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혜의 얼굴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그녀의 전남편도 그녀에게 목석같다느니 돌 같다느니 하는 소리를 한 적이 있다.그런데 그 소리를 이연석도 똑같이 해버렸다.3년 동안의 잠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아니면 그녀는 남자들에게 이런 얘기를 들어야만 하는 팔자인 걸까?“연석아, 그렇게 말하지 마. 언니가 나이가 조금 많아 보이기는 해도 그래도 여잔데, 그러는 거 실례야.”배하린은 이연석의 팔짱을 끼며 선심 쓰듯 얘기했다.주서희는 그런 그녀의 모습과 말투에 기가 막혀 웃음이 절로 났다.“배하린 씨라고 했죠? 얼굴을 보면 그리 어린 나이도 아닌 것 같은데 생각하는 대로 말을 막 내뱉을 시기는 지나지 않았나?”배하린은 주서희가 갑자기 끼어들어 인신공격해대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더니 다시 무해한 얼굴로 돌아와 이연석의 품속으로 쓰러졌다. 그러고는 뭐라고 일러바치려는데 그대로 당해줄 주서희가 아니었다.그녀는 가방에서 명함을 꺼내더니 웃으면서 배하린에게 건네주었다.“마침 우리 병원에 실력 좋은 성형외과 선생님들이 있거든요. 시간 나면 관리받으러 와요. 리프팅도 좀 하고 이리저리 손 좀 보면 아마 금방 젊어 보일 수 있을 거예요. 원장 권한으로 특별히 할인을 많이 해줄게요.”그 말에 배하린의 얼굴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딱 봐도 내가 더 어려 보이는데 리프팅? 그리고 뭐 손을 보면 젊어 보일 수 있다고? 이 여자가 진짜!’배하린은 이를 꽉 깨물고 그녀가 건네는 명함을 힐긋 바라보았다.그러다 병원 이름을 보고는 표정이 굳어버렸다.그녀가 내민 명함에는 서울에서 제일 유명한 병원 이름이 적혀 있었다.일반 사람들은 병을 보고 싶어도 쉽게 볼 수 없다는 VIP들이 많이 찾는 병원이었다.배하린은 자신에게 이딴 망발을 내뱉은 여자가 그런 병원의 원장이라고 하자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하지만 애써 진정하고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그 명함을 받아들었다.“고마워요, 서희 언니.”배하린은 주서희의 이름을 보고 바로 언니라
서유는 배하린이 아닌 이연석을 바라보며 말했다.“아까 부케 던질 때 가혜가 먼저 받았고 연석 씨 여자친구가 지민 씨한테 잘 보이기 위해 그 부케를 지민 씨한테 던졌어요. 믿기 어려우면 지민 씨한테 물어봐도 좋아요.”아까 부케 일로 이연석이 나서려 할 때 얘기해주고 싶었지만 이씨 가문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쳐버렸다.“그리고 지민 씨가 부케를 다시 가혜한테 던졌어요. 가혜는 부케를 받고 나서 바로 연석 씨 여자친구분한테 주려고 했는데 받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왜 그때는 안 받고 굳이 연석 씨한테 가서 부케를 가져다 달라고 졸랐는지 모르겠네요.”그 말에 이연석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배하린을 바라보았다.배하린은 그에게 염치없는 걸 무릅쓰고 정가혜에게 부케 좀 양보해달라고 했더니 정가혜가 이런 예쁜 꽃은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조롱했다고 했었다.그의 시선을 느낀 배하린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내가 오해했나 보네. 나는 가혜 언니가 나한테 부케를 주기 싫어하는 줄 알았어.”그녀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촉촉한 눈으로 이연석을 지그시 바라보았다.“한 달 전에 너 구한다고 한쪽 귀가 잘 안 들린다고 했잖아. 아마 그래서 오해가 생긴 것 같아.”그 말에 이연석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건 망설이라고 있다는 것이다.배하린은 이연석이 어떤 사람인지 이미 다 파악하고 있기에 더 이상의 해명은 하지 않았다.해명하면 할수록 말은 더 꼬이게 되는 법이니 말이다.배하린은 서유와 사람들을 향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죄송해요, 귀가 제대로 안 들려서 오해를 사고 말았네요. 하지만 정말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방금까지의 대화로 봐서는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배하린 씨가 그렇게 말하니 확실히 문제가 있는 거겠죠? 우리 병원 이비인후과 선생님 중에 유명한 분들이 많아요. 얼굴 관리받으러 올 때 꼭 귀도 한번 보고 가요. ”주서희는 그녀
정가혜가 떠난 뒤 이승하는 식장 스태프를 향해 말했다.“아직 내보내지 않고 뭐 하고 있지?”스태프들은 그녀 앞으로 다가와 다시 한번 얘기했다.“이만 나가주시죠.”배하린은 끝까지 자신을 쫓아내 보내려는 이승하를 보며 이를 꽉 깨물었다.마음 같아서는 그에게 따지고 들고 싶었지만 이연석 앞이라 꾹 참았다.지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연석의 마음속 첫사랑 이미지를 지켜야 한다. 그래야만 그와 결혼할 수 있을 테니까.배하린은 고개를 푹 숙이고 불쌍한 얼굴로 얘기했다.“연석아, 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정가혜가 가버린 지금 모든 게 상관없어진 이연석은 미련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먼저 가.”배하린은 자신이 이렇게 얘기하면 그가 함께 떠날 줄 알았는데 이연석은 너무나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정가혜가 사라진 곳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는 그를 보더니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배하린은 주먹을 꽉 쥐더니 이내 뒤를 돌아 이곳을 떠나버렸다.그녀가 떠나자 드디어 식장에 평화가 찾아왔다.이씨 가문 사람들과 이승하의 친구들은 서로 와인잔을 부딪히며 담소를 나눴다.이승하와 서유는 결혼식의 주인공이라 하객들이 남아 있는 한 자리를 지켜야만 했다. 이승하는 지금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끝내고 싶었지만 애써 참고 있다.서유는 이승하에게 술을 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을 보고는 짧게 인사만 나눈 뒤 주서희와 함께 정가혜를 찾으러 나섰다.정가혜는 식장 밖에 있는 잔디밭에 앉아 아무런 표정도 없이 디저트를 먹고 있었다.서유는 그 모습을 보더니 주서희와 함께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잔디 위에 앉았다.“연석 씨가 하는 말은 신경 쓰지 마. 너도 알잖아, 원래 좀 철이 없는 거.”주서희도 한마디 건들며 정가혜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서유 씨 말이 맞아요. 괜히 그런 남자 때문에 기분 상할 거 없어요.”정가혜는 그녀들의 위로에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아까 일은 벌써 기억에서 지웠어요. 그저 나는 왜 만나는 남자마다 다 이 모양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 말에 숨을 몰아쉬던 심이준이 발끈하며 얘기했다.“배로 가자고 한 건 내가 맞지만 조지도 분명 동의했잖아요. 그리고 따지고 보면 조지가 여자한테 홀리는 바람에 이 사달 난 거잖아요!”이에 조지는 기가 막힌다는 듯 허리춤에 손을 올려놓고 따졌다.“심이준 씨도 옆에 여성분을 끼고 잘만 놀았잖아요!”“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꼬신게 아니라 그쪽에서 멋대로 다가왔다고요.”“어쨌든 받아준 거잖아요! 애초에 배가 아닌 비행기를 탔으면 이런 일도 없었잖습니까!”두 사람은 제 나름의 도리를 내세우며 언성을 높였다.서유는 두 사람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조지부터 달랬다.“심이준 씨랑 동행하느라 고생했어요.”조지는 심이준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의 등장에 설움을 그대로 토해냈다.“납치 당한 건 그렇다 쳐요. 그런데 어떻게 다른 나라로 가는데 고작 2백만 원만 들고 갈 수 있습니까. 그리고 납치범들이 199만 원만 가져가겠다니까 만원은 왜 빼냐는 쓸데없는 질문을 해서 나까지 한 대 맞아버렸어요.”서유는 조지의 등을 토닥여주며 그의 얘기를 전부 다 들어주었다.옆에 있던 주서희는 심이준의 얼굴을 한참이나 지켜보더니 정가혜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왜 가혜 씨가 저분을 심대칭이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아요.”정가혜는 언쟁을 벌일 때도 대칭된 표정을 유지하는 심이준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딱 알겠죠? 내가 괜히 그런 별명을 지어줬을까 봐요.”주서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심이준은 서유를 보며 물었다.“그래서 결혼식은 언제 해요?”서유는 노을 진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하늘 안 보여요? 벌써 끝났죠.”“아... 이미 끝났다니 아쉽네요.”하지만 아쉬운 것도 잠시 그는 곧 반짝이는 눈으로 물었다.“결혼식을 못 봤으니까 축의금은 안 줘도 되는 거죠?”“봤든 못 봤든 축이금은 줘야죠. 혹시 돈 아까워서 그러는 거예요?”서유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정가혜가 물었다.이에 심이준은 그녀를 힐끔 째려보더니 다시 서유를 향해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팔레 별장. 이승연은 이태석의 손을 잡고 말했다.“할아버지, 손자며느리 보러 가지 않으시겠어요?”용머리 지팡이를 든 이태석은 시선을 거두며 차갑게 말했다.“걔가 뭐라고 내가 만나러 가겠어?”고집스러운 그의 모습을 보고 이승연은 기어코 물러서지 않았다. “정말 보고 싶지 않았으면 결혼식에 오지도 않았겠죠.”비록 결혼식 과정을 전부 뒤에서 몰래 지켜보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서유의 그 문자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다.이태석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아이를 임신하지 않으면 우리 집안에 발도 못 들여.”이승연은 씩 웃더니 말했다.“할아버지 잊으셨나 본데 지금 우리 가문의 주인은 할아버지가 아니라 승하예요.”이태석은 이를 악물고 그녀를 노려보았다.“너 지금 일부러 나 화나게 하려는 거지?”그녀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제가 어떻게 감히 할아버지를 화나게 하겠어요? 존경해도 모자란데.”이태석은 소매를 털며 코웃음을 쳤다.“내가 왔다는 건 알리지 마.”체면이 하늘을 찌르는 어르신은 이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고집쟁이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승연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이러다 둘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손자라도 생기면 어떡하시려고 저러나?’해 질 녘, 결혼식이 끝나고 하객들이 흩어지고 서유와 이승하가 배에 올랐다.그는 이번 신혼여행을 위해 한 달 동안의 스케줄을 미뤘고 특별히 큰 배도 한 척 샀다.서유를 데리고 세계 일주를 하고 싶었지만 그룹 총수라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한 달만 일정을 잡았다.배가 출발하기 전, 정가혜와 주서희 그리고 연이는 준비한 신혼 선물을 그들에게 주었다.정가혜와 연이의 선물은 작은 여행 가방 두 개이고, 주서희의 선물은 큼지막한 빨간색 트렁크였다.주서희는 서유에게 밤에 샤워하기 전에만 열고 다른 때는 절대 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서유는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주서희가 그렇게 수상한 것을 보고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주서희에게 더 자세히 묻고 싶었지만 정가혜가 또 그녀에게 큰
석양의 잔조가 그녀의 몸에 뿌려져 은은한 금빛을 입혀 부드럽고 눈부시게 빛났다.서유가 입은 웨딩드레스는 따뜻한 노란빛을 받아 다이아몬드가 점점 옅은 파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배 아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나서야 이 웨딩드레스가 왜 절판된 작품인지 알게 되었다.밤이 되면 빛의 작용하에 바다 색깔과 비슷한 은은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와 아름다움이 극에 달했다.서유가 자신의 웨딩드레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이승하가 바로 앞으로 나아가 그녀를 끌고 기선의 꼭대기 층으로 재빨리 걸어갔다.“무슨 일인데 이렇게 급해요?”그녀를 잡아당긴 남자는 눈을 늘어뜨리고 그녀의 하얀 목덜미와 목덜미 아래, 보일 듯 말 듯 한 가슴을 힐끗 쳐다보았다.“왜겠어?”“석양 보려고요?”“너 보려고.”서유는 왜 자신을 보는지 묻고 싶었는데 갑자기 몸이 허공에 붕 뜨고 무거운 웨딩드레스까지 남자에게 들렸다.이승하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안고 4층으로 올라간 후 닫힌 대문을 발로 차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 들어갔다.서유가 방안의 광경을 미처 살피기도 전에 남자가 그녀를 안아 둥그런 큰 침대에 놓았다.이승하는 서유 몸 위에 올라타고 음흉한 눈빛으로 그녀의 가슴 부위를 몇 초 동안 바라보다가 갑자기 미쳐버렸다.그가 고개를 숙이고 키스하자 서유가 손으로 남자를 밀어냈다.“아직 화장도 안 지웠고 샤워도 안 했어요. 너무 조급해하지 말아요.”결혼식 첫날밤을 그녀는 낭만적이고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 평소처럼 반응이 오면 바로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이미 인내심을 잃은 남자는 그녀의 손을 떼고 한 손으로 그녀의 두 손목을 잡고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남자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붉은 입술을 훔쳤다. 마치 가뭄의 단비처럼 마음속의 갈증이 비로소 풀리는 것 같았다.방금 결혼식장에서 맨살을 드러낸 서유를 보았을 때 얼마나 그녀를 갖고 싶었는지 모른다.만약 그녀에게 완벽한 결혼식을 선물하고 싶지 않았다면 진작 끌고 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
서유는 작은 얼굴을 붉히며 붉은 입술을 달싹거렸다.“여...”그녀는 소리를 내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아... 못 하겠어요.”그녀는 빠르게 손바닥으로 타들어 가는 얼굴을 감쌌다. 그러면 조금 덜 민망했다.“음, 못 부르겠어?”남자는 그녀의 귀를 가볍게 깨물었고 뜨거운 입술이 민감한 피부에 닿자 몸이 흠칫 떨렸다.그녀는 목을 움츠리며 피하려 했지만 귀에 닿는 뜨거운 입김 때문에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곧 부르게 해줄게...”이승하가 흐트러진 끈을 가볍게 뜯어내며 여러 명의 디자이너가 입혀준 웨딩드레스를 손쉽게 벗겨냈다.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웨딩드레스를 들어 올려 옆으로 던지고, 매혹적인 욕망으로 가득 찬 눈으로 가슴 패치만 붙인 여자를 바라보았다.그런 건 또 처음 보는지 그의 짙은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이게 뭐야?”그가 모르는 것 같아 서유는 작은 얼굴을 붉히면서도 그를 놀렸다.“변태 막는 거요.”이승하는 웃음기가 담긴 그녀의 눈매를 보고 단번에 자신을 놀리는 말이란 걸 알았다.남자의 입꼬리가 씩 올라가며 얼굴에 애정 섞인 웃음이 옅게 드러났다.그의 손끝은 일부러 그녀의 가장 민감한 곳을 스쳤다.“여보, 나쁜 짓 했으니까 벌을 받아야지.”깊고 갈라진 중저음 목소리가 옭아매듯 서유를 감히 움직이지 못하게 했고 호흡도 그의 손길을 따라 가빠졌다.그녀는 자신의 위에 있는 남자가 정장을 입고 머리카락 한 올도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정작 본인은 늘 흐트러진 모습이었다.오기가 생긴 여자가 손을 뻗어 남자의 목을 감쌌고 온몸의 힘을 다해 그대로 남자를 덮쳤다.이런 일에 항상 우위를 점하던 이승하였지만 이번에는 그녀가 갑자기 위에 올라탔다.이승하의 눈가에 놀라움의 흔적이 스쳐 지나가더니 이내 기쁨으로 바뀌었다.“여보, 혼자 해보려고?”서유는 그의 도발적인 모습을 따라 고개를 숙여 그의 귓가를 슥 문질렀다.“같이 해요, 네?”여자의 부드러운 몸과 향긋한 입에서 전해지는 뜨거운 숨결이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괜히 여보라고 불렀다. 이승하는 그녀를 놓아주는 대신 더 세게 몰아붙였다.밤새 침대 위, 욕실, 수영장, 바닥을 누비며 연달아 몇 번이고 행위를 저질렀다.이동하던 배도 몇 번 흔들렸는데 그 또한 두 사람 때문이었다...누군가 유리창 너머로 배 안의 모습을 봤다면 피가 솟구치고 얼굴이 붉어졌을 것이다.날이 밝아올 무렵 서유는 남자의 헐떡이는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걸 들으며 이윽고 그녀의 붉은 입술이 삼켜졌다.그토록 큰 힘에 주체할 수 없었던 그녀가 나지막이 앓는 소리를 냈다.온몸의 힘이 풀린 순간 그녀를 무릎에 앉힌 남자는 다시 귀를 깨물며 달랬다.“여보, 한 번만 더.”이 남자는 결혼 후 몸속의 동물적 본성을 완전히 풀어낸 듯 끝없이 반복해서 원하고 또 원했다.서유는 남자의 어깨에 기대어 입술을 벌린 채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이승하 씨, 한 달 동안 나한테 손대지 마요!”여전히 한 달 내내 그녀를 안고 싶었던 남자는 이 말에 짙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여보, 한 달은 너무 길어. 일주일은 어때?”서유가 작은 손톱으로 등을 확 긁자 남자가 앓는 소리를 냈다.“아파...”“나도 아파요.”이미 그곳이 잔뜩 부어올랐을 텐데 그는 무정하게도 아직도 원하고 있었다.그녀가 아프다고 말하자 이승하는 풀 곳 없는 욕망보다 아내의 몸이 더 중요했기에 감히 더 원할 수 없었다.남자는 크고 둥근 침대에 서유를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 다음 밑을 확인했다.붉게 부어오른 그곳을 바라보는 이승하의 눈에는 안타까운 기색이 가득했다.“아내, 약 가져올게.”서유는 작은 얼굴이 빨개지며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그는 일어난 뒤였다.이승하는 재빨리 약을 가져와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약을 발라주었다.하지만 서유는 민망한 듯 이불을 끌어당겨 얼굴을 이불 속에 파묻었다.부끄러워하는 아내의 모습을 본 남자의 아랫배에 또다시 열기가 솟구쳤고 약을 바른 다음 그는 재빨리 욕실로 향했다.1분도 지나지 않아 욕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차가운 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