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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네 친구는 어때?: Chapter 21 - Chapter 30

70 Chapters

제21화

송유주는 인터넷을 하지 않아도 이 영상이 엄청나게 퍼졌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댓글은 온통 자신을 욕하는 말들로 가득할 것이고 그 내용도 분명 끔찍할 터였다.이미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는데 정작 저쪽에서 놓아주질 않았다.그 무렵, 맞은편에서 차가 멈춰서더니 운전석에서 최하준이 내렸다. 이어서 온세은과 오서영도 뒷좌석에서 내렸다.송유주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는 대문을 나서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송유주, 너... 네가 우리 집 바로 맞은편에 살고 있었어?”온세은은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묻더니 이제야 다 알게 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송유주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오서영을 한 번 훑어본 뒤 곧장 최하준을 바라보았다.“최하준 씨 어머니께서 제가 당신 물건을 잔뜩 가져갔다고 하던데 정확히 뭐를 가져갔다는 거죠?”그 물음에 최하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마.”“도대체 누가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건데요? 저랑 최하준 씨는 이미 헤어졌고 그것도 아주 깔끔하게 끝냈어요. 그런데 왜 당신 어머니는 계속 절 가만히 놔두질 않는 거죠? 다들 여기 있는 김에 확실히 말해 봐요. 마치 제가 최하준 씨 등골이라도 빼먹은 것처럼 보이게 하지 말고!”송유주는 화가 난 듯 언성을 높였다.“어휴, 네가 무슨 낯짝으로 내 아들에게 따지는 거야? 네가 우리 애 덕분에 이 고급 빌라에서 8년이나 살았다는 걸 잊었어?”오서영이 그녀를 손가락질하며 비아냥댔다.“빌라에서 살았던 건 맞아요. 하지만 생활비는 제가 다 부담했어요. 그걸로 충분히 월세 값은 치른 셈이죠.”“네가 우리 아들 덕분에 운 좋게 운진 병원에 들어간 건 또 뭐라고 할 건데?”“제 실력으로 들어간 거예요. 그리고 당시 오서영 씨 아들은 최씨 집안이랑 한창 싸우고 있었어요. 그 상황에서 대체 제가 무슨 도움을 받았다는 건데요?”“흥, 그래도 이 몇 년 동안 우리 아들이 너한테 값비싼 액세서리나 옷, 가방 같은 거 하나도 안 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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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베이비시터? 빨래하고 요리하면서 자기를 시중하라고?’송유주는 온세은이 대체 무슨 근거로 자신이 그걸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궁금했다. 더군다나 저런 태도로.어이가 없어 웃음이 새어 나온 송유주는 더 이상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해 그대로 돌아섰다.“송유주, 친구니까 가장 먼저 너를 고려한 거야. 급여도 걱정하지 마. 너한테 손해 보게 하진 않을 테니까. 자존심만 고집하지 말고 잘 생각해 봐. 어쨌든 지금 네가 빌려 사는 저 빌라도 월세가 꽤 비쌀 텐데.”온세은의 목소리가 계속 뒤에서 들려왔지만 송유주는 그럴수록 발걸음을 더욱 재촉했다. 그러자 어느 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사라졌다.‘이야, 세상 참 조용하고 아름답네.’송유주는 그렇게 생각하며 주머니에 손을 넣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다음 날, 예정대로 그녀는 벽을 칠하기 시작했다. 원래 벽은 전부 하얀색이었고 1층 거실은 괜찮았지만 2층 침실과 거실은 연한 파란색으로 바꾸고 싶었다.페인트를 섞고 2층으로 올라가 작업을 시작했지만 처음엔 잘되지 않았다. 결국 몇 개의 교육 영상을 찾아보며 천천히 요령을 익혔다.하지만 혼자서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마침 전화를 걸어온 임우빈에게 빨리 와서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그러나 임우빈은 혼자 오지 않았고 허종수까지 함께 데려왔다.두 사람은 그녀가 지금까지 칠해놓은 벽을 보더니 감탄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근데 유주 누나. 그냥 빌린 집인데 이렇게까지 손볼 필요가 있어?”임우빈이 페인트를 저으며 물었다.“그래도 지금 사는 곳이니까 편하게 살아야지.”“그건 또 그렇네.”허종수는 둘보다 경험이 많아서 작업 방식도 바로잡아 주고 송유주가 미처 매끈하게 바르지 못한 부분까지 깔끔하게 다듬어 주었다.그렇게 열심히 작업하던 중, 허종수가 무심히 말했다.“이 집 주인은 아마도 행복한 사람이 아니었을 거야.”그 말에 송유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해요?”“이 하얀 벽과 회색빛 타일, 그리고 텅 빈 공간들... 뭘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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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양쪽에 작은 화단을 만들고 싶어.”송유주는 정원을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며 혼자 중얼거렸다.“아까 보니까 뒤쪽에도 마당이 있던데요? 엄청 넓어요. 게다가 수영장도 있었고.”그러자 임우빈이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대답했다.“응. 근데 수영장은 물이 다 빠져 있고 마당도 오랜 시간 방치된 상태야.”“여기가 그래도 명색이 그린 파원데 아주 작은 평수도 최소 20억은 하잖아요. 근데 이 집은 위치도 좋고 면적도 가장 클 것 같으니까... 적어도 50억은 될 것 같은데?”“그렇게 비싸?”임우빈의 말에 송유주는 놀라서 되물었다.그리고 옆에 가만히 있던 허종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그 이상일걸.”두 사람의 대답에 송유주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이렇게 비싼 집이라면 신태호가 대출로 샀을 가능성이 높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아마 지금도 대출금을 갚고 있을 거야.’“앞마당이랑 뒷마당을 손볼 거라면 주인한테 먼저 허락을 구하는 게 좋을 거야. 괜히 트러블 생기면 피곤하잖아.”허종수가 아무 것도 모르는 송유주에게 조언하듯 말했다.“음... 사실 이 집은 제 약혼자 거예요. 그래서 전 이곳을 저희 신혼집으로 꾸미려는 거고.”결국 송유주가 솔직하게 말했다.“약혼자요? 누나가 어디서 약혼자를 구했는데요?”그러자 임우빈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고 허종수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그녀의 말을 전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임우빈과 허종수의 반응에 송유주는 콧방귀를 뀌었다. 분명 전에 이야기한 적 있었는데 그때는 그냥 화풀이로 하는 말인 줄 알았던 모양이다.“우리 숙모가 소개해 줬어요.”허종수와 임우빈이 서로 눈을 마주 보더니 가볍게 맥주병을 부딪친 뒤 각자 한 모금씩 마셨다.“제가 거짓말하는 거 아니에요! 저 진짜 결혼한다고요!”송유주는 억울한 듯 외치자 임우빈이 술을 마시던 중 고개를 돌려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곧 결혼한다면서 날짜는 정하셨어요?”“9월 6일.”“하준이 형 결혼식이랑 같은 날에요?”“응.”그녀의 단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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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밤이 깊어 침대에 누웠지만 송유주는 여전히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최하준은 이제 곧 사랑하는 첫사랑과 결혼할 예정이지 않은가?물론 그 여자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품고 있긴 하지만 본인이 원해서 선택한 일이 아닌가? 그렇다면 기쁘게 새 출발을 해야 할 텐데 왜 자꾸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시끄럽게 울리는 벨 소리에 결국 송유주는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제일 먼저 들려온 건 상당히 고통스러운 듯한 신음소리였다.“누구세요?”“나야.”수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에 송유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발신자는 바로 최하준이었다.송유주가 곧장 전화를 끊으려 하자 최하준이 급히 말했다.“네가 지금 끊으면 내일 당장 네 부모님 집을 허물어 버릴 거야.”송유주는 이를 악물었다.“최하준 씨, 대체 뭐 하자는 거죠?”“위가 아파.”“고작 위 하나 아픈 걸로 죽진 않아요.”“네가 끓여준 전복죽이 먹고 싶어.”“그거 말고 약이나 드시는 게 좋으실 거예요.”“약이 어디 있는데?”“약이 있어야 할 곳에 있겠죠.”“네가 와서 좀 찾아줘.”“차라리 그냥 죽어버려요.”송유주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가라앉히려 컵을 들어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그제야 조금 진정된 기분이 들어 휴대폰을 끄려고 하는데 순간 신태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내일 기온이 많이 내려간답니다. 따뜻하게 입어요.]그 한마디에 송유주는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렸다.[태호 씨 쪽은 어때요?][꽤 춥습니다.][그럼 당신도 옷 따뜻하게 입어요.][네.]송유주는 이내 신태호와 집 인테리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조용히 듣다가 가끔 의견을 내주었고 마당을 개조하는 부분에 대해 말하자 송유주가 좋아하는 대로 하면 된다고 했다.[마당을 꽤 많이 손봐야 하는데 친구 말로는 그래도 집주인과 상의하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고요.][집주인이 유주 씨잖아요.][네?][이건 유주 씨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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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최하준은 어쩔 수 없이 약상자를 찾으러 갔고 거실을 뒤집다시피 해서야 겨우 발견할 수 있었다.약상자 안에는 흔히 쓰는 약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는데 보란 듯이 맨 위에 위약이 놓여 있었다.하지만 약병을 들어 보니 유통기한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잦은 술자리와 과음으로 최하준의 위장은 망가진 지 오래였다. 그래서 예전엔 송유주가 늘 위를 챙겨줬다.속을 덥히는 죽을 끓여주고 매일 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도록 챙겼으며 심지어 한의원에서 배운 복부 마사지까지 해주곤 했다.그렇게 오랫동안 관리한 덕분에 한동안은 위가 많이 나아졌고 위염이 심하게 재발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그러나 요즘은 따뜻한 죽을 끓여주는 사람도, 족욕을 챙겨주는 사람도, 마사지를 해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결국 최하준의 위염이 다시 심해졌다.약을 먹고 난 최하준은 소파에 털썩 쓰러졌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한밤중, 잘 자고 있던 최하준은 추위에 잠에서 깼고 몽롱한 상태로 중얼거렸다.“송유주, 이불 좀 줘.”말을 내뱉고 나서야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고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며 이마를 툭 쳤다.다음 날 아침, 송유주는 30분 동안 조깅을 한 후 바닥재 배송 기사와 시공업자를 연락해 작업 일정을 조율했다.그리고는 바로 최하준의 저택으로 향했다.도착 후, 초인종을 10분 넘게 눌러서야 문이 열리더니 잔뜩 짜증이 난 얼굴을 한 최하준이 나왔다.“여기 왜 왔어?”“제가 영광스럽게도 최하준 씨 댁의 베이비시터로 채용됐잖아요? 그래서 아침 준비하러 왔죠.”송유주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지만 최하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비밀번호는 예전 그대로야. 앞으로는 알아서 문 열고 들어와. 나랑 세은이 방해하지 말고.”“비밀번호 바꾸는 게 좋겠네요. 나중에 집에 도둑이라도 들면 제 입장에선 억울하잖아요?”그녀는 최하준을 지나쳐 주방으로 들어갔다.하지만 부엌에는 먼지가 소복이 쌓여 있었고 그녀가 떠난 뒤로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듯했다.아침을 다 준비하고 나자 최하준과 온세은이 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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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송유주는 주방 정리를 마치고 나오다가 여전히 식탁에 앉아 있는 최하준을 보았다.그의 안색은 평소보다 더 좋지 않았고 손으로 배를 문지르는 걸 보니 위가 아픈 모양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아 무시하며 거실로 가려는데 최하준이 먼저 말을 걸었다.“위약 좀 가져다줘.”“최하준 씨는 손이 없어요?”“네 역할이 뭐였더라? 베이비시터잖아.”송유주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말다툼하지 않고 거실로 향했다. 그리고는 익숙한 듯 거실 테이블 아래 서랍에서 약상자를 꺼내 들고 식탁으로 가져왔다.“이 위약, 하나도 효과가 없어.”“효과가 없긴 왜 없어요?”“어젯밤에도 먹었는데 여전히 아파.”최하준의 말에 송유주는 본능적으로 직업병이 발동해 그에게 증상을 자세히 물었다. 최근 과음이 잦았는지, 식사 패턴이 불규칙했는지 하나하나 확인한 뒤에 약상자를 열어 가장 위에 놓인 위장약을 살폈다.그리고 유효기간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이 약은 공복에 드셔야 해요. 위를 보호해 주는 알약도 같이 드시는 게 제일 좋고요.”그녀는 말한 두 약을 각각 두 알씩 꺼내 최하준 손에 쥐여주었다.“이따 꼭 아침에 드셔야 돼요.”그리고는 약 상자 속 오래된 약들을 분류하며 정리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최하준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웃다 보니 갑자기 마음이 텅 비는 기분이 들었다.“그래도 계속 아프시면 병원 가서 검사받으세요. 위장병은 방치하면 안 되거든요.”송유주는 무심하게 말하며 습관적으로 가운 주머니에 손을 넣으려다 허탕을 쳤다. 그제야 그녀는 현실이 다시 와닿았다.그래서 표정이 싸늘하게 식어버렸고 목소리도 한층 더 낮아졌다.“얼른 검사받으세요. 혹시 위암이면 미리 준비라도 해야죠.”그 말을 들은 순간, 막 약을 삼키던 최하준이 기침을 하며 먹던 약을 뿜을 뻔했다.“내가 죽으면 너는 울 거야?”“최하준 씨가 죽든 살든 그건 제 알 바 아니잖아요.”송유주는 그 한마디를 끝으로 몸을 휙 돌렸다.오늘은 바닥 공사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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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그 사람이 피아노도 칠 줄 알아요?”송유주는 피아노를 바라보며 무심히 물었다.그러자 우씨 아저씨의 시선이 잠시 흔들리더니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어... 네. 조금요.”송유주는 더 깊이 묻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누구에게나 과거는 있는 법이니까.“이 피아노 옮길 때 조심하세요. 흠집이라도 나면 곤란하니까요.”그녀는 맡은 역할에 늘 충실하는 사람이었으니 점심에 약속대로 최하준 집으로 가서 식사를 준비했다.오늘 점심은 만둣국이었다. 고기를 사 와서 다지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계단에서 인기척이 들렸다.“조금만 조용히 하면 안 돼? 세은이가 낮잠 자고 있잖아!”소란스러운 소리에 못 참고 내려온 최하준이 짜증스럽게 말했다.이 시간에 그가 집에 있는 것이 송유주에게는 조금 의외였다.“출근 안 하셨어요?”“오늘 쉬는 날이야.”그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송유주는 굳이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그런데 그녀는 싱크대 위 냄비를 보고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아침에 해물짬뽕 만들었어요?”“응.”“와, 신기하네요. 최하준 씨가 요리를 할 줄이야.”‘예전에는 내가 밥을 안 차려주면 굶어 죽을 것처럼 굴더니.’“네가 해준 것보단 맛없어.”“오, 영광이네요? 헤어진 전 남자 친구한테 이런 칭찬을 다 받고.”송유주는 비꼬듯 웃었고 최하준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그러더니 갑자기 주방으로 들어와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모르겠지만 익숙하지 않은 손놀림으로 접시를 닦던 그가 결국 실수를 했다.쨍그랑!그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접시가 산산조각 났다.“내 도자기 그릇!”송유주는 가슴을 부여잡고 소리쳤다.이건 세트 상품이었지만 꽤 비쌌고 송유주가 직접 신중하게 고른 것이었다. 사실 부엌에 있는 모든 식기와 주방용품은 다 그녀가 직접 구매한 제품들이다.“그깟 접시 하나로 유난은.”최하준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깨진 조각을 줍기 시작했다.“손재주가 꽝이네요.”“물어준다고 했잖아!”서로 투덜거리며 말을 주고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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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저녁 식사에는 오서영도 함께했다.송유주가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던 오서영은 코웃음을 쳤다.아마도 끝까지 버티던 송유주가 결국 무릎을 꿇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어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남 밑에서 일할 운명인가 봐.”겉으로는 양연화한테 하는 말인 것 같았지만 사실상 송유주를 겨냥한 조롱이었다.오서영의 말에 양연화는 표정이 굳더니 그녀를 무시하고는 주방으로 들어와 송유주를 도왔다.“송유주 씨, 당신은 대형 병원의 의사였잖아요. 학력도 높은데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좋은데... 딱 하나, 보는 눈이 좀 별로였던 것 같아요.”양연화가 못내 안타깝다는 듯 말하자 송유주는 국을 끓이면서도 피식 웃었다.“예전에 제가 눈이 멀었었죠.”“애초에 헤어진 거면 끝난 거잖아요. 서로 빚진 것도 없는데 저 사람들 하는 짓은 좀 너무하네요. 대놓고 괴롭히는 거잖아요.”“그러게요. 하지만 남을 괴롭히면 언젠가 대가를 치르게 돼요.”저녁이 준비되자 오서영이 온세은을 데리고 내려왔고 그 뒤를 최하준이 따랐다.자리에 앉을 때도 오서영은 온세은을 자기 옆에 앉히며 살뜰히 챙겼다.“세은아, 오늘은 입맛 좀 어때?”오서영의 질문에 온세은은 잠시 망설이더니 조용히 대답했다.“두 번이나 토했어요.”“왜 토했어? 음식이 입에 안 맞았나?”온세은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오서영은 곧장 ‘화살’을 송유주에게 겨눴다.“송유주, 내가 경고하는데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우리 며느리 잘 모셔. 만약 제대로 못 하면 월급 한 푼도 못 받을 줄 알아!”송유주는 조용히 소고기 조림을 식탁에 올리며 담담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전 월급 필요 없어요.”“들었지? 역시 속셈이 따로 있었어!”그러자 오서영이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너도 참, 이런 여자를 베이비시터로 두다니... 혹시라도 이 기회를 틈타서 하준이를 꼬시면 어쩌려고 그래? 넌 정말 순진하다니까!”온세은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전 하준이를 믿어요.”“저런 애를 믿는다고?”“엄마!”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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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양연화의 말에 오서영은 힘이 풀려 들고 있던 그릇을 바닥에 떨궜다.그녀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황급히 일어섰다.“나... 나는 한 그릇 다 마셨는데?”그렇게 말하더니 오서영은 곧바로 손가락을 목구멍에 넣고 토해내려고 했다.온세은 역시 두어 번 국을 떠먹었던 터라 덩달아 그녀를 따라 하며 입속을 헹궜다.주방 문 앞에 서서 그 광경을 보던 송유주는 웃음을 참지 못했는지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었지만 순간 최하준과 눈이 딱 마주쳤다.그녀는 천연덕스럽게 이를 드러내 보이며 씩 웃어 보였다.그때, 최하준은 한숨을 깊이 내쉬며 말을 꺼냈다.“송유주는 안에 독을 넣지 않았을 겁니다.”하지만 이미 겁에 질린 오서영과 온세은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아야, 갑자기 배가 아픈 것 같아.”오서영은 배를 움켜쥐고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외쳤다.“양연화 씨, 빨리 119 부르세요. 아니, 이참에 경찰도 부르시고.”최하준이 옆에서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었다.나중에 송유주가 직접 나와 진짜 독을 넣지 않았다고 말했음에도 오서영은 끝까지 믿지 않았다.결국 오서영의 뜻대로 구급차를 부르게 되었고 오서영은 한 손으로 온세은을, 다른 한 손으로 최하준을 붙잡았다.하지만 최하준은 따라가지 않으려 했고 할 수 없이 오서영과 온세은만 병원으로 향했다.최하준이 집으로 돌아오자 송유주는 식탁에 앉아 혼자 여유롭게 저녁을 먹고 있었다.그녀는 소고기 조림을 한입 먹으며 일부러 최하준을 향해 넉살 좋게 말을 걸었다.“음~ 제가 만든 소고기 조림 맛있네요. 최하준 씨도 좀 더 먹을래?”그는 온종일 제대로 된 끼니를 먹지 못한 상태였고 엎친데덮친 격으로 위통까지 시작되고 있었다.하지만 그런 최하준에게서 나온 말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너 또 이런 식으로 장난치면 진짜 네 부모님 집을 철거해 버릴 거야.”그 말에 송유주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송유주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그 속에는 서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최하준 씨, 괴롭히는 것도 정도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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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부동산 증서... 어떻게 된 거예요?]송유주는 신태호에게 곧장 메시지를 보냈다.[봤습니까?][어떻게 된 일이죠?][그냥 마음대로 대응한 겁니다.][제가 묻는 건 부동산 증서에 왜 제 이름이 적혀 있느냐는 거예요. 언제부터 이 집이 제 명의가 된 거냐고요.][유주 씨가 저와 결혼하기로 한 날, 우씨 아저씨에게 계약서를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기억나십니까? 그날 술 마시고 아저씨께서 유주 씨를 데리러 갔었는데 그때 준비해 둔 부동산 계약서에 송유주 씨도 서명했습니다. 근데 아마 필름이 끊겼던 모양이네요.]그 메시지를 읽은 송유주는 기억을 더듬어 봤다.그러자 우씨 아저씨가 종이 뭉치를 내밀며 사인할 곳을 가리키더니 이름을 적으라고 한 장면이 희미하게 떠올랐다.‘그게... 부동산 계약서였다고’송유주는 황급히 키보드를 두드렸다.[어떻게 제 동의도 없이 이걸 진행한 거예요? 전 동의한 적 없어요!][굳이 동의가 필요한가요?][필요하지 않다고요?][전 그렇게 생각합니다.][하... 신태호 씨는 대체 절 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제 아내요.][아니요. 당신은 절 하나의 상품처럼 대하는 거죠. 가격표까지 붙여서.][화나셨습니까?][전 혹시 이미 팔려버린 건가요? 그래서 이제 화낼 자격도 없는 거고?]송유주는 그 말을 남기고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애써 감정을 억누르기도 전에 초인종이 울렸다.그래서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문을 열자, 최하준이 어두운 얼굴로 서 있었다.“무슨 일이세요?”송유주가 냉랭한 말투로 물었다.그러자 최하준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세은이랑 우리 엄마 막 병원에서 돌아왔어. 다들 괜찮아.”“나도 네가 독 안 탔다는 거 알고 있어. 일부러 독 넣을 정도로 한심하지 않잖아.”“그러니까 인터넷에서 떠도는 소문은 신경 쓰지 마.”“그 말을 내뱉기 쉬운 건 최하준 씨가 욕을 안 먹어서겠죠. 아니, 욕을 먹은 게 온세은 씨가 아니라서 그런 거겠고.”송유주의 말에 최하준은 짜증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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