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준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거침없이 서명을 해버렸다.노인네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치켜뜨고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네가... 어떻게 거기에 서명을 해, 이 망나니 자식아!”강하준은 옆에 있는 외도녀를 깊은 애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어머니, 연아를 만난 건 제 평생 가장 큰 행운이에요. 게다가 연아 배 속에 제 아들이 있어요. 연아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가치가 있죠.”그들의 위선적인 모습에 나는 속이 메스꺼워졌다.“짐 빨리 싸세요. 경호원들이 여기서 지켜볼 테니, 가져가면 안 되는 물건은 두고 가세요.”나는 강하준이 왜 이렇게 자신만만한지, 노인네와 함께 이런 연극을 벌이는지 잘 알고 있었다.노인네의 고향이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사실 때문이었다. 사립 탐정이 알려준 정보였는데, 지연아도 처음부터 강하준의 이런 상황을 노린 것이다.강하준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서둘러 짐을 싸기 시작했다. 나는 경호원 몇 명을 그곳에 남겨두고 떠나, 주변의 부동산 중개소를 찾아 집을 매물로 내놓았다.이혼에는 30일의 숙려 기간이 있었고, 그 기간 동안 그들은 의외로 얌전히 지냈다.30일이 끝나자마자 내 변호사가 구청에 가보라고 연락했다. 서류를 들고 도착했을 때, 강하준과 지연아는 손을 꼭 잡은 채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언니, 괜찮으시죠? 오빠 말로는 오늘이 혼인 신고하기 좋은 날이래요.”나는 그녀를 담담히 흘겨보았다. 그 말은 내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빨리해요. 제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뽐내려던 지연아는 즉시 콧방귀를 뀌며 불륜녀다운 태도를 드러냈다.“뭐 그렇게 연기하세요? 이제 오빠는 제 사람이에요. 당신은 평생 우리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거예요.”나는 곧장 구청으로 들어가 단호하게 서류를 작성했다.도장이 찍히는 순간, 내 마음도 완전히 자유로워졌다.지연아도 참지 못하고 강하준을 끌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 이상한 행동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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