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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되찾을 거야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40 챕터

제11화

“귀찮게 해드려 죄송합니다.”병실에 있던 두 사람이 생각에 잠겨 있는 틈을 타 강하린은 조용히 침대 끝에 은행 카드를 놓고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아이의 각막이 아니면 또 어디 가서 적합한 눈을 찾을 수 있을까.아니면 그녀의 눈은 결국 여기까지인 걸까.병동에서 나온 강하린은 다소 넋이 나가 있었다.이제 어떡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생각하다가 마주 오는 누군가의 품에 안겨서야 정신을 차렸다.고개를 드니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주도현, 여긴 어떻게...”주도현은 안타까움이 가득한 눈으로 강하린을 바라보면서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으려다가 애써 참았다.“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잠긴 그의 목소리엔 무거운 감정이 담겨 있었고 당황한 강하린은 미처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뭐라고?”“네 눈...” 주도현은 말하다가 멈추고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도움이 필요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강하린은 그의 눈에서 동정이나 연민 같은 감정을 보고 싶지 않아 외면하며 고개를 저었다.“됐어, 내 눈 때문에 살 기회를 포기하게 하고 싶지 않아.”“그게 무슨 말이야?”강하린은 가족에게 수술해 줄 전문가가 필요하단 얘기를 하며 피식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내가 아직 강씨 가문 아가씨였으면 그래도 인맥으로 비벼볼 만했을 텐데 지금은... 됐어.”“마이클 의료팀에 관해 얘기하는 거라면 내가 도울 수 있을지도 몰라!”...저녁 6시, 단정하게 차려입은 한유나가 도시락을 들고 주민재의 사무실 앞에 나타났다.사무실 문은 열려 있었고 비서는 안에서 주민재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대표님, 방금 기증자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한유나 씨에게 각막을 기증하지 않겠다고 다시 번복했습니다.”기증자가 말을 바꿨다는 소식에 한유나는 무례하게 곧장 안으로 들어가 다그쳐 물었다.“왜요?”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날카롭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주먹을 꽉 쥐며 이내 여리고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이미 얘기 끝난 거 아니었어요? 왜 갑자기 말을 바꾼 거예요? 이제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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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주민재 씨, 진짜 미쳤어요?”그의 말에 강하린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내가 뭘 하든 당신과 무슨 상관이에요? 우린 이미 이혼했어요!”여전히 서류에 사인하는 걸 미루고 있지만 그건 그의 문제고 강하린은 이미 이혼해서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라 여겼다.주도현과 데이트하는 것도 아니고, 설령 그렇다 해도 그가 무슨 자격으로 묻는단 말인가.본인이 먼저 한유나와 시시덕거렸는데 그녀가 설령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그가 했던 짓과 다를 바가 없지 않나.“내가 사인 안 하고 우리가 이혼하지 않았으면 넌 주민재의 아내야.”그가 강하린의 턱을 잡으며 고개를 뒤로 젖혀 그와 눈을 맞추도록 강요했다.“강하린, 감히 날 뭐로 보고 다른 남자를 만나?”강하린은 우스웠다. 매번 한유나를 감싸고 다정하게 챙겨줄 때마다 그녀의 기분은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아니, 당연히 생각하지 않겠지.그의 마음속에는 그녀가 들어설 자리가 전혀 없으니까.강하린은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그의 눈을 차갑게 마주하며 분명하게 말했다.“나한테 그쪽은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어요.”이미 지나간 인연은 쥐 죽은 듯 조용히 살아주는 게 예의지.“강하린!” 강하린 때문에 분노가 치밀어오른 주민재는 힘껏 그녀의 턱을 그러쥐었다.“너 정말 역겨워.”이미 그의 마음속엔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는 걸 알았어도 여전히 날카로운 그의 말은 상처가 되었다.턱뼈가 으스러질 듯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지만 마음의 상처에 비해선 아프지 않았다.강하린은 고통을 참으며 힘겹게 그에게 대꾸했다.“그렇게 역겹다면서 왜 사인은 안 해? 비겁하게.”누구에게 욕 한번 들어본 적 없는 주민재의 얼굴은 순식간에 먹물처럼 어두워졌다.어둡고 깊은 눈동자에 서늘한 폭풍이 몰아쳤고 재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활활 태워버릴 분노가 휩쓸었다.“날 도발해? 강하린, 배짱이 대단하네!”그가 강하린을 힘껏 잡고 있어 얼굴까지 일그러졌다.“그럼 날 열받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게!”말을 마친 그는 손을 놓더니 강하린의 손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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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한유나가 실려 가고 수술실 문이 조금씩 닫히다가 이내 빨간불이 켜지는 순간 강하린은 유일한 희망이 산산이 부서지고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몸에서 모든 힘이 다 빠져나간 듯 그녀는 중얼거렸다.“왜...”하도 소리가 작아 그는 듣지도 못했다.“뭐라고?”“대체 왜!”강하린이 격분해서 소리쳤다.“대체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주민재,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길래 나한테 이러는 건데! 아무리 내가 약을 먹였다고 의심한다 해도 내가 같이 자자고 강요했어? 내가 결혼해달라고 강요했어? 아내가 밖에 돌아다니는 게 싫다고 해서 내 일도 포기하고 집에서 집안일만 하면서 당신 챙겼어. 당신 취향에만 맞추면서 다른 사람으로 살았어. 당신의 조롱과 무시, 하대와 모욕까지 전부 다 참았고 한유나랑 부적절한 관계인 걸 알면서도 이미지 지켜주려고 온갖 핑계를 다 댔어. 난 당신한테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당신은 뭐야? 대체 왜 나를 그렇게 미워하는 건데? 왜 나한테 희망을 줘놓고 다시 지옥으로 던져버리는 건데!”강하린의 다그치는 질문에도 주민재가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하자 마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1인극을 하는 광대가 된 것 같았다.그 순간 허탈함이 파도처럼 밀려와 그를 바라보는 강하린의 눈동자는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주민재, 당신이 이겼어. 내가 졌네. 주제넘게 당신을 좋아한 게 이번 생에 제일 후회되는 일이야.”강하린은 이를 악물고 악에 받쳐 말했다.“차라리 처음부터 당신과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걸.”그 말에 주민재는 마침내 반응을 보였고 어두운 눈빛이 무섭게 번뜩였다.“뭐라고?”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았고 그 순간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툭 흘러내렸다.시리도록 차가운 증오를 품은 강하린은 한 번도 이런 눈빛으로 그를 쳐다본 적이 없었다.주민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려는데 강하린이 갑자기 격렬하게 그를 밀쳐냈다.“꺼져! 너만 보면 구역질이 나!”강하린은 고함을 지르곤 눈시울을 붉힌 채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주민재는 믿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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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강하린은 주민재와 한유나가 정말 미웠다.일찌감치 주민재의 인간성을 알아보지 못하고 떠나지 않은 자신도 미웠다.이제부터 다시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을 거다.“엉망진창이네.” 강하린이 자조적인 웃음을 띠었다.“너한테 이렇게 초라한 모습을 보일 줄은 몰랐는데.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눈이 멀어서 좋아해선 안 되는 사람에게 마음을 줘서 이 지경이 됐어. 당해도 싸.”각막을 떠올리면 강하린은 여전히 쿡쿡 가슴을 쑤셔대는 통증이 느껴졌다.“그런 말 하지 마.” 주도현의 진지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강하린은 그가 자기 손을 잡는 것을 느꼈다.“네 잘못이 아니니까 그런 식으로 얘기할 필요 없어. 주민재가 잘못한 거야. 주민재가 네 마음 저버린 거고 그럴 가치가 없는 놈이야. 앞으로 그 자식이 너한테 상처 주지 않게 너 자신부터 사랑해.”다정한 그의 목소리에 강하린은 코끝이 시큰거렸다.“안 그래.”강하린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앞으론 나 자신을 사랑할 거야.”주도현은 꾹 참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잠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배고프지? 기다려. 내가 식당 가서 음식 좀 사 올게.”그는 그녀의 손을 놓아주고 병실을 떠났다....한편, 한유나의 수술이 끝나고 수술실 문이 열리자 의사가 나와서 마스크를 벗고 말했다.“대표님, 수술은 성공적이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눈이 회복될 겁니다.”“잘됐네요.” 주민재는 그 말에 안심했다.마취가 채 가시기도 전에 한유나는 침대에 실려 VIP 병동으로 들어갔다.주민재는 붕대로 눈을 감고 있는 한유나를 바라보다가 강하린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그를 보면 역겹다고 하던 말이 떠올랐다.순간 차분했던 감정이 다시 격해지며 데려와 제대로 혼내고 싶었다.그를 보면 역겹다고? 그녀만큼 역겨울까.주민재는 더더욱 난폭한 기운을 뿜으며 결국 차가운 얼굴로 돌아서서 병동을 나가서 휴대폰을 꺼내 강하린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강하린은 연락이 되지 않았고 별장에 전화해 집사에게 돌아왔냐고 물었지만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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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하린아, 내가 왔어! 미안해, 내가 제때 오지 못해서 저 쓰레기 같은 놈이 각막을 가로채 갔어.”“지안이야?” 강하린의 눈은 초점을 잃은 채 허공에 손을 더듬었고 고지안은 큰 충격을 받은 듯 황급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눈이 왜 그래? 무슨 일이야?”고지안이란 걸 확인한 강하린은 안심하며 그녀를 달랬다.“일시적인 실명일 뿐이니 걱정하지 마.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어쩌다 이렇게 됐어? 예전엔 이런 적 없었잖아.”고지안은 불안했다. 예전에 시력을 잃었을 때도 그저 잠깐이었을 뿐인데 왜 지금은 오랫동안 앞이 안 보이는 걸까.강하린의 차트를 살펴본 고지안은 그녀가 사용한 약물을 확인하고 표정이 굳어졌다.충격을 받아 강하린의 상태가 악화된 거다.“주민재 이 개자식이!”고지안은 이를 갈며 눈시울을 붉혔고 강하린은 허공에 손을 뻗어 더듬었다.“지안아...”고지안은 그녀의 손을 잡은 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마음이 괴로웠다.“나 진짜 그 자식 죽여버리고 싶어. 어떻게 너한테 이래?”고지안이 이를 갈며 말하자 강하린은 참담한 표정으로 말이 없었다.사랑하지 않으니 함부로 대하는 거다.주민재에게 그녀는 한낱 길거리를 떠도는 고양이나 강아지와 다름이 없었다.주민재는 미간을 찌푸린 채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며 경호원에게 전화를 걸어 강하린의 행방을 물었다.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안했다.문득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한 주민재는 걸음을 멈추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특정 방향을 응시했다.훤칠한 남자가 문득 고개를 들자 부드럽고 잘생긴 얼굴이 보였고 손에는 음식이 들려 있었다.주도현이었다.주도현은 그를 보지 못했다는 듯 고개를 돌리지 않고 바로 앞을 스쳐 지나갔다.주민재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쪽이 왜 여기 있지?”주도현이 걸음을 멈추었다.“여긴 병원인데 그쪽만 올 수 있고 나는 못 오는 곳인가요?”“강하린이랑 무슨 사이야?”주민재가 뒤돌아 매서운 눈길로 그를 노려보았고 주도현은 차분하게 상대를 응시했다.“개인적인 일인데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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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주도현이 부드럽게 말했다.“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 샀어. 맛있는 걸 먹으면 빨리 나을 수 있을 거야.”강하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입맛이 없어서 나중에 먹을게.”“조금만 먹어봐. 그러다가 쓰러지면 어떡해?”주도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물었다. 그 모습을 본 고지안이 입을 열었다.“내가 먹여주면 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주도현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옆으로 물러났다. 주도현이 사 온 건 따뜻한 죽과 만두였다.강하린은 몇 입만 먹고는 다시 자리에 누웠고 주도현과 고지안은 병실에서 나왔다.“고지안 씨, 하린의 주치의라고 했죠?”병실을 나선 주도현은 엄숙한 말투로 물었다.“주치의라면서 그런 일이 벌어질 때까지 뭐 하고 있었던 건가요?”주도현의 말에 고지안이 고개를 푹 숙였다.“전부 내 탓이에요. 수술 전에 다른 의사의 전화를 받고 나갔다가 창고에 갇혔어요.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거든요.”고지안은 강하린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주민재의 비열한 수법에 놀아났다는 것에 분노했다.“결국 빼앗기고 말았네요.”주도현이 덤덤하게 말했다. 대처가 미흡한 고지안이 눈에 거슬렸지만 이 일의 배후에는 주민재가 있었다. “인맥을 총동원해서 각막 기증자를 알아볼 테니 그동안 하린이를 잘 보살펴주세요. 혼자 있으면 더 우울할 거예요.”그 말을 들은 고지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혹시 언제부터 하린이랑 친하게 지낸 건가요? 하린한테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요.”고지안과 강하린은 제일 친한 친구였기에 서로 숨김없이 전부 말하곤 했다.그러나 눈앞의 남자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주도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알고 지낸 지는 오래되었어요. 그러다가 연락이 끊겨서 한동안 만나지 못했고요. 앞으로 주민재가 하린이를 다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세요.”고지안이 진지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예요.”두 날 후, 강하린은 앞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고지안은 강하린의 얼굴을 쓰다듬어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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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한유나는 울먹이면서 말을 이었다.“이러면 안 되는데 미안해요. 민재 오빠한테 자꾸 기대고 싶어지는 내가 미워요. 바쁘면 얼른 가보세요. 혼자 무섭지만 잘 견뎌볼게요. 아이처럼 굴면서 오빠한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거든요.”주민재는 한유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조금 있다가 간병인이 올 테니 마음 편하게 있어. 무서우면 오빠한테 전화해도 돼. 알았지?”“역시 민재 오빠가 최고예요. 나를 보러 꼭 와줘야 해요.”한유나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병실을 나선 주민재는 지난번에 병원에서 주도현과 마주친 것이 생각났다. 주도현이 병원에 나타난 건 분명 강하린을 만나러 온 것이었다.그렇다면 강하린이 입원했을 가능성도 있었다.주민재는 인맥을 통해서 병원의 입원 기록을 샅샅이 뒤졌다. 강하린의 입원 기록을 찾았지만 오늘 퇴원했다고 쓰여 있었다.주민재는 곧바로 별장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집사가 공손하게 인사했다.“도련님, 오셨어요.”“그 사람은 집에 돌아왔어요?”주민재는 집 안을 둘러보면서 물었다.“누구를 말씀하시는 건지...”집사는 멈칫하더니 주민재가 말한 그 사람이 누구인지 눈치챘다.“사모님은 아직 들어오시지 않았어요.”주민재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돌아오지 않았다고? 설마 주도현 그놈이랑 붙어있는 거야?’주민재는 차갑게 웃더니 강하린한테 전화를 걸었다.강하린과 고지안은 방금 집에 도착했고 강하린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하린은 발신자가 주민재인 것을 확인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고 문자로 통보했다.[강하린: 이혼합의서에 사인하세요.]고지안이 물컵을 건네면서 물었다.“설마 그 미친놈이 너한테 전화를 건 거야?”“맞아.”강하린은 물과 함께 약을 넘겼다. 고지안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이제 와서 너한테 전화하는 이유가 뭐지? 짐승보다 못한 놈! 절대 용서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멀어지면 돼.”“걱정하지 마. 더 이상 바보처럼 굴지 않을 거야.”강하린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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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주상철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너희 둘은 처음부터 인연이 아니었던 거야. 애초에 두 사람을 이어주는 게 아니었어. 나의 욕심이 하린이를 아프게 했던 거야. 아무튼 저녁에 집으로 오거라. 하린이랑 너한테 할 말이 있어.”말을 마친 주상철은 전화를 끊었고 강하린에게 전화를 걸었다.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던 강하린이 전화를 받았다.“하린아, 지금 어디에 있어? 민재가 너를 괴롭히면 할아버지한테 언제든지 말해. 나는 영원히 하린의 편이야.”강하린은 주상철의 목소리를 듣고는 코끝이 찡했다. 며칠 사이에 일어났던 일을 생각하면 억울해서 미칠 것 같았다.“할아버지...”강하린이 울먹거리면서 말했다.“만약 민재 씨랑 이혼하고 싶다면 허락하실 거예요?”한참 동안 말이 없던 주상철이 한숨을 내쉬었다.“결국 너는 헤어지기로 마음먹었구나.”어찌 되었든 주상철은 두 사람이 같이 행복하게 지내길 바랐다. 그러나 강하린이 먼저 이혼에 관한 말을 꺼냈기에 아무도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오늘 저녁에 할아버지랑 같이 밥 먹자. 얼굴 보면서 천천히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좋아요.”강하린은 주상철의 말을 듣고 마음이 편해졌다. 주씨 가문에서 강하린한테 제일 친절했던 사람은 주상철이었다.이혼하기로 마음먹고 나서 주상철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강하린은 주방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고 옅은 화장으로 창백한 얼굴을 가렸다.주씨 가문 저택에 도착했을 때, 정원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고 있는 주상철을 발견했다.주상철은 강하린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하린아, 이쪽으로 와서 앉아.”“할아버지!”강하린은 미소를 지으면서 달려갔다. 주상철은 강하린을 지그시 쳐다보면서 말했다.“얼굴이 또 여위었어.”그 말에 강하린은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관심이 없다면 살이 찌든 빠지든 보아내지 못할 것이다.강하린은 주상철의 관심과 사랑에 마음이 따뜻해졌고 감동했다.“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많았겠어...”주상철이 한숨을 내쉬었다.“민재가 너한테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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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주상철이 팔짱을 끼면서 물었다.“끼어들지 말라고? 너는 그런 말을 할 자격도 없어.”이때 집사가 다가와서 말했다.“어르신, 저녁 식사를 하실 시간이에요.”“그래. 들어가서 밥 먹자.”주상철이 일어나자 강하린이 부축해 주었다. 주상철은 강하린의 두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물었다.“하린아, 눈이 왜 그래?”“아, 그게...”강하린은 멈칫하더니 두 눈을 매만지면서 말했다.“요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그런가 봐요.”주상철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쳐다보았다. 강하린의 두 눈은 어딘가 이상한 것 같았지만 다시 보면 또 괜찮은 것 같기도 했다.강하린은 주상철을 부축하고 들어갔고 주민재를 투명 인간 취급했다.주민재는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식탁 앞에 앉은 주상철은 강하린에게 음식을 집어주면서 말했다.“하린아, 많이 먹어. 살이 너무 많이 빠졌어. 민재가 너한테 밥도 차려주지 않은 거야?”주상철은 강하린과 주민재가 별거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강하린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그런 거 아니에요.”주상철은 주민재를 흘겨보면서 말했다.“아내한테 반찬도 집어줄 줄 몰라? 너처럼 무심한 남편이 이 세상에 어디 있어?”“할아버지.”주민재가 대답하기도 전에 강하린이 입을 열었다.“제가 직접 집어서 먹으면 돼요. 할아버지도 얼른 식사하세요.”강하린은 고기를 집어서 주상철의 그릇에 올려놓았다. 주민재는 강하린이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자 미간을 찌푸렸다.식사를 마친 뒤, 주상철은 강하린과 함께 서재로 들어갔다.“하린아, 민재랑 이혼하기로 마음먹은 거지?”주상철은 주민재가 여전히 강하린을 사랑한다고 생각했기에 강하린을 설득하려고 했다.“할아버지, 무슨 일이 있어도 이혼할 거예요. 죄송해요.”주상철은 한숨을 내쉬고는 주민재를 불러왔다.“이혼합의서에 사인하고 하린이를 보내줘. 하린이는 마음을 굳힌 것 같아.”주상철이 엄숙하게 말하자 주민재는 강하린을 힐끗 쳐다보고는 대답했다.“할아버지, 두 사람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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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말을 마친 강하린은 곧바로 뒤돌아갔다. 주민재는 법정에서 보자는 말을 듣고 화가 솟구쳐 올랐다.주민재는 강하린의 팔목을 붙잡고 물었다.“어디로 가는 거야?”“내가 어디를 가든 당신이랑 상관없잖아요. 내가 죽어도 눈 깜짝하지 않을 거면서 왜 그래요?”강하린이 차갑게 대답했다. 주민재는 예전과 사뭇 달라진 강하린의 모습에 당황하고 말았다.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이때 주민재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하린은 발신자의 이름을 보고 피식 웃더니 주민재의 손을 뿌리치고 자리를 떠났다.주민재는 강하린의 뒷모습을 지그시 쳐다보다가 전화를 받았다.“민재 오빠, 지금 어디에 있어요? 눈이 너무 아파서 그러는데 병원으로 빨리 와줄 수 있어요? 앞이 보이지 않아서 더 무서워요...”전화 한편에서 한유나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바로 갈 테니까 조금만 참아.”주민재는 차에 올라탄 뒤, 강하린이 저 멀리에서 걷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 차량이 강하린의 옆에 멈춰 섰고 강하린은 미소를 지으면서 차에 탔다.화가 난 주민재가 그 뒤를 따라가려고 할 때, 누군가가 또 전화를 걸어왔다.“한유나 씨의 상태가 심각해요. 빨리 와주세요!”주민재는 심호흡하고는 대답했다.“알겠어요.”한편, 강하린은 주도현의 차에 올라탔다.“주씨 가문 어르신을 뵈러 온 거야?”주도현의 물음에 강하린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그런데 너는 여기까지 웬일이야?”이 구역은 재벌가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에 일반인은 들어올 수가 없었다.“친구를 만나러 왔어.”주도현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강하린은 주도현의 표정을 관찰하면서 기분이 나빠 보인다고 생각했다.강하린은 심기를 건드릴까 봐 말을 이어가지 않았고 차 안은 정적이 흘렀다.얼마 후, 주도현이 물었다.“어디로 가는 길이었어?”강하린은 별빛 아파트의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했다. 주도현은 깜짝 놀라더니 천천히 물었다.“그 사람이랑 별거한 거야?”주도현은 평범한 아파트에서 두 사람이 같이 지낼 리 없다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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