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로 식견이 넓은 장철호 때문에 살짝 놀랐다.장민규가 아버지를 향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아빠, 경락차단법이 뭐예요? 별거 아니네요, 뭐.”장철호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멍청한 아들놈을 당장이라도 한 대 갈기고 싶었다.“바보 같은 자식! 더 이상 망신당하기 싫으면 그 입 닥쳐. 경락차단법은 의학계에서 전설로 남은 묘법이야. 능력이 뛰어난 의사는 이러한 기술로 목숨을 앗아가거나 혈맥을 막을 수 있다고 했어. 살리느냐 죽이느냐는 마음먹기 나름이지.”견문이 워낙 넓은 송민희는 임승후가 혈자리를 누를 때부터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소은별에게 빌붙는 남자로 소문났지만 적어도 의술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하지만 이런 천재가 대체 왜 무능한 사람으로 오해받는지 당최 짐작이 안 갔다.치료는 금방 끝났고 10분 후 수혈을 마쳤다.임승후는 송다혜의 상처를 감싸고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처리한 다음 환자의 휴식을 방해하지 말라는 당부를 끝으로 응급실을 급히 나갔다.송민희가 서둘러 쫓아갔다.“승후 씨, 잠시만요.”임승후는 뒤돌아서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죠?”송민희는 피를 뽑은 탓에 얼굴이 창백했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니, 그냥 강산 병원 의료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서요. 선생님들이 없었더라면 다혜는 진짜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라요.”이내 손짓하자 김지우가 미리 준비한 선물을 나눠주었다.임승후를 도와준 간호사, 그리고 다른 의사들은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송씨 가문은 역시나 씀씀이가 후했다.물론 이 모든 게 임승후의 덕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민희 씨, 뭘 이런 걸 다 준비했어요? 생명을 구하는 일은 의사의 본분이라 선물은 안 주셔도 돼요.”장철호 부자가 다가와서 태연자약하게 말했다.특히 장민규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를 썼고, 마치 송다혜를 살린 사람이 자신인 것처럼 행세했다.“미안하지만 이건 승후 씨와 수술에 참여한 의료
덤덤한 목소리에서 카리스마는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흉터남을 비롯해 뒤에 서 있던 사내들마저 어리둥절하더니 별안간 폭소를 터뜨렸다.“하하하! 미치겠네. 저 기생오라비가 방금 뭐라고 했어? 감히 나한테 꺼지라고? 바보 아니야?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것 같은데 여주인공을 구하는 영웅이라도 되고 싶은 건가?”“형님,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바로 죽여버리죠?”흉터남의 옆에 있던 부하가 손에 든 쇠 파이프로 바람을 가르며 임승후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고 인정사정없는 공격을 퍼부었다.송민희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고, 임승후를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서기로 했다.용기는 대단하지만 살짝 어리바리한 편이라 상황 파악이 느렸다.이때, 처절한 비명이 귓가에 울려 퍼졌다.선제공격을 날렸던 사내가 배를 끌어안고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굴러다녔다.쇠 파이프는 어느새 임승후의 손에 있었고 둔탁한 소리가 연신 들려오더니 눈앞에서 춤을 추듯 빠르게 움직였다.우르르 몰려든 남자들은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외마디 비명과 함께 땅바닥에 나뒹굴었다.전광석화처럼 빠른 스피드에 대체 언제 공격당했는지 아무도 몰랐다. 흉터남이 기합을 넣으며 마지막으로 돌진했고 공중으로 번쩍 날아올라 매서운 발차기를 날렸다.임승후는 이미 너덜너덜해진 쇠 파이프를 바닥에 휙 던지고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다리를 힘껏 뻗었다.비명과 함께 흉터남은 새우처럼 등을 구부린 채 공격했을 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저 멀리 날아갔다.이내 쿵 하고 SUV에 부딪혀 피를 토하더니 옴짝달싹 못했다.그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겁에 질린 얼굴로 임승후를 바라보았다.“당신은 대체...”임승후는 가뿐히 무시하고 뒤돌아서 송민희에게 다가가서 태연하게 말했다.“가요. 민희 씨.”그녀의 얼굴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겉보기에 젠틀하고 점잖은 귀공자 같은 사람이 싸울 때는 이토록 카리스마가 넘칠 줄은 몰랐다.대체 어딜 봐서 여자에게 빌붙는 기생오라비란 말인가?뛰어난 의술과 예사롭지 않은 몸놀림은 마치 발톱을 숨긴
이때, 전화가 걸려 오자 통화를 마치고 임승후를 향해 말했다.“편하게 둘러보고 있어요. 갑자기 볼일이 생겨서 이따가 다시 만나요.”임승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녀오세요.”모금 행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성남 보육원의 부지를 탐내는 세력들이 속속 도착했고, 입구에는 고급 승용차들이 즐비했다.이때, 유유히 다가오는 검은색 롤스로이스 한 대가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문이 열리면서 순백의 미니스커트를 입고 뽀얀 다리를 훤히 드러낸 미모의 여성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정말 미인이시네요. 저 독보적인 아우라 좀 보세요.”“이런 여성분과 인연을 맺을 수만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소울 그룹의 미녀 대표도 오셨네요. 흠잡을 데 없는 미모는 물론 사업 수완도 아주 뛰어나죠. 오늘 밤 성남 보육원의 부지는 소은별 씨의 손에 들어갈 확률이 높아요.”곧이어 뒤따라오던 고급 차가 급히 멈추었고, 박건오는 서둘러 차에서 내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소은별을 향해 걸어갔다.“은별 씨는 이제 어디를 가든 화제의 중심이 되었네요. 하하하, 설령 소울 그룹의 대표직에서 내려와 연예계에 진출한다고 해도 단숨에 대세로 자리 잡을 거예요.”그는 아첨하기 급급했고, 눈앞의 매력적인 여자를 바라보며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건오 씨, 우선 일부터 보죠?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는 거리를 좀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그녀는 지나치게 치근덕거리는 박건오에게 다소 거부감을 느꼈다.정작 본인은 전혀 대수롭지 않았다.“뭐가 걱정이에요? 내가 은별 씨를 좋아하는 건 강산시에서 공공연한 사실인데. 게다가 찌질이 임승후랑 헤어졌으니 은별 씨도 이제 싱글이잖아요. 사람들이 꼬투리를 잡고 싶어도 명분이 없죠.”장미애가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맞아. 그 자식은 앞으로 너랑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리고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한배를 탄 동료야. 이따가 건오 씨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고.”임승후는 멀리서 무표
임승후를 바라보는 서늘한 눈빛에 실망과 분노, 그리고 본인조차 의식하지 못한 질투가 섞여 있었다.“어떻게 헤어지자마자 다른 여자로 환승할 수 있어? 그동안 괜스레 미안했던 내가 바보 같군. 또 나 혼자만 진지한 거지?”임승후가 반박했다.“엄밀히 따지면 효율적인 면에서는 네가 한 수 위이지 않을까?”“이...! 그래, 말로 여자를 이겨서 좋겠어!”소은별은 합죽이가 되었다.흠잡을 데 없는 미모와 각선미를 자랑하는 몸매, 그리고 카리스마 넘치는 분위기까지 송민희는 그녀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만약 임승후의 옆에 있는 사람이 수수한 외모의 일반인이라면 웃어넘기고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막강한 라이벌이 등장하자 전례 없는 위기감을 느꼈다.그녀보다 못한 부분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고, 심지어 어떤 면에서는 훨씬 능가했다. 예를 들면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은 비교 대상이 안 되었다.얼마나 완벽하고 매혹적인 여자인지는 옆에서 침을 줄줄 흘리는 박건오만 보더라도 충분히 증명되었다.이런 절세 미인이 지금은 그녀에게 버림받은 남자와 다정하게 붙어 있지 않은가?소은별은 왠지 모르게 한 방 먹은 느낌이 들었다.마치 눈이 멀었다고 대놓고 보여주는 듯싶었다.“승후야, 나랑 단둘이 얘기 좀 하자.”이내 심호흡하고 임승후를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미안하지만 난 할 말이 없어.”“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꼭 망신을 줘야겠어?”소은별이 발끈하더니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안쓰러운 모습에 임승후는 마음이 흔들렸다.“그래, 잠깐이면...”하지만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잠자코 있던 송민희가 문득 그의 손을 붙잡더니 활짝 웃었다.“비록 누구는 승후 오빠를 무시하고 걷어찼지만 이제 내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오빠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해줄게요.”성격도 착한데 애교까지 넘치다니? 박건오는 질투심에 이만 바득바득 갈았고 당장이라도 뛰어가서 임승후의 자리를 대신하고 싶었다.‘빌어먹을 개자식! 대체 전생에 덕을 얼마나 쌓아야
홀 반대편에 송씨 가문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송민희는 손짓으로 김지우를 불렀다.“승후 씨 명의로 40억 기부하고 와.”김지우는 어안이 벙벙했다.“40억은 너무 많지 않을까요?”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돈을 물 쓰듯 하면 되겠는가?송민희가 거만한 미소를 지었다.“간만에 마음에 드는 남자를 발견했는데 고작 40억을 기부하는 게 뭐 대수라고? 비록 소은별에게 차였지만 난 절대로 멍청하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야. 보물이 떡하니 나타났는데 눈이 멀어 제 발로 뻥 차버리다니, 어이가 없잖아.”그녀는 백옥처럼 하얀 손으로 서류를 들고 있었다.다름 아닌 소울 그룹에 관한 자료이며, 망할 뻔했던 작은 공장에서 불과 몇 년 사이에 강산시 상장 그룹으로 도약했다.소은별의 몸값도 몇 배나 상승했고 무려 2,000억을 넘어섰다.다만 뒤에서 몰래 조작하는 사람이 있지 않은 한 소울 그룹의 궐기를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 꽤 흥미로웠다.때마침 소은별이 임승후를 만나고 나서 지난 3년 동안 파산하기 직전까지 갔던 소울 그룹이 갑자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그런데도 임승후와 전혀 무관한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 있겠는가? 송민희는 바보가 아닌 이상 당연히 낌새를 알아차렸을 거로 생각했다.한편, 임승후는 아무 자리나 찾아서 앉았다.궁둥이를 붙이자마자 박건오가 냉소를 지었다.“너 철면피야? 은별 씨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게? 행사장에 초대받은 사람은 전부 기부하려고 찾아온 거물들인데 고작 여자한테 빌붙는 빈털터리가 뭐 하러 여기까지 왔대?”임승후는 소은별을 흘긋 쳐다보더니 태연하게 말했다.“남을 얕잡아보는 게 네 특기야? 돈이 많아서 기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보육원의 아이를 사랑으로 보살피는 사람도 있다고.”박건오가 피식 비웃었다.“싸구려 감성팔이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지. 정녕 창피하지도 않아?”장미애도 조롱하기 급급했다.“건오 씨, 신경 쓰지 마세요. 우리 은별이가 보육원의 부지를 손에 넣고 나서 바로 내쫓으면 그만이에요.”소은별은 눈
“임승후 씨가 200억을 기부하셨습니다.”그 소리에 홀에 있던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박건오는 엉덩이에 불이 붙기라도 한 것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사회자님, 이 현장에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는지 확인 부탁합니다.”장미애도 안절부절못하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맞아요. 동명이인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임승후처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은 기부해봤자 기껏해야 몇십만 원 정도예요. 200억은 평생 벌어도 절대 벌 수가 없는 금액이라고요.”지금 이 현장에서 차분함을 잃지 않은 사람은 임승후뿐이었다. 그는 전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사회자는 박건오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고 신속하게 확인한 후 결과를 발표했다.“죄송합니다, 여러분. 현장에 임승후라는 분은 한 분밖에 없습니다. 성남 보육원 부지 매입권은 임승후 씨가 낙찰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결과는 이미 나왔고 아무도 바꿀 수 없었다.소은별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졌다.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결과였다.송민희는 구석에 있는 임승후를 빤히 쳐다보았다.‘저 남자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야. 어쩌면 엄청난 배경과 실력을 가진 사람일 수도 있어.’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임승후를 데려와 숨겨진 비밀을 알아내고 싶었다.“아니야. 절대 그럴 리가 없어. 저놈이 무슨 재주로? 빈털터리가 그 많은 돈을 기부했다는 게 말이 돼?”박건오는 화난 기색으로 임승후에게 달려가 소리를 질렀다.“임승후, 200억 어디서 났어?”임승후는 그를 덤덤하게 흘겨보았다.“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말문이 막힌 박건오가 코웃음을 쳤다.“아, 알겠다. 훔친 거 맞지? 내가 모를 줄 알았어? 훔친 거잖아.”그때 송민희가 다가오더니 마치 바보를 쳐다보듯 박건오를 보았다.“200억이나 훔친다고요? 박건오 씨는 생각이란 게 있는 사람이에요? 아니면 박건오 씨가 가서 훔쳐 올래요?”박건오는 씩씩거리면서 계속 임승후에게 따지려 했다.“됐어요, 건오 씨. 그만 가요.”소은별이 차가운 표정
노란 머리 청년이 살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그가 바로 소은별의 못난 동생 소민석이었다.“경쟁해선 이기지 못하니까 억지로 빼앗으려는 거야?”임승후의 표정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소민석이 칼을 들고 있든 말든 신경 쓰지도 않았다.장미애가 무섭게 쏘아붙였다.“임승후, 우리 은별이가 없으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 너랑 함께한 3년 동안 은별이는 너한테 모든 걸 줬어. 근데 은혜를 이딴 식으로 갚아?”임승후는 하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다 나왔다.“함께한 3년 동안 내가 은별이한테 뭘 해줬는지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은별이가 나한테 뭘 해줬다가 아니라.”“퉤. 헛소리 집어치워.”장미애가 노발대발했다.“지금까지 계속 우리 은별이한테 빌붙어 살았잖아. 네가 은별이한테 해준 게 뭐가 있는데? 내세울 거라도 있어? 뻔뻔한 놈.”임승후가 싸늘하게 웃더니 그녀에게 되물었다.“그래요? 그때 소울 그룹에 중요한 계약 몇 건을 내가 성사시킨 것 같은데? 그리고 당신 못난 아들이 감옥에 들어갔을 때도 내가 꺼내줬죠? 온 가족이 돈만 밝히고 양심은 버리겠다, 이 말이에요?”장미애는 너무도 화난 나머지 눈앞이 다 캄캄해지는 것 같았다.“이놈이 미쳤나? 그깟 일 좀 해줬다고 잘난 척하는 거야?”소민석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엄마, 은혜도 모르는 놈이랑 뭘 자꾸 말을 섞고 그래요? 내가 해결할게요.”그러더니 칼을 들고 소리를 질렀다.“임승후, 한 번만 더 기회를 줄게. 보육원 부지 내놓을 거야, 말 거야?”임승후가 덤덤하게 말했다.“미안한데 그 부지 이젠 내 손에 없어. 내놓고 싶어도 내놓지 못해.”소민석은 얼굴의 핏줄이 다 튀어나올 정도로 분노가 치밀었다. 그가 움직이기 전에 임승후가 또 말했다.“그리고 내 손에 있다 한들 이런 태도로 나오면 내가 순순히 내놓을 것 같아? 부탁하러 왔으면 그만큼 성의를 보여줘야지. 갑질하러 온 거라면 미안한데 난 상대해줄 시간이 없어.”말을 마친 임승후는 칼을 든 소민석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냥 가려 했다. 소민
임승후가 덤덤하게 말했다.“터지면 더 좋죠. 어차피 쓸모없게 된 지 오래됐는데.”김현정은 임승후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임승후는 그녀에게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의 의술로 진작 장민규가 발기부전과 조루라는 걸 알아챘고 그 물건이 이미 장식품과 다름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때 진료실 문이 열리더니 부원장 장철호가 의료진들을 이끌고 들이닥쳤다. 바닥에 쓰러져 바지를 붙잡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장민규를 본 순간 장철호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임승후, 의료인으로서 지켜야 할 도덕도 지키지 않고 동료를 폭행해? 결과가 어떨지 생각해봤어?”한 의사가 장민규의 상태를 확인하고 소리쳤다.“큰일 났어요, 큰일.”장철호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왜 그래? 설마 내 아들이 저 망할 놈한테 맞아 죽은 거야?”의사가 급히 말했다.“그건 아니고 그냥 기절했어요. 근데 앞으로 대를 잇지 못할 것 같아요.”그 소리에 주변 사람들은 충격에 빠진 듯 장민규를 안쓰럽게 쳐다봤다. 남자의 즐거움을 박탈당했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장철호는 눈앞이 다 캄캄해졌다. 임승후를 노려보는 눈빛에 살기가 가득했다.“임승후,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민규는 하나밖에 없는 내 아들이야. 감히 내 아들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갈기갈기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임승후가 웃을 듯 말 듯한 얼굴로 말했다.“부원장님 짐승 같은 아들이 진료실에서 간호사한테 몹쓸 짓을 하려 한 건 뭐라고 설명할 건데요?”장철호가 바로 부정했다.“우리 아들은 의술과 인성이 뛰어난 모범적인 사람이야.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어. 네가 날 모함한다고 해서 네 죄가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마.”간호사 김현정이 나서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부원장님, 임 선생님은 모함하지 않았어요. 장민규가... 저한테 진짜로 몹쓸 짓을 하려 했는데 다행히 임 선생님이 와주셔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겁니다.”옆에 있던 다른 의사들과 간호사들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장민규는 속옷
오현석은 어이없다는 듯 임승후를 보고 피식 웃었다.“미안해요. 방금 말이 임승후 씨 자존심을 상하게 했으면 사과할게요. 난 그냥 정아와 같은 좋은 집안 아가씨는 옆에 젠틀한 남자가 있어야 어울린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대놓고 무시하거나 욕하는 건 아니었지만 말 속에는 명문가 출신의 우월감과 거만함, 그리고 임승후에 대한 무관심과 무시가 담겨 있었다.임승후는 웃으며 말했다.“역시 현석 도련님 대단해요. 저도 존경스럽습니다. 아까 오늘 도룡산 클럽의 모든 비용을 계산해 주신다고 하셨죠?”오현석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 임승후 씨는 오랜만에 오셨으니까 마시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제가 다 공짜로 해드릴게요!”임승후의 얼굴에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현석 도련님께서 직접 말씀하셨으니, 그럼 저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오현석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대꾸도 하지 않고 소은별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그냥 공짜나 탐하는 찌질이였어? 가지고 놀면서 재미를 더하려고 했더니. 생각보다 전혀 재미없는 놈이잖아.’소은별은 빨리 가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었다. 임승후의 행동은 이미 실망을 넘어 이젠 혐오스러웠던 것이다.오현석한테 안 되는 거 알고 자포자기해서 아부하는 꼴이라니.그녀는 임승후의 본모습이 이렇게 추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이정아는 분노하며 말했다.“승후 씨, 능력 없는 건 괜찮은데 방금 그 모습 안 부끄러워?”임승후는 무덤덤하게 말했다.“부끄러울 게 뭐 있어? 현석 도련님이 여기서 맘대로 놀라고 했잖아. 계산은 다 자기가 한다고!”이정아는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 창피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이때, 임승후가 천천히 일어서서 몸을 풀었다.이정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뭐 하는 거야? 설마 진짜 뻔뻔하게 공짜로 먹고 마시려고?”임승후는 그녀를 무시하고 옆자리에 앉은 이진범에게 손짓했다.이진범은 험악하게 웃으며 일어섰다.“너 오늘은 현석 도련님의 체면을
“현석 도련님이 목숨을 살려줬으면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알겠다. 저자는 분명 현석 도련님이 잘나가는 거 보고 배 아파서 저러는 거야!”순식간에 주변 사람들은 임승후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심지어 오현석 앞에서 잘 보이려고 임승후를 손봐 주려는 사람도 있었다.소은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현석 씨 덕분에 도끼 쪽 소동이 가라앉았어. 승후야, 어쨌든 현석 씨가 우리를 도와준 건 사실이잖아. 감사 인사 몇 마디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임승후가 말하기도 전에 오현석은 손을 내저으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은별아, 억지로 그럴 필요 없어. 나도 생색내려고 도와준 거 아니니까.”그는 임승후를 보면서 웃었다. “임승후 씨 맞죠? 은별이한테 얘기 들었어요. 3년 동안 은별이 잘 챙겨줘서 제가 오히려 고맙네요!”“현석 도련님은 진짜 대인배시네. 저 기생오라비랑은 급이 달라. 너무 멋있어!”“역시 소은별 씨가 현명한 거야. 저런 기생오라비를 쫓아냈으니. 속 좁은 녀석, 보는 것만으로도 화가 치미네!”“됐어. 저 찌질이는 지금 속이 엄청 꼬일 거야. 하지만 누가 현석 도련님 발가락 때만도 못하래? 하하!”오현석이 먼저 감사 인사를 건네자 주변 사람들은 다시 한번 감탄했다.그에 비해 임승후는 완전히 어릿광대처럼 보였다.이정아는 고개를 저었다. 임승후는 오늘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었고 오현석과 비교하면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소은별이 차갑게 말했다.“넌 고맙다는 말도 못 하는데 현석 씨는 쉽게 하잖아. 승후야, 예전의 넌 안 그랬는데 왜 이렇게 됐어... 됐다, 네 맘대로 해.”소은별은 임승후가 너무 한심하고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녀는 오현석이야말로 자신의 좋은 짝이라는 확신을 더욱 굳히고 오현석에게 말했다.“가요. 더 이상 여기 있고 싶지 않아요.”오현석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은별아, 어디든 가고 싶은 데로 가자. 너도 알잖아, 난 네 말이면 다 들어준다는 거.”소은별은 차갑게 말했다
“진범아, 내 얼굴 봐서 칼 내려놔!”이진범이 움직이려는 찰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말에 이진범은 코웃음 치며 돌아서서 ‘네가 뭔데 내가 네 얼굴을 봐줘야 하냐’라고 말하려던 참이었다.그런데 다가오는 사람이 옷 잘 차려입고 고상한 분위기의 오현석인 것을 알아보자 그는 곧바로 자세를 낮추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현석 도련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오현석 옆에는 미인 소은별이 동행하여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천천히 다가왔다.잘생긴 남자와 아름다운 여자, 꼭 왕자와 공주 같았다.“진범아, 나랑 도신은 형제처럼 지내는 사이야. 다만 오늘 이 사람은 내가 보호해야겠다. 일이 끝나면 내가 직접 네 형한테 연락할게.”오현석은 별일 아니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그러면서 임승후를 흘끗 보며 눈빛이 알 수 없는 의미를 담고 두어 번 빛났다.이진범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하지만 이 자가 어제 도끼 형님의 부하들을 열 명 넘게 다치게 하고 형님의 체면을 크게 손상시켰어요...”오현석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한다고 했으니 도신 쪽은 신경 쓰지 마.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그리고 어제 너희들이 내 약혼녀를 건드리려고 했다며? 흥. 그 일에 대해선 아직 네 형한테 따지지도 않았어.”이진범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오씨 가문은 강산에서 엄청난 세력을 갖고 있었고 오현석도 결코 가볍게 볼 인물이 아니었다.“어제 일을 내가 너희 형한테 따지지 않는 대신, 너희도 내 얼굴 봐서 이 사람을 놔줘.”오현석은 여전히 태연하게 말했고 그의 말투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하지만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당사자인 이진범조차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강산에서 오현석은 그럴 만한 힘과 영향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이진범은 이를 악물었지만 웃으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제가 체면을 세워 드리지 않는다면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겠지요. 하지만 현석 도련님처럼 높으신 분께서 왜 이런 이름 없는 놈을 구해주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오현석
임승후는 무심한 듯 말했다.“나 오늘 기분 별로 안 좋으니까, 괜히 건들지 마.”이진범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 보시지.”임승후는 웃으며 말했다.“내 말은, 너 멀리 꺼지라고. 나 오늘 기분 안 좋으니까 괜히 손댔다가 너 다칠 수도 있어.”이정아는 임승후가 정말 미쳤다고 생각했다.“승후 씨, 입 닥쳐. 이진범이 강남 도끼의 오른팔인 거 몰라? 최고의 고수라고. 더 깝치면 나도 널 못 지켜.”말을 마친 이정아는 이진범에게 돌아서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진범 씨, 이 사람은 나와 송민희의 친구이니 오해가 있다면 나중에 얘기로 풀도록 해요. 그러니 오늘은 그냥 넘어가 주시죠?”그녀는 임승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였다.만약 그가 자기 앞에서 죽는다면 나중에 송민희에게 설명하기도 곤란했다.이진범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건, 안 되겠는데요. 이 자식이 어제 도끼 형님의 일을 망쳐서 형님이 직접 처리하라고 지시하셨거든요. 그러니 이정아 씨, 송민희 씨에게 전해 주십시오. 제가 체면을 세워 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 녀석이 너무 지랄맞다고요. 형님의 일을 망친 것도 모자라 내가 칼을 꺼냈는데도 너무 뻔뻔하게 나오잖아요... 이건 나를 무시하고 형님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는 뜻 아닙니까?”이정아가 생각해 보니 임승후 이놈은 정말 건방졌다.칼까지 꺼냈는데도 여전히 거들먹거리다니, 이건 죽고 싶어서 환장한 것과 다름없었다.“승후 씨, 일이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에 이진범에게 사과해.”이정아는 이진범의 분노를 먼저 가라앉혀야겠다는 생각에 명령조로 말했다.임승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사과? 내가 왜 그에게 사과해야 하지? 어제 일은 내 잘못이 아니야. 사과해야 할 사람은 도끼의 사람들이지! 어제 그 빡빡이 놈을 때리느라 손이 다 아프다고!”이정아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임승후는 죽으려고 작정한 것이 틀림없었다.곧 죽을 놈이 사과를 받아내겠다고? 제정신인가?이
“오늘 밤 맘껏 드시고 즐기세요! 제가 다 쏠게요.”오현석은 웃으며 말했다. 풍도가 넘쳤다.“오현석 씨 통 크시네요!”“오현석 씨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멋지시네요! 너무 따뜻해요!”“소울 그룹의 미녀 대표만이 오현석 씨의 잘생긴 외모와 재력에 어울리죠!”클럽의 남녀들은 앞다투어 잔을 들고 환호했다.도룡산 클럽은 강산에서 최고급으로 손꼽히는 곳으로 오현석처럼 재력이 뒷받침되는 사람만이 감히 쏜다고 말할 수 있었다.이정아는 오현석과 소은별이 2층 VIP룸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오현석은 유학 전부터 강산에서 꽃미남으로 유명했어.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었지. 그런데 유학 후에는 더욱 세련되고 듬직해진 것 같아. 오씨 가문은 후계자 걱정 없겠어. 소은별 씨는 정말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임승후는 앞에 놓인 술잔을 들고 살짝 맛본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은 술이군!”이정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이런 상황에 술맛을 음미할 여유가 있어?”클럽 안의 모든 사람들이 잘생긴 남자와 아름다운 여자를 감상하고 있는데 이 남자는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니. 이정아는 임승후가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는 곧 무언가 떠오른 듯 눈을 굴리더니 임승후를 보고 웃었다.“승후 씨, 혹시 오현석이 미녀와 함께 멋진 모습을 보이니까 마음이 좋지 않아서 술로 달래는 거야?”임승후가 웃으며 말했다.“오현석은 훌륭한 사람이니 은별이가 그 사람과 만난 건 잘된 일이야. 나는 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줄 뿐인데 뭐가 속상해?”이정아는 눈썹을 치켜올렸다.“진짜 질투 안 나? 속상하지 않아?”임승후는 웃으며 되물었다. “내가 왜 질투를 하고 속상해야 하지?”이정아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승후 씨, 그만 연기해. 그쪽처럼 평범한 사람이 오현석처럼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 보면 당연히 질투 나고 배 아프잖아. 사실 굳이 강한 척하지 않아도 돼.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아. 내가 위로해 줄게.”“나 정말 괜찮아. 괜한
임승후는 자리에 앉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이정아는 콧방귀를 뀌었다.“들어오자마자 본론부터 말하다니 정말 분위기 없는 남자네. 그쪽은 항상 이렇게 눈치가 없어?”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녀는 정교한 상자를 그의 앞으로 밀었다.임승후는 상자를 열어 비단 위에 놓인 구불구불한 인삼을 확인하고는 바로 일어서서 자리를 뜨려고 했다.이정아가 소리쳤다.“잠깐만! 물건은 받았으니 언제 치료해줄 거야?”임승후는 시원스럽게 대답했다.“시간만 정하면 돼. 하지만 치료 전에 한 가지 말해둘 게 있어. 치료할 때, 그쪽 치마를 벗겨야 할 거야.”이정아는 깜짝 놀랐다.“치마를 벗긴다고? 무슨 뜻이야?”임승후는 태연하게 말했다.“그쪽은 석녀야. 그것도 일반적인 석녀가 아니라 아주 금강석이야. 이건 본인도 이미 알고 있을 텐데.”이정아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얼굴이 점점 붉어졌고 임승후를 부끄러움과 분노가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임승후는 못 본 척하며 계속 말했다.“즉, 그쪽 병은 치료하기가 쉽지 않아. 완치를 위해서는 내가 그쪽의... 음, 환부에 간단한 시술을 해야 한다고. 알겠어?”이정아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남녀가 유별한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임승후는 눈살을 찌푸렸다.“의사에게 남자와 여자는 없어. 모두 환자일 뿐이야. 그쪽도 의사면서 그런 것도 몰라?”이정아는 임승후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몸을, 그것도 환부를 만지게 할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임승후는 표정을 부드럽게 하며 말했다.“걱정 마. 그때는 내가 눈을 가릴 거고 그쪽 몸에 손도 대지 않을 거야.”이 말을 듣고 이정아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여전히 부끄러웠다.이때, 클럽 매니저가 손뼉을 치며 손님들의 주의를 끌었다.“여러분, 그동안 도룡산 클럽의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하셨죠? 오늘 마침 우리 사장님께서 오셔서 여러분께 술 한 잔씩 대접하고 인사를 나누고 싶어 하십니다.”곧바로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드디어 이
그날 밤, 강산 상류층 사이에 두 가지 소식이 파다하게 퍼졌다.하나는 강남의 토황제 이도신이 강남 거물로 자리 잡은 이래 처음으로 실패하여 크지도 작지도 않은 망신을 당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강산시 오씨 가문의 큰아들 오현석이 해외에서 위풍당당하게 돌아와 오씨 가문을 이끌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었다.오씨 가문은 강산에서 3위 안에 드는 명문가로 박씨 가문 같은 2류, 3류 가문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게다가 오현석은 한때 강산 4대 도련님 중 수석으로 불리며 젊은 세대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었다.아침.“승후 씨, 어제 강산 명옥에서 트러블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씀하세요.”송민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임승후: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별일 아니었어요.”송민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런 사소한 일은 승후 씨에게 아무것도 아니겠죠.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려서 신세를 질 기회를 얻고 싶었는데.”임승후는 빙긋이 웃었다.“저같이 미천한 사람의 신세가 민희 씨께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송민희는 교태스럽게 말했다.“누가 그래요? 승후 씨의 호의를 얻기 위해서라면 저는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옷을 벗는 건 물론이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드릴 수도 있어요.”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송민희의 말에 임승후는 서둘러 차를 세우게 했다.“참, 승후 씨,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어요.”송민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말씀하세요.”“아직 모르시는 것 같은데 오씨 가문의 오현석이 귀국했어요. 오씨 가문은 최근 야심을 드러내며 명문가 중 최고가 되려고 하고 있거든요. 오현석이 새롭게 떠오르는 소울 그룹과 결혼하려는 것도 어쩌면 승후 씨의 전 여자 친구를 이용하려는 생각일지도 몰라요.”송민희의 말을 듣고도 임승후는 담담하게 반응했다.“그래서요?”송민희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오현석을 조심하세요. 그 사람은 수완이 좋지만 속이 좁고 앙심을 잘 품어요. 승후 씨와 소은별 씨의 과거를 생각하면 오현석은 은근히 복수할 수도
“승후야, 당장 도망쳐! 빨리 강산을 떠나!”소은별은 깊이 생각한 끝에 갑자기 다급한 눈빛으로 말했다.임승후는 차분하게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소은별은 화를 내며 말했다.“너 큰일 쳤다고. 모르겠어? 왜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거야?”임승후는 차갑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서 뭐? 내가 너희 소씨 가문에 피해 주고 너에게 화를 불러왔다는 거야?”“그럼 아니야?”소은별의 반문에 임승후는 말문이 막혔다.장미애는 소은별을 끌고 가며 말했다.“은별아, 어서 가자. 이 모든 문제는 저놈이 일으킨 거지 우리랑 상관없어. 빨리 가.”소민석도 재촉했다.“누나, 가자. 매형이 내일 외국에서 오니까 매형이 나서면 다 해결될 거야.”그녀는 복잡한 표정으로 임승후를 바라보았다. “승후야, 빨리 도망가. 걱정 마. 내가 현석 씨에게 부탁해서 이도신을 진정시키면 . 나중에 아무 문제 없을 거야. 다만... 다시는 강산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임승후는 헛웃음을 지었다.“그래? 소 대표님은 참 대단하네. 약혼자를 시켜서 전 남자친구 목숨을 구해 주려고 하다니. 그럼 내가 두둑한 돈 봉투라도 쥐여 줘야겠다? 그 대단하신 약혼자분께?”임승후의 비꼬는 말투에 소은별은 고개를 저으며 낙담했다.“넌 정말 구제 불능이야. 이런 상황에서도 질투하고 싶냐? 듣기 싫겠지만 현석 씨는 이도신을 진압할 실력이 있어. 불편하겠지만 사실이 그래.”임승후는 차갑게 말했다.“약혼자분이 참 대단하시네. 하지만 난 남이 내 일에 참견하는 거 안 좋아해.” 말을 마치고 그는 떠났다.박건오는 기회를 엿보며 다가와 아첨했다.“은별 씨, 저 멍청이가 은별 씨 호의를 거절했으니 조만간 박살 날 거예요. 아까는 상황이 그래서 어쩔 수 없었어요. 화 풀어요. 우리 박씨 가문도 전력을 다해 도와드릴게요.”소은별은 담담하게 말했다.“필요 없어요. 우리 소씨 가문은 앞으로 박씨 가문에 신세 질 일 없을 거예요.”장미애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말했다.“박건오, 너희 박씨 가문은
“꺼져!”마지막 순간, 차가운 낮은 외침이 울려 퍼졌다.빡빡이가 손찌검을 하려는 순간, 등 뒤에서 강한 힘이 느껴졌다.그는 신음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발길질에 나가떨어져 정신을 잃었다.소은별은 멍하니 빡빡이 뒤에 나타난 임승후를 바라보았다.지금 임승후의 눈빛은 살기가 등등하여 마치 사람을 죽일 듯이 차가웠다.“너... 너 어떻게 돌아왔어?”소은별은 더듬거리며 물었다.사실 그녀는 임승후가 이미 떠난 줄 알았다.당시에는 매우 실망했고 임승후가 박건오보다도 못한 겁쟁이라고 생각했다.“내가 안 돌아오면, 네가 끌려가서 당하는 꼴을 보고만 있으라고?”임승후는 이 어리석은 여자를 차갑게 쏘아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소은별은 말문이 막혔다. 임승후가 너무 강압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승후야, 내가 또 오해한 건 아는데, 너...”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발길질에 나가떨어졌던 빡빡이가 사납게 고함쳤다.“다들 쳐! 저 새끼 죽여! 당장 죽여 버리라고!”검은 옷을 입은 똘마니 수십 명이 즉시 임승후를 에워싸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어떤 놈들은 흉기까지 꺼내 들었다.박건오는 속으로 비웃었다. “멍청한 놈, 목숨이 아깝지도 않나? 감히 도끼의 사람을 건드리다니! 이젠 죽었다, 넌 끝장이야.”임승후가 갑자기 나타나 영웅 행세를 하는 것이 그는 아주 못마땅했다.그로 인해 자신이 더욱 겁쟁이처럼 보였기 때문이다.소은별은 비명을 질렀다. “승후야, 도망쳐!”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는 경악했다.장미애, 박건오도 경악했고 현장에 있던 구경꾼들 모두 경악했다.임승후는 차가운 표정으로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모든 공격이 정확했고 막고 치고 차는 몸놀림이 현란했다...퍽퍽.불과 십여 초 만에, 칼날 위에서 삶을 살아가던 십여 명의 건달들이 모두 땅바닥에 쓰러져 비명을 지르며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저... 저 녀석은 어떻게 이렇게 싸움을 잘하지? 방금 그가 쓴 건, 무술인가?”소민석은 머리털이 쭈뼛 섰다. 이 순간, 그는 오히려 빡빡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