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는 유리창 너머로 가로등 아래 서 있는 남자를 보았다. 그는 그들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는데 눈 속에 가득 찬 사랑이 점점 더 짙어졌다.“가혜야, 저 사람 좀 봐. 조금 어리석지 않아?” 정가혜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밖을 보며 이승하가 바깥에서 멍하니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웃었다. “조금 그런 것 같아.” 서유는 손에 든 컵을 내려놓고 정가혜와 주서희에게 말했다. “먼저 승하 씨 찾아볼게. 내일 A시로 같이 돌아가자.” 정가혜는 젓가락을 들고 있던 손이 멈췄다. “서유야, 내일 너희 먼저 돌아가. 나는 다른 일이 있어.” 그녀는 부산에 왔으니 송사월을 만나보려는 것이었다. 서유는 일어서려다 다시 앉아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물었다. “너... 사월을 보러 가려고?” 정가혜는 그녀가 이제 송사월을 언급할 때 예전처럼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산에 왔으니 한번 보러 가야지.” 서유는 손을 꼭 쥐고 복잡한 감정을 눈에 담았다. “지난번에 찾은 정형외과 전문의가 그의 다리를 봐줬어? 전문의는 뭐라고 했어?” 정가혜는 진실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그는 갓 진해에서 여행을 다녀왔어. 아직 전문가와 만나지 않았지만 전문가가 그의 다리를 본 후에 네게 결과를 알려줄게.” 진해... 서유는 기억하고 있었다. 예전에 송사월과 함께 있을 때 결혼 후 신혼여행을 특별한 곳으로 갈 필요는 없고 진해만 가도 좋다고 말했었다. 그는 끝내 그녀와 결혼하지 않았고 두 사람은 진해에 가지 않았다. 지금 송사월이 그곳에 혼자 갔다. 서유는 그가 무엇을 기리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부드러운 눈길로 차 문에 기대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승하는 그녀가 다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 얇은 입술을 살짝 열어 ‘여보, 언제 집에 갈 거야?’ 라는 입 모양을 했다. 서유는 시선을 돌려 정가혜를 바라보
A시로 돌아온 후, 이승하는 소수빈을 데리고 곧바로 그룹으로 갔고 아란은 병원으로 돌아갔으며 심이준은 서유와 함께 새집을 보러 갔다.서유는 심이준에게 블루리도를 모두 구경시켜 준 후, 그를 자신의 서재로 데리고 갔다. 심이준은 서재의 환경을 보고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대표도 꽤 괜찮군요, 서유 씨를 위해 넓은 서재를 마련해 주다니.” 서유는 커피를 끓이며 말했다. “결혼식과 신혼여행이 끝난 후에 언니의 디자인 도면을 완성해야 하니까 당연히 나만의 서재가 필요하죠.” 이승하는 그의 할 일이 있었고 그녀도 자신의 일을 완성해야 했다. 두 사람은 결혼 후에도 각자 할 일을 하며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오래가는 사랑은 또한 아름다운 삶의 방식이 아니겠는가? 그녀는 커피를 다 끓이고 심이준에게 건네주었다. “선생님께서 현장을 조사했을 때 마지막 프로젝트 업체가 나를 직접 조사해야 한다고 했죠?” 심이준은 커피를 받아 한 모금 마시고 그가 좋아하는 맛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맞아요, 상대방이 서유 씨를 직접 오라고 요구했어요.” 서유는 심이준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어디였죠?” 그녀는 전에 한번 봤지만 이 프로젝트 업체의 이름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서 기억하지 않았다. 이 말을 듣자 심이준은 급히 몸을 바로 세우고 진지하게 말했다. “북미 상씨 집안, 알아요?” 심이준이 이렇게 진지한 것을 보고 서유는 이 북미 상씨 집안이 또 다른 강력한 가문임을 추측했다. “평소에 경제 뉴스를 잘 안 봐서 그냥 말해줘요.” “회장 상철수는 북미의 거물로 명성이 높고 지위가 있으며 매우 대단한 인물로 알려져 있어요. 들리는 바에 따르면 그는 많은 엘리트 조직을 설립했다고 해요.”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언니에게 디자인을 맡기고 싶어 한다니? “왜 김초희가 직접 현장을 조사하게 하려는 거예요?” “그건 나도 몰라요. 어쨌든 내가 갔을 때 그들은 나를 거절하고 총괄 디자이너가 직접 와
“무슨 도움을 드릴까요?”서유는 큰 철문 옆으로 다가가 난간 너머로 밖에 있는 육성재를 바라보았다.“너 나와봐, 얘기해줄게.”육성재는 참을성 있게 좋은 말로 서유를 ‘유혹'하고 있었다.서유는 난간을 잡고 턱을 약간 치켜들며 말했다. “왜 내가 나가야 하죠?”육성재가 김초희를 찾으려 온 세상을 헤매다 찾지 못한 후 이제 그녀를 찾는다는 것을 알고 나쁜 의도가 있을 것 같아 서유는 나가지 않으려 했다.“타이어가 터졌는데 집에 예비 타이어 있어? 하나 빌려줘.”이 핑계로 서유를 불러내려는 그의 변명은 너무 어설펐고 심지어 문을 지키던 경호원조차 참을 수 없었다.“육성재 씨, 여기가 무슨 곳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타이어를 빌리려면 자동차 수리점으로 가세요.”눈에 띄는 차를 타고 블루리도를 몇 번이나 돌다가 일부러 타이어를 터뜨린 이유가 바로 사모님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라니, 정말 목숨을 아끼지 않는군.“우리 집 앞에 차를 세우지 마세요. 쫓아내세요.”서유는 경호원에게 이 말을 남기고 난간을 놓고 돌아섰다. 육성재에게 전혀 체면을 주지 않았다.육성재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그의 검은 눈에는 불안과 짜증이 가득했다.“김초아, 너는 내 이모의 딸이야. 나는 네 사촌오빠가 될 수 있어. 내가 너를 찾아온 건 그냥 몇 마디 하려는 거야. 왜 그렇게 방어적으로 굴어?”육성재가 ‘김초아'이라는 이름을 외쳤을 때, 서유는 몸이 굳어지고 발걸음이 멈췄다.그들은... 이미 그녀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던 걸까?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려 차 안에 앉아 있는 육성재를 바라보았다.갸름하고 날렵한 몸매의 남자는 이미 차 문을 열고 큰 철문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문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은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즉시 제복 뒤에 숨긴 무기를 더듬었다.“멈추세요!”육성재는 경호원을 무시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도로 위에서 걸음을 멈췄다.“김초아, 네가 내 신분을 이씨 집안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면 나와서 나를 한 번 만나.”김씨 집
지금까지, 육성재는 이 사촌 여동생을 단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었다. 바로 “배운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들리는 바에 따르면 그녀는 보육원에서 자랐고 전 남자 친구를 구하기 위해 이승하에게 몸을 팔아 5년간 그의 연인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문화적 소양이 높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벌가에 시집간 후 이렇게 무지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않은가?육성재는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녀는 밖에서 잃어버린 친사촌 여동생일 뿐이니 약간의 결함은 괜찮다고.“너의 출생 문제에 대해 이승하가 분명히 조사했을 거야. 너한테 말하지 않았다면 네가 물어보면 답을 줄 거야.”이승하는 손과 눈이 천리까지 닿는 사람이니 무언가를 조사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는 분명 이미 서유의 신분을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육성재 자신이었어도 서유에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 멍청한 표정을 보면 완전히 알 수 있었다.누가 그렇게 중요한 비밀을 멍청이에게 말해주겠는가?하지만 말해야 할 것은 말해야 했다.이승하도 감정에 치우치는 사람이었다. 이런 멍청이랑 결혼까지 하는 걸 보면.더구나 결혼한 상대가 김씨 집안의 사람이라니, 이씨 집안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않을까 두려워하지도 않는가?여기서 육성재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서유가 그의 이모의 딸이니 이승하는 그의... 사촌 매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어이없군! 육성재는 이승하의 사촌 형이 되고 싶지 않았다!생각할수록 육성재는 서유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효자인 만큼 이를 악물고 참았다.“내가 왜 당신 말을 듣고 남편에게 이런 쓸데없는 질문을 해야 해요?”서유가 계속 멍청한 척하자 육성재의 눌러두었던 분노가 다시 솟구쳤다.“정말 아무것도 안 통하네.”“아니거든요? 나 꽤 쉬워요.”“...”육성재는 참을 수 없어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며 다가가려 했지만 차에서 내린 김선우가 그를 막아섰다.“형, 내가 할게, 내가 할게...
서유가 아직 다 이해하지 못한 사이, 김선우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난간 너머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누나, 만약 전에 누나가 성형 핑계를 대며 나를 속이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누나가 자신의 출생을 모른다고 믿었을 거예요.”“하지만 누나는 나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사진 찍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어요. 나중에는 우리 아버지가 알아볼까 봐 일부러 스카프로 얼굴을 가렸죠.”“이 모든 게 누나가 이미 누나와 이모가 젊었을 때 얼마나 닮았는지 알고 있었음을 알려줘요. 그래서 우리가 알아볼까 봐 두려워했던 거예요.”김선우의 몇 마디에 서유의 거짓말은 그대로 들통났다.차에 타려다 김선우에게 맡기려던 육성재는 갑자기 멈추고 돌아서서 서유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더 이상 거만하지 않았고 차분하고 냉정해졌으며 눈빛은 맑고 빛났다.즉, 이 모든 걸 알고 있는 사촌 여동생이 아까는 그를 놀리고 있었던 것이다. 육성재는 냉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겨 경호원의 저지를 뚫고 서유 앞에 섰다. 둘 사이에는 철문 하나만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그 철문을 통해 육성재는 서유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짙은 눈썹과 큰 눈, 살구 같은 눈매, 복숭아처럼 화사한 얼굴, 매끄러운 피부, 붉은 입술과 하얀 이빨 그리고 허리까지 늘어진 해초 같은 머리카락. 몸매는 날씬하고 허리는 한 손에 잡힐 듯 얇았다. 그녀의 온몸은 맑고 상쾌한 향기로 가득했고 순수한 매력을 지닌 섹시한 분위기가 느껴졌다.무엇보다도 육성재를 놀라게 한 것은 그녀의 눈이었다. 샘물처럼 맑아 밤하늘의 별과 넓은 바다를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육성재는 전에 서유를 본 적이 있었지만 한 번 보고 잊어버렸다. 하지만 이제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녀의 얼굴이 뇌리에 깊이 새겨졌다. 이것에 잠시 놀랐지만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녀를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내 사촌이 이미 충분히 설명했으니, 서유 씨는 더 이상 우리와 숨바꼭질할 필요가 없겠네.”서유는 잠시 눈빛이 흔들렸지만 태연하게 경호원이 총으로 겨누고 있는 육성
“누나, 우리 큰이모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동생 가족을 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누나를 찾으러 온 거예요.”“이게 우리 큰이모의 유일한 소원이니까 제발 저랑 같이 영국에 가줘요. 보장할게요, 만나면 바로 돌아올 수 있다고요.”서유가 어머니가 남긴 영상을 보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쯤 김선우의 말에 감동받았을 것이다.고아로 자란 마음은 분명 가족을 만나기를 바랐을 텐데 안타깝게도 서유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당시 김영주는 김씨 집안에서 쫓겨났고, 육성재의 어머니인 김윤주는 김영주의 약혼자와 결혼했다.이 과정에서 심혜진의 도움도 있었지만 김윤주도 뭔가 수작을 부렸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쉽게 좋은 결혼을 할 수 있었겠는가?그리고 김윤주는 안락한 결혼 후 두 아이를 데리고 찾아온 김영주를 돕지 않았다.몇십 년이 지난 후 두 사촌 오빠가 나타나서 그녀의 동생 가족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다고 하는데, 누가 감히 그 말을 믿겠는가?서유는 김선우가 육 씨 모자의 목적을 모르고 도와주려는 것 같아 그에게 화를 내지 않고 육성재를 냉랭하게 쳐다보았다.“남편한테 말해요. 그가 동의하면 나도 갈게요.”전에는 서유를 하찮게 봤던 육성재도 이제는 그녀를 다르게 봐야 했다.그는 경호원이 겨누던 총을 밀어내고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검은 난간에 바짝 붙었다.“네가 가기 싫다면, 나는 이승하 할아버지한테 네 출생에 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어...”서유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졌지만 여전히 태연하게 육성재를 보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맘대로 해요.”이 말을 남기고 서유는 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그녀는 빨리 이승하에게 전화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결국 이승하의 할아버지는 그녀를 인정하지 않았고 그녀가 김씨 집안 사람임을 알게 된다면...설사 나중에 친자확인을 요구해 자신이 김씨 집안 사람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다고 해도 위험이 있었다. 김선우가 준 정보가 정확한지 누가 알겠는가?만약 정확하다면 그녀는 이를 이용해 김씨 집안 사람으로
서유는 거실로 돌아와서 바로 이승하에게 전화를 걸어 육성재가 찾아온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보디가드에게서 이미 소식을 들은 이승하는 부드럽게 서유를 달랬다. “걱정하지 마, 내가 이미 처리하고 있어.”보디가드가 즉시 연락한 후 그는 이탈리아 쪽에 전화를 걸어 보디가드에게 할아버지를 항상 지켜보라고 지시했다.육성재가 서유의 신분을 폭로하려면 첫 번째로 찾아갈 사람이 분명 할아버지일 것이므로 할아버지를 제어하고 나면 다른 사람들은 다룰 만하다.그 차가우면서도 다정한 목소리를 들으며 서유의 불안했던 마음이 점점 안정되었다.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정말 걱정했어요.”사무실에 앉아 있던 남자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모든 걸 나에게 맡겨.”어떤 상황에서도 이 남자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바로 이 말이었다.“좋아요, 당신이 있으면 나는 걱정할 게 없어요.”이승하의 얼굴에 번진 미소가 눈에까지 전해졌다. “여보, 당신이 외출하고 싶다면 소진섭을 데리고 다녀.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 없어.”소진섭은 S의 태산으로, 그는 이승하의 오른팔이었다. 이승하는 이미 그를 데려와 서유를 보호하게 했다.그는 사실 서유의 신분이 드러나는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고 모든 것이 그의 계획 속에 있었다. 그래서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고마워요, 여보”서유는 전화를 들고 달콤하게 말한 후 전화를 끊고 다시 디자인 도면에 집중했다.이승하는 천천히 미소를 거두고 고개를 들어 이동하를 바라보았다. “동하, 북미 지역 접촉 프로젝트는 이미 마무리되었으니 해외에서 잠시 쉬고 와.”이동하의 아버지는 김진태에게 해를 입었다. 육성재가 서유의 출생을 이용해 이씨 집안을 혼란에 빠뜨리려 한다면 그는 충성스러운 동생이 먼저 멀리 떠나기를 바랐다.나중에 이 일로 서유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갖지 않도록 말이다.이동하는 뱀파이어 상사가 자신에게 휴가를 준다는 말에 깜짝 놀라 이윤재의 다리를 쳤다. “형, 들었어? 형이 나한테 휴가를 준대. 내가 잘못 들은
이승하는 시계를 한 번 보고 이동하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 안 가고 여기서 점심 먹으려는 거야?”이동하는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아니야, 아내가 곧 도시락을 가져다줄 거야. 여기 좀 있다가 갈게.”이승하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 “제수씨가 매일 점심을 가져다줘?”이동하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맞아, 밖에서 파는 음식이 깨끗하지 않다고 해서 직접 도시락을 만들어줘.”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대표실 밖에 우아한 모습의 여인이 도시락 상자를 들고 나타나 손을 흔들었다.자신의 아내가 온 것을 보고 이동하는 서둘러 다리를 내리고 말했다. “형, 나 먼저 갈게. 점심 꼭 챙겨 먹어.”이동하가 아내에게서 도시락을 받아 들고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승하의 표정이 약간 달라졌다.그는 책상 위에 있던 개인 휴대폰을 들어 몇 초간 망설이다가 서유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여보, 회사 식당 음식이 별로야.]그 메시지를 본 서유는 그림을 그리다가 잠시 멈췄다.[그럼 밖에서 먹지 그래요? 회사 밖에 고급 레스토랑이 많잖아요. 아무 데나 골라봐요.]이승하는 잘생긴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답장을 썼다.[밖에서도 맛없어.][그럼 외식을 시킬까요?]대화가 여기서 끊기고 말았다.대화창에 나타난 메시지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이승하는 결국 미소를 지었다.그만두자. 그의 바보 같은 아내를 괴롭히지 말고 편안히 집에 있게 두자.이승하가 더 이상 답장을 보내지 않자 서유는 연필을 내려놓고 한 손으로 턱을 괴며 두 사람의 채팅창을 살펴보았다.혹시... 그가 점심을 가져다 달라고 한 걸까?서유는 아직 아내로서 그룹에 가본 적이 없었으니 한 번 가볼까?이런 생각을 하며 서유는 주방으로 가서 직접 닭고기 수프를 끓이고 몇 가지 담백한 반찬을 준비했다.그녀는 음식을 보온 용기에 담고 소진섭을 불러 보디가드들과 함께 그룹으로 향했다.컴퓨터 앞에서 업무를 처리하던 이승하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들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