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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금팔찌, 다시 돌아온 복수: Chapter 1 - Chapter 10

17 Chapters

제1화

다시 눈을 떴을 때, 시어머니가 환한 미소로 오가는 친척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보였다. 순간 증오가 치솟았다.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겨를도 없이, 나는 사람들 많은 틈을 타 시어머니의 방으로 가서 그 두 개의 금팔찌를 찾아보았다.탁자 위에는 빨간색 포장의 보석함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중 하나의 보석함 로고가 매우 흐릿했다. 그 순간 나는 직감했다.‘이 노인네가 정말로 편애하고 있었던 거야.’나는 망설임 없이 두 개의 금팔찌를 바꿔치기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나와서 손님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이제부터가 진짜 좋은 구경거리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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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나는 딸 서아를 안고서, 꿈에서 수없이 만져보고 싶었던 이 작은 얼굴을 보며 코끝이 찡해지는 것을 참고 부드럽게 달랬다.얼마 지나지 않아 시어머니가 방으로 돌아왔다.시어머니는 일부러 빨간색 보석함 두 개를 꺼내 사람들 앞에서 흔들어 보이며,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전생과 똑같은 말을 했다.“우리 사랑하는 손녀와 큰 외손자, 하나씩 선물 줄 거야. 소희야, 내가 편애한다고 말하면 안 돼, 알았지?”시어머니의 이 말은 분명 나를 향한 것이었다. 그녀는 시누이를 위해 나를 견제하려는 의도였다.이번에는 전생과 달리 나는 그저 예의 상 웃어넘겼을 뿐, 표정을 굳히지 않았다.전생에서는 이 말을 들었을 때 불쾌했지만, 백일잔치라는 것을 고려해 참았었다.당시에는 시어머니 손에 들린 묵직한 금팔찌를 보고 그녀가 서아를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라 믿었다.하지만 서아는 그 금팔찌를 찬 지 30분도 안 되어 팔이 붓고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서둘러 금팔찌를 벗기려 했다. 그러자 시어머니가 막무가내로 나를 붙잡고 욕을 퍼부었다.“네가 지금 뭐하는 거야? 내 금팔찌에 문제가 있다는 거니? 좋은 뜻으로 준 선물인데, 나를 이렇게 나쁜 사람 취급하다니!”“똑바로 말해! 분명 애가 체질이 약해서 그런 거잖아. 지금 내 금팔찌를 벗기는 걸 보니 나한테 뭔가 불만이 있는 거 아니야?”딸의 상태가 너무나 걱정되어 시어머니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끝까지 내 팔을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결국 서아는 응급 처치 시기를 놓쳐 내 품에서 숨을 거뒀다.사건 이후 시어머니는 서아가 불길하다며 외손자의 백일잔치를 망쳤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남편마저 시어머니의 편을 들며 내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고 책망했다.시누이는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서아는 복이 없어 황금같이 귀한 물건을 감당하지 못했나 봐요. 언니,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시고 빨리 우리 오빠랑 집안의 대를 이을 아들을 낳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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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모든 사람이 서아의 사고를 내 탓으로 돌리며 비난했다. 하지만 서아의 사고 이후 조사를 통해 알게 된 충격적인 진실은, 시어머니가 외손자에게는 진짜 금팔찌를, 서아에게는 가짜 금팔찌를 사줬다는 것이었다!아이의 연약한 피부가 가짜 금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서아는 알레르기성 쇼크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나는 경찰에 신고하고 시어머니에게 따지려 했지만, 그들은 모두 한편이 되어 도덕적 우위를 점하며 나를 비난했다. 그들의 가스라이팅에 나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남편은 내가 정신적으로 약해진 틈을 타 우리의 혼인 재산을 가로챈 뒤, 임신한 외도녀와 서둘러 결혼했다.나는 모든 것을 잃고 길을 걷던 중, 제어를 잃은 대형 트럭에 치여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전생의 비참한 죽음을 떠올리니 마음속에 증오심이 가득 차올랐다.다시 한번 이 말을 듣자 내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역겨운 시어머니의 노안을 응시하며, 머릿속에는 전생에 서아를 잃은 고통만이 가득했다. ‘이번에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어머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편애하는지 아닌지는 남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자기 마음이 아는 게 제일 중요하죠. 어쨌든 서아는 앞으로 어머님을 친할머니라고 부를 텐데요.”내가 반박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시어머니의 얼굴에서 미소가 굳어졌고, 옆에 서 있던 강하준도 일부러 마른기침을 몇 번 했다.나는 옆에 있는 강하준을 한 번 보고는 혐오감에 옆으로 몇 걸음 물러났다. ‘이런 무능한 남자는 전생의 눈먼 나나 만날 수 있었겠지. 자기 딸이 위험에 처했는데도 숨어버리는 짐승 같은 놈과는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어.’이 일이 끝나면 그와 완전히 선을 그을 작정이었다. ‘이혼이다!’시어머니는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했다. “아이고, 역시 나이 들어 쓸모없어졌어. 어서 와라, 이건 할머니가 우리 손녀에게 주는 마음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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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나는 서아를 안고 앞으로 나아가며 시어머니의 표정과 손놀림을 주시했다. 진짜 금팔찌가 서아의 손목에 안전하게 채워지자 나는 진심으로 미소 지었다.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고 연이어 박수를 치며 시어머니를 칭찬하기 시작했다.“소희야, 이렇게 좋은 시어머니를 두다니 정말 복이 많구나. 서아한테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더 바랄 게 뭐가 있겠어.”“이 두 팔찌는 보기에도 묵직하네요. 꽤 비쌀 것 같은데요.”시어머니는 턱을 치켜들고 으스대며 말했다.“그럼! 이 두 팔찌에 800만 원이나 들었다니까.”‘거짓말을 하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뻔뻔한 모습이 역겹네. 그 가짜 금팔찌가 고작 10만 원짜리라는 걸 내가 모를 것 같나.’‘진정으로 아낌없이 쓰는 건 오직 큰 외손자에게만이겠지.’백일잔치의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나는 서아를 안고 아기방으로 가서 산후도우미에게 맡겼다. 어차피 곧 아래층에서 소란이 일어날 테니까.서아를 산후도우미에게 맡기자마자, 시누이 강혜수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기 몸에 이게 뭐죠?”백일잔치에는 세 집안의 친척들이 가득 모여 북적이고 있었다.시누이의 한마디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쏠렸고, 사람들은 앞으로 몰려와 수군거렸다.“이건 알레르기 반응 같네요.”“아기 피부가 연약해서 벌레에 물린 건 아닐까요?”“상태가 심각해 보이니 당장 병원으로 데려가야겠어요.”이번에는 시어머니가 전생에서처럼 해명하려 나서지 않고, 대신 안타까워하며 외손자를 안고 달래기 시작했다.하지만 시어머니가 아무리 달래도 아이는 계속 울어대다가 울음소리가 점점 약해져갔다.그제서야 사람들이 정신을 차렸다.“빨리 119 불러요! 아이가 위험한 상태예요.”“119 부르면 이미 늦을 수 있어요. 지금 당장 응급처치가 필요해요!”시누이는 눈물을 흘리며 멍한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평소의 거만한 태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시누이의 이런 모습을 봐도 나는 전혀 동정심이 들지 않았다. 전생에서 그녀가 오만하게 나를 내려다보며 했던 말이 아직도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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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때,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며 내 생각을 멈추게 했다.시누이 부부는 아이를 품에 안고 서둘러 구급차에 탑승했다.“누가 구급차를 불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때맞춰 왔네요!”“맞아요. 백일잔치 자리에서 이런 일이 생기다니 믿기지가 않네요.”시어머니는 입술을 떨며 나에게 소리쳤다. “임소희! 멍하니 뭘 보고 있는 거야? 어서 내려와! 당장 병원에 가야 한단 말이야!”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비웃음이 났다. 소중한 아들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나에게만 명령을 하고 있었으니까.나는 더는 그녀의 말투에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병원에서 또 다른 장면이 펼쳐질 테니까.병원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시어머니는 차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문을 거칠게 열고 뛰쳐나갔다.나는 천천히 차를 주차한 뒤 응급실로 향했다.가까이 가기도 전에 시누이의 충격으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니, 왜 가짜 금을 사셨어요? 미치셨어요?”옆에 있던 아주버니 장형철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말없이 시어머니의 파마한 머리를 움켜쥐고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이 망할 노인네가 일부러 내 아들 없애려고 한 거지! 돈이 없으면 아예 하지를 말든가, 감히 내 아들한테 가짜 금을 달아줘? 오늘 당신을 가만두지 않겠어!”시누이는 그저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는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며 속으로 통쾌함을 느꼈다. 간호사가 소란을 듣고 와서 분노한 장형철을 말리지 않았다면, 시어머니도 병원 침대를 차지했을 것이다.장형철은 화가 나서 한쪽에 서 있었고, 시누이는 비틀거리는 시어머니를 부축하지도 않고 계속해서 꾸짖기 시작했다.“알고 계세요? 구급차가 제시간에 오지 않았더라면 우리 아이가 목숨을 잃을 뻔했어요!”시어머니는 할 말을 잃은 채 얼굴에 깊은 자책감을 드러냈다.“말도 안 돼, 내가 어떻게 너를 해칠 수 있겠니. 분명히 가짜 금은 그 천하에 죽을 년 딸한테 줬는데!”나는 그 말을 듣고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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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나는 속으로 웃음을 참으며 표정만큼은 진지하게 꾸미고 휴대폰을 들어 경찰에 신고하려 했다.“어머님, 걱정 마세요. 제가 지금 바로 신고하겠습니다! 가짜 물건을 판 가게는 책임을 져야 하고, 어쩌면 보상금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혜수가 이제 막 결혼했으니 돈을 아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시어머니는 내 말에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 곧바로 달려와서는 내 휴대폰을 낚아채 바닥에 던져버렸다.“경찰에 신고하지 마라! 네가 무슨 참견이야!”장형철은 이 말을 듣고 더욱 격분했다.“당신이 우리 아들에게 일부러 가짜를 준 거라는 말입니까? 당신이 나를 무시한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혜수와 결혼할 때부터 당신은 못마땅한 얼굴을 했죠. 오늘은 당신을 가만두지 않겠어!”시어머니는 장형철의 위협에 겁을 먹고 재빨리 내 뒤로 숨었다.“내가 어찌 우리 보물 같은 외손자를 해칠 수 있겠어요! 사위님, 제발 진정하세요.”시누이는 주변 사람들의 조롱 어린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급히 장형철의 팔을 붙잡았다.“여보, 제발 그만해요!”날카로운 뺨 맞는 소리가 울리더니 시누이가 바닥에 쓰러졌다. 누구도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다.장형철은 쓰러진 아내를 보며 그녀의 배를 세게 걷어찼다.“네가 뭔데 감히 날 막아? 네 엄마 편 들려고? 우리 장가에 시집 왔으면 살아서도, 죽어서도 장가의 사람이야. 내가 밖에서 허리 굽혀가며 돈 벌어 널 먹여 살리는데, 네가 이렇게 배은망덕하게 구는 거야?”시누이는 몸을 웅크리고 고통에 신음했다.시어머니는 이 광경을 보자 두려움도 잊은 채 나를 밀치고 사위에게 달려들었다.“감히 내 딸을 때려? 오늘은 너와 끝장을 보겠다!”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누군가는 싸움을 말리려 하고, 누군가는 주먹질을 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아무도 바닥에 쓰러진 강혜수에게는 신경 쓰지 않았다.“누가 감히 내 아들을 때려!”나는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우렁찬 목소리의 노부인이 보였다. 그녀는 뱀 가죽 가방을 들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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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나는 혼란스러운 현장을 피해 틈을 타 빠져나와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도착하자 강하준이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만 보고 있었다. 한가로운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옆 요람에서는 딸이 엉엉 울고 있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현관문 소리를 듣고 그가 고개를 돌렸다.“애는 괜찮아? 엄마는 왜 너랑 같이 안 왔어?”그의 목소리는 따지듯이 날카로웠다. 나는 대답 대신 곧장 아이에게 다가가 품에 안고 달랬다.아이를 달래며 살펴보니 원래 차고 있던 금팔찌가 사라졌고, 하얀 손목에는 붉은 자국만이 선명했다. 평소에 얌전하던 서아가 이토록 울음을 터트린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그는 내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을 보고 목소리를 높였다. “너한테 말하고 있는 거 안 들려? 애가 울어 죽기라도 하게? 왜 맨날 그렇게 애를 버릇없이 키우는 거야?”이런 짐승 같은 말을 듣자, 내 가슴 속에서 불길이 치밀어 올랐다. 마침 도우미가 와서 나를 보고 황급히 설명했다. “죄송해요, 소희씨. 아까 남편분이 과일 씻으라고 해서 부엌에 있었는데, 거리가 있어서 이쪽 상황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어요.”나는 눈짓으로 그녀에게 아이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라고 했다.도우미가 아이를 데리고 사라지자마자, 나는 홱 돌아서서 강하준의 뺨을 세게 때렸다.“임소희! 너 미쳤어?”나는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이제야 눈이 떴구나. 이런 인간 쓰레기와 결혼하다니. 이제는 모든 게 똑똑히 보인다. 반드시 이 자를 내 인생에서 지워버려야겠다.’나는 옆에 있던 과일 그릇을 집어 그의 머리를 향해 던졌다. 그는 놀라 머리를 감싸쥐며 방으로 달아나 문을 잠가버렸다.문 뒤에서 분노가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소희, 넌 미쳤어! 난 너랑 이혼할 거야!”‘이혼? 네가 원하는 바로구나. 나와의 이혼 구실을 찾지 못해 안달이 났을 테지. 그 외도녀와 살고 싶어서.’나는 그의 개소리를 무시하고 즉시 이삿짐센터에 전화했다.이삿짐센터는 효율적이어서 30분 만에 도착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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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나는 그의 파랗게 멍이 든 얼굴을 보며 무심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보다시피야.”내 이런 모습을 보자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나는 키가 크고 건장한 이사 일꾼들을 향해 말했다.“이 사람이 오늘 저를 건드린다면, 여러분께 드릴 잔금을 지불하기 어려울 것 같네요.” 이 말을 듣자 몇몇 이사 일꾼들이 즉시 짐을 내려놓고 내 뒤에 서서 강하준을 노려보았다. 강하준은 침을 꿀꺽 삼키며 순간 기세가 한풀 꺾여버렸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비굴한 모습이 경멸스러웠다. 나는 도우미와 서아를 데리고 당당하게 그의 눈앞에서 떠났다.결혼하기 전부터 내가 소유한 작은 아파트가 있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정말 다행스러웠다. 바쁘게 집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밤 8시반쯤이 되었다. 도우미는 무언가 말하려다 마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모님, 할 말 있으면 그냥 말씀하세요.” “소희씨, 제가 소희씨를 돌본 지도 꽤 됐는데, 시어머님과 남편은 정말...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더군요. 소희씨가 이제라도 그걸 알아차린 게 다행이에요.” 도우미의 홀가분한 표정을 보니, 이 말을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두었던 게 분명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 모자는 정말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에요.”밤에 침대에 누워서야 핸드폰 배터리가 방전된 걸 알았다. 충전기를 꽂자마자 핸드폰이 켜지면서 끊임없이 진동이 울렸다. 확인해보니 모두 강하준이 다급하게 보낸 문자들이었다. 수많은 그의 혼란스러운 메시지들 사이에서 경찰서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모든 것이 내 예상대로였다. 만능인 척하던 시어머니는 결국 자신이 경찰서에 가게 되었는데도, 소중한 아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나를 찾아온 것이다. 나는 화면을 가볍게 터치해 메시지를 삭제하고 강하준을 차단했다. 덕분에 며칠 동안 오랜만에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하지만 이 며칠을 그냥 허비하지는 않았다. 사립 탐정을 고용해 강하준과 그의 외도녀를 조사했는데, 사립 탐정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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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이 몇 년 중 가장 다행스러웠던 일은 좋은 상사를 만난 것이다. 내가 이혼을 결심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출산 휴가를 세심하게 연장해 주어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배려해 주었다. 내가 고용한 사립 탐정이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왔다. 강하준의 그 외도녀는 알고 보니 악명 높은 불륜녀였다. 주변에서 평판이 매우 나빴고, 이제는 자신의 행실로 인한 나쁜 평판때문에 더 늦기 전에 순진한 사람을 찾아 시집가려던 중 강하준이라는 호구를 물색한 것이다. 강하준은 부동산 매니저로, 그간 내 정성스러운 보살핌 덕에 꽤 그럴듯한 모습이 되었으니, 그 여자의 눈에 들어온 것도 당연했다.탐정이 보내온 사진들을 보니 강하준은 전혀 숨기려 하지도 않고 대놓고 그 여자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더니, 급기야 집까지 데려갔다. 시어머니가 요 며칠 잠잠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 외도녀의 뱃속에 있는 귀한 손주를 돌보느라 바빴겠지.나는 다음 날 바로 변호사와 특별히 고용한 경호팀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들이 그렇게 편하게 지내도록 놔둘 수는 없으니까. 문을 열자마자 그 외도녀가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평소에는 물 한 잔 마시는 것도 귀찮아하며 다른 사람을 부려먹던 강하준이 비굴하게 아첨하듯 그녀의 다리를 주물러주고 어깨를 마사지하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보고 나는 살짝 놀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강하준과 그 여자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얼굴색이 변했다.“너 여기 왜 왔어?” 강하준이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내 앞으로 와서는 뒤에 있는 외도녀를 가렸다. 그의 얼굴에는 자신이 정의롭다는 듯한 표정이 가득했다. 마치 내가 그의 중요한 사람에게 해를 끼칠까 봐 두려워하는 듯 경계하는 보호자 같은 태도를 보였다.“이혼협의서를 가져왔어. 너 꽤 근사하게 살고 있네. 그런데 좀 가난해 보이는걸. 내 잠옷을 입고 있다니? 저 여자도 참 대단하네. 남이 쓰던 걸 쓰는 것도 개의치 않나 봐.” 나는 강하준의 점점 어두워지는 표정을 지켜보다 잠시 멈췄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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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이혼하고 싶으면 먼저 그 천한 것의 금팔찌부터 가져와. 이제 우리 집 자식도 아닌데 그 금팔찌는 무슨 자격으로 차고 있다는 거야?”‘금팔찌?’나는 강하준의 당황한 표정을 보고 살짝 웃었다. 아마도 그는 아직 시어머니께 금팔찌를 가져갔다는 사실을 말씀드리지 않은 모양이다.“그 팔찌는 제게 없어요.”내 말을 듣자 돈에 환장한 시어머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에게 고함을 질렀다.“뭐라고? 이 집안 망치는 년아, 그건 진짜 금팔찌라고! 네 거짓말 절대 안 믿어. 오늘 당장 그 팔찌 내놓지 않으면 이 집 문턱도 못 넘어갈 줄 알아!”“저한테 소리 지르지 마시고, 당신 며느리 손목의 금을 잘 보세요. 낯이 익지 않으신가요?”모든 시선이 소파에 앉아있는 그 여자에게로 쏠렸다. 그녀의 가냘픈 손목에서 금빛이 반짝였다. 우리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그녀는 몸을 비틀어 시선을 피했다.역시 모자지간이라 그런지 강하준의 눈빛 하나에 시어머니는 상황을 눈치챈 듯했다. 강하준이 새 여자를 달래기 위해 팔찌를 다시 만든 것이었다. 시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아들을 안타깝게 쳐다보더니 이혼협의서를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우리 아들이 어떻게 빈손으로 나가! 네가 너무 욕심부리는 거 아니야?”시어머니가 침을 튀기며 말하자 나는 혐오감에 한 걸음 물러섰다. 얼굴에 침이 튈까 봐서였다.시어머니의 살진 얼굴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렸다. “서명 안 할 거야! 절대 안 해! 한번 해보자고. 어떤 남자가 너 같은 여자를 원하겠어!”그녀는 곧바로 협의서를 찢어버린 뒤 강하준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는 우리 앞에서 바닥에 주저앉아 떼를 부리기 시작했다.강하준도 연기에 가세했다. 그는 눈썹을 찌푸리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고, 그 여자는 일어나서 내 앞에서 일부러 그의 팔을 붙잡으며 도발적인 표정을 지었다.“어머니! 뭐하세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계신데요. 체면도 없으세요?”강하준이 노인네를 향해 눈짓을 보냈다. 눈을 빠르게 깜빡여대는 게 마치 경련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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