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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Author: 재인
강하리는 송동혁을 빤히 노려보면서 비웃는 듯했다.

“송동혁 씨, 할 말 있으면 빨리하세요. 이런 말로 사람 구역질 나게 만들지 말고.”

그러자 송동혁의 안색은 순간 어두워졌다.

“하리야, 그래도 난 네 아버지야.”

“아버지란 단어를 모욕하지 마세요. 당신은 기껏해야 유전자 제공자일 뿐입니다.”

“하리야!”

송동혁은 몇 년 동안 송씨 가문을 더 발전시키지 못했지만 송유라와 구승훈 덕에 이 바닥에서 아무도 그를 난처하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강하리는 그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다. 송동혁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는 강하리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

송동혁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고 상냥한 척하려고 노력했다.

“네 엄마가 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했다며?”

정서원을 언급하자 강하리는 갑자기 긴장했다. 그녀는 경계심이 가득한 눈으로 송동혁을 쳐다봤다.

“송동혁 씨, 우리 엄마는 당신과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그러자 송동혁이 피식 웃었다.

“하리야, 나는 네 아버지야.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

그리고 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랑 유라는 친자매야. 왜 이렇게까지 싸워야 해. 하리야, 유라를 한 번만 봐줘. 앞으로 내가 너랑 네 엄마를 잘 보상해 줄게. 아니면 가격을 말해. 얼마면 네 동생을 봐줄 건데?”

강하리는 어이가 없어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송동혁 씨, 잠이 덜 깼으면 돌아가서 자세요. 여기서 헛소리하지 말고.”

강하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곧장 밖으로 나갔다.

송동혁은 그 말을 듣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강하리! 네가 뭐라든 송유라는 네 친동생이야. 만약 남자 때문에 네 동생과 사이가 틀어지면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강하리는 송동혁과 논쟁하기 귀찮아 고개를 돌리고 경비원을 바라봤다.

“내쫓으세요. 앞으로 대양 그룹에 한 발짝도 못 들이게 하세요.”

그러자 송동혁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강하리, 네가 감히!”

하지만 강하리는 그를 더 이상 상대하지 않았다. 경비원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자 송동혁은 쫓겨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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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381화

    구승훈이 강하리의 손목을 꽉 잡고 있자 그녀의 손목이 뜨거워졌다.강하리도 구승훈의 안색이 예전보다 많이 나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하리야, 나 하루 종일 굶었어.”그러자 강하리가 멈칫하면서 말했다.“승훈 씨가 배고프시다면 같이 밥을 먹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그리고 그녀는 구승훈의 손을 뿌리치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며 걸어 나갔다.“이 대표님, 다른 식당으로 갑시다. 제가 찾아갈게요.”강하리는 전화를 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구승훈이 굳은 표정으로 따라나섰다.“하리야, 나는 환자야. 걱정되지도 않아?”강하리는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자기 몸을 자기가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누가 챙겨주겠어요?”그리고 그녀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구승훈은 그 자리에 서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강하리는 정말 지독했다.예전에 구승훈이 그녀에게 했던 말을 그녀는 지금 한마디 한마디 모두 그에게 돌려줬다.구승훈이 막 따라가려고 하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그는 힐끔 보더니 전화를 받았다.“형, 할아버지가 둘째 형을 구해줬어. 그리고 돌려보내 줬어.”그러자 구승훈이 물었다.“누가 할아버지한테 말했어?”구승현이 감방에 들어간 사실을 구씨 집안 사람들은 모른다.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그러자 구승재도 답답해하며 말했다.“설에 누가 말했을 수도 있죠.”구승훈의 얼굴색은 많이 안 좋았다.“지금 당장 돌아갈게.”구씨 저택.구승훈이 들어서자마자 구승재가 마중 나왔다.“할아버지가 방금 엄청 화를 냈어.”그러자 구승훈이 목을 가다듬으며 물었다.“어디에 보냈는지 알고 있어?”구승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모르지. 이미 다 보냈는데 말이야.”구승훈은 굳은 표정으로 할아버지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집사가 가로막으며 말했다.“도련님, 어르신이 지금 많이 화가 나신 상태입니다.”하지만 구승훈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구진철의 방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마자 무언가가 구승훈 쪽으로 날아오는 것 같았다.“돌아올 면목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382화

    “네. 신경 안 써도 돼요.”심준호는 나지막이 말했다.“걱정 마세요. 며칠 후에 화풀이해 줄게요.”강하리는 웃으면서 대답했다.“네. 변호사님, 고마워요.”설 연휴가 끝난 두 번째 날에 송유라의 명예훼손과 고의 상해 사건 재판이 열렸다.심준호는 원래 비밀리에 처리하려고 했다.송유라 같은 연예인은 사회에서 영향력이 너무 컸다.비록 강하리는 피해자이긴 하지만 유산이나 스폰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명예가 훼손되기 마련이다.하지만 강하리는 공개 심판을 고집했다.강하리는 송유라가 패가망신하길 원했다.다만 심준호의 요구로 강하리는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법정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녀는 대기실에 앉아 재판 과정을 지켜보았다.방청석에 앉은 사람들은 대부분이 기자들이었고 송유라의 팬들도 있었다.송동혁과 장진영도 있었고 구승훈은 두 사람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사실 구승훈은 오늘 강하리를 만나러 왔다.하지만 강하리가 법정에 나오지 않을 줄은 몰랐다.강하리는 구승훈을 잠깐 바라보았다가 바로 시선을 돌렸다.명예훼손 재판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심준호는 당시 인터넷에서 강하리에게 했던 각종 악플 스크린숏을 제시했다.하지만 송유라는 예전처럼 모든 책임을 장서연에게 전가했다.장서연도 조금도 피하지 않았고 전부 인정했다.심지어 그 자리에서 강하리에게 사과까지 했다.상대방 변호사는 미소를 지으며 흥분한 표정으로 심준호를 쳐다보았다.그 변호사의 생각에는 지금은 소송이 아닌 자신이 명성을 떨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이번 소송에서 심준호를 이길 수만 있다면 그는 앞으로 모든 법무 계에서 이름을 날릴 것이다.사실 변호사뿐만 아니라 옆에 앉아 있는 송동혁과 장진영의 얼굴에도 큰 긴장감이 없었다.그러다가 심준호가 녹음 파일을 꺼냈다.“강하리, 사이버 폭력을 받으니까 좋아?”송유라의 목소리가 나오자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송유라 본인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리고 강하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송유라 씨, 정말 유라 씨가 그런 거예요?”“맞다면 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383화

    구승훈은 문 앞에 서 있었고 몹시 난감한 표정이었다.구승훈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부인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때 그런 상황에서 강하리가 얘기해도 자신은 듣지 않았을 것이다.구승훈은 지금 머릿속에서 이 일이 도대체 언제 발생했는지 끊임없이 회상하고 있었다.한참을 생각한 후에야 그 일이 떠올랐다. 송유라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와서 강하리가 자신을 때렸다고 했다.구승훈은 그때 자신이 뭐라고 했던지 생각해 보았다.아마도.강하리에게 당장 사과하라고 말했던 것 같았다.구승훈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때 나에게 미리 말했다면...”강하리는 아무 말이 없었고 그때 손연지가 옆에서 걸어 나왔다.“그때 말하면 뭐가 달라질 게 있어요? 승훈 씨가 하리보고 송유라에게서 꺼지라고 다시 한번 말하게요? 구승훈 씨, 도대체 나쁜 짓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스스로 생각해 봤어요? 그동안 줄곧 하리 뒤를 따라다녔고 하리와 주해찬 씨의 관계를 망쳤죠. 승훈 씨는 화해하려고 부드럽게 말했지만 실질적인 일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잖아요. 승훈 씨의 송유라는 아직 멀쩡하죠. 심지어 송유라는 어쩌면 지금도 어떻게 하리를 해칠까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 구승훈 씨, 송유라가 왜 이렇게 무서운 게 없이 행동하는지 생각해 보셨어요? 승훈 씨가 방관해서 그런 거라고요!”손연지는 말을 마치고 바로 가서 강하리를 와락 끌어안았다.강하리를 생각하니 손연지는 마음이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왜 강하리가 이렇게 괴롭힘을 당해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구승훈은 제자리에 서 있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강하리는 서운함을 참으며 손연지를 토닥였다.“난 괜찮아.”구승훈도 강하리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구승훈은 예전에 자신이 정말 나쁜 놈이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강하리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미안하다는 말은 그녀의 상처를 전부 치료해 주기에 너무 부족했다.구승훈의 손에 핏줄이 불끈 솟았고 마음속에는 후회가 가득했다.후반 재판은 송유라의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384화

    얼마나 익숙한 장면인가.그 당시 강찬수가 정서원을 밀어 던질 때 강찬수의 대리 변호사도 막판에 이런 정신 진단 증명서를 제시했다.손연지도 당연히 이 일을 알고 있다. 그녀는 욕설을 퍼부으며 말했다.“X발, 강찬수의 상황과 똑같잖아. 천한 사람은 다 이런가?”현장에 있던 기자는 송유라의 정신병 진단 증명서를 보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송유라가 정신병이 있다고?오늘 이 소송은 정말 치열하게 진행되었다.하지만 휴게실에 있던 강하리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머릿속은 지금 매우 복잡했다.지나친 우연의 일치 아닌가?구승훈도 이 모습을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이때 손연지가 다급하게 말했다.“어떡하지? 강찬수처럼 무죄로 풀려나는 건 아니겠지?”강하리가 입술을 꽉 깨물고 대답했다.“나는 심 변호사님을 믿어.”심준호는 상대방이 제시한 정신병 진단서를 보고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피고인에게 정말 정신질환이 있습니까?”그러자 상대방 측 변호사가 대답했다.“그럼요. 당사자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이런 일로 죄를 피하지 않을 겁니다. 또 아까도 보시다시피 당사자의 정신 상태가 이상했잖아요.”그 말을 듣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아까 송유라의 행동을 곰곰이 되새겨보았다. 정말 정상인 것 같지는 않았다.심준호는 그윽한 눈빛으로 송유라의 변호사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모든 사람이 그가 반박할 것이라고 예상했을 때 심준호는 뜻밖에도 이를 인정했다.“피고인이 정신상태는 확실히 정상인 것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폭력적인 경향이 심하기 때문에 제 당사자의 안전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강제로 정신질환 감시 치료를 진행할 것을 요청합니다.”그 뜻인즉 강제로 정신 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이다.정신 병원은 감방보다 사람을 더 망가뜨리게 할 수 있다.특히 송유라는 유명인이자 연예인이기에 더 고통스러워할 것이다.사실 이번 소송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기껏해야 3개월에서 6개월의 판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385화

    팬들이 LED 전구로 만든 응원판이 구승훈의 등에 쾅 하고 내리꼰졌다.강하리가 화들짝 놀라며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로 불렀다.“승훈 씨!”부르고 나서야 강하리는 자기가 실수했음을 알아챘다.응원판에 맞은 구승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돌려 그 팬을 노려봤다. 눈빛이 차가운 게 섬뜩할 정도였다.이에 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대, 대표님, 저, 저희는 그냥 저 파렴치한 여자를 손봐주려고 그랬던 거예요. 저 여자 때문에 우리 언니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데요! 대표님, 우리 언니를 대신해 꼭 복수해 주세요.”이 말에 구승훈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죠?”법원에 들어오려면 소지품 검사가 필요했다. 응원판 같은 물품은 절대 반입이 불가한 물품에 속했다.팬들은 너무 무서워 다리가 떨릴 지경이었고 구승훈이 캐묻자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전 그냥 저 여자가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랬어요. 분명 대표님은 우리 유라 언니랑 천생연분인데, 저 여자는 그냥 중간에 끼어든 나쁜 년일 뿐이라고요!”팬은 말하면 말할수록 흥분하기 시작했다.구승재가 얼른 사람을 데리고 와서 그 팬을 제압했다.“형, 괜찮아?”구승훈은 질문에 대꾸하지 않고 오히려 강하리를 바라봤다.“어디 다친 데 없지?”강하리가 고개를 저었다.“없어요.”강하리가 잠깐 고민하더니 다시 물었다.“고마워요.”강하리는 아직 얼굴이 하얗게 질린 상태였다.사실 아까 송유라가 정신질환 진단서를 꺼내 들었을 때부터 심드렁한 상태였다. 하여 팬이 응원판을 휘두른 것도 모르고 미처 피하지 못했다.구승훈은 강하리가 고맙다고 하자 마음이 먹먹했다. 꼭 이렇게 내외해야 할까?구승훈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뭐 날아오는 것도 모르고.”구승재가 이를 듣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은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아니라 위로를 건넬 때인데 말이다.“강 부장님, 형 다쳤으니까 케어 좀 해줘요. 나는 가서 팬들 좀 처리할게요.”팬들은 송유라가 법원에서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386화

    구승훈은 장진영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갔다.밖에 있는 팬들은 이미 거의 정리되고 없었다. 차 옆에 서 있는 강하리는 아무 표정 없이 덤덤하게 서 있었다. 손연지가 옆에서 뭐라 말하고 있었다.구승훈이 두 사람 앞으로 다가가자 손연지가 그를 힐끔 노려보더니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구승훈은 그런 손연지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하여 자기도 모르게 강하리에게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도울 생각 없어.”강하리는 이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일단 가요.”강하리가 차에 오르려는데 구승훈이 이를 막았다.“내 차로 가자. 이 차는 이따 승재가 끌고 오면 돼. 팬들이 또 따라오기라도 하면 어떡해?”강하리는 구승훈과 한 차에 타기가 싫었지만 구승훈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기에 잠깐 고민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구승훈의 차는 병원으로 향한 게 아니라 바로 아파트로 향했다.강하리는 이내 노선이 이상하다는 걸 발견하고는 얼굴이 굳어졌다. 이에 구승훈이 얼른 해명했다.“병원까지 갈 필요 없어. 이따 약 좀 발라주면 돼.”강하리는 구승훈을 힐끔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구승훈이 덧붙였다.“오늘 본 그 팬 내가 잘 조사해 볼게. 우연히 들어간 건 아닌 거 같아.”한참 침묵하던 강하리가 알겠다고 대꾸했다.차 안은 다시 정적에 휩싸였다.구승훈은 강하리를 힐끔 쳐다보더니 아무 노래나 틀었다. 잔잔한 클래식이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자 강하리가 눈까풀이 살짝 흔들렸다강하리가 아파트로 들어오자 도우미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하리 씨 왔어요?”하리가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네, 일이 좀 생겨서 왔어요.”“식사하시고 가실 거죠?”도우미가 강하리와 구승훈을 번갈아 쳐다봤다.강하리가 대답했다.“아니요. 곧 갈 거예요.”도우미는 어딘가 실망한 눈치였다. 두 사람이 아직도 화해하지 못한 걸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구승훈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강하리가 남아서 식사끼지 할 거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없었다.강하리는 익숙하게 약상자를 가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387화

    응원판에 맞을 때도 끄떡없던 구승훈은 강하리의 응징에 자기도 모르게 낮은 신음을 냈다.“강하리!”구승훈은 단번에 강하리의 손목을 잡고 몸으로 그녀를 소파에 눌렀다. 구승훈은 지금 위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었다. 맞닿은 피부는 마치 불덩이처럼 뜨거웠다.강하리의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승훈 씨, 움직이기만 해봐요. 바로 성폭행으로 고소할 테니까!”“하리야.”구승훈의 목소리가 점점 갈라지고 있었다.“나 건강해. 여자랑 스킨십한 지 꽤 됐으니까 조금만 건드려도 반응이 오는 건 정상이야. 널 보고도 아무런 느낌이 없어야 만족해?”강하리가 빨개진 얼굴로 성질냈다.“승훈 씨가 고자가 된다 해도 나는 괜찮을 거예요!”구승훈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강하리, 그래도 우리 그쪽 궁합은 잘 맞았잖아! 근데 이렇게 저주한다고?”강하리의 몸이 순간 굳더니 이렇게 반박했다.“혼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죠.”구승훈이 강하리를 노려보며 물었다.“뭐라고? 지금 내 스킬에 도전하는 거야?”두 사람의 자세는 지금 매우 위험했다. 강하리는 구승훈의 소중한 무언가가 아직도 꿋꿋하게 그녀를 찌르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녀는 더는 이 화제를 이어가기 싫었다.“승훈 씨, 여자가 고프면 지금 당장 나가서 찾아요. 여기서 발정 난 푸들처럼 굴지 말고. 난 이미 질렸다고요!”구승훈의 이마에 순간 핏줄이 섰다.“질렸다고?”강하리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어갔다.“당연하죠. 매일 그렇게 정신없이 해대는데 질리지 않는 게 이상하죠. 떠올리기만 해도 역겨워요.”구승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강하리를 보며 말했다.“안 믿어. 해보기 전엔 절대 안 믿어.”“저리 가요!”강하리가 발버둥 치며 일어나려 했다.하지만 이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 강하리가 발버둥 치면 칠수록 구승훈의 눈동자는 점점 어두워졌다.“그만, 하리야, 움직이지 마.”구승훈이 순간 강하리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더 움직이면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할지 장담 못 해.”강하리는 화가 치밀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388화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을 눈싸움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먼저 갈게요.”그러다 강하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구승훈이 강하리의 손목을 잡더니 이렇게 말했다.“샤워하고 올게. 잠깐 기다려. 할 얘기가 있어.”하지만 강하리는 남아있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구승훈이 한발 빨리 막아서더니 덧붙였다.“저번에 말한 강찬수 사건 내가 힌트 찾았다고 했잖아. 그거 진짜야. 계좌에 문제가 있었어.”강하리가 그제야 걸음을 멈추었다.“무슨 문제요?”구승훈이 이렇게 말했다.“일단 밥 먹으면서 얘기하자.”강하리가 받아쳤다.“그럼 구승재 씨더러 전달하라고 하세요.”구승훈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이렇게 말했다.“내가 알아낸 걸 왜 걔가 전달해?”강하리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심 변호사님과 만나기로 했어요. 여기서 이럴 시간 없다고요.”강하리는 심준호와 같이 밥을 먹고 어머니 정서원을 만나러 가기로 약속한 상태였다.구승훈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걔는 왜 맨날 한가해?”강하리는 더는 대꾸하기 싫어 몸을 돌렸다. 하지만 구승훈이 이번에도 따라왔다.“같이 가자. 준호는 개의치 않을 거야.”“내가 싫어요.”구승훈이 무슨 말을 더 하려는데 마침 강하리의 핸드폰이 울렸다.심준호가 걸어온 전화였다.“하리 씨, 예진이한테 일이 생겨서 잠깐 보경시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요. 뒤에 다시 연락할게요.”심준호의 목소리가 매우 다급했다. 강하리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전화를 끊었다.구승훈은 이런 상황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왜? 준호가 약속을 깨기라도 했나 보지?”강하리가 입꼬리를 당겼다.심준호의 말투가 너무 다급해 보였다. 그런 심준호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강하리는 혹시 무슨 큰일이 난 게 아닐지 걱정되기도 했다.잠깐 고민하던 강하리는 카톡으로 심준호에게 메시지 몇 개를 보냈다.구승훈은 강하리가 심준호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걸 보고 마음이 불편했다.강하리는 누구든 잘 지내지만 유독 그와는 그러지 못했다.심지어 아직도 구승훈의 전화번호는 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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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9화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진료실 문이 안에서 열렸고 강하리가 휠체어를 밀며 천천히 나왔다.구승훈과 마주친 것이 놀랍지도 않은 듯한 그녀의 표정엔 그 어떤 변화도 없었다.그저 조시욱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가요. 오늘 조 회장님께서 건강검진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같이 가봐요.” 그러자 조시욱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어? 우리 할아버지가 아시게 되면 분명 오늘 밤 내내 그 얘기만 하실걸.”강하리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아무도 보지 못하는 그늘진 표정 속 그 웃음은 희미하기 짝이 없었다.“하리야.”구승훈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그러자 조시욱은 발걸음을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둘이 잠깐 이야기할래?”하지만 구승훈은 이미 그녀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고 앉았다.그러고는 방금 깁스를 푼 그녀의 팔을 조심스레 감싸 쥐었다.“아직도 아파?”단 한 마디였지만 거기에 담긴 감정은 지독할 정도로 절절했다.그러나 강하리의 마음속엔 이 말이 오히려 조롱처럼 다가왔고 그동안 꾹 눌러왔던 분노와 상처가 그 순간 와르르 무너져버렸다.그녀는 눈가가 시큰해지며 치밀어 오르는 감정에 숨이 턱 막혔다.‘아프냐고? 정말 이젠 웃기지도 않네. 사고가 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이 자식은 이제 와서 상처가 다 아물어갈 무렵에야 묻네. 아프냐고?’구승훈의 긴 손가락은 그녀의 손목을 조심스럽게 감싸고 있었지만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그는 망설이다가 감싸진 붕대를 살짝 만지려 했으나 강하리는 재빨리 팔을 빼냈다.“손대지 마요.”강하리의 붉어졌던 눈가는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고 마음은 이미 굳어진 상태였다.“역겨워요.”구승훈의 손은 허공에 멈춰 선 채 얼어붙었고 그는 마치 부서질 듯한 표정으로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그때 내가 몇 초 망설였다는 이유로 그래? 하리야, 설마 진심으로 내가 임희주를 선택할 거라고 생각해?”강하리는 눈을 내리깔며 감정을 숨겼고 가슴 깊숙이 파고든 통증도 억눌렀다.그러고는 쓴웃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8화

    구승훈의 시선은 줄곧 조시욱과 강하리의 뒷모습을 좇고 있었다.두 사람이 병원 진료동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뒤에야 그는 마침내 앞에 서 있는 여자를 돌아보았다.“석 여사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석미연은 여전히 온몸을 값비싼 명품으로 휘감은 채 늘 그렇듯 강하리에 대한 반감이 가득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승훈 씨, 나한테 그렇게 차갑게 굴 필요 없잖아. 우리 사이에 무슨 깊은 앙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예전에 좀 불편했던 일도 다 그 여우 같은 강하리 때문이잖아. 안 그래?”석연란의 비아냥 섞인 말투에 구승훈의 눈빛이 즉시 어두워졌다.“석 여사님, 우리 사이가 그렇게 친했었나요? 감히 승훈 씨라고 부를 정도로요?” 그는 날카롭게 말을 이었다.“그리고 강하리는 분명히 심씨 가문의 당당한 맏딸입니다. 그런 사람을 여우니 뭐니 부르는 석 여사님은 남의 가정 깨고 들어온 입장인데... 여사님 같은 사람이야말로 여우가 아닌가요? 주제 파악은 하셔야죠.”그 말은 단 한 치의 여지도 없이 날카롭고 무례했다.원래 석미연은 구승훈과 적당히 말 섞으며 거리를 좁히고 싶었다.조시욱이 강하리 곁에 있는 건 그냥 잠시 눈먼 남자의 실수라 여겼다.하지만 만약 자신이 심연청을 구승훈에게 시집보낼 수만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강하리가 갖지 못한 남자, 강하리를 버린 남자가 결국은 심연청과 결혼하는 거라면 그보다 통쾌한 복수는 없을 터였다.그런데 뜻밖에도 구승훈은 말을 시작하자마자 그녀를 뼈도 못 추릴 정도로 심한 말을 뱉었다.“구승훈, 감히 나한테 그런 말을 해?”그녀가 이를 악물며 소리치자 구승훈은 더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냉정한 눈빛을 드러냈다.“제가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건가요. 아니면 석 여사님이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건가요? 제가 다시 기억나게 해드릴까요? 과거에 당신들과 당신 동생들이 벌인 짓들... 제 손에는 아직도 증거들이 수두룩하죠.”그렇게 말하고 그는 더는 미련 없이 병원 안으로 걸음을 옮겼고 석연란은 그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7화

    천아름은 강하리의 휠체어를 밀며 복도를 따라나섰다.그런데 하필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마자 위층에서 내려오는 구승훈과 준봉을 마주쳤다.이번엔 강하리도 굳이 피하려 들진 않았다.에비뉴 대표실이 이곳에 있는 이상 앞으로 구승훈과는 자주 마주치게 될 터였다.자꾸 피하는 게 오히려 더 부자연스러울 뿐이었다.엘리베이터 안은 고요했고 기계 소리만이 낮게 울릴 뿐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강하리는 내내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조시욱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고 구승훈은 묵묵히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바라보았다.핸드폰 화면 안, 조시욱과의 채팅창은 대화가 빼곡히 쌓여 있었다.그걸 보는 순간 구승훈은 입안부터 가슴까지 다 쓰려왔다.‘매일 같이 이렇게 대화를 주고받는 걸까?’그는 참다못해 먼저 입을 열었다.“속은 좀 괜찮아졌어?”강하리는 문자를 입력하던 손끝을 멈칫하더니 대꾸하지 않았다.구승훈은 짧게 웃음을 흘렸다.“조시욱이랑 있으면... 토할 일은 없나 보네?”그 말에 강하리는 피식 웃었다.“구승훈 씨, 원하는 대답이 뭔데요? 말해봐요. 제가 맞춰줄게요.”그는 입술을 꾹 다물었고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말해봤자 자존심만 더 상할 뿐이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천아름이 먼저 휠체어를 밀고 나섰고 밖에서는 이미 조시욱이 기다리고 있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준봉은 구승훈을 흘끗 보더니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그러자 구승훈이 문득 입을 열었다.“점심 약속 취소해.”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조시욱의 차를 따라나섰다.차 안.조시욱은 조심스럽게 달콤한 디저트를 하나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이거 좀 먹어. 깁스 풀고 나서 맛있는 거 사줄게.”디저트를 바라보던 강하리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시욱 선배, 난... 나 오늘 오후에 F 국으로 출장 가요. 갖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요. 사 올게요.”그는 그녀의 말을 가로막듯 웃으며 말했다.강하리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디저트도 받지 않았다. “제가 지금 무슨 얘기 하려는지 알겠죠.”조시욱은 웃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6화

    천아름은 눈을 깜빡이며 말없이 웃었고 그 반응만으로도 이미 모든 걸 인정한 셈이었다.하지만 곧 그녀는 덧붙였다.“먼저 말해두지만 나도 미리 알았던 건 아니야. 그 사진들은 우리가 올라온 직후에 구승훈이 보낸 거야.”강하리는 여전히 입을 다문 채 천아름을 바라봤다.그 시선에 살짝 기가 죽으려던 찰나 강하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왜 미리 말 안 했어?”천아름은 입을 삐죽 내밀며 대답했다.“말했으면... 네가 그 사진들을 제대로 썼을까?”강하리는 천천히 창밖을 바라봤다.이 각도에서 에비뉴와 정안 타워를 잇는 공중 회랑을 보는 건 그녀도 처음이었다.다섯 개의 회랑은 같은 위치에 놓인 게 아니라 높낮이와 간격이 제각각이었고 그 불규칙한 배치가 위에서 보면 iw라는 문양을 이루고 있었다.이미 회랑에 심어졌던 꽃들은 시들어 있었지만 강하리는 그곳에 자란 꽃들이 전부 리시안셔스였다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강하리는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이젠 더 이상 구승훈과 어떤 연결고리도 남기고 싶지 않아.”서로의 감정이 남아 있는 듯 없는 듯 얽히고설킨 관계... 그녀는 그런 관계를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말을 마친 그녀는 조용히 휠체어를 돌려 자료를 보러 이동했다.천아름은 커피잔을 들고 그녀 옆으로 와 책상에 걸터앉았고 창밖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솔직히 너희 둘 일에 내가 뭐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이번 일은 구승훈 잘못이 맞고... 난 내 친구가 또 상처받는 꼴 못 보니까 절대 너한테 구승훈의 편을 들 생각 없어. 근데 말이야...”그녀는 말을 잠시 멈췄다.“이번처럼 구승훈이 뭔가 너한테 건넸다면... 넌 받을 건 받아. 그건 걔가 너한테 진짜로 빚진 거니까.”강하리는 작게 웃었다.“그 사람 도움 없이도 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야. 왜 굳이 기대야 해?”이야기를 끝낸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근데 이것 말고도 있지? 송지은이 회의에서 그렇게 된 것도... 구승훈이 일부러 남겨둔 거지? 내가 송지은을 이용해서 회사에서 위신을 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5화

    에비뉴 그룹이 결국 강하리 손에 들어가자 송지은의 속엔 쌓여 있던 불만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그는 몇몇 임원들과 은밀히 손을 잡고 이번 회의 자리에서 강하리에게 본때를 보여주려 했다.강하리는 미소를 머금고 그를 바라봤다.“송 부장님, 진심으로 의견을 내고 싶으신 건가요? 아니면... 직권 남용하고 싶은 건가요?”그러자 송지은의 얼굴이 그 자리에서 굳어졌다.“강 대표님, 지금 무슨 뜻이죠?”강하리는 옆에 앉아 있던 비서실장에게 눈빛을 보냈다.비서실장은 곧바로 자료를 띄웠고 화면에 나타난 건 한 프라이빗 레스토랑에서 찍힌 사진이었다.송지은이 막 추천했다던 신인 여배우와 다정하게 식사하고 있는 장면이었다.그 여배우는 거의 그의 무릎 위에 앉을 듯 그에게 바짝 기대 있었다.송지은은 이마에 핏대가 서며 말했다.“업무 미팅하면서 밥 한 끼 먹는 게 무슨 문제죠?”강하리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다음 사진이 화면에 떠오르자 회의실 분위기가 미묘하게 흔들렸다.사진 속 송지은은 그 신인 여배우의 허리를 감싸안고 호텔로 들어가고 있었다.“식사 후엔 호텔 코스로 이어지셨군요. 송 부장님?”강하리의 그 한마디에 누군가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천아름은 다리를 꼬고 앉아 회의실 전면을 향해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그 웃음소리가 송지은에게 더없이 굴욕적이었다.강하리는 더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회의실 안의 다른 인물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여유로웠지만 시선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또 누구였죠? 추천한 연예인들 리스트... 누구 누구있었죠”말이 떨어지자 회의실 안 사람들 사이로 묘한 침묵이 흘렀고 서로 눈치를 보던 그들은 이내 입을 닫았다.오늘 강하리는 확실히 준비하고 왔다.이번 판에서 잘 되면 본때 보여주는 걸로 끝이지만 잘못 건드리면 누군가는 직장을 잃게 될 게 뻔했다.방금 송지은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 모두가 생생히 봤으니 더 이상 나설 사람은 없었다.회의실은 고요했다.강하리는 시선을 천천히 회의실을 훑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4화

    강하리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후에야 구승훈은 다시 엘리베이터에 들어섰다.하지만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익살스러운 미소가 남아 있지 않았다.“여진 쪽은 어떻게 됐어?”그가 낮은 목소리로 묻자 준봉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출시일이 확정됐습니다. 에비뉴보다 하루 빠릅니다.”구승훈은 손에 불경스러운 듯 염주를 굴리며 냉소를 지었다.“승재와 천아름 쪽에 협조 잘하라고 전해.”“네.”준봉이 재빨리 대답했고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대표님, 사실 이 일은 사모님께도 일부 알려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구승훈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다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조용히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준봉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구승훈은 항상 그랬다. 강하리를 도와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겉으로는 무심한 척했다.‘정말 답답해.’여진 주얼리는 지난 몇 년간 에비뉴와 계속해서 대립해 왔다.겉보기에는 구씨 가문이나 강하리와 아무 관련 없는 작은 회사처럼 보이지만 이런 작은 회사들이 대형 브랜드의 모조품을 내놓는 건 흔한 일이었다.하지만 여진 주얼리는 단순한 모조품에 만족하지 않았다.작년에 해외에서 에비뉴 주얼리의 표절 사건이 터졌을 때 그 배후에는 여진 주얼리가 있었다.그 사건으로 여진 주얼리는 큰 이득을 봤고 에비뉴는 큰 타격을 입었다.그 후 여진 주얼리는 더욱 탐욕스러워졌다.사람이란 달콤한 맛을 보면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마련이다.여진 주얼리는 에비뉴에게 항상 위험 요소였다.구승훈은 에비뉴를 강하리에게 넘긴 이상 그녀에게 어떤 위험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대표님, 상대방의 배후 세력도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대놓고 에비뉴를 도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구승훈은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그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서 뭐? 지금 내가 잃을 게 뭐가 있다고?”준봉은 놀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한참 후에야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3화

    강하리가 때린 따귀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날아들었고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이 강렬했다.그러자 구승훈의 뺨에는 순식간에 선명한 손자국이 남았다.천아름은 그대로 얼어붙었지만 이내 강하리를 향해 천천히 엄지를 들어 올려 보였다. ‘잘했어. 이런 쓰레기 같은 놈은 맞아야 해. 제대로 한 대쯤은 맞아 봐야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알지. 이제라도 자기 잘못을 좀 깨달아야 해.’천아름은 속으로 휘파람을 불며 통쾌해했다.한편 구승훈은 손등으로 뺨을 한 번 스치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천히 강하리 앞에 무릎을 꿇었다.그의 눈엔 고통이 어리어 있었다.“몸이 안 좋은 거야? 아니면...” 그는 목울대를 두 번 삼킨 뒤에야 겨우 말을 이었다. “아니면... 나를 봐서... 토한 거야?”강하리는 여전히 눈이 빨갛게 충혈돼 있었지만 더는 이 남자 앞에서 눈물 흘리고 싶지 않아 애써 참고 있었다.“다신 제 앞에 나타나지 마요.” 강하리의 차디찬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런데 구승훈의 눈에는 오히려 그 말이 묘하게 따뜻하게 비쳤다.지금 이 순간 그는 마음속에... 이상하게도 만족감이 들었다.‘적어도 하리 마음속에 아직 내가 있긴 한 거잖아. 미움이든 혐오든... 감정이 있는 한 아직 끝은 아니겠지.’그는 수트 안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레 강하리의 입가를 닦아주었고 긴 손가락이 그녀의 입가를 스치고는 가볍게 떠났다.구승훈은 고개를 숙인 채 쓸쓸하게 웃었다.“불쾌하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하리야, 미안하지만 다신 안 나타날 수는 없을 거 같아. 난 그건 못 해.”그 말과 함께 그는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조심스레 닦아내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천천히 화장실을 나갔다.순간, 화장실 안은 적막 속에 잠겼다.강하리는 다시금 구역질했고 천아름은 재빨리 그녀의 등을 다독였다.밖에서 구승훈은 그녀의 헛구역질 소리를 들으며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왔다.얼마 후, 급히 달려온 준봉의 목소리에 그가 정신을 차렸다.“대표님, 무슨 일 있었습니까?”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2화

    두 채의 30층이 넘는 오피스 빌딩 사이에는 다섯 층마다 하나씩 연결하는 공중 회랑이 있었다.회랑 위에는 각종 카페와 음식점이 입점해 있었고 그 주변에는 다양한 꽃들이 화사하게 장식되어 있었다.강하리는 사실 정안 타워에 자주 오지는 않았다.심지어 구승훈과 결혼을 앞두고 있던 그 시절에도 여기에는 발걸음을 거의 하지 않았다.솔직히 말해서 그녀보다 임희주가 더 자주 왔을지도 몰랐다.천아름은 강하리의 휠체어를 밀며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그녀는 입꼬리를 삐죽이며 말했다.“구승훈이야 뭐 인간쓰레기지만 그래도 통 큰 건 인정해야겠네. 이렇게 큰 회사를 그냥 덜컥 넘겨주다니. 에비뉴 주얼리잖아? 보석 업계에선 꽤 이름 있는 브랜드인데. 이렇게 보면... 그 인간은 그렇게 나쁘진 않았던 것 같기도 하네. 그렇지?”강하리는 눈을 내리깔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불과 한 달 남짓한 그 짧은 시간 사이에 구승훈이라는 존재가 자신에게서 너무도 멀어진 것만 같았다.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며 입을 열었다.“오늘은 꼭 광고 모델 확정해야 해. 원래 계약하려던 사람이 며칠 전에 갑자기 마음을 바꿨어. 이유 알아봤어?”그러자 천아름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눈을 굴렸다. “이유야 뻔하지. 뺏긴 거지 뭐. 거의 계약 직전까지 갔는데... 갑자기 말을 바꾸더라.”“누가 뺏어갔는데?”강하리가 조용히 물었다.천아름이 막 입을 열려는 찰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며칠 만에 마주친 구승훈이었다. 깔끔한 수트를 입고 있었지만 여전히 전해지는 그 특유의 냉기가 몸 전체에 감돌고 있었다.강하리는 구승훈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시선을 피했다.구승훈 역시 이 순간에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던지 평소 차가운 눈빛은 놀랍게도 순식간에 사라졌다.그의 시선은 곧장 강하리에게 꽂혀 그 자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휠체어에 앉아 있는 그녀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얼굴빛은 생각보다 좋았다.홍조가 돌아 있었고 얼굴도 약간 도톰해진 듯했다.그는 기뻐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1화

    항구에서 보경시로 돌아오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구승훈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누군가의 사무실로 들어섰다.“어떻게 됐어?”그 말에 노진우는 고개도 들지 않고 리모컨부터 눌렀다. 그러자 벽에 걸려있던 TV가 켜지더니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화면 속에는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여초천이 이성을 잃은 채 날뛰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 안의 가구를 부수며 바닥에서 뒹굴기 시작하더니 그럼에도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그는 벽에 머리를 쾅쾅 들이박았다.여초연의 이마는 이미 피범벅이 된 상태였다.그 모습을 본 구승훈은 미간을 짚으며 말했다.“됐어. 그만해.”노진우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렇게 끝내시겠다고요? 대표님께서 발작 났을 땐 이것보다 훨씬 심했어요. 제가 만든 약은 효과가 얼마 못 가거든요. 급하게 만든 거니까요. 하지만 대표님은 온 하루 동안 고통스러워하셨잖아요.”“게다가 대표님은 이 약 때문에 하리 씨 곁을 떠나야 했잖아요. 하리 씨가 그렇게 크게 다친 것도 다 이 약 때문인데 이제 와서 마음이 약해졌다고요?”구승훈은 고개를 푹 숙이더니 담배를 꺼내 거기에 불을 붙였다.“마음이 약해진 게 아니야. 저런 꼴을 보고 있으니까 그냥... 그때 내 모습이 떠올라서...”“생각할 때마다 너무 후회돼. 하리를 혼자 예식장에 두고 떠났던 거 말이야. 내가 어떻게 잡았는데 또다시 놓쳐버리다니...”“그런데 또 여초연이 저러고 있는 걸 보니까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때 내가 하리를 밀어내지 않았더라면 하리가 내 저런 모습을 봐야 했을 수도 있잖아.”노진우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참 후에야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사실 제 책임도 좀 있어요. 제 대학 동기인 데다가 능력도 괜찮아 보여서 추천했었는데 배경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으니까요.”구승훈은 씁쓸하게 웃었다.“임희주가 아니었어도 이렇게 되었을 거야. 여초연이 날 가만 내버려뒀을 리 없으니까.”노진우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하리 씨 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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