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연단가마를 공수이는 반짝이는 두 눈을 깜빡이며 바라보았다. “그 미친 스님이 저한테 주었던 그런 단약 말하는 거예요?” 난가사원에 미친 스님이 살고 있는 것은 곤륜의 그 누구든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미친 스님의 내공이 얼마나 높은지는 그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곤륜의 여러 계역중 그 미친 스님한테 달려드는 이는 극히 적었다. 공수이는 그 미친 스님의 유일무이한 관문 제자이다. 예전에 공수이는 수련에 게으름을 피웠다. 그러자 미친 스님은 공수이를 패면서 그한테 각종 단약을 먹이는 방식으로 기초를 단단히 하였다. 윤구주가 눈앞의 연단가마가 바로 연단할 때 쓰이는 물건이라 소개하자 공수이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머릿속에 미친 스님이 그한테 강제로 단약을 먹이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헐... 저 단약이라면 질색해요! 곤륜에 있을 적 스승님이 하도 먹여대서 하마터면 먹고 죽을뻔했지 뭐예요!” 공수이가 중얼거렸다. 윤구주는 공수이의 뜻을 이해하고 웃으며 말했다. “미친 스님도 다 널 위해서 그런 거야!” “절 위해서긴 무슨!” “그 스님은 허구한 날 내가 천하제일이 되었으면 했어요. 쳇, 내가 스스로 제 주제를 모를까요?” 공수이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말한 뒤 그는 얼른 말을 보탰다. “형님, 보물은 이미 다 챙겼어요! 그러니 인제 그만 가요! 이 연단가마는 그냥 내버려두고요!” 공수이는 단약을 보기만 해도 헛구역질을 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는 윤구주의 팔을 끌어당기며 떠날 준비를 하였다! 그는 혹시나 윤구주가 이 연단가마을 가져가서 후에 연단하여 단약을 자신한테 먹일까 무서웠다. 생각만 해도 소름 끼쳤다! “수이야, 먼저 서울로 돌아가서 그들과 집합하거라!” 이때 윤구주가 한마디 하였다! 뭐? “제가 서울에 돌아가면 형님은요?” 공수이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난 잠깐 여기에 남아서 한가지 물건을 연구할 생각이다!” 윤구주가 천천히 말했다. 공수이는 잠깐 멈칫하더니 궁금한 듯
공수이는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네! 형님 말에 따를게요! 걱정하지 마시어요, 만약 제자백가 그놈들이 무슨 사달을 일으키려고 하는 시 제가 그들을 제도시킬게요!” 윤구주는 당연히 공수이를 믿는다! 공수이 뒤에 있는 공씨 가문은 더더욱 믿고 있다! 공수이가 있으니 윤구주는 서울에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되지 않았다! 윤구주가 결정을 내린 뒤 공수이는 기산을 떠났다! 현재 기산의 마궁에는 윤구주 혼자만 남았다! 수천 년간 이어져 내려온, 오래된 세가는 더 이상 화진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그들이 자초한 것이다! 거대한 궁전 안에 윤구주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의 앞에는 한 개의 연단가마가 있었고 연단가마 옆에는 진귀한 명품 약재들이 놓여 있었다! 윤구주는 두 구주령의 비밀을 파헤치는 한편 그의 형제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연단할 생각이다! 화진 무도 3대 서열을 물리치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임을 윤구주는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비록 윤구주가 지금 문벌과 제자백가를 짓누르고 있지만 진정으로 제일 강대한 종문은 하나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러기에 윤구주는 그가 사랑하는 이들이 스스로 강해져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끔 할 생각이다! 깊은숨을 들이쉰 뒤 윤구주는 잡념을 집어치웠다! 그는 서서히 품속에서 그 두 구주령을 꺼냈다! 그중 하나는 그의 것이다! 다른 하나는 관군후 전호병의 관 안에서 얻은 것이다! 윤구주는 그 두 구주령을 앞에 놓은 채 묵묵히 바라보았다! “왜 이천여 년 전 관군후의 관에 내 것과 똑같은 구주령이 있는 거지?” “왜 이 명령패 위에 구주 이 두 글자가 각인되어 있는 거지?” “이 명령패에는 도대체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거지?” 윤구주는 이 문제들을 하나하나 분석해 나갔다. 당시 대사부가 윤구주에게 이 구주령을 줄 때 말하길 이건 동해 밑에서 건져 온 것이라 하였다! 누가 구주령을 동해 밑에 버린 거지? 이 구주령은 동해 밑에 얼마나 오랜 시간 있은거지
반짝이는 두 눈으로 앞에 놓인 두 구주령을 바라보던 윤구주는 이천 년 전 이름을 떨쳤던 화진 제일 관군후 전호병이 떠올랐다. 소문에 의하면 그는 절세 무쌍의 진정한 천하제일이라 한다. 사서의 기록에 의하면 그는 18살 때 출정하여 기병 8백을 이끌고 흉노를 물리쳤다. 그는 이 전투에서 두 번의 전과를 올려 관군후에 봉해졌다. 원수 2년에 전호병은 표기장군으로 두 번의 하서전역을 지휘하였다. 그는 기련산까지 거치며 10만여 명의 흉노를 목 베거나 포로로 잡았다. 이 전투는 흉노 우부에 큰 타격을 주었고, 전호병은 이로써 세상에 명성을 떨쳤다. 이자가 바로 과거 화진의 제일 관군후이다. 백전백승에 흉노족들이 그의 이름을 들었다 하면 간담이 서늘해지는 화진의 1인자.이런 위인이 자신과 똑같은 구주령을 지니고 있다니. 이건 우연일까? 아니면 운명일까? “혹여 당시의 관군후도 나처럼 구주령의 비밀을 발견한 건 아닐까? 혹은 무언가를 깨우친 건 아닐까?”윤구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답을 찾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는 이 관군후가 이룬 업적이 구주령과 관계있을 거라 짐작하였다. 윤구주는 잠깐의 생각을 거치고 두 손가락으로 눈을 쓸었다. “신념, 열리거라!”금빛의 빛줄기가 윤구주의 눈동자로부터 흘러나왔다. 신념이 열리면 천지를 통찰할 수 있다. 신념술이 관에서 꺼낸 구주령을 훑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강렬한 저항의 힘이 안에서 전해졌다. 윤구주는 얼른 신념술을 중단한 채 어두운 낯빛으로 그 주구령을 바라보았다.“감히 나한테 저항해?”윤구주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였다.그가 처음으로 대사부의 구주령을 전해 받을 때도 이 정도 저항의 힘은 느껴지지 않았다. 근데 2천 년도 넘은 구주령이 왜 그에게 저항하는 걸까?“흥! 이럼에도 네가 날 저항할 수 있는지 보자고!”윤구주는 재차 신념술을 시도하였고 그의 전신에서 백옥처럼 적선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파도처럼 거대한 신념이 삽시에 그 신비한 구주령 안으로 주입되었고 윤구주의 적선의 기운도 따라
”저자가... 혹시 2천여 년 전 화진 제일의 관군후 전호병인건가?”충격적인 생각이 윤궁주의 뇌리를 감싸왔다! 자세히 바라보니 그건 흐릿한 그림자였다! 윤구주는 알았다,이건 그저 혼인것을! 온전하지 않은 한줄기의 혼 말이다! 하지만 한줄기의 혼이라 할지라도 윤구주가 느끼는 위협감은 무척이나 강했다!화진 제일 관군후 혼령의 뒤에는 한 개의 비석도 있었다!그 비석은 높이가 어마어마하였다!비석 위에는 고대 무늬가 빼곡하게 쓰여 있었다. 고대의 문양이라 윤주구조차도 그 뜻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비석? 혼령? 그리고 이 신비한 공간? “이 관군후의 구주령은 왜 나의 것과 완전히 다르지?” 윤구주가 이리 생각하고 있을 때 어둠의 공간 속 공기들이 파동치기 시작하였다. 이때 가만히 앉아 있던 그 관군후의 혼령이 눈을 떴다!“어느 간땡이가 부는 놈이 나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냐?”그의 입에서 큰 호통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손에 흰색 은창을 들고 있었고 머리에는 금관화랑을 이고 있었다. 온몸을 뒤덮은 갑옷은 눈 부신 빛을 내뿜었다.윤구주는 이 혼령이 잠에서 깨나 멈칫 놀라고 이내 인사를 올렸다.“후배 윤구주, 전호병 선배님을 뵙습니다.” 근데 웬걸, 윤구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앉아 있던 혼령의 손에 쥐여있던 은창이 큰 진동 소리를 내였다. 이후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멸세의 기운이 이 백은장창으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나의 영역을 침입한 자는 그 누구든지 막론하고 다 죽인다!”그 혼령은 살기를 내뿜었다. 말이 끝나자마자 백은장창이 순식간에 허공을 가로질렀다! 이것은 윤구주가 이제껏 당했던 공격 중 제일 큰 위험을 느낀 공격이다! 이 공격에 윤구주의 신해에도 강렬한 고통이 전해져왔다. 혼령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윤구주도 화가 났다! “선배님은 예전 화진 절세의 관군후시면서 이리 밑도 끝도 없이 무고한 이를 죽여도 된단 말입니까?” “그러하다면 저 윤구주는 한줄기의 혼령이 얼마나 강한지 한번 제대로 느껴볼 생각입니다!” 윤
혼령은 전호병 이 이름을 듣고는 뜨끔 놀랐다. “네가 어찌 나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이냐?” 혼령이 물었다. 이 혼령이 바로 2천여 년 전 화진 제일 관군후인 전호병이다! “후배 윤구주, 전호병 선배님을 뵙습니다!” 윤구주가 공경하게 인사 올렸다. 눈앞의 화진 관군후는 당시 확실한 천하제일이니 말이다! 게다가 화진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공을 세웠는지! “흥!” “후배야!” “방금 네가 말하길 넌 2천 년 후의 화진에서 왔다고?” 윤구주의 공경스러운 태도에 혼령은 점차 경계를 낮추고 더 이상 그를 공격하지 않았다. 윤구주가 답했다. “그러합니다!” “2천여 년이라고?” “시간이 이리도 많이 흘러간 건가?” 혼령은 믿기 어려운 듯 침묵에 빠졌다. 왜 이 구주령에 전호병 선배님의 혼령이 있는지 윤구주는 알지 못했다. 그러하기에 그는 섣불리 행동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그를 바라보았다! 혼령은 한참 생각한 후에야 서서히 머리를 들었다. “나한테 말해주거라, 넌 어찌 이곳으로 들어온 것이냐?” 2천 년 전부터 관군후로 불린 이 혼령도 윤구주가 어떻게 구주령 안에 들어온 건지 궁금한 듯 하였다. “사실대로 말하면 전 우연히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부티 노여움을 푸세요!” 윤구주는 사실대로 말했다. “우연히?” “이제껏 그 누구도 나의 영역에 들어온 적 없거늘, 우연히 들어온 것이라고?” 혼령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윤구주 방금의 대답이 그의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윤구주는 혼령이 믿지 않는듯 하자 잠시 생각하고 말하였다. “하지만 제 말은 다 사실입니다!” “나의 영역은 그 명령패의 신비 공간이다! 그럼 너는 어찌 이 명령패를 찾은 것이지?” 혼령이 캐물었다. 윤구주가 답했다. “그건 제가 선배님의 능묘를 발견하였기 때문입니다!” “뭐라!” “네까짓 게 감히 나의 무덤을 파? 죽으려고?” 혼령은 윤구주가 자신의 무덤을 열었단 소리에 버럭 화를 내었다! 하긴 그 누가 죽어서 남한테 무덤이 파헤치는 것을 달
“네가 감히 나의 보물을 빼앗아?” 그 혼령이 공격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윤구주는 얼른 설명하였다. “선배님, 아닙니다! 이건 저의 명령패이지 선배님의 것이 아닙니다! 이건 제겁니다!” 뭐? 혼령은 멈칫하였다! “선배님 자세히 보세요, 이것이야말로 선배님의 명령패입니다!” 윤구주는 말하며 동시에 손으로 눈앞의 공간을 가리켰다! 맞다! 윤구주의 신념은 전호병의 구주령을 통해 들어온 것이다! 그 손안의 이 명령패는 윤구주의 것이다! 전호병도 자신의 영혼이 그 구주령에 깃들어 있는 것을 알고 있기에 윤구주의 손에 들려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윤구주의 손에 자신의 것과 똑같은 명령패가 쥐어져 있자 혼령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네 손에 들고 있는 이 명령패가 정녕 너의 것이냐?” 혼령이 믿기 힘들다는 듯이 물었다! 윤구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하기에 제가 결례를 무릅쓰고 선배님의 능묘를 열어 저의 것과 똑같은 명령패를 찾은 것입니다!” 윤구주의 말에 혼령은 갈수록 의아함을 느꼈다! 그는 괴이한 눈빛으로 윤구주 손안의 명령패를 보고는 손을 뻗었다. “가져와보거라, 내가 한번 보게!” 윤구주는 긴말하지 않고 손의 명령패를 혼령한테 던져두었다. 혼령은 구주령을 손에 들고 이리 보고 저리 보고 한 2분 남짓 바라보고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나의 것과 똑같은 구주령을 가지고 있다니?” “네!” “네 명령패는 어디에서 얻은 것이냐? 어떻게 내 것과 똑같은 구주령을 가지게 된 것이지?” 혼령은 궁금함에 미칠 것 같았다. 윤구주가 답했다. “이건 저의 사부님이 동해 밑에서 주운 것입니다! 왜 거기에 있는 건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동해 밑?” 이 말에 혼령은 멈칫하고는 머리를 들어 윤구주의 구주령을 다시금 자세히 관찰하였다! 한참을 살펴본 후 그는 다시 놀라 하며 말했다. “똑같아! 제길, 어떻게 똑같을 수 있지?” 혼령의 이런 표정에 윤구주는 마음속으로 대략 감이 잡혔다! 보아하니 2천여 년 전
질문을 받은 혼령은 잠깐 망설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 건 여기 있다.”그는 말하면서 자신의 뒤에 있는 거대한 비석을 가리켰다.“이것이요?”혼령이 가리킨 비석을 본 윤구주는 미간을 구겼다. 그는 혼령의 뒤에 있는 비석을 바라보았다.이 공간에 들어선 순간부터 윤구주는 이상한 비석을 신경 쓰고 있었다.혼령의 말에 따르면 구주령의 비밀은 그 비석에 있었고 윤구주는 저도 모르게 호기심이 들었다.“보다시피 내 비밀은 전부 이 비석에 있단다.”혼령은 유유히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비석으로 걸어갔다.아주 높은 비석 위에는 오래된 듯한 문양이 보였다.그 문양은 윤구주마저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고대의 어떠한 부적의 문양인 듯했다.“당시 난 사막에서 이 명령패를 발견했고 이걸 줍는 순간 이것에 아주 깊이 빠졌어.”혼령은 2,000년도 더 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사실 눈앞의 혼령은 한때 세상을 호령하던 화진의 관군후로 윤구주와 똑같았다. 그러나 그는 구주령의 진정한 유래를 몰랐다.그리고 그는 사막에서 구주령을 주웠다.“난 이 명령패를 주운 뒤로부터 이 명령패에 숨겨진 비밀을 연구하기 시작했어. 처음에 나는 이것이 평범한 명령패인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무의식적으로 이 명령패를 봤을 때 내 영혼은 순식간에 이 공간으로 빨려 들어갔고 나는 이 공간 속에서 이 비석을 발견했어. 그리고 이 비석 안에서 나는 절세 무공을 수련했고 그 공법은 구음만상결이라고 해.”‘뭐라고?’혼령이 구주령에 내포된 엄청난 무공을 얘기하자 윤구주는 넋을 놓았다.‘구음만상결이라니! 역시나 내 추측대로 이분의 손에 있는 구주령에도 엄청난 것이 담겨 있었어. 아니지. 내 구주령에 내포된 절학의 이름은 구양진용결이고 이분이 수련한 공법은 구음만상결이잖아. 구양과 구음?’두 절학의 이름을 읊던 윤구주의 표정에 놀라움이 가득했다.‘설마 두 절학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혹시 상, 하 두 편으로 나뉘는 걸까?’윤구주는 점점 더 의문스러워졌다.“
혼령은 그 말을 듣고 말했다.“너도 나처럼 구주령이 왜 우리 두 사람을 선택했는지 모르는 것 같구나.”“그렇습니다.”“휴,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물 흐르듯 흘러 2,000년이 지났는데 나 전호병이 2,000년 뒤인 지금 너와 같은 후배를 만나게 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혼령이 감개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겠지. 구주령 속에 남아있는 내 혼령은 이제 곧 사라질 것이다. 난 평생 내 뜻을 이어갈 후계자를 찾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너를 만나게 될 줄이야. 우연이든 인연이든 상관없지. 내 모든 걸 너에게 물려주마. 앞으로 너는 나 대신 화진을 지키면서 적들을 물리치고 구주령을 이용해 우리 화진의 평화를 이루기를 바란다. 너에게 묻겠다. 내 뒤를 이을 의향이 있느냐? 이 두 구주령의 절학으로 우리 화진의 태평성대를 이룰 생각이 있느냐?”호탕한 목소리가 혼령의 입에서 흘러나왔다.그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마치 윤구주의 마음을 꿰뚫어 볼 듯이 말이다.윤구주는 혼령을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선배님께서 제가 뒤를 잇는 걸 원하지 않으신다고 해도 저 윤구주는 화진을 지킬 것이고 화진의 태평성세를 이루려고 노력할 것이니 말입니다.”윤구주는 진심이었다.화진의 구주 군신인 그는 홀로 10국과 싸웠었다.그리고 지금의 그는 무력으로 천하를 제압했고 문벌과 세가들을 처단했다.그리고 그렇게 한 이유는 모두 화진의 태평성세를 위해서였다.그래서 혼령이 윤구주에게 자신의 절학을 전승해 주지 않더라도 윤구주는 그렇게 할 것이다.혼령은 윤구주의 말을 듣고 그의 마음을 이해한 듯했다.“좋아, 아주 좋아. 2,000년 뒤에 너처럼 내가 인정하는 후배를 만날 수 있다니 놀라워. 지금부터 이 구주령을 정식으로 너에게 전승하겠다. 동시에 이 비석 안의 구음만상결의 비밀 또한 알려주마.”윤구주는 그 말을 듣더니 곧바로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감사합니다, 선배님!”혼령은 옅은 미소를
손형재가 차갑게 웃었다.“무슨 일이 있어도 섣불리 움직이면 안 된다고 이 늙은이는 생각합니다. 또한 6대종문이 의논을 거친 후에 움직이라고 회장님께서 저에게 신신당부도 했고요.”구진철의 말에 손형재는 콧방귀를 뀌었다.“또 6대종문. 천 년이나 더 된 우리 종문은 왜 단독으로 일 처리를 못하고 매번 다른 종문들과 논의해야 하는 겁니까?”구진철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갑자기 현문 제자가 뛰어왔다.“도자님, 밖에 도자님을 뵈러 온 분이 계세요.”“누군데?”손형재가 물었다.“문씨 세가의 문아름 씨요.”문아름이라는 말에 손형재의 눈이 순간 번뜩였다.“그녀가 나를 찾아왔다고? 어서 들여보내.”“네!”현문 제자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봉황관을 쓴 절세미인 문아름이 들어왔다.마치 천하를 호령하는 고대의 황후 같았지만,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손형재를 향해 예의를 갖췄다.“아름이 도자님을 뵙습니다.”문아름을 보자마자 손형재는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갔다.“아름 씨, 너무 예를 차리실 필요 없어요.”“아니에요. 도자님은 하늘이 내리신 현문의 미래니 당연히 예를 갖춰야죠.”문아름이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만하기 짝이 없던 손형재가 이런 말을 들었으니, 입이 귀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아름 씨가 어인 일로 예까지 발걸음하셨는지?”손형재가 물었다.“당연히 그 윤 씨 성을 가진 사람 때문이죠.”문아름은 천천히 말했다.“윤 씨요? 혹시 백성들의 신임을 한 몸에 받은 그 구주왕 말인가요?”손형재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네. 맞아요. 도자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저와 구주는 혼인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여기까지 말했을 때 그녀는 억울한 듯 눈물을 흘렸다.문아름이 눈물 흘리는 것을 본 현문 도자는 서둘러 그녀를 위로했다.“아름 씨, 어서 그 눈물을 거두세요. 혹시 그가 아름 씨를 괴롭혔나요?”“아니요. 저를 괴롭힌 적은 없지만 구주는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는 데다 고집불통이에요. 평생을 그와 함께하고 싶었지만
“네 말이 틀리지는 않아. 하지만 종문이 우리 편에 서지 않을지도 몰라. 특히 만불종과 서요산 검종.”문창정은 자신의 걱정을 털어놓았다.만불종은 영리하여 주도적으로 전쟁에 개입하는 일이 없었고, 화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서요산 검종은 베일에 싸여있어서 문씨 세가조차도 그들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문아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안심하세요. 화진에는 6대종문이 있어서 이 두 종문이 아니더라도 4개의 종문이 남아있어요. 특히 역사가 유구한 현문 회장인 창현진인은 이미 백 년 전에 절정 경지에 오른 인물이에요. 그래서 현문을 선봉으로 내세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문아름의 말을 들은 문창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현문을 인간 방패로 쓰겠다는 말이냐?”“바로 그거예요. 할아버지께서도 현문 도자의 본성을 잘 알잖아요. 그를 최대한 이용해 먹어야죠.”현문 도자에 대해 말할 때 문아름의 얼굴에는 요염한 미소가 번졌다.손녀의 생각을 잘 알고 있던 문창정이 말했다.“한 번 시도해 볼만한 방법이긴 한데 현문에는 지혜로운 사람들이 많아. 특히 구씨 성을 가진 늙은 장로는 문무를 겸비하여 얕잡아보면 안 돼.”“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문아름이 말했다.“그래. 그러면 현문의 일은 너에게 맡길게.”문창정이 결론을 내렸다.…서울에 온 이후로 현문의 사람들은 문씨 세가의 지하 궁전에 머물고 있었다.이 순간, 십여 명 현문의 제자들이 화려한 거실 양쪽에 서 있었고, 가운데 벽화 앞에는 현문 도자인 손형재가 서 있었다.벽화에 그려진 인물은 다름 아닌 절세미인인 문아름이었다.선녀 같은 문아름을 바라보며 이 도자가 혼자서 중얼거렸다.“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인이 여기 있었네.”“콜록콜록.”이때 그의 옆에서 갑자기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형재 씨, 이 늙은이가 할 말이 있는데 말해도 될지 모르겠네요.”말을 꺼낸 사람은 손형재와 함께 산에서 내려온 현문 장로인 구진철이었다.“어서 말해보세요. 구 장로님.”시선을
한참 지나서야 민규현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내 추측이 틀리지 않는다면 종문이 움직인 것은 분명 저하 때문일 거야.”그 말에 천현수도 한마디 했다.“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의 실력 차가 분명하다고 해도 어찌 됐든 같은 줄기에서 뻗어져 나온 것이잖아요. 종문이 움직인 것은 저하가 전에 노룡산에서 세가를 학살한 것이 누설되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해요.”“현수야. 3개 종문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 주시하라고 암부에 전해.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먼저 보고하라 하고.”민규현이 지시를 내렸다.“네!”…서울의 어느 숨겨진 지하 궁전, 절세미인인 문아름이 봉황관을 쓴 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문창정이었다.“할아버지.”“현문, 만불종, 칠수방 사람들이 모두 서울에 도착했어요. 이제 어떻게 할까요?”문아름이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으로 문창정을 바라보며 물었다.“서두를 것 없어. 6대종문이 모두 모인 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아.”문창정이 차분하게 답했다.“하지만 서요산은 물론 천도궁과 자운각도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요. 이들을 계속 기다려야 한단 말이에요? 제가 알기로는 구주가 설국을 수복한 이후 국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요. 그리고 육도진도 태산에 갔고요. 아마 곧 큰 일이 터질 것 같아요.”문아름의 말에 문창정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육도진이 태산에 갔다고?”“네.”“무슨 연유로?”문창정이 차가운 목소리로 묻자, 문아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황성 사람들이 비밀로 하고 있어서 무엇 때문에 갔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들 말로는 조만간 국주의 움직임이 있을 거래요. 하지만 그 사람 때문에 국주가 움직인 것은 확실해요.”‘그’라는 말에 문창정의 안색이 아까보다 더 어두워졌다.“할아버지. 만약 국주가 정말로 구주의 편을 든다면 저의 왕위가 온전치 못할 것 같아요.”문아름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놨다.‘하긴 화진의 왕으로서 위대한 업적이 없다면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긴 하
은설아는 마음속으로 윤구주를 존경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사모하는 마음이 더 컸다.무예가 출중하다면 윤구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그녀가 그와의 실력 차를 줄이기 위해 열심히 수련한 것이었다.붉은 치마를 입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던 재이가 열심히 수련하는 은설아의 모습을 보고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설아 씨, 실력이 많이 늘었으니 인제 그만 쉬도록 하세요.”윤설아가 말했다.“괜찮아요. 아직 할만해요.”윤설아의 말에 재이는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설아가 열심히도 수련하네. 내가 어렸을 때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수련하는 윤설아를 바라보며 용민이 혼자서 중얼거리자, 강철 몸을 가진 철영도 한마디 했다.“사랑 때문에 저 짓거리 하고 있는 거예요.”“뭣이라?”철영이 무심코 내뱉은 말에 용민은 어리둥절했다.한마디만 내뱉고 철영은 정원 밖을 빠져나왔다.“야! 이 자식아. 말하다 말고 어디 가? 사랑 때문이라니?”용민이 그를 뒤쫓아가며 물었다.은설아가 한창 수련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민규현과 천현수가 얘기를 나누며 방 안에서 나왔다.“이놈아, 수이 소식이 아직 없다고?”말을 꺼낸 사람은 민규현이었다.“없어요. 형님.”천현수가 답했다.“수이 때문에 내가 미쳐버릴 것 같아.”민규현이 계속 말했다.“흑여산맥 쪽의 저하 소식은 없고?”“그쪽에서 보내온 소식통에 따르면 저하는 이미 그곳에서 떠났대요.”“그렇다면 서울로 돌아온다는 말이냐?”민규현이 서둘러 묻자, 천현수는 고개를 저었다.“그들의 말로는 서울 아니고 강성으로 갔대요.”“강성?”강성이란 말에 민규현은 어리둥절했다.“형님, 잊으셨어요? 형수님이 강성에 있잖아요.”천현수가 그에게 상기시켜 주자, 민규현은 자기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내가 이렇게 멍청하다니까. 맞아. 저하가 서울에 온 이후로 형수님을 본지가 꽤 되었으니, 강성에 가는 것도 이해는 되지.”“그건 그렇고 형님, 암부가 최근에 이상한 것을 발견했대요.”천현수가 갑자기 화제를 돌
“채은아, 널 보러 왔어.”현관 입구에 있던 윤구주가 웃음 띤 얼굴로 눈물범벅이 된 소채은을 바라보자, 소채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두 손으로 윤구주를 껴안았다.손을 놓으면 그가 사라질 것만 같아서 꽉 잡고 있었다.“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윤구주도 자기 앞에 있는 소채은을 껴안으며 말했다.그가 기억하고 있던 소채은은 순수하고 착해서 나쁜 마음을 가진 적이 없었다.비록 연규비, 이홍연, 그리고 연예인인 은설아와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었지만, 윤구주는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자신이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이 소채은이란 사실이 추호도 변함이 없었다.그들 옆에 있던 까망이가 이 모습을 보더니 마치 윤구주의 귀환을 환영이라도 하듯 ‘멍멍’하며 짖어댔다.“드디어 돌아왔네! 난 또… 네가 다시는 안 올 줄 알았는데.”소채은이 흐느끼며 말했다.그녀도 사랑과 증오, 그리고 걱정과 두려움을 가진 평범한 여자인지라 윤구주의 정체를 알았을 때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윤구주가 너무 훌륭하고 완벽해서 그녀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처지를 원망했었다.“이 등신아. 내가 왜 안 올 거로 생각한 거야? 서울에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제야 오게 된 거야.”윤구주는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다정하게 말했다.그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소채은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그나저나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흐르는 눈물을 닦은 소채은이 윤구주를 바라보며 묻자, 윤구주는 미소를 지었다.“여기가 우리 둘이 함께 살았던 곳이잖아.”그 말을 들은 소채은은 방긋 웃었다.‘구주의 마음속에 여전히 내가 있나 보다.’“서울에서 무슨 일을 겪은 거야? 왜 이렇게 몰라보게 변했어?”소채은은 눈을 깜빡이며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내가 변했다고? 어떻게 변했는데?”윤구주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전보다 더 멋있어진 것 같아.”소채은은 솔직하게 답했다.그녀의 말대로 전성기를 되찾은 윤구주
말을 마친 천희수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소채은에게 전화했지만, 소채은의 휴대폰은 꺼져있었다.“얘가 왜 휴대폰은 끈 거야?”몇 번 전화를 더 해봐도 휴대폰은 여전히 꺼져있었다.천희수가 답답해하자, 그녀 옆에 있던 소청하가 상황 수습에 나섰다.“구주야, 걱정하지 마. 채은이 네가 너무 그리워서 산책하러 나갔나 보다. 아마 곧 돌아올 거야.”소채은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본 윤구주는 조금 서운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강성의 스카이가든, 이곳은 소채은이 소씨 가문에서 쫓겨 난 후 소채은과 윤구주가 함께 살았던 곳이었다.소채은과 그녀의 곁에 고분고분하게 누워있는 까망이가 지금 이곳에 있었다.윤구주가 혼자서 설국을 상대로 싸워 설국 전체를 화진의 속국으로 만들었다는 소식을 박창용한테서 들은 후부터 그녀는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약간 쓸쓸하기도 했다.기뻤던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이 세상의 위대한 영웅이라는 사실이었고, 쓸쓸했던 것은 자신이 윤구주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우두커니 소파에 앉아 있던 그녀는 하얀 다리를 껴안은 채 옆에 있던 까망이에게 물었다.“까망아, 그가 이제는 돌아오지 않겠지? 하긴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천하를 뒤흔든 구주왕의 배필로 전혀 어울리지 않긴 해. 사실, 나도 그가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평생 그와 함께 할 수 있을 텐데…”말하다 말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소채은은 다른 여자들과 달리 부귀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다.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녀의 바람은 단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오손도손 함께 살아가는 것이었다.그러나 윤구주가 평범한 사람이 아닌지라 당연히 그녀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그녀가 혼자서 흐느끼며 울고 있을 때 갑자기 ‘똑똑’하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소채은은 어리둥절했다.그녀의 옆에 있던 까망이도 극도로 흥분하여 문을 향해 멍멍 짖었다.“누구세요?”소채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이 스카이가든은 그녀만의 사적인 공간이어서 부모를 제외하고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그런
고함과 함께 살기 가득한 눈빛을 한 백경재는 즉시 공격 태세를 갖췄다.“백 선생, 날 죽이려고?”익숙한 목소리가 백경재의 귓가에 들려옴과 동시에 윤구주의 모습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이 늙은이가 꿈꾸고 있는 건가? 저하?”갑자기 나타난 예구주를 보더니 백경재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윤구주가 미소를 지으며 백경재에게 다가갔다.“뭐야? 고작 반년 못 봤는데 날 잊은 거야?”“제가 어찌 저하를 잊을 수 있겠습니까!”백경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저하가 정말로 강성으로 돌아왔다고요?”백경재는 여전히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당연하지. 나 윤구주 맞아.”윤구주가 싱긋 웃자, 백경재는 자기 얼굴을 꼬집었다.통증이 느껴지고서야 그는 비로소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맙소사! 저하가 돌아오다니! 저하가 정말로 돌아왔네요!”용인 빌리지의 내부를 향해 백경재는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주 회장님, 채은 씨, 규비 여신님, 어서 나와들 보세요. 저하가 돌아왔어요!”백경재의 말에 서둘러 뛰쳐나온 주세호, 연규비, 소청하 부부, 그리고 박창용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했다.“저하!”“내 사위가 정말로 돌아왔다고?”“저하가 돌아왔어!”익숙한 사람들을 바라보던 윤구주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그래. 나야. 이 윤구주가 왔어.”윤구주가 이렇게 갑자기 올 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우리 사위가 드디어 돌아왔네. 보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어.”윤구주를 보자마자 소청하는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네가 너무 보고 싶었어.”천희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물론 다른 사람들도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잠깐, 천후 맞지? 수천도 있네. 너희들이 왜 저하 옆에 있어?”윤구주 뒤에 박천후와 염수천이 있는 것을 박창용은 발견했다.“하하하! 당연히 저하와 함께 창용 씨를 뵈러 왔죠. 그나저나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저하의 소식을 가장 먼저 알았으면서도 왜 우리에게 알리지 않았어요?”박
박창용이 말했다.“저도 잘 몰라요. 북방군과 황성 금위군이 흑여산맥에서 철수했다는 사실 외에 저하에 대해서 저도 아는 것이 없어요. 지금까지 감가 무소식이에요.”대청마루에 있던 모든 사람의 얼굴에 실망이 가득했다.모두 윤구주를 만나고 싶었지만, 박창용처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조차도 윤구주의 행방을 모르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어휴. 언제면 저하를 만날 수 있을는지.”백경재가 탄식했다.다른 사람들도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허탈한 표정만큼은 감추지 못했다.…이때, 강성의 숨겨진 공항에 군용 헬기가 천천히 착륙하더니 군인들이 공항 외곽을 철저히 봉쇄하기 시작했다.그리고 공항 활주로에는 수십 명의 중무장한 군인들로 채워졌다.헬기의 문이 열리자, 3명의 영웅인 박천후, 염수천, 그리고 윤구주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박 총사령관님! 염 통령님!”소령으로 보이는 한 장교가 박천후와 염수천이 걸어 내려오는 것을 보더니 즉시 차려 자세를 취했다.하지만, 이 장교는 윤구주를 알아보지 못했다.박천후가 이 장교를 힐끗 쳐다보며 손을 흔들었다.“너희들은 이만 가봐.”“네!”그러자 두 줄의 군인들이 물러났다.“저하, 강성에 도착했어요.”윤구주를 향해 고개를 돌린 박천후가 공손하게 말했다.윤구주는 자리에 멈춰선 후, 강성의 하늘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한 번 했다.“드디어 그녀를 만나게 되는가? 용인 빌리지로 갈 테니 차 준비해.”“네!”차를 준비하라고 박천후가 서둘러 부하들에게 명령했다.박천후와 염수천을 데리고 용인 빌리지로 향하는 도중에 윤구주는 소채은과의 기이한 만남에 대한 에피소드와 강성에서 보냈던 날들을 두 사람에게 말했다.그러자 박천후가 감격에 찬 어조로 말했다.“저하의 얘기를 들어보니 채은 씨는 엄청 착하신 분이네. 그녀를 만난다면 감사 인사를 제대로 드려야겠어.”“그래.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염수천도 찬성했다.윤구주는 창밖의 익숙한 풍경을 바라보며 소채은을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알 리 없는 사람들은 박창용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설국의 선대 국주가 갑자기 붕어한 탓에 다른 새 국주를 임명했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새 국주가 여성이라던데.”주세호가 말했다.“주 회장의 말이 맞아. 그렇다면 설국의 젊은 국주가 왜 갑자기 붕어했는지는 알고 있나?”박창용이 또 묻자, 주세호가 이번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주세호는 사업가인지라 국정에 대해 알 리 없었다.“참수당했어!”박창용은 큰 소리로 말했다.“네? 설국의 선대 국주가 참수당했다고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네. 10국의 성원이었던 설국의 야심은 하늘을 찔렀어요. 특히 요 몇 년 동안에 우리 화진의 국경을 밥 먹듯이 침범한 탓에 그 대가를 치른 셈이죠. 이뿐만이 아니에요. 설국은 군신, 광명 신전 등 거물급 인사들까지 잃었어요. 당연히 이 모든 것은 한 화진 사람의 소행이고요.”이 말을 내뱉는 박창용의 목소리는 격앙된 상태였다.“그것이 정녕 사실이란 말인가요? 그렇다면 대체 누구의 소행이에요?”소청하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화진 사람 한 명이 설국을 상대로 싸워 설국의 국주를 참수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소청하의 질문에 박창용은 오히려 껄껄 웃으며 사람들에게 되물었다.“하하! 누가 이렇게 대단한 능력을 갖췄는지 여러분은 짐작이 가시나요?”“박 사령관님, 혹시 구주를 말씀하시는 건가요?”총명한 연규비가 물었다.“네? 저하라고요?”백경재가 외치자, 소채은은 물론 그 자리에 있던 주세호와 다른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박창용을 바라보았다.“저하를 잘 아는 사람은 역시 규비 여신님밖에 없네요. 맞아요. 설국의 국주를 참수하고 설국을 백 년 동안 우리 화진에게 굴복시키게 한 인물이 바로 저하에요.”박창용이 진실을 말하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홀로 한 나라와 맞선 데다 설국 국주의 목까지 베었다니!”“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설국을 백 년 동안 우리 화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