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의 백일, 전남편은 눈이 붉어졌다의 모든 챕터: 챕터 61 - 챕터 70

111 챕터

61 화

“여보.” 심사언은 정신을 차리고 곧장 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러나 그가 소아연 곁을 지나치는 순간, 멀쩡히 서 있던 소아연이 갑자기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심사언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하더니, 다급하게 소아연을 받아 안았다. 마치 내 존재 따위는 전혀 기억조차 하지 않는 듯했다. 남자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소아연은 나를 향해 도발적인 미소를 지었다. ‘흥, 수작 부릴 줄만 알면 뭐 해. 네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주면 좋겠는데.’ 소아연이 바닥에 쓰러지자, 왕여정이 잽싸게 다가갔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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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화

“그건 아연이 어머니의 유언이라고! 오늘은 아연이 어머니의 생신이잖아! 당신이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제발 그만 좀 해, 아연이 생각 조금만 해 주면 안 되겠어?” 심사언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는 몰랐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말재주가 좋았다는 사실을. 내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날카로운 갈고리처럼 심사언의 가슴을 찔러댔고, 그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한참 후, 심사언은 소아연을 내려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설이는 아직 철이 없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이건 그냥 이설이에게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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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화

양진성, 내가 대학 2학년이었을 때 교통사고를 당했던 그 동창.그 아주머니는 바로 양진성의 어머니였다.그녀는 조심스럽지만, 애타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한 채 다급하게 말했다.“이설 학생, 정말 미안해요. 이런 부탁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이설 학생이 연구하던, 사람을 다시 걷게 해주는 인공지능 칩... 그 연구는 지금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혹시... 희망이 있나요?”“우리 진성이가 학교 다닐 때 집에 와서 자주 이설 학생 이야기를 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천재적인 사람이라고요.”“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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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화

“화이팅이야!”...차에 올라탄 지안이 나를 보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이설아, 너 혹시...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은 거야?”나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역시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지안이었다. ‘맞아. 나... 아까 그 순간, 마음 정했어.’그날 카페에서, 정지호 교수님이 ‘늦지 않았다’고 말했을 때부터, 자꾸 그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정말 아직 늦지 않은 걸까?’ ‘나, 정말... 다시 연구실로 돌아갈 수 있을까?’‘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 가장 사랑했던 연구 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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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화

지안은 내 표정이 싸늘하게 굳는 걸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여 내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봤다. 심사언이 보낸 문자를 확인한 순간, 그녀는 그대로 욕설을 터뜨렸다.“미친 개X끼!”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핸드폰 화면만 바라봤다. 그리고 예전의 내가 너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저런 인간을 그렇게 좋아했을까?’‘나 정신 어디다 두고 살았던 거야?!’나는 심사언의 번호를 다시 차단하고, 폰을 껐다.마음이 식어버린 지 이미 오래인데, 그냥 그를 무시하고 지나가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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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화

나는 지안이의 귀에 살짝 입을 대고 몇 마디 속삭였다. 그녀는 더 이상 따라오겠다는 고집을 꺾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가 타는 차가 멀어지는 것을 바라봤다. 내가 타고 있는 차가 아주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안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그런 지안이를 보면서 내 마음이 아주 따뜻해졌다.‘지안이는... 정말 따뜻한 친구야.’‘나한테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몰라.’‘지금의 나, 좋아하는 전공도 있고, 하고 싶은 일도 있고...’ ‘내 앞길은 아직 창창한데,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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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화

“고양설! 네가 지금 어떻게 이렇게 악랄하게 나올 수 있어?”“아연이는 응급실에서 생사를 오가고 있는데, 너는 감히 우리 전화를 씹어?”심사언의 전화뿐만 아니라, 내 부모님도 번갈아가며 계속 전화를 걸어왔지만, 나는 누구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내가 피하려고 하기 전에, 엄마가 내게 다가오려는 걸 심사언이 앞에서 가로막았다. “장모님, 진정하세요. 이설이가 지금 왔잖아요.”키도 크고 체격도 건장한 심사언이 내 앞을 완벽히 막아서자, 엄마는 나에게 손끝 하나 대지 못했다.‘예전 같았으면, 저렇게 날 지켜주는 모습 하나에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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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화

심사언은 눈앞이 아찔했다. 늘 착하고, 자기 말에 순종하며, 모든 걸 자기 위주로 맞춰주던 아내가... 지금 이토록 낯설게, 그리고 완고하게 자신을 밀어내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내 부모님도 뭐라고 한마디 하려다, 내가 슬쩍 눈빛을 던지자 그대로 입을 닫았다.‘그래. 당신들이 그렇게 이혼 못 하게 막고 싶어 하잖아? 그럼 지금은 가만히 계셔.’내 눈빛을 읽은 부모님은 즉시 입을 닫고, 오히려 초조한 표정으로 심사언을 바라봤다.“심 서방, 얼른... 이혼 동의해 줘! 아연이에게 시간이 많지 않아!” “그래, 심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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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화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심사언이 버티고, 거부하고, 마지막까지 애써도, 결국 사인하게 될 거라는 걸. 왜냐하면, 그가 그렇게 목숨처럼 아끼는 그 ‘착한 여동생’ 소아연이 지금 수술실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엄마는 소아연이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렵다는 말을 듣자 거의 실성한 듯했다. 심사언의 팔을 붙잡고, 울먹이며 애원했다.“심 서방... 제발... 제발 좀 살려줘. 아연이 좀... 부탁이야...!” 그 간절함은 거의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였다.‘와, 저 정도면 연기대상감이네. 이 정도면 진짜 상 줘야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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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화

나는 심사언을 똑바로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장난 아니고. 사실만 말했어. 못 믿겠으면, 직접 확인해 봐.”내 말투엔 그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 심사언은 그런 내 태도에, 처음엔 어이없다는 듯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었다. 그 눈빛이 점점 달라졌다. 곧 분노로 타오르듯 붉게 물들었다.“당신... 아연이가 위급한 상황을 틈타서 이혼 서류에 사인하게 만들고, 지금 와서 또 피를 못 주겠다고 뒤집어?”그는 진심으로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확신한 눈빛이었다. 헌혈을 빌미로 이혼을 받아낸 뒤, 마음을 바꿔 도망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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