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차이

강유주는 신태오를 오랫동안 사랑했고 늘 순종적이었던 그녀는 신태오를 위해 타투를 하고, 탈선을 하고, 남에게 얹혀살았다. 그러다 물에 빠졌을 때 신태오는 강유주의 원수를 구한 뒤 초라한 몰골의 그녀를 내버려두고 떠났다. 그때 강유주는 신태오를 향한 마음을 완전히 접었다. 그런데 강유주의 다음 결혼 상대가 그녀를 품에 안고서 싱긋 웃으며 말했다. “유주 씨, 전남편을 혼내주고 싶지는 않아요?” 강유주는 신태오와 이혼한 뒤 곧바로 엄청난 권세를 누리는 송경 그룹의 대표 송하민과 결혼했다. 그날 밤 두 사람이 혼인 신고를 한 사실이 SNS에 알려졌고 줄곧 강유주를 무시하던 신태오는 갑자기 눈물을 보이면서 강유주에게 결혼하지 말라고 애원하며 송하민에게 역정을 냈다. “유주가 정말로 당신을 사랑하는 줄 알아요? 유주는 그냥 당신의 권세를 이용하려는 것뿐이에요!” 그러나 송하민은 자신의 품속에 안긴 강유주의 허리를 끌어안으면서 느긋하게 말했다. “그게 뭐 어때서요? 마침 제게 권세가 있는걸요.” 사실 송하민은 오래전부터 강유주를 원했다. 그는 강유주의 야심 가득한 모습을 사랑했고 그녀가 용기를 낼 수 있게 기꺼이 도와줄 생각이었다.

임신한 뒤로 남편은 내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수치스럽게도 내 몸은 점점 예민해졌다. 저녁이 오면 나는 허벅지에 힘을 준 채 말 못할 상상에 잠겼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집에 가면을 쓴 남자가 들어왔다.

결혼 첫날밤, 남편은 나와 함께 보내지 않았다. 그는 너무 피곤해서 나중에 보내자고 했다. 하지만 매일 밤, 그는 몰래 지하실로 내려갔다. 돌아오면 꼭 샤워를 하고, 몸에는 말할 수 없는 냄새가 났다. 나는 남편한테 뭘 하러 갔는지 물었다. 남편은 운동하러 갔다고 말했다. 한밤중에 운동이라니? 나는 참을 수 없어 어느 날 밤 몰래 지하실로 내려갔다. 그가 내게 다가오더니 내 잠옷을 잡고 소리쳤다. “올라와!” “지하실에 들어가면 안 돼!” “아니면 우리 이혼해!”

해성 최고 부호 하승민은 3년 동안 식물인간 상태였고 그의 아내 지서현은 3년 동안 그를 간호했다. 그러나 그가 깨어난 후, 지서현은 그의 휴대폰에서 불륜을 암시하는 문자를 발견했다. 그의 첫사랑이 돌아온 것이다. “백조가 돌아왔으니 이제 못생긴 오리 새끼는 버려야지.” 그녀를 멸시하던 그의 친구들은 모두 그녀를 비웃었다. 지서현은 그제야 하승민이 자신을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은 그저 한심한 웃음거리였던 것이다. 그래서 하승민은 어느 날 밤 아내에게서 이혼 서류를 받았다. 이혼 사유는 남편의 신체적 결함이었다. 하승민은 분노에 차 찾아갔지만 과거 못생긴 오리 새끼였던 아내는 긴 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운 자태로 눈부신 조명 아래 서 있었고 의학계의 거물로 변신해 있었다. 그를 보자 지서현은 우아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하 대표님, 비뇨기과 진료 보러 오셨어요?”

우리 엄마는 여성을 극단적으로 혐오한다. 나는 엄마의 딸이었음에도,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엄마는 나를 없애버리고 싶어 했다. 립스틱을 바르면 맞고, 치마를 입어도 맞았고, 아빠에게 가까이 가는 것은 더욱더 심한 매를 맞는 일이었다. 수능을 앞두고, 극심한 여성혐오증이 있는 엄마는 학교에 찾아가 내가 친아빠를 유혹했다는 근거 없는 음란한 소문을 퍼뜨렸다. 결국 나는 15층에서 뛰어내렸다. 이런 결과에 엄마는 몹시 만족해했다.

내 남자친구 김현수의 사촌 누나, 김서현이 이혼 후 시댁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 김서현은 임신 중이었고, 다섯 살짜리 아들 김소우도 함께였다. 김서현은 당연하다는 듯이 김현수를 자신의 든든한 지원군처럼 여겼고, 나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김서현은 내가 자기 사촌동생을 빼앗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 모임에서 김소우가 내게 음료를 쏟고는 소리쳤다. “내 아빠 뺏어가지 마!”

전 남편과 이혼한 지 어언 1년, 뜸했던 단톡방에서 뜬금없이 나를 태그한 반하준. [냉전도 이만하면 됐으니까 그만 돌아와. 다시 시작하자.] 나는 쌀쌀맞게 답장했다. [지금 제정신이야?] 눈치 빠른 사람들이 냉큼 분위기를 파악하고 화해를 종용했다. 반하준이 참지 못하고 또 물었다. [내가 없는 동안 뭘 하고 지냈어?] 나는 아기를 토닥이는 다정한 남편을 슬쩍 보고는 답장을 보냈다. [산후조리 중.] 시끌벅적하던 단톡방이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 반하준이 108통의 전화를 걸어왔지만, 나는 싸늘하게 외면했다. 한때 그를 목숨처럼 사랑했던 여자는 이제 그의 곁에 없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남자친구는 대학 3학년 때부터 대학원까지 내 신용카드로 생활비를 썼다. 나는 온 힘을 다해 남자친구를 5년 동안 뒷바라지하며 세심하게 챙겼고, 그는 언제나 완벽한 남자친구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어느 날, 나는 우연히 남자친구와 그 친구들의 대화 속에서 진실을 듣게 되었다. 그는 바로 부족한 것 없는 강씨 가문의 황태자. 그리고 나는? 그가 잠시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 불과했다. 결국 나는 이별을 결심하고 돌아섰지만, 그 순간 다른 남자의 품에 부딪히고 말았다. 차갑고 냉담할 줄 알았던 그 남자는 단번에 나를 밀어내기는커녕,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오빠가 집에 데려다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