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나는 순간 멍해졌다가 곧 냉소가 터져 나왔다. “강서라, 이제야 드디어 가면을 벗고 본색을 드러내네.” 그동안 순진한 척, 착한 척, 불쌍한 척 온갖 연기를 해왔던 사람. 내가 혼나고, 맞고, 벌을 받을 때마다 곁에서 눈물까지 글썽이며 ‘언니 잘못 없어요’라고 감싸던 사람. 이제 와서 그 가면을 벗어 던진 건가? [내가 언제 가면을 썼다고 그래? 난 원래 이랬어. 언니가 내 진짜 모습을 인정 못 하는 거겠지.]강서라는 태연하게 받아쳤다. 한숨을 내쉰 나는 더 이상 말싸움을 할 생각이 없어졌다. “됐고, 구연준한테 전해. 오늘 오후 2시, 가정법원에서 보자고. 예약 어렵게 잡은 거니까 또 미루지 말라고.”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강서라가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잠깐! 최근에 연준 오빠가 언니를 찾아갔었지?]강서라의 목소리가 확실히 달라졌다. 예전처럼 나긋나긋한 척도 하지 않으려는 듯했다. ‘둘이 싸웠네.’ 나는 속으로 웃으며 일부러 의미심장하게 답했다. “그래, 왔었어. 그게 왜?” [언니, 양심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연준 오빠는 이제 내 남편이야! 감히 내 남편을 몰래 만나다니, 두 사람, 간통죄로 고소당하려고 작정이라도 한 거냐고!]강서라가 갑자기 폭발하듯 고함쳤다. 나는 황당해서 피식 웃었다. “간통죄? 그건 너랑 구연준한테나 해당되는 거지, 나랑은 아무 상관 없어. 너 혹시 암세포가 뇌까지 번진 거 아니야?” [강해라, 감히 날 저주해?! 넌 진짜 못된 X이야!] 강서라는 악다구니를 퍼부었지만, 나는 지겨워서 한 마디만 던졌다. “이혼 서류에 도장만 찍으면 넌 당당한 부인이 될 거고, 난 자유로워질 거야. 그러니까 구연준한테 빨리 좀 이혼하라고 해.” 전화를 끊은 후, 나는 진심으로 기분이 더러웠다. ‘아침부터 재수 없는 X이랑 이야기해서 기분만 잡쳤네.’ ...내가 회사로 가는 길에서 구연준의 전화를 받았다. 나는 그의 이름을 보는 순간부터 짜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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