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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혼? 기꺼이 해줄게의 모든 챕터: 챕터 1 - 챕터 10

30 챕터

제1화

“미안, 승후야. 너랑 결혼할 수 없어.”소울 그룹, 대표실.검은색 레이스 드레스를 입은 소은별이 차가운 표정으로 쌀쌀맞게 말했다.그리고 맞은편에는 수려한 외모와 달리 옷차림이 다소 수수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은별아, 그게 무슨 말이야? 이미 얘기가 끝난 거 아니었어?”임승후는 어안이 벙벙했다.소울 그룹이 상장하는 날, 3년간의 연애를 끝내고 정식으로 부부의 연을 맺기로 약속한 상태였다.“그래도 한때는 연인이었는데 빙빙 돌려서 말하지는 않을게.”소은별이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기자 뽀얀 목덜미가 드러났다. 아름다운 미모는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했고, 일거수일투족이 기품이 흘러넘쳤다.“이제 우리의 격차는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어. 심지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억지로 만난다고 한들 무의미할뿐더러 짐이 되는 것밖에 더 있겠어?”짐이라니?생각지도 못한 말에 임승후는 넋을 잃고 말았다.그가 소씨 가문을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파산해서 상장은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오늘날 소은별이 이룬 업적도 전부 자신의 덕분이지 않은가?그러나 성공을 맛보고 나니 짐짝 취급당하는 결말을 맞이하게 될 줄이야!“물론 받아들이기 힘든 결정이라는 걸 나도 알아. 어쨌거나 너한테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니까 파혼한 대가로 위자료랑 별장 한 채, 고급 승용차 한 대를 줄게. 이 정도면 너도 충분히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거야.”말을 마치고 나서 명품 가방에서 볼펜과 수표를 꺼냈다.임승후는 수표에 16억을 적는 그녀를 묵묵히 지켜보며 눈앞의 여자가 괜스레 낯설게 느껴졌다.“지난 몇 년간 쌓아온 우리의 감정이 고작 돈으로 환산이 될 것 같아?”소은별의 무표정한 얼굴에 착잡한 기색이 언뜻 스쳐 지나갔지만 곧바로 냉철함을 되찾았다.“만약 적다고 느껴지면 더 줄 수도 있어. 네가 만족할 만한 액수를 얘기해 봐.”지금 액수가 마음에 안 들어서 태클 건다고 생각하나?임승후의 그윽한 눈빛에 아픔이 서려 있었다.“파혼하기로 마음먹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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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엘리베이터 안.허름한 반지 케이스를 열자 핑크 다이아몬드가 눈부시게 빛이 났다.무려 100억을 주고 산 최상급 제품으로 강산시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명품이며 단 하나뿐이다.그리고 은행 카드에 얼마 들어있는지는 임승후도 잘 몰랐다.단지 소울 그룹 같은 기업은 10개를 인수하고도 남을 정도라는 것만 알고 있다.하지만 조금 전 소은별은 쳐다보지도 않았고 장미애는 쓰레기 취급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임승후가 걸어 나왔다.“네가 여긴 웬일이래? 안색이 사뭇 어두운데?”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문득 울려 퍼졌다.임승후는 무심한 시선으로 고개를 들었다. 이내 슈트 차림으로 올백 머리를 한 남자가 푸른 장미 한 다발을 안고 떡하니 앞길을 막고 있었다.박건오는 강산시에서 악명 높은 재벌 2세로 미녀 대표 소은별의 열렬한 추종자 중 한 명이다.괜히 엮이기 싫은 임승후는 그를 피해 옆으로 돌아가려고 했다.하지만 발걸음을 옮기자마자 박건오는 한술 더 떠서 다시 한번 길막했다.임승후의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나한테 볼일이라도 있어? 없으면 저리 비켜.”박건오는 한껏 과장된 표정으로 이죽거렸다.“하하하, 다들 여기 좀 보세요! 소은별의 똘마니 주제에, 오늘 뭐 잘못 먹었나? 감히 나한테 비키라고 해?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소씨 가문에서 빈털터리로 쫓겨난 모양이네.”빈정거리는 와중에 임승후의 손에 든 반지 케이스를 흘끗 쳐다보았다.“은별이가 쓰레기 같은 놈을 좋아할 리 있겠어? 이참에 네 민낯을 낱낱이 공개해주지.”이내 키득거리며 손을 탁 쳤고, 반지 케이스가 바닥에 떨어졌다.그러자 안에서 커다랗고 눈부신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가 굴러 나왔다.매혹적인 광택은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박건오는 어리둥절하더니 금세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 이건 리치 스톤에서만 판매한다는 킹 다이아? 무려 100억짜리 핑크 다이아몬드인데 네가 무슨 수로 구했어?”심지어 소울 그룹 직원, 그리고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도 경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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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한편, 임승후는 롤스로이스에 올라타 강산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휴대폰이 울리자 화면을 확인했고, 발신자는 소은별이었다.이미 헤어진 이상 굳이 전화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따르릉-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벨 소리는 유난히 급박해 보였다.결국 눈살을 찌푸리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승후야, 내 말 잘 들어. 얼른 가서 자수해.”뜬금없는 한 마디에 임승후는 어리둥절했다.“킹 다이아는 무려 100억짜리 반지야. 정신 나갔어? 나한테 잘 보이려는 마음에 도둑질까지 마다하지 않았다는 걸 알아. 하지만 절도는 불법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더 늦기 전에 당장 자수해. 걱정하지 마. 강산시에서 소울 그룹의 지위가 있는데 내가 나서면 감옥에 가는 일은 없을 테니까 노력해볼게.”소은별은 격분하며 노파심에 휴대폰 너머로 호통쳤다.그제야 임승후는 킹 다이아를 훔쳤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아니야, 난 도둑질한 적이 없어.”그리고 설명조차 귀찮은 듯 대충 얼버무렸다.소은별이 버럭 화를 냈다.“이제 와서 발뺌해봤자 아무 소용 없어. 박건오 씨도 그렇고, 소울 그룹 직원한테도 이미 전해 들었어.”추궁하는 말투에 임승후의 마음이 싸늘하게 식어갔다.“네 눈에는 내가 고작 그런 사람으로 보여? 전 남친은 의심하면서 오히려 박건오 같은 날라리의 말을 믿는 거야?”소은별은 흠칫 놀라더니 한껏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미안, 승후야. 만약 자존심이 상했다면 사과할게. 다만 킹 다이아에 연루된 사람은 결코 평범하지가 않아. 리치 스톤의 사장님은 나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거물인데 그런 분의 물건을 훔쳤으니 자칫 잘못하면 너를 지켜줄 수 없을지도 몰라.”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란 말인가?임승후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아직도 내가 도둑질했다고 여기나 보네. 됐어, 마음대로 생각해. 경찰에 신고해서 체포하든지 동네방네 소문내든지 알아서 해. 난 괜찮으니까.”“임승후! 대체 왜...”뚜-뚜-뚜-감히 그녀의 전화를 끊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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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한 무리의 경호원들이 길을 터주자 들것에 실린 어린 소녀 한 명이 나타났다.그리고 곁에는 어떤 여자가 경호를 받으며 따라왔다. 늘씬한 몸매에 검은색 스타킹을 신고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묘령의 여인은 아이의 손을 꼭 붙잡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다혜야, 아무 일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언니가 있잖아. 널 반드시 살려줄게.”급박한 상황에도 여성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챈 사람들이 꽤 있었다.다름 아닌 강산시 명문가인 송씨 가문 장녀, 무려 국보급 미인으로 알려진 송민희였다.패션 업계에서는 그녀를 경국지색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송민희 씨, 진정하세요. 저희가 무슨 일이 있어도 여동생분의 목숨을 살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부원장 장철호가 인기척에 놀라 서둘러 달려와서 호언장담했다.송민희의 신분이 워낙 대단했고, 게다가 강산시에서 송씨 가문의 영향력은 보통이 아닌지라 선택권이 없었다.그런 집안에서 환자가 찾아온 이상 어떻게든 치료해야 하며, 또한 정성과 성의를 다해야만 했다.여동생이 응급실로 들어가고 나서야 시선을 돌린 송민희는 뒤돌아서 한자리에 모인 의사들을 바라보았다.타고난 미모는 물론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얼굴에 눈물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하지만 강산시 절세미인답게 고귀한 기품과 압도적인 아우라는 여전했다.“부원장님, 강산 병원에서 제일 유능한 의사로 부탁해요. 제 요구는 단 하나, 바로 다혜를 살리는 거죠. 나중에 사례금은 후하게 챙겨줄게요.”장철호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송씨 가문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최고의 의료진을 배치해야죠. 다만 원장님이 부재중이셔서 제가 직접 집도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옆에서 도와줄 가장 뛰어난 전문의 한 명이 필요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이 우르르 나섰고 특히 남자 의사는 흥분과 설렘, 기대가 가득한 표정으로 장철호를 바라보았다.무려 송민희 앞에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지 않은가? 본인만 잘하면 갖은 혜택을 받게 될뿐더러 심지어 여신의 호감까지 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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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송민희의 안색이 돌변했다.“네? 부원장님은 어디 계세요? 대체 무슨 상황이죠?”장철호와 장민규가 죄책감이 가득한 얼굴로 다가왔다.“죄송합니다. 다혜 양의 상태가 워낙 심각해서 도무지 살릴 방법이 없었어요.”장민규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치료 초반에는 분명 순조로웠는데 무슨 이유인지 호흡이 갑자기 약해졌어요. 이건 의술 문제가 아니라 피치 못할 상황...”짝!변명을 늘어놓는 와중에 송민희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따귀를 날렸다.“민희 씨, 이게 무슨...”화끈거리는 볼을 잡고 장민규는 화를 꾹 참고 말했다.송민희의 몸이 파르르 떨렸고 노발대발하며 외쳤다.“바보 같은 자식! 아까만 해도 본인의 실력으로 다혜를 살릴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지 않았나요?”장민규는 입만 뻥긋했을 뿐 묵묵부답했고, 창피한 나머지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다.“부원장님, 다시 한번 물을게요. 강산 병원에 유능한 의사가 정녕 한 명도 없나요? 다혜가 이대로 목숨을 잃게 된다면 부원장님은 물론 멍청한 아들놈까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잔뜩 화가 난 송민희의 모습에 장철호 부자는 겁에 질려 등골이 오싹했다.공로를 독차지해서 송씨 가문의 덕을 좀 보려고 했지만 골든 타임을 놓쳐 사람을 죽일 위기에 처했다.장철호는 만감이 교차한 얼굴로 더듬더듬 대답했다.“시도해볼 만한 사람이 한 명 있긴 한데...”“누구?”“임승후요!”송민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맞네! 승후 씨가 계셨지. 얼른 가서 내 동생 살려달라고 모셔 와요.”장민규의 목소리에 질투가 가득했다.“저랑 같은 과인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뻔하거든요? 절대로 불가능하죠.”송민희는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그 입 다물어요. 돌팔이 주제에! 한마디라도 더 했다가는 혀를 뽑아버릴 거예요.”장민규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이제 여신의 눈 밖에 나는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하지만 임승후가 총애받는 것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모셔 오라니, 과분한 말씀입니다. 환자를 살리는 건 제가 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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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임승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로 식견이 넓은 장철호 때문에 살짝 놀랐다.장민규가 아버지를 향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아빠, 경락차단법이 뭐예요? 별거 아니네요, 뭐.”장철호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멍청한 아들놈을 당장이라도 한 대 갈기고 싶었다.“바보 같은 자식! 더 이상 망신당하기 싫으면 그 입 닥쳐. 경락차단법은 의학계에서 전설로 남은 묘법이야. 능력이 뛰어난 의사는 이러한 기술로 목숨을 앗아가거나 혈맥을 막을 수 있다고 했어. 살리느냐 죽이느냐는 마음먹기 나름이지.”견문이 워낙 넓은 송민희는 임승후가 혈자리를 누를 때부터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소은별에게 빌붙는 남자로 소문났지만 적어도 의술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하지만 이런 천재가 대체 왜 무능한 사람으로 오해받는지 당최 짐작이 안 갔다.치료는 금방 끝났고 10분 후 수혈을 마쳤다.임승후는 송다혜의 상처를 감싸고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처리한 다음 환자의 휴식을 방해하지 말라는 당부를 끝으로 응급실을 급히 나갔다.송민희가 서둘러 쫓아갔다.“승후 씨, 잠시만요.”임승후는 뒤돌아서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죠?”송민희는 피를 뽑은 탓에 얼굴이 창백했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니, 그냥 강산 병원 의료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서요. 선생님들이 없었더라면 다혜는 진짜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라요.”이내 손짓하자 김지우가 미리 준비한 선물을 나눠주었다.임승후를 도와준 간호사, 그리고 다른 의사들은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송씨 가문은 역시나 씀씀이가 후했다.물론 이 모든 게 임승후의 덕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민희 씨, 뭘 이런 걸 다 준비했어요? 생명을 구하는 일은 의사의 본분이라 선물은 안 주셔도 돼요.”장철호 부자가 다가와서 태연자약하게 말했다.특히 장민규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를 썼고, 마치 송다혜를 살린 사람이 자신인 것처럼 행세했다.“미안하지만 이건 승후 씨와 수술에 참여한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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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덤덤한 목소리에서 카리스마는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흉터남을 비롯해 뒤에 서 있던 사내들마저 어리둥절하더니 별안간 폭소를 터뜨렸다.“하하하! 미치겠네. 저 기생오라비가 방금 뭐라고 했어? 감히 나한테 꺼지라고? 바보 아니야?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것 같은데 여주인공을 구하는 영웅이라도 되고 싶은 건가?”“형님,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바로 죽여버리죠?”흉터남의 옆에 있던 부하가 손에 든 쇠 파이프로 바람을 가르며 임승후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고 인정사정없는 공격을 퍼부었다.송민희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고, 임승후를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서기로 했다.용기는 대단하지만 살짝 어리바리한 편이라 상황 파악이 느렸다.이때, 처절한 비명이 귓가에 울려 퍼졌다.선제공격을 날렸던 사내가 배를 끌어안고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굴러다녔다.쇠 파이프는 어느새 임승후의 손에 있었고 둔탁한 소리가 연신 들려오더니 눈앞에서 춤을 추듯 빠르게 움직였다.우르르 몰려든 남자들은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외마디 비명과 함께 땅바닥에 나뒹굴었다.전광석화처럼 빠른 스피드에 대체 언제 공격당했는지 아무도 몰랐다. 흉터남이 기합을 넣으며 마지막으로 돌진했고 공중으로 번쩍 날아올라 매서운 발차기를 날렸다.임승후는 이미 너덜너덜해진 쇠 파이프를 바닥에 휙 던지고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다리를 힘껏 뻗었다.비명과 함께 흉터남은 새우처럼 등을 구부린 채 공격했을 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저 멀리 날아갔다.이내 쿵 하고 SUV에 부딪혀 피를 토하더니 옴짝달싹 못했다.그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겁에 질린 얼굴로 임승후를 바라보았다.“당신은 대체...”임승후는 가뿐히 무시하고 뒤돌아서 송민희에게 다가가서 태연하게 말했다.“가요. 민희 씨.”그녀의 얼굴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겉보기에 젠틀하고 점잖은 귀공자 같은 사람이 싸울 때는 이토록 카리스마가 넘칠 줄은 몰랐다.대체 어딜 봐서 여자에게 빌붙는 기생오라비란 말인가?뛰어난 의술과 예사롭지 않은 몸놀림은 마치 발톱을 숨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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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이때, 전화가 걸려 오자 통화를 마치고 임승후를 향해 말했다.“편하게 둘러보고 있어요. 갑자기 볼일이 생겨서 이따가 다시 만나요.”임승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녀오세요.”모금 행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성남 보육원의 부지를 탐내는 세력들이 속속 도착했고, 입구에는 고급 승용차들이 즐비했다.이때, 유유히 다가오는 검은색 롤스로이스 한 대가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문이 열리면서 순백의 미니스커트를 입고 뽀얀 다리를 훤히 드러낸 미모의 여성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정말 미인이시네요. 저 독보적인 아우라 좀 보세요.”“이런 여성분과 인연을 맺을 수만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소울 그룹의 미녀 대표도 오셨네요. 흠잡을 데 없는 미모는 물론 사업 수완도 아주 뛰어나죠. 오늘 밤 성남 보육원의 부지는 소은별 씨의 손에 들어갈 확률이 높아요.”곧이어 뒤따라오던 고급 차가 급히 멈추었고, 박건오는 서둘러 차에서 내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소은별을 향해 걸어갔다.“은별 씨는 이제 어디를 가든 화제의 중심이 되었네요. 하하하, 설령 소울 그룹의 대표직에서 내려와 연예계에 진출한다고 해도 단숨에 대세로 자리 잡을 거예요.”그는 아첨하기 급급했고, 눈앞의 매력적인 여자를 바라보며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건오 씨, 우선 일부터 보죠?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는 거리를 좀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그녀는 지나치게 치근덕거리는 박건오에게 다소 거부감을 느꼈다.정작 본인은 전혀 대수롭지 않았다.“뭐가 걱정이에요? 내가 은별 씨를 좋아하는 건 강산시에서 공공연한 사실인데. 게다가 찌질이 임승후랑 헤어졌으니 은별 씨도 이제 싱글이잖아요. 사람들이 꼬투리를 잡고 싶어도 명분이 없죠.”장미애가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맞아. 그 자식은 앞으로 너랑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리고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한배를 탄 동료야. 이따가 건오 씨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고.”임승후는 멀리서 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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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임승후를 바라보는 서늘한 눈빛에 실망과 분노, 그리고 본인조차 의식하지 못한 질투가 섞여 있었다.“어떻게 헤어지자마자 다른 여자로 환승할 수 있어? 그동안 괜스레 미안했던 내가 바보 같군. 또 나 혼자만 진지한 거지?”임승후가 반박했다.“엄밀히 따지면 효율적인 면에서는 네가 한 수 위이지 않을까?”“이...! 그래, 말로 여자를 이겨서 좋겠어!”소은별은 합죽이가 되었다.흠잡을 데 없는 미모와 각선미를 자랑하는 몸매, 그리고 카리스마 넘치는 분위기까지 송민희는 그녀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만약 임승후의 옆에 있는 사람이 수수한 외모의 일반인이라면 웃어넘기고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막강한 라이벌이 등장하자 전례 없는 위기감을 느꼈다.그녀보다 못한 부분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고, 심지어 어떤 면에서는 훨씬 능가했다. 예를 들면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은 비교 대상이 안 되었다.얼마나 완벽하고 매혹적인 여자인지는 옆에서 침을 줄줄 흘리는 박건오만 보더라도 충분히 증명되었다.이런 절세 미인이 지금은 그녀에게 버림받은 남자와 다정하게 붙어 있지 않은가?소은별은 왠지 모르게 한 방 먹은 느낌이 들었다.마치 눈이 멀었다고 대놓고 보여주는 듯싶었다.“승후야, 나랑 단둘이 얘기 좀 하자.”이내 심호흡하고 임승후를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미안하지만 난 할 말이 없어.”“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꼭 망신을 줘야겠어?”소은별이 발끈하더니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안쓰러운 모습에 임승후는 마음이 흔들렸다.“그래, 잠깐이면...”하지만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잠자코 있던 송민희가 문득 그의 손을 붙잡더니 활짝 웃었다.“비록 누구는 승후 오빠를 무시하고 걷어찼지만 이제 내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오빠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해줄게요.”성격도 착한데 애교까지 넘치다니? 박건오는 질투심에 이만 바득바득 갈았고 당장이라도 뛰어가서 임승후의 자리를 대신하고 싶었다.‘빌어먹을 개자식! 대체 전생에 덕을 얼마나 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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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홀 반대편에 송씨 가문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송민희는 손짓으로 김지우를 불렀다.“승후 씨 명의로 40억 기부하고 와.”김지우는 어안이 벙벙했다.“40억은 너무 많지 않을까요?”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돈을 물 쓰듯 하면 되겠는가?송민희가 거만한 미소를 지었다.“간만에 마음에 드는 남자를 발견했는데 고작 40억을 기부하는 게 뭐 대수라고? 비록 소은별에게 차였지만 난 절대로 멍청하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야. 보물이 떡하니 나타났는데 눈이 멀어 제 발로 뻥 차버리다니, 어이가 없잖아.”그녀는 백옥처럼 하얀 손으로 서류를 들고 있었다.다름 아닌 소울 그룹에 관한 자료이며, 망할 뻔했던 작은 공장에서 불과 몇 년 사이에 강산시 상장 그룹으로 도약했다.소은별의 몸값도 몇 배나 상승했고 무려 2,000억을 넘어섰다.다만 뒤에서 몰래 조작하는 사람이 있지 않은 한 소울 그룹의 궐기를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 꽤 흥미로웠다.때마침 소은별이 임승후를 만나고 나서 지난 3년 동안 파산하기 직전까지 갔던 소울 그룹이 갑자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그런데도 임승후와 전혀 무관한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 있겠는가? 송민희는 바보가 아닌 이상 당연히 낌새를 알아차렸을 거로 생각했다.한편, 임승후는 아무 자리나 찾아서 앉았다.궁둥이를 붙이자마자 박건오가 냉소를 지었다.“너 철면피야? 은별 씨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게? 행사장에 초대받은 사람은 전부 기부하려고 찾아온 거물들인데 고작 여자한테 빌붙는 빈털터리가 뭐 하러 여기까지 왔대?”임승후는 소은별을 흘긋 쳐다보더니 태연하게 말했다.“남을 얕잡아보는 게 네 특기야? 돈이 많아서 기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보육원의 아이를 사랑으로 보살피는 사람도 있다고.”박건오가 피식 비웃었다.“싸구려 감성팔이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지. 정녕 창피하지도 않아?”장미애도 조롱하기 급급했다.“건오 씨, 신경 쓰지 마세요. 우리 은별이가 보육원의 부지를 손에 넣고 나서 바로 내쫓으면 그만이에요.”소은별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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