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시터? 빨래하고 요리하면서 자기를 시중하라고?’송유주는 온세은이 대체 무슨 근거로 자신이 그걸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궁금했다. 더군다나 저런 태도로.어이가 없어 웃음이 새어 나온 송유주는 더 이상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해 그대로 돌아섰다.“송유주, 친구니까 가장 먼저 너를 고려한 거야. 급여도 걱정하지 마. 너한테 손해 보게 하진 않을 테니까. 자존심만 고집하지 말고 잘 생각해 봐. 어쨌든 지금 네가 빌려 사는 저 빌라도 월세가 꽤 비쌀 텐데.”온세은의 목소리가 계속 뒤에서 들려왔지만 송유주는 그럴수록 발걸음을 더욱 재촉했다. 그러자 어느 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사라졌다.‘이야, 세상 참 조용하고 아름답네.’송유주는 그렇게 생각하며 주머니에 손을 넣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다음 날, 예정대로 그녀는 벽을 칠하기 시작했다. 원래 벽은 전부 하얀색이었고 1층 거실은 괜찮았지만 2층 침실과 거실은 연한 파란색으로 바꾸고 싶었다.페인트를 섞고 2층으로 올라가 작업을 시작했지만 처음엔 잘되지 않았다. 결국 몇 개의 교육 영상을 찾아보며 천천히 요령을 익혔다.하지만 혼자서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마침 전화를 걸어온 임우빈에게 빨리 와서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그러나 임우빈은 혼자 오지 않았고 허종수까지 함께 데려왔다.두 사람은 그녀가 지금까지 칠해놓은 벽을 보더니 감탄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근데 유주 누나. 그냥 빌린 집인데 이렇게까지 손볼 필요가 있어?”임우빈이 페인트를 저으며 물었다.“그래도 지금 사는 곳이니까 편하게 살아야지.”“그건 또 그렇네.”허종수는 둘보다 경험이 많아서 작업 방식도 바로잡아 주고 송유주가 미처 매끈하게 바르지 못한 부분까지 깔끔하게 다듬어 주었다.그렇게 열심히 작업하던 중, 허종수가 무심히 말했다.“이 집 주인은 아마도 행복한 사람이 아니었을 거야.”그 말에 송유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해요?”“이 하얀 벽과 회색빛 타일, 그리고 텅 빈 공간들... 뭘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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