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속 진심
내가 죽은 지 삼 개월이 지났을 무렵, 남동생이 백혈병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가족들은 그제야 나를 떠올렸다.
언니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정한 투로 메시지를 보냈다.
“동생이 매우 아파. 집으로 돌아와서 동생에게 골수이식 좀 해줘. 그러면 엄마, 아빠도 네가 훔친 돈 문제는 더 이상 꺼내지 않을 거야.”
아버지가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왔지만, 나는 끝내 그 전화를 받지 못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낮은 목소리로 차가운 욕설을 뱉으며 말했다.
“그래, 이제 날개라도 달았다고 생각하는 건가? 내쫓았더니 연락 한번 없구나.”
어머니는 계속되는 통증에 괴로워서 우는 남동생을 달래면서, 속으로는 씁쓸하고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를 삼키지 못했다.
“네 누나 같은 배은망덕한 자식이 널 위해 숨어 있다가 나타나지 않을 테니, 엄마가 땅끝까지라도 쫓아가서 반드시 찾아낼 거야.”
하지만 그 누구도 기억하지 않았다.
내가 집에서 쫓겨나던 그날 밤, 얼마나 거센 눈보라가 몰아쳤는지.
그 긴 밤을, 맨발로 마당에 서서 현관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는지.
문은 결국 열리지 않았고, 나는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후, 가족들은 정말로 땅을 파헤쳐 나를 찾아냈다.
두꺼운 얼음 밑에 갇혀 차갑게 굳어버린 내 시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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