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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6화

정가혜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배하린이 이연석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연석아, 됐어. 그냥 이분한테 주자.”

정가혜는 그제야 어떤 상황인지 깨달았다. 배하린은 이지민 때문에 언짢아진 것을 제일 만만한 그녀에게 푸는 것이다.

모두 그녀 탓으로 돌리면서 말이다.

만약 이지민이 다시 부케의 방향을 돌렸을 때 옆으로 피했더라면 배하린은 이런 짓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만 정가혜가 제일 어이가 없는 건 고작 부케를 받지 못했다고 칭얼거리는 여자친구 때문에 이연석이 이곳에 끼어들었다는 것이다.

애초에 서유가 던진 꽃은 예정대로라면 정가혜에게 도착하게 되는데 그걸 중간에서 이상하게 훼방 놓은 사람은 그의 여자친구였다.

정가혜는 아까 피아노 치던 그의 모습이 잠깐이라도 멋있다고 생각한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그녀는 피식 웃더니 아무 말 없이 부케를 그에게 건넸다.

하지만 이연석은 그저 시선을 내려 부케를 보고 있을 뿐 받지 않았다.

이대로 덥석 받으면 너무 없어 보일까 봐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것일까?

“달라면서요? 왜 안 받아요?”

정가혜의 질문에 이연석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고 부케를 받지도 않았다.

‘뭐 하자는 거지?’

정가혜는 다시 한번 그의 손에 부케를 건넸다.

“이런 거 나한테는 큰 의미 없으니까 빨리 받아요.”

말 그대로 꽃 따위 큰 의미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지나간 사람 또한 큰 의미가 없었다. 이혼 경력이 있는 사람은 원래 그런 것인지 크게 바라는 것이 없다.

이연석은 정가혜의 덤덤한 얼굴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눈에는 얼핏 분노도 어려있었다.

“역시 누나는 누나인가 봐요? 나보다 나이가 많아 그런지 쉽게 양보를 하고 말이에요.”

정가혜는 머리를 한번 쓸어내려 귀 뒤로 넘기고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구경하는 배하란을 보며 말했다.

“내가 이대로 양보하지 않으면 연석 씨 여자친구가 화내지 않겠어요? 나는 불필요한 것에 에너지 낭비하기는 싫어서요. 그러니 사람이 양보할 때 빨리 받죠?”

그녀의 말에는 가시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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