낼 생각이었다.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던 병사 한 명이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우리 통령은... 기병 교위 원호산 통령입니다.”그 이름을 들은 순간 윤구주는 곧바로 신해를 이용하여 설국과 결탁했던 국경수비대 교위 이름을 떠올렸다. 그가 바로 기병 교위 원호산이었다.기산에 있을 때 윤구주가 마지막으로 죽였던 설국 제사장 파마는 설국과 결탁했던 장군들의 이름을 직접 알려줬었다.그중에 기병 교위 원호산, 진부대장 진추해, 좌익 국경 장군 강문정 등등이 있었다.그런데 국경에 도착하자마자 나라를 배신한 매국노와 마주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원호산은 어디 있지? 지금 당장 날 만나러 오라고 해.”윤구주나 매섭게 말했다.“원 통령님은 어제 총병으로 가셔서 이제 곧 돌아올 겁니다.”국경수비대 병사는 전전긍긍해서 말했다.윤구주는 그 말을 듣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어둠을 바라보았다.오늘 밤, 그는 반드시 나라를 배신한 매국노들을 처단할 것이다.오직 그래야만 국경수비대 병사들로 하여금 화진의 땅을 절대 잃어서는 안 된다는 걸, 땅을 잃는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는 걸 알게 할 수 있었다.그것이 바로 구주왕
쾅 소리와 함께 차 문이 열리더니 8명의 두꺼운 옷을 입은 국경수비대 병사들이 차 안에서 내렸다.그중 가장 앞에 선 사람이 바로 기병 교위 원호산이었다.원호산은 구레나룻이 짙고 몸이 다부졌다.그가 나타나자 윤구주에게 중상을 입은 십여 명의 병사들은 곧바로 밖에서 그를 향해 외쳤다.“원 통령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원호산은 싸늘한 시선으로 그들을 쭉 훑어보았다. 그는 병사들이 눈보라를 맞으면서 추위에 덜덜 떨며 밖에 서 있는 걸 보고는 살짝 화가 난 얼굴로 물었다.“멍청한 것들. 왜 안에 있지 않고 밖에 나와 있는 거야?”십여 명의 병사들은 겁을 먹고 덜덜 떨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내가 묻잖아. 대답해!”원호산은 병사들이 대답하지 않자 계속 물었다.그런데 갑자기 싸늘한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파고들었다.“내가 밖에 서 있으라고 했거든.”그 목소리를 들은 원호산은 흠칫했다가 고개를 돌려 군영 쪽을 바라보았다.군영 안에는 흰옷을 입은 윤구주가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군영 속에 갑자기 나타난 낯선 얼굴을 본 원호산은 서늘한 눈빛으로 호통을 쳤다.“당신은 누군데 감히 우리 군영에 멋대로 들어온 거지? 죽고 싶어?”윤구주는 천천히 두 눈을 떴다.그가 눈을 뜨는 순간, 어마어마한 위압감이 원호산 등 사람들을 감쌌다.원호산과 그의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몸이 굳었다. 그들은 마치 윤구주의 시선에 겁을 먹은 듯했다.“당신이 바로 기병 교위 통령 원호산이야?”윤구주가 서늘한 목소리로 물었다.“나라면 뭐?”원호산이 인정하자 윤구주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내가 묻지. 화진의 군율에 따르면 무단으로 이탈한 자는 죽어 마땅하지?”그 말에 원호산은 심하게 당황했다.“또 물을게. 규율을 어기고 부하가 멋대로 하게 놔두는 자도 죽어 마땅하지?”윤구주의 싸늘한 말이 마치 우레처럼 다시금 원호산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마지막으로 묻지. 나라를 배신하고 화진의 국민들을 해치는 자는 그 삼족까지 전부 죽여 마땅하지?
원호산의 피범벅인 머리가 바닥에 굴러떨어지자 그 자리에 있던 병사들도, 다무도 전부 넋이 나갔다.윤구주가 기병 교위 한 명을 죽인 것은 중죄였기 때문이다.“우, 우리 원 통령님을 죽인 겁니까?”국경수비대 병사들은 그제야 반응했다. 그들은 들고 있던 총을 꽉 쥐면서 두려움에 찬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총을 쏠 기세였다.그러나 윤구주는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당당한 얼굴로 원호산의 시체를 바라보며 말했다.“원호산 같은 매국노는 죽어 마땅하지 않아?”“하지만... 아무런 증거도 없지 않습니까? 대체 무슨 근거로 우리 원 통령님이 설국과 결탁했다고 하는 거죠?”한 병사가 물었다.“나 윤구주가 한 말이 바로 증빙이야!”윤구주가 이름을 대는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당황했다.그러나 윤구주가 과거 천하무적이었던 구주왕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없었다.그들은 그저 윤구주의 이름에 어떠한 마력이 있다고 느꼈을 뿐이다. 왠지 모르게 윤구주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두려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래서 아무도 더는 묻지 못했다.“얘기해 봐. 지금 국경을 지키는 국경수비대의 지휘관은 이름이 뭐야?”윤구주가 갑자기 물었다.국경수비대 지휘관은 흑여산맥의 국경 지역을 지키는 최고 지휘관이었다.윤구주가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자 병사들은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우리 지휘관님 성함은 유기철입니다.”“그였다니.”그 이름을 들은 순간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사실 10국과의 전재에서 유기철은 구주군 제6군단의 소대장이었다.그런데 시간이 많이 흘러 그때의 그가 국경수비대 지휘관이 된 것이다.과거를 떠올린 윤구주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유기철에게 당장 날 만나러 오라고 해.”‘뭐?’“우, 우리 지휘관님에게 당신을 만나러 오라고 하라고요?”국경수비대 병사들은 모두 당황했다.“그래. 너희는 그에게 지인이 방문했으니 빨리 가보라고 하면 돼.”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병사들을 뒤로하고 빠르게 군영 안으로 돌아갔
병사의 말을 들은 유기철은 고개를 들었다.“무슨 일이야?”“조금 전 연락을 받았는데 원호산 통령님이 살해당했다고 합니다.”병사는 서둘러 말했다.‘뭐라고?’“원호산이 살해당했다고? 어서 얘기해. 누가 한 짓이야? 설마 빌어먹을 설국 놈들이 싸움을 건 거야?”유기철이 호된 목소리로 물었다.“지휘관님, 전보에 따르면 원 통령님을 죽인 건 설국인이 아니라 윤구주라는 남자랍니다.”병사가 말했다.“윤구주?”그 이름을 들은 순간 유기철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마치 그 이름 자체에 엄청난 위압감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유기철은 그 이름이 어쩐지 익숙하게 느껴졌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말해. 원호산을 죽인 그놈은 지금 어디 있어?”유기철이 매섭게 물었다.원호산은 그래도 국경수비대 기병 교위였는데 그런 그가 갑자기 살해당했다고 하니 유기철은 화가 났다.“지휘관님, 23번 진영의 병사들이 말하길 그 살인자는 지금 군영에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병사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그리고 뭐?”“그 살인자가 말하길, 지인이 방문을 했으니 지휘관님에게 빨리 그곳으로 오라고 했답니다.”그 말을 들은 유기철은 책상을 쾅 내리쳤다.“건방지구나! 내 병사를 죽였으면서 내게 명령까지 내려? 좋아. 어떤 미친놈이 이렇게 건방을 떠는 건지 어디 한번 봐야겠어! 여봐라. 지금 당장 23번 진영으로 갈 테니 준비하도록 해.”유기철은 명령을 내리더니 곧바로 병사들을 이끌고 23번 진영으로 향했다.많은 차량이 기세등등하게 23번 진영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갔다.유기철은 어두운 얼굴로 장갑차 안에 앉아 있었다.그의 곁에 있던 병사가 그 모습을 보고 입을 열었다.“지휘관님, 사실 아까 23번 진영에서는 전화해서 한 가지 사실을 더 전했는데 제가 깜빡하고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뭐라고 했는데?”“그들이 말하길 그 살인자가 원 통령님의 머리를 벤 이유는 원 통령님이 설국과 내통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윤구주는 눈조차 뜨지 않고 덤덤히 말했다.“잘 왔네요.”“은인님, 정말로 두렵지 않으신 겁니까? 잊지 마세요. 은인님은 국경수비대의 통령 한 명을 죽였습니다. 만약 지휘관님이 책임을 물으려고 한다면... 일이 복잡하게 될 겁니다.”다무는 아직도 윤구주를 걱정해 주고 있었다.그런데 윤구주가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이 세상에 감히 내게 책임을 물을 배짱이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요.”그 말은 마치 우레와도 같았고 그 순간 다무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밖에서 유기철은 200여 명의 병사들을 데리고 장갑차에서 내렸다.이 순간 군복을 입은 유기철은 가장 앞에 서 있었고 그의 뒤에는 23번 진영의 병사 십여 명이 서 있었다.“얘기해 봐. 사람을 그 미친놈은 어디 있어?”유기철은 군영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면서 사납게 물었다.“지휘관님, 그 살인자는 막사 안쪽에 있습니다.”유기철은 고개를 들어 문이 활짝 열려 있는 막사를 보며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오늘 어디서 온 놈이 이렇게 간이 배 밖으로 나왔는지 한 번 보겠어! 이곳을 지금 당장 포위해!”유기철이 명령을 내리자 200여 명의 병사들이 곧바로 챙겨온 총을 들고 군영을 전부 포위했다.군영을 전부 포위한 뒤 유기철은 그제야 사람들을 데리고 군영 안으로 들어갔다.커다란 군영 안, 유기철이 사람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는 다무와 가부좌를 틀고 있는 윤구주를 보았다.“지휘관님, 저 자식이 우리 원 통령님을 죽였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원 통령님이 설국과 결탁했다고 모함했습니다. 지휘관님, 원 통령님을 위해 꼭 복수해 주십시오!”한 병사가 윤구주를 가리키며 크게 외쳤다.유기철은 서늘한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윤구주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국경수비대의 지휘관인 유기철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눈이 휘둥그레졌고, 온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굳어진 채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천하무적의 최강자 윤구주의 모습이 그의 머릿속에
“지휘관님, 왜 그러십니까?”곁에 있던 병사들은 전부 얼이 빠졌다.“다들 무릎 꿇어!”유기철은 갑자기 눈이 벌게져서 고함을 질렀고, 그의 곁에 있던 병사들은 비록 무슨 상황인지는 알지 못했으나 유기철의 명령에 따라서 윤구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모든 이들이 무릎을 꿇자 윤구주는 그제야 천천히 일어났다.천지를 뒤덮을 것만 같은 어마어마한 왕의 기운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피가 멈추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윤구주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서늘한 눈빛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은 유기철을 바라보았다.“얘기해 봐. 구주군의 10대 군율이 뭐지?”그 말을 들은 유기철은 순간 몸을 흠칫 떨더니 이내 빠르게 대답했다.“저하, 구주군의 10대 군율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나라를 배신하지 않는다. 둘째,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다. 셋째, 전우끼리 싸우지 않는다. 넷째, 백성을 갈취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규율을 어기지 않는다. 여섯째, 사리사욕을 취해서는 안 된다. 일곱째, 다른 이들과 결탁해서는 안 된다. 여덟째, 나태해서는 안 된다. 아홉째, 청렴결백해야 한다. 열째, 나라를 지켜야 한다.”유기철이 구주군의 10대 군율을 읊자 다들 넋이 나갔다.윤구주는 유기철이 10대 군율을 다 읊자 차갑게 말했다.“10대 군율을 알고 있다면 그것을 어겼을 때 어떤 벌이 내려질지도 알겠지?”“죽음... 입니다!”유기철이 덜덜 떨면서 말을 내뱉었다.“죽어 마땅하다는 걸 아는군. 그러면 내가 널 어떻게 하면 좋을까?”윤구주의 싸늘한 말에 유기철은 덜덜 떨면서 말했다.“저하께서 죽으라고 하신다면 제 목숨으로 속죄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저하, 저 유기철은 이번 생에 다시 저하를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국경수비대의 지휘관인 유기철은 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그는 죽음이 두려워서 우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윤구주를 봐서 우는 것이었다.유기철은 눈물을 흘리면서 윤구주를 향해 세 번 머리를
윤구주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바닥에는 깊은 구덩이가 생겼다.“혼자서 설국과 대항하려는 건 아니겠지? 구주왕도 잘 알다시피 우리 설국에는 수억 명의 백성들이 있어. 네가 이 많은 사람들을 다 죽일 수 생각하니?”살기 어린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던 대신관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 찼다.윤구주의 손에 쥐어져 있던 용혼한위총이 ‘쾅!’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박혔다.윤구주는 마치 신마처럼 당당히 선 채 거만한 목소리로 외쳤다.“6년 전,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내가 말한 적이 있지. 화진을 괴롭히려는 외적은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이겠다고 말이야. 설국의 오랑캐가 내가 죽은 줄 알고 전쟁을 다시 일으키려 하는데 내 어찌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까!”대신관이 화내며 말했다.“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네.”“내가 헛소리하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오늘 이후로 설국은 도탄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중요하지.”차가운 말과 함께 윤구주의 온몸에서 불멸의 빛과도 같은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손에 창을 들고 있던 윤구주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적선기가 그의 손에 든 용혼한위총을 신성한 무기로 바꾸자, 윤구주는 또다시 은창을 휘두르며 대신관을 향해 달려갔다.그 모습을 본 대신관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아주 미쳐 날뛰는구나.”대신관은 포효하며 오른손을 움켜쥔 후 이마에 갖다 댔다.“이오지심, 무신 나와!”‘쾅!’하는 소리와 함께 대신관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자, 밝았던 금전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어둠 속에서, 수 미터 높이의 신명이 대신관에 의해 소환되었다.이 신명은 팔이 여섯 개나 있었다.그중 두 손에는 각각 피범벅이 된 거대한 도끼와 해골이 쥐어져 있었다.세스의 신이라고 불리는 이 신명은 설국에서 가장 유명한 어둠의 신인지라 설국의 모든 사람이 떠받들고 있었다.그런 신이 대신관에 의해 소환된 것이었다.“신…”“맙소사! 대신관께서 어둠의 신을 소환했다고?”조정에 있던 설국의 문무 대신들은 어둠의 신을 본 순간, 모두
설태현의 말에 검붉은 옷차림을 한 대신관의 시선이 윤구주에게 향하는 순간 한줄기의 붉은 빛이 대신관의 눈에서 뿜어져 나왔다.그것은 그가 수련한 신혼의 힘이었다.대신관이 신혼의 힘을 발사하자, 윤구주도 재빨리 고개를 들었다.찌릿찌릿!순식간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더니 보이지 않는 살벌한 기운이 두 사람의 몸을 휘감았다.우르르!금전에 있던 테이블과 의자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주변의 수정유리도 찌지직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던 설국의 문무백관들은 두려움에 아연실색하였다.이 상황이 2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그때, 검붉은 옷을 입고 있던 대신관이 갑자기 몸을 휘청이더니 오른발을 반 발짝 뒤로 물렸다.그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더니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역시 화진 최고의 인왕답게 명불허전이네!”대신관의 말에 윤구주도 한마디 내뱉었다.“50% 신념의 힘을 막아냈으니, 너도 나쁘지 않아!”대신관은 얼굴을 찡그렸지만 이내 평정심을 유지했다.“구주왕의 칭찬을 받게 되어 영광이네. 다만 우리 설국은 너에게 원한이 없는데 왜 설국 사람들의 도륙을 서슴지 않는 것이야? 게다가 나의 제자까지 인질로 잡아두고?”제자라고 말할 때 그의 시선은 세나미에게로 향했다.“이제 보니 네가 광명 신전의 대신관이구나.”윤구주가 말했다.“그래 내가 대신관이다.”대신관이 말했다.“잘됐네. 너를 찾고 싶었는데 마침, 내 앞에 나타났구나! 어떻게 죽여 줄까?”윤구주는 말을 마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대신관을 쳐다봤다.그 말에 금전 안에 있던 설국의 모든 문무백관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제정신이 아니구나. 여기는 설국의 금전이야. 대신관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는 사람인데 대놓고 죽이겠다며 윽박지르다니.’“화진의 구주왕이 미쳐도 한참 미쳤구나.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광명 신전 내에서는 누구나 다 평범한 인간이야. 네가 화진의 왕이라 할지라도 설국에서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단 말이야.”대신관이 낮은
설국의 국주와 대신관의 시선은 윤구주에게 쏠렸다.“태현아, 아직도 나를 기억하느냐?”금전에 발을 딛는 순간, 윤구주의 시선도 설국의 젊은 국주에게로 향했다.“뭐? 정말 너야?”윤구주의 얼굴을 똑똑히 본 설태현은 충격에 빠졌다.6년 전, 윤구주가 전임 국주를 참수했을 때 설태현은 겨우 열여섯 살이었다.당시 그는 아버지가 윤구주의 칼에 죽는 모습을 지켜보며 대성통곡했었다.그 이후로 윤구주가 날마다 꿈에 나타난 탓에 그의 모습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6년 만에 금전에서 윤구주를 다시 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정말 구주왕이 맞네! 용케도 살아남았구나.”윤구주를 바라보던 젊은 국주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했다.“날 죽이고 싶어? 날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몇 안 될걸?”그의 말에 설태현은 침묵에 빠졌다.그 당시에 10개국의 많은 절정이 윤구주의 손에 죽었었다.‘10개국의 잔인한 대군들조차도 윤구주를 죽이지 못했으니 그를 죽일 사람은 세상천지 어디에도 없겠지.’다시 윤구주를 바라보던 설태현은 갑자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우리 설국 대군이 화진 사람 하나 못 막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 사람이 명성이 자자한 구주왕이였네!”설태현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을 내뱉은 후, 고개를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구주왕이 갑자기 설국을 방문한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하군.”설태현이 차분하게 말했다.20대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의 온몸에서는 군왕의 기가 넘쳐났다.“네 모가지 따러 왔다!”윤구주의 목소리도 차분했다.다만 윤구주가 이 말을 하는 순간 금전 내의 분위기가 썰렁해졌다.“빌어먹을 자식 같으니라고!”“설국 국주의 면전에서 이 무슨 무례한 짓이야!”꾸짖는 소리가 주변에 있던 문무백관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그들 앞에서 설국 국주의 모가지를 따겠다고 말했으니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윤구주가 미쳤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윤구주의 말에 설태현은 코웃음을 쳤다.“6 년 전, 네
눈보라는 계속 휘몰아치고 있었다.설국의 초극 절정을 죽인 후, 윤구주는 시체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설국 도성 방향으로 걸어갔다.아버지를 포함하여 너무나 많은 죽음을 목격했던 세나미는 이제 무감각해졌다.그녀는 마치 윤구주에게 조종당하는 좀비와 같았다.설국 도성 앞에는 설국의 고대 건축물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그중 가장 높고 큰 건축물이 바로 설국 도성의 궁전이었다.그곳은 설국의 국주가 살고 있는 곳이자 설국의 문무 대신들이 국정을 논의하는 곳이기도 했다.이 순간, 하얀 망토를 두른 윤구주가 세나미를 데리고 거대한 도성 앞에 도착했다.길게 뻗든 궁전 복도의 바닥에는 붉은 카펫이 덮여있었다.하지만 텅 빈 복도에는 아무도 없어서 분위기가 매우 침울했다.윤구주가 고개를 들어 우뚝 솟은 성문을 바라보자, 마치 자신을 막으려는 듯 성문은 굳게 닫혀있었다.하지만 그 무엇도 윤구주를 막을 수 없었다.그가 팔을 휘두르니 ‘쾅쾅쾅!’하는 소리와 함께 수백 년 된 설국의 성문이 산산조각이 났다.나무 조각들이 흩날리는 가운데 윤구주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화진의 윤구주가 왔다!”우렁찬 목소리가 설국 도성 전체에 퍼졌다.설국 도성의 대전에는 설태현이 안색이 어두운 채로 용상에 앉아 있었다.윤구주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설국의 젊은 국주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젠장! 결국에는 올 것이 왔구나!”말을 마친 그가 고개를 돌려 광명 신전의 대신관을 바라보자, 오랜 세월을 살아온 대신관도 그 순간에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초극 절정들조차도 이를 막지 못했다고? 제가 이 화진 사람을 과소평가한 것 같네요.”대신관이 말하자마자 옆에 있던 대신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국주, 방금 그 사람이 왜 자신을 윤구주라고 부르는 것인가요? 윤구주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주변의 다른 대신들도 어리둥절했다.“자네들 잊었는가? 6년 전에 화진 인왕의 이름이 윤구주였어!”늙은 대신이 말했다.“뭐라고요? 화진의 인왕? 구주왕 말인가요?”“맞아요! 바로 그 사
설국을 지키는 두 초극 절정은 윤구주의 위력에 깜짝 놀랐지만, 그들 뒤에는 설국 도성이라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이들조차 윤구주를 막지 못한다면 설국에는 분명 재앙이 닥칠 것이 분명했다.“화진 꼬마야, 너 완전히 미쳤구나!”이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육도 절정인 두 초극 절정이 공격을 개시했다.이들이 만약 사상 절정에 도달한다면 자신만의 진역 결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두 초극 절정이 힘을 합친 순간, 반경 100미터 안에 회색의 천수 구역과 갈색의 난쟁이 사자 구역이 형성되었다.두 구역 안의 생명체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한 줌의 재로 변했다.“천수 부도!”가장 먼저 공격한 쪽은 검은 옷을 입은 천수였다.그가 종횡무진하다가 손바닥을 위로 번쩍 들어 올리자, 하늘에서 손바닥 그림자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육도의 위엄이 담겨있는 이 어마어마한 정법은 신급 강자를 박살 낼 수 있었다.천수가 공격을 펼치려고 할 때 옆에 있던 난쟁이 사자도 함께 움직였다.난쟁이 사자가 포효하더니 몸에서 적갈색의 절정기가 뿜어져 나오며 흉악한 사자의 그림자가 몸에서 나왔다.사자의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난쟁이 사자가 주먹을 허공에 휘둘렀다.매서운 권의는 거대한 사자 그림자와 함께 허공을 가로지르며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두 육도 절정이 동시에 공격한 탓에 윤구주는 혼자서 둘의 공격을 막아내야 했다.그 순간, 옆에 서 있던 세나미도 그들의 기세에 눌려 재빨리 뒤로 몇 발짝 후퇴했다.두 육도 절정이 함께 공격하는 모습을 본 윤구주의 입가에는 경멸의 미소가 번졌다.“겨우 이 정도야?”윤구주가 한 발짝 내딛자, 도성의 바닥이 심하게 흔들렸다.온몸에 적선기를 가득한 윤구주가 손에 쥐고 있던 용혼한위총을 휘두르자, 10미터 길이의 창 그림이 허공에 나타났다.윤구주가 손으로 법인을 눌렀다.“천둥! 오너라!”쾅쾅!온 하늘에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갑자기 보라색 번개가 치더니 벼락이 용혼한위총에 떨어졌다.그러자 긴 창이 순식간에 번개 창으로 변했다.윤
설국 경내에는 수십만 시커먼 화진군이 낙일성을 향하여 출발했다.대오를 이끈 건 다름 아닌 한때 악인 윤구주를 따른 염수천과 박천후이다.바로 이때, 하늘에서는 한 줄기의 빛이 날아왔다.“조심해!”빛이 엄습해 오는 것을 감응한 절정인 박천후는 콧방귀를 끼며 온몸이 경계 태세를 취하였다.광속을 바라보던 염수천도 허공으로 날아올라 그 광속을 덥석 움켜쥐었다.광속이 손에 닿자 갑자기 빛 속에서 우뚝 솟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왕의 소환이야!”흥분한 염수천은 얼른 보러 갔다.빛이 흩어지자 한 줄기의 신념의 화면이 박천후와 염수천의 눈앞에 나타났다.화면에는 윤구주가 꿋꿋하게 서서 앞에 있는 설국의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을 바라보며 염수천에게 그의 삼족을 멸할 것이며 완수하지 못할 때 목을 베어버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염수천은 순간 흠칫 놀라 말했다.“명 받들겠습니다!”말을 마친 염수천은 벌떡 일어났다.“설국의 염탐꾼이 어디 있지?”“네, 여기 있습니다.”10여 명의 설국 염탐꾼이 염수천의 앞에 무릎 꿇었다.염수천은 신념으로 소환된 천도의 얼굴을 가리키며 엄숙하게 말했다.“얼른 이 늙다리의 18대 조상을 찾아내라, 내가 오늘 직접 그의 삼족을 죽일 것이다.”염수천은 천둥 같은 목소리로 소리치며 말하였다.“네!”가동된 염탐꾼은 설국 전체를 휩쓸었다.윤구주가 오늘 천도의 삼족을 죽인다고 하면 반드시 죽일 것이다.신도 막을 수가 없었다.염수천은 직접 대오를 이끌고 설국 절정의 삼족을 죽이러 갔다....염수천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설국 도성에서는 천도가 윤구주를 차갑게 바라보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하하하, 당신 같은 실력으로 나의 삼족을 멸한다고?”윤구주는 얇은 입술을 가볍게 트이며 말했다.“나의 실력으로 충분해!”말이 떨어지는 순간, 윤구주의 온몸은 하얗고 눈부시게 빛났다.봉왕팔기, 제9기: 적선술!사면팔방은 적선술이 열리는 순간 수십 장 내 전부가 그의 적선기에 휩싸였다.적선술
둘째:천수!셋째:난쟁이 사자!육도 절정 한 명은 한 개의 군을 뒤흔들 수 있었다.그러나 현재 설국에서는 육도 절정 세 명을 출동시켰다.세 명의 설국 육도 절정은 눈보라 속에서 용처럼 우뚝 솟아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생은 진짜 눈썰미가 좋다만 우리 설국 도성에 함부로 침입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생각하지 않아?”윤구주를 천천히 바라보며 제일 중간에 난쟁이 사자가 물었다.경멸의 미소를 지은 윤구주가 답했다.“나는 오늘 당신들이랑 도리를 따지려고 온 거 아니야.”“그럼, 선생은...”난쟁이 사자가 낮은 소리로 흥얼거렸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죽고 싶으면 빨리 덤벼!”윤구주는 육도 절정 세명에게 양보하지 않았다.누군가 오늘 막으려고 하면 그는 반드시 죽일 거라고 다짐했다. 윤구주의 말을 들은 왼쪽 끝에 선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젊은 나이에 이렇게 오만방자한 선생한테 이 늙은이가 왜 그러는지 가르침을 한번 받아보도록 하지.”말을 마친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은 직접 칼을 내밀었다.칙!은빛 달 같은 칼날이 허공에 나타났다.무서운 불멸의 힘을 가진 은빛 칼의 검도가 종횡무진하며 하늘을 가르고 윤구주를 죽이려고 그를 향해 날아가 떨어졌다.이미 검도가 무형의 경지에 이른 진정한 육도 절정으로서 오직 칼끝 하나만으로도 천하의 모든 신급을 다 베어 버릴 수 있었다.그가 바로 설국의 천도이다.윤구주는 은빛 칼날이 앞에 와 닿았을 때 무표정한 얼굴로 손바닥을 내밀자 용혼 한위총이 승화되어 나타났다.손에 든 은창은 쨍그랑 소리를 내며 천도 위에 떨어졌다.사방으로 흩날리던 눈은 공포스러운 진동의 힘으로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이 진동으로 그의 손에 있는 천도가 자칫하면 땅에 떨어질 뻔했을 뿐만 아니라 천도의 호랑이 아가리는 쿡쿡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강하다!”몸을 뒤로 비켜 물러난 천도는 굵은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40년 전 나는 어린 나이에 신급에 들어섰지. 몇 년 동안 검법에 빠져
한창 설국 도성에서 의논이 진행되고 있을 때 흰 옷차림을 한 윤구주가 눈보라 속에서 바람을 타고 왔다.낙일성은 원래 도성으로부터 수백 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기에 이 거리는 윤구주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설국 도성에 접근할수록 눈보라가 점점 더 거세졌다.설국 도성 앞에 신들린 악마 같은 윤구주가 불현듯 나타났다.쿵!그의 발이 땅에 닿자 땅 전체가 무거운 진동 소리를 냈다.눈앞에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설국 도성은 우뚝 솟은 옛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설국의 백성들이 몇 시간 전 제거되었기에 떠들썩해야 하던 설국 도성은 현재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도 않았다.“도착했어.”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마친 윤구주가 오른손을 들자, 펑 하고 눈보라 속으로 아름다운 그림자가 던져졌다.바로 세나미였다.원래 설국 미래의 황후인 세나미는 이 시각 얼굴은 백지처럼 창백하고 두 눈에는 끝없는 절망으로 가득했다.그녀는 험상궂은 두 눈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악마야, 왜 나를 죽이지 않고 남겨 두는 거야?”세나미는 울부짖으면서 눈물을 흘렸다.만 명 넘는 설국 제일 강력 대군이 도살당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아버지까지 윤구주에 의해 참살되는 것을 직접 보았기에 참을 수가 없었다.윤구주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우리 화진을 건드린 결과를 너희들이 직접 두 눈으로 똑똑히 보기를 바랄 뿐이야.”냉담하게 말을 마친 윤구주는 세나미를 무시한 채 도성 성문을 향해 곧게 걸어갔다.눈앞의 넓고 길이가 몇 장이나 되게 높은 오래된 도성 성문은 사람들에게 위엄 있고 엄숙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마치 윤구주를 환영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환영하지 않는다고 윤구주가 들어갈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참 우스운 일이었다.윤구주의 새하얀 오른손이 검을 휘두르자, 순식간에 길이가 몇 장이나 되는 기검이 그에게 뭉쳤으며 검은 천둥같이 수백 년 된 설국의 성벽을 단칼에 베여버렸다.우르릉!오래된 성문은 윤구주에 의해 단칼에
“어떻게 화진인 마음대로 우리 설국 영토를 침략할 수 있단 말인가?”화가 난 설태현이 말했다.이곳은 설국이다.그러나 윤구주는 홀로 곧 도성까지 쳐들어오고 있다니, 누구라도 참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우리가 화진에 파견한 사신은 어떻게 되었나?”화가 난 설태현이 물어보았다.“국주님, 화진에서 우리가 파견한 사신을 만나주지 않습니다.”“만나주지 않는다고?”“네, 그렇습니다.”이 말을 들은 설태현은 더욱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사람을 얕잡아 봐도 너무 얕잡게 보는구나.”주위에 있던 설국 대신들도 하나둘씩 화가 나기 시작했다.“그 화진인이 낙일성을 꿰뚫고 우리 도성을 향해 오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좋을까?”“그자가 감히?”“군신 각하도 그의 손에 죽었는데 우리도 방법이 없지 않은가?”이때, 조정의 대신들은 하나둘씩 의논하기 시작했다.“이런 재능을 가진 그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혹시 6년 전 악마와 같은 그런 사람이 화진에 또 나타나기라도 한 건가?늙은 대신 한 명이 말했다.이 말과 함께 모든 조정의 신하들은 얼굴 안색이 어두워졌다.6년 전 금전에서 윤구주의 검에 의해 설태현의 아버지가 참살당하였기에 신하들은 6년 전의 치욕이 설국의 치욕이자 현 국주의 치욕이라 생각했기에 그 누구도 입에 올리기 싫어했다.게다가 6년 후 윤구주가 다시 올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설국의 대신들이 하나둘씩 허둥대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문밖에서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광명 신전 대신관님 납시오.”빨강과 검정 두루마기를 입고 머리 위로 높은 모자를 쓴 노인이 소리와 함께 밖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사람들은 대신관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했다.분명히 천천히 걸고 있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금전에 도착했다.“대신관이 오셨네.”“우리 설국에 희망이 생겼네.”금전에서 모든 설국 대신은 희망으로 가득 찬 눈길로 대신관을 바라보았다.빨갛고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대신관은 들어오더니 허리를 굽혀 설태현에게 인사를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