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배신당한 날, 재벌이 날 지켰다: Chapter 11 - Chapter 20

30 Chapters

제11화

‘사람이 죽게 생겼다고?’ 나는 수면제 기운에 정신이 몽롱한 채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나는 문 앞에 서 있는 구연준을 보며 비웃듯 말했다. “강서라가 죽게 생겼니?” 내 말에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강해라, 너 너무 독한 거 아니야?” 구연준의 표정이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정도로 어두워졌다. 나는 짜증이 밀려와 인상을 찌푸렸다. 더 말싸움하고 싶지 않아 그를 밀어내고 문을 닫으려 했다. 하지만 구연준이 더 빨랐는데, 거칠게 문을 걷어차고 내 팔을 낚아챈 것이었다. “구연준,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불법침입으로 신고할 거야!” 나도 화가 나서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분노에 찬 손바닥으로 그의 뺨에 내려쳤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단호한 힘으로 나를 문 밖으로 끌어내더니 차에 밀어 넣었다. “구연준, 미쳤어? 당장 내려줘!” “서라 병세가 위중해. 지금 당장 병원에 가야 한다고.” 구연준은 거칠게 액셀을 밟았고, 차는 한밤의 도로를 빠르게 질주했다. 나는 황당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난 의사도 아니잖아.” 구연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차창에 비친 남자의 옆얼굴은 굳어 있었고, 속도를 높이기만 했다. 내 마음속은 불안감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그리고 이 남자가 지금 제정신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차 문손잡이를 꽉 잡았다. 병원에 도착하자, 나는 강서라가 갑자기 대량 출혈을 일으켜 응급 수술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더 황당한 건, 강서라의 혈액형이 희귀해서 수혈용 혈액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구연준이 나를 강제로 끌고 왔다는 점이었다. 나는 이유를 듣자마자 할 말을 잃었다.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왜 강서라한테 피를 줘야 하는데? 강서라 목숨은 소중하고, 내 목숨은 하찮다는 거야?” 구연준은 냉정하게 말했다. “수혈하지 않으면 서라는 죽어. 너야 피 좀 뽑고 회복하면 그만이지만.” 그러고는 더한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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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나는 구연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젠 숨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서 바로 비웃으며 말했다. “이제 알았어? 강서라랑 강서혁, 나랑 같은 아버지를 둔 이복남매야.” 구연준의 눈이 더 크게 흔들렸다. “이복남매...? 그런데 쟤네와 너의 나이 차이는 고작 두 살인데...” “그렇지. 우리 개만도 못한 아버지가 내가 한 살 때부터 바람을 피웠던 거야. 아니, 어쩌면 그전부터였을지도 모르지. 우리 어머니를 어떻게든 쫓아내려고 갖은 수를 쓰더니, 결국 저 여우 같은 여자랑 그 자식들을 집에 들였지.” 구연준은 충격을 받은 눈빛으로 강해성과 장수현을 번갈아 바라봤다. “이런 이야긴 한 번도 한 적 없으셨잖아요.”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복잡한 표정이었다. 마치 뭔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이제야 깨달은 사람처럼.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집안의 치부를 굳이 떠들고 다닐 필요는 없잖아? 그런데 너, 평소에 그렇게 똑똑하다고 자부하더니, 한 번도 의심해 보지는 않은 거야?” ‘이렇게 희귀한 RH-혈액형인데, 나랑 강서라가 같은 혈액형이면 누가 봐도 수상한 거 아냐?’ 구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이 길어지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좀 알겠어? 왜 내가 강서라를 본능적으로 밀어내고, 강서라가 죽든 말든 신경도 안 쓰는지.” 나는 구연준이 진실을 알고 나면, 강서라에게 속았다는 걸 깨닫고, 자신이 나에게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아차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는 빠르게 새로운 논리를 찾아냈다.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잘못한 건 서라가 아니잖아. 아무 죄도 없는 서라가 그런 몹쓸 병에 걸린 건 정말 억울한 일이라고.” ‘뭐??’ 나는 어이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머릿속이 하얘졌다. “강서라는 우리 집안에 들어오면서부터 내 것은 모두 빼앗으려 했어. 나는 언제나 양보해야 했고, 괴롭힘을 당했지. 그래도 죄가 없다는 거야? 지금도 내 약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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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간호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수면제를 복용하셨어요?” “네, 자기 전에 두 알 먹었어요. 지금...’ 나는 수술실 문 위의 전자시계를 흘깃 바라보았다. “대충 4시간 정도 지났어요.” 간호사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럼 안 돼요. 혈액 검사에서 바로 탈락이에요.” 나는 두 손을 들어 보이며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세 사람을 향해, 느긋하게 말했다. “죄송하게 됐네요. 제가 일부러 안 도와주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요.” 강해성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날뛰었다. “강해라, 너 우리한테 장난친 거야?! 수혈 못 하는 거 뻔히 알면서 왜 진작 말하지 않았지?” ‘이게 억울할 일이야?’ 나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며 대꾸했다. “저를 집에서 강제로 끌고 온 건 구연준이잖아요? 전 아무것도 몰랐다고요.” 이어서 시선을 천천히 돌려가며 세 사람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었다. “강해라...!” 구연준이 이를 악물고 나를 노려봤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 속이 다 시원하네.’ 세 사람의 꼴이 보기 좋을 정도였으니, 내 기분이 한층 나아졌다. 그때, 수술실 문이 벌컥 열렸고, 간호사가 다급하게 뛰쳐나와 외쳤다. “혈액이 모자라요! 헌혈자는 찾았어요? 1분 1초가 급하다고요!” 장수현은 그 말을 듣고 다리가 풀려 휘청거리더니, 강해성을 붙잡아 앞으로 밀었다. “당신이 가서 뽑아요! 딸이 죽게 생겼잖아요!” 강해성은 눈에 띄게 망설였다. 자기 목숨은 소중했으니까. 하지만 장수현이 거칠게 강해성의 등을 때리자, 결국 어쩔 수 없이 간호사를 따라나섰다. 그때, 구연준이 팔을 걷어붙이며 간호사에게 말했다. “선생님, 저도 할게요. 제 피도 뽑아가세요!” ‘와, 정말 감동적인 희생정신이네.’ 나는 속으로 비웃으며 빈정거렸다. “근데 말이야, 네 몸속에는 내 피가 흐르잖아? 그러니까 네 피를 뽑는다는 건 결국 내 피를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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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죄송하지만, 저는 지금 현금도 없고, 핸드폰도 안 가져와서 계좌이체도 못 해줘요...”그러자 여자애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듯 시원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저도 아직 플랫폼에 등록 안 해서 호출 없이 그냥 태우는 중이에요. 요금은 집 도착해서 편하신 대로 주세요.”나는 더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나는 집 주소를 불러 주었고, 여자애는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한 뒤 가볍게 핸들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 얼마 가지 않아 여자애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착용하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오빠... 나 먼저 가야 하니까 오빠는 기사님 불러서 타고 와. 아, 갑자기 일이 생겨서 말이야! 아직 제대로 설명도 못 해서 미안. 나중에 얘기해 줄게. 어차피 나 칭찬해 줄 거잖아? 자, 끊는다! 나 운전 중이야.” 여자애의 통화 내용을 들으며 나는 무의식적으로 룸미러를 바라보았다. ‘어? 내가 잘못 본 건가?’ 병원 입구 쪽, 도로변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아침 햇살이 비쳐 남자의 실루엣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었다. 남자는 주위의 소란스러움을 정화하듯 조용히 서 있었다. 그의 차가운 듯하면서도 어딘가 따뜻한 분위기. 어쨌든 남자의 그런 존재감이 단연 돋보였다. 그는 한 손을 들어 전화를 걸고 있었다. 나와 그 남자는 거리가 멀어 얼굴 윤곽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얼굴이었다. ‘묘하게 익숙한데...? 이름이 떠오르진 않아.’ 내가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옆에서 여자애가 전화를 끊고 낄낄 웃으며 말했다. “집에서 자꾸 전화하네요. 제가 진짜 카풀 뛰는 걸 못 믿겠다나 뭐라나. 흥, 제대로 보여 줄 거예요!”나는 피식 웃었다. ‘이 아가씨, 완전 철부지 공주님이네.’ ‘뭐, 나도 명색이 재벌가 딸이긴 하지만.’ 하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가족의 따뜻함을 받아 본 적은 없었다. 어머니는 날 사랑했지만, 불행한 결혼 생활 때문에 늘 우울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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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결혼식 소동 덕분에 나는 단숨에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망했다.’ 나는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쏟아지는 부재중 전화가 기기를 터트릴 기세였다. 나는 이제야 진짜 문제가 시작되었다는 걸 직감했다. 이틀이 채 지나기도 전에, 내 개인정보와 회사 정보까지 전부 인터넷에 퍼졌으니 말이다. 사태는 점점 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나는 회사 앞에서 대기하던 기자들에게 포위당했다. 채유리가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듯, 보안팀을 대동해 날 간신히 빼냈다. 잘못한 건 강서라인데, 희귀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대중의 여론은 완전히 내게 등을 돌렸다. 온갖 악플이 쏟아졌고, 회사 공식몰까지 공격당하면서 한동안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울 정도였다. 홍보팀에서 긴급 대응에 나섰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이제 법적 대응을 할 때야.’ 나는 머리가 터질 듯한 상황에서 곧바로 변호사를 불러, 명예훼손 관련 성명을 준비했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덧 밤이 되었다. 그리고 건물 밖을 내려다보니 기자들도 대부분 철수한 상태였다. 나는 이제야 퇴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방을 챙겼다. 그때, 누군가 내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나는 고개를 들자,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보였다. ‘구연준?’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여긴 왜 왔어?” 구연준의 얼굴은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며칠 동안 강서라를 간호하면서, 그리고 집안 사업까지 챙기느라 탈이 난 모양이었다. 원래 몸이 약한 그가 이런 상황을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예전 같았으면 나는 구연준의 이런 모습이 안쓰러웠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업자득이지.’ 나는 오히려 속으로 구연준을 비웃었다.구연준은 한 발짝 다가오며 나를 깊이 바라봤다. “회사 일이 커진 것 같아서...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왔어.” 나는 담담히 웃었다. “고맙지만, 필요 없어.” “자기야... 지금은 괜찮은 척하지만 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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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책상을 돌아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진짜 할 말이 없다.’ 구연준이 따라 나왔다. “자기야, 지금 당장 나를 용서할 수 없다는 거 알아. 하지만 우리는 6년을 함께했잖아. 그렇게 쉽게 서로를 놓을 수 있는 사이가 아니잖아. 난 언제나 너를 사랑해. 그건 변하지 않아.” ‘헛소리도 정도껏 해라.’ “하지만 서라는 내가 어린 시절부터 봐 온 동생 같은 존재야. 원래도 마음이 약했지만, 지금은 병까지 얻어서 더 위축되고 불안해하고 있다고. 나는 그런 애를 그냥 내버려둘 수 없었어.” 나는 가던 길을 막힌 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구연준, 너 제정신이야? 내가 강서라를 챙기는 널 막기라도 했니? 너랑 나랑 끝난 마당에 네가 뭘 하든 내 알 바 아니야. 그런데 지금 나한테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너희 때문에 겪은 일들이 아직 부족해 보이는 거야?!” 구연준이 내 팔을 다시 붙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네가 많이 예민해져 있는 거 알아. 그래서 도와주러 온 거야.” ‘도와준다고?’ 나는 비웃음을 흘리며 팔을 확 빼고 한 걸음 물러섰다. “어떻게? 네가 직접 키보드 잡고 악플러들이랑 싸워 줄 거야?” “그게 아니라...” 구연준이 고개를 저으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네가 직접 입장을 정리하는 거야. 결혼식 날 네가 감정적으로 말실수를 했다고 해명하고, 병원에 가서 서라를 한 번 보고 오는 거지. 가족끼리 화목한 모습을 보여 주면, 여론은 자연스럽게 가라앉을 거야.” ‘뭐?’ 나는 그를 빤히 쳐다봤다. ‘이 말이... 지금 저 자식 입에서 나온다고?’ ‘정말 어이가 없네!’ 하지만 곧 생각이 정리되자, 또 다른 깨달음이 밀려왔다. ‘하긴, 이 인간은 이미 바닥까지 갔었잖아. 이제 와서 이 정도 개소리를 추가하는 건 큰일도 아니긴 해.’나는 팔짱을 끼고 구연준을 노려보다가, 도저히 더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듯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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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이윤서는 살짝 표정을 가다듬고 말했다. “강서라가 널 사랑하긴 할 거야. 하지만 네가 생각하는 그런 깊은 사랑은 아닐걸? 강서라가 너랑 결혼하려는 이유? 그건 단순해. 해라를 괴롭히고 싶어서야. 네가 아니라 해라를 향한 집착인 거지.” ‘뭐?’ 구연준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해라가 그렇게 말하든? 서라는 그런 애가 아니야. 순수하고 여린 성격을 가진 애라고. 가끔 고집을 부리긴 해도, 너처럼 속을 꼬아 볼 정도로 교활하진 않아.” 이윤서는 어이없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와... 너 진짜 웃긴다. 평소엔 머리 잘 굴리면서, 강서라 이야기만 나오면 완전히 눈이 돌아가네? 아니다, 남들 다 아는 여우한테 홀려서 정신도 못 차리는 타입인 건가?”‘푸흡...!’ 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구연준, 자존심 제대로 구겨졌겠는데?’역시, 구연준은 그런 우리를 보며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리고 기분 나빠진 듯, 몸을 홱 돌려 가려 했다. 그런데 이윤서는 그를 그냥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구연준, 잠깐!” 그녀는 팔짱을 끼고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강서라는 어릴 때부터 우리 해라를 질투했어. 해라가 가진 건 강서라도 가져야 했고, 못 가지면 어떻게든 망가뜨려야 직성이 풀렸지. 그래서 네가 해라가 사랑한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네가 갖고 싶었던 거야. 이제 알겠니?” ‘진짜 그랬던 걸까?’ 나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강서라가 구연준을 오래 짝사랑해 왔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강서라가 진짜 내 것을 빼앗기 위해서 일부러 더 집착했던 거라면?’ 그 순간, 구연준은 신경이 확 긁힌 듯 얼굴을 차갑게 굳혔다.“이윤서, 경고하는데 말조심해. 우리 집안과 너희 집안이 비즈니스 관계로 얽혀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선 넘지 마.” ‘이제야 본색 나오네?’ 이윤서는 코웃음을 치더니, 일부러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내가 너한테 뭐 개인적인 감정을 갖고 이러는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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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이윤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애초에 그냥 네 남자를 빼앗고 싶었던 거겠지. 그런데 하다 보니 연기 과몰입해서 자기감정까지 진짜라고 착각한 거고.” ‘뭐?’ 나는 입을 떡 벌렸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구연준은 겉으론 못 믿겠다고 했지만, 속으론 의심이 들기 시작했을 거야. 두고 봐. 저 둘 곧 싸우기 시작할걸? 우리 작은고모 말로는, 암 치료가 진짜 끔찍하게 힘들다더라.”“강서라는 하루 종일 병실에서 난리 치는데, 의사랑 간호사가 번갈아 가며 달래도 감당이 안 될 지경이래. 아무리 사랑이 깊다고 해도, 그런 상황에서 남자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게다가 걔네의 사랑이 진짜인지도 의문이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을 듣고 보니, 오늘 구연준이 나한테 유난히 친절하게 굴었던 게 이해가 돼.” ‘강서라가 하루 종일 병실에서 난리를 치니까, 나랑 비교가 됐겠지. 그러다 보니 나한테 기대고 싶어진 거고.’ 이윤서는 단호하게 말했다. “너 진짜 정신 차려야 해. 혹시라도 마음 약해져서 저런 놈을 다시 받아주면, 난 진짜 너랑 절교할 거야.” 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걱정하지 마. 나 그렇게 한심하진 않아.” ‘지금 당장 회사 살리기도 바쁜데, 배신한 남자를 다시 받아줄 여유가 어디 있겠어?’ 이윤서는 내 한숨 섞인 기색을 보고, 내가 걱정하는 게 뭔지 바로 눈치챘다. “악플러들 문제는 걱정하지 마. 내가 이미 사람 구해서 해결 중이니까 이틀 안으로 시끄러운 게 다 정리될 거야.” 나는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진짜? 누구한테 부탁했는데?” “너는 모르는 사람이야. 아무튼, 확실한 사람이니까 그냥 믿고 기다려 줘.” ‘이틀 만에 해결한다고? 꽤 큰 손을 쓴 모양인데...’ 나는 더 묻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한 돈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줘. 비용 아끼지 않고 확실하게 처리하고 싶어서 그래.” “당연하지. 내가 발품 팔 테니까 돈은 네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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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아, 언니! 너무 정신없으신 거 아니에요? 우리 지역에서 소씨 가문이라고 하면 어디겠어요?”“당연히 본가가 무도산 쪽에 있는 바로 그 소씨 가문이죠! 개국 공신 가문으로, 대대로 명망 있는 집안. 게다가 늘 조용하고 베일에 싸여 있어서 외부에 알려진 정보도 거의 없는 그 가문 말이에요.”“그런 소씨 가문에서 먼저 연락을 주고, 민현주 사모님 맞춤 의상을 요청하셨다? 이거 소문이라도 퍼지면, 다른 재벌가들도 앞다퉈 우리 브랜드를 찾게 될 거라고요!” 한쪽에서 시장조사팀 팀장이 신나서 소리쳤다. “우리 이제 대박 나는 거 아닙니까?” “잠깐만!”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채유리를 향해 물었다. “금융사기 예방 앱이라도 깔아야 하는 거 아니야? 이거 보이스피싱 같은 거 아니냐고.”채유리는 기가 막힌다는 듯 눈을 홱 굴렸다. “언니!! 제가 세 번이나 확인했어요! 완전 예의 바르고 교양 있는 분이셨어요. 게다가, 선금까지 먼저 줄 수 있다고 하셨다니까요?” ‘뭐라고?’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채유리가 신나서 덧붙였다. “언니, 다음 달이면 행사도 얼마 안 남았는데, 스케줄 괜찮으세요? 괜찮으시면 어서 전화해서 방문 날짜부터 잡아야 해요.” “있지! 당연히 있지!” ‘이런 기회를 놓칠 내가 아니지!’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애써 진정하며 전화를 걸었다. ‘침착하자, 침착해...’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정말 차분하고 품격이 느껴졌다. 약속을 잡고 나서, 나는 겸손하게 말했다. “굳이 기사님을 보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직접 운전해서 가겠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은 여전히 공손하게 대답했다. [본가가 좀 외진 곳에 있어서, 처음 방문하시는 분들은 찾기 어려워하십니다. 편하게 오실 수 있도록 저희가 모시러 가겠습니다.]“아,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즉시 내비게이션을 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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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그 차를 소유하려면 단순히 돈이 많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재력은 기본이고, 철저히 깨끗한 배경과 높은 사회적 지위, 그리고 사회에 기여한 공적이 있어야만 가능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 차는 철저한 ‘프라이빗 커스텀’, 즉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제작된 단 하나뿐인 ‘원오프 모델’이었다. 나는 채유리와 함께 조심스럽게 차에 올랐다. ‘솔직히 좀 긴장되네...’ 채유리도 나와 같은 기분인지, 평소와 다르게 말수가 적었다. 하지만 흰 장갑을 낀 기사님은 의외로 친절했다. “편하게 계십시오.” 그는 몇 마디 가벼운 농담까지 던지며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려고 했다. ‘그래도 이 차에 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현실감이 안 드네.’ 차는 묵직하고 부드럽게 움직였고, 그렇게 1시간가량 달려 울창한 산림 속으로 들어섰다. 그때 기사님이 말했다. “이 앞이 무도산입니다. 곧 도착합니다.” ‘벌써?’ 얼마 지나지 않아, 차창 너머로 철통같은 경비가 서 있는 검문소가 나타났다.‘...잠깐, 저게 뭐지?’ 차가 검문소에 가까워지자, 경비원이 손짓하며 정차를 안내했고, 기사님이 차를 멈춘 뒤 창문을 내렸다.기사님이 신분증과 초대장을 건넸고, 경비원은 이를 확인한 뒤 내부와 교신한 후에야 문을 열어주었다.채유리는 입을 틀어막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여기... 무슨 VIP 보안 구역 같은데요?”‘그렇게 생각할 만하지.’ 하지만 나는 겉으로 놀라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때 기사님이 설명했다. “소산하 어르신께서 은거하시는 공간이라 보안이 엄격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출입하는 모든 차량은 검문을 거쳐야 하죠. 저희 내부 관계자 차량은 신원 확인만으로 통과되지만, 외부 차량은 더욱 철저한 검사를 받습니다.”나는 채유리와 눈을 마주쳤다.‘이제야 주민국 집사가 나보고 직접 운전해서 오지 말라고 한 이유를 알겠어...’ 단순히 내비게이션에 나오지 않는 비공개 장소라서가 아니었다. 이곳은 철저한 보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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