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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7화

Auteur: 라오
배여진의 사건은 이승우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죄책감과 두려움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배여진이 떠났음에도 그는 여전히 부승희 앞에서 조심스러웠고 그녀에게 사과해야 했지만 단 세 글자로는 그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즘 그는 오직 일에만 파묻혔다.

월말 전에 유럽과의 대형 협력을 성사했고 이제 직접 현지에서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일만 남았다.

출국 전날 그는 부승희의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둘 다 말없이 식사하던 중 부승희가 갑자기 물었다.

“혹시 나도 배여진처럼 될까 봐 두려운 거야?”

‘컥.’

이승우는 반찬을 먹다 사레가 들려 고개를 숙이고 거칠게 기침했다.

간신히 숨을 고르고 나서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소리 좀 하지 마.”

부승희는 태연하게 젓가락을 놓으며 말했다.

“그럼 나 대신 퉤퉤퉤 해줄래?”

이승우는 침묵했다.

한참을 참다가 문득 자신도 모르게 속에서 끓어오르는 충동을 애써 눌렀다.

물을 두 모금 마신 뒤 담담하게 말했다.

“다음부터 헛소리 금지.”

부승희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내일 몇 시 비행기야?”

“열 시.”

“그럼 오늘 밤에 짐 잘 챙겨.”

이승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당부했다.

“내일 김 대표 일행이 오는데 사람 많을 거야. 그냥 사무실 건물 옥상에서 연회 열어. 괜히 밖에서 고생하지 말고.”

“알았어.”

“나 없다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응.”

“김 대표 프로젝트는 좀 더 상의하고 결정해. 괜히 그 사람한테 말려들지 말고.”

“알았어. 알았어.”

...

이승우는 마치 잔소리 많은 어머니처럼 한참이나 주의를 주더니 짐을 싸러 집으로 돌아갔다.

부승희도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 그를 따라갔다.

그가 캐리어에 옷을 넣는 걸 보며 방을 둘러보던 부승희는 거실 탁자 위에 놓인 낡은 지갑을 발견했고 무심코 집어 들며 말했다.

“이거 이렇게 낡았는데 아직도 안 버렸어?”

그녀가 열어보려 하자 이승우가 재빨리 빼앗았다.

“쓰던 게 익숙해서.”

부승희는 피식 웃으며 턱을 까딱했다.

“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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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 사이 정적이 흐르자 허예나가 양혁수를 불렀다.양혁수는 어이가 없었지만 말없이 화면을 전환하여 제 얼굴을 드러냈다. 매일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허예나 한 사람에게 더 보여준다고 덧나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변여름은 양혁수가 갑자기 얼굴을 보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방금 실물로 본 사람이 갑자기 화면으로 보이자 깜짝 놀라버렸지만 아까보다 훨씬 차가운 얼굴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그리고 왠지 가슴 언저리가 시큰거렸다.‘오빠는 이렇게 쉽게 다른 사람이랑 영상 통화도 하는구나.’‘어휴.’‘세상에 나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오빠도 당하기 참 좋은 사람이네.’“아직도 선물 박스 못 열었어?”양혁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변여름은 서둘러 목걸이를 꺼내 손에 쥐었다.“이거 루비죠? 너무 예뻐요.”“응.”“오빠가 직접 고른 건가요?”“브랜드 매니저가 고른 거야...”“아... 네...”그러자 목소리가 한층 가라앉았고 그 모습이 꽤 웃기기도 했다.그러나 이대로 굽혀질 변여름이 아니었다.“그럼 내일에는 빨간 국물로 준비해 볼게요. 얼큰하고 시원하게 말이에요.”바로 음식 채널로 전환해버렸다.양혁수는 저녁을 따로 챙겨 먹지 않고 디저트만 먹었으니 얼큰한 국물이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벌써 내일 점심 메뉴가 기대되었다.“매일 요리할 시간은 돼?”양혁수의 목소리는 한껏 다정해졌다.이를 눈치챈 변여름은 눈치껏 말을 지어냈다.“매일 엄마를 보살피는 것 외엔 별다른 일정도 없어요. 오빠 밥도 하고 엄마 밥도 챙기는 거죠.”“참, 내일은 안 되겠네요. 엄마는 매운 음식 드시면 안 되니까 오빠만을 위한 도시락을 따로 차려야겠어요.”그 말에 양혁수는 잠시 멈칫했다.“너무 애쓸 필요 없어.”“알아요.”변여름은 벌써 어떤 요리를 할지 구상을 마친 뒤였다.변여름은 매일 2인분씩 요리를 했고 그 뜻인즉 두 사람은 매일 점심을 같은 메뉴로 먹었다는 말이었다.노지혜는 변여름에게 다른 사람의 눈에는 이러한 행동이 참 변태처럼 보인다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02화

    요양센터 쪽은 변여름이 미리 사람을 배치해 두었고, 양혁수가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물건은 이미 변여름 손에 전달되었다.그리고 실험실 건물 아래에 앉은 변여름이 양혁수와 나눈 메시지를 훑어보며 디테일을 체크했다. 보통 젊은 남녀가 메시지를 주고받는 방식은 대체로 이러했던 것 같았다. 노지혜도 그렇고, 연구실 다른 동료들도 그러했다. 그래서 변여름은 자신이 보통 연애를 꽤 비슷하게 따라 했다고 생각했다.변여름의 옆에는 두 개의 선물 상자가 놓여 있었다. 하나는 온통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팔찌였고, 다른 하나는 루비 목걸이였다. 세밀하게 조각된 루비는 그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뜨거운 태양 같았다. 그리고 두 개를 나란히 비교해 보니, 화려한 붉은 색감이 더욱 생동감 있고, 더 정성을 들여 고른 선물로 보였다.변여름은 시선을 거두고 조용히 물건을 정리한 뒤 다시 오피스텔로 돌아갔다. 허예나가 선물을 받는 데 걸릴 시간을 계산한 후, 변여름은 따로 준비해 둔 작은 상자를 들고 다시 밖으로 나섰으며 목적지는 대나무 숲길 근처였다.한편, 양혁수가 막 책상에 앉으려던 찰나, 휴대폰 화면이 반짝였다. 뜻밖에도 영상 통화 요청이었으며 상대는 허예나였다.식사도 여러 번 같이했고 대화도 자주 나눴지만 영상 통화는 처음이었다. 양혁수는 잠시 망설였으나 이내 별생각 없이 통화를 받았다.영상은 연결되었지만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양혁수는 카메라를 자신에게 맞추지 않았고, 상대 화면에서도 허예나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화면은 온통 어둡기만 했고, 마른 나뭇잎을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어디야?”양혁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어 여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아파트로 돌아가는 길이에요.”양혁수는 허예나의 평소 말투를 떠올려 보았다. 허예나 성격상 말끝을 길게 늘이며 이야기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차분했다.“돌아가는 길에 가로등 없어?”“고장 났는데 좀 무서워서 전화했어요.”양혁수는 대답 없이 휴대폰을 한 손에 쥐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이 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01화

    변여름은 양혁수의 성의를 봐서 바로 팔찌를 착용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고리가 아닌 건지 몇 번의 시도를 해도 착용이 쉽지 않았다.이에 양혁수가 말했다.“내가 해줄게.”그러자 변여름은 냉큼 팔을 그쪽으로 내밀었다.양혁수는 한 손으로 변여름의 가녀린 팔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팔찌의 고리를 맞췄다.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팔찌가 변여름의 손목에 걸어졌다.그때 양혁수의 시선이 변여름의 팔 안쪽에 머물렀다. 최소 3센티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상처가 눈에 띄었다.“이거 어떻게 된 거야?”변여름이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답했다.“몇 년 전에 큰오빠랑 공장에 내려갔을 때 생긴 상처예요. 제품 하나가 문제를 일으켜 폭발했고 그 파편에 긁혔어요.”변여름이 말한 제품이란, 당연히 군사 무기를 가리킬 것이다.변씨 가문이 해외에서 이 업계를 운영하는 것은 합법이었지만, 워낙 강경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집안이라 주변엔 적들이 많았다.양혁수는 애초에 변여름이 이 사업에 끼어드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몇 년 전, 변백호 역시 변여름을 가문의 사업에서 멀어지게 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해 버렸다.변여름이 워낙 영리하고 재능이 뛰어나기에 부모와 형제들이 변여름의 능력을 낭비할 수 없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하지만 이미 발을 들인 변여름이 왜 다시 그 사업에서 빠져나왔는지, 그리고 변씨 가문 사람들이 왜 허락을 했는지 궁금해졌다“네 오빠는 알고 있어?”양혁수의 질문에 변여름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아직 말 안 했어요.”양혁수는 대충 짐작은 했었다.그리고 마지막 한 입 남은 케이크를 입에 털어 넣고 차에서 내려 쓰레기통에 버렸다.“여기에서 공부가 끝나면 뭘 할 생각이야?”“병원에 취직해 의사해야죠.”양혁수는 더 의아해졌다.“네 가족이 허락할 것 같아?”“당연하죠. 다들 허락했어요.”정말 이상하다 싶었지만 양혁수는 더 이상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시간이 지나고 이쯤이면 됐다 싶은 변여름이 자리에서 일어날 준비를 하며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집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00화

    양혁수는 슬쩍 시선을 돌렸을 뿐이지만 변여름은 잔뜩 긴장해 버렸다.양혁수가 보낸 메시지를 하나라도 놓칠까 변여름은 허예나 명의의 핸드폰을 가지고 다녔고 지금 핸드폰이 진동하고 있었다.잠시 뜸을 들인 변여름은 자연스레 핸드폰을 끄고 다른 메시지인 척 연기했다.어차피 양혁수는 절대로 변여름과 허예나가 같은 사람일거라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변여름이 잠자코 가만히 있는데 양혁수가 먼저 말을 걸었다.“그 자리에서 케이크 먹는 거 안 불편해? 우리 근처 레스토랑이라도 갈까?”변여름은 침착하게 말했다.“아니에요. 지금도 편해요.”양혁수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 핸드폰으로 관심을 돌렸다.연이어 두 번이나 전화를 걸었으나 허예나는 받지 않았다.집사가 아직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직접 안으로 들어가라고 말하려다 미리 허예나에게 말을 하지도 않았고, 어머니를 마주치기라도 하면 두 사람 사이를 오해할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그래서 집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선물은 데스크에 두고 이만 돌아가세요. 이따가 본인이 찾아가라고 전할게요.”“네. 알겠습니다.”통화를 끊자 변여름이 케이크를 한 입 먹기 좋게 건네왔다.양혁수는 케이크에 큰 관심이 없었으나 이렇게 작은 한 입이라면 맛봐도 나쁘지 않을 듯싶었다.그래서 한 입 베어 물었고 변여름이 질문했다.“누구 선물 준비했어요?”“응. 친구 선물.”양혁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고 변여름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묵묵히 케이크를 먹었다.차 안은 아주 조용했고 양혁수가 물었다.“집에 자주 돌아오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그동안 어디에서 지낸 거야?”“오피스텔이요.”변여름이 고개를 들어 답했다.“연구실 부근에 있는 오피스텔인데 학교에서 마련해준 거예요.”“그렇게 작은 공간이 적응은 돼?”“아니요.”변여름은 솔직하게 말했고 양혁수는 변여름을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그런데 왜 집으로 안 돌아왔어?”“오빠가 집에 없으니까 안 그래도 큰 집이 더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호텔에서 지내는 것처럼 재미도 없고. 그래도 오피스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99화

    양혁수는 변여름을 위해 다이아몬드가 가득 박힌 팔찌를 골랐고 또 루비 목걸이도 눈여겨보았다.“둘 다 포장해 줘요.”“네.”두 선물 상자를 들고 집으로 돌아온 양혁수는 집사에게 큰 케이크를 준비하라고 지시했고 집사는 눈치를 보다가 이렇게 말했다.“여름 씨가 집에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미리 전화해 보는 게 어떨까요?”양혁수는 의아했다.“매일 집에 돌아왔던 거 아니었어요?”“대표님이 집에 계실 때만 돌아옵니다. 그 외에는 연구실에서 지내세요.”“내가 없을 땐 하루도 안 왔어요?”“대표님이 출장 가셨던 첫날엔 집에 돌아왔지만, 대표님이 없다는 걸 안 다음 날부터는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적어도 대표님이 돌아오실 때까지는 안 오셨습니다.”양혁수는 변여름이 참 낯설게 느껴졌다. 어릴 때는 양혁수와 무척 가깝게 지냈는데, 몇 년 사이에 말수도 줄고 성격도 많이 바뀐 것 같았다.양혁수는 곧바로 변여름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연구실 데이터에 문제가 생겨서 모두 야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혁수 오빠, 저녁은 같이 못 먹을 것 같아요.”다른 사람은 몰라도 양혁수에게 있어 변여름은 어릴 때부터 커가는 걸 지켜봤던 동생이라 감정이 남달랐다. 특히 변백호가 직접 부탁을 했으니 좀 더 신경을 써야 했다.양혁수는 케이크를 포장하고 선물을 들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목걸이는 허예나가 말했던 그 요양센터로 보내라고 집사에게 지시했다.별다른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그동안 공짜 밥을 얻어먹었으니 보답 인사 정도라 할 수 있었다.변여름이 지내는 연구실 근처에 도착한 양혁수가 전화를 걸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변여름이 달려 나왔다.여름바람이 선들거리는데 변여름은 하얀 가운을 입고 나타났으며 여전히 머리끈 하나로 머리를 질끈 묶은 모습이었다.양혁수가 경적을 울리자 변여름은 미소를 지으며 조수석에 올랐다.“오빠가 무슨 일로 여길 왔어요?”양혁수가 변여름에게 고개를 뒤로 돌려보라고 하자, 변여름은 케이크와 선물을 보고 곧바로 상황 파악을 마쳤다.“오빠가 말해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98화

    양지원이 얼마 지나지 않아 맞선 상대에 관해 물어볼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양혁수는 한 번쯤 그 허예나라는 아이를 만나볼까 생각했다.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결혼할 마음도 없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가장 좋았으며 허예나는 집안 사람들에게는 알아가는 중이라고 둘러대고, 양혁수 역시 허예나를 이용해 양지원을 적당히 피할 수 있었다. 이건 서로에게 나쁘지 않은 합의였으며 적어도 한동안 귀찮은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후 한 달이 넘는 동안, 양혁수가 사무실에서 식사하면 허예나는 늘 정확한 시간대에 음식을 보내왔다. 욕심을 내어 강한 입맛을 고집하지도 않았고 가끔은 정성스럽고 창의적인 요리를 곁들였다.평소에 입맛이 없다가도 도시락 뚜껑을 여는 순간 풍기는 향기로운 냄새에 양혁수는 절로 젓가락이 갔다. 평범한 식사가 질릴 때쯤이면 점심에는 새로운 요리가 등장했다. 이렇게 횟수가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둘 사이의 거리도 가까워졌다.그날도 점심시간에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이상하게도 책상 위에 보온 도시락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 의아해하는 순간, 비서가 커다란 보온 박스를 들고 들어왔다. 그리곤 테이블 위에 전골냄비를 설치했다.“오늘은 허예나 씨가 곱창전골을 준비했습니다. 미리 조리하면 식감이 떨어질까 봐 직접 요리하실 수 있도록 준비해 드린다고 하네요.”점점 커지는 스케일에 양혁수는 할 말을 잃었다.하지만 비서가 하는 대로 내버려뒀다.식사하려고 보니, 오늘의 삼각김밥에는 평소처럼 웃는 얼굴이 아니라 울상 짓는 표정이 그려져 있었다.비서가 그걸 보더니 슬쩍 웃으며 말했다.“이건 오늘 허예나 씨의 기분이 아닐까요? 뭔가 속상한 일이 있나 보네요.”양혁수가 고개를 들어 비서를 바라보자, 비서는 바로 입을 다물고 전골에 집중했다.양혁수는 휴대폰을 꺼내 삼각김밥을 찍어 허예나에게 보냈고 곧바로 답장이 왔는데, 오른손 검지에 붕대를 감은 사진이었다.양혁수는 젓가락을 내려두고 메시지를 확인했다.[고기 썰다가 손을 베었어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97화

    친구 추가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양혁수가 점심을 먹으려고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책상 위에 핑크색 보온 도시락 두 개가 놓여 있는 게 보였다.“이건 뭐죠?”비서가 대답했다.“허예나 씨가 사람을 시켜 보낸 겁니다. 상대방이 양 회장님께 받은 명함을 가지고 있어, 안내 데스크에서 바로 접수했어요.”허예나?양혁수가 핸드폰을 확인하니, 역시 허예나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양 대표님, 오늘 회사에서 식사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집에서 직접 만든 간단한 가정식 도시락을 보냈어요. 갑자기 보내 실례가 되진 않을까 걱정되지만, 괜찮으시면 한 번 드셔 보세요.][훈제 오리와 치킨은 만들기가 좀 까다롭네요. 입맛에 잘 맞지 않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비서는 미리 양혁수의 점심을 준비해 두었다. 회사 고위 임원 전용 도시락으로, 플레이팅도 깔끔하고 정갈했다.양혁수가 보온 도시락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비서는 도시락 안의 음식을 꺼내 테이블 위에 차렸다.계란말이, 잡채, 그리고 훈제 오리와 치킨이 들어있었다.한눈에 보기에도 치킨은 탄 부분이 있었다.양혁수는 오전 내내 일하느라 피곤했고, 방금도 골치 아픈 늙은이 한 분과 신경전을 벌였던 터라 기분이 좋지 않아 입맛도 별로 없었다.평소 제공되는 점심은 일반적으로 영양 균형이 잘 잡힌 건강식이었다. 굳이 먹어보지 않아도 뻔히 예상되는 그런 맛이었다.별다른 감흥 없이 양혁수는 셔츠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리고 책상 모서리에 한 손을 걸친 채 무표정으로 훈제 오리를 한입 먹었다.예상보다도, 더 맛이 없었다.퍽퍽하고 간도 제대로 배지 않았다.‘이 정도 실력으로 음식을 보낼 생각을 한다니, 대체 무슨 배짱이지?’비서는 눈치를 챈 듯 말했다.“모양새가 조금 별로네요.”그리고 살짝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하지만 적어도 본인이 직접 만든 음식이란 건 느껴져요.”“...”‘그렇긴 하지.’비서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예전의 맞선 상대들을 깎아내렸다.“전에 만나셨던 분들은 전부 조리된 음식을 세팅만 해서 보냈었죠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96화

    위층에서.변여름은 책상 앞에 앉아 채팅 기록을 처음부터 읽었고 아무 문제도 없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그때, 영상 통화가 걸려 왔고 상대가 노지혜이자 변여름은 덤덤하게 수락 버튼을 눌렀다.카메라 속 변여름은 무표정이었고 검은 긴 생머리를 자연스레 내렸는데 한쪽에는 나비 모양의 머리핀을 꽂고 있었다.노지혜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너 그 나비 머리핀 어디서 샀어?”“길거리 작은 가게에서요.”노지혜가 혀를 차며 감탄했다.변여름은 아무렇지도 않게 핀을 떼어내며 무심하게 말했다.“완벽하게 캐릭터 몰입해야 하니까요.”“...”‘어떤 의미로 참 대단해.’‘스크린 너머에서 양혁수가 볼 것도 아닌데 말이야.’“그래서 허예나는 어떻게 처리했어?”“돈 좀 쥐여줬어요. 당분간은 얼굴 보이지 않을 거예요.”“히익? 왜 바로 처리하지 않았어? 후환을 완전히 없애야지, 여름아.”“지금 저한테 살인을 사주하는 거예요? 이따 우리 오빠한테 고자질할 거예요.”당황한 노지혜는 황급히 화제를 바꿔 질문했다.“그래서 다음 공략은 뭐야?”“추천할 만한 방법 있어요?”그 말을 듣자, 노지혜는 눈을 반짝였다.“많지.”“예를 들면요?”“네가 밥을 챙겨주는데 거기에 식욕을 돋우는 약을 살짝 섞는 거야. 자꾸 먹다 보면 중독돼서 네가 해준 밥만 먹고 싶어질 거야. 이쪽 문화에서는 남자를 사로잡으려면 먼저 입맛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하잖아?”“그리고요?”“음... 최면도 괜찮지. 그래도 약간의 약물이 있으면 효과가 더 좋을 거야.”“너 지금 그 집에서 같이 살고 있는 거지? 밤에 깊이 잠들면 슬쩍 약을 먹이고, 그다음 자연스럽게 첫 관계를 만들면 돼.”“근데 용량 조심해야 해. 과하면 차차 임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변여름은 자신이 참 순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세상은 넓고 또라이도 많았다.변여름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우리 오빠한테 말 좀 전해 줘요. 나 며칠 뒤에 집에 다녀올 거예요.”“엥? 갑자기 왜?”“우리 오빠 건강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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