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가 서유를 안고 엘리베이터에서 나가려는데 정가혜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잠깐만!”정가혜는 아까 트러블에 휘말린 서유를 걱정하느라 육성재가 이곳으로 온 목적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깜빡해버렸다.“서유야. 육성재는 김초희 행방에 대해 알려고 온 거야.”서유는 서둘러 이승하에게 내려달라고 한 다음 정가혜에게 물었다.“육성재가 왜 언니 행방을 알려고 하는 건데?”‘혹시 육성재와 언니가 아는 사이였나?’“말투가 험악한 걸 봐서 좋은 목적은 아닌 것 같아.”“언니한테 원한이 있다는 거야?”정가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건 모르겠어. 네가 영국에서 돌아온 뒤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이 나여서 이곳으로 찾아온 것 같아. 그런데 말하는 걸 들어보니까 김초희가 죽은 건 모르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김초희는 워싱턴으로 갔다고 했어. 속을지는 모르겠지만.”지현우는 김초희가 죽었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숨겼기에 김초희와 친했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그녀의 죽음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다.그런데 육성재가 그 소식을 몰랐다는 건 친한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정말 복수하려고 찾는 것일 수 있겠네...’정가혜는 이승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서유는 지금 김초희 신분으로 살고 있어서 위험해요.”이승하는 그 말뜻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일 없게 하죠.”“그래요. 그럼 저도 안심하고 있을게요.”정가혜는 다시 시선을 돌려 서유의 어깨를 토닥였다.“난 그럼 일 봐야 해서 이만 가볼게. 조심히 들어가.”서유는 멀어져가는 정가혜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한 다음 이승하의 손에 이끌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이승하는 뒤에 따라온 소수빈을 향해 말했다.“육성재가 알아내지 못하게 깔끔하게 처리해.”소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이승하는 지시를 내린 후 다시 서유를 바라보았다.“서유야, 네 신분은 내가 복구해뒀으니까 앞으로 김초희 말고 네 이름을 써도 돼.”이에 서유는 잠깐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들어 그에게 말했다.“하지만 언니 프
소수빈은 운전석에 앉은 후 가장 먼저 차량 내부 가림막을 내리더니 천천히 시동을 걸었다.뒷좌석에 앉은 서유는 고개를 돌려 아직 얼굴이 창백한 이승하를 바라보며 물었다.“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괜찮아.”“하지만...”이승하는 서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단번에 제 쪽으로 끌어당겨 무릎에 앉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가볍게 입을 맞췄다.서유는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싸고는 고개를 숙인 채 그의 입맞춤을 가만히 받아주고만 있었다.이승하는 이대로는 부족한지 그녀의 입술을 두드리며 그다음 단계로 가려고 했지만 서유는 입술을 꾹 다문 채 그저 입을 맞대기만 했다.이에 그는 그녀의 등을 오가던 손을 허리 쪽으로 내리더니 자기 쪽으로 힘껏 끌어안았다.“키스할래 아니면 더 한 거 할래?”서유의 입술을 간지럽히던 그의 입술은 어느새 그녀의 귓불 쪽으로 와 잘근잘근 깨물었다.서유는 이에 몸을 움찔거리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승하는 그녀의 얼굴을 잡아 도망가지 못하게 만들고 난 뒤 낮게 속삭였다.“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건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거지?”서유가 다급하게 둘 다 싫다 하려고 입을 벌리려는데 그의 뜨거운 입술이 또다시 귓불을 간지럽혔다.마치 전류에 감전이라도 된 듯한 짜릿한 느낌이 귓불을 타고 몸 전체에 흘렀다.서유는 이승하의 움직임에 정신을 못 차리며 고개를 돌리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승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이번에는 그녀의 목에 입을 맞추더니 천천히 쇄골 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그는 마치 자기 것에 표식이라도 하듯 천천히 쇄골을 깨물기 시작했다. 서유의 가녀린 몸은 그의 움직임에 서서히 녹아내렸고 몸도 점점 달뜨기 시작했다.이승하도 그런 그녀의 변화를 눈치채고 단번에 그녀를 시트 위에 눕혀버렸다.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입술을 집어삼키면서 그녀와 몸을 더 밀착시켰다.서유가 반쯤 풀린 눈으로 키스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잡더니 자신의 벨트 위로 가져갔다.그리고 조금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그
차량은 어느새 정가혜의 별장 앞에 도착했고 서유는 그의 관자놀이를 마사지해주던 손을 거두어들이며 말했다.“내일 나랑 같이 병원으로 가요.”이승하는 고개를 끄덕인 후 그녀의 허리를 잡고 몇 번이나 더 입을 맞춘 뒤에야 천천히 놓아주었다.“잘 자.”“조심해서 가요.”서유는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려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반쯤 내려온 차창 안으로 완벽에 가깝다 해도 될 만한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서유는 그 얼굴에 한 번 웃어주고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차 안에 있는 남자는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지고서야 시트에 털썩 누웠다.“진통제.”소수빈은 가림막을 올리고 이승하에게 진통제를 건네주었다. 이승하는 약을 건네받고는 바로 입안에 털어 넣었다.이승하는 이제 창백한 것을 떠나 툭 건드리면 그대로 부서져 버릴 것 같았다.“대표님, 대체 언제부터 두통에 시달렸던 겁니까?”이승하의 형도 죽기 전 두통으로 고생했던 것이 떠오른 소수빈이 걱정 어린 말투로 물었다.이승하는 한 손으로 머리를 마사지하더니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내가 두통이 있다는 사실은 누구한테도 알리지 마.”소수빈은 전처럼 고분고분 알겠다 하지 않고 불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혹시 3년 전에 수면제를 너무 많이 복용하고 또 요즘은 제대로 주무시지 못해서 이런 거 아닙니까?”18세라는 나이에 이씨 가문의 실권자 자리에 올랐던 이승하의 형은 과로로 죽기 전 지금의 이승하와 마찬가지로 두통 증상을 보였다.이승하는 어릴 때부터 심한 매질을 당해 그때부터 몸에 상처를 달고 살았다. 그런 몸으로 서유가 죽었다고 들었을 때는 자해시도를 했으며 송사월을 구하겠다고 대신 총상도 입어 하마터면 병상에서 생을 마감할 뻔했다.어찌어찌 목숨을 부지하고 나서는 술과 담배에 의지했고 수면제 없이는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잠을 자지 않고 일만 하는 날도 많았다.그리고 서유가 돌아온 뒤에는 이제 모든 게 끝나버렸다고 생각해 몇 번이나 위에 출혈이 있기도 했었다.또한, 워싱턴에
서유는 간밤에 잠을 조금 설쳤다. 그 탓인지 다음 날 아침에 깨어나서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그녀는 스트레칭하며 정신을 차리더니 침대에서 내려온 후 씻고 빠르게 나갈 준비를 마쳤다. 이승하를 데리고 병원에 가려고 문을 나서보니 이승하가 벌써 도착해 있었다.그는 핏이 딱 떨어지는 양복에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손에는 장미꽃을 들고 차 문 옆에 서 있었다.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이승하의 얼굴에는 단번에 예쁜 미소가 걸렸다.“서유야.”서유 역시 그를 보고 예쁘게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은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서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승하는 그녀에게 손에 든 꽃다발을 건넸다.“너 주려고 제일 예쁜 거로 골랐어.”서유는 꽃을 받아 들고 남자를 보더니 자기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그의 선글라스를 벗겼다.예쁘다고 할 정도로 반짝이던 그의 눈이 지금은 잔뜩 충혈된 채 빛이 바랜 것처럼 보였다.“눈이...”이승하는 손으로 서유의 두 눈을 살포시 가리더니 답했다.“요즘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래.”그러고는 그녀의 손에 들린 선글라스를 도로 쓰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서유는 맞잡아 오는 그의 손을 꽉 잡았다.“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요.”이승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를 차에 태웠다. 그리고 늘 그랬듯 안전벨트를 해주고 간단한 조식도 먹인 뒤에야 시동을 걸었다.주서희는 해외 세미나로 자리를 비운 상태라 진찰은 부원장이 진행했다.부원장은 가장 먼저 눈을 검사하더니 수면 부족으로 충혈된 것이니 수면만 잘 취하게 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그다음으로 머리 MRI를 찍게 하고는 약 반 시간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밖으로 나왔다.서유는 부원장이 나오는 걸 보더니 다급하게 물었다.“무슨 문제 있는 건 아니죠?”부원장은 이승하의 눈치를 한번 살피더니 대답했다.“편두통일 뿐이네요. 큰 문제는 없습니다.”서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 뭔가 생각난 듯 다시 한번 그를 향해 물었다.“보고서는요?”“
이승하가 전화를 끊은 뒤 멀끔하게 차려입은 택이가 차에 올랐다.“대표님, 이시원 씨의 사인이 뭐였는지 조사해왔습니다.”이승하는 휴대폰을 집어넣더니 조금 피곤한 얼굴로 택이에게 계속 얘기하라는 눈빛을 보냈다.“확실히 과로가 맞더라고요. 이시원 씨를 보살피던 의사와 간병인, 접촉했던 모든 사람 그리고 사용된 약까지 전부 조사한 결과 의심되는 정황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이승하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그를 향해 물었다.“연지유가 거짓말 한 거다?”“네, 지금으로 봐서는 아마 목숨을 부지하려고 그런 것 같습니다.”이승하는 과거 이야기를 잠깐 떠올리다가 머리가 아픈지 택이에게 이만 내리라는 듯 손을 휘적거렸다.택이는 분부대로 차에서 내리려다가 뭔가 떠오른 듯 물었다.“대표님, 당시 이시원 씨의 부검은 진행하지 않으신 거죠?”이승하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시원의 시체를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이씨 집안은 물론이고 박씨 집안도 부검은 반대했었다.택이는 차 문을 잡던 손에 힘을 더했다.‘부검을 안 했으니 역시 비슷한 사례로 사인을 확정 지을 수밖에 없겠네.’솔직히 택이는 이시원의 죽음에 말 못 할 비밀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하지만 이승하가 피곤해하는 모습을 보고 아무 근거도 없는 소리를 하게 되면 괜히 신경 쓰이게 할 것 같아 입을 닫았다.제대로 조사를 마치고 실질적인 증거라도 가져오고 나서 얘기해도 늦지 않다.택이가 내리고 나니 옆에서 대기하던 소수빈이 빠르게 올라탔다.“대표님, 병원에서는 뭐라고 합니까?”이승하는 방금 병원에서 받은 보고서를 소수빈에게 던졌다.“직접 봐.”소수빈은 보고서를 하나부터 열까지 몇 번이나 보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입니다.”이승하가 힐끗 앞을 바라보니 평소 잘 웃지 않던 소수빈의 얼굴에 감출 수 없는 미소가 걸려있었다.“육성재 쪽은 어떻게 됐어?”“잘 처리했습니다. 아마 지금쯤 막막해할 겁니다.”워싱턴.육성재는 현재 창문 가
그 말에 육성재는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진정되는 것 같았다.“취향 한번 역겹네. 아니지, 이승하에게는 딱 어울리는 여자잖아.”그는 코웃음을 치더니 소파에 앉아 이겼다는 얼굴로 하하하 웃었다.비서는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역시 이승하 씨는 대표님 상대도 되지 않네요.”“당연하지. 나는 그딴 몸이나 팔던 여자한테는 눈길도 안 주니까.”육성재는 이승하의 옆에 여자가 없어 결국에는 그런 이상한 여자나 데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기분이 좋아진 그는 부하를 향해 물었다.“그래서 김초희는 지금 워싱턴 어디 있는데?”“김초희 씨는 현재 워싱턴을 떠난 상태로 지금은 태평양에 있습니다.”“태평양??”육성재의 얼굴이 다시 한번 일그러졌다.“태평양을 왜 가?”부하는 알아 온 정보를 늘어놓았다.“듣기로는 김초희 씨가 낚시를 즐긴다고 합니다...”육성재는 그 말에 온몸을 부르르 떨며 화를 냈다.“여자가 낚시를 좋아한다는 게 말이 돼?”부하는 조금 억울한 얼굴로 대꾸했다.“조사한 바에 따르면 확실합니다.”육성재는 소파에 신경질적으로 기대며 짜증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구체적으로 태평양 어딘데?”부하는 침을 한 번 꼴깍 삼키더니 말을 버벅거렸다.“그,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구체적인 주소까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그러자 육성재는 미친 듯이 소파를 쥐어뜯더니 얼마 안 가 소파 가죽이 갈기갈기 찢어졌다.“쓸모없는 것들!”그가 일어나서 부하를 발로 차려고 하자 비서가 다급하게 막아섰다.“대표님, 일단 진정하세요. 김초희 씨가 태평양 어딘가에 있다는 거라도 알았으니 다행이잖습니까. 몇 개월 전처럼 아무런 소식도 없는 것보다는 낫죠.”육성재는 주먹을 꽉 쥐더니 비서를 향해 말했다.“전용기 준비해. 지금 당장 태평양으로 가야겠어!”비서는 일단 구체적인 위치를 확인하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얘기하려다가 괜히 화를 돋우게 될까 봐 입을 닫았다.그러다 왠지 모르게 지금 상황이 마치 몇 년 전 이승하가 육성재를 전 세계를 돌게 개고생시킨
정가혜는 거실로 내려와 요가 매트에 앉아 땀을 닦으며 물었다.“저 사람 누구야?”정가혜는 소준섭과 만난 적이 없었기에 궁금한 얼굴이었다.“서희 씨 오빠야...”주서희에게 듣기로 소준섭이 친오빠는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사이가 꽤 복잡하다고도 덧붙였었다.정가혜는 서유를 한번 보더니 꽤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혹시 너 좋아하기라도 한 대?”늦은 저녁에 서유를 찾아온 걸 보면 그럴 가능성이 다분히 있었다. 정가혜는 만약 이 사실을 이승하가 알게 되면 소준섭의 팔 한쪽이 불구라도 될까 봐 조금 걱정스러웠다.서유는 도우미가 건네준 우유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소준섭 씨는 서희 씨 남자니까 괜한 생각하지 마.”우유를 건네받고 한 모금 마시던 정가혜가 사레에 걸린 듯 우유를 다 흘려버렸다.“켁켁, 이건 또 무슨 소리야?!”방금까지 남매라고 했으면서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지?서유는 정가혜를 보며 피식 웃더니 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소 선생님, 늦은 시간에 여기까지 무슨 일이시죠?”한창 담배를 피우던 소준섭은 그녀가 나오자 황급히 담배를 끄고 쓰레기통에 버렸다.“서희 여기 있습니까?”주서희는 친구가 없었고 그나마 가깝게 지냈던 사람이 서유와 정가혜였다.소준섭은 보름이라는 시간 동안 계속 주서희를 찾아 헤매다가 도저히 못 찾겠던지 결국 서유를 찾아왔다.“없어요.”그 대답에 소준섭의 얼굴이 한층 더 초조해졌다.“그럼 어디 갔는지는 알고 있어요?”서유는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서희 씨 지금 세미나 때문에 지금 해외에 있잖아요. 모르셨어요?”소준섭은 한숨을 한번 내쉬며 말했다.“세미나는 진작에 끝났고요. 지금 주서희와 윤주원만 돌아오지 않은 상태입니다.”그 말에 서유는 말문이 막혔다.소준섭은 비틀거리는 몸으로 한참이나 그녀 앞에서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그러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몸을 돌렸다.서유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자기도 모르게 그를 불렀다.“소 선생님...”소준섭은 차 문을 열고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주서희가 깜짝 놀란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대, 대표님?!”서유는 황급히 휴대폰을 쥐더니 이승하를 향해 말했다.“이만 끊을게요. 이따 저녁에 다시 통화해요.”전화를 끊으려던 찰나 이승하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내가 돌아가고 나서 시도하든 뭘 하든 해.”그 말에 주서희가 웃음을 필사적으로 참으면서 말했다.“서유 씨, 아무래도 먼저 대표님이랑 시도해 보고 다시 약을 처방해 주는 게 나을 것 같아요.”서유는 빨개진 얼굴로 전화를 끊고 이제 막 주서희에게 한소리 하려는데 테라스 쪽에서 정가혜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뭘 시도하는데요? 나도 같이해요!”주서희는 더는 참지 못하고 입을 활짝 벌리고 웃었다. 입꼬리가 한껏 위로 올라간 그녀의 얼굴은 정말 너무 예뻤다.그 모습을 근처에서 보고 있던 소준섭은 자기도 모르게 굳었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서유는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마침 소준섭을 발견하고는 주서희의 손을 잡아당겼다.“왜 그래요?”서유의 시선을 따라 별장 밖을 바라보던 주서희는 소준섭을 발견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에 걸린 웃음을 지워버렸다.그러고는 몇 초간 고민한 후 서유에게 말했다.“잠깐 얘기 나누고 올게요.”주서희는 소준섭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더니 서서히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소준섭은 그 미소를 보고는 심장이 뭔가에 찔린 듯한 고통을 느꼈다.“내 앞에서는 계속 웃는 척을 했다는 걸 이제야 알았네.”그 앞에서는 아까처럼 눈이 부실 정도의 미소를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다. 그녀는 이제까지 계속 가짜 웃음이었던 것이다.소준섭은 주서희를 벽까지 밀어붙이며 물었다.“나한테 접근한 거, 나 꼬신 거 혹시 복수 때문이야?”주서희는 주먹을 꽉 쥐더니 서서히 고개를 저었다.“당신한테 접근한 건 사랑해서예요. 복수 때문이라뇨.”이에 소준섭을 코웃음을 쳤다.“나를 사랑한다는 사람이 세미나가 끝나고 윤주원이랑 단둘이 여행을 가?”주서희는 양손을 그의 목에 두르며 물었다.“질투해요?”평소처럼 그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