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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남편의 첫사랑이 동시에 납치당했다.
협상 전문가인 남편은 제일 먼저 현장에 도착해 우리를 구하려 했다.
하지만 범죄자들이 한 명의 인질만 풀어주겠다고 했을 때 남편은 첫사랑을 구하기 위해 나를 대신 선택했다.
나는 무릎을 꿇고 간절히 그에게 살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아무 표정 없이 나를 바라봤다.
“보라는 아직 순수해. 만약 더럽혀지면 견딜 수 없을 거야.”
“넌 달라. 넌 내 아내니까, 더럽혀져도 난 상관없어.”
그는 나를 범죄자의 발 앞에 밀어 넣었다.
남편은 내가 임신 세 달이 되었고 곧 아빠가 될 것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나는 일부러 침대 위에 놓인 곰인형을 바라보며 야한 짓을 했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 곰인형의 눈 속에 한 남자가 있다는 것을.
남자는 몰래 내 집에 침입했고, 내가 잠들었던 침대 위에 누웠으며, 심지어 내가 벗어둔 옷에 자신의 흔적까지 남겼다.
게다가 내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떨고 있는 것을 몰래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내가 자기를 정말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3년 전, 배정우는 한쪽 무릎을 꿇고 임슬기에게 프러포즈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부로 만들어주겠다고 맹세했다.
하지만 1년 후 그녀는 예기치 못한 유산을 겪었고 교통사고를 당한 그는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렸다.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임슬기가 이혼을 요구했지만 그녀를 집에 가둬버린 배정우.
“이혼? 꿈도 꾸지 마. 넌 평생 죗값을 치러야 해.”
임슬기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정우야, 나 폐암 말기래. 죽어가는 날 잡을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