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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이승연은 서유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었고 이미 서유를 만났으니 눈치껏 자리를 피했다.

그녀의 우아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잔뜩 긴장하고 있던 서유는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전부 박하선처럼 그녀를 경멸하고 무시하며 심지어 악담을 퍼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승하의 큰누나가 이렇게 온화하고 점잖은 분일 줄은 몰랐다. 그녀한테서 도도하고 까칠한 면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진정한 재벌가의 일원으로 교양이 있고 보고 듣고 배운 것이 많아 시야가 넓은 명문가의 자제다운 모습이었다.

이승하는 고개를 숙이고 품에 안긴 여인을 향해 물었다.

“언제쯤이면 나랑 같이 우리 집안 행사에 참석할 거야?”

서유는 맑은 눈망울을 들어 잘생긴 그의 얼굴을 응시하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말했다.

“나중에요.”

지금의 그녀는 그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고 그와 함께 이씨 가문의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아무 말도 없이 손을 내밀어 쇼핑백을 받아쥐는 그녀를 보고 그는 그녀가 동의했음을 알아차렸다.

이승하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몸을 밀착시킨 뒤 그녀의 턱을 치켜올렸다.

“기다릴게.”

그의 품에 안겨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안 가요?”

옅은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장미처럼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구름과 안개가 걷힌 뒤의 밝은 달처럼 환해 보였다.

“난 당신의 웃는 모습이 좋더라.”

가볍게 오므리고 있던 입술이 은은한 곡선을 그리며 즐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는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을 풀고 그녀와 깍지를 낀 채 백화점을 떠났다.

서유는 쇼핑만 하고 나면 끝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는 그녀를 데리고 바닷가로 왔다.

푸른 하늘이 바다와 연결되고 수면에 반사되어 맑은 푸른 빛을 띠었고 멀리서 바라보니 끝이 보이지 않았다.

바닷바람이 불어와 머리가 찰랑거렸고 저 멀리 갈매기가 모래사장 위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훤칠한 남자가 가녀린 여인을 이끌고 조용히 모래사장을 걷고 있었다.

햇빛이 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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