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재는 강하린을 클럽에 버려두고 곧장 전화를 받은 뒤 회사로 가서 서류 몇 개를 처리했다.집에 돌아왔을 때 평소처럼 소파에서 기다리던 강하린이 보이지 않자 왠지 모르게 짜증이 치밀었다.반성도 없이 오히려 유나의 상황을 알고 같은 수작으로 그를 속이려 했으면서 되레 제 쪽에서 심술을 부리다니.주민재는 넥타이를 거칠게 끌어당기며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강하린이 이번 기회로 그를 협박해 유나를 상대하려는 건 헛된 생각이다. 이건 전부 강씨 가문이 유나에게 빚진 것이기에 그녀는 소란을 피울 자격이 없었다.이런 생각에 주민재는 강하린의 행방에 대해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금세 잠이 들었다.하지만 다음 날 눈을 떠도 여전히 강하린이 보이지 않자 또다시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도우미에게 물어보자 강하린이 어젯밤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에 표정은 먹물처럼 잔뜩 어둡게 변했다. 그래, 이젠 외박까지 하시겠다.도우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도련님, 사모님 찾아볼까요?”“됐어요.”주민재가 거절했다.“계속 소란 피우게 놔둬요.”하지만...사흘이 될 때까지 강하린은 여전히 소식이 없었고, 주민재의 억눌린 분노는 완전히 최고조로 치솟았다.그래, 좋아. 이젠 가출까지 한다는 거지....“하린아, 오랫동안 보러 오지도 않고 이 할아버지를 잊은 게야?”전화기 너머 주상철의 실망스러운 목소리가 들리자 강하린은 서둘러 부인했다.“아니에요, 할아버지. 요즘 좀 바빴어요.”주상철은 콧방귀를 뀌었다.“무정한 놈, 내가 볼 땐 넌 보러 올 생각도 없는 것 같구나.”강하린은 어쩔 줄 몰라 했다.“그럴 리가요. 시간 나면 뵈러 갈게요. 알겠죠?”눈병이 잦아진 뒤로 할아버지가 혹시라도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걱정할까 봐 저택에 가는 횟수도 줄였다.“정말 내가 보고 싶으면 다른 날 말고 오늘, 지금 와. 안 그러면 이 늙은이를 싫어한다고 생각할 거야.”나이가 얼마인데 아직도 생떼를 쓰는 건지.강하린은 어이가 없었지만 저택에 다녀온 지 오래되었기에 결국 동의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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