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수면제를 복용하셨어요?” “네, 자기 전에 두 알 먹었어요. 지금...’ 나는 수술실 문 위의 전자시계를 흘깃 바라보았다. “대충 4시간 정도 지났어요.” 간호사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럼 안 돼요. 혈액 검사에서 바로 탈락이에요.” 나는 두 손을 들어 보이며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세 사람을 향해, 느긋하게 말했다. “죄송하게 됐네요. 제가 일부러 안 도와주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요.” 강해성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날뛰었다. “강해라, 너 우리한테 장난친 거야?! 수혈 못 하는 거 뻔히 알면서 왜 진작 말하지 않았지?” ‘이게 억울할 일이야?’ 나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며 대꾸했다. “저를 집에서 강제로 끌고 온 건 구연준이잖아요? 전 아무것도 몰랐다고요.” 이어서 시선을 천천히 돌려가며 세 사람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었다. “강해라...!” 구연준이 이를 악물고 나를 노려봤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 속이 다 시원하네.’ 세 사람의 꼴이 보기 좋을 정도였으니, 내 기분이 한층 나아졌다. 그때, 수술실 문이 벌컥 열렸고, 간호사가 다급하게 뛰쳐나와 외쳤다. “혈액이 모자라요! 헌혈자는 찾았어요? 1분 1초가 급하다고요!” 장수현은 그 말을 듣고 다리가 풀려 휘청거리더니, 강해성을 붙잡아 앞으로 밀었다. “당신이 가서 뽑아요! 딸이 죽게 생겼잖아요!” 강해성은 눈에 띄게 망설였다. 자기 목숨은 소중했으니까. 하지만 장수현이 거칠게 강해성의 등을 때리자, 결국 어쩔 수 없이 간호사를 따라나섰다. 그때, 구연준이 팔을 걷어붙이며 간호사에게 말했다. “선생님, 저도 할게요. 제 피도 뽑아가세요!” ‘와, 정말 감동적인 희생정신이네.’ 나는 속으로 비웃으며 빈정거렸다. “근데 말이야, 네 몸속에는 내 피가 흐르잖아? 그러니까 네 피를 뽑는다는 건 결국 내 피를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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