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봄날처럼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했다. 내 남편의 첫사랑은 정말 매력적인 여자였다.
그 여자가 귀국한 이후로...
남편은 나와 있을 때는 늘 사랑 따윈 모른다고 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첫사랑 앞에서는 온 마음을 다해 그녀를 기쁘게 하려 했다.
심지어 내 아들조차 내 앞에서, 아빠의 첫사랑이 자기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투덜거렸다.
남편과 아들의 눈에 비친 나의 가치는 그저 빨래하고 밥하고 살림하는 존재일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작은 여자아이가 내 옷자락을 꼭 붙잡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배은찬이 필요 없는 엄마, 내가 가질래!”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척박한 땅에서도 찬란한 장미는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마침내 내가 원하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었을 때, 내 전남편과 아들은 뒤늦게 후회하기 시작했다.
전남편은 전화를 걸어왔다. 아들이 엄마를 보고 싶어 한다고 했다.
“저는 은찬이 엄마 아니에요.”
그는 다시 말했다. 자기가 잘못했다고, 아직도 사랑하는 사람은 나라고.
그때 내 곁의 남자는 내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질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내 마음도 받아주지 않는 여신님을, 네가 감히 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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