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이의 말에 윤구주는 뭐라 말을 보태지 않았다. 공수이는 방금 빼앗아 온 마씨 가문 흡혈주를 이리저리 바라보며 흥분하여 말했다. “근데 마씨 가문 영감탱이의 이 구슬은 참 좋은 물건이네요! 만지자마자 구슬에서 강렬한 혈기의 파동이 느껴져요!” “이건 영의 보물이야. 보통의 법기보다 훨씬 귀하지!” 윤구주가 덤덤하게 말했다. “마씨 가문 놈들 가지고 있는 보물이 생각보다 많네요! 형님, 마씨 가문을 이미 멸문시켰으니 보물이나 찾으러 가요! 헤헤, 전에 곤륜에 있을때도 자주 이랬잖아요!” 공수이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윤구주가 곤륜에 있을 적 확실히 자주 그랬다. 곤륜은 아주 컸다. 게다가 곤륜에는 아주 많은 계역이 있었고 매개 계역내에서 피 터지게 싸우는 일들이 발생하곤 했다. 그중 윤구주는 곤륜의 혼세마왕으로 그의 동생들을 이끌고 여러 계역에서 사람을 죽이고 보물을 뺏는 일들을 해왔다. 지금 공수이는 이 ‘우량 전통’을 곤륜 외의 세속에 끌어들이려는 심산이다. “자식, 약빠르긴!” 윤구주는 자기 동생한테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공수이는 웃으며 말했다. “헤헤, 다 형님한테서 배운 거예요!” 말하자마자 윤구주는 그의 머리를 콩하고 박았다. 공수이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가요, 우리 보물 찾으러 가요!” 말을 마친 뒤 공수이는 순식간에 마궁으로 날아갔고 윤구주는 웃으며 그를 따라갔다. 마씨 가문은 수천 년간 내려온 제자백가 중의 하나로 단 한 개의 보물도 없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마궁의 절반이 윤구주에 의해 파괴되어 단지 몇 개의 건물만 남아있다. 얼마 안 가 공수이는 가장 큰 하나의 건물에 도착하였다. 궁전은 호화로웠고 안의 방은 고풍스러웠다. 공수이는 손쉽게 창고를 찾았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창고의 문이 열렸다. 공수이의 눈이 흥분감에 반짝이였다. “대박, 엄청 커!” 창고 안에 들어서자 공수이는 더욱 들떴다. 마씨 가문의 창고는 마치 축구장 절반만큼 컸고 안에는 각양각색의 보물들이
“어?” 윤구주가 신념으로 스캔할 때 좌후방향의 뭔가가 윤구주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좌우켠에서 커다란 솥이 윤구주의 눈에 들어왔다! 이 커다란 솥은 1미터 이상 컸다. 보기에 음습해 보였다. 솥에는 산천초목과 새와 짐승들이 새겨져 있었다. 이 솥을 바라보는 윤구주의 눈이 반짝였다. “연단가마?” 윤구주는 곤륜에서 이런 연단가마를 본 적은 있으나 자기만의 연단가마은 없다! 마씨 가문의 궁전에서 연단가마를 발견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윤구주는 잽싸게 날아와서 손을 살며시 이 연단가마 위에 올려놓았다! 손이 연단가마에 닿자, 솥에서 울림소리가 들려왔고 동시에 신비한 힘도 뿜어져 나왔다! “이 솥 괜찮네!” 윤구주의 눈빛이 반짝였다! 윤구주는 곤륜을 떠난 후로 단약을 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연단가마가 있으니 이걸로 자신을 위하여 단약을 조제할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형제들을 위해서 수련에 도움 되거나 방어 능력이 있는 단약도 조제할수 있다! 확실히 마씨 가문의 창고에 많은 보물이 있다! 이 연단가마외에 윤구주는 많은 귀하디귀한 약재들을 찾았다! 귀하디귀한 설연자!수백년된 적혈목심!그리고 란인화, 팔기초,고한자등등 귀한 약재들이 있었다!돈 주고도 구하기 힘든 약재들이 마씨 가문 창고 안에 가득하였다! “좋다!” “이 약재들이 있으면 내가 연단할 때 편리하겠어!” 윤구주가 흡족해하며 말했다. 공수이는 이 약재와 연단가마에 흥미를 못 느꼈다! 그는 보물들을 줍느라 여념이 없었다! 공수이는 좋아 보이는 물건들은 싹 다 백보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공수이의 백보 가방은 사실 공간이 2, 300 제곱미터인 수납 가방이다! 공수이의 말에 따르면 이 백보 가방은 집 한 채도 집어넣을 수 있다. 그러니 눈앞의 보물들을 가만히 놓칠 리가? “어? 이 보석 괜찮네! 가져가서 태웅 형이랑 돈으로 맞바꿔야지. 그리고 클럽에 가서 미녀들이랑 술 마시면서 제대로 한번 놀아보자고!” “이 진주목걸이도 괜찮네, 가져가서
검은 연단가마를 공수이는 반짝이는 두 눈을 깜빡이며 바라보았다. “그 미친 스님이 저한테 주었던 그런 단약 말하는 거예요?” 난가사원에 미친 스님이 살고 있는 것은 곤륜의 그 누구든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미친 스님의 내공이 얼마나 높은지는 그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곤륜의 여러 계역중 그 미친 스님한테 달려드는 이는 극히 적었다. 공수이는 그 미친 스님의 유일무이한 관문 제자이다. 예전에 공수이는 수련에 게으름을 피웠다. 그러자 미친 스님은 공수이를 패면서 그한테 각종 단약을 먹이는 방식으로 기초를 단단히 하였다. 윤구주가 눈앞의 연단가마가 바로 연단할 때 쓰이는 물건이라 소개하자 공수이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머릿속에 미친 스님이 그한테 강제로 단약을 먹이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헐... 저 단약이라면 질색해요! 곤륜에 있을 적 스승님이 하도 먹여대서 하마터면 먹고 죽을뻔했지 뭐예요!” 공수이가 중얼거렸다. 윤구주는 공수이의 뜻을 이해하고 웃으며 말했다. “미친 스님도 다 널 위해서 그런 거야!” “절 위해서긴 무슨!” “그 스님은 허구한 날 내가 천하제일이 되었으면 했어요. 쳇, 내가 스스로 제 주제를 모를까요?” 공수이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말한 뒤 그는 얼른 말을 보탰다. “형님, 보물은 이미 다 챙겼어요! 그러니 인제 그만 가요! 이 연단가마는 그냥 내버려두고요!” 공수이는 단약을 보기만 해도 헛구역질을 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는 윤구주의 팔을 끌어당기며 떠날 준비를 하였다! 그는 혹시나 윤구주가 이 연단가마을 가져가서 후에 연단하여 단약을 자신한테 먹일까 무서웠다. 생각만 해도 소름 끼쳤다! “수이야, 먼저 서울로 돌아가서 그들과 집합하거라!” 이때 윤구주가 한마디 하였다! 뭐? “제가 서울에 돌아가면 형님은요?” 공수이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난 잠깐 여기에 남아서 한가지 물건을 연구할 생각이다!” 윤구주가 천천히 말했다. 공수이는 잠깐 멈칫하더니 궁금한 듯
공수이는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네! 형님 말에 따를게요! 걱정하지 마시어요, 만약 제자백가 그놈들이 무슨 사달을 일으키려고 하는 시 제가 그들을 제도시킬게요!” 윤구주는 당연히 공수이를 믿는다! 공수이 뒤에 있는 공씨 가문은 더더욱 믿고 있다! 공수이가 있으니 윤구주는 서울에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되지 않았다! 윤구주가 결정을 내린 뒤 공수이는 기산을 떠났다! 현재 기산의 마궁에는 윤구주 혼자만 남았다! 수천 년간 이어져 내려온, 오래된 세가는 더 이상 화진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그들이 자초한 것이다! 거대한 궁전 안에 윤구주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의 앞에는 한 개의 연단가마가 있었고 연단가마 옆에는 진귀한 명품 약재들이 놓여 있었다! 윤구주는 두 구주령의 비밀을 파헤치는 한편 그의 형제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연단할 생각이다! 화진 무도 3대 서열을 물리치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임을 윤구주는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비록 윤구주가 지금 문벌과 제자백가를 짓누르고 있지만 진정으로 제일 강대한 종문은 하나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러기에 윤구주는 그가 사랑하는 이들이 스스로 강해져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끔 할 생각이다! 깊은숨을 들이쉰 뒤 윤구주는 잡념을 집어치웠다! 그는 서서히 품속에서 그 두 구주령을 꺼냈다! 그중 하나는 그의 것이다! 다른 하나는 관군후 전호병의 관 안에서 얻은 것이다! 윤구주는 그 두 구주령을 앞에 놓은 채 묵묵히 바라보았다! “왜 이천여 년 전 관군후의 관에 내 것과 똑같은 구주령이 있는 거지?” “왜 이 명령패 위에 구주 이 두 글자가 각인되어 있는 거지?” “이 명령패에는 도대체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거지?” 윤구주는 이 문제들을 하나하나 분석해 나갔다. 당시 대사부가 윤구주에게 이 구주령을 줄 때 말하길 이건 동해 밑에서 건져 온 것이라 하였다! 누가 구주령을 동해 밑에 버린 거지? 이 구주령은 동해 밑에 얼마나 오랜 시간 있은거지
반짝이는 두 눈으로 앞에 놓인 두 구주령을 바라보던 윤구주는 이천 년 전 이름을 떨쳤던 화진 제일 관군후 전호병이 떠올랐다. 소문에 의하면 그는 절세 무쌍의 진정한 천하제일이라 한다. 사서의 기록에 의하면 그는 18살 때 출정하여 기병 8백을 이끌고 흉노를 물리쳤다. 그는 이 전투에서 두 번의 전과를 올려 관군후에 봉해졌다. 원수 2년에 전호병은 표기장군으로 두 번의 하서전역을 지휘하였다. 그는 기련산까지 거치며 10만여 명의 흉노를 목 베거나 포로로 잡았다. 이 전투는 흉노 우부에 큰 타격을 주었고, 전호병은 이로써 세상에 명성을 떨쳤다. 이자가 바로 과거 화진의 제일 관군후이다. 백전백승에 흉노족들이 그의 이름을 들었다 하면 간담이 서늘해지는 화진의 1인자.이런 위인이 자신과 똑같은 구주령을 지니고 있다니. 이건 우연일까? 아니면 운명일까? “혹여 당시의 관군후도 나처럼 구주령의 비밀을 발견한 건 아닐까? 혹은 무언가를 깨우친 건 아닐까?”윤구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답을 찾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는 이 관군후가 이룬 업적이 구주령과 관계있을 거라 짐작하였다. 윤구주는 잠깐의 생각을 거치고 두 손가락으로 눈을 쓸었다. “신념, 열리거라!”금빛의 빛줄기가 윤구주의 눈동자로부터 흘러나왔다. 신념이 열리면 천지를 통찰할 수 있다. 신념술이 관에서 꺼낸 구주령을 훑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강렬한 저항의 힘이 안에서 전해졌다. 윤구주는 얼른 신념술을 중단한 채 어두운 낯빛으로 그 주구령을 바라보았다.“감히 나한테 저항해?”윤구주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였다.그가 처음으로 대사부의 구주령을 전해 받을 때도 이 정도 저항의 힘은 느껴지지 않았다. 근데 2천 년도 넘은 구주령이 왜 그에게 저항하는 걸까?“흥! 이럼에도 네가 날 저항할 수 있는지 보자고!”윤구주는 재차 신념술을 시도하였고 그의 전신에서 백옥처럼 적선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파도처럼 거대한 신념이 삽시에 그 신비한 구주령 안으로 주입되었고 윤구주의 적선의 기운도 따라
”저자가... 혹시 2천여 년 전 화진 제일의 관군후 전호병인건가?”충격적인 생각이 윤궁주의 뇌리를 감싸왔다! 자세히 바라보니 그건 흐릿한 그림자였다! 윤구주는 알았다,이건 그저 혼인것을! 온전하지 않은 한줄기의 혼 말이다! 하지만 한줄기의 혼이라 할지라도 윤구주가 느끼는 위협감은 무척이나 강했다!화진 제일 관군후 혼령의 뒤에는 한 개의 비석도 있었다!그 비석은 높이가 어마어마하였다!비석 위에는 고대 무늬가 빼곡하게 쓰여 있었다. 고대의 문양이라 윤주구조차도 그 뜻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비석? 혼령? 그리고 이 신비한 공간? “이 관군후의 구주령은 왜 나의 것과 완전히 다르지?” 윤구주가 이리 생각하고 있을 때 어둠의 공간 속 공기들이 파동치기 시작하였다. 이때 가만히 앉아 있던 그 관군후의 혼령이 눈을 떴다!“어느 간땡이가 부는 놈이 나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냐?”그의 입에서 큰 호통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손에 흰색 은창을 들고 있었고 머리에는 금관화랑을 이고 있었다. 온몸을 뒤덮은 갑옷은 눈 부신 빛을 내뿜었다.윤구주는 이 혼령이 잠에서 깨나 멈칫 놀라고 이내 인사를 올렸다.“후배 윤구주, 전호병 선배님을 뵙습니다.” 근데 웬걸, 윤구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앉아 있던 혼령의 손에 쥐여있던 은창이 큰 진동 소리를 내였다. 이후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멸세의 기운이 이 백은장창으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나의 영역을 침입한 자는 그 누구든지 막론하고 다 죽인다!”그 혼령은 살기를 내뿜었다. 말이 끝나자마자 백은장창이 순식간에 허공을 가로질렀다! 이것은 윤구주가 이제껏 당했던 공격 중 제일 큰 위험을 느낀 공격이다! 이 공격에 윤구주의 신해에도 강렬한 고통이 전해져왔다. 혼령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윤구주도 화가 났다! “선배님은 예전 화진 절세의 관군후시면서 이리 밑도 끝도 없이 무고한 이를 죽여도 된단 말입니까?” “그러하다면 저 윤구주는 한줄기의 혼령이 얼마나 강한지 한번 제대로 느껴볼 생각입니다!” 윤
혼령은 전호병 이 이름을 듣고는 뜨끔 놀랐다. “네가 어찌 나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이냐?” 혼령이 물었다. 이 혼령이 바로 2천여 년 전 화진 제일 관군후인 전호병이다! “후배 윤구주, 전호병 선배님을 뵙습니다!” 윤구주가 공경하게 인사 올렸다. 눈앞의 화진 관군후는 당시 확실한 천하제일이니 말이다! 게다가 화진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공을 세웠는지! “흥!” “후배야!” “방금 네가 말하길 넌 2천 년 후의 화진에서 왔다고?” 윤구주의 공경스러운 태도에 혼령은 점차 경계를 낮추고 더 이상 그를 공격하지 않았다. 윤구주가 답했다. “그러합니다!” “2천여 년이라고?” “시간이 이리도 많이 흘러간 건가?” 혼령은 믿기 어려운 듯 침묵에 빠졌다. 왜 이 구주령에 전호병 선배님의 혼령이 있는지 윤구주는 알지 못했다. 그러하기에 그는 섣불리 행동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그를 바라보았다! 혼령은 한참 생각한 후에야 서서히 머리를 들었다. “나한테 말해주거라, 넌 어찌 이곳으로 들어온 것이냐?” 2천 년 전부터 관군후로 불린 이 혼령도 윤구주가 어떻게 구주령 안에 들어온 건지 궁금한 듯 하였다. “사실대로 말하면 전 우연히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부티 노여움을 푸세요!” 윤구주는 사실대로 말했다. “우연히?” “이제껏 그 누구도 나의 영역에 들어온 적 없거늘, 우연히 들어온 것이라고?” 혼령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윤구주 방금의 대답이 그의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윤구주는 혼령이 믿지 않는듯 하자 잠시 생각하고 말하였다. “하지만 제 말은 다 사실입니다!” “나의 영역은 그 명령패의 신비 공간이다! 그럼 너는 어찌 이 명령패를 찾은 것이지?” 혼령이 캐물었다. 윤구주가 답했다. “그건 제가 선배님의 능묘를 발견하였기 때문입니다!” “뭐라!” “네까짓 게 감히 나의 무덤을 파? 죽으려고?” 혼령은 윤구주가 자신의 무덤을 열었단 소리에 버럭 화를 내었다! 하긴 그 누가 죽어서 남한테 무덤이 파헤치는 것을 달
“네가 감히 나의 보물을 빼앗아?” 그 혼령이 공격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윤구주는 얼른 설명하였다. “선배님, 아닙니다! 이건 저의 명령패이지 선배님의 것이 아닙니다! 이건 제겁니다!” 뭐? 혼령은 멈칫하였다! “선배님 자세히 보세요, 이것이야말로 선배님의 명령패입니다!” 윤구주는 말하며 동시에 손으로 눈앞의 공간을 가리켰다! 맞다! 윤구주의 신념은 전호병의 구주령을 통해 들어온 것이다! 그 손안의 이 명령패는 윤구주의 것이다! 전호병도 자신의 영혼이 그 구주령에 깃들어 있는 것을 알고 있기에 윤구주의 손에 들려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윤구주의 손에 자신의 것과 똑같은 명령패가 쥐어져 있자 혼령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네 손에 들고 있는 이 명령패가 정녕 너의 것이냐?” 혼령이 믿기 힘들다는 듯이 물었다! 윤구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하기에 제가 결례를 무릅쓰고 선배님의 능묘를 열어 저의 것과 똑같은 명령패를 찾은 것입니다!” 윤구주의 말에 혼령은 갈수록 의아함을 느꼈다! 그는 괴이한 눈빛으로 윤구주 손안의 명령패를 보고는 손을 뻗었다. “가져와보거라, 내가 한번 보게!” 윤구주는 긴말하지 않고 손의 명령패를 혼령한테 던져두었다. 혼령은 구주령을 손에 들고 이리 보고 저리 보고 한 2분 남짓 바라보고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나의 것과 똑같은 구주령을 가지고 있다니?” “네!” “네 명령패는 어디에서 얻은 것이냐? 어떻게 내 것과 똑같은 구주령을 가지게 된 것이지?” 혼령은 궁금함에 미칠 것 같았다. 윤구주가 답했다. “이건 저의 사부님이 동해 밑에서 주운 것입니다! 왜 거기에 있는 건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동해 밑?” 이 말에 혼령은 멈칫하고는 머리를 들어 윤구주의 구주령을 다시금 자세히 관찰하였다! 한참을 살펴본 후 그는 다시 놀라 하며 말했다. “똑같아! 제길, 어떻게 똑같을 수 있지?” 혼령의 이런 표정에 윤구주는 마음속으로 대략 감이 잡혔다! 보아하니 2천여 년 전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