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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그녀는 포악한 기운이 온몸에 배어 있는 남자를 보고 있자니 어느새 스트레스가 가득 차올랐다.

문뜩 이승하를 처음 봤을 때의 광경이 떠올랐다. 비슷한 게 아니라 완전 똑같은 상황이었고 엄청난 카리스마에 압박감이 장난 아니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매우 다른 점이 있었다. 이승하는 고귀함과 차가움이 몸에 배어 있었지만 육성재는 조울증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지금 이 순간, 아무 말도 없는 그를 쳐다보며 정가혜는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하였고 심지어 그의 앞에서조차 숨조차 쉬지 못하였다.

지난번 육성재가 이곳에 왔을 때, 웨이터가 술을 따르다가 실수를 하자 그는 바로 술잔을 깨뜨려 버렸었다.

그녀는 이 손님이 성질이 급하여 상대하기 어려운 손님인 걸 깨닫고 보고 급히 웨이터에게 물러나라고 하고는 직접 가서 그를 접대했다.

그녀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었던 건지 육성재는 이번에 다시 와서 특별히 그녀에게 접대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녀는 육성재가 자신에게 술을 따르라고 할 줄 알았는데 그는 검은 눈동자를 치켜든 채 그녀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았다.

그의 거침없는 눈빛에 늘 침착하던 정가혜는 참지 못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

‘육성재 씨, 이곳은 정상적인 클럽이에요. 주류 서비스 외에 다른 장사는 하지 않는다고요.’

다른 손님이었으면 아마도 이 말을 바로 내뱉었을 텐데 눈앞의 육성재는 그녀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가 마음속으로 육성재한테 불만을 털어놓을 때, 그가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입을 열었다.

“김초희를 알고 있나요?”

낮고 둔탁하며 듣기 좋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김초희'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역시 그녀와 같은 여인을 육성재가 어찌 마음에 들어 할 수 있겠는가? 서유 정도가 되어야 그의 눈에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유는 이승하의 여자이다. 육성재가 지금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드는 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육성재를 바라보았다.

“알아요. 무슨 일로 찾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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