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47화

작가: 라오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19 19:00:00
식사하는 내내 가장 마음이 불편해진 건 표세연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양지원과 오랜 친구 사이였던 표세연은 양지원과 양석진의 사이를 의심해 본 적이 없던 게 아니었다.

하지만 양지원이 결혼을 하고 양석진이 독신으로 지내는 걸 보며 차츰 생각을 접었었다.

그러나 방금 양석진의 행동에 머리가 펑 하고 터지는 것만 같았다.

표세연이 몰래 남편 연재혁에게 눈짓했다.

‘방금 봤어요?’

연재혁은 표세연의 앞접시에 요리를 올리며 말했다.

“이게 맛이 좋네요. 먹어봐요.”

‘조용히 해!’

어쩔 수 없이 표세연은 아들 연정훈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아들, 봤어?’

연정훈은 무표정으로 표세연의 앞접시에 음식을 올렸다.

“엄마, 이것도 맛이 참 좋아요.”

‘묻지 마세요.’

“...”

심호흡하던 표세연은 양시연과 시선이 마주쳤다.

양시연은 눈을 깜빡이다가 빠르게 고개를 숙여 고기를 입에 넣었다.

‘저한테도 묻지 마세요.’

그러자 표세연은 심장이 벌렁거렸다.

드디어 길고 긴 저녁 식사가 끝나고 두 가문은 긴 인사를 뒤로하고 각자 헤어지기로 했다. 표세연은 바로 연정훈에게서 ‘내부 소식’을 듣고 싶었지만 연정훈은 장모님 챙기기에 바빴다.

이희영은 빠르게 다른 손님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그래서 양시연 일행이 있는 부근에는 인적이 뚝 끊기고 오가는 차량 하나 없었다.

양홍두와 양씨 가문 가족을 배웅하고 양시연도 따라 차에 오르려 하자 연정훈이 양시연의 손목을 잡았다.

“왜요?”

양시연이 고개를 돌렸다.

‘뭐야?’

연정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반대 편의 차량 문이 벌컥 열렸다.

양지원과 양석진이 차 안에 앉아 조용히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

연정훈은 한참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오늘 일찍 쉬어.”

양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걱정하지 마요. 정훈 씨도 일찍 쉬어요.”

그리고 양시연은 망설임 없이 잡힌 손을 빼내고 빠르게 차에 올랐다.

그 자리에 덩그러니 남겨진 연정훈은 어쩔 수 없이 양석진과 양지원에게도 고개 숙여 인사를 올렸다. 커다란 몸집의 연정훈이 오늘따라 작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48화

    혼인 신고를 마쳤다고 해도 양시연과 연정훈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연정훈은 불만이 가득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결혼 준비는 계속 이어지고 초반에는 양시연도 무리 없이 출근과 결혼 준비를 같이 준비했지만, 후반에는 신경 쓸 게 너무 많아 모든 정신을 결혼 준비에 쏟았다.결혼식은 아주 심플한 야외 결혼식을 선택했다. 거기에 양가 부모님의 말씀 같은 모든 절차는 생략되었다.“양가 부모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말씀을 듣는 과정에서 정훈 씨 할머니를 뵈어야 하는데 한 번뿐인 결혼식에서 기분을 잡치고 싶지 않아요.”양시연의 말에 양지원은 당연히 동의했다.웨딩드레스는 빠르게 경인시로 배송이 되었다. 맞춤 제작은 1년 6개월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고 기다리고 싶지 않았던 양시연은 차라리 작지 않은 금액의 드레스를 선택해 자신의 몸에 맞도록 2차 수선을 하기로 했다.이번 결혼식의 묘미는 식전까지 신랑은 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만나지 못하는 것이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처음 보는 신랑의 벅찬 마음을 위한 이벤트라 할 수 있었다.그래서 웨딩드레스는 양씨 저택으로 배송을 받았다.양시연은 디자인이 꽤 마음에 들었다.양지원은 여러 드레스 모델을 직접 살피고 있었다. 양시연보다 디테일에 더 신경을 쓰는 양지원도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정훈이가 신경 많이 썼나 보네. 짧은 시간 안으로 이렇게 좋은 퀄리티 드레스를 찾은 걸 보면.”양시연은 창가에 자리를 잡고 메이크업을 받을 준비를 했다.솔직히 말한다면 양시연도 조금 감동을 받았다.연정훈이 결혼 준비에 많은 신경을 쏟은 게 곳곳에서 티가 났다. 많은 디테일은 양시연의 상상을 초월했다.사실 그동안 양시연은 우리가 결혼하게 된다면 정말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 연정훈을 향한 마음은 예전처럼 불타오르지 않는데 연정훈은 아직도 뜨거운 사랑을 하고 있었다.그리고 현재 연정훈의 정성을 보면 조금 불만이 동반되기도 했다. 왠지 몇 년 전에 소홀했던 부분을 채워주려 노력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최신 업데이트 : 2024-12-19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49화

    양지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연정훈이 전화를 걸어왔다.“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우리가 제 흉을 보고 있는 건 어떻게 알았지?”양지원의 농담 섞인 말투에 양시연이 웃음을 터뜨렸다.“아마도 웨딩드레스가 마음에 드는지 물어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그래. 그럼 천천히 얘기 나누고 있어. 엄마는 아래층에 내려가 있을게.”“네.”양지원이 떠나고 핸드폰 배터리가 바닥난 양시연은 패드로 바꿔 보이스 톡을 진행했다.그리고 소리를 키우고 도우미를 불러 웨딩드레스를 벗으며 대화를 이어갔다.연정훈이 물었다.“마음에 드는 드레스는 있어?”“네. 있어요.”양시연이 말을 이었다.“그럼 정훈 씨는 결정했어요?”“나야 뭐 기본 정장이지.”“신경 쓸 게 많지 않아 좋겠네요.”“그래. 너만 예쁘면 돼.”두 사람은 왠지 노부부같이 심심한 대화를 이어갔다.도우미들이 바쁘게 움직였다.드디어 웨딩드레스를 벗은 양시연은 편하게 자리에 앉아 국수를 한 입 넣으며 연정훈과 대화를 이어갔다.“배고파? 뭘 그렇게 급하게 먹는 거야?”양시연이 참지 못하고 톡 쐈다.“웨딩드레스 환복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알아요? 거의 갑옷이 따로 없어요. 얼마나 무거운지 여러 사람이 도와주지 않으면 절대 시도도 못 해요.”연정훈이 입꼬리를 올렸다.“그래?”“네! 정장만 고르면 되는 정훈 씨가 참 부럽네요. 뭘 입어도 잘 어울릴 테니까요. 그냥 전날 밤 잠만 푹 자면 컨디션 최상이 되고 헤어만 손질하면 완성이잖아요.”양시연은 갑자기 연정훈의 칭찬을 늘려놨고 연정훈은 기분이 퍽 좋아졌다.“이건 어쩔 수가 없어. 내가 대신해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드레스를 포기할 수도 없잖아.”“에이 됐어요. 어떻게 힘든 일은 하나도 손에 대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몇십억이 되는 웨딩드레스인데 한 번만 참아보죠.”양시연은 농담으로 한 소리였는데 연정훈은 인상을 팍 찌푸렸다.“몇십억이라고?”“네...”“왜 그렇게 싼 걸 골랐어?”“...”연정훈은 생각보다도 더 진심이었다.“클래

    최신 업데이트 : 2024-12-20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50화

    양시연과 연정훈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뒤로 양혁수는 자주 집을 비웠다. 차라리 사무실에서 잠을 자거나 출장을 다녔다.양지원을 비롯한 다른 가족 성원들도 무슨 이유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모르는 척 넘어가 주었다.하지만 양시연은 그 뒤로 양혁수와 제대로 대화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그러나 결혼을 앞두고 양혁수가 자신을 찾아올 줄은 몰랐다.문밖의 양혁수는 반팔에 롱 팬츠를 매치했고 아주 편한 옷차림이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양혁수가 물었다.“웨딩드레스 고르는 거야?”양시연은 조금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맞아...”“이미 골랐어?”“응.”그리고 몸을 돌려 중간의 웨딩드레스를 가리켰다.양혁수의 시선이 새하얗고 화려한 웨딩드레스에 멈춰 섰다. 시선을 돌린 양혁수가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나쁘지 않네.”양시연은 입을 꾹 다물었다.짧은 침묵이 찾아오고 양혁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해외 지사에 문제가 생겨서 직접 다녀와야 할 것 같아. 그래서 결혼식은 아마 참석하지 못할 것 같아.”양시연은 마음이 복잡했다.양혁수와 진정한 가족이 되고 싶었지만, 결혼식에 양혁수가 온다면 왠지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았다.양혁수가 자진해서 참석하지 않는다고 말해주는 건 어쩌면 좋은 일일 수도 있었다.“얼마나 걸리는지 엄마한테는 말했어?”“뭘 그런 것까지 말하겠어.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난 너랑 다르게 해외에서도 한몫 톡톡히 하고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양시연이 웃음을 터뜨렸다.“넌 하나도 걱정되지 않지만 엄마가 걱정돼서 그래. 네가 인사도 없이 떠나면 엄마가 보고 싶어 할 거야.”“그건 일리가 있네.”양혁수가 혀를 '쯧' 하고 차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조금 있다가 얘기 잘할게.”“그래...”대화가 중단되고 양혁수는 양시연를 안아주고 싶어 망설였다.그때.쨍그랑 소리가 들려왔다.유리컵이 바닥에 떨어져 부서지는 소리가 양시연의 뒤로 들려왔다.몸을 돌려 확인했으나 등 뒤로 사람이 없었고 패드의 화면을 확인한

    최신 업데이트 : 2024-12-20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51화

    양시연은 솔직하게 말했다.[해외에 볼일이 있어서 우리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대요.]연정훈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이 말을 하는 양시연은 실망한 건지 아니면 정말 덤덤한 건지 추측했다.양시연과 양혁수가 해외에서 찍혔던 영상은 이미 모두 지웠지만 한번 본 것만으로도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그래서 양시연에게 두 사람이 정말 사귀었던 건 아닌지, 아니면 양혁수에게 한 번이라도 마음이 흔들린 적이 있는지 묻고 싶었다.그러나 입가까지 올라온 말을 또 꾸역꾸역 삼켰다.어차피 양시연의 미래는 자신과 함께였으니 과거에 연연할 필요가 없었다.[아쉽게 됐네.]연정훈이 답장을 했다.하지만 양시연은 양혁수가 핑계를 대고 서로를 위해 참석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양시연이 농담으로 이렇게 문자 보냈다.[다행히 결혼식 절차를 많이 생략했기 망정이지 오빠 자리가 빈다고 배우라도 찾아 앉힐 뻔했네요.]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말투에 연정훈은 긴장하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그래서 계속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말했다.[우리 시연이 한 수 앞을 내다보네.]양시연이 피식 웃으며 겸손을 떨었다.[과찬이네요.]결혼식의 세부적인 사항을 결정하고 양시연은 짬짬이 시간을 내어 연정훈에게 자선 사업에 대한 정보를 구했다.연정훈은 이러한 정보를 양시연에게 알릴 때만큼만 주도권을 가지는 기분이 들었다.아래층으로 내려온 연정훈은 영준을 찾아 간식을 먹였다.마침 핸드폰 너머의 양시연도 정보를 찾아보며 나비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그렇게 간만에 두 사람은 평화롭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연정훈은 진심을 다해 가르치고 양시연은 열심히 듣고 있었다.저녁 11시가 되고 양시연이 크게 기지개를 켰다.“오늘은 이만하고 이제 쉬어.”양시연이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요즘 들어 양시연은 자꾸 몸이 피곤하고 저녁 11시만 되면 잠이 쏟아졌다.영상 통화 배경은 어느새 안방으로 변하고 양시연은 몇 초 만에 파자마로 갈아입고 다시 화면에 나타났다.연정훈은 소파에 앉아

    최신 업데이트 : 2024-12-20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52화

    이목구비로 보았을 때 모연준의 시원시원한 인상은 유럽 쪽의 혈통이 아닌지 의심이 갔다.부승희는 모연준에 팔짱을 끼고 방 안의 사람들을 일일이 소개했다.양시연과 반우희는 저도 모르게 모연준과 이승우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외모와 가문을 놓고 보면 모연준은 이승우와 큰 차이가 없었다.그러나 양시연에게 ‘결혼 축하’ 인사를 하는 모연준은 아주 차가웠고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다.그러자 방 안의 온도마저 내려갔다.직전에 방을 찾은 이승우는 선물도 주고 짧은 인사를 나누는 내내 옆자리의 직원들까지 하하호호 웃게 만들었다.부승희의 취향 변화가 참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난 먼저 나가 있을게요. 내가 필요하면 불러요.”부승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스태프는 부승희와 안면이 있는지 농담 섞인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승희 씨는 성격이 활발하고 남자 친구분은 진중한 성격이라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겠네요.”부승희는 스태프를 덤덤하게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그런 셈이죠. 연준 씨랑 있으면 이상하게 침착해지더라고요.”옆자리의 다른 사람이 말을 걸었다.“당연하지. 네 나이를 생각해 봐. 다행히 연준 씨를 만나고 드디어 좀 차분해졌네.”“그렇네요.”양시연은 가만히 듣고 있었다. 지난번 만남에서도 부승희는 비슷한 말을 했었다.아무리 뜨거운 사랑도 결국 결말은 똑같다.양시연은 턱을 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런데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했다.연정훈이 문자를 보내왔다.[준비는 다 되어가?][네. 순리롭게 진행되고 있어요.][사람을 시켜 먹을 것 좀 보냈어.]양시연이 빠르게 문자를 했다.[여기에도 음식 많아요. 따로 보낼 필요 없어요.][네가 긴장할까 봐 그래. 뭐라도 먹으면 긴장이 덜 되지 않겠어?]양시연은 마음이 따뜻해졌다.[정훈 씨 집에서 직접 만든 블루베리 시럽이 그렇게 맛있다면서요? 우리 엄마가 계속 말하던데.][보내줄게.][그럼 있다가 먹어볼게요.][그래.]연정훈이 한참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배고프면 꼭 먹어. 화장실 다녀오

    최신 업데이트 : 2024-12-20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53화

    양지원은 양시연의 앞에서 양석진을 ‘아버지’라 칭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고 이것저것 재고 싶지 않았다.양시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잔뜩 기대되는 듯 눈을 반짝였다.결혼 이틀 전은 양시연이 양씨 저택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잠이 든 시간까지도 창가에서 양석진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양석진은 새벽 늦게 돌아왔는데 손에는 두 케이크가 들려 있었다.하나는 두리안 케이크고, 다른 하나는 과일 케이크였다.두리안 케이크는 당연히 양지원의 것이었다.양시연은 모둠 과일 케이크를 받아쥐고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내가 무슨 과일을 좋아하는지 몰라 이것저것 다 들어있는 거 사신 거죠?”양석진은 양지원의 맞은편에 앉아 그 농담을 받았다.“이걸로 만족해. 원래 네 엄마 입맛대로 둘 다 두리안 케이크로 사려고 했어. 그런데 창수 삼촌이 네가 이틀 뒤 결혼한다고 잘 챙겨주라고 하더라고.”양시연은 입을 삐죽였다.“자. 내가 잘라줄게.”양석진이 살짝 몸을 기울여 양시연의 손에서 케이크 나이프를 뺏어갔다.양시연은 옆자리에 얌전히 앉아 기다렸다.“네 엄마는 이 가게 케이크를 참 좋아해.”“오래된 가게잖아요.”양석진은 큼지막하게 케이크를 잘랐고 모든 딸기를 양시연 몫의 위로 올렸다.양시연은 두 손으로 케이크를 받았다. 마치 어린 시절 높은 시험 점수를 받고 외할머니에게 칭찬을 바라는 기분과 같았다.양석진은 케이크를 먹지 않았다. 대신 의자에 몸을 기대고 편히 앉아 양시연을 바라봤다.“천천히 먹어.”양시연은 한 입 크게 입에 넣다가 머쓱해졌다.양석진이 다정하게 물었다.“저녁 적게 먹은 거야?”“엄마가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서요.”“너도 같이하게?”양시연이 한숨을 내쉬었다.“엄마가 너무 열심히 다이어트해서 옆에 있는 나도 밥이 잘 넘어가지 않더라고요.”양석진이 입꼬리를 올렸다.그렇게 부녀는 작은 소리로 대화를 이어갔다.“세운시에서 경인시까지 거리도 먼데 매일 이렇게 오가면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겠어요?

    최신 업데이트 : 2024-12-21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54화

    양석진의 평생에 누구에게 가장 미안하냐 묻는다면, 그 답은 의심할 필요 없이 양시연이었다.양석진의 보배 딸 양시연.양석진과 양지원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 가장 불쌍한 사람은 아이였다.그래서 과거에 좀 더 신중할걸, 양지원이랑 좀 더 많이 대화해 볼 걸, 미리 양시연의 존재를 알아차릴걸, 하는 후회를 멈출 수가 없었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아봤더라도 양시연이 그렇게 고생하지는 않았을 텐데.하지만 양시연은 너무 착하고 순했다.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단 한 번도 원망한 적이 없었고, 양지원과 양석진에게 늘 감동과 따뜻함을 안겨줬다.양석진은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창가의 작은 머리가 보였다.양시연은 모르겠지만 양석진이 피곤을 무릅쓰고 집으로 돌아오는 건 양지원뿐만이 아니라, 창가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양시연이 보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었다.마음이 척척 맞는 부녀는 말 몇 마디에 사이가 퍽 가까워졌다.눈앞에 보이는 여러 웨딩드레스에 양석진이 물었다.“어느 드레스로 했어?”양시연이 손으로 가리켰다.양석진의 시선이 그 드레스로 한참 머물렀다.“사실 여기 있는 드레스를 모두 샀어요!”양석진이 의아해하자 양시연이 바로 말을 이었다.“이제 엄마랑 아빠랑 결혼할 때 여기에서 골라서 입으시면 돼요.”양석진이 조금 얼어붙었다.“엄마랑 결혼하실 건가요?”양시연의 질문에 문 앞까지 걸어가던 양석진이 자리에 멈춰서서 몸을 돌렸다.“어느 날 엄마 기분이 아주 좋은 날이면 연락을 해줘. 그럼 빨리 돌아와 설득해 볼게. 그러면 성공할지도 모르잖아.”양시연이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서 양손을 등 뒤로 배배 꼬며 말했다.“좋아요! 제가 꼭 연락드릴게요.”양석진도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이렇게 말했다.“너만 믿는다.”“당연하죠. 저만 믿으세요.”양시연은 과거 회상에 잠겨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어느새 12시가 지나고 있었다.결혼식은 2시로 예정되어 있었고 드디어 조금씩 긴장한 마음이 들었다.여러 스태프가 양시연을 둘러싸고 메이크업과 웨딩드레스를 체크했

    최신 업데이트 : 2024-12-21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55화

    “세상에!”조용해진 대기실에서 이승우가 또 갑자기 작지 않은 소리로 호들갑을 떨었다.다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돌려왔다.참다못한 부승원이 화를 내려는데 이승우가 부승원을 막아서고 핸드폰을 연정훈에게 내밀었다.“정훈아, 네 형님한테 사고가 생겼다는데?”연정훈이 인상을 찌푸린 채로 핸드폰을 건네받았다.이승우가 보여준 건 누군가가 보내온 사진이었는데 아마 양혁수와 친분이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사진에는 한 사람이 구급차에 실려 가는 게 찍혀 있었다.문자 내용은 비행기가 뜨자마자 추락했다는 것이었다.이승우가 그다음으로 보낸 문자는 사진 속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이었고 상대는 양혁수라 답했다.다른 사람들이 당황해할 때 이승우가 연정훈에게 물었다.“사람을 시켜 양시연 씨한테 물어볼까? 양시연 씨가 알면 오늘 결혼식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어?”연정훈이 표정을 구겼다. 잠시 고민하던 연정훈이 핸드폰을 이승우에게 돌려주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그런데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오고 진수빈이 안으로 들어왔다.“연 대표님, 방금 신부 측에서 웨딩드레스에 문제가 생겨 결혼식을 두 시간 미루고 싶다고 합니다.”대기실은 조용해졌다.이상한 점을 눈치챈 다른 사람들은 가만히 입을 다물고 상황을 지켜봤다.이승우는 속으로 큰일이 났음을 외치고 있었다.‘어떡하지! 정말 큰 일이야!’연정훈은 그 자리에 멈춰서 침착하게 진수빈에게 말했다.“시연이 말대로 결혼식 시간을 미뤄.”그리고 모든 사람을 뒤로하고 빠르게 신부 대기실로 향했다.보는 사람이 없자 연정훈은 발걸음을 더 재촉했다.신부 대기실에서.양시연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움직이다가 실수로 밟아 올이 나가버렸다.“너무 급해 마세요. 빨리 해결할 수 있어요.”스태프의 말에 양시연이 말했다.“정말 감사해요.”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심장이 쿵쿵대는 것이 왠지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그때, 문밖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뭐예요?”문이 열리고 여 아주머니가 들어와 사과했다.“제가 실수로 컵을 깨버렸

    최신 업데이트 : 2024-12-21

최신 챕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04화

    하나도 잘못이 없는 듯 당당하게 말하던 민지연은 연정훈의 차가운 시선에 점점 목소리가 낮아졌다.민지욱은 여전히 숨을 헐떡이며 울고 있었지만 연정훈을 힐끗 보다가 점점 울음소리를 낮췄다.그러자 뒤뜰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해졌다.민태용도 소식을 듣고 달려와 불만이라는 듯 양시연을 노려보았다.“그만하거라. 어린아이끼리 장난에 지금 뭐 하는 짓이냐!”그리고 이번 일을 가볍게 무마시키고 사람을 시켜 아이들의 옷을 갈아입히게 했다.그때 연정훈이 말했다.“서로의 얘기가 다르다면 누구의 말이 맞는지 제대로 확인을 해봐야죠.”연정훈이 끝까지 파고들 줄 몰랐던 사람들은 조금 당황해했다. 두 가문의 사이가 얼마나 좋은데 이런 일로 서로 얼굴을 붉힐 필요는 없었다.민태용이 연정훈을 말렸다.“정훈아, 너무 파고들지 말거라. 이건 사소한 일이지 않으냐?”“사소한 일이요?”연정훈이 말을 자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키우던 알파카가 물에 빠진 일이 사소하다는 건가요? 아니면 민지연과 민지욱이 거짓말을 하는 게 사소한 일이란 말씀인가요?”“난 거짓말한 적 없어요!”민지욱이 빠르게 반박했다.민지연도 눈물을 뚝뚝 흘렸다.“정훈 오빠, 그렇게 무턱대고 언니 말만 듣지 마요. 언니가 나와 지욱이를 물에 빠뜨리는 걸 직접 두 눈으로 봤잖아요!”민병식도 고민에 빠졌다.“그래 정훈아, 이미 벌어진 일이고 네 아내 말만 믿고 막무가내로 굴지 말 거라. 네 아내가 거짓말을 할 수도 있지 않느냐?”“제 아내는 거짓말하지 않아요.”연정훈은 아주 덤덤하고 냉철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자 주변 사람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양시연은 연정훈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점점 화가 가셨고 차츰 이성이 돌아오고 있었다.그래서 연정훈의 옆에 서서 물었다.“할아버님, 혹시 집에 감시 카메라가 있을까요?”민병식은 침묵했다.그러자 사람들은 생각에 잠겼다. 민씨 가문 뒤뜰에 감시 카메라가 없을 수는 없었다. 그러니 양시연이 거짓말을 한다면 먼저 카메라를 확인해 보자고 말할 리가 없었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03화

    민지연은 양시연이 다른 사람을 불러 함께 알파카를 구조할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이 상황에 대한 변명을 미리 생각을 해 두었다. 아무도 본인이 알파카를 개울가로 밀어 넣는 걸 보지 못했으니 말만 잘하면 누구도 본인을 탓하지 못할 것이다.그러나 양시연은 온몸이 젖도록 아무도 찾지 않고 홀로 알파카를 물 위로 끌어당겼다.민지연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깜짝 놀라버린 아이들은 다른 어른들을 부를 생각도 하지 못했다.양시연은 나비를 안아 들고 개울가 옆의 풀밭에서 거센 숨을 내쉬었다.“언니...”민지연의 부름에 양시연이 고개를 휙 돌렸다. 개울가에서 한참 실랑이하다 보니 머리는 물에 푹 젖어버렸고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지만 눈빛만은 살벌했다.그 눈빛에 민지연은 심장이 철렁했다.“뭐, 뭐예요? 알파카 스스로 개울가에 빠졌고 난 구하려고 했던 것뿐이에요!”양시연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서 치맛자락의 물을 쭉 짜냈다.민지연은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했다.그때, 양시연이 성큼성큼 민지연 쪽으로 걸어가더니 머리카락을 낚아채고 미친 것처럼 민지연의 머리를 개울가에 처박았다.민지연은 비명을 질렀다.옆의 나비도 꽥꽥 울고 있었다.정신을 차린 민지욱은 동생을 시켜 어른을 불러오게 하고 직접 양시연을 말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양시연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민지욱은 바로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양시연은 고통을 참으며 민지연을 기어코 개울가에 빠뜨렸고 바로 몸을 돌려 남자아이의 옷깃을 잡고 함께 개울가에 넣어버렸다.나비는 큰 돌멩이 위로 서서 힘차게 발을 굴렀다.정원에서 뒤뜰까지 겨우 몇 걸음이면 도착할 거리였기에 사람들은 빠르게 이곳으로 몰려왔다.연정훈과 민병식이 가장 먼저 달려왔고 양시연이 민지욱을 개울가에 넣는 걸 보며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민병식은 제 손자를 끔찍하게 아꼈다. 그래서 바로 달려가 양시연을 밀어내려 했다.그러나 연정훈이 한 발 더 빨랐고 먼저 양시연의 앞을 막아섰다.“시연아!”양시연은 이제 힘에 부쳤고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02화

    “얘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해?”방미선이 인상을 찌푸리며 민지연을 향해 한소리를 하더니 또 양시연을 향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우리 아이를 오냐오냐 키워서 얘가 버릇이 없어. 시연이 네가 이해해 줘.”“괜찮아요.”양시연은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직 어리니 그럴 수 있죠. 그리고 틀린 말도 아닌걸요.”민지연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양시연이 만만하다고 느껴지자 민채영도 말을 얹었다.민채영의 동서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양시연더러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는 시늉을 했다.양시연은 그저 말없이 디저트를 먹거나 차를 마시며 민채영의 말에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그렇게 한참을 떠들던 민채영은 양시연이 자신의 말을 여겨듣지 않자 바로 얼굴을 구겼다.그러자 옆자리의 민지연이 잽싸게 말했다.“언니, 작은 엄마가 얘기 중이잖아요. 왜 대답을 안 해요?”양시연이 마시던 차를 내려놓자 민지연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언니는 우리 정훈이 오빠랑 결혼한 게 다행인 줄 알아요. 집안 어른이 얘기 중인데 대꾸도 하지 않는다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저도 어릴 땐 이런 문제로 참 많이 혼이 났어요.”“그러게요.”양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가끔은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훈 씨가 외동이라 철없이 태클 거는 시누이가 없거든요. 시어머니도 저를 많이 챙겨주시고 절대 사사건건 간섭하거나 가르치려고 하지도 않거든요.”민채영과 민지연은 한순간에 말문이 막혔다.정신을 차린 민지연이 바로 대꾸하려고 하자 방미선이 먼저 눈치를 채고 얼굴을 굳혔다.“자꾸 랑이만 데리고 이곳저곳 다니지 말고 위층으로 올라가 있어!”민지연은 사람들 앞에서 한 소리 듣자 바로 얼굴이 시뻘게졌다. 참지 못하고 말대꾸를 하려는 찰나 연정훈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여 바로 입을 꾹 다물었다.방금까지 말을 쉬지 않고 하던 민채영도 조용해졌고 아예 단청했다.연정훈은 양시연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새로 생긴 프로젝트에 관해 얘기 중인데 너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01화

    민지연이 나타나는 순간부터 양시연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연정훈의 뒤로 몸을 숨긴 민지연은 또 나비의 목줄을 당겼다.이에 깜짝 놀라버린 나비가 상대를 확인하고 민지연과 민지연의 개를 향해 침을 뱉기 시작했다.민지연은 화들짝 놀라며 개를 안고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로 연정훈을 향해 말했다.“정훈 오빠, 시연 언니가 키우는 알파카 엄청 사나워요!”‘허.’‘그래봤자 네가 키우는 개보다 더 사납겠어?’양시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연정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키우는 개가 나비를 놀라게 한 거야. 나비는 정말 착한 아이야.”민지연은 씩씩대며 자기 개를 변호했고 연정훈은 이런 민지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개 목줄이나 잘해.”명령 시조의 말은 짧지만 강했다.목줄을 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안 좋은 일이 생길 거라 협박한 것도 아니었는데 민지연은 무언의 압박감이 느껴졌다.“알겠어요.”민지연이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그때, 저택에서 중년 부부가 활짝 미소를 지으며 걸어왔다.“드디어 왔구나. 미리 준비하고 너희 둘만 기다리고 있었어.”연정훈이 ‘삼촌’, ‘숙모’라 호칭하며 인사를 했고 또 양시연을 소개했다.양시연도 기죽지 않고 인사를 건넸다.양시연이 인사를 건네자 숙모 방미선은 바로 양시연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 양시연과 과거 친분이 있는 것처럼 다정하게 말을 걸고 활기찬 나비를 보며 칭찬도 했다.“어머, 너무 예쁜 알파카네. 이렇게 예쁜 알파카는 이름이 뭐야?”“나비예요.”“이름 잘 지었네. 이름이 참 어울려.”양시연은 살포시 미소를 지었고 옆으로 밀려난 민지연이 개 목줄을 잡고 입을 삐죽이는 걸 지켜봤다.삼촌 민병식은 연정훈과 나란히 정원으로 걸어갔고 고개를 돌려 민지연에게 경고를 날렸다.“지연아, 랑이 목줄 꼭 쥐고 있어. 네 새언니 놀라게 하지 말고.”그러자 민지연이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양시연은 방미선의 손에 이끌려 정원으로 향했다.그리고 나비는 아주 기세등등하게 개를 향해 침을 칵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00화

    화해의 첫걸음은 연정훈이 내민 말이었다.“오늘 저녁에 작은 모임이 있어. 같이 가자.”양시연은 속으로 살짝 기뻐하며 유치하게 연정훈이 먼저 말을 꺼낸 거로 생각했다.“어디에서 열려요?”“우리 외삼촌이 계신 민씨 가문에서.”양시연은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할머니 쪽 친척인가요?”“응. 그분들은 경인에 잘 안 계셔. 우리가 결혼해서 온 거야.”양시연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결혼 후 신부를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는 풍습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젊은 세대에서는 이런 풍습이 잘 지켜지지 않지만, 연씨 가문처럼 대가족을 중요시하는 가문에서는 이 전통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양시연과 연정훈이 신혼여행을 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친척들은 며칠 동안은 방해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약속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예를 들어 연정훈 어머니의 친정 쪽인 표씨 가문에서는 이미 약속을 잡았지만, 그쪽에서는 배려심을 발휘해 날짜를 다음 달로 미뤘다. 새로 결혼한 부부의 신혼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민씨 가문은 조금 이상했다. 저녁 식사 초대는 양시연에게 직접 알리지 않고 연정훈에게만 급히 약속을 잡은 듯했다.연정훈은 양시연의 생각을 읽은 듯 말했다.“나랑 같이 가면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해.”양시연은 죽을 한 숟가락 떠먹으며 그를 쳐다보지 않고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어떤 사람들은 말은 그럴듯하게 하지만, 정작 본인들이 저에게 눈치를 주죠.”연정훈은 어이없었다.“...”그는 이참에 변명하려 했지만, 양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훈 씨라고 한 적 없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연정훈은 침묵했다.“...”결국 그는 침묵을 택하고 아무 말 없이 그녀에게 반찬을 집어주었다.양시연은 콧노래를 부르듯이 살짝 기분이 풀려 그가 준 반찬을 집어 먹었다.두 사람은 절반쯤 화해한 상태가 되었다.오후에는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며 여러 번 대화를 나누었고 마침내 관계는 평소처럼 정상적인 소통 상태로 돌아왔다.여 아주머니는 몇 번이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99화

    서재에서.연정훈은 같은 자세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눈을 감고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을 느끼며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지 여러 번 의심했다.‘양시연...’속으로 양시연의 이름을 되뇌며 좋아서 미소가 번지다가도 이내 이를 갈았다.‘진짜 당해낼 수가 없네. 내가 졌네. 양시연한테 완전히 넘어갔어.'연정훈은 잠깐 양시연이 자신이 엔이라는 걸 알고 일부러 괴롭힌 게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곧바로 침실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에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는데 그제야 자신이 아직도 엔인 척하며 사진을 찍었던 옷을 입고 있다는 걸 깨달았고 서둘러 옷을 벗어 던졌다.옷을 벗었을 뿐만 아니라 아예 버렸다. 옷만이 아니라 물을 마셨던 컵조차 그대로 버렸다.그리고 자기 손을 내려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안타깝게도 손은 잘라버릴 수 없네.’다행히 사진은 몇 초 만에 사라지는 플래시 이미지였고 양시연도 연정훈이라는 걸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다. 몇 초만 더 있었어도 양시연은 알아봤을 수도 있다.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서재에서 한참 동안 서 있었다. 마음이 진정되기를 기다린 뒤에야 침실로 돌아갔다.침실에서 양시연은 일련의 일을 마무리한 뒤 기분이 한결 상쾌해졌다.인터넷 속 노련한 남자들에게 한 방 먹인 듯한 기분이었다. 다시는 어린 여자애를 만만하게 보거나 함부로 아무에게나 치근덕대지 못하도록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양시연은 침대에 누워 연정훈을 걱정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들어오지 않는 걸 보니 혹시 회사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가 싶었다.소리가 나자 양시연은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연정훈은 조용히 방으로 들어왔고 마음속으로 준비했다.양시연이 올린 게시물의 문구가 떠올라 연정훈의 가슴에 억누를 수 없는 흥분이 밀려왔다. 겉으로는 침착한 척했지만, 그의 눈빛은 설렘과 흔들림으로 가득했다.그가 침대 옆으로 다가갔을 때 방 안은 어두운 조명으로 부드럽게 물들어 있었다. 양시연은 조용히 자는 척하며 침대에 누워 있었고 연정훈 쪽으로 등을 돌리지 않은 채 똑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98화

    양시연은 몰래 연정훈을 살폈다.연정훈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전화를 받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간간이 차가운 대답만 내뱉으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겉으로는 업무 통화를 하는 듯 보였다.반대편에서 이승우는 갑작스럽게 엉뚱한 제안을 내놓았다.“간단하지 않아? 네가 양시연 씨한테 과감한 셀카 이미지를 보내봐. 시연 씨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지 않냐?”연정훈은 이마를 찌푸렸다.그의 첫 생각은 분명 양시연이 엔을 바로 차단할 거라는 것이었다.그러나 이승우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덧붙였다.“근데 혹시 시연 씨가 재빨리 캡처해서 저장이라도 하면? 그러면 너희가 온라인 연애를 시작하게 되는 거지. 은근히 짜릿하지 않아?”연정훈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끊는다.”“야야야!”이승우는 급히 웃으며 말렸다.“농담이지.농담. 왜 이렇게 진지해?”“진지하게 말하자면 네가 해봐. 보내고 나면 시연 씨는 바로 너를 차단할 거야. 그동안 유지해 온 냉철하고 전문적인 이미지가 느끼한 남자 이미지로 추락하겠지. 그러면 넌 앞으로 시연 씨 앞에서 연기할 필요도 없어지잖아. 숨어있던 가상 라이벌도 제거되고.”이승우의 마지막 한마디가 연정훈을 잠시 고민하게 했다.결국 그는 전화를 끊었다.양시연은 연정훈의 굳어진 표정을 보며 회사가 파산 위기에 몰린 것 같은 심각한 분위기를 느꼈다.‘그러지 마. 아직 내 손에 오지도 않았다고.'양시연은 노트북을 품에 안고 연정훈의 움직임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지켜보았다.연정훈은 서재로 향했다.양시연은 문득 궁금해졌다. 정말 중요한 일이 있나 싶어 물어보고 싶었지만, 입을 다물었다.약 15분이 지나자 그녀의 화면이 갑자기 흔들렸다.양시연이 클릭하자 한 장의 이미지가 번쩍 떴다.이미지 속에는 검은 셔츠를 입은 남자가 있었다. 셔츠의 목 부분 단추 두 개가 풀려 있었고 물잔을 든 손가락의 관절이 또렷하게 보였다. 컵이 그의 입술 가까이에 놓인 상태였고 날카롭고 뛰어난 턱선이 매끄럽게 드러나 있었다.물 마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97화

    “연정훈 씨에게 삼계탕을 끓여주세요. 연정훈 씨가 돌아오면 아주머니께서 직접 가져다주세요.”양시연이 조용히 여 아주머니에게 말했다.여 아주머니는 기쁘게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연정훈 씨를 생각하면서 앞에서 좀 웃어줘요. 연정훈 씨 답답해서 쓰러지겠어요.”“싫어요. 정훈 씨가 먼저 냉전 시작했잖아요.”여 아주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양시연의 입가에 살짝 번진 미소를 보고는 이 부부가 그저 서로 장난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다지 심각한 갈등이 아니라 일상에 재미를 더하려는 정도였다.연정훈이 주차장에서 올라오자 양시연은 거실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나비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나비는 기운차게 먹이를 먹으며 주위를 뛰어다녔다.둘 다 고집스러운 성격답게 연정훈의 존재는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였다.‘하.’연정훈은 차가운 얼굴로 계단으로 향하려다가 여 아주머니가 불려 세워졌다.여 아주머니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특별히 삼계탕을 끓였어요. 한 그릇 드셔보세요!”연정훈은 여 아주머니에게는 늘 예의를 갖추었다. 장모님 댁에서 오래 함께한 식구였기에 괜한 감정을 상하게 할 이유는 없었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의 양시연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양시연은 연정훈을 힐끗 쳐다보다가 그가 자신을 보지 않는 걸 확인하고 내심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고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여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여 아주머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고 양시연은 입술을 삐쭉 내밀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 아주머니는 두 사람을 어린아이 대하듯 탕을 각각 한 그릇씩 가져다주었다.연정훈에게 그릇을 건넬 때 여 아주머니는 사실 이 삼계탕이 양시연이 부탁한 것임을 말하고 싶었지만, 뒤에서 들려온 양시연의 가벼운 기침 소리에 말을 삼켰다.마침 연정훈이 고개를 들었다.여 아주머니는 양시연을 등지고 조용히 연정훈에게 다가가 그녀를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양시연 씨가 끓이라고 한 거예요.”연정훈은 잠시 멍해졌다.여 아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96화

    양시연과 연정훈의 냉전은 여 아주머니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처음에 여 아주머니는 무조건 양시연 편을 들며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며칠이 지나도 연정훈이 전혀 화를 내지 않자 여 아주머니는 오히려 민망해졌다.여 아주머니는 양지원에게 전화를 걸어 처음에는 불평했지만, 점점 좋은 말들로 대화를 이어갔다.“제 생각엔 연정훈 씨는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런데 시연 씨가 좀 무심한 것 같아요. 아침 식사할 때도 표정이 안 좋고 연정훈 씨가 여러 번 말을 걸려고 해도 휴대폰만 보면서 눈길도 주지 않더라고요.”양시연은 그 말을 우연히 듣고 일부러 가볍게 기침했다.여 아주머니는 뒤를 돌아 민망한 듯 웃음을 지었다.양시연은 전화가 끊기자 일부러 질투하는 척하며 한숨을 쉬고 불평했다.“아주머니는 엄마 쪽 분인데 왜 외부인 좋은 말만 해요?”“외부인이라니요?”여 아주머니는 양시연을 노려보며 말했다.“그건 시연 씨의 남편이에요. 우리 집안 식구이죠!”양시연은 웃으며 들고 있던 차를 내려놓고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아무 문제 없어요.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정말요?”“네. 그냥 정훈 씨를 살짝 놀리는 중이에요.”여 아주머니는 말없이 양시연을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좋은 걸 배워야죠. 아씨처럼 남편을 괴롭히고...”양시연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엄마가 아빠를 어떻게 괴롭히는데요?”“에이. 그게 중점이 아니잖아요.”양시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부엌을 빠져나갔다.사실 그녀와 연정훈의 냉전은 진지한 것도 아니었고 큰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어린애들처럼 서로 삐쳐 있는 상태였다.연정훈이 질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양시연은 알고 있었다.하지만 왜 양혁수 이야기만 나오면 민감해지고 긴장하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는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 전에 그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정훈이 앞으로도 무슨 일이 생기면 벙어리처럼 입을 닫아버릴까 봐 걱정됐기 때문이다.양시연은 냉전을 좋아하지도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