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80화

작가: 라오
부엌에서.

양석진은 소매를 반쯤 걷고 얼굴을 굳힌 채 조리대 앞에 서서 몇 개의 냄비를 확인했다. 뒤에서는 오븐 안에 아직도 한가득 디저트가 있었고 양석진은 디저트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양지원은 문 앞에 멈춰 서서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양석진은 양지원을 한번 쳐다보았다.

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면서 말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

양석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디저트 좀 옮겨줘.”

“네!”

일이 생긴 양지원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서둘러 안으로 들어와 작은 접시에 담긴 블루베리 파이를 우아하게 들어 나갔다.

양석진은 양지원에게 한 번에 간식을 다 가져가라고 쟁반을 가져다주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진지하게 걸어 나가는 양지원을 보고는 말문이 막혔다.

양석진은 한동안 말없이 양지원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했다.

양지원은 옛날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수년 동안 양석진은 양혁수를 자주 보지 못했기에 양지원이 이미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더 이상 예전의 소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했다.

지금에서야 안시연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들이 정말로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여 년 동안 양지원을 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양지원이 보낸 쿠키에 독이 들어 있었다 해도 양석진은 그것을 아껴 조금씩 먹었을 것이다. 마치 서서히 독에 물드는 것처럼 말이다.

생각할수록 답답하고 화가 치밀었다.

이제 이 자리에까지 왔는데도 여전히 이렇게 한심하다는 생각에 답답함이 밀려왔다.

그때 양창수의 말을 따랐어야 했다.

오성호를 없애고 양지원을 지구 어딘가 외진 곳에 던져놨으면 그녀를 길들일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다 끝났어. 아이가 아이를 낳을 만큼 세월을 허비했으니!’

양지원은 블루베리 파이를 내려놓고 자리를 살짝 조정한 후 고개를 돌리니 양석진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양석진의 눈빛은 마치 사람을 잡아먹을 듯했다.

양석진이 여전히 자신에게 화가 난 것 같아 겁에 질린 그녀는 억지로 태연한 척하며 작은 접시들을 하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81화

    켁켁!양지원은 죽을 거의 뿜을 뻔했다.재빨리 휴지를 꺼내 입을 닦고는 양석진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양창수! 아무 말도 안 한다고 했으면서 다 말해버렸네!’양석진은 양지원의 반응을 보고 질투심이 치밀어 올랐다.“아까워서 그래?”양지원은 미간을 찌푸렸다.정말 재수 없었을 뿐 전혀 아깝지 않았다.“아깝지 않아요.”양석진은 느리게 말했다.“홧김에 그런 말 하지 마. 나중에 내가 정말 사람을 시켜 처리하면 그때 와서 울면서 나한테 책임지라고 하지나 말고.”“석진 씨가 하면 안 돼요!”양지원이 양석진의 말을 끊었다.‘석진 씨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잖아.’양석진은 잠시 침묵했다. 방금 전까지는 담담했지만, 다음 순간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일어나 거실로 향했다.양지원은 의아했다. 아직도 숟가락을 들고 불안한 기색을 지우지 못했다.“석진 씨, 제가 이미 다 준비해 놓았어요. 죽이지 못하더라도 화서시에 갇힐 거예요.”양지원은 잠시 멈칫하고 덧붙였다.“석진 씨, 이 일에 손대지 마세요. 괜히 당신만 곤란해질 거예요.”양석진은 커피 테이블 밑에서 원래 없을 담배를 찾으려 하다가 양지원의 말을 듣고는 잠시 양지원을 힐끗 쳐다보았다.‘석진 씨가...오해했나?’양석진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양지원 앞에 앉았다.“오성호가 밖에 다른 여자가 있어서 마음을 그렇게 독하게 먹은 거야?”사랑이 미움으로 변하는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양지원은 눈살을 찌푸렸다.‘왜 자꾸 오성호 씨 이야기를 꺼내는 거지?’“미워할 것까지는 없어요. 우리 결혼할 때부터 오성호 씨를 그렇게 많이 사랑하지 않았어요.”“그러면 왜 결혼했어?”양지원은 말문이 막혔다.양지원은 조용히 그릇 안의 죽을 저으며 불편함을 느꼈다. 그 일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았다.‘심혜설과의 약속 때문이었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양석진의 사업을 위해서였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다른 가문과의 결혼을 피하려고 했다고 말할까?’모든 이유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82화

    양지원은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오랫동안 생각한 끝에 선물 리스트를 작성하다가 결국 지쳐 잠들었다.양석진은 양지원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밖에서는 양창수와 손문병이 차 안에서 통창을 통해 양석진이 양지원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가는 장면을 뚜렷하게 지켜보고 있었다.양창수는 혀를 찼다.손문병은 몸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얼굴은 점잖았지만 행동은 완전히 호기심으로 가득했다.그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그러니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애가 있는 부부는 쉽게 이혼 못 한다고용.”왜 ‘용’이라는 말투로 말하는지 의문스럽다.양창수는 손문병을 흘겨보았다.바로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양창수는 놀라서 전화를 받으며 물었다.“어떤 지시 있으십니까?”“들어와.”양창수는 신나는 듯한 표정으로 정색하고 물었다.“위층으로 올라가도 되나요?”‘괜히 볼 것 못 볼 것을 보게 되는 거 아니야.’양석진이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말고 거실에서 기다려.”쳇.결국 위층은 안 되는 거였다.양창수는 가볍게 기침하고 옷을 정리한 뒤에 차에서 내렸다.손문병은 여전히 의아한 표정으로 그의 시선을 따라갔고 왜 자신은 부르지 않느냐는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양창수는 고개를 들어 콧대를 세웠다.‘훗! 네 차례는 아직 아니다.’양창수는 거실에 들어가 반나절을 기다린 끝에 양석진이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을 보았다.양창수는 양석진의 셔츠 목 부분을 힐끗 보았다.깔끔했다.에휴.양석진은 양창수에게 리스트를 건네며 말했다.“창고에서 이 물건들 다 찾아.”양창수는 대충 훑어보며 전부 보석, 옷, 그리고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인 것을 알았다.“과자는 마트에서 사 와. 많이 사.”양석진이 말했다.“알겠습니다.”양창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갈 준비를 했다.그런데 갑자기 양석진이 그를 불렀다.“나도 같이 갈 거야.”양창수는 급히 양석진을 말렸다.“아니. 아닙니다. 제가 사람을 보내서 사 오게 할게요.”“안 돼.”“시간 남으면 그동안 과자라도 포장하시죠. 그것도 나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83화

    반우희는 녹음기를 충전해 두고 동료가 놀러 가자고 불러내자 기쁘게 따라나섰다.“얼른 다녀와. 희주랑 애들이 돌아오면 우리 집에서 같이 밥 먹자.”외할머니가 말했다.“최 할머니, 감사합니다!”반우희는 미소를 지으며 나갔다.“이 아이는 참...”외할머니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매일매일 이렇게 즐겁게 사는구나.”그때 소현정이 집으로 돌아왔다. 외할머니는 아이들이 돌아와 함께 식사할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아래층 반찬 가게에 가서 반찬 좀 사 와라.”“명절인데 반찬을 팔겠어요?”소현정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아이들도 아닌데 왜 이렇게 신경을 써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외할머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장씨네 반찬 가게는 설날 아침만 빼고는 일 년 내내 문을 닫은 적이 없단다.”“엄마, 너무 오버하지 마세요.”소현정이 갈 생각이 없어 보이자 외할머니는 직접 나갈 수밖에 없었다.외할머니가 나간 후 소현정은 혼잣말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몇 년 전만 해도 명절에 오성호가 항상 곁에 있었는데 이번에는 다른 여자가 생긴 건 아닌지 불안했다.그 생각에 소현정은 오성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다섯 번이나 시도했지만, 겨우 연결된 전화에서는 차가운 꾸짖음만 돌아왔다.소현정은 충격에 빠졌고 억울한 마음에 눈물을 터뜨렸다....외할머니가 물건을 들고 집에 돌아왔을 때 그녀는 누군가 울고 있는 소리를 들었다.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소현정이 식탁에 엎드려 숨넘어갈 듯 울고 있었다.“무슨 일이냐?”외할머니를 보자 소현정은 급히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그러고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딸이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딸은 딸이었다.외할머니는 젊은 시절 소현정의 반항적인 태도가 싫었지만, 지금은 딸이 안쓰러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문을 몇 번 두드리며 위로하려 했으나 안에서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그만 좀 하세요!”소현정이 울부짖듯 소리쳤다.외할머니는 한숨을 쉬며 돌아섰다.조용히 음식을 준비하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84화

    “엄마, 이 손 놔요!”소현정이 외쳤다. 곧 경계심을 드러내며 목소리를 낮췄다.“손 놓으세요!”“너, 네가 여기서 무슨 말을 한 거야?”외할머니는 소현정의 손목을 붙잡고 녹음기를 빼앗으려 했다.“뭐가요. 엄마가 잘못 들었어요!”“나 아직 정신 멀쩡해!”외할머니는 얼굴이 붉어지며 딸을 매섭게 바라보며 다급하게 움직였다.“시연이 네 딸이 아닌 거지 그렇지?”“네!”소현정은 당황해서 아무 말이나 뱉었다.“당연히 내 딸이죠! 시연이가 내 딸이 아니면 누구 딸이겠어요!”“아니야. 아니야.”외할머니는 연신 되뇌며 소현정의 손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손톱이 파고들어 피가 날 정도였다.“너 거짓말하고 있어! 방금 내가 똑똑히 들었어!”소현정이 반박하려 했지만, 외할머니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어쩐지...네가 왜 시연이를 보러 오지 않는지...”수많은 의심이 한꺼번에 떠올랐다.그녀는 양지원의 얼굴을 떠올렸다. 여러 번 영상에서 그녀를 볼 때마다 안시연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다.그때...외할머니는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 봤지만, 결국 그 모든 생각을 부정했다. 차라리 소현정이 정말로 매정한 사람이라고 믿는 것이 나았지 세상에 진짜로 아이를 바꿔치기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믿기 어려웠다.소현정은 당황했다. 그녀는 엄마가 뭔가를 알게 되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소현정은 엄마의 손을 붙잡고 간절히 말했다.“엄마, 제발 모른 척해 주세요. 부탁이에요. 이렇게 부탁드릴게요!”“내 아들이자 엄마의 외손자가 곧 양씨 가문의 회장이 될 거예요! 이런 중요한 순간에 제발 방해하지 말아 주세요!”부처님이시여.외할머니는 딸의 광기와 욕망에 찬 얼굴을 보며 그 모습이 낯설고 두려웠다.평생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던 그녀는 어떻게 이런 딸을 낳게 되었는지 의문스러웠다.분노와 슬픔에 휩싸여 몸이 말을 듣지 않았지만, 그녀는 마지막 힘을 다해 소현정의 뺨을 내리쳤다!“너 이러고도 사람이야?”소현정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85화

    소현정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세 명의 아이...소현정은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때 희주가 아무 경계도 없이 다가와 말했다.“이모, 어디 가세요?”소현정은 순간적인 위기 속에서 재빠르게 희주의 손을 잡아끌며 승주에게 다급히 말했다.“승주야, 빨리! 이모 좀 도와줘. 외할머니가 갑자기 아파서 쓰러지셨어!”보통의 아이였다면 당황했을 텐데 조숙한 승주는 침착하게 손목에 찬 애플워치로 119에 전화를 걸고 구급차를 요청했다.소현정은 승주가 직원들에게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며 온몸이 떨렸다.“오빠, 언니에게도 연락해요!”희주는 승주에게 상기시키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이웃들에게 도움을 청하러 갔다.아이들을 잘 보살펴 주던 이웃들은 무슨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달려왔다.승주는 반우희에게도 연락했고 반우희는 근처에 있어서 구급차보다 먼저 도착했다.현장은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었고 소현정은 계단에 주저앉아 있었다.눈앞의 모든 것이 흐릿해지고 머릿속도 멍해졌다. 그녀의 정신은 이성과 광기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아들, 돈, 엄마...’아니야!소현정은 혼란스러운 마음에 일어나 엄마가 들것에 실려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는 무작정 뛰어가 그녀를 덮쳤다.“엄마...”“나를 좀 봐요. 제발 나를 봐요!”주변 사람들은 소현정이 감정적으로 격해지자 다가가 그녀를 붙잡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구급차가 도착했고 보호자인 소현정은 따라가야 했다.반우희는 젤 끝으로 밀려났다. 잠시 주저하다가 결국 구급차에 함께 올라탔다....원주에서.안시연은 동료들과 함께 식사하러 나가려던 중 반우희의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우희 씨?”“언니, 안시연 언니!”다급한 목소리에 안시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우희 씨, 무슨 일이에요?”“언니, 빨리 집에 와요! 외할머니가 쓰러지셔서 병원으로 가고 있어요!”안시연의 머릿속이 쿵 하고 울렸다!순간적으로 온몸이 굳었고 얼굴은 창백해졌다. 주변 사람들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86화

    반우희는 막연한 추측으로 질문한 것이 아니었다. 바닥에 흩어진 물건들 외할머니가 바닥에 쓰러져 있던 모습 그리고 소현정의 격한 감정 이 모든 것을 보고 두 모녀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있었을 거라 짐작했다.하지만 외할머니는 그저 눈물만 흘리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반우희는 잠시 안도한 뒤 곧바로 물었다.“외할머니, 안시연 언니에게 하실 말씀 있으세요?”이 말을 듣자 외할머니는 반우희의 손을 꼭 잡으며 입을 떼려 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소리를 낼 수 없었다.수술실 앞에 도착했을 때 반우희는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직감하고 눈물을 흘리며 속으로 간절히 외쳤다.“외할머니, 조금만 더 버티세요. 안시연 언니가 곧 도착할 거예요!”“가족분들은 이쪽으로 물러나 주세요.”그 익숙한 말이 다시 들려왔다.반우희는 그 말이 주는 무력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홍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응급실에서 마지막으로 들었던 그 말이었다.결국,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기억이 떠올랐다.반우희는 복도 의자에 힘없이 주저앉으며 깊은숨을 내뱉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연정훈이 도착했다.연정훈이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병원장과 최고의 의사들이 모여들었다.얼마 전 새로 합류한 최정예 의료팀이 있다고도 했다.반우희는 그 말을 듣고 희망의 불씨를 품으며 조용히 기다렸다....원주에서.양지원과 양석진은 차를 타고 막 고속도로를 빠져나왔다. 양지원은 긴장한 듯 가져온 선물을 만지작거리며 안시연이 이 선물을 좋아할지 고민하고 있었다.그 순간, 전화가 걸려 왔다.“양 대표님, 안시연 씨가 15분 전에 갑자기 기차역으로 향했고 이미 경인으로 돌아갔습니다.”양지원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슨 일이죠?”“조사한 결과 안시연 씨 외할머니와 관련된 일인 것 같습니다. 출발할 때부터 상황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안전을 위해 저희가 계속 안시연 씨를 따라가고 있습니다.”양지원은 즉시 차를 돌려 경인으로 향했다.양석진이 양지원을 바라보며 말했다.“안시연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87화

    안시연은 수술실 밖에서 마치 외할머니를 본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외할머니는 그날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환하게 웃으며 안시연에게 손을 흔들며 잘 있으라고 당부하는 것 같았다.안시연의 눈앞은 눈물로 흐릿해졌고 정신은 점점 몽롱해지며 외할머니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그 순간, 병원장의 낮고 미안한 목소리가 귀가에 스며들었다.“연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는 최선을 다했습니다.”안시연은 이 말을 듣자마자 미친 듯이 소리치며 그들에게 계속해서 응급처치해달라고 외쳤다.“최선을 다했다니, 최선을 다했다니!”병원장은 연신 사과했지만, 안시연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연정훈은 안시연을 껴안으며 진정시키려 했으나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셔츠를 필사적으로 꽉 잡았다.“연정훈 씨! 전문가를 불러와요. 외할머니를 살려주세요!”연정훈은 안타까움이 가득한 눈으로 안시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지만, 그마저도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했다.안시연은 결국 무너져 내려 거의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그녀는 연정훈의 품속에서 필사적으로 숨을 몰아쉬며 다시 한번 외할머니를 살려달라고 애원했다.수술실 밖에는 죽음의 냉기가 감돌았다.연정훈은 안시연을 꼭 껴안고 그녀가 마음속에 가득했던 감정을 쏟아내도록 했다.결국 안시연은 기력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돌아가셨다고요?!”양지원은 소식을 듣고 그대로 얼어붙었다.양창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상태가 위중하셨고 결국 소생하지 못하셨습니다.”“그러면 안시연 씨는요?”양지원은 재빨리 물었다.양창수가 대답했다.“연정훈이 시연 씨를 데리고 갔어요.”양지원은 소파에 앉으며 양석진을 바라보았다.양석진이 물었다.“병이 악화한 원인은 밝혀졌어?”“그건 아직 알 수 없습니다.”양창수가 대답했다.“병이 발작했을 때는 집에 있었고 아이가 신고해서 구급차를 불렀다고 합니다.”양석진은 침착하게 지시했다.“경위를 명확히 파악해. 그리고 소현정을 감시해. 오늘 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88화

    “외할머니?”텅 빈 곳 속에서 안시연은 연신 외할머니를 불렀다.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자 안시연은 마치 영혼이 떠나간 듯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외할머니? 외할머니?!”발밑의 땅이 사라진 듯 허공에 붕 떠 있는 기분이었다. 안시연의 두려운 목소리만이 메아리쳤다.그때 침실 문이 급히 열리고 연정훈이 문가에 나타났다.여기는 그들의 안방이었다.안시연은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떠오르는 빛을 발견한 것처럼 침대에서 내려와 연정훈에게로 달려갔다.“연정훈 씨, 우리 외할머니 어디 계세요?”연정훈은 안시연의 몸을 부축하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시연, 외할머니는 이미...”“아니에요.”안시연은 연정훈의 말을 끊고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안시연은 분명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그녀는 재빨리 연정훈을 지나쳐 무언가를 확인하려 했지만, 계단 끝에서 거실에 앉아 있는 반우희를 보게 되었다.“우희 씨...”안시연은 힘겹게 표정을 추스르며 조용히 물었다.“우리 외할머니 어디 계세요?”반우희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입을 열었다가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반우희의 표정을 본 안시연은 마지막 남은 희망마저 무너져 내렸다. 그녀의 손발은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고 얼굴은 금세 창백해지더니 뒤로 쓰러졌다.다행히 연정훈이 안시연 뒤에 있었다.“의사 불러 주세요!”짧은 순간 동안 안시연은 다시 기절했다.큰 슬픔 앞에서 사람은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연약해진다.안시연은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깊은 절망에 잠식되어 헤어 나올 힘조차 없었다.그녀의 기억 속에 남은 건 단 한 사람 계속해서 안시연의 손을 붙들고 있던 사람뿐이었다. 마치 안시연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듯 손을 놓지 않았다. 그 사람이 바로 연정훈이었을 것이다.그가 맞다.눈물이 가득한 눈빛을 마주했을 때 안시연은 연정훈이 얼마나 오래 잠을 자지 못했는지 알 수 있었다. 연정훈의 눈에는 수면 부족으로 인한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안시

최신 챕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56화

    아직 침실로 가지 않았는데 두 사람은 이미 서재의 소파에서 웃음과 장난을 치고 있었다.양시연은 헝클어진 머리칼을 가만히 손으로 쓸어 넘기며 가쁜 숨을 고르고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정훈 씨, 정말 너무해요. 나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잔뜩 남아 있다고요.”연정훈은 양시연 옆에 비스듬히 누워 한 손으로 턱을 받친 채 미소 띤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머리 끈을 들어 건네주었다.양시연은 대충 머리를 묶으며 연정훈의 손에서 머리 끈을 받아 든 후 퉁명스럽게 말했다.“저 목말라요. 가서 물 떠와요.”연정훈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양시연의 뒤로 손을 뻗어 묶은 머리를 살짝 당겼다. 양시연은 참지 못하고 그의 팔을 몇 번 때렸다.연정훈은 소파에서 내려와 가까운 곳에서 물을 가져와 양시연에게 먼저 건넸다. 양시연은 시원하게 마신 뒤 소파에 누워서 연정훈은 다시 물을 따라와 그녀 맞은편에 앉아 마시기 시작했다.양시연은 옆으로 누워 그에게 물었다.“정훈 씨, 할머니 건강은 좀 어때요?”“별로 좋지 않아.”“네?”양시연은 당황했다. 그녀는 연정훈의 태도를 보고 적어도 할머니가 당분간은 괜찮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연정훈은 말했다.“나이가 많으셔서 생로병사는 자연스러운 일이야.”양시연은 연정훈의 말에서 할머니에 대한 큰 애정을 느낄 수 없었다.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면서도 연정훈은 단지 교양과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에서 손자 역할을 간신히 다하는 것 같았다.그렇게 생각한 양시연은 느긋하게 고개를 들고 그가 물을 마시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응?’양시연은 속으로 의문을 가지고 눈을 가늘게 떴다.방금 연정훈과 장난을 치느라 어깨를 덮은 진한 색 잠옷 상의 단추가 풀려 쇄골이 살짝 보였고 양시연이 앉은 위치에서 유리컵을 들고 물을 마시는 그의 뛰어난 턱선이 잘 보였다.‘잘생기긴 했지만...왜 이렇게 익숙하게 느껴지지?’양시연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맞은편에서 연정훈은 영문도 모른 채 정색하며 무언가 중요한 얘기를 꺼내려 했다.“잠깐.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55화

    ‘망했어.’반우희는 송민재의 말이 점점 더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시연은 충분히 반우희 데리고 갈 수 있는 위치에 있었지만 결정권을 부승원에게 넘겨버린 상황이 의아했다. 결국 양시연이 부승원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이 확실해 보였다.“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반우희가 초조하게 물었다. 송민재는 살짝 기침하고 여유로운 태도로 말했다.“기다려야죠. 부 변호사 쪽에서 곧 팀 명단을 보내줄 겁니다. 만약 그 명단에 우희 씨 이름이 없다면 그때 가서 부 변호사에게 직접 부탁하세요.”반우희는 그 말을 듣고 맥이 빠졌다.‘부승원의 성격에 내가 아무리 부탁해도 통할 리가 없잖아.’하지만 마지막 희망을 붙잡으려는 듯 그녀는 부승원의 사무실 쪽을 몰래 훔쳐보며 첫 번째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그 시각 부승원은 책상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비서가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왔지만 부승원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물었다.“무슨 일이야?”비서는 두 가지 중요한 업무를 간단히 보고한 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반우희 씨 문제는 우리 쪽 인원을 배정해서 처리해도 괜찮을까요?”그제야 부승원이 고개를 들었고 비서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미소를 띠고 덧붙였다.“게다가 만약 우리가 부주의하게 처리해서 사기 사건 같은 문제라도 연루되면 업계에서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잖아요.”부승원은 비서의 말을 듣고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 보통이라면 이런 침묵에 비서가 당황했겠지만 이번엔 달랐다.비서는 이미 부승원이 반우희에게 특혜를 준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일의 뒷수습도 자신이 처리했기 때문이다.잠시 후 부승원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 또 같은 실수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할 거야.”“알겠습니다.”비서는 예상했던 반응이라 놀라지 않았고 부승원의 얼굴을 살짝 살피며 조용히 물러날 준비를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부승원이 다시 그녀를 불렀다.“다른 일이라도 있습니까?”부승원은 잠시 생각에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54화

    “양시연 언니, 저 오늘부터 같이 갈 수 있는 건가요?”반우희가 반짝이는 눈으로 물었다.양시연은 부승원의 반응을 떠올리며 눈앞의 작고 귀여운 소녀가 더 마음에 들었다. 양시연은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으며 반우희의 볼을 살짝 꼬집었고 반우희는 애교를 부리며 양시연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오늘은 안 돼요.”양시연이 말하자 반우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응?’반우희는 금세 자세를 고치며 애처로운 얼굴로 물었다.“저 안 데려가요?”양시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너를 이용해 큰 물고기를 낚으려는 거야.’양시연은 반우희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부 변호사님께 이미 얘기했어요. 며칠 뒤에 부 변호사님이 팀을 이끌고 정인에 들어가실 건데 우희 씨도 그 팀에 합류해서 함께 가면 돼요. 이게 가장 적합한 방법이에요.”반우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을 반짝였다.‘좀 돌아가는 느낌인데 그냥 바로 데려가면 되잖아.’반우희는 계속해서 간절한 표정으로 설득하려 했지만 양시연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길어야 삼사일 내로 우희 씨도 정인에 갈 수 있을 거예요.”“그럼...”“240만이에요.”양시연은 장난스럽게 윙크했고 반우희는 얼굴이 환해지며 손을 흔들었다.“그럼 언니, 조심히 가세요!”“다음에 봐요.”양시연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떠났고 뒤에서 반우희는 마치 만화 속 캐릭터처럼 환한 얼굴로 행복을 온몸으로 표현했다.‘너무 좋아!’그런데 고개를 돌리자 반우희는 유리창 너머로 부승원의 냉혹한 얼굴을 발견하고는 순간 고개를 푹 숙이고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부승원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며 침묵했다.“...”한편 위층에서 양시연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휴대폰을 꺼내 연정훈에게 해결되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연정훈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그렇게 쉽게?]양시연은 다리를 꼬며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타이핑을 이어갔다.[부승원 씨가 처음엔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지만 내가 살짝 놀라게 했더니 배우고 싶다고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53화

    양시연은 입꼬리가 살짝 떨렸고 송민재는 빠르게 반응하며 반우희를 끌어당겼다.“알았어요. 우희 씨의 일은 나중에 얘기하고 먼저 양시연 씨와 부 변호사님과 중요한 얘기를 해야 해요.”“네? 그런데 저는...”“그만 말해요.”송민재는 반우희를 끌고 나갔지만 반우희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양시연을 간절히 바라봤다.‘언니, 저를 잊지 마세요.’양시연은 침묵했다.“...”사무실 문이 닫히고 양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부승원을 향해 몸을 돌렸다. 부승원은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며 연필을 쓰레기통에 던졌다.“연정훈이 양시연 씨에게 남겨준 팀이 부족해서 나한테 폐품을 구하러 온 거에요?”양시연은 어이없었다.‘저 입은 연정훈보다 더 못됐어.’양시연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방문한 이유를 말했지만 부승원은 대답했다.“능력이 부족해서 그 일은 할 수 없을 것 같아요.”양시연은 잠시 침묵했다.“...”양시연은 이 상황을 예상하고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부 변호사님, 겸손하시네요. 능력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너무 급하게 찾아온 게 문제겠죠. 바쁘신데 시간을 낼 수 없는 것도 이해합니다.”부승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서 선반에서 파일을 꺼내기 시작했다. 양시연은 다시 한번 부승원을 떠보았다.“부 변호사님, 연정훈 씨의 부탁이라 생각하고 한 번만 배려해 주세요.”부승원은 대답했다.“전 협력자를 찾을 때는 상대의 능력과 안목만 봅니다. 누구의 체면도 보지 않죠.”양시연은 웃으며 말했다.“부 변호사님, 저를 무시하는 건가요? 제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부승원은 얼핏 미소를 보였지만 여전히 무표정했다.“반우희를 눈여겨본 사람이 누구죠? 내가 생각하기엔 당신의 안목이나 능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다고 봅니다.”양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응시했다.“반우희를 먼저 눈여겨본 건 부 변호사님 아니었나요?”부승원은 잠시 멈칫하며 이마를 찌푸렸고 양시연은 두 다리를 꼬고 앉아 여유롭게 차를 마셨다.“내가 봤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52화

    부승원은 냉정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처리할 능력이 없으면 애초에 문제를 만들지 말았어야지. 네가 사기를 당한 건 네 욕심 때문이야. 욕심이 없었다면 애초에 너를 노리지 않았겠지.”반우희는 그의 말에서 도덕적 결함을 느끼고 곧바로 반박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건 피해자 유죄론 이에요!”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송민재와 양시연을 번갈아 쳐다보며 속으로 외쳤다.‘이거 보세요. 변호사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어요?’양시연은 웃음을 꾹 참으려다 결국 터트리고 말았고 송민재도 헛기침하며 억지로 웃음을 삼켰다.하지만 부승원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냉정하게 물었다.“그 건담 피규어의 중고 시세가 얼마인지 알고 있나?”반우희는 입술을 삐죽이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열장에만 있었을 때는...천만 원 정도였어요.”“그래. 그럼 너는 얼마에 팔았지?”“...1600만 원에 팔았어요.”반우희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덧붙였다.“근데 그건 그 고객이 먼저 제안한 금액이에요.”부승원은 조소를 띤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사기꾼이 먼저 제안하지. 네가 제안하길 기다리겠냐?”반우희는 눈이 반짝이며 손등으로 손바닥을 치며 소리쳤다.“이거 보세요. 부 변호사님도 인정했잖아요. 그 고객이 사기꾼이라고요!”부승원은 어이없었다.“...”반우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주위를 둘러보며 억울함을 호소했다.“좋아요. 저도 솔직히 살짝 욕심이 났던 건 인정할게요. 하지만 그건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거잖아요. 문제는 그 여자가 먼저 사기를 쳤다는 거죠. 그건 명백히 잘못이고 비도덕적이고 무엇보다 불법이에요.”양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동의했다.“맞는 말이네요.”송민재는 방울토마토를 하나 더 입에 넣으며 천천히 덧붙였다.“어쨌든 난 우희 씨 편이에요.”반우희는 송민재의 말을 듣고 힘을 얻은 듯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부승원을 바라봤다.속으로는 이렇게 외쳤다.‘보세요. 보통 사람이라면 다 저를 동정한다고요!’그러나 부승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51화

    사무실에서 양시연은 소파 한쪽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부승원의 책상 앞에서 심판을 기다리는 반우희를 힐끔 쳐다보며 안타깝게 한숨을 내쉬었다.‘불쌍한 우희 씨.’반우희는 아까 그 억지를 부리던 여자 앞에서는 꽤 당당했지만 부승원이 도착하자 마치 목덜미를 붙잡힌 길고양이처럼 기운이 쭉 빠져버렸다.지금은 여자가 쫓겨난 뒤 부승원이 그녀를 마주 보고 앉아 차갑게 노려보는 중이었다.반면 반우희의 직속 상사인 송민재는 태연히 자신의 자리에서 방울토마토를 먹으며 한가롭게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오프라인에서 1600만 원짜리 건담 피규어를 팔았는데 배송 주소를 변호사 사무실로 적었다고? 너 참 대단하다.”부승원이 비꼬듯 말하자 반우희의 고개는 점점 더 숙였고 턱이 거의 가슴에 닿을 지경이었다.그녀는 손을 뒤로 감춘 채 입술을 삐죽이며 작은 목소리로 변명했다.“저도 사기를 당할까 봐 겁나서 그랬어요. 주소를 사무실로 적으면 제가 변호사인 걸 보고 상대가 사기 치려는 마음을 접을 거로 생각했어요.”부승원은 헛웃음을 터뜨렸다.“꽤 똑똑했네.”반우희는 침묵했다.“...”‘나도 이렇게 되고 싶지 않았어. 이렇게까지 재수가 없을 줄 누가 알았겠어.’양시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반우희를 감싸주기 위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이건 우희 씨를 탓할 일이 아니에요. 상대가 딱 봐도 협박하려고 작정한 거잖아요. 우희 씨도 원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요.”반우희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외쳤다.‘맞아.’그러나 부승원은 냉정하게 반박했다.“반우희가 원하지 않았다고요? 그런데 결과는요? 결과가 반우희가 원한다고 바뀌기라도 했습니까?”양시연은 어이없었다.“...”반우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협박인지 아닌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부승원이 이렇게 말하자 반우희는 단 1초 만에 고개를 들어 단호히 반박했다.“제가 그 여자에게 가짜를 팔지 않았어요! 그 건담 피규어는 이승우 씨가 승주에게 준 건데 도련님이 가짜를 줄 리 없잖아요.”부승원은 잠시 얼빠진 듯한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50화

    양시연과 연정훈은 오후 늦게 경인으로 돌아왔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세운으로 가서 연정훈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뵈어야 했지만 연정훈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자 양시연도 묻지 않았다.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황혼 무렵이었고 양시연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침대에 몸을 던지며 몇 바퀴를 굴렀다.그 모습을 본 여 아주머니는 미소를 머금으며 양시연과 연정훈이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도 연정훈이 집을 비운 밤마다 얼마나 초조해했는지 양시연에게 연신 말했다.양시연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피곤했던 몸이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그날 저녁 민씨 가문의 사람들이 집을 방문했다.민씨 가문의 큰아들이 직접 민지연과 민지욱을 데리고 와서 양시연에게 공식적으로 사과를 전했다.양시연은 거실에서 나비를 품에 안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담담했고 과하게 친절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도도하게 굴지도 않았다.민씨 가문의 사람들은 한껏 공손한 태도를 보였으며 분명히 앞으로의 협력을 유지하고 싶어 보였다. 그러나 민지연은 고개를 숙인 채 눈썹 사이에 미묘한 불만의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양시연은 민지연의 그런 모습을 보고 우스꽝스럽게 느꼈지만 어린 민지욱을 고려해 몇 마디 부드러운 말로 상황을 마무리했다.밤이 되어 양시연은 낮에 있었던 일을 연정훈에게 이야기했다.“당신 할머니께선 아무 반응도 없었나요? 이번 일로 우리가 할머니 친정의 체면을 깎았을 텐데요.”연정훈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이틀 안에 나랑 정인에 가서 인수인계 준비를 하자.”양시연은 그의 말을 듣고 민씨 가문의 반응만으로 이미 문제의 본질을 간파한 연정훈의 노련함에 새삼 감탄했다.며칠 지나지 않아 세운에서 민수희가 병에 걸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게다가 상태가 꽤 심각하다는 말까지 돌았다.이런 상황에서 표세연은 은밀히 양시연에게 조언했다.“할머니 쪽이 어수선한 동안 연정훈이 언제 세운에 가게 될지 모르잖아. 그 전에 합리적으로 연정훈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49화

    “알았어요. 저희 지금 갈게요.”연정훈이 전화를 끊었지만 양시연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똑똑똑.연정훈이 손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자 양시연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고 연정훈은 그녀의 살짝 붉어진 얼굴을 보곤 눈썹을 살짝 올리며 맞은편에 앉았다.“더워?”“아니에요.”양시연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온도 딱 좋아요. 괜찮아요.”연정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근데 얼굴이 아주 빨개.”“네. 원래 그래요. 난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이래요.”양시연은 태연한 표정으로 거짓말을 했고 연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 듯 말했다.“그런 거였구나.”식탁 위의 분위기는 다시 평온해졌지만 양시연은 연정훈을 슬쩍슬쩍 훔쳐보았다. 양시연은 자신이 그렇게 운이 나쁘지 않을 거로 생각하며 잠꼬대는 하지 않았다고 믿었다.‘응. 분명 모를 거야.’그렇게 생각하며 조금 안심한 양시연은 차에 올랐다. 문이 닫히자마자 연정훈이 조용히 손을 뻗어 가림막을 내리고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네가 ‘여보’라고 안 부르는 건 다른 부르고 싶은 호칭이 있어서 그런 거지?”양시연은 당황하며 그의 말을 이해하려고 했다.“???”연정훈은 태연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예를 들면 교수님?”양시연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당황했지만 연정훈은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오늘 새벽 꿈속에서 몇 번이나 불렀더라.”양시연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사라지고 싶었지만 연정훈은 멈추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게다가 톤도 아주 가볍더라. 듣기엔...별로 정직하지 않았어.”양시연은 푹하고 가슴에 화살을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쥐구멍에라도 들어가서 숨어버리고 싶어.’그녀는 얼굴이 점점 붉어지며 연정훈을 바라보았고 연정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느긋하게 좌석에 몸을 기대고 다리를 꼬았다.“알았어. 다음엔 여보라고 안 불러도 돼. 교수님이라는 호칭도 나쁘지 않더라.”양시연은 말없이 그를 노려보았다.“...”...양석진의 집에 도착하는 동안 양시연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48화

    “정훈 씨, 정말로 염치없는 거 알아요?”양시연은 연정훈의 입을 손으로 막고 가까이 다가가며 눈을 크게 뜨고 말했지만 연정훈은 여전히 여유로운 얼굴로 양시연에게 입이 막힌 채로 눈에 웃음기를 담았다.양시연은 가볍게 혀를 차면서 다른 손으로 연정훈의 귀를 잡아당겼다.“나이 많은 엉큼한 아저씨.”연정훈은 눈을 감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양시연을 껴안으며 말했다.“자꾸 나이 많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 마.”“당신 나이 많고 늙었잖아요. 완전 늙었어요.”연정훈은 잠시 침묵했다.“...”그는 깊게 숨을 내쉬며 몸을 한 번 뒤집어 양시연을 아래로 눌렀다.“한 번만 더 말해봐.”양시연은 즉시 기가 죽어 연정훈의 어깨를 떠받치며 작게 외쳤다.“허리 아프다니까요! 이렇게 심하게 움직이지 마세요.”그리고는 발로 그를 한 번 툭 찼다.“이 정도로는 당신이 원하는 아들이나 딸을 가질 수 없을 거예요.”연정훈은 어이없었다.“...”잠시 생각하던 그는 나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듯했고 양시연은 눈을 깜빡이며 얼굴을 돌려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기운을 조금 회복한 양시연은 연정훈의 목을 팔로 감아 걸치고 명령하듯 말했다.“나 샤워 좀 시켜줘요.”연정훈은 기꺼이 수고할 마음이 가득했고 양시연이 허리가 아프다고 했기에 그녀를 들어 올리는 동작도 한결 부드러웠다.욕실로 들어가자 양시연은 물속에 몸을 담갔고 따뜻한 물에 몸이 풀리자 그녀의 생각은 사방으로 흩어졌다.사실 결혼했으니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고 늦어질수록 몸의 회복이 더디니 차라리 빨리 낳는 게 나을 거로 생각했다.하나만 낳는다면 왕자님도 좋고 공주님도 좋겠지만 둘을 낳으려면 양시연이 고생해야 한다.‘정말 고민이네. 진짜 인간의 진화가 더 발전했으면 좋겠는데 바로바로 낳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연정훈은 먼저 욕조 옆에서 가운을 걸쳐 입고 있었고 양시연은 그의 허리를 살짝 찌르며 물었다.“정훈 씨는 아들이 좋나요? 아니면 딸이 좋나요?”“둘 다 좋지.”양시연은 몸을 일으키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